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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뷰
현실이 전쟁 , 영화는 각색?! | 읽겠습니다 2018-12-1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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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영화는 전쟁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헬무트 디틀 공저/강명순 역
열린책들 | 200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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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라는 , 제목에 이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 내가 이 책을 골랐을까 ... 순 , 로시니에 끌려 집어 들은 책였다 . ( 물론 나는 이 작가의 이전 책은 모두 아낀다만)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다투는 두 사람이 전반부에 나오고
후반부가 이 책의 전부같다면 , 흠 .... 옮긴이에게 미안할 까 ?

전제적으로 이해하느라 두번을 읽었다 . 색다른 재미였노라 해야겠다 . 영화와 실질관객 시점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단 리얼한 이야기 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하지만 내가 여기서 본 건 , 계획한 바 그대로 되는 삶은 , 정말이지 보물처럼 찾는 게 어렵기 짝이 없단 거였다 .

삶은 , 욕망에 끌려가는 마차 ( 전차?) 같단 의미로 ...그런 생각을 하며 읽으니 이상하게 이 시나리오 혹은 에세이가 흑백이면서도 황혼 빛은 그대로 보여주는 멋진 한편의 영화같았다 .

특히 , 그 흔하디 흔한 인물 설정에 가까운 백설공주의 활약에선 웃느라 (?) 눈시울을 닦기 바빴다 .
요즘 유명한 말인데 " 남자는 여자의 비웃음을 두려워 하지만 , 여자는 맞아 죽을까 두려워 한다 . " 던 말도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와닿던 기억 .

여기서 여자들은 욕망 (? 꿈 , 욕심) 에 휘둘리면서도 사랑을 보내는 컬러로 나온다 . 백설공주를 사랑했지만 못되게 굴던 바투스니크 , 그녀의 눈물을 이해한다 ...고 하면 웃길까 ?

이 책은 음 , 전반부는 인터뷰나 에세이 처럼 읽고 , 후반부는 시나리오 처럼 읽어야 솔직히 맛이 더 난다 . 나는 그랬다고 한다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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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 일기를 쓰듯 매일을 쓰자 ! | 읽겠습니다 2018-12-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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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저
스토리닷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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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계속 가지고 다녀서 , 누군가를 기다릴 때 , 잠시 혼자가 될 때 , 그렇게 펼쳐 읽었다 . 리뷰를 빨리 써 드리겠다고 장담해놓고 약속을 안 지킨 미안함에 계속 보게 된 것도 같다 . 마음에 뭔가를 담아두고 빚지는 느낌으로 사는 거 ...이런 거지 , 하면서 .

좋은 날에도 , 안 좋은 날에도 들고 다니며 읽었다 . 오타가 있어도 이해해 달라던 이정하 님의 친절한 말은 , 더 세심하게 오타를 찾게 만들었고 , 한 꼭지 한 꼭지 , 쓰기에 대한 이해를 더 천천히 하게도 만들었다 . 사진들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 읽기는 이제 ,  진작 끝냈는데 무슨 말로 시작을 열어야 하나 고민이 길었다 .

이 책은 저자의 생활같은 부분이 있다 . 앞에는 가볍게 누군가의 질문으로 ( 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시작하고 , 시작하면 바로 그 고민에 같이 고민하면서 자신은 어찌 했는지 , 밝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 준다 . 어쩌면 우리에게 쓰기란 ... ' 그래요 . 일기를 쓰듯 그렇게 매일 ,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되는 거예요 . '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아껴 읽은 것은 역시 숲노래 님의 글 부분부터이다 . 최종규 작가님으로 더 익숙할텐데 나는 숲노래 님 닉네임을 좋아해 그냥 숲노래 님으로 부르겠다 .
' 작가는 자신만의 사전이 있어야 한다 ' 라는 말이 이전엔 그저 틀리고 옳은 문장의 이해를 말하는 것 같아 부담이었다면 지금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
같은 말이어도 아, 다르고 어 , 다르 듯 좀 더 곡진하고 고우면서 잘 전달할 수 있는 자신 만의 말을 고르라는 주문으로 이제 이해한다 .

최근 한 드라마를 보다 그 말의 느낌이 더 잘 전달 되었던 순간이 있다 . "남자친구" 라는 드라마에서 송혜교가 박보검에게 ' 김진혁씨는 남다른 언어 사전이 있는 거 같아요 .' 한다 .
누가 해도 뻔할 말이 , ( 어느 땐 개(?)수작으로 들릴 수있는 ...) 그가 하면 진심이 느껴지고 예쁘게 다가온다 . 아마 극중의 차수현 ( 송혜교)은 그 말을 하고 싶어 한 거 같다 . 같은 말이어도 더 가슴을 울리는 , 여운이 남는 말 ... 참 근사하지 않나 ...

