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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구드룬 파우제방 저/최혜란 그림/함미라 역
보물창고 | 200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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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모였다. 물론 예전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풀피리님, 쭈양, 그리고 나...아니 다시 부르자. 혜원샘, 희진양 그리고 지아. 이렇게 셋이 모여 단출하게 다시 토론회를 시작하였다.

 

 장소도 바꾸었다. 신촌 민들레영토에서 세미나실을 빌려 매달 열었던 토론회. 그곳의 기억은 추억으로 간직하며 다시 예전만큼의 규모가 되면 그때 다시 그곳에서 열고자 하였다. 그래서 다시 모인 장소는 <부천역 근처>.

 

 사실 또 한 명을 꼬시려고 했다. 처음 만나는 자유로 불렸던 현귀샘. 다시 모이자는데 너무 소극적이어서 장소라도 집과 가까우면 나올까 싶었는데 늘 '선약이 있다', '그날은 집안일이 있다' 등등 핑계를 대며 나오지 않았다. 안 놀아~ㅡ-^

 

2

 6시로 잡은 약속은 점점 당겨져 2시가 되었다가, 1시로 결정을 하더니 정작 시간을 당긴 아가씨들(?)이 늦게 도착하였다. 나 삐침이야~

 

 

 [벌써 3년]

 

  혜원샘과 희진양을 부천역 앞에서 만나고 헤어진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건 이 글을 다 쓰지 못한 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와 같은 뜻일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이들과 만남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아쉬움도 큰 법. 난 이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바랐나 보다.

 

 [내가 바란 것]

 

  난 무척이나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어릴 적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덕분에 늘 혼자 집을 보기 일쑤였다. 또 일곱 살 터울인 여동생이 있으나 서로 성격이나 취향이 너무나도 달라 아웅다웅 다투기 일쑤였지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조차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더구나 중학교부터 온통 남자투성이인 곳으로만 적을 두었더니 변변한 여자친구는 사귀지도 못해 보았고, 남자친구라고 해도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적인 친구>가 없으니 그야말로 혼자. 외톨이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집에는 TV라는 친구가 있어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를 반겨주었고, 밖에는 오락실이란 공간이 있어서 동전 하나만 있어도 나랑 1~2시간 정도는 즐겁게 대화와 스킨쉽을 허락하곤 했었다.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내가 "죽어라~"를 외치며 단추(버튼)을 사정없이 두드려대면 정말로 죽는 시늉뿐만 아니라 죽어주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절친(?)을 멀리하게 된 건 <책>이라는 친구 덕분이었다. 중학시절엔 <추리소설>, 고교시절엔 <무협지>. 대학시절엔 잠시 책을 멀리했지만, 이십대 중반부터 다시 책을 잡기 시작하자 무섭게 읽어댔다. 1년에 100권 읽기에 도전하며 1년에 거의 200여 권씩 읽어대며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책을 읽고 나면 <공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책을 즐겨 읽은 사람들은 아시리라 믿는다. 나는 이런 느낌을 얻을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떨까? 그러다 찾게 된 게 <인터넷 책 카페>와 <블로거>들이었다. 이곳에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과 책을 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다 만난 이들이 바로 <토론회 사람들>이었다. 그 가운데 혜원샘과 희진양도 시차를 두고서 차례차례 만났다.

 

  이런 내가 이들에게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이야기>였다. 애정이 듬뿍 담긴 이야기말이다. 정말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가까운 카페로]

 

  시간은 흘러 벌써 1시30분이 넘었다. 조금 늦는다는. 거의 다왔다는 문자메시지가 왔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그닥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다. 불만. 아니 삐침에 더 가깝다. 37분. 혜원샘이 부천역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나오는데도 한 눈에 알아보다니...

 

  희진양은 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으니, 그동안 부천역 앞에서 혜원샘과 나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짝 뾰루퉁한 내 말에 혜원샘은 달래듯이 답을 해준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닌데...

