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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ンライズ・サンセット] 뉴욕의 일상을 그린 단편집 | 일본원서 2022-11-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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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일서]サンライズ.サンセット

山本 一力 저
雙葉社 | 2017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따스하고 서정적인 6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이 안내하는 뉴욕의 거리에는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은 다양한 사연이 풍성하게 녹아들어 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일본 역사 시대소설의 대가인 야마모토 이치키리山本一力는 「꼭두서니 하늘(あかね空)」로 2002년 나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력을 지녔으나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사실 일본시대소설이 우리 정서에 잘 맞을 리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저서에 역사소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뉴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했다는 작품집 《선라이즈 선셋》은 일본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따스하고 서정적인 이야기가 저자의 원숙한 필력과 함께 정겹게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이 일본인이 아니라 모두 외국인이라는 것. 일본어로 씌어있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모든 것이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뉴욕의 풍경이라는 설정이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마치 번안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인데, 어렴풋이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져 오는 것이다. 뉴욕이건 어디건 지구상의 어느 곳에나 태양은 뜨고 진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 빛은 비추어지고 물러간다.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는 그런 단순한 원리를 떠올려보는 것도 위안이 될 것 같다. 6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이 안내하는 뉴욕의 거리에는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은 다양한 사연이 풍성하게 녹아들어 있다.

 

화이트택시 (ホワイト キャブ, White Cab)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사는 노부인 마사는 남편을 여읜 후 손자와 함께 뉴욕 맨해튼으로 여행을 떠난다. 평생 남편과 목축농장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그녀의 가장 행복했던 한때, 라스베이거스 부부여행을 떠올리며 리무진택시를 탔다. 봉 잡았다 생각하는 화이트택시 드라이버. 하지만 그의 마음이 흔들린다.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 ~ 브루클린 코블힐Brooklyn, Cobble Hill)

 

피클 (ピクルス, Pickles)
희귀본을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책장에 진열해 두고 있는 브루클린의 고서점 「모비딕」. 그곳에 프랭크 시나트라와 라이자 미넬리가 방문했다. 그들에게 대접한 인근 슈퍼 「그린마켓」의 피클은 이후 동네의 인기명물이 되었다. 그러나 옛정취가 남아있는 소박한 마을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브루클린 코블힐Brooklyn, Cobble Hill)

 

카페 쿠바 (キュ-バン, Cuban)
쿠바 트리니다드를 떠나 뉴욕에 정착한 2세대 가족이 꾸려가고 있는 「카페 쿠바」의 시그니처 메뉴는 가전 비법 특제소스를 발라 구운 옥수수. 그 감칠맛에 이끌린 사람들에 의해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어느 날 길게 늘어선 손님들 사이에서 특별한 사람을 발견한 딸 나디아는 서둘러 아버지를 찾는다.
(맨해튼Manhattan, 엘리자베스 스트리트Elizabeth St & 스프링 스트리트Spring St)

 

바버샵 푼챤 (バ-バ-·プンチャン, Barber Punchan)
태국 작은 시골마을 출신의 메이린 푼챤은 이발과 면도 기술을 배워 뉴욕 월가의 바버샵에서 자리를 잡았다. 섬세한 솜씨를 인정받아 고객은 줄을 이었지만 911 테러 이후 상황이 급변해 퀸즈로 이주했는데, 이곳에서 만난 친구의 소개로 고향 땅이 생각나는 싱싱한 야채와 호감이 가는 인연을 만나게 된다.
(퀸즈Queens, 우드 사이드Woodside)

 

C·P·D 트리오 (C·P·D)
뉴욕 42번가의 한 골목에는 패스트푸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핫도그, 피자, 중국식 누들이 인기메뉴. 근처에는 맛있는 커피로 유명한 카페도 있다. 부모님의 가게에서 일손을 돕는 착한 아이들은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쵸세이, 패트릭, 듀이. 이들 3총사가 계획한 건 센트럴파크를 향한 아이들만의 대모험.
(42번가 9애비뉴 교차로42nd Street and 9th Avenue, 포트 오쏘리티 버스 터미널Port Authority Bus Terminal,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그린애플택시 (グリ-ンアップル, Green Apple)
애리조나주 세도나에서 가족끼리 작은 호텔을 경영하는 텐더 가에 이변이 찾아온 건 911 테러로 인한 여파였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을 결정한 장남 마크는 왜소한 몸집 때문에 취사부대에 배속되고 숙련된 솜씨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전쟁의 아픔은 친구, 가족, 그리고 인생에도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었다.
(퀸즈보로 브릿지Queensboro Bridge, 아스토리아Astoria,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

