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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전쟁 , 영화는 각색?! | 읽겠습니다 2018-12-1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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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영화는 전쟁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헬무트 디틀 공저/강명순 역
열린책들 | 200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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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라는 , 제목에 이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 내가 이 책을 골랐을까 ... 순 , 로시니에 끌려 집어 들은 책였다 . ( 물론 나는 이 작가의 이전 책은 모두 아낀다만)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다투는 두 사람이 전반부에 나오고
후반부가 이 책의 전부같다면 , 흠 .... 옮긴이에게 미안할 까 ?

전제적으로 이해하느라 두번을 읽었다 . 색다른 재미였노라 해야겠다 . 영화와 실질관객 시점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단 리얼한 이야기 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하지만 내가 여기서 본 건 , 계획한 바 그대로 되는 삶은 , 정말이지 보물처럼 찾는 게 어렵기 짝이 없단 거였다 .

삶은 , 욕망에 끌려가는 마차 ( 전차?) 같단 의미로 ...그런 생각을 하며 읽으니 이상하게 이 시나리오 혹은 에세이가 흑백이면서도 황혼 빛은 그대로 보여주는 멋진 한편의 영화같았다 .

특히 , 그 흔하디 흔한 인물 설정에 가까운 백설공주의 활약에선 웃느라 (?) 눈시울을 닦기 바빴다 .
요즘 유명한 말인데 " 남자는 여자의 비웃음을 두려워 하지만 , 여자는 맞아 죽을까 두려워 한다 . " 던 말도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와닿던 기억 .

여기서 여자들은 욕망 (? 꿈 , 욕심) 에 휘둘리면서도 사랑을 보내는 컬러로 나온다 . 백설공주를 사랑했지만 못되게 굴던 바투스니크 , 그녀의 눈물을 이해한다 ...고 하면 웃길까 ?

이 책은 음 , 전반부는 인터뷰나 에세이 처럼 읽고 , 후반부는 시나리오 처럼 읽어야 솔직히 맛이 더 난다 . 나는 그랬다고 한다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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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 일기를 쓰듯 매일을 쓰자 ! | 읽겠습니다 2018-12-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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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저
스토리닷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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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계속 가지고 다녀서 , 누군가를 기다릴 때 , 잠시 혼자가 될 때 , 그렇게 펼쳐 읽었다 . 리뷰를 빨리 써 드리겠다고 장담해놓고 약속을 안 지킨 미안함에 계속 보게 된 것도 같다 . 마음에 뭔가를 담아두고 빚지는 느낌으로 사는 거 ...이런 거지 , 하면서 .

좋은 날에도 , 안 좋은 날에도 들고 다니며 읽었다 . 오타가 있어도 이해해 달라던 이정하 님의 친절한 말은 , 더 세심하게 오타를 찾게 만들었고 , 한 꼭지 한 꼭지 , 쓰기에 대한 이해를 더 천천히 하게도 만들었다 . 사진들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 읽기는 이제 ,  진작 끝냈는데 무슨 말로 시작을 열어야 하나 고민이 길었다 .

이 책은 저자의 생활같은 부분이 있다 . 앞에는 가볍게 누군가의 질문으로 ( 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시작하고 , 시작하면 바로 그 고민에 같이 고민하면서 자신은 어찌 했는지 , 밝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 준다 . 어쩌면 우리에게 쓰기란 ... ' 그래요 . 일기를 쓰듯 그렇게 매일 ,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되는 거예요 . '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아껴 읽은 것은 역시 숲노래 님의 글 부분부터이다 . 최종규 작가님으로 더 익숙할텐데 나는 숲노래 님 닉네임을 좋아해 그냥 숲노래 님으로 부르겠다 .
' 작가는 자신만의 사전이 있어야 한다 ' 라는 말이 이전엔 그저 틀리고 옳은 문장의 이해를 말하는 것 같아 부담이었다면 지금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
같은 말이어도 아, 다르고 어 , 다르 듯 좀 더 곡진하고 고우면서 잘 전달할 수 있는 자신 만의 말을 고르라는 주문으로 이제 이해한다 .

