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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엇갈리는 운명, 이어지는 인연 | 일반도서 2023-01-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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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미치오 슈스케 저/손지상 역
들녘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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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것이 그때 그 사건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드는 복잡한 감정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작가 특유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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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이 전혀 관계없는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식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것이 그때 그 사건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드는 복잡한 감정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에서는 가벼운 쪽에 속한다고 여겨지지만, 인연으로 얽힌 사슬, 관계의 필연성, 우연이 바꾼 운명, 결과론적인 허망함,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 애잔한 사연, 누군가의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삶의 법칙, 등등의 작가 특유의 세계관만큼은 고스란히 품고 있다. 원제는 <風神の手>. 바람신의 손이라니, 읽고 나면 느낌은 오지만 역시 우리말 제목으로 활용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음직하다. 그래서 이토록 길고 감성적인 제목이 붙여졌나 보다.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달과 지구의 과학적 관계를 떠나 밤하늘을 밝히며 차고 기우는 달의 신비함은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미치오 슈스케 역시 달을 사랑하는 작가인 듯싶다. 보름달이 유난히 밝던 밤 시작된 인연은 초승달이 뜨는 밤 스러지고 말았다. 그 후 수많은 날들이 지나고 각자의 상념에 잠겨 보름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제1장. 마음에 핀 꽃(心中花)
여고생 나쓰미는 운명처럼 사키무라 겐토를 만났다. 사진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도와 불배잡이 배를 타고 농사일을 하는 착실하고 다정한 청년. 나쓰미는 집안 사정 때문에 친구의 성과 집을 가르쳐주었지만, 곧 이사를 가게 되면 모든 사실을 고백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제2장. 피리새(口笛島)
초등학교 5학년. 모게타 스바루 별명 ‘땅콩’. 사사키하라 마나부 별명 ‘대갈’. 몸집이나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소년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건 어떤 사건 때문이었는데, 계기야 어떻든 그들 사이의 거짓말이 낳은 오해와 진실은 기묘한 모험으로 이끌고, 이 경험은 미래의 삶 까지도 바꿔놓을 만한 것이었다. 

 

제3장. 덧없는 바람(無常風)
고등학생 겐야는 영정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관에 갔다가 후지시타 아유미라는 여성을 만났다. 각각의 아버지와 엄마의 인연을 계기로 과거와 연결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 개인에게는 그냥 숨기고 싶은 일이었을지 몰라도, 거짓말은 나비효과처럼 많은 이들의 삶에 바람을 일으켜 간다...

 

에필로그. 보름 전날의 달(待宵月)
모든 퍼즐이 짜 맞추어지고, 결과적으로 보면 인과응보가 떠오르는 결말을 맞이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바람이 불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을 터. 지금 함께 달을 보는 사람들과도 마주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니시토리강西取川을 경계로 나뉜 시모아게초下上町와 가미아게초上上町 마을. 여름에는 은어낚시와 해수욕으로 시끌벅적하지만 나머지 계절에는 아무 것도 없다, 겨울은 춥고, 봄과 가을은 춥지도 덥지도 않다. 단지 그뿐.

 

세 개의 에피소드가 마지막장으로 연결되는 이 소설은 아사히신문 연재의 '피리새'를 바탕으로, 이후 앞뒤로 이야기를 엮어 쓴 것이라고 한다. 그저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그린 것이라고 가볍게 읽었다가는 다시 앞 페이지를 뒤적거려야 하는 순간이 닥쳐온다. 각 화마다 여러 가지 복선이 숨겨져 있어서 무심코 지나친 이야기나 행동이 어떤 중요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보다도 더욱 치밀한 설계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은 다각도로 연결되고 중첩된다. 그리고 모든 복선이 완벽하게 회수되는 결말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되면서도 어디선가 훅 불어온 바람이 마음을 흔드는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마지막장에서 보름달을 향해 날아간 돌멩이가 기억 속 그리움이라는 저장고에 와 닿은 느낌이랄까. 각 장 소제목의 마지막 한자(漢字)를 이으면 화조풍월(花鳥風月)이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꽃과 새, 바람과 달.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정경이 그려지는 이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어차피 사람의 인생이란 자연의 일부’라는 함축적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운명과 인연의 갈림길, 우리는 모두 그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보름달을 떠올리니 이제는 그 무엇도 물어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엄마가 몹시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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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잇는 손] 오후도 서점 이야기 그 이후 | 일반도서 2022-12-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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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별을 잇는 손