 

  희진양까지 오고서 우리 셋은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다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까]

 

  예전에 비하면 참 초라한 만남이었다. 한 때는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또 떠들어도 모자라 밤을 지새우지 일쑤였고, 한밤중이라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아쉬워했고, 올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였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우리 셋은 바로 이 때를 그리워하며 서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궁리들을 조심스레 꺼내 놓았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실망과 상처 때문에, 혹은 바쁜 일과 덕분에 더이상은 올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젠 더이상 바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가 푸념과 함께 나왔다.

 

 [구드룬 파우제방]

 

  토론회이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땠어요? 이 책."

 

  "지아님이 선정한 책이니 먼저 말해보아요."

 

  "음..이 책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리 오래 떠들지 못했다. 혜원샘과 나는 선생이니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지만, 희진양(지금은 선생이 되는 공부를 하는 중)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가벼운 이야기만 즐겨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깊은 이야기는 좀처럼 나눌 수가 없었다.

 

  더구나 혜원샘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토론>을 벌이기보다는 각자 세미나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나마 한 명은 질문을 모르는 패널이 되어서...

 

  결국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이야기>를 접어야 했고, 마침맞게 희진양도 성당엘 가보아야 한다며 자리를 떳다.

 

 [다음은 있을까?]

 

  희진양이 가고나서 둘만 남은 우리는 애초에 부르려했던 '처음 만나는 자유'에게 연락을 했다. 결과는 안 나올 수 없다는 얘기. 결국 카페를 나온 혜원샘과 나는 바로 근처에 있는 <이화 주막>으로 갔다.

 

  혜원샘은 소주, 난 막걸리. 안주는 두부김치와 해물파전.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것도 불협화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술 한잔 들어가니 술술 나오는 이야기보따리.

 

  사는 이야기..돈벌이는 괜찮나? 사귀는 사람은 있나? 책 이야기..사실 이번 책은 별로 재미가 없는 책이었다. 다른 책을 선정해보자. 그럼 어떤 장르? <문학?> 이건 내가 잘 모르고, <비문학?> 이건 혜원샘이 잘 모르고..그러다 영화 이야기가 나왔지.

 

  칼 세이건의 <콘택트>. 3년 전에도 오래된 영화였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혜원샘. 주제가 뭐였죠?

 

  "여주인공이 이런 얘기를 해요. '만약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그건 정말 큰 공간낭비일거예요' 뭐, 남자주인공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죠. 여주인공은 <과학자>, 남주인공은 <성직자> 둘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죠."

 

  "와~ 지아님, 그걸 다 기억해요?"

 

  "몇 년 전에 다운받아 영화를 봤어요."

 

  "참, 지아님의 기억력은 남다른 것 같아요. 몇 년 전 기억도 다 떠올리는 걸 보면요."

 

  "어쨌든 이 영화의 주제는 '과학적 신념이든 신학적 신념이든 결국 최종결론은 같다'는 거예요. 뭐, 제가 생각하기에는 말이죠."

 

  "그게 무슨 말이죠?"

 

  "음...여주인공은 <과학자>이기에 신의 존재를 믿진 않죠. 그러나 결국 탐사선을 타고서는 <황홀경>을 경험해요. 미지의 존재와 조우한 여주인공이 내린 결론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남주인공은 <성직자>예요. 신의 존재를 믿죠. 그래서 늘 신앙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황홀경>. 즉,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얻는 경이로운 경험이죠. 그래서 남주인공이 내린 결론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분이 계시다'는 거죠."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경험을 한다."

 

  "칼 세이건은 <과학자>와 <성직자>가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은 서로 대립하기 일쑤죠. 미국이란 현실에서는 더욱더요. 사실 요즘 미국에선 <지적설계자>라는 이론이 새롭게 등장하며 이른바 <창조과학>이라는 게 부각되고 있어요. 이게 뭐냐면 간단히 말해서 신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거예요."

 

  "이걸 지금 미국에선 아이들에게까지 가르치려고 하고 있지요. 과학시간에 말이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단다. 우주의 모든 것을 말이지'..예를 든다면 말예요."