 

국적이나 인종은 달라도 사람들의 마음 속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은 마찬가지이다. 또한 굴곡이 전혀 없는 삶을 사는 사람도 없다. 2014년에서 2015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도 변하지 않는 삶의 정서가 숨 쉬고 있다. 인생이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변하기도 하지만, 911 테러 같은 커다란 사태로 인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건 절대 달라지지 않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 사랑, 우정, 꿈, 희망, 화해, 공감, 위로, 그 모든 따스한 감성을 통해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설사 예기치 않은 이별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해도, 뜨고 지는 태양과도 같은 인생의 순리를 생각한다면 조금쯤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삶이 힘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집이다. 나 역시 많은 위안을 받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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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도] 외딴섬의 폭소 감동 드라마 | 일반도서 2022-11-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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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른 고도

모리사와 아키오 저/민경욱 역
서울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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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배경으로 한 선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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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가 중 하나인 모리사와 아키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배경으로 한 선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작품은 혹시 아동소설이 아닐까 싶을 만큼 천진난만한 구석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읽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허를 찔리는 포인트가 등장한다. 주체하기 힘든 슬픔도 아니고, 흥분에 찬 환희도 아니고, 끓어오르는 열정에 의한 자극도 아닌데, 묘하게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어라, 나 왜 울고 있는 거지? 하면서도 일렁이는 감정이 마음의 둑을 허문다. 마치 몰래 다가온 파도에 쌓아 놓은 모래성이 무너져 가는 것처럼. 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니 어느 새 그 인물에게 완벽하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는 신묘한 체험이 가능한 ‘모리사와 아키오 표’ 작품을 또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외딴섬을 무대로 하는 [푸른 고도]다.

 

광고·이벤트 제작 회사에서 일하는 고지마 다스쿠는 낙도·고오니가시마小鬼ヶ島로 갈 것을 명령받는다. 7년이나 일을 했지만 강압적인 사장을 위시해 소위 개성파들이 모인 회사에서 다스쿠는 영 동떨어진 존재였다. 모든 면에서 평범한 탓에 결국 무능이란 낙인을 찍히게 되고, 누구도 꺼려하는 낙도에서의 일을 떠맡게 것이다. 장장 열다섯시간 배를 타야 하는 외딴섬. 우연히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절세미녀 루이루이를 만났어도 뱃멀미에 시달리느라 기뻐할 여력조차 없던 다스쿠지만, 일단 도착해보니 가는 곳곳이 모두 천혜의 절경이었다. 그런데 이 섬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주민들이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섬의 활성화라는 프로젝트는 뒷전으로 하고, 다스쿠는 동서화합을 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결성된 지구방위군. 동군도 아니고 서군도 아니고 우주인이 쳐들어올 때까지는 싸울 일이 없는 평화의 군단. 전략가는 루이루이, 행동대장은 다스쿠, 그리고 섬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몇몇 외지 사람들이 뭉쳤다. 그러나 작전을 개시하기도 전에 다스쿠에게 위기가 닥쳤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에게 가한 폭력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등등의 격언이 떠오르는 사건들과 함께 섬의 전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무녀가 ‘구세주’라 예언한 이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스쿠의 마음에는 조그마한 불씨가 당겨졌다. 언제든 사표를 던질 작정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큰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다스쿠지만 그래도 할 때는 한다. 무엇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작품에서 가장 반가운 건 BTS의 <매직샵>이었다. 맘 속에 문을 하나 만든다니... BTS 노래가사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긴 노래를 작가는 제대로 찾은 듯싶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너무 ‘혼자’여서 ‘고독’을 몰랐던 다스쿠. 애당초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고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섬에서 고독을 알게 되었다. 그건 주위에 있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뜻. 가장 사랑받고 싶었던 순간 모두에게 미움을 산 다스쿠가 도망치지 않아 다행이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사람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영원히 숨어있을 곳은 없다. 안식처를 찾지 못하는 인생이란 고난의 연속일 뿐.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늘 습관적으로 눈을 감으려 하는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래, 잠깐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나오면 돼. 그 안의 내가 살며시 등을 밀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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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沼とその周辺] 유키누마와 그 주변, 그 소소한 일상 | 일본원서 2022-11-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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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일서]雪沼とその周邊