무라야마 사키 저/류순미 역
클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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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상상이 되듯이, 눈을 감으면 아름답고 고즈넉한 산골짜기 마을 속에 들어서기라도 한 듯 별빛으로 가득한 하늘과 호수가 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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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는 일단 읽어보는 편이다. 서가에 빽빽이 꽂혀있는 도서와 종이책 특유의 냄새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기 때문에 어쩐지 정겨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나의 놀이터는 도서관이었기에 막연히 ‘서가에 둘러싸인 생활을 하고 싶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꽤나 중노동에 고민거리도 많은 세계라고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사양산업이 되고 있는 도서출판계이고 보면 동네서점은 물론 대형서점조차도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온종일 컴퓨터로 일을 하지만 책만은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으로서 침체되어가는 서점문화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의 사정과 마찬가지인 일본의 시골마을을 무대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점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그린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속편으로 이어졌다. 하긴 한권으로 끝나기에는 조금 아쉬웠기에 다음 이야기가 반갑기 그지없다. 제목 <별을 잇는 손>에서 상상이 되듯이, 눈을 감으면 아름답고 고즈넉한 산골짜기 마을 속에 들어서기라도 한 듯 별빛으로 가득한 하늘과 호수가 꿈처럼 펼쳐진다.

 

불미스런 사고에 얽혀 근무하던 서점을 그만두고 평소 친분이 있던 오후도 서점에서 새롭게 일을 하게 된 잇세이. 전편에서 그가 기획한 책 <4월의 물고기>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물론 작품 자체가 훌륭한 것도 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읽게 하고 싶다는 열의로 관련자들이 힘을 모으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점과 책에 진심인 잇세이는 여전히 겸손한 자세로 감사한 마음을 품고 지낸다. 오후도 서점은 다행히 주인도 건강을 회복하고 있고 폐업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작은 마을의 서점으로서 도서 공급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인기작가의 신작을 마을사람에게 전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던 잇세이에게 뜻밖의 제안이 줄줄이 들어온다. 얼떨결에 얻게 된 행운이라 생각하는 잇세이지만, 실은 서점직원으로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그가 행한 태도와 행동과 말에 대한 보답이었던 것이다. 사쿠라노마치에는 또 하나의 감동이 피어오르려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전작의 등장인물들에 더해 새로운 작가와 마을사람들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든다. 잇세이로 인해 힘을 얻었다는 작가는 오후도 서점을 빈번히 찾아오게 되었고, 마음의 상처를 입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만화가 지망생도 오후도 서점을 통해 다시 생기를 찾는다. 한편 긴가도 서점의 동료 나기사와 소노에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따스한 이야기가 흔한 삼각 사각관계의 로맨스스토리로 기울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암시만 전하는 것으로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선남선녀만 하나 가득 등장하는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작품이기는 해도, 역시 주인공이 멋지고 예뻐야 더 마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저자도 밝혔듯이 이 두 번째 작품으로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완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더 이상의 에피소드는 사족이 될 거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이대로 사쿠라노마치와 이별이라 생각하면 또다시 아쉬움이 남는다. 나부터도 그동안 소홀히 하고 있었던 동네서점, 길을 걷다 발견하게 되면 들어가 보리라. 물론 잇세이 같은 꽃미남이 반겨 맞아 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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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도] 외딴섬의 폭소 감동 드라마 | 일반도서 2022-11-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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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른 고도

모리사와 아키오 저/민경욱 역
서울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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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배경으로 한 선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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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가 중 하나인 모리사와 아키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배경으로 한 선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작품은 혹시 아동소설이 아닐까 싶을 만큼 천진난만한 구석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읽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허를 찔리는 포인트가 등장한다. 주체하기 힘든 슬픔도 아니고, 흥분에 찬 환희도 아니고, 끓어오르는 열정에 의한 자극도 아닌데, 묘하게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어라, 나 왜 울고 있는 거지? 하면서도 일렁이는 감정이 마음의 둑을 허문다. 마치 몰래 다가온 파도에 쌓아 놓은 모래성이 무너져 가는 것처럼. 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니 어느 새 그 인물에게 완벽하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는 신묘한 체험이 가능한 ‘모리사와 아키오 표’ 작품을 또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외딴섬을 무대로 하는 [푸른 고도]다.