 

  이때쯤 혜원샘에게 전화가 왔다. 훈이형이다. 온단다. 와도 되냐고 혜원샘이 묻는데 난 상관없다고 했다. 사실 훈이형과는 껄끄러운 게 있다. 우리 둘 모두 서로 고집불통이었기 때문에 한 번 논쟁이 붙으면 서로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훈이형이 왔다. 오자마자 무슨 막걸리냐며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으이그..그냥 남 쳐묵는 거 그냥 봐주면 안 되나..싶었지만 또 다투고 싶지 않아...훈이형이 질색하는 닭발안주 시키는 걸로 분을 삭였다.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나누는 데 훈이형만한 사람도 없다. 해박한 지식에, 논리정연한 말솜씨에, 지독한 고집쟁이라서 한 번 논쟁이 불 붙으면 좀처럼 심심해할 겨를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더이상은 논쟁을 걸고 싶지 않다. 잘난 척도 보기 싫다. 난 이제 지쳤다. 싸우려는 게 아닌데, 그냥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인데...서로 어깃장을 부리기 일쑤고 서로 약점을 찾아 공격하고 만다.

 

  이건 아니다. 더이상 아니다. 이젠 헤어질 때가 왔다. 정말 아쉽지만...

 

 [에필로그]

 

  그 뒤로 혜원샘과 희진양과는 몇 차례 더 만났다. 아쉽게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의 신변잡기를 나누거나 영화를 함께 보거나...벌써 1년도 넘은 일이 되어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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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너 죽었으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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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열린책들 | 200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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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빠, 토론회 어땠어요?

 

-한마디만 한다면 이번 토론은 썩 맘에 들지 않는구나.

아서라, 사내자식이 주절주절 떠벌리는 것도 우습다. 어쩌겠누언변이 청산유수 같지 않음을 탓해야지.

! 더 이상 묻지 말아라.

 

 

2

-음그럼 언니는 어땠어요?

 

-얘얘말도 마라. 내가 하고싶은 얘기의 반도 못하고 왔다.

어차피 나와는 딴판으로 읽었을 거라는 걸 짐작 못한 건 아니지만일단 그 선정도서에서 뭘 얘기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일단 내 감상부터 얘기하자면

무슨 책이 그러니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야그러다 죽어.

확실하게 죽었다고 써있지는 않지만

다가오는 불빛에 뛰어들었다면서 책이 끝나지그럼 죽었다는 거잖아. 그것두 자살의 형식을 빌어서

그게 뭐니나같으면 그렇게 우롱당하고 기만당했으면 너 죽고 나 살자란 식으로 악에 받쳐 살겠다.

 

한마디로 주인공이 무능해.

아니지 무능한 건 아니다. 번듯한 소방수라는 직업도 있었고 막대한 액수의 상속도 받았고

이혼하긴 했지만 슬하에 두살바기 딸아이도 있고

한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의 매력도 가졌고또 사람이 착해보이더라.

그 정도면 무난한 삶을 살아도 되지.

 

근데 뭐니 그 무계획성에, 그동안 억눌린 감정을 폭발 시키듯이 터트리는 만끽이라니그런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 즐겁다나 어쨌다나

나 같으면 그 돈 생기면 딸아이랑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겠다최소한 흥청망청 그 돈을 날릴 생각은 안하겠지

 

우쨌든 소설은 소설이니주인공이 그렇게 하겠다는 데 우짜겠어. 하는 꼬락서니나 지켜봐야지.

지켜봤지근데 이 우라질 놈이 뒈지잖아복수를 했어야지. 복수를

그 하인이랑 사위란 놈하고만 같이 뒈지면 끝이야?

정작 자기를 기만하고 우롱한 쨔사는 복권당첨으로 갑부가 된 플라워와 스톤이란 놈이 아니겠어.

그 자식들에게 본때를 보여줬어야지.

한 남자의 인생을 그렇게 가지고 노나. 나한테 걸렸음 뒈졌으

 

그리고 거기에 설득당해 그 막노동하는 주인공은 또 뭐야.

섬강님은 그러대주인공 나쉬는 그 무의미해 보이는 일을 통해서 무언가를 깨우쳤다고인생의 의미라나 삶의 목적이라나

 

그렇다고 치자고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똑 같은 현실에 처하면 같은 결정을 내렸을거야.

인생의 한 번쯤 힘든 노동을 통한 짜릿함을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나쉬란 짜식은 그런 짜릿함을 느끼기보단 남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잖아.