堀江 敏幸 저
新潮社 | 2007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인생의 분기점을 맞이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시 내일을 향해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진짜 어른의 이야기’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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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해가는 산골짜기에 쓸쓸한 동네가 있다. 그곳 유키누마와 그 주변에 터전을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쓴맛 단맛을 그린 소소한 작품집이다. 저자 호리에 토시유키堀江敏幸는 이 작품으로 제29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제40회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한마디로 감상을 표현하자면 ‘어른의 이야기’란 이런 게 아닐까싶다. 인생의 분기점을 맞이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시 내일을 향해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7편 수록되어 있다. 누구나 살다보면 전환기를 맞이할 때가 있다. 그때는 서서히 다가오기도 하고,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도 있다. 과거의 미련을 털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하나의 막이 내렸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상을 그린 수작이라 하겠다.

 

스탠스 도트 スタンス ドット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볼링장을 폐업하기로 한 노인. 마지막 영업일에도 찾아오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지나가던 남녀가 화장실을 빌리러 들어왔다. 주인은 그들에게 마지막 게임을 선물하고, 볼링 핀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이젠 스탠스 도트(Stance Location dot)가 달라져야 할 때.

 

쐐기풀 정원 イラクサの庭
독신으로 살던 요리연구가가 세상을 떠나자, 남은 지인들은 정원을 바라보며 회고에 젖는다. 이곳 마을이 좋아 정착한 이방인이었던 선생의 과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선생의 시그니처 메뉴는 수프였는데, 쐐기풀의 독특한 향을 이용해 다양한 맛을 연구하곤 했다. 그건 그녀의 이름이기도 했으니까.

 

하안단구 河岸段丘
테이크아웃 박스를 제작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그가 납품을 맞추기 위해 휴일에 일을 하려니 어쩐지 기계가 조금 기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장의 위치가 하안단구라 지반이 내려앉은 건 아닐까. 공장부지를 찾던 시절을 회상하는 부부. 기계를 봐주러 온 친구도 나이를 먹었다.

 

배웅 불 送り火
연로하신 엄마랑 둘이 살기엔 집이 너무 커서 2층에 세를 놓았다. 서예교실로 적당한 넓이라며 남자가 찾아왔을 땐 어떨까 싶었지만, 아이들이 드나드니 적적하지 않아 좋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외아들을 잃은 지도 꽤 지났다. 그동안 모은 램프에 모두 불을 밝혀서 고이 보내주련다.

 

벽돌을 쌓다 レンガを積む
안채에 누워계신 엄마의 방에 진동이 심할까 싶어 레코드점의 음향시스템을 벽에서 띄워놓아야겠다고 생각하던 가게 주인은 과거를 떠올린다. 몸집이 작아 청춘을 연애보다 일에 바친 그는 아르바이트하던 레코드점에서 인정받고 취업까지 했다. 그러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이 고풍스런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피라니아 ピラニア
중화식당에 온 단골손님은 가게를 시작하던 때부터 도움을 주던 신용금고 직원. 그를 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난다. 매사에 서툰 탓에 식당에서 일을 배우던 시절에는 주로 배달을 다녔는데, 꾸준함과 싹싹함만은 호감을 사서 가게를 물려받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취미로 마련한 수족관엔 피라니아도 있다.

 

완사면 緩斜面
근무하던 회사가 도산해 일자리를 찾던 중 소화기 회사에 알선해준 친구. 어릴 적 친구였던 그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집으로 찾아가니 함께 가지고 놀던 연이 보관되어 있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친구와의 합작품. 즐겁게 연을 날리던 완사면을 떠올리노라니 그리움이 밀려든다.