최근 한 드라마를 보다 그 말의 느낌이 더 잘 전달 되었던 순간이 있다 . "남자친구" 라는 드라마에서 송혜교가 박보검에게 ' 김진혁씨는 남다른 언어 사전이 있는 거 같아요 .' 한다 .
누가 해도 뻔할 말이 , ( 어느 땐 개(?)수작으로 들릴 수있는 ...) 그가 하면 진심이 느껴지고 예쁘게 다가온다 . 아마 극중의 차수현 ( 송혜교)은 그 말을 하고 싶어 한 거 같다 . 같은 말이어도 더 가슴을 울리는 , 여운이 남는 말 ... 참 근사하지 않나 ...

아 , 리뷰가 너무 늦어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 어쩌다보니 그랬다고 변명하자니 , 더 미안한 이유가 궁색해진다 . 내 할 일 다하며 무작정 늦어 버린 거 같아 더 그렇다 . 하지만 진심으로 변명을 하자면 늘 , 어디고 가지고 다니며 내내 생각했노라는 말은 전하고 싶다 . 좋은 책 보내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전하며 ... 올 한 해 애쓰셨고 다음 책도 기대할게요!!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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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힘껏 멀리 멀리 도망쳤기를 | 읽겠습니다 2018-12-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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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오에 겐자부로 저/유숙자 역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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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새싹뽑기 . 어린 짐승 쏘기 ㅡ 오에 겐자부로 ,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문지스펙트럼시리즈,



우리는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는 동안 , 빈번히 반복된 탈주와 실패를 체험하면서 우리가 엄청나게 넓고 거대한 벽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 농촌에서 우리는 피부와 살에 박힌 가시 같은 존재였다 . 순식간에 우리는 사방팔방에서 빽빽이 뭉쳐드는 살집의 싹에 에워 싸여 질식하고 짓눌린다 . 농민들은 그지없이 베타적인 단단한 갑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가기는커녕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거부한다 . 외지에서 온 사람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투이겨내는 바다를 , 작은 집단을 이루어 간신히 표류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었다 .
( 본문 12 쪽 ) 

마을 여자들이 커다란 접시에 담은 주먹밥과 쇠냄비의 국을 날라 왔다 . 그리고 나의 동료들은 주먹밥과 나무 그릇에 담긴 뜨거운 국을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 그것은 분명 진정한 식사 , 우리가 오랜 감화원 생활 , 소개 여행 , 아이들뿐인 생활에서 얻을 수 없었던 , 인간적이고 풍성한 식사였다 . 사랑이나 일상생활로부터 차단된 차갑고 기계적인 식사가 아니라 들과 밭 , 거리를 자유로이 오가며 살아가는 여자들의 손바닥으로 뭉쳐진 밥 , 일상적인 주부의 혀로 간을 맞춘 국이 거기에 있었다 . 내 동료들은 그걸 볼이 미어지게 먹으면서 고집스레 내게 등을 돌리고 분명히 내게 창피해하고 있었다 .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 내 입안에 솟는 침 , 수축하는 위장 , 그리고 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말리는 굶주림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
촌장이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와서 내 코끝에 주먹밥 접시와 그릇을 내밀었을 때 , 떨리는 내 팔이 그걸 내동댕이친 것도 어쩌면 그토록 가슴을 옥죄는 수치심 때문이었으리라 . 

" 까불지 마 ! " 촌장이 소리쳤다 . " 어이 , 까불지 마 . 이봐 , 넌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나 ? 너같은 놈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 나쁜 유전자를 퍼뜨릴 뿐인 칠푼이야 . 커봤자 아무짝에도 못 써 ." 
촌장은 내 멱살을 붙잡아 나를 거의 질식시키고는 자신도 분노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
" 알아 ? 너 같은 놈은 어릴 때 비틀어 죽이는 편이 나아 . 칠푼이는 어릴 때 헤치워야 돼 . 우린 농사꾼이야 , 나쁜 싹은 애당초 잡아 뽑아버려 . "
( 본문 224 ,  225 쪽 )


작년 10월 , 도서관에서 대출한 첫 독서 때는 막연하게 이 소설 속의 인물들과 공간 , 환경들을 상상하느라 더듬더듬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 뚜렷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독서 .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 분명하고 입체적으로 이 공간들이 그려졌으니까 . 하지만 그렇게 그려진 공간도 인물도 사실 내가 직접 그리고 만든 인물들은 아니었다 . 오랜 시간 기억 속에 축적된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영향이 상당히 컸으니 말이다. 

