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서랍
-이해인-
어린 시절, 혼자만의 비밀 서랍을
갖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내 마음에도
작은 서랍이 있다
사랑과 우정과 기도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과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모아둔
나의 비밀 서랍
누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이 서랍에서 얼른
지혜를 꺼내 최선을 다하면
슬프지 않다.
"비밀 서랍"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에 수록된 시다.
"마음의 서랍"에 좋은 생각들과, 행복한 추억들을 가득 채워서 힘들 때마다 하나씩 지혜를 꺼내서 쓰신다는 수녀님의 시에서 인내와 용서를 배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이해와 용서의 지혜로 슬픔을 치유하시는 수녀님의 따뜻한 성품이 참으로 정겹다.
우리 마음에 어떤 생각들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 마음 속에는 힘들 때마다 꺼내 볼 지혜가 무르익었을까...
지혜도 마음 속에서 곱게 자라야 한다. 좋은 마음을 자양분 삼아 우리가 아프고 상처받았을 때 꺼내서 잘 쓸 수 있도록 지혜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어린 시절 나만의 보물 창고를 보관했던 다락방의 추억들이 다시금 새롭게 기억된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의 보몰창고가 생각이 나서 잠시 마음이 설레였다. 이해인 수녀님처럼 내 마음에도 보물창고를 곱게 보관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