 

광고·이벤트 제작 회사에서 일하는 고지마 다스쿠는 낙도·고오니가시마小鬼ヶ島로 갈 것을 명령받는다. 7년이나 일을 했지만 강압적인 사장을 위시해 소위 개성파들이 모인 회사에서 다스쿠는 영 동떨어진 존재였다. 모든 면에서 평범한 탓에 결국 무능이란 낙인을 찍히게 되고, 누구도 꺼려하는 낙도에서의 일을 떠맡게 것이다. 장장 열다섯시간 배를 타야 하는 외딴섬. 우연히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절세미녀 루이루이를 만났어도 뱃멀미에 시달리느라 기뻐할 여력조차 없던 다스쿠지만, 일단 도착해보니 가는 곳곳이 모두 천혜의 절경이었다. 그런데 이 섬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주민들이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섬의 활성화라는 프로젝트는 뒷전으로 하고, 다스쿠는 동서화합을 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결성된 지구방위군. 동군도 아니고 서군도 아니고 우주인이 쳐들어올 때까지는 싸울 일이 없는 평화의 군단. 전략가는 루이루이, 행동대장은 다스쿠, 그리고 섬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몇몇 외지 사람들이 뭉쳤다. 그러나 작전을 개시하기도 전에 다스쿠에게 위기가 닥쳤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에게 가한 폭력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등등의 격언이 떠오르는 사건들과 함께 섬의 전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무녀가 ‘구세주’라 예언한 이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스쿠의 마음에는 조그마한 불씨가 당겨졌다. 언제든 사표를 던질 작정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큰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다스쿠지만 그래도 할 때는 한다. 무엇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작품에서 가장 반가운 건 BTS의 <매직샵>이었다. 맘 속에 문을 하나 만든다니... BTS 노래가사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긴 노래를 작가는 제대로 찾은 듯싶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너무 ‘혼자’여서 ‘고독’을 몰랐던 다스쿠. 애당초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고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섬에서 고독을 알게 되었다. 그건 주위에 있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뜻. 가장 사랑받고 싶었던 순간 모두에게 미움을 산 다스쿠가 도망치지 않아 다행이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사람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영원히 숨어있을 곳은 없다. 안식처를 찾지 못하는 인생이란 고난의 연속일 뿐.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늘 습관적으로 눈을 감으려 하는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래, 잠깐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나오면 돼. 그 안의 내가 살며시 등을 밀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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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질주와 희생이 피워낸 감동 | 일반도서 2022-04-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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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저/권영주 역
시공사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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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로드레이스라는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숨 가쁜 질주를 그려낸 소설.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오고 자전거 레이스를 직접 체험한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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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로드레이스라는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숨 가쁜 질주를 그려낸 곤도후미에. 소설 [새크리파이스サクリファイス]가 흔한 스포츠 소설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자신의 승리를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피드로 승부하는 스포츠의 경우 개인전이라 해도 팀 또한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한다. 일례로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라스트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스피드스케이트 매스스타트를 생각해 보자. 페이스메이커인 한 선수가 초중반을 앞에서 이끌어 줄 때 다른 선수는 뒤에서 힘을 비축하다가 후반에 앞 선수는 빠지고 뒷 선수가 승부를 거는 형태의 팀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장거리 레이스에 있어 필연적으로 활용되는 작전으로, 선수의 기량에 따라 역할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규칙이 극명하게 반영되는 경기가 바로 자전거 로드레이스다. 개개인마다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활용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 이 경기에서 어시스트는 승리를 에이스에게 맡긴다. 결승선은 에이스가 끊더라도 승리의 영광은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상대팀과 싸우는 여타 팀 경기와는 조금 다른 감개를 느끼게 하는 이유는 희생자라는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전력으로 다하는 모습에 있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팀플레이가 아닐까.