물론 , 그때도 제목이 말하려는 바는 , 알아먹었지만 당시의 내가 , 삶 자체에 크게 휘청이던 순간들 였기에 뭐라고 흔적을 따로 남길 기력이 없었다 . 

잔인하고 모질게도 저 어린 소년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던 거다 . 하긴 뭘 해줄 수 있었겠는가 ... 광차에 안전하게 태워 폭신하고 안전한 어디로도 옮겨 줄 수 없었는 걸 . 

이 소설의 배경은 태평양전쟁의 시기이다 . 감화원이란 우리 식으론 소년원쯤 될까 ? 남색이란 이유로 , 뭔가의 이유로 사람을 찌르고 가족들에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 되던 , 전쟁의 시기였음에도 철저하게 버림 받는 작으나 치기 어린 죄수들이 나온다 . 어린 그들은 어딘가 소속된 군복만 봐도 탄성을 지르는 그저 그런 아이들이었다 . 

나라간의 전쟁을 이유로 생때같은 인간의 목숨을 마구 죽여도 되는 , 사회 분위기와 어떤 이유로든 죄는 있으나 , 조금 더 말랑말랑한 미성숙하고 인간적인 아이들 중에 나는 누가 더 큰 죄인인가를 두고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 

아이들 무리는 습하고 , 거친 , 죽음의 마을과 마을을 거쳐 내내 안으로 들여보내지지 않고 고립된 한 산골마을에 닿을 때까지 걷는다 . 제대로 된 신발도 없이 . 더러 탈주를 시도해도 그들이 달아날 곳은 사회 어디에도 없다 . 순박할 것만 같은 농촌의 인심조차 어찌나 사나운 지 , 아닌가 ? 그들은 다른(?) 이방인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던 걸까 ? 아주 인정사정없는 매질과 죽음의 위협도 서슴없이 그려진다 . 

그들은 광기라는 전염병에 이미 깊이 병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그것은 그들의 영토에 이미 물든 짐승들의 피비린내와 교묘하게 겹쳐진다 . 

얼마 전에 조선희 작가의 세여자를 읽었는데 , 그 중 한 여자인 고명자가 옥중에 있다가 해방이 되어 각기 다른 이유로 수감되었을 죄인(?) 들이 무차별로 해방되는 장면을 읽곤 , 감옥이란 곳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 어쩌면 고명자 말고도 먼 이국의 차가운 유형지에서 숨만 겨우 쉬는 베라 한(주세죽) 까지 떠올리기도 했던 거 같다 . 

사회와 이념이란 울타리에서 어디로도 갈 수 없이 벽뿐인 삶임에도 희망을 놓지 않던 그녀들 . 그리고 같은 시기의 타국 어린 소년들의 유형지 . 그것들은 참으로 비슷하면서 다른 기분이 든다 . 

여자와 , 아이들이어서 그럴까 ? 

땅끝같은 산골 계곡에 받아들여졌으나 , 부패하고 썩은 짐승들의 시체가 층층이 쌓여 있는 곳에서 그들의 일은 썩은 짐승 묻기였다 . 여행중 내내 앓던 동료 하나가 그날로 죽고 , 마을의 한 여인도 죽자 마을 사람들은 이 어린 소년들만 두고 계곡을 건너 감으로 해서 소년들을 또 다른 유형지에 가둬버린다 . 

감시와 지시가 없는 단 며칠 . 죽은 여인 곁을 지키던 마을 소녀가 개에 물리며 전염병 으로 죽기전 작은 축제같던 순간 . 

이 책은 읽으면 통째로 소설 자체가 머릿속에 들어 앉는다 . 그 냄새들까지도 . 마지막의 촌장 모습은 , 말 그대로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이며 누가 병든 자이고 병들지 않은 자인지 ,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새싹을 뽑는다는 제목처럼 , 기득권의 힘 , 권력까지도 점층적인 문체로 보여주는 작가 . 누가 어린 짐승들을 쏘았는가 ! 하는 질문까지도 메아리처럼 되돌아오고야 만다 . 그러므로 숨죽여 읽고 새기게 되는 소설이다 . 이 소설은 . 