아 , 리뷰가 너무 늦어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 어쩌다보니 그랬다고 변명하자니 , 더 미안한 이유가 궁색해진다 . 내 할 일 다하며 무작정 늦어 버린 거 같아 더 그렇다 . 하지만 진심으로 변명을 하자면 늘 , 어디고 가지고 다니며 내내 생각했노라는 말은 전하고 싶다 . 좋은 책 보내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전하며 ... 올 한 해 애쓰셨고 다음 책도 기대할게요!!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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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힘껏 멀리 멀리 도망쳤기를 | 읽겠습니다 2018-12-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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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오에 겐자부로 저/유숙자 역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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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새싹뽑기 . 어린 짐승 쏘기 ㅡ 오에 겐자부로 ,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문지스펙트럼시리즈,



우리는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는 동안 , 빈번히 반복된 탈주와 실패를 체험하면서 우리가 엄청나게 넓고 거대한 벽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 농촌에서 우리는 피부와 살에 박힌 가시 같은 존재였다 . 순식간에 우리는 사방팔방에서 빽빽이 뭉쳐드는 살집의 싹에 에워 싸여 질식하고 짓눌린다 . 농민들은 그지없이 베타적인 단단한 갑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가기는커녕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거부한다 . 외지에서 온 사람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투이겨내는 바다를 , 작은 집단을 이루어 간신히 표류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었다 .
( 본문 12 쪽 ) 

마을 여자들이 커다란 접시에 담은 주먹밥과 쇠냄비의 국을 날라 왔다 . 그리고 나의 동료들은 주먹밥과 나무 그릇에 담긴 뜨거운 국을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 그것은 분명 진정한 식사 , 우리가 오랜 감화원 생활 , 소개 여행 , 아이들뿐인 생활에서 얻을 수 없었던 , 인간적이고 풍성한 식사였다 . 사랑이나 일상생활로부터 차단된 차갑고 기계적인 식사가 아니라 들과 밭 , 거리를 자유로이 오가며 살아가는 여자들의 손바닥으로 뭉쳐진 밥 , 일상적인 주부의 혀로 간을 맞춘 국이 거기에 있었다 . 내 동료들은 그걸 볼이 미어지게 먹으면서 고집스레 내게 등을 돌리고 분명히 내게 창피해하고 있었다 .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 내 입안에 솟는 침 , 수축하는 위장 , 그리고 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말리는 굶주림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
촌장이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와서 내 코끝에 주먹밥 접시와 그릇을 내밀었을 때 , 떨리는 내 팔이 그걸 내동댕이친 것도 어쩌면 그토록 가슴을 옥죄는 수치심 때문이었으리라 . 

" 까불지 마 ! " 촌장이 소리쳤다 . " 어이 , 까불지 마 . 이봐 , 넌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나 ? 너같은 놈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 나쁜 유전자를 퍼뜨릴 뿐인 칠푼이야 . 커봤자 아무짝에도 못 써 ." 
촌장은 내 멱살을 붙잡아 나를 거의 질식시키고는 자신도 분노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
" 알아 ? 너 같은 놈은 어릴 때 비틀어 죽이는 편이 나아 . 칠푼이는 어릴 때 헤치워야 돼 . 우린 농사꾼이야 , 나쁜 싹은 애당초 잡아 뽑아버려 . "
( 본문 224 ,  225 쪽 )


작년 10월 , 도서관에서 대출한 첫 독서 때는 막연하게 이 소설 속의 인물들과 공간 , 환경들을 상상하느라 더듬더듬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 뚜렷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독서 .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 분명하고 입체적으로 이 공간들이 그려졌으니까 . 하지만 그렇게 그려진 공간도 인물도 사실 내가 직접 그리고 만든 인물들은 아니었다 . 오랜 시간 기억 속에 축적된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영향이 상당히 컸으니 말이다. 

물론 , 그때도 제목이 말하려는 바는 , 알아먹었지만 당시의 내가 , 삶 자체에 크게 휘청이던 순간들 였기에 뭐라고 흔적을 따로 남길 기력이 없었다 . 

잔인하고 모질게도 저 어린 소년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던 거다 . 하긴 뭘 해줄 수 있었겠는가 ... 광차에 안전하게 태워 폭신하고 안전한 어디로도 옮겨 줄 수 없었는 걸 . 