 

로드레이스는 말 그대로 도로를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평지 코스의 스프린트 구간과 산악 코스의 클라이밍 구간으로 나뉜다. 보통 스프린트가 강한 선수가 막판스퍼트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에이스를 맡지만 어떻게 보면 클라이밍이야말로 중요한 승부처가 되고, 어시스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지는 코스이기도 하다. 앞에서 달린다는 건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뒷 선수가 수월하게 달릴 수 있도록 바람을 막아주는 임무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집단으로 달릴 때는 선수들이 교대로 선두에 나서 레이스를 펼친다. 주인공 시라이시 지카우는 클라이밍에 강한 어시스트 역할이다. 원래는 육상 달리기의 기대주였지만 우승이 주는 중압감이 싫어 어시스트라는 매력적인 역할이 있는 사이클로 전향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을 때까지 달리고 에이스에게 길을 내어 준다. “가라!” 그야말로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오는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는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미스터리에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자전거 사고. 다친 사람은 누구인가? 어쩌다 참혹한 사태에 이르렀을까? 설마 시라이시는 아니겠지? 진정한 스포츠정신과 희생의 존엄함을 이야기하는 종장에 이르면 자전거 레이스를 몇 번이나 질주하는 체험을 한 것처럼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승리는 한 사람 게 아냐.”

 

* 작품에 등장하는 로드 사이클링 레이스

로드 레이스(Road Race): 로드 레이스는 집단으로 출발하는 모든 레이스로, 라이더들이 같은 시간에 동시에 출발하여 일정한 거리를 달리는 것입니다. 로드 레이스 종류에 따라 코스의 거리는 다양하며,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르게 정해져 있거나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아 크게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같은 코스를 여러 번 도는 경우(랩)도 있습니다.

스테이지 레이스(Stage Race):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되는 멀티 데이 로드 레이스입니다. 스테이지 레이스의 예로 지로 로사(Giro Rosa)나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Tour of California)가 있습니다. 이 레이스들은 하나의 이벤트가 타임 트라이얼, 팀 타임 트라이얼, 크리테리움, 로드 레이스 등의 서로 다른 다양한 레이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임 트라이얼(Time Trial): 개인 또는 팀 타임 트라이얼은 라이더나 팀이 출발하는 동시에 시간 측정을 시작하며, 정해진 코스를 홀로 달려야합니다. 이런 레이스는 공기 역학 성능이 중요한 경기로, 스킨 슈트, 특별한 자전거, 그리고 에어로 헬멧을 사용합니다.

-출처: www.liv-cycling.com

 

소설 [새크리파이스]는 출간 직후부터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더니, 결국 2008년 제5회 서점대상 2위에 오르고,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이후 성원과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로 속편이 이어지고 있다. 

 

* 새크리파이스 시리즈サクリファイスシリ-ズ
1. 새크리파이스サクリファイス(2007)자전거 로드레이스 스타트
2. 에덴エデン(2010)투르 드 프랑스 도전기
3. 서바이브サヴァイヴ(2011)1권의 스핀오프 단편집
4. 키아스마キアズマ(2013)자전거부에 입부한 신입대학생 이야기
5. 스티그마타スティグマ-タ(2016)30세 노장이 된 지카의 유럽 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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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황당한 인질극 소동의 전말 | 일반도서 2022-02-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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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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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보다는 인간에 초점이 맞춰진, 밀실 수수께끼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휴먼드라마.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을 듯한 바보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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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프레드릭 배크만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으련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무한히 있기에 평소에 신간을 그다지 고집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가의 신간 소식이 들려오면 빨리 읽고 싶어져서 다른 책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겉절이보다는 신김치가 취향인 것처럼 오래 묻혀있던 도서를 발굴하는 걸 선호하는 내가 아직 덜 삭은 상태의 책을 손에 넣은 건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불안한 사람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질문명이 인간사회를 장악하고 빈익빈부익부의 사슬은 더욱 강력해진데다 정보의 홍수 속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현대인은 모두 불안함을 지닐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거대 조직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떨리던 몸은 안정을 찾고 조금쯤의 숨 쉴 공간은 생기지 않겠는가. 우연히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 그들 또한 각자 마음속에 자신만의 불안을 품고 사는, 어쩌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p.151

