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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을 생각하며 울컥하게 만든 시리즈 | 내 맘 속의 무지개 2021-02-2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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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부터의 내일

하라 료 저/문승준 역
김영사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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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신주쿠 변두리 쇠락한 거리에 있는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그 낡은 문을 노크하고 한 '신사'가 탐정사무소 안으로 들어온다. 어느 새 오십대에 들어선 사와자키가 마주한 남자는 모치즈키 고이치. 그는 밀레니엄 파이낸스 신주쿠 지점 지점장으로 회사에서 대출이 예정된 아카사카 요정 여주인의 사생활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대상은 요정 '나리히라'의 여주인인 히라오카 시즈코. 업무적인 이유를 들며 가급적 먼저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의뢰인. 결코 싸지않은 탐정료를 선지급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그는 참된 '신사'의 모습으로 탐정사무소를 떠난다. 그런데 하라오카 시즈코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고민하던 사와자키는 고심 끝에 그를 만나러 밀레니엄 파이낸스 신주쿠 지점으로 향하고, 뜻밖의 강도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 2년 반만에 다시 만난 '낭만 마초' 사와자키. 우리나라에서는 2년 반이지만, 일본에서는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 14년만에 출간되어 더욱 화제를 모은 시즌2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 머리속에는 차가운 신주쿠 밤거리를 쓸쓸하게 누비던 이미지로 남아있던 사와자키는, 이번 작품에서 약간은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힘이 빠졌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기운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만사를 조금은 덜 심각하게 보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이번에도 강도 사건에 얽히면서 조직폭력배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은 계속되고, 의뢰인이었던 모치즈키 고이치는 탐정사무소를 찾은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리면서 사건은 빙글빙글 미궁 속으로 빠져들지만, 묘하게도 예전 작품들에서 느꼈던 '엄청난'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느끼게 된 이유는 작가에게 있는 것인가, 사와자키에게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있는 것인가.

 

나름 심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다 중간중간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문장들에 있다. '방출 통보를 받은 운동 선수처럼 패기 없는 옅은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 속에'와 같은 묘사는 정말 멋졌고, 좀처럼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와자키의 화법, 여기에 '이놈들을 방패 삼아 한판 뜰까!'라고 말하는 중견 대장에게 '그렇게까지 희생할 의리는 없잖습니까'라고 대꾸하는 젋은 폭력배 단원의 '헛'하게 만드는 대사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나중에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해서라기 보다도 이런 문장들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게다가 작품 안에 아련한 연심이 적절히 녹여져 있어 '과연!'이라는 감탄사를 절로 뱉을 수밖에 없었다.

 

문득 사와자키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의 리뷰를 찾아보았다. 작성일은 2008년 12월. 그 리뷰에 나는 '깜짝 놀랄만한 사건현장도 없고, 숨막히는 추격신도 없으며 작품 전체에서도 그다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하얀 담배연기 같은 모호함이랄까. 사건을 수사하는 사와자키의 행동마저 때로는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인다. 게다가 투덜거리고 구박하면서도 사와자키를 도와주는 니시고리 경부와, 알코올 중독자이고 도망자이면서 종이비행기로 슬쩍 정보를 알려주는 와타나베 모두 개성이 살아있다. 서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 하지만 무작정 미워할 수만도 없는 관계, 좋다' 라고 적었다. 이런 관계는 [지금부터의 내일]에서도 계속되어져 이제 사와자키와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들 사이에서 은근한 브로맨스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또. 그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멋진 이야기다' 라고도 적었다.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보며 사와자키 탐정과 관련된 리뷰를 읽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건가. 내 리뷰에 혼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라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와 출판사와 맺어왔던 인연, 그 시간의 깊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 후로 어느 새 13년. 나도 나이가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지금의 내가 있고, 사와자키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는 아주 젊은 층보다 세월의 파도를 넘어 지금에 이른 사람들에게 더 잘 맞는 이야기일지도.

 

오십 년 이상 살다 보면 놀랄 일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이었다. 탐정 업무를 하는 탓에 죽음의 위협에 빈번히 노출되기도 하지만, 땅속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폭력이 상대라면 악담을 내뱉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에 들린 담배를 다시 물고 연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나는 아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p 422-423

워낙 과작으로 이름난 작가지만, 그렇기에 더 가치가 있고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살아주어 고마워요, 작가님. 사와자키를 살려주어 고마워요. 다음 작품, 당연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이들 책이 늘어나 내 책의 대부분을 친정집에 보내놓은 상태인데, 다시 생각하니 후회스럽다. 이번 주말,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자를 뒤져내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를 찾아내리라!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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