마지막 추방 된 한 소년의 생명이 어찌되었는지는 먼 곳에서 울리는 총성 만큼이나 암울하고 , 그러나 그가 힘껏 멀리 멀리 도망쳤기를 , 전쟁이 끝난 황폐한 마을의 복판에 그가 서있기를 희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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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을 로망으로만 두지 않기 ㅡ 모동섹 | 읽겠습니다 2018-11-3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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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저
문학테라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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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ㅡ 김나연 , 문학테라피 ,



# 시간이 기억하는 방식

한 침대에서 눈을 떴던 사람들은 섹스 자체보다 마지막 섹스 후 분위기나 태도로 기억되는 것 같다 .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저주를 털어놓다 눈물이 터졌고 , 어느 날은 목소리가 잠길 때까지 지나간 가요 메들리를 나눠 불렀다 .

그 사람들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

_

추억이란 게 , 필요 없다고 어디 없던 시간이 되나요 ?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공기까지도 기억의 방바닥에 꾸덕꾸덕 눌어붙어 기어코 추억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을요 . 잊히기 위해서라도 존재해야 하는 시간들 .

( 본문 164 )



# Enfant terrible

가끔 잔망스럽고 싶다 . 못된 장난을 치고 싶어서 오장육부가 다 간질거린다 . 그러고 나면 꼭 다정하고 엄격한 꾸지람을 들어야겠다 . 그게 반드시 필요하다 .
그래서 나는 못된 장난이 치고 싶은 건지 , 이런 장난 치면 안 된다고 엉덩이라도 맞으면서 혼나고 싶은 건지 , 아님 둘 다 좋은 건지 , 잘 모르겠다 .

그저 선이란 선은 다 밟고 싶다 .

( 본문 165 쪽 )



#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 끝나는 저주에관해

어떨 때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란 감정은 없어지고 책임감만 남는 것 같았어 . 사랑한다고 내뱉었으니 이젠 정말 사랑해야 한다 . 상대가 내 사랑을 느끼고 또 믿을 수 있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 전언처럼 사랑을 선언했으니 어떻게든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랑 같은 건 다 집어치우고 책임감으로 관계를 이어갔지 .

왜였을까 ? 사랑을 고백하자마자 아득하고 막연해졌던 게 .

그래서 사랑이란 게 정말 지속되는 감정일까 싶어 . 하루짜리 연인만 찾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게 그 무책임함 때문은 아닐까 싶어 .

(본문 174 쪽)



# 정이 든다는 건

할머니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남의 살이 달지 ? 하고 웃으셨는데 , 남의 살은 왜 달까 ?
좀 쓰지 , 좀 .

_

누굴 자꾸 만난다고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
뭘 자꾸 먹는다고 허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

_

누군가를 알게 되는 계기는 단순한데
모르게 되는 과정은 늘 복잡하다 .
_

정이 든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
없이도 잘 살았는데
만나버렸더니 그리워진다 .

(본문 175 , 176 쪽 )



# Happily Ever After

나는 너무 행복하면 그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삶이 버거울 땐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정말 눈물 나도록 행복한 순간엔 그대로 숨을 거두고 싶었다 . 더 행복한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여기서 이대로 그만 . 낙담도 아니고 ,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힘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아니고 , 삶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감도 아니다 . 삶을 종료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순간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기분인데 . 너무 재미있는 게임이었고 가장 만족스러운 엔딩을 봤으니 인제 그만 , 이 정도면 충분했어 , 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만족감 .
물론 그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살아 있다 . 종종 D와 함께 갔던 클로이스터가 떠오르는 날엔 그날 죽었으면 어땠을까 , 싶어진다 . 가장 행복한 순간이 채 기억으로 새겨지기도 전에 나의 의식은 종료되겠지 .
나는 그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 죽어야 완성되는 해피 엔딩 .
_
지은이는 선유도를 다 돌고 나서 대뜸 " 언니 . 언니가 죽으면 진짜 많이 슬플 것 같아요 ." 한다 . 나는 그 말이 좋아서 " 그래 . 그럼 내 장례식장 와서 많이 울어 ." 하고 철딱서니 없는 소릴 한다 . 결혼식은 소박하고 장례식은 시끌벅적했으면 좋겠다 .