 

아주 작은 도시, 새해가 시작되기 이틀 전날, 한 은행에 강도가 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현금이 없는 은행이었고, 경찰을 부른다는 직원의 말에 당황한 은행 강도가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달려 들어간 옆 건물 아파트에서는 오픈하우스가 열리고 있었다. 스키마스크에 권총을 든 은행강도가 느닷없이 나타나자 이제 상황은 인질극으로 전환되었다. 아파트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8명. 구경 온 잠재고객인 중년부부 로게르와 안나레나, 젊은 동성애자 부부 로와 율리아, 간부급 커리어우먼 사라, 노부인 에스텔. 그리고 토끼 탈을 쓴 수상한 남자 레나르트와 부동산중개인.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인질들이 모두 무사히 풀려난 후 스톡홀름에서 온 협상전문가가 혼자 남은 은행강도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안쪽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거실에는 핏자국만 가득할 뿐 사람 흔적 하나 없이 집안은 텅 비어 있다. 도대체 은행강도는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을까? 아버지 짐과 아들 야크가 나란히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조사가 시작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고, 시종 바보 취급을 당하는 야크는 부아가 치민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적어도 한 명은.

 

그렇다면 이건 범죄 수사극인가? 스톡홀름 신드롬에 관련된 심리 스릴러인가? 아니다. 사건보다는 인간에 초점이 맞춰진, 밀실 수수께끼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휴먼드라마다.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을 듯한 바보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권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고, 현금 없는 은행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게다가 단돈 6천5백 크로나만을 요구하는 은행강도라니. 인질들 또한 얼빠진 반응을 보이며 얼토당토않은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다. 결국 인질 아닌 인질극은 대통합 인간극장의 양상을 띤다. 요구 사항은 피자. 협상 조건은 불꽃놀이. 아버지 경찰은 아들 눈치를 보고 아들 경찰은 답답해하면서도 아버지를 위한다. 어쩌면 우연과 필연이 겹친 이 사건은 새해를 기념해 신이 선물한 한바탕 마당극인지도 모른다.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고 모든 이는 구원을 얻었으니 말이다. 현대판 셰익스피어를 읽는 기분이랄까. 복지국가인 스웨덴에도 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역시 인간사회의 시스템이란 지배층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만드는 자가 그쪽이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씁쓸함이 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해야 하려나.

 

“설날이 찾아오지만 달력 파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당연지사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난 의미는 없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지금이 그때가 된다. 어머니가 가족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것.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거든, 오늘 하루가 끝나고 밤이 우리를 찾아오거든 심호흡을 한 번 하기 바란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지 않은가. 날이 밝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 책 속 인용문구 by 에스텔(노부인)

죽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죽는 것도 정말 짜릿한 모험이 될 거야. /J. M. 배리

세상에서 폭소와 유쾌한 분위기만큼 불가항력으로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다. /찰스 디킨스

외로움은 굶주림과 같아서 뭘 먹기 시작한 다음에라야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알 수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

아이들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의 간절한 바람이 빚은 아들과 딸들이다. /칼릴 지브란

우리 눈에 보이는 저 불빛이 나의 집 현관에서 이글거리고 있구나. 저 조그만 촛불이 얼마나 멀리까지 빛을 비추는가! 그러니 이 타락한 세상을 선행으로 비추자꾸나.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글픔으로 내가 바보 천치가 되어버렸어. /윌리엄 셰익스피어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잠들어 있는 셈이다. /레오 톨스토이

사랑은 당신이 존재하길 바란다. /보딜 말름스텐

그대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온갖 일들이 그대에게 벌어질 테고
모두 멋진 일일 것이다!
/보딜 말름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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