그리고 제대로 한 번 반항도 안해뭐니 이 남자

 

뭐 내 감상따위는 이정도만 하고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해야겠지.

근데 솔직히 뭔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드라

이 책의 제목이 <우연의 음악>이잖니.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걸 뜻하는 거겠지.

실제로 소설 속의 주인공은 우연한 삶을 살아가요.

그 뒤에 뭐랬더라뭐라고뭐라고 설명을 하는데도 한 개도 못 알아 먹겠는거야

참내 가방끈 짧은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더라

또 자기네둘이서는 우연이 상징하는 것이 이거네 저거네 말들도 많더만 껴들수가 있어야지.

 

그렇다고 그런 상황이 싫었다는 건 아니다.

꼭 먹을 거 많은 잔치에 별로 내키지 않은 음식들만 즐비한 느낌이었다는 거지

남들은 참 맛있게 먹는데정작 나는 그 맛을 모르니..쩝쩝

 

 

3

사실 문학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는 거거든

어떻게 보면 좋은 문학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무궁무진한씹으면 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계속 나오는 거랄 수 있는 거거든

 

일례로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들 수 있겠지.

그 짧은 단편을 읽고서 느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거야.

 

어떤 사람은 무진기행의 부재를 달자면 <타지에서의 로맨스>라더라.

주인공 윤희중과 하인숙의 사랑장면이 인상 깊었다는 뜻이겠지.

 

또 어떤 사람은 <가진 자의 뻔뻔함>이라고 하더라고

어쨌든 주인공은 마누라 잘 만나서 부유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고향에 와서 사랑이랍시고 여자와 놀아나다가 마누라의 호출에 부리나케 떠나더라.

더구나 떠나면서 심히 부끄럽다고 뻔뻔스레 얘기하더라

 

다른 사람에겐 <무진의 안개와 자신 경험 속의 안개의 추억>이었지.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의 간병하다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그 때 마침 새벽안개가 자욱한데

소설속에선 주인공이 제약회사 이사인데 고향인 무진으로 내려가면서 무진의 안개와 햇볕을 적절히 섞으면 최고의 수면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대목이 있는데 그 수면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을 했었다고

 

<우연의 음악>도 그렇게 읽으면 되겠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쉬가 자살만 안했어도 그런대로 읽을만 했을 텐데죽긴 왜 죽어.

사랑만 하며 살아도 모자란 삶인데왠 불평불만들이 많냔 말이야.

내가 왜 이러는지 알지. 자살 예찬론자가 있잖아.

누구긴 누구야술 마시면 꼭 소주만 먹는 사람있잖아. 그것도 산.

 

인생이 80살이면 이걸 거스를 수 있는 것.

예정된 운명이 있다면 그걸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자살밖에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잖아.

뭐 내가 조물주를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운명은 있다고 믿는다.

고정불변의 운명이 아니라 인간이 개척할 수 있는 운명은 있다고 믿어.

 

근데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 자살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운명에 자신의 유일한 의지, 자신의 목숨만큼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걸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끊는 것.

요거요거 이런게 짭짤하다는 사람들이지.

 

내가 제일 한심하게 생각하는 부류들이지.

죽음 이후의 삶이 있든지 없든지 그건 차치하고우리가 유일하게 자기 맘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이다.

이승에서의 삶의 기간이 정해져 있든 말든 죽는 그 순간까지 살면 되는 거야.

어떻게?자알~

삶의 가치를 보편타당하게 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떻게 살든 자기 맘이지.

 

그런데 자살만큼은 아니야.

목숨가지고 장난하냐? 인생을 두 번 세 번 살 수 있다면 한 번쯤 자살하는 것도 해볼 만 하겠지.

 

환생하고는 또 다른 문제다.

환생은 두 번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삶의 여러 번이겠지. 환생은 시간이 불연속적이란 말이야.

인생은 롤플레잉 게임이 아니거든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언제나 똑 같은 시작을 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자살마저도 운명이라면 할 말 없다. 그 사람은 삶이 거기까진 거니까.

근데 이 우라질 자식이 왜 다가오는 불빛속으로 뛰어드냔 말이야.

