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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랍 같은 영혼이 있다는 듯 | 어떤 날 2015-11-0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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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저
문학과지성사 | 200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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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시나무가 줄지어 선 곳에서
간밤 나무들의 꿈을 알 것 같다

백랍 같은 영혼이 있다는 듯
목이 긴 새들이 줄지어 날아갔다

날아가는 새들의 쭉 뻗친 다리가
침 맞은 것처럼 경련했다

오늘 밤 꿈속으로 새들이 돌아오면
나도 현사시나무의 흰 몸을 받으리라

이성복 시
p.74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 그림에서인지 화면에선지 나무위에 흰 백로가
수북하게 고개를 깃에 묻고 잠들어 있던 풍경을
본 기억이 스쳐가는 싯구 라고...
백랍은 ...자꾸 새들을 잠에서 떨구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 놓고 꿈꾸게 하는 주문 같다.
현사시나무...발음하기도 고상해 아끼자니
아득한 곳에서 현이 떨리는 소리...
아주 투명한 소리.눈결정이 부딪히며 이런 소리를 내나.
백로는 눈을 뜨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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