 

인생의 전환점이라 해도 뭔가 사건이랄 것도 없고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서 무덤덤하게 흘러가는 나날 중의 하루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계기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문득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건 그 또한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싶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즈음에 이 책과 만나 좋았다. 힘을 내라, 열심히 살아라, 희망을 잃지 마라, 등등의 설교나 감동 포인트가 없음에도 어쩐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사람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라고 툭 던지는 한마디가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오늘도 잘 살았네, 수고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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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3, 에이전트 6] 모든 걸 잃은 남자의 처절한 사투 | 장르소설 2022-10-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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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일드 44 3

톰 롭 스미스 저/박산호 역
노블마인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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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레오 데미도프가 행복과 좌절을 겪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대기. 그 방대한 이야기가 가슴을 저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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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정한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 《에이전트 6》는 주인공 레오 데미도프가 행복과 좌절을 겪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첫 번째 작품에서 차갑게 식은 아내 라이사의 마음을 겨우 돌려놓았는가 싶었는데, 레오의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눈에 반한 아내, 난관을 이겨내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던 아내, 살아가는 의미의 전부였던 아내가 주검으로 돌아오자 레오는 절망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한다. 유능한 KGB요원이었음에도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에게는 맞지 않았던 그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살았지만, 아내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다시 그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그것이 레오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내 목숨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있을 때만 의미가 있어.

 

폭력의 시대 1950년. 레오, 라이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다. 길에서 마주친 라이사를 짝사랑한 레오. 거절을 당했다 싶었지만 우연한 계기를 통해 인연으로 발전한다. 이 시대의 소련은 공산주의를 포장하기 위해 여념이 없던 시절. 미국인 가수 제시 오스틴이 방문해, 철저히 각색된 무대에서 자유를 노래한다.

 

냉전의 시대 1965년. 레오, 라이사를 잃다. 레오는 이제 비밀경찰이 아니라 평범한 공장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대신 교사인 아내 라이사는 승승장구 중으로 유엔에서의 학생 연합 합창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레오는 뉴욕으로 떠나는 아내와 딸들이 영 불안한데,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8년 후 1973년. 레오, 국경을 넘으려 하다. 뉴욕에서 공산당원 가수 제시의 살해현장에 휘말려 오명을 쓰고 죽은 라이사.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레오이지만, 아직 청소년인 두 딸을 위해 어떻게든 버텨냈다. 이제는 각자 자신의 가정을 꾸렸으니 레오는 라이사의 살해범을 찾고자 국경을 넘으려 한다.

 

7년 뒤 1981년. 레오, 아프가니스탄에서 고문으로 일하다. 국경에서 붙잡힌 레오는 정부와 협상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고문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후 결국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벌어지고 말았다. 소련의 괴뢰정권인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과 "무자히딘"이라 불리는 반군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잔혹한 현실에 맞닥뜨린 레오는 또다시 괴로워한다. 소련군과 함께 간 시골마을에서의 소동으로 하나뿐인 제자 ‘나라’와 자신이 죽음에서 구해낸 아이 ‘자비’, 세 사람은 위기에 처하고 레오는 망명을 결정한다.

 

6개월 후 1981년. 레오, 드디어 뉴욕에 가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도착한 레오 일행. 나라와 자비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레오는 오랜 염원이던 숙제를 풀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라이사가 죽던 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가 어떤 이유로 제시와 라이사를 죽게 만든 걸까.

 

“에이전트6. 그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딸 엘레나의 일기만 읽었다면 레오는 가족을 지킬 수 있었을까? 의붓딸 조야와 엘레나 자매는 1권에 등장하는 아이들로 2권을 건너뛰는 바람에 자세한 사정을 모르겠으나, 농장에서 부모를 잃은 그녀들을 레오와 라이사가 입양한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은 엘레나에게 화를 내고 싶은 전반이 휙 지나가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또 다른 답답한 여자 나라 미르가 등장하는 바람에 속을 끓이다보니 불쌍한 레오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진실을 안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감옥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난 그저 포크 싱어야.
그거 하나면 돼.
언젠가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그날을 꿈꾸는 나는
그저 포크 싱어야.