가뜩이나 우울한 내 인생에 희망찬 내용을 담지 못하고 쓸데없이 뒈지긴 왜 뒈지고 지랄이야에이 몰라몰라몰라몰라

 

-근데 언니, 그건 소설일 뿐이잖아? 그렇게 흥분하거나 맘에 안들어 할 이유가 있을까?

 

-오호라, 이젠 네가 태클을 걸겠다는 거냐.

넌 소설을 왜 읽니? 난 소설을 통해서 내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거야.

흔히 연기자가 자신이 맡은 배역을 통해서 여러가지의 삶을 살아 볼 수 있어 연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한다는 사람들도 있잖아.

 

나는 소설을 읽음으로써 두 가지 이상의 삶을 살아가는 게야.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그런거지.

 

아이, 몰라. 더 이상 얘기해봐야 입 아퍼그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

냐냐꺾어 마셔. 술값 네가 내냐. 쪼그만게 술맛은 알아가지고자 네 안주는 단무지 세 개.

아껴먹어깨물지 말고 쪽쪽 빨아옳지.

오뎅탕은 내꺼니까 숟가락 근처에도 올 생각하지마. 알찌.

, 짠~

 

 

4

-오빠, 이제 속이 후련해?

 

-응.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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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3시간 동안 떠든 이야기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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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외딴방

신경숙 저
문학동네 | 200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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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감상문일 수도 있고 또는 에세이일 수도 있다.

어쩌면 감상문과 에세이의 어느 중간쯤의 글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도저도 아닌 글자들의 나열일 지도…


2
시간은 3시 47분. 종로2가에 위치한 민들레영토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훈이형.

 

“이야, 옷 멋진데. 무슨 바람이 불었냐.”

“가을이잖아요. 외로와~요.”

“외롭다고 그렇게 입고 다니냐.”

“난 가끔 이래요. 이 놈의 가을엔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어요.”

 

소탈하게 웃어 재끼는 훈이형…

형 알아? 그렇게 웃는 형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쭈는 언제 온데요? 시간 다 됐는데…”

“글쎄, 연락 안 해봤는데…오겠지. 50분까지 기다렸다가 안 오면 먼저 들어가자.

벌써 55분이네.”

“우리 먼저 들어가 있죠. 알아서 오겠죠. 쭈야 제시간에 올테고,

부흐형은 늦게 오잖아요. 항상.”

“그렇지.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갈까.”

 

훈이형과 나는 민토 입구에서 안내하는 머리엔 날개(?)달린 머리띠를 하고 방긋 웃고 있는 여직원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예약은 하셨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십쇼.

예약확인 해드리겠습니다.”

“손님 죄송한데, 지금 미리 예약하신 분들이 방을 치우고 계시거든요.

10분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감사합니다.”


별수 있나. 기다려야지…그때 쭈의 얼굴이 길모퉁이에 살짝 내비친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는 듯 옆을 보다 뒤돌아서 잘가라는 말을 한다.

다시 돌아선 쭈와 내 눈이 마주친다. 잠시 어색한 미소…

나는 쭈와 헤어진 남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딱 걸렸으ㅡ-)+

 

“왜 그냥 보내냐. 같이 오지.”

“으응…할 일이 있데요.”

“그으래…흠~”

“지아님, 생일선물. 한 달이 지나서야 전해주네요. 저 안읽었어요.”

“읽고 줘도 되는데…정이 없잖아. 깨끗한 책을 선물하면…”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

 

“외롭다는 놈한테 이런 책을 주면 죽으라는 거냐, 뭐냐.”

 

훈이형이 내가 할 말을 대신 해준다. 나도 맞장구친다.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한 때는 알았죠.

지금은…얼어죽을 개뿔 혼자 사는 게 뭐가 즐거워, 즐겁기는…난 법정 싫어.”

“근데 네가 들고 있는 책은 뭐냐. <일본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네가 문학도도 아니고 이런 책을 왜 읽어.”

“왜 그래요. 나 국문학과 갈거에요.”

 

기다리던 10분이 채 안되어서 입장을 허락 받았고,

훈이형과 쭈, 나는 예약된 세미나실로 안내되었다.

