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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나의 어디, 너의 어디 | 기본 카테고리 2022-05-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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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안시내 저
푸른향기 | 2022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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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출판사 서포터즈를 하면

새로운 작가님들을 많이 알 수 있다.

글의 시작점에 함께 서 있을 수 있다는 기쁨??

이번에는 직접 작가님을 만나 뵐 수 있어서

책을 두어 번 읽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는 여행 에세이 쪽이었다가

이번 책이 바로 첫 산문 !

추천사에도 나온 말이었지만,

정말 "모든 게 진심이라 어쩐지 아슬아슬한"

그런 솔직함의 날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한 자락 恣樂]

나는 종종 일상을 치르다 그 겨울을 떠올린다.

가장 물렁했던 순간. 내가 보내던 비슷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알아챘던 긴 겨울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묵묵히 버텨가는 사람들의 커다란 위로를. 눈물에 담긴 진심을. 다정한 목소리의 힘을. 잠이 주는 온기를. 바람이 불고 지나간 겨울나무의 흔적을.-----------------------------

너무도 특별한,

보통의 하루를 떠올린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162 쪽


??껍데기들에 관하여

나는 사람의 살을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의 팔뚝 언저리를 붙잡거나, 아이들의 불그스름한 볼에 손을 대거나, 노인의 늘어난 살들을 조물조물한다. 나는 그것들이 껍질이 아니라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약한 살갗들이 아니라, 우리 몸을 감싸는 단단한 표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껍데기들은 내가 만져야만 비로소 살갗이 된다. 나는 그래서 사람을 만진다. 손끝에 느껴지는 각자의 체온들은, 각자를 설명한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24쪽

살갗, 피부, 껍질이라는 단어보다 껍데기라는 말이 와닿는다. 껍데기는 가라, 뭐 이런 느낌으로도 익숙하다. '내가 만져야만 비로소 살갗'이 되는 것들. 누군가와 처음 맞닿았을 때, 다들 놀라워했다. "응? 손이 왜 이리 차가워?"라거나, "너 엄청 시원하다!"라면서. 눈으로 보기만 하던 껍데기들은 닿고 나서야 살갗이 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왠지 더 가까웁다. 나보다 따뜻하거나 나보다 차운 그들의 체온은 딱 그들 같다.

누군가와 손을 잡았을 때, 그 사람이 나를 감싸 안았을 때의 온기나 살짝 차워지는 느낌 모두 사랑하고 싶다. 나의 체온이 당신에게 '나' 같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은 껍데기가 아닌, 죽은 살갗 정도로 남고 싶다.

_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그를 보고 있으면, 꽃을 쫓는 얼룩진 나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풀나풀하다 날아갈 것 같았다. 제풀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저런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얕은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거나 바스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기쁘지 않아도 웃는, 늘 들떠있던 그의 뒷모습에서 나를 보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잘 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29-30쪽

ⓒ mcbrae, 출처 Unsplash

여행 중 만난 궁짱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였다. 계속해서 사라졌지만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좋은 것일까.

나의 빈 곳은 놀랍게도 찾아내 채워주지만, 당신의 어딘가를 보담아주고 싶을 때는 없다면. 퍼부어지는 사랑을 받지만, 흘러넘치는 마음을 전할 수 없다면?

북 콘서트에서 작가님은 제목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에 대한 답으로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은 아주 다양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 설명을 들으며 책이 다시 한번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의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일까. 어떤 이는 사랑이 사람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의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겼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평생을 알고 있다. 궁짱의 뒷모습에서 '나'를 느꼈다는 건, 우리 모두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들을 갈급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_

??바다 소년, 칸

어른이 되어서는, 돈이나 일보다 내 호기심과 뛰는 심장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도리어 내 인생에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64쪽

어른이 되어서는 그 가슴 뛰는 것들을 무시하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그런 것들이 가볍게 제쳐졌다. 쉽게 찾아오지 않기에,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돈'이나 '일', '미래' 같은 것보다 우선 쫓아갈 수 있는 그 용기가 벌써 부럽다.

북 콘서트 하면서 작가님은 자신의 20대가 무모한 용기로 가득했다고 했다. 안전망을 제거하려고 1년 남은 대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안전망을 제거하면,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은 것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었다.

- 안전망 제거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작가님은 가만 생각하더니, "아직 그게 옳은 것이라고, 선뜻 해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것을 해봤지만, 좋은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 걸음 안전망을 벗어난 사람으로서도 가져야 하는 무거움도 함께 느껴졌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끝없이 도전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잔잔히 흘러가는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어쩌면 작가님이 효과적인 안전망 제거 방법을 알려주셨어도, 나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저 그 방법을 언젠가 해야지,라고 중얼거리면서 내가 꼭 열어야 할 문을 등지고는 엉뚱한 문의 열쇠를 찾아 헤맬 수도 있다. 열어야 할 문을 열자. 가슴 뛰는 일은 모두 다를 테니.