이 소설의 배경은 태평양전쟁의 시기이다 . 감화원이란 우리 식으론 소년원쯤 될까 ? 남색이란 이유로 , 뭔가의 이유로 사람을 찌르고 가족들에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 되던 , 전쟁의 시기였음에도 철저하게 버림 받는 작으나 치기 어린 죄수들이 나온다 . 어린 그들은 어딘가 소속된 군복만 봐도 탄성을 지르는 그저 그런 아이들이었다 . 

나라간의 전쟁을 이유로 생때같은 인간의 목숨을 마구 죽여도 되는 , 사회 분위기와 어떤 이유로든 죄는 있으나 , 조금 더 말랑말랑한 미성숙하고 인간적인 아이들 중에 나는 누가 더 큰 죄인인가를 두고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 

아이들 무리는 습하고 , 거친 , 죽음의 마을과 마을을 거쳐 내내 안으로 들여보내지지 않고 고립된 한 산골마을에 닿을 때까지 걷는다 . 제대로 된 신발도 없이 . 더러 탈주를 시도해도 그들이 달아날 곳은 사회 어디에도 없다 . 순박할 것만 같은 농촌의 인심조차 어찌나 사나운 지 , 아닌가 ? 그들은 다른(?) 이방인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던 걸까 ? 아주 인정사정없는 매질과 죽음의 위협도 서슴없이 그려진다 . 

그들은 광기라는 전염병에 이미 깊이 병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그것은 그들의 영토에 이미 물든 짐승들의 피비린내와 교묘하게 겹쳐진다 . 

얼마 전에 조선희 작가의 세여자를 읽었는데 , 그 중 한 여자인 고명자가 옥중에 있다가 해방이 되어 각기 다른 이유로 수감되었을 죄인(?) 들이 무차별로 해방되는 장면을 읽곤 , 감옥이란 곳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 어쩌면 고명자 말고도 먼 이국의 차가운 유형지에서 숨만 겨우 쉬는 베라 한(주세죽) 까지 떠올리기도 했던 거 같다 . 

사회와 이념이란 울타리에서 어디로도 갈 수 없이 벽뿐인 삶임에도 희망을 놓지 않던 그녀들 . 그리고 같은 시기의 타국 어린 소년들의 유형지 . 그것들은 참으로 비슷하면서 다른 기분이 든다 . 

여자와 , 아이들이어서 그럴까 ? 

땅끝같은 산골 계곡에 받아들여졌으나 , 부패하고 썩은 짐승들의 시체가 층층이 쌓여 있는 곳에서 그들의 일은 썩은 짐승 묻기였다 . 여행중 내내 앓던 동료 하나가 그날로 죽고 , 마을의 한 여인도 죽자 마을 사람들은 이 어린 소년들만 두고 계곡을 건너 감으로 해서 소년들을 또 다른 유형지에 가둬버린다 . 

감시와 지시가 없는 단 며칠 . 죽은 여인 곁을 지키던 마을 소녀가 개에 물리며 전염병 으로 죽기전 작은 축제같던 순간 . 

이 책은 읽으면 통째로 소설 자체가 머릿속에 들어 앉는다 . 그 냄새들까지도 . 마지막의 촌장 모습은 , 말 그대로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이며 누가 병든 자이고 병들지 않은 자인지 ,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새싹을 뽑는다는 제목처럼 , 기득권의 힘 , 권력까지도 점층적인 문체로 보여주는 작가 . 누가 어린 짐승들을 쏘았는가 ! 하는 질문까지도 메아리처럼 되돌아오고야 만다 . 그러므로 숨죽여 읽고 새기게 되는 소설이다 . 이 소설은 . 

마지막 추방 된 한 소년의 생명이 어찌되었는지는 먼 곳에서 울리는 총성 만큼이나 암울하고 , 그러나 그가 힘껏 멀리 멀리 도망쳤기를 , 전쟁이 끝난 황폐한 마을의 복판에 그가 서있기를 희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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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ㅡ 김 행숙 시 | 어떤 날 2018-11-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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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코의 초상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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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ㅡ 김행숙 시


    밤에  날카로운 것이  없다면  빛은 어디서 생길까 .
날카로운  것이 있어서  밤에  몸이 어두워지면  몇 개
의 못이  반짝거린다 . 나무 의자처럼  나는 못이 필요
했다 . 나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앉아서 , 앉아서 기다
렸다 .

