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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넓은 사람 ㅡ O로부터 ; 유희경 시 | 어떤 날 2018-05-1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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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저
문학과지성사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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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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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넓은 사람

 

ㅡ O로부터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됐어

네가 물어보았을 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란 그렇다

도무지 끝나질 않고

매번 시작되기만 하지

그래서 나는 네게

부루퉁한 표정의 네게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방금

고등어구이를 먹고

고등어구이집을 빠져나온

가시가 걸린 기분이 가시지 않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분명한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

 

그는 어깨가 넓고 튼튼한 사람

함께 걷는 사람들과 부딪히곤 하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과도

사람들은 그의 어깨를 좋아해

넓고 튼튼하니까 언제든 도와줄 거야

정말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는

넘어가자 이야기는 그런 거니까

그가 고등어구이집을 빠져나왔을 때 ,

그 앞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고

그 옆에는 옷 가게가 있고 그런

흔하디흔한 거리에 서게 되었을 때

그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지

알 수 없어서 울고 싶어졌어

자신이 없었거든 자신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거든 자신이 없어서

이 거리도 아이스크림 가게나 옷 가게

고등어구이도 그것을 먹고 나온 자신도

자꾸 찔러대는 걸리지 않은 가시도

자신이 없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방금 깨달았거든 그래서 그는 그는 말이야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어

네가 물어보았을 때 나는

자꾸 사람들과 부딪히고 마는

그래서 사과를 하게 되고 마는

그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이야기는 이렇게 되는 거지

울어버리고 난 다음의 감정처럼

지워지지 않는 감정인 거지 혹시

지금 네가 서운해졌다면

생선의 가시처럼

투명하고 비릿한 것이

목울대를 자꾸 찔러대고 있는 기분이라면

너는 제대로 들은 거야 하고 생각했으나

더는 말하지 않았다 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문 34 , 35  , 36 쪽)

 

유희경 시집 ㅡ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ㅡ중에서

 


 

 

윤의 큰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 검은옷이 필요하다고 아가씨가 집에 들렸었고 , 나는 아가씨를 배웅했는데 몇십 분뒤에 다시 연락이 와선 집앞이니 나오겠냐고 , 동네 마트형 편의점 앞 간이 벤치에 앉아 윤과 아가씨가 왜 장례식장에 가다말고 돌아왔는지를 모기에 뜯기며 한참 들었다 .

벤치는 꽤 운치있어 우리 말고도 동네사람들 여럿이나와 아사히 맥주캔을 비우고 있었고 , 검은 옷을 입은 윤과 아가씨는 나에게 떠들다 오는 전화에 대거리를 해주다 바빴다 . 비가 오겠기에 윤이 걷고 싶다해서 우린 모처럼 집 외곽 산책로를 빙 돌아 걸었다 .

 

윤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 나와 걷는 동안 수도 없이 짜증나를 외쳤다 . 나는 더 크게 소리질러! 실컷 소리 질러! 해줬다 . 나는 짜증나면 짜증난다는 말보단 썽질나 ㅡ 를 표현한다고도 말해줬다 . 성질나 ㅡ는 좀 약해보이니 쎈 발음으로 썽질을 내듯 썽질을 내줘야 한다고도 말해줬다 . 짜증은 짜증이라고 발음해도 제대로 짜증이 발산되지 않는것 같지 않느나고도 ... 어른들이 모두 집을 비운 고모집에 아이들만 있어서 윤은 그집으로 돌아갔다 . 할머니와 고모의 명령이었다 . 애들을 지켜라! 하핫 ... 고모집 앞에 흰 수국이 덩어리 덩어리져 짙은 향을 피워 올리는 비오는 5월의 밤 .

 

윤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현관 센서등이 꺼지는 것을 보고 돌아서서 수국에게 인사를 하고 어둔 길을 터덕터덕 돌아왔다 . 비인지 땀인지 , 잔뜩 젖어서 씻고나니 개운했다 .

 

이야기는 시작만 되고 , 날이 밝으면 장지에 갈 사람들은 갈테고 , 내 기억 속 다정했던 큰아버님은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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