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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고] 이웃 사람 2 | 나의 생각과 독서 2022-06-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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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풀무문학회 또는 횡성문학회 문집에 실을 내용입니다.

갑자기 쓰려면 힘들 테니

이웃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일화들을 정리한 뒤에

가을쯤에 소설로 꾸며보고 싶네요.

내용은 당연히 허구이고요.

----------------------------------------------

 

이웃사람 B에게 느끼는 고마움

 

나는 예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성격은 협조적이었다.

나의 지지와 관계없이 나라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기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침과 저녁 기도를 할 때 나는 이런 문안을 포함시켰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000 대통령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그분이 굳센 의지와 바른 지혜로

국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게 해주시고,

우리나라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게 하여주시옵소서."

 

000에는 그 당시의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나는 그를 위해서 기도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 이후로 그 기도를 포기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명박 씨는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그것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는 현직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하곤 했다.

대통령을 위한 기도가 중단된 적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까지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탄핵 순간까지 나의 기도는 계속되었다.

즉, 이명박 씨는 내가 현직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할 때

제외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있다.

그 이유는 그가 당선 이후 방송들이

마치 땡전뉴스 시대로 돌아간 듯 느꼈기 때문이다.

뉴스마다 이비어천가를 합창하고 있는 듯해서

뉴스는 물론 텔레비전 시청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텔레비전을 안 보는 대신 그 시간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으니,

이명박 씨로 인해 나의 독서 시간이 늘어났다고 할까.

지금 2천여 권의 리뷰를 쓰게 된 계기가

이명박 씨로 인한 것이니 그는 고마운 존재라고 할 것이다.

 

요즘 나는 이웃에 사는 B에게서

이명박 씨와 비슷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나의 생사관은 좀 특이한 듯하다.

생명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할까?

중학 시절에 1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나오셔서

어디론가 가자고 했을 때는 싫다고 거절했으나,

그 뒤로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오셨을 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서 체념을 하고 따라갔다.

세월이 더 흐른 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셨을 때는

왜 가자고 안 그러시는지 오히려 의아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할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중학교에 가고,

이어서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직장 생활을 하듯,

죽음도 그런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을 일찍 떠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직장을 이직하는 경우와 다름이 없고,

더 오래 사는 사람은 정년이후에 재취업을 한 경우일 것이라는 것이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시각이다.

 

나이가 들면서 삶에 대한 집착력이 더 사라졌다.

퇴직을 한 처지의 나로서는 재산을 더 늘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글을 잘 써서 문명을 떨칠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늙어가면서 여기저기 병만 생길 듯하다.

어쩌면 치매에 걸려서 가족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르겠다.

그럭저럭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 더 많은 세월을 견디었고,

어느덧 노년의 삶에 접어들었다

그만하면 살 만큼 살지 않았겠나.

언제 떠나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B와 갈등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내가 잘못된다면 B는 통쾌하게 여길 것이다.

천벌을 받았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지도 모른다.

죽음이 두렵거나 아쉽지는 않지만,

B에게 그런 기쁨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B로 인해서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다고 할까?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 존재인 B는

어쩌면 희미해져 가는 의지를 굳게 하기 위해서

신이나 조상들이 보낸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업을 쌓으면서까지 내게 의욕을 주고 있으니

B의 존재가 어찌 고맙지 않을까.

 

* 나와 B를 주인공으로 해서 갈등 상황을 꾸미고,

  전개되는 과정을 소설로 꾸미기 위한 초고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에게서 목연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입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용 자체는 저의 창작으로 구성한 허구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쓴 작품인 「피리 부는 사나이」, 「은비령의 시간」,

 「내 친구 백옥란」, 「향숙이의 미투」 등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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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고] 이웃 사람 1 | 나의 생각과 독서 2022-06-3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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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풀무문학회 또는 횡성문학회 문집에 실을 내용입니다.

갑자기 쓰려면 힘들 테니

이웃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일화들을 정리한 뒤에

가을쯤에 소설로 꾸며보고 싶네요.