 

방대한 이야기라 미스터리소설 치고는 그리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레오가 느끼는 처절함이 가슴을 저며 오고, 이데올로기란 전쟁을 위한 구실일 뿐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위는 진영을 떠나 똑같다는 점이 역겨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공산주의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을 폐인으로 만드는 건 FBI에겐 일도 아니었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정치적인 선동을 목표로 공산당 간부는 순진한 소녀를 감언이설로 홀려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공산당만이 하는 짓은 아니다. 우익이니 빨갱이니 진영을 가르는 정치적 셈법에 애꿎은 국민들만 끝나지 않는 시소를 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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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守眼] 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단편집 | 일본원서 2022-10-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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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저/허하나 역
폭스코너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상황을 펼쳐내곤 방황하는 등장인물들 틈에 미스터리를 슬쩍 끼워 넣는 솜씨가 ‘역시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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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명수이자 경찰소설의 대가 요코야마 히데오.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데, 저자는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는다. 그것도 추리소설 분야에서. 확실히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 실망스러웠던 적은 없다. 미스터리 단편집 <교도관의 눈>은 조금 색깔이 다르다. 경찰, 법정, 신문사 등을 무대로 조직 내의 갈등이나 사건의 이면과 인간의 고뇌를 다루던 과거의 작품 스타일에서 일상의 미스터리 쪽으로 이동하면서 휴머니즘이 더 강해졌다.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상황을 펼쳐내곤 방황하는 등장인물들 틈에 미스터리를 슬쩍 끼워 넣는 솜씨가 ‘역시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은 각각 다른 맛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하나 뒤지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맞닥뜨린 위기의 상황 속에 긴박감과 초조함이 흐르는 가운데, 독자의 애를 태우다 결국에는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보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교도관의 눈 看守眼
형사가 되고 싶었지만 내내 유치장 담당 간수로 종사해온 콘도. 정년을 앞두고 휴가를 얻은 그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살인용의자를 집요하게 쫓는다. 교도관으로 오랜 세월 유치장의 사람들을 보아오며 얻은 눈과 감에 의해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악했던 것이다.

 

자서전 自傳
프리라이터 타다노 마사유키는 자비 출간 자서전 대필 일을 하던 중 거물의 의뢰를 받는 행운을 얻는다. 면접인지 테스트인지 모를 첫 대면을 통과하고 한시름 놓은 것도 잠시, 의뢰인은 갑자기 자신의 살인을 고백한다. 어쩐지 자신의 과거와 연결되는 느낌, 이 엄청난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말버릇 口癖
유키에는 가정재판소 조정 위원을 맡고 있는 주부다. 그녀의 입버릇은 ‘그까짓 일로...’ 엄마한테 물려받은 것이기도 한데, 남편의 심신증도, 막내딸의 등교거부도, 그 말에 힘입어 이겨냈다. 그런데 이혼 조정을 담당하게 된 여자가 낯이 익다. 맡지 말아야할지도 모르지만 묘한 감정의 충동이 일렁인다.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 午前五時の侵入者
현경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경감 다치하라. 독학으로 공부한 컴퓨터가 승진의 길을 열어주었다. 안정된 직업 공무원, 일정한 수입, 3LDK의 집, 너그러운 아내, 귀여운 두 딸, 적성에 맞는 일, 바라던 것 이상의 계급. 이 일상의 행복을 깨는 크래커가 오전 다섯시 홈페이지에 침입했다. 묻을 수 있을까.

 

조용한 집 靜かな家
일선에서 뛰던 베테랑 기자 다카나시는 지방 신문사 정리부로 이동 배속되면서 의기소침해졌다. 다른 기자들이 쓴 기사 원고를 받아 배치하고 표제를 정해 인쇄 넘기는 작업이란 익숙해지는 것 외에 타고난 센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감에 쫓겨 실수를 하고 말았다. 잘 무마하고 싶었지만...

 

비서과의 남자 ?書課の男
현 지사의 지혜주머니를 자처하는 비서 구라우치였으나 젊고 스마트한 후배가 들어온 이후 밀리는 기분이다. 게다가 갑자기 지사의 태도가 차가워진 이유는 도대체 뭘까. 얼마 전 자살한 사장과 관련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뒤가 켕기기도 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 구라우치는 원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면 내 선에서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안정을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든 원인을 제거하고자 하며, 직장에서는 인정받고 싶고, 가정에서는 화목한 행복을 꿈꾼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그것이 이 책안에 모두 들어있다. 직업이나 디테일한 내용은 달라도 예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감정들이 살아나고 책속의 인물들에 동화되어 전전긍긍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새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 ‘제발 최악의 사태만은 피하게 해줘.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지 말아줘.’ 라는 기원을 주문처럼 마음속에서 되풀이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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