_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83쪽

_

??열한 번의 장례식

그날의 장례식에서 나는 제대로 슬퍼하는 방법을 몰랐다.

나는 겨울을 내리 울고 결심했다. 예고 없는 눈물을 막기 위해, 딱 일주일에 한 번 그를 위한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복잡한 장례 절차는 없다. 그가 좋아하던 노래와 쏟아낼 눈물만 필요했다. … 처음 몇 번은 하루 종일 울었고, 다음 몇 번은 세 시간도 못 울었고, 어떤 날은 오 분만 울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145쪽

연말쯤이 되면 새해를 준비하며 유서 비슷한 것을 작성하기로 했었다. 여전히 살아서 1년을 보낸다면 어딘가에 짱박혀 찌끄래기가 될 종이짝을 여러 번 들여다보며 수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 이야기의 주제가 '죽음'일 때는 나의 장례식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때때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생각한다. 아빠는 나무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눈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손잡고 지냈던 사람을 더 이상 품을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무너짐을 몇 번 보았다. 그럼에도 조금은 다행인지,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알게 된 것이 있다. 장례식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이미 사라지고 없는 나를 애정 했던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장례가 더 이상 '식(式)'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162쪽

_

??사랑의 점수

나는 지연에게는 99점 중에 80점만큼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98점만큼이나 사랑한 그 애에게는 35점 정도의 사랑만 보여준 것이 화가 났다. 사랑이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처럼 미숙한 사랑도 있는 걸 걔가 이제는 알아채기를 간절히 빌었다. 사실은 내가 98점만큼 너를 사랑한다고 꼭 말해볼걸. 사랑에 점수를 매겨서라도 알려줘 볼걸. 90점보다도 높은, 거의 100점만큼이나 너를 사랑한다고 너의 어느 외로웠던 생일에 편지라도 전해볼걸.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168쪽

여전히 미숙하지만, 이보다 더 어렸던 때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있잖아.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준 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분명 100을 줬는데, 돌아오는 건 왜 20도 안 되는 것 같을까.

딱히 누군가를 떠올리며 말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이 부족하다고 떼쓰는 건 아니었는데. 아니,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숫자는 징그럽지만, "그래도 사랑만큼은 숫자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169)"이었을지도.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는 이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주고 있는 사랑이 나에게 100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우습게도 이후에는 몇 번,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100의 사랑을 주는데, 20밖에 받지 못한 것 같다는 이들이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던 거다. 사랑이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있는 그대로 열어주지 못하고 나만의 테두리를 여러 겹 둘러싼 사람. 그런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으면서도. 그 후로는 귀 끝이 살짝 부끄러워질,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릴, 그런 말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숫자로 매겨지는 건 싫지만, 98점만큼이나 너를 사랑한다고 알려주고 싶고, 나 역시 알고 싶다.

_

??당신에게서 졸업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떠난 인연들을 생각하면 서운하다. 드문드문 올라오는 어린 날의 우정과 사랑이 유난히 빛나서일 수도 있다. 싸워서도, 미워할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멀어진 미지근한 친구 관계와 기억 속에만 존재하거나 애매한 친구가 되어버린 옛 연인들. 결국, 언니의 말이 어느 정도 맞았음을 인정한다. 우리가 나누던 속 깊은 대화와 함께 겪은 모든 낮과 밤은 시간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만남과 이별이 차곡차곡 쌓여서 일상이 되고, 미련 없는 관계에 안도해버린다. 이런 게 어른인 줄 알았다면 나는 어린 시절,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절대로 말하지 않았을 거다.

재미없는 어른이 된 나는 작은 선의에 감동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눈물 흘리던 순수의 시절이 가끔 그립다. 다치고 넘어져도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 걸어가려던 청년, 낯선 이를 알아가는 호기심 많은 여행자. 반짝거리는 어린아이의 눈. 쉬이 기대고 위로받는 누군가의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 어쩌면 빈도와 온도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도 나처럼, 그리운 걸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대처럼 서로를 온전히 다 알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가장 생기 있던 순간을 이미 마음 한켠에 간직한 채로, 적당히 미지근하게 지낼지라도.

모든 것이 사무치게 외로운 어느 밤, 나는 생각한다. 아직도 당신들의 오래된 친구로 남아 있길 바란다고, 나를 영영 지우지는 말아줬으면 한다고. 여전히 당신들에게서 졸업하고 싶지 않다고.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244-245쪽

??푸른향기 서포터즈??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당 도서는 ??푸른향기??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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