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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

라이브 저/김희성 역
성안당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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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는 병법에 이르길, '지피지기 백전불태'라 했고,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했다. 두 가지 명언이 말하고 있는 공통점은 바로 '지식의 위대한 힘'이다. 그래서 수많은 지식인들이 말하길, '아는 만큼 보인다'며 지식쌓기를 예찬하길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덕후들에게 감탄하고 열광하는 까닭은 그들의 '무한한 지식'에서 끝없는 열정과 함께 방대한 지식을 통해 얻어지는 '무엇'이 틀림없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백과전서'적 단순암기의 나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시 말해, 방대한 지식을 무조건 외우고 아무런 결과를 도출해내지도 않고, 의미부여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단순지식'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서는 '인공지능(AI)'가 더 잘하게 될 분야이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개인비서화' 된 인공지능에게 궁금한 지식이나 원하는 정보를 요구하면 쏟아져 나올 '단순지식' 말이다. 하지만 '자비스'에겐 방대한 양의 단순지식에 불과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천재적 발상'이 더해져서 방대한 지식 가운데서 원하는 정보를 골라내고, 그 정보들을 '재구성'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렇듯 '지식정보' 자체는 그저그런 지식에 불과하지만 '지식'에 목표를 부여하고, '정보'에 가치를 담으면 분명한 목적을 갖고 가치를 뿜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제공하게 된다는 말이다.

 

  정리하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가 되고, 방대한 정보에 목적을 부여하면 필요한 정보로 요약이 되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지식정보에 가치를 부여하면 어떤 문제라고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덕후들의 지식'을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목적'을 부여하고, '가치'를 담아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 <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본 대중을 위한 일본잡학사전'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할 듯 싶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드라마, 소설 등을 창작하기 위한 모티브가 된 '원전'에 대한 개념설명이 짤막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오타쿠(덕후)가 아니라면 듣도 보도 못한 '일본 대중매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나열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 나라 일반독자들이 이 책을 읽다보면, 이해되는 것보다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더 많아서 신선한 충격을 넘어 신비로움마저 느낄지 모르겠다.

 

  이렇게 '일본 대중을 위한 잡학지식'이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나라에 굳이 소개되어져야 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더구나 교양이라고 부르기에도 수준이 떨어져보이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따위의 상식을 우리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질 만도 하다.

 

  하지만 MZ세대에게는 '교양'이라는 개념을 좀 다르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세대'에게 너튜브 동영상이 TV를 대신하고, 뉴스를 대신하며, 최신 트랜드를 읽을 수 있는 '만능채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과학습이나 대학강의조차 '너튜브'를 통해서 최고의 권위와 실력을 갖춘 선생과 교수에게 사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MZ세대에게 애니메이션과 웹툰, 게임은 이미 '필수교양'으로 선택된 지 오래 되었다. 우리 나라 젊은 세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젊은 세대는 더욱 뚜렷한 '현상'이 된 지 오래 되었다. 일본의 독서인구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곤 하지만,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의 거의 대부분이 '만화책'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교과서나 교양정보를 다룬 책들조차 '만화책'으로 만들지 않으면 읽지 않는 세대가 많아졌다고 한다. 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탔기 때문에 '어려운 책'만 읽는다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일본이 '만화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직 만화가 아니면 읽지 않고, 보지 않는 세대'가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교양지식'을 다룬 책이 된 것도 단순한 오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일본에선 꽤나 진지한 내용인 셈이다. 일단 '만화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일본 대중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의식수준'을 파악하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일본인에게서 '한국에 대한 상식'이 전무하다는 사실도 함께 이해하면 일본을 이해하기 더 쉬운 듯 싶다. 먼저, 이 책에는 밝고 긍정적인 교양지식보다 어둡고 저열한 교양지식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요일별'로 하나의 꼭지를 삼아 [역사 / 신화,전설 / 문학 / 과학,수학 / 철학,심리,사상 / 오컬트,불가사의 / 종교]를 다루고 있는데, 거의 모든 꼭지에서 기괴한 내용을 다루거나 악마에 대한 정보를 빼곡히 담아 놓았다. 험담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나도 한때는 '오컬트'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악마숭배'와 관련된 종교/신화/민담/설화까지 섭렵했던 적이 있었고, 세상의 모든 악령/귀신/요괴/괴물 따위에 열광했으며, 신비하고 음침한 '어둠의 자료'들을 탐독했었더랬다. 그래서 공포물과 호러물, 기괴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넘어 '판타지 장르'까지 고증분석을 할 정도로 실력을 쌓기도 했더랬다. 그래서 요즘도 웬만한 게임이나 만화, 영화 속 모티브나 시나리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정도다. 암튼, 지식을 쌓으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한편, 이렇게나 잡다한 지식을 나열했는데도 이 책에서 '한국적인 요소'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일본, 중국, 인도, 그리고 그밖의 지식들은 서양으로 뭉뚱그려져서 소개되고 있었다. 물론,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게임 등의 소재를 나열한 교양지식 책이니 그렇다. 그런데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쏙 빼놓았을까? 모르긴 몰라도 일본인들의 의식 저변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예 없애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다루더라도 '없어도 그만'일 정도로 미미할 것이다. 이게 일본인들이 깔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다. 없어도 그만이고, 있으면 불쾌해지는...

 

  그래서 우리가 기분 나빠해야 할까? 감히 일본 따위가 한국을 무시한다고 역정을 내야 할까? 정답은 '그럴 필요 없다'다. 굳이 일본이 한국을 의식해주지 않아줬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쭈욱 그래준다면 오히려 고마울 정도다. 우리가 일본을 속속들이 알아가는데 그들이 한국을 깜깜하게 모르고 있다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왜냐면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뒤따르던 시절을 지나 세계를 선도하는 시대를 열어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은 인정하기 싫은지 모르겠지만 전세계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본을 속속들이 알아야만 한다. 앞으로 더욱더 말이다.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뒤쫓던 시절과는 분명 다르게 '일본에 대한 정보'를 캐내야 한다. 일본의 선진기술과 일본에 대한 고급지식만 선별적으로 골라 탐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매우 광범위한 자세로 '일본의 모든 것'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분명 얻는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필터링'을 거치고 나면 '일본의 허섭한 지식정보'조차 보물단지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지금 전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한류', 그리고 'K-컬쳐'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필터링'을 거쳐서 새롭게 탄생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화의 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고 새롭게 재창조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한민국의 힘은 다름 아니라 '지식쌓기'에서 시작하고 말이다. 진정한 덕후들의 교양 수업은 바로 이런 것이 틀림없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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