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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우리들의 몫 | 읽겠습니다 2018-10-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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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최은영 저/손은경 그림
미메시스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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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몫 ㅡ 최은영 글 x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테이크아웃11, 문학시리즈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 한 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
[ 본문 13 , 14 쪽 ]

당신은 그의 안도한 표정을 기억한다 . 그의 말이 맞았다 . 당신은 어떤 학생 운동 진영에도 속하지 않았으니까 . 그러나 당신 또한 집회 참가자였다 . 당신은 집회의 중심이 아니라 맨 마지막 줄에 ,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
[ 본문 38 쪽 ]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 당신은 인파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말했다 . 구호 중단하세요 .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희영은 이야기했다 . 그 구호보다도 , 주변에서 옅게 퍼지던 웃음소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 강간이라는 말이 집회에 활기를 주던 그 순간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
[ 본문 42 쪽 ]

 

 


책의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 이토록 가벼운 책이 , 이토록 작은 책이 , 이렇게나 무겁고 크게 느껴져 한 번에 삼킬 수 없는 뜨거움을 주다니 ...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이후 , 가볍게 ( 말 그대로 책의 중량 ) 잡았던 책이 겁나 무겁게 느껴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 그리고 , 나는 전혀 다른 문체와 구성을 가진 이 책에서 묘하게도 그리움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 그건 어쩌면 자꾸 글 속에서 '당신' 이 나를 부르는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

이따금 나는 기분 전환 삼아서 , 혹은 뭔가를 찾기 위해서 (?) 영화 , 혹은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이나 , 음악 프로를 몰아 보곤 한다 . 하지만 부러 피하는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인간극장 같은 생활 다큐가 있다 .

가공된 것에서 보여주려 하는 걸 찾는 건 재미있게 하면 되지만 가공되지 않은 것에서 날 것의 재미를 찾으라하면 그건 곤욕스럽다 . 농부가 흘린 땀의 일상이 풍작이면 풍작이어서 일 년 농사를 뒤엎어야 하고 , 꼭두새벽 어둔 바닷길을 나선 어부의 배가 젖은 그물에 텅비어올 때 , 길 가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영롱한 순간보단 이슬 걷히고 , 희뿌옇게 앉은 먼지의 세월만큼 기울어진 그네들의 가옥과 축사들은 울적하고 축축하기에 , 끊임없이 그저 살 뿐인 삶을 소 여물 씹듯 그러긴 싫은 탓에 . 카메라만 들이대지 않았을 뿐 누구의 삶이라도 태어나 지상에 머무는 동안은 인간극장일 것이므로 .

그러니까 , 그건 꼭 인간 극장이나 , 생활 다큐가 아니어도 나와 " 당신" 을 돌아보게 하는 부름이라면 , 글 속의 ' 당신' 이 따라오라 이끄는 과거로의 회귀가 뭐였든 그때 어려웠던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 아무리 새시대 , 신인류가 와도 이 복작복작한 지구라는 프레임 안에서 사는 문제가 쉬워질 수는 없지 않을까 싶어 공허했다 . 하긴 사는 게 쉽다면 그것도 이상한가 ? 태어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데 .

대학 편집부에서 만나 서로를 이끌어 주고 , 이끌려 가며 , 떠나고 , 남고 , 변하는 모습을 시간이 훌쩍 지나 예전에 저 자리에 뭐가 있었지 , 싶을 즈음 다시 만난 두 사람 . 해진과 정윤 . 그리고 이미 세상에 없는 그녀 희영 . 셋이 함께했던 편집부 활동의 단편적 기억을 해진이 ' 당신 ' 이란 시선(부름)을 빌려 물수제비 뜨듯 지면을 향해 돌을 던진다 . 시선 (부름?)의 돌은 물이 아니라 지면이라 그럴까 ? 처음엔 그냥 퐁당 가라 앉는다 . 쉽게 읽힌 만큼 뭐야 ? 하며 가볍게 다가왔던 첫읽기 . 두 번을 , 세 번을 , 여러번 반복해 읽으며 , 띄엄띄엄 놓아지며 퍼지는 물결무늬 그릇 .

대학내 여권 폭력 문제를 논리적이며 당찬 의식의 글로 써 해진을 끌어 당겼던 정윤은 편집부 선배로 희영과 해진이 함께 편집부 수습활동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 그런 그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느끼는 건 , 희영에 가까울까 , 해진에 가까울까 , 나도 잠시 고민해 봤다 . 분명한 건 타협하는 내 모습도 그 안에 있으리란 거였고 ,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면서 ( 그러니까 해진처럼 현실에 발붙여 살면서) 처음의 정윤같은 모습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한 해진의 모습도 내 안에 고스란히 있다는 것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듯 보였지만 세상에 그어진 벽과 한계가 고립을 시켜 결국 갇힌 인간이 되었던 희영의 모습도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

여러번 반복해 읽었어도 매번 다른 자각이 너무 선득해서 바람막이 하나 없이 드러난 맨 목 같았고 , 너무 차갑고 날카롭고 미끈해서 대못 같았다 . 그리고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고 아프게 삼키는 건 내 몫이었다 . 허나 내 몫은 그 그릇도 , 물결도 , 무늬도 너무나 짧고 , 얕다 . 그래서 한숨이 났다 .

누구 누구의 몫이 아닌 , 세월이 지났기에 , 그녀들은 그때 각자의 위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 싶으면서 그건 또 그대로 살아있는 자의 몫이며 , 먼저 간 이들을 뒤늦게 제대로 떠나보내는 초혼이 아니었나 싶었다 . 최은영 작가의 [몫]은 ...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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