   나는 나를 , 나는 나를 , 나는 나를 , 또 덮었다 . 어둠
이 깊어 ...... 진다 .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것이
밤이다 .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밤의 우물 ,  밤
의 끈적이는  캐러멜 , 밤의 진실 .   밤에 나는 네가 떠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낮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낮의 스피커 , 낮의 트
럭 , 낮의 불가능성 , 낮의 진실 .  낮에 나는  네가 떠났
다고 결론 내렸다 .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은 호주머니가 없고 ,  계
절이 없고 , 낮과 밤이 없겠지 ......    그렇게 많은 것이
없다면  밤과  비슷할 것이다 .   밤에 우리는 서로 닮는
다 .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같이 , 밤하늘은 밤바다같이 ,

(본문 20 , 21 쪽 )

김행숙 시집 ㅡ에코의 초상 중 [ 밤에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455

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 ㅡㅡㅡ
오래 아프셨던 할아버지께서 엊그제 돌아가셨다 .
엄마의 전화를 받고 , 냉큼 서울에 올라왔다 .
첫날이던 어제는 장례식장이 조용했는데 오늘은 맞은편

9호실에 상주가 들었고 휴게실에 , 이 시간에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너댓살 쯤 되보이는 어린 여

자아이를 번갈아 엎어가며 재우려 하고 있다 .

하하하하 ! 웃음 소리가 넘치는 9호실인데 이 아이들 재워

줄 어른은 누구도 없는가 보다 .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려는데 어린 여자 아이들 눈빛이

자꾸 밟힌다 . 어쩌지 ... 어쩌나 , 엎어 줄까 , 물어야할까 ?

저들끼리 좋아 그런 듯도 보이고 , 안쓰럽기도 하고 ...

책 속에 묻던 눈길이 계속 9 호실의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

 

 


2018 , 11 ,18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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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집 ㅡ 김 행숙 시 | 어떤 날 2018-11-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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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코의 초상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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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집

 

ㅡ                                      김행숙 시


그런 입 모양은 아직은 침묵하지 않은 침묵을
침묵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입구에서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기다리고 , 끊어질 것 같
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을 뜻한다
그 사람이 얼음의 집에 들어와서 바닥을 쓸면 빗
자루에 묻는 물기 같고
물결이 사라지듯이 말수가 줄어든 사람이
아직은 침묵하지 않은 침묵을
침묵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그런 입 모양은
표시했다
식사 시간에 그런 입 모양이 나타났을 때 숟가락
을 떨어뜨렸고 , 그 사람은 숟가락을 떨어뜨린 줄도
몰랐는데
그 숟가락은 무엇이든 조금씩 조금씩 덜어내기에
좋은 모양으로 패어 있고
구부러져 있다
숟가락의 크기를 키우면 삽이 되고 , 삽은 흙을 파
기에 좋다
물 , 불 , 공기 , 흙 중에서 흙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이를테면 가을이 흙빛이고 노을이 흙빛이고 얼굴
이 흙빛일 때
그런 입 모양은 아직은 입을 떠나지 않은 입을
아직은 입으로 말하지 않은 말을
침묵의 귀퉁이를
아직까지도 울지 않은 어느 집 아기의 울음을

( 본문 12 , 13 쪽 )

김행숙 시집 ㅡ에코의 초상 중 [ 존재의 집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455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죽은 이를 묶고 또 묶는 일 , 칠성판에 가장 가깝도록 습자지를 접어 일곱번을 동여매는

소렴 동안 , 우는 이는 엄마 하나였다 .

고인이 시아버님이 되는 관계인데 , 자식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 장손조차 들지 않고

한발 떨어진 , 나와 형은 입관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

그러나 나도 , 엄마를 위해서였다 . 엄마의 울음은 ,,, 어쩌면 너무나 다른 장례의 풍경

과 겹겹이 싸는 정성과 너무나 간단했던 이모의 장례를 되새김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는 슬픈 예감 속에서 .

재작년 할머니 장례때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 그때는 모두 애통해했는

데 , 워낙 생전에 할머니를 고생시킨 할아버진 , 싸늘한 분위기 속에 보내지는데 , 이상

하게 재작년 할머니 장례 때보다 겹겹의 정성을 쏟는것이 나는 이상했다 .

 

입관이 끝나고 , 모두 입과 손을 물로 행구러 뿔뿔이 화장실로 흩어졌을 때 . 나는 못됐

게도 고모를 기어이 울렸다 . 아닌가 ?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털어 놓고 싶어 고모님은

내게 울음을 털어 낸 것이었을까 ? 장례가 끝나고 우리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 할아버진

돌아가신 후에 더 멋져 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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