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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가 호강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 뮤지컬 2016-09-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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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장르 : 뮤지컬       지역 : 경기
기간 : 2016년 09월 03일 ~ 2016년 10월 29일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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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러 가자고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못 들어본 최신 라이센스 뮤지컬이 들어왔나 보구나"라고 생각했던 뮤지컬이 순수 국내 창작진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와 정말 놀라웠다. 이지나 연출, 조용신 극본, 김문정 음악감독 등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어벤저스급 제작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던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한 마디로 눈과 귀가 호강한 작품이었다. 


일단 첫 무대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이지나 연출 작품에서 유난히도 많이 볼 수 있는 무용수들의 무대. 흑백의 스테이지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는 순백의 몸짓들이 도리안 그레이만큼이나 아름다웠다. 1막 마지막 부분에 도리안 그레이와 무용수, 앙상블이 다 함께 하는 댄스가 결합된 무대는 배우가 가수 출신이어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멋진 장면 중 하나였다. 2막에 도리안 그레이의 내면을 액자를 통해 보여주는 씬도 미니멀한 무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느낌으로 기억된다. 


영상을 활용한 연출도 인상 깊었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를 봤을 때 "뮤지컬 무대에서 영상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본 적이 있는데, 도리안 그레이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었다. 체코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고 하더니 무대 배경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영상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대극장 무대 작품의 경우 배우들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어 답답한 부분이 있는데, 도리안 그레이는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 영상을 통해 배우들의 얼굴을 보여줘 감정이입 차원에서 친절한 뮤지컬이 되었다. 도리안 그레이와 샬롯이 함께 파티를 즐기는 장면은 영상과 무대가 결합된 장면의 진수. 앞으로 뮤지컬 무대에 3D 입체 영상이 나올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극적인 음악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극장으로 가는 길에 작품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가 김문정 음악 감독이 곡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보고 사실 "으응?" 하기도 했다. 워낙 굵직굵직한 대작들의 음악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실력에 대해선 의심할 수 없지만, 이전에 작곡을 했던 작품은 정작 '내 마음의 풍금' 이었기 때문에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역시,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 음악에 익숙한 내 귀에도 섬세하고 풍성하게 들릴 만큼 한국 관객들의 취향 저격인 곡들이 가득했다. 그 고음들을 소화하느라 배우들은 조금 힘들었겠지만, 팬들은 엄청 행복할 거다. 


배우들의 열연도 만만치 않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원 캐스트라니, 그것도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이면 말 다했지.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허스키한 목소리보다 진한 음색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동안 김준수 배우의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노래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다른 뮤지컬 배우들이 극찬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후로 처음 본 박은태 배우는 와우! 정말 노래가 장난 아니었다. 딕션이 너무 좋아서 아무리 고음을 질러도 모든 대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손짓 하나하나 허투루 하는 법 없는 듯한 깔끔한 연기도 정말 최고였다. 뮤지컬 '그날들'을 보고 감미로운 목소리에 반했던 최재웅 배우는 이번에 정말 새로운 모습을 봤다. 마냥 부드럽고 매너남스러운 모습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극한 감정을 연기하는 모습도 참 잘 소화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최재웅 배우 뮤지컬 '헤드윅'도 했던 배우인데. 하하


물론 창작극이고, 초역 작품이라서 아쉬운 점들도 여럿 보였다. 작품 전체적으로는 입체적인데 반해, 배우들의 움직임이 너무 적고, 대부분 관객을 향해 서서 넘버들을 부르다 보니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듀엣 무대만큼은 배우들이 서로를 향해 불러주기를 기대할 정도. 주연급 배우들과 앙상블의 교감이 많이 적었던 것도 아쉬웠다. 앙상블 배우들의 숫자가 타 작품에 비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두 장면을 빼곤 주연배우와 함께 등장하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대가 썰렁해 보였던 것 같기도. 여러 작품을 보면서 앙상블의 힘에 놀랐던 순간이 적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앙상블 군무에서 움직임들이 다소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연출의 의도였을까 연습 부족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아뿔싸. 이제 개막한지 3일 밖에 안된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웃음이 나왔다. 공연을 올린 후에 장면을 수정하는 작품들도 많은 게 현실인데, 내가 너무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훗훗


솔직히 이 작품의 이야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작품 관련 내용을 찾다가 제작 발표회에서 이지나 연출이 한 말을 듣고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소재로 만들다 보면 모든 작품은 비슷해지고, 문화의 다양성을 잃잖아요. 내가 이 작품을 소신껏 하겠다는 것이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문화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지나 연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제작발표회 중)


그래, 모두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 영웅 이야기로 만든 뮤지컬은 참 많다. 하지만 이런 소위 대중성은 쫓아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면, 치밀하게 짜인 뮤지컬 '스위니 토드'나 청춘을 노래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나 4대 뮤지컬인 '캣츠' 같은 작품은 볼 길이 없었겠지. 이런 점에서 이번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출연하고, 노래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정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이번 공연 보다 사실 재연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도리안 그레이와 동일시되는 김준수라는 아이콘과 같은 배우가 빠졌을 때, 이 공연의 톤 앤 매너가 전혀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컬러가 다시 입혀질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내가 라이센스 작품으로 착각한 것처럼, 현재의 이미지나 작품성으로 봤을 때 글로벌 진출도(라이센스로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색이 짙었던 국내의 여타 수출 작품과 또 다른 성과를 얻을 것 같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부디 이번 해로 끝나지 않고 뮤지컬 '베르테르'처럼 1대 김준수에 이어 다양한 개성의 도리안 그레이를 배출하며, 10년 이상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로 길이 길이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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