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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이벤트 ] 초록 멀미 ㅡ 김정기 시 |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 2018-10-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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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멀미

1

잎들이 밀려온다 .
도처에서 초록 폭탄에 맞아 숨졌던 .

우리는 오랫동안 푸를 줄 알고 외면해버린 아까운 나날
이제 다시 색칠해도 빛바래져 젖은 잎들만 누워 있다 .
어둡지 않으면 볼 수 없던 반짝임을
이제 나누어 가지려 숲으로 간다 .
당겼다 놓은 화살이 살갑게 박혀올 때
불길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초록의 얼굴
꺼지지 않는 불 속에 던져져서
초록 그을음에 온몸을 사르며 세상고개를 넘는다 .
고향집 안방 벽지에 그려진 색깔에 구토하던
건방진 젊음이 흔들린다 .
사방이 거무스름한 벽으로 다가오는 저녁마다
엽록소 한 방울에 타는 입을 축여
잊어버린 이름을 떠올리면서 살아난다 .

넉넉한 품에 숨어서 숨쉬는 고요가
초록 번개에 기절한 낮잠을 깨운다 .

2

무릎 위로 꽃잎이 날아든다 .
내 자리를 비워줄 차례를 안다 .
그러나 조금만 더 버티려 한다 .
사는 것이 어디 길 가는 것처럼 되더냐 .

초록은 연두를 몰아낸다 .
하늘을 입에 문 초록은 잘 가라고 말한다 .
연두는 초록에게 10 월 막바지에 당신의 색깔이 파열될 때
나를 그리워하지 마라 나는 절벽을 걸어내려간다 .
온 누리의 바람이 내 옷깃에 스며들고
나는 새털같이 가벼워진다 .
무거운 초록을 입히지 않은
찐득한 6 월에 닿지 않은 몸으로

시간을 건너가는 눈부심으로
유유히 절벽을 내려간다 .
먼 곳에 있는 사람의 긴 손을 잡고 .

[본문 62 , 63 , 64 ]

김정기 시집 [ 빗소리를 듣는 나무 , 중에서 ]


 

진달래 , 철쭉이 불타는 봄 산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 쪼글쪼글 주름진 입술 , 검버섯에 저 혼자 붉은 오래된 루즈가 왜 저 산에 가 불타고 있나 싶어서 . 이루지 못한 , 혹은 참고 산 세월을 비집고 나오는 오열같은 붉음은 곧 후드득 후드득 질 것 같아서 현기증이 난다 .

그 붉음이 가시고 나면 겨우 숨이 조금 쉬어진다 . 연두가 오고 , 초록도 이어 온다 . 그리고 또 미칠듯한 붉음이 온 산을 물들이면 , 심장과 피가 서로 헛도는 아찔한 순간이 있다 . 사방 공기는 달고 차고 겨운데 곧 지는 것들의 붉음은 어찌 그리 아득한지 . 찐득한 초록 , 습습한 초록 , 어두운 초록은 붉음보다 뜨거운 계절을 지나건만 어째서 나는 초록이면 환장할까 . 나 시드는 것 모르고 남 시드는 것만 보여 그러나 ... 이토록 건방진 젊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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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듣는 나무

김정기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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