(본문 219 , 220 쪽 )


## 리뷰를 대신한 일기 .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 자체에 습관이 되는 것이 무서운 ,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다 . 사랑을 받아들이기 전에 내 뇌 어딘가엔 파충류의 눈처럼 , 다가올 공포와 두려움을 먼저 감지해내려는 방어 기제가 풀가동이 된다 . 그건 그것대로 오랜 습관이 되어 견고한 (?) 나를 만들어 놓는다 . 오기만 해봐 , 딱 잘라 줄테니까 ...... 감히 , 날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거야 . 어리석고 슬픈 짐승이 된다 .

욕망은 그렇게 오래 묻힌 철처럼 부식된다 . 알지 마라 , 느끼지 마라 , 철가루 날리듯 내 감정도 흩날릴테니 ...... 그렇게 철벽녀가 된다 . 그게 지금의 나 .
관계가 진전 없을 , 안전한 대상만으로 사랑(?)을 만든다 . 결코 나를 , 이 현실에선 흔들지 못하는 대상들에게만 하염없는 애정을 보낸다 .
느낀다는 것 자체가 수치심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 뭐가 더 큰 수치인지 , 이젠 셈조차 하지 않는 채 ...

이 책을 읽었다고 , 단번에 내 껍질을 깨고 사랑하는 인간이 되지는 못하겠지 . 그렇지만 , 어느 밤엔 누군가를 떠올리며 가만가만 좋았고 , 내 맘 같던 문장을 읽어주고 싶다 . 그것이 지나간 추억의 누군가라해도 .

나의 소중한 윤 , 나의 딸 .
지금은 너를 생각해 . 이 책을 , 네게 줄 날이 언제면 좋을까 ? 하고 .
그러면서 속삭이듯 말해줘야지 . 윤아 , 엄마의 로망도 바로 이 부분이야 .
" 사는 거 너무 어려운 게 , 돈도 벌어야 하고 , 공부도 해야 하고 , 책도 봐야 하고 , 잠도 자야 하는데 그 틈틈이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날짜 맞춰 분리수거도 해야 돼 . ㅡ 그럼에도 , 침대에서 독서와 섹스를 함께 할 수 있는 남자 " 를 찾는 거 말야 .

윤은 , 윤의 로망은 뭐가 될까 ? 엄마인 나는 정작 겁쟁이라 감정을 켜켜이 쌓아 놓고 살지만 넌 , 뭐든 즐겁게 흡수하고 즐겁게 아프고 , 즐겁게 즐겁게 생생하게 행복하면 좋겠어 . 로망을 로망으로만 두고 살지는 말기를 ... 맹목적이고 두려움없이 사랑할 줄 알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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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계속할 수 있도록 , 슬픔을 공부할 필요에 대해 | 읽겠습니다 2018-10-3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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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저
한겨레출판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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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ㅡ 신형철 산문 , 한겨레출판

 

 

 

 

< 인식이 곧 위로라는 것 ; 슬픔의 위안 >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는 없다 . 더 과감히 말하면 , 위로받는다는 것은 이해받는다는 것이고 , 이해란 곧 정확한 인식과 다른 것이 아니므로 , 위로란 곧 인식이며 인식이 곧 위로다 . 정확히 인식한 책만 정확히 위로할 수 있다 .

[ 본문 38 쪽 ]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 제대로 앎 ' 그 자체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 . 두 저자가 연출자이고 작가이기 때문에 특별히 슬픔에 대해 연구했으리라 . 모르는 것을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슬픔에 대한 어설픈 통찰을 늘어놓으면서 빨리 거기서 빠져 나오라고 훈계하는 대목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어디를 인용해도 상관없지만 내키는 대로 ' 휴식' 이라는 제목의 챕터를 펼친다 . 