쭈와 훈이형이 마주보며 앉았고, 나는 쭈 옆자리에 앉았다.

한 달 만에 만난 회포도 풀겸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어떻게 잘 들 지냈냐.”

잘지냈지요. 별일있겠습니까.

 

외딴방 –신경숙

 

 

3
10월 토론도서가 신경숙의 <외딴방>으로 선정되었다.

신경숙…모른다.

그녀의 작품은 최근작 <바이올렛>을 읽었을 뿐이다.

 

그나마 별 감흥 없이 읽었던, 미나리였었나 하여튼 늪 같은 저수지에

군락지를 형성했다는 것에 대한 지리한 묘사나

주인공의 처절한 인생역정과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 등등

어느것 하나 맘에 든 것이 없었던 책이었다.

 

아니 모든 것이 싫었던 건 아니다.

딱 한 구절. 300여쪽이나 되는 책에서 딱 한 구절만은 너무도 아름다웠었다.

그 구절을 어디다 적어두었는데…어디다 두었더라.

둔 곳도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 한 구절을 찾기 위해서 책을 다시 읽어야 하나…


신경숙…63년생이라니까 정확한 나이로 계산해보면 41살.

마흔한살의 여류작가이다.

 

사진을 보았다.

책 속의 그녀는 어딘지 모를 외로움 혹은 고독에 잠긴 채 무언가 고즈넉히 바라보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외딴방>에서 지내던 그 시절의 기억을 되새김하고 있는 걸까…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하는가…

 

책 속에 해답이 있으려나…나. <외딴방>을 읽으려 한다.

 

 

4
모이면 분석하기 좋아하는 우리는 <외딴방>을 해부하기 시작한다.

종로2가에 위치한 민들레영토 세미나실에서 각자 읽은 <외딴방>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이 책을 어찌 해부할 지 논의한다.

 

제일 먼저 제목부터 칼질을 시작한다. <외딴방>이 가지는,

작가 신경숙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실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왜 제목이 <외딴방>일까…

 

서른둘의 그녀.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하계숙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너 작가가 되었구나. 지금 신문에서 네 사진을 보고서 전화하는 거다.”

“사진을 딱 보고서 낯이 익더라니 그게 너였더구나.

그래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연락처를 얻으려는 데 쉽게 가르쳐주지 않더라.”

“근데 너의 책에선 우리들의 얘기는 없더구나. 혹시 그 시절의 우리들이 싫었니?”

 

서른둘의 그녀는 말한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 때 그 시절이 싫었던 것만은 아니다.

아니 잊고 싶었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 그렇지 않아.


열여섯의 그녀.

마당에서 쇠스랑을 가지고 놀다. 쇠스랑에 발을 찔린다.

찔리는 순간에, 찔리고 나서 한동안 빼내지도 못하고 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하지만 그녀는 찔리는 순간에도, 찔리고 나서 한동안 빼내지도 못하고 있을 때도

아프면 당연히 나와야 할 눈물과 울음이 방울과 외침으로 만들어져 나오지 않았다.

쇠스랑은 헛간에 누워서 가만히 있는 그녀를 보고 뛰어온 엄마가 빼주었다.

등짝을 때리며 왜 소리도 안지르느냐고 나무란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열여섯의 그녀. 그제서야 쇠스랑에 찔린 상처에 아픔을 느끼고 눈물과 울음을 운다.


무어냐. 쇠스랑에 찔린 것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찔리고 나서 그녀의 행동은 무엇을 암시하는가. 

그것이 왜 여고동창생의 전화 한 통에 기억이 났는가…

우리는 잠시 쇠스랑을 책에서 도려내어 한 쪽에 잘 놓아둔다.

그 도려낸 부분은 나중에 다시 확인 할 것이다.

 

열여섯의 그녀. 된장을 바른 발을 끌고 쇠스랑을 들고서 우물가로 간다.

그리고 쇠스랑을 우물에 던져버린다.

 

무어냐. 쇠스랑에 대한 복수냐.

나에게 상처를 준, 아픔을 준,

고통의 기억물인 쇠스랑이 당장 눈에서 사라지면 잊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다고 그 사실이 은폐될까.