내용은 당연히 허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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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감선생과 이웃사람 B

 

읍에 나갔다가 대학 후배인 A 선생을 만났다.

그는 지금 읍내 여고의 교감으로 근무하는 중이다.

15년 전에 같은 학교에서 가깝게 지냈기에 전화를 했더니,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해서 만난 것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 동리 B가 화제에 올랐다.

"그 친구는 잘 있어요?"

 

A와 B는 중학 동창이라고 한다.

A 선생은 아마 지나가는 말로 물었겠지만, 가슴에 파도가 일었다.

B와는 갈등 중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말도 꺼내지 말게. 생각하기도 싫으니……."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

 

나는 B와의 갈등 상황을 대강 들려준 뒤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살면서 그런 사람은 처음 봐.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안 맞으면 대개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정도에서 멈췄거든.

그러다가 시일이 지나는 사이에 적당히 화해를 하면서

다시 어울리곤 했는데…….

 

그런데 B는 나와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마치 남 말을 하듯 비아냥거리더라고.

그것도 세 번이나 연이어…….

전혀 근거도 없는 말을 가지고."

 

"저런,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 두 번은 못 들은 척했지.

그전까지는 사이가 좋았기에 좀 당황스럽더라고.

할 말이 있으면 내게 직접 와서 대화를 하면 되는 것이지,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저러다 그치겠지 싶었는데.

세 번을 연이어 그러니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요?"

 

"나도 목청을 높였지.

B 씨, 그게 무슨 말이요?

당신 그러면 안 돼.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 것을 생각해도 그렇고,

내가 당신에게 큰 형님 뻘이요.

경우로 봐도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어디서 그런 수작을 하는 거요?"

 

"야! 선배님이 그렇게까지……!

그러니까 B가 뭐라고 그래요?"

 

"B도 놀란 모양이야.

내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처음 봤을 테니까.

그 이전까지는 B를 만나면

'00아빠'라고 친근하게 불렀거든.

B 씨라고 호칭을 한 것도 충격이었을 테고…….

 

바로 꼬리를 내리더라고,

말문이 막히니 다른 얘기를 중언부언하면서

그냥 자기 말만 말이라고 하더구먼.

뭐, 나의 말을 녹음을 했다나.

그걸 가지고 와 보라니까 말을 돌리고…….

내가 안 듣는 데서는 어떤 소리를 해도 자유겠지만

내 앞에서 다시는 헛소리 말라니까 알았다면서

지금까지는 나를 존경했는데,

이제 안 하겠다나."

 

"봉변을 당하셨네요.

B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요.

어수룩한 듯 보이면서도 꽁하는 성격이라.

무언가로 어긋나기 시작하면 경우가 없더라고요."

 

A 교감과 헤어져서 집에 온 뒤에 생각하니

공연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A 교감과 B는 동창이니

내가 한 말이 돌고 돌아서 B의 귀에도 들어 갈지도 모르겠다.

후회가 되면서도 다른 면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B는 만나는 사람마다

내 욕을 하고 다녔을 것이다.

내 앞에서도 그럴 정도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랬을까.

 

하긴 나도 몇몇 사람들에게 B의 언행을 말하기도 했다.

누군가 B의 말을 전하기에 그와의 관계를 들려준 것이다.

B를 비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제삼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그냥 참기만 한다면 B의 말이 진실처럼 될 것이 아닌가.

나와 B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나름의 생각을 하면서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이고,

자신들의 언행에 대해서도 생각할 것이다.

 

* 나와 B를 주인공으로 해서 갈등 상황을 꾸미고,

  전개되는 과정을 소설로 꾸밀 생각입니다.

  완성이 되면 풀무문학회나 횡성문학회 문집에 낼까 하네요.

  갈등이 전개 상황은 대강 정리가 되었는데,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어쩌면 올해 내에 완성이 힘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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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이가 전역하는 뷰티풀 군바리 326화 | 나의 생각과 독서 2022-05-0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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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착하고

군대를 통해서 성장했던 한소이가 전역하는군요.