" 순수한 휴식은 슬픔의 고통을 치료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다 . 그러나 슬퍼하는 사람이 참 하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도 휴식이다 ." (161쪽- 슬픔의 위안 / 론 마라스코 , 브라이언 셔프 , 김명숙 옮김 , 현암사 , 2012 ) 

휴식이 왜 어려운가 . 저자들은 " 슬픔이 원기를 고갈시키는 것처럼 , 좋은 감정 역시 에너지를 무척이나 소진시킨다는 점 " ( 165쪽 )을 지적한다 .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와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 그것은 고마운 일이므로 나는 좋은 감정으로 응대한다 . 그러나 그 응대는 그 자체로 나의 감정적 자원을 크게 소모시키는 일이다 . 그런 일들이 피곤하다고 느껴지면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나 자신에게 마음이 불편해져서 그것이 또 나를 갉아먹는다 . 
[ 본문 39 쪽 ]

 


<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 ; 환상의 빛>


" ... 여전히 저는 아내와 젖먹이를 버리고 멋대로 죽어버린 당신에게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말을 걸고는 합니다 ."


어느 날에 , 남편은 전차의 선로를 걷다가 달려오는 열차를 피하지 않고 죽어버린다 . 그녀는  그 이후 껍데기처럼 살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 그는 왜 갑자기 죽어버린 것일까 . 그 생각에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 ,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작은 바닷가 마을로 시집을 간다 . 그곳에서 어느 날 한 남자가 그날 밤의 남편이 그랬을 법한 뒷모습을 한채로 걷는 것을 무작정 따라가다가 그녀는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

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 뭘 물어도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 피를 나눈 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 절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 (59쪽- 환상의 빛 / 미야모토 테루 , 바다출판사,2014 )

 

[ 본문 54 , 55 쪽 ]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시를 만날 때 , 그 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에 나는 눈물을 흘린다 . 감동처럼 .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이 사건 속 인물일 때는 가슴을 치고 , 한숨을 쉴 뿐 소리내어 울지 못한다 . 그렇게 된지 참 오래됐다 . 

막무가내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 나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도 대책없이 휘말리거나 그런 일로 무작정 상처받거나 상처주지 않으려다보니 어느 새 갑옷 같은 표정을 연습하고 무표정이 되고 , 그게 내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 그래야 이성적인 , 냉철한 , 절제할 줄 아는 , 사회적 (?) 이미지의 어른인 것만 같아서 . 또 어떤 감정( 슬픔 , 수치심 )은 스스로는 꺼내기 힘든 때가 많지 않나 ? 
그러다 작년였나 ? 제작년였나 ?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 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헉 ! 하고 숨을 들이켜고는 한참을 있다 , 잊은 숨을 내뱉은 , 한장면이 있는데 , 그건 극중의 박 완 ( 고현정 분)이 엄마 장난희 (고두심 분) 의 암소식에 함께 못해본 것들을 하러 펜션을 가서 엄마더러 노래를 불러달라하고는 화장실에 가 거울 앞에서 스스로의 뺨 ( 그 세기로는 뺨이란 표현보단 싸다귀라고 해얄 듯한데 ) 을 사정없이 때리며 흘러나오던 나래이션 장면에서 였었다 . 아니 , 그녀의 속엣말은 나중에 들려 (?)왔고 자신을 패는 , 그 분노와 원망 , 부끄러움과 한심함  , 답답하면서도 어쩔 수 없음 등이 , 그저 너무나 잘 알겠어서 .  철썩 , 철썩 내 뺨도 같이 얼얼하고 화끈했었고 그녀 덕에 나는 어쩐지 조금은 울어도 될 거 같고 그랬었다 . 그녀가 염치없어 울지 못하니 , 나는 좀 울어줘도 될 것도 같고 . 

아주 어릴 때 나는 많이 우는 여자 아이였었다 . 특히 엄마를 귀찮게 하는 . 내가 아무리 울고 때를 써도 엄마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울지 않고 , 아이에서 여자가 됐다 . 우는 것보단 야무지게 구는 쪽이 오히려 흘긴 눈길이라도 한번 더 받았으니 . 

