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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용의자] 정의를 위한 작은 불꽃 | 장르소설 2018-01-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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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저/조영학 역
문학동네 | 200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전 인도를 아우르는 여정에는 삶의 애환과 함께 폭력과 배신이 난무하지만 위트와 따스한 인간애 또한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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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나라 인도는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 간 사람들은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푹 빠지거나 다시는 또 가고 싶지 않은 나라라고 치를 떨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들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많은 편견을 갖고 사는 인간인 나로서는 그다지 가보고 싶지 않은 나라다. 오래전이지만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충격적 장면에서 받은 영향이 너무 컸나보다. 이후 조금 나아지기는 했어도 내 평생 인도를 방문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인도의 모든 지역을 여행한 듯 화려하고 복잡한 도시, 장관을 이루는 사원, 사막과 초원, 바다와 강, 부유한 저택과 가난한 슬럼가에 이르는 실로 다양한 모습을 보고 경험한 기분이 든다. 인도는 발리우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 산업이 발달된 나라로 꽤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역시 인상적이었기에 원작자인 비카스 스와루프의 작품에 흥미가 생겨 구입한 책 <6인의 용의자>. 믿고 선택한 보답을 받았다.

 

부자와 거지가 모두 존재하는 수도 델리,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중심지 러크나우, 화려한 발리우드의 도시 뭄바이(구 봄베이), 웅장한 사원들을 비롯한 유적과 함께 고층빌딩이 장관을 이루는 콜카타(구 캘커타), 항구도시 첸나이, 갠지스강이 흐르는 신성한 도시 바라나시, 서쪽의 사막 자이살메르 황금요새. 동쪽에서 서쪽으로, 북부지역에서 남쪽지방까지 전 인도를 아우르는 여정에는 삶의 애환과 함께 폭력과 배신이 난무하지만 위트와 따스한 인간애 또한 함께 하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시 내무 장관의 아들이 자신이 주최한 파티에서 피살된다. 오만방자한 범법자 재벌 총수로 당연히 적이 많은 인물이기에 현장에서 6인의 용의자가 체포된다. 간디의 영혼이 빙의된 부패한 전직 수석 차관, 하위 카스트 출신의 휴대폰 좀도둑, 소안다만제도 최후의 부족인 옹게족의 청년, 인도 최고의 섹시 여배우,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자칭하는 얼뜨기 미국인, 그리고 마피아 출신의 인도 내무 장관인 피해자의 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용의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기]편의 각 장에서 화자가 되어 자신을 소개할 때는 피해자 ‘비키 라이’와 전혀 연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지만 [증거]편의 각 장에서는 휘몰아치듯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 얽혀든다. [해결]편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고백]에 이르러 놀라움을 안긴다. 어째서 누구의 이야기는 그냥 문장이고 누구는 일기이고 누구는 전화 통화 형식인지 모든 요소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모두가 자승자박의 꼴이지만 원주민 ‘에케티’만은 가슴이 아프다. 답답한 섬에서 탈출해 멋진 나라에서의 생활을 꿈꾸었건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벵골만의 안다만제도에서도 소안다만에 남아있는 원주민 옹게족. 옹게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150센티미터에 새까만 피부와 후추머리, 지구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족의 마지막 후손 에케티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다. 진짜 주인공은 바로 그가 아닐는지. 그리고 또 한사람 미국인의 경험 또한 특별한 것이었다. 사기를 당한 줄도 모르고 최고의 미인과 결혼하기 위해 텍사스에서 뉴델리까지 날아온 지게차 운전자 ‘래리 페이지’. 두 시간동안 미친 듯이 달려 돌고 돌아 허름한 호텔에 내려주는 택시기사, 아이를 안은 여인에게 돈을 주자 벌떼처럼 모여드는 거지들, 짜고 치는 수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호텔관계자, 거짓간판을 걸어놓은 사기꾼 탐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수난은 계속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리는 이곳에 마음에 든다. 그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동료들이 생겨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생활을 통해 살아있다는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볼라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완전 평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국 세상은 보통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특별하고, 소중하고, 영예로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게 본분인 진짜 보통 사람들 말이다. (p.47)

 

최고의 여배우가 인기절정에 있을 때의 생각이다. 그러나 일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도 그러할까? 작가는 특별해 보이는 사람도 실은 그저 보통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함께 어울리는 생활이 즐거워 래리가 집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것처럼, 인간다운 대접을 받았을 때 에케티가 꾹 다문 입을 열었던 것처럼, 악명 높은 테러단체에 소속된 단원도 IT 산업에 열광하는 젊은이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던 것처럼.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건 단지 ‘생명과 자유의 권리’에 대한 보장이라는 원칙을 외면하고 정의를 짓밟으려는 기득권 세력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중산층은 국가의 양심이다. 따라서 상류층의 방종과 하류층의 패배주의를 바로잡는 도덕적 횃불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현실에 도전하는 건 늘 중산층이었으며 그들에 의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들이 탄생했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멕시코, 알제리와 베트남. 하지만 인도는 아니다. 우리 중산층은 현실에의 안주를 맹종한다. 삶의 기준이 저하되는 현실에도 무관심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곤경에도 냉담하다. 그들은 오직 마구잡이식 소비에만 탐닉한다. 인도는 이미 관음증 환자들의 국가가 되었다. 교활한 시어머니와 고통 받는 며느리를 그린 허망한 연속극에 빠지고, 타인의 불행이 낳은 시체를 뜯어먹으며, 유명 연예인의 파탄난 결혼에 군침을 흘린다. 그러는 동안 깜빡거리는 TV 화면에 비친 뇌물수수 정치가의 행태에도 조금씩 관대해지는 것이다. (p.613)

 

아직 카스트 제도가 남아있고, 빈부의 격차가 심하며, 드넓은 땅에 수많은 인구를 보유한 나라, 인도. 특별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나 사람 사는 사회란 다 거기서 거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탐욕과 부패, 집착과 폭력, 무관심과 이기심, 인간이 지닌 거친 속성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독버섯처럼 자라나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공략해 살금살금 뿌리를 내린다. 마침 요즘 본 드라마 <드래곤사쿠라>에 이런 말이 있었다.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든 룰로 굴러간다. 바보들은 착취당하고 손해 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영화 <1987>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니?’ 그래도 보통사람들이 피운 작은 불꽃이 점점 크게 모아진다면 조금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적폐는 세계 어디에나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신성한 돌 잉게타이를 손에 넣은 자에게 옹코보크웨의 저주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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