 

3소대 김다온 수경과 1소대 한소이 수경입니다.


떠나는 날 후임병들 앞에서 하는 전역사,

김다온 수경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3소대 건강하구,

작별인사 할라치면

감상적인 척 할라치는 고참들과

달리 난 안 그래!

 

아무튼 3소대 스타일로 열심히 했으니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달래 풀고 끝내자고!

알았지!?"

 

김다온 수경은 비중이 거의 크지 않아

존재감이 없던 탓인지

특별한 느낌이 없네요.

한소이 수경의 전역사입니다.

 

"1소대 고마웠어!

잘 지내고!

많이 보고 싶을거야!

 

다들 몸 건강하구!

밥 잘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아! 공부도!

책도 틈틈이 읽었으면 좋겠어!

내가 해준 것에 비해

다들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어!

 

나답지 않게 울지 않을게!

왜냐하면 또 만날 거니깐!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리 감동적일 것도 없는 평범한 내용이지만,

후임들이 뜨겁게 박수를 친 이유는

평소 착하고 바르게 살았기 때문이겠지요.

 

1회부터 326회까지 구독한 독자로서

한소이의 전역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 작품은 2015년 2월 15일에 시작했거든요.

병력 자원이 부족해서 여성도 의무복무를 한다는 설정으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는데,

주인공 정수아가 입대에서 제대까지 다루는 듯합니다.

 

군대 복무 기간은 3년이 채 안 되는데,

이 작품은 7년이 지났는데도 끝나지 않았네요.

정수아가 수경이 되기는 했지만,

올해 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고요.

군대는 그만큼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메시지일까요?

 

그래서 이상한 병으로 군대에 안 간

높은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군대에 못 갈 정도로 허약한 체질이면서

국회의원이나 검사는 잘만 하는 것을 보니,

의원이나 검사는 사병보다는 수월한 직업인 듯하네요.

 

* 자료 출처 : 그림은 뷰티풀 군바리 326화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648419&no=332&weekday=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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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가 저장한 동기들 이름 | 나의 생각과 독서 2022-04-2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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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25수를 보면서

동기들을 바라보는 장그래의 관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25수(미생에서는 125화가 아니라 125수 *^^*)에서

장그래는 평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합니다.

동료인 조아영 씨도 함께 대리가 되었고요.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에 함께 입사했던

옛 동료들인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에게

대리 승진의 즐거운 소식을 전하는데요.

"대리가 되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해서 부끄럽기는 하지만"

"자랑하고 싶었어요."

 

장그래의 쑥스러우면서도 알리고 싶어사는 마음이 담긴

수줍은 자랑이 귀엽게 보이더군요.

 

주고받은 사연보다는

장그래의 핸드폰에 저장된 동기들에 대한 호칭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안영이 님, 장백기 씨, 한석율…….

모두 비슷한 또래의 동기이거든요.

왜 안영이는 '-님'이고,

장백기는 '-씨'이며,

한석율은 이름만 올렸을까요?

 

문득 다른 분들의 핸드폰에

나는 어떤 이름으로 저장이 되었을지 궁금했습니다.

님일까, 씨일까, 그냥 이름일까, 어떤 직책이나 별명일까,

혹시 비속어로 올린 사람은 없을까를 생각했네요.