그리고 열네 살 , 누구보다 가까운 이의 죽음에 강요당한 슬픔의 방식은 (애도 , 곡하기 ) 진짜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을 더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 슬픔을 공부해야 한다는 이 제목에 강렬하게 끌린 것은 그런 유년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슬픔을 쟁여 넣을 줄은 알고 꺼내보지 못해서 , 잘 정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엉망인 상태의 복잡함도 복잡함 그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단단한 오해를 하면서 마치 잘 여문 호두알을 깨서 주름지고 , 기름지고 , 비릿하고 , 고소한 그것을 들어내었을 때처럼 비밀한 슬픔을 발견할 때 순간 기쁜 것이기도 했었다 . 
그리고는 나 자신도 해석불가의 얼굴과 뒷모습만을 가진 채 , 절대 (?) 제대로 읽히지 않기를 고집하면서 , 또 고집스레 읽기 어려운 누군가의 얼굴과 뒷모습에서 무언가를 제대로 보았고 느꼈기를 갈망하고 있다 . 나만은 , 저 모호함과 난해함과 심연과 심연 아닌 것들을 점자처럼 더듬어 읽을 수 있다고 . 그러고 싶다고 바라고 바란다 . 바란다는 것은 절대 읽히지 않기를 고집하는 나를 제대로 들키고 싶어하는 또 다른 욕망이다 . 
그러니까 , 나는 이제 내 슬픔을 하나하나 꺼내어서 잘 정리해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 하나의 슬픔에 다른 잡다한 것들까지 구겨넣은 채 꾹꾹 눌려 닫은 서랍이 나라면 , 내 깊은 서랍 속엣것들을 이제는 마술처럼 술술 끄집어 내고 싶달까 . 그런데 정확히 알아야 그 슬픔의 기억들에 이름도 생기고 소멸도 되지 않을까 ? 그리고 가끔 그리워도 해주고 ?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고나면 그냥 삶이 되어버리고 , 가끔 그런 일이 있었지 하는 혼잣말이 되어버릴지도 , 아니 , 혼잣말이 되어도 좋은 걸지도 모를 일이다 . 


모든 책이 그러하지만 유독 기다리게 되는  책이 있다 . 이 책이 그랬다 . 막 도착한 택배의 포장을 뜯고 띠지조차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와락 반가워 앉은 자리에서 조금만 맛본다는 게 책의 중간을 넘도록 손에서 놓지 못했었다 . 


헌데 워낙 국내 작가들의 책을 자주 접하다보니 , 이 책에서 새로운 부분이구나 싶은 건 많지 않았다 . 신간의 추천사 , 시집의 해석 , 신문의 평론 , 가끔 이슈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다 찾아보게되는 칼럼 등 , 해서 안 읽은 내용보단 읽었던 내용들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쭉 읽게 되서 좋은 점은 한뭉텅이의 시간을 , 선물 받았다는 것일까 ? 칼럼이거나 , 추천사거나 , 평론이면 아 , 좋았지 . 하고 책이나 신문이 끝나면 다시 읽게 되기까지 그 부분을 보려면 시간이(특별한 필요) 걸리는데 덕분에 한번 더 정리를 하게 된 효과도 있고 ,  여기에 나는 인용문을 앞부분의 두 개만 따왔지만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김경후 시인 , 박형준 시인의 시를 정리해준 부분이었다 . 아는 동생에게 박형준의 시를 읽어주며 , 너는 어떤 걸 느끼니 ? 물었다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었다 .

 

 

책을 끝내고 그제야 표지에 눈길이 머문다 . 맙소사 ! 나는 표지 디자인 속 하얀셔츠의 남자(?) 가 분명 반가부좌의 자세일 거라고 꼭 그렇게 믿었는데 , 한쪽 무릎을 세워 쪼그려 앉은 뒷모습과 그의 하얀 운동화에 새삼 정신이 번쩍 든다 . 표지 그림의 제목을 보고 그림을 보고 , 한참 생각도 해보지만 역시 나는 그의 앞에 무심한 얼굴보단 무언가 놓여 있기를 바라게 된다 . 기꺼운 자세로 그 공간에서 , 곧 주질러앉아 편해지면 싶은 바람에 ... 그러니 그 앞의 것은 뭐든 , 그를 멈추게 했으므로 되돌아 갈 때에는 그 곳에 오던 순간의 그가 아니기를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 아주 약간의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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