 

* 자료 출처 : 웹툰은 미생 125수에서 갈무리했고,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담았습니다.

 https://webtoon.kakao.com/viewer/%EB%AF%B8%EC%83%9D-287/16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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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실린다면 공감하면서 읽을 듯한 아닌 줄 알지 | 나의 생각과 독서 2022-03-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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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문학회 문우인 김정자 시인의 시집이다. 발간 기념회를 겸한 3월 모임에서 이 작품집을 만난 뒤에 단숨에 읽은 작품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느낀 마음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가장 편안하게 감상한 작품들이었다. 교단에서 국어교사로 긴 세월을 보냈지만, 시는 항상 두렵다. 소설이나 수필은 물론이고 비문학인 논설문이나 설명문 등도 읽으면 그런대로 뜻은 파악이 되는데, 시의 경우는 그것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시는 아무리 읽어도 시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아닌 줄 알지』에 담긴 시들은 그런 작품이 단 한 편도 없었다. 시인은 직장에서는 평생 동안 어린이들을 지도한 선생님이었고, 가정에서는 어머니였다. 교사의 마음과 어머니의 마음만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시가 없었다. 때로는 공감하고, 더러는 가슴을 치면서, 간간이 웃음을 머금다가, 가끔은 뭉클한 마음에 먼 산을 보면서 책장을 넘겼다.

 

둘째, 시집 속의 작품을 두어 수 감상해 보겠다.

횡성문학회 시화전에서 전시하기도 했던 「몰랐니?(15쪽)」이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학용품,

책꽂이에 뒤죽박죽 꽂혀진 책들,

두리뭉실 침대 위의 이불,

여기저기 아무 데나 걸쳐놓은 옷들…….

(『몰랐니?」1연과 3연)"

 

책상 위, 책꽂이, 침대 위 등의 자리에 '나'는 없지만,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 나의 영혼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지만, 이 말을 듣는 이는 그 아이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인지도 모르겠다.

 

아……,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내가 떠난, 또는 내가 없는 그 자리에서 나의 민낯을 보았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표제작인 「아닌 줄 알지(75쪽)」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엘리베이터에서만 그랬을까?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곳곳에서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청춘인데 아마도 다른 사람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가 '자신에 대한 호칭'임을 깨달았을 때의 곤혹스러움, 아니 서글픔이라고 해야 할까? 마트나 금융기관 창구에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 듯하다. '아버님' 또는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듯한데, 30대 내외의 직원에게 그런 호칭으로 불릴 정도라면 이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었다는 신호일 것이다.

 

문득 김정자 시인과 다른 쪽으로 생각한 시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착각

 

아직도 유격훈련을 거뜬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질풍노도 신나게 공을 몰아

멋지게 슈팅할 수도 있으며

 

나의 부하였던 사람들은 모두가

나를 훌륭한 상관이었다고

지금도 존경한다고 믿는 생각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멋지게 본다고 생각하며 흐뭇해 한다

 

아주아주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 그녀가

지금도 나를 잊지 못해 가끔씩

내 생각을 한다고 믿는 것

 

이 모두가 「아름다운 착각」일지라도

나는 진정 행복하노라.(심정식 시인의 「아름다운 착각」 전문)

 

지금은 노년에 접어든 육군 장교 출신인 심정식 시인의 「아름다운 착각」이다. 시인은 '아름다운 착각'이라고 표현했지만, 타인이 볼 때는 '주제 파악을 못하는 착각'이 아닐까 싶다. 남이 부르는 '할머니'를 내가 아니라고 착각하거나, 자신을 '아직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은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겪어야 할 삶의 과정이다.

 

그래도 김정자 시인이나 심정식 시인은 슬기로웠다. '할머니'가 자신에 대한 호칭인 것을 알고 있고, '아직도 청춘'이라는 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시를 쓰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는가 보다.

 

넷째, 김성수 시인의 해설이 좋았다. 『아닌 줄 알지』 뒤에는 김성수 시인의 해설이 있었다. 8쪽에 이르니 짧지 않은 시평이다. 시나 소설 작품집을 보면 간혹 평론가의 해설이 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가급적이면 그 해설을 읽지 않으며, 읽더라도 앞 부분에서 머리가 아프면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작품만으로 충분히 느끼고 깨달음과 감동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을 읽으면 오히려 시가 더욱 어렵게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성수 시인의 해설은 김정자 시인의 작품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말로 할 때 보다 편지를 쓰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때가 있다. 편지로 쓰면 그만큼 여유도 생기고 전하고 싶은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제대로 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편지는 참 다양하다. 멀리 가까이 또는 옛날이나 미래에도 편지를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느린 우체통이 생겨서 여기에 편지를 부치면 한 달 후, 또는 일 년 후, 길게는 몇 년 후라도 편지가 배달되어 수신인이 읽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의 내가 십 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고, 편지가 오는 그 오랜 시간을 호기심과 그리움으로 기다릴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삶이 여유롭지 않겠는가?

 

김정자 시인은 꿈 많던 어린 시절로 편지를 보낸다. 구구절절 그리움과 정겨움이 가득 담겨진 편지를. 바로 이런 마음이 동심의 경지이며 동시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고향, 어머니, 그리고 유년 시절의 그리운 추억들……. 그것들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작품화한 것이 이 동시라고 생각한다. 동시로 편지를 썼지만 김 시인은 그에 대한 답장을 어쩌면 꿈속에서 꼭 받을 것이라 생각된다.(100쪽)"

 

정자 시인의 「어린 시절로 보내는 편지」에 대한 김성수 시인의 해설 일부이다.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한 아름다운 해설이면서, 작품에 대한 친절한 안내이기도 하다. 김성수 시인은 김정자 시인의 선배 교사이면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던 동료이기도 했다. 서로를 잘 아니까 이런 정감 어린 해설이 가능한 듯하다.

 

김성수 시인은 『아닌 줄 알지』의 구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시집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한 듯해서 소개한다.

 

"1부 「아이, 아이야」는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진솔한 동심을 되살리는 내용이고, 2부 「꿈의 동네」는 어린이와 함께 했던 때 묻지 않은 꿈과 소망에 대한 이야기이며, 3부 「마음의 그림」은 정겹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마음속 도화지에 그려보는 동심의 재현이고, 4부 「그리움이 크다」는 동심으로 되돌려 보내는 정겨운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95쪽, 김성수 시인의 해설에서 갈무리)"

 

다섯째,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은 시들이라고 느꼈다. 국어교사로 교단에서 문학 작품을 지도할 때 더러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설명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참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도 민망함을 느끼기도 했다. 교사 자신도 이해를 못 하면서 하는 설명을 들은 학생들이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 교사가 '아름다운 시'라거나, '가슴을 울리는 명작'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스스로 공감하지 못하는 말이라면 학생들이 어찌 아름다움이나 가슴이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문학이나 예술적인 면에서는 내가 판단할 능력이 없지만……. 최소한 교사들 중에서는 『아닌 줄 알지』에 담긴 정서나 시인이 전하려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김 시인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린다면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여섯째, 이 책에 대한 아쉬움도 덧붙인다. 내게는 책의 글씨가 너무 작게 느껴져서 눈을 크게 뜨고 읽어야 했다. 보다 많은 작품을 담으려는 시인의 마음과 함께 자신을 숨기려는 겸손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고, 보물이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는 법이다. 글씨가 작다고 해서 안 보일 정도는 아니고, 울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름다운 작품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작은 글씨로 인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작품들 중에는 어머니나 교사가 아이나 학생에게 들려주는 듯한 내용이 많았다. 그렇다면 동시에 가까운 작품들일까?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편지글 형식의 서문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어린 왕자』의 서문 일부)'

 

그래서 『어린 왕자』를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말한다. 김정자 시인의 작품 중에서 '어른을 위한 동시'라는 느낌이 든 경우가 많았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부모 세대는 물론 어르신 세대까지 모두 읽어도 좋다고 본다.

 

* 김정자 시인은 1987년에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 「숨바꼭질」로 당선되어 등단한 후 35년 동안 아름다운 감성으로 많은 작품을 쓰고 있다. 『아닌 줄 알지』는 그중에 78편을 가려서 펴낸 첫 시집이다.

 

김 시인과 작품 비교를 한 심정식 시인은 횡성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장교로 복무하다가 전역했다. 시집으로 『아름다운 착각』이 있고, 2021년에 화랑대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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