 

열여섯의 그녀.

세상을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를 그 나이에, 우물에 쇠스랑을 넣었다.


나중에 외사촌에게 그 사실을 조심스레 고백한다. 열아홉의 외사촌은 이렇게 말한다.

 

“왜 우물에다 쇠스랑을 넣었어?”

 

열여섯의 그녀.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해 우물거린다.

 

“우물이 더러워지잖아. 이 담에 내려가면 꺼내야겠다.”


열여섯의 그녀.
그제야 우물속에 던져버린 쇠스랑을 꺼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우물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쇠스랑과 우물…

우리들의 분석에 의해 도려내어진 것들을 조심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쇠스랑과 우물. 사물과 장소. 아픈 기억과 마음 속 깊은 곳…

 

이 책이 신경숙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면,

열여섯의 그녀는 아픈 기억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쇠스랑과 우물이라는 경험을 떠올림으로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 자신이

해결해야 할 숙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엔 우물 속에 감추어진 쇠스랑을 꺼내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찾아보자. 있다. 우물속에서 쇠스랑이 꺼내어지는 장면이…

그런데 작가 자신이 꺼낸게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희재언니…그녀는 누구?

 

 

5
책읽기는 점점 속도를 더해간다.

일단 희재언니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우물 속, 그러니까 작가의 마음 속 깊이 감추어진 것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꺼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어찌되었든 한 사람의 내면 속을 들여다보고 어릴 적 상처마저 건드릴 정도의 인물이라면 보통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열여섯의 그녀에겐 상당한 비중을 둔 게 틀림없다. 희재언니, 희재언니…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정읍에 살던 그녀가 큰오빠를 따라서 외사촌과 함께 서울로 상경을 하고,

자리를 잡은 <외딴방>…아, 제목을 언급하고 있다.

<외딴방> 이 곳이 우물과 함께 작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비밀스런 공간일게다.

분명 공장부지 근처에 조성된 좁디좁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간일진데, <외딴방>이란다.

바퀴벌레처럼 우글거리며 살고는 있지만

방과 방의 경계를 이루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서로 왕래가 없다는 것을 뜻 할게다.

그만큼 각박한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표변하는 말이 <외딴방>일테고…


열여섯에 그녀.

돈을 벌기 위해 나이를 속여 외사촌과 같은 공장에 취직을 한다.
법정연령 열여덟이 안되면 임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큰오빠도 동사무소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세 사람 입에 풀칠하며 살기엔 그래도 버거운 살림살이.

70년대 우리네 생활상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잠깐 신경숙의 글쓰기에 대해 잠시 말해볼까.


신경숙의 글쓰기를 세간의 입들은 어찌 평할까.

어느 평론가는 그녀의 글쓰기를 아름다운 시를 읽는 기분이란다.

소설을 읽는데 한 편의 시를 읽는 기분이라고? 어디 읽어보자.

무릇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진 것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무리 허접한 것일지라도…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싫다고?

그렇다면 왜 싫은지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어야 훌륭한 독서쟁이라고 말 할 수 있을게다.

적어도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려면 자신만의 책읽기를 정립한 뒤여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책 한권 읽고, 읽고 나서도 아무 생각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읽어보니까 이 책은 이런 책이더라.

그렇다고 남들이 그 책이 어떻다고 논한걸 베끼는 수준이 아니라

그 책은 그 부분이 가장 맘이 들었어.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않을까.

 

신경숙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내가 읽고 있는 글자들이 소리가 되어 내 귀로 들린다는 말이다.

시각의 청각화…공감각적인 문체다.

신경숙의 글을 한참 읽다보면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주인공이 서울의 길거리를 지나는 대목을 읽다보면

내가 어느새 그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거나 그 거리를 걷고 있는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사진이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신경숙이 사물이나 풍경을 묘사할 때 사진을 찍은 듯이 세세하게 설명하느냐하면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폭 한폭 흐릿한 수채화를 내 주위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느낌이다.

신경숙은 그저 나는 걷고 있다. 여기는 서울의 어디쯤 되는 곳이다.

 내 앞에는 어떤 것이 보이며, 내 옆으로는 무엇이 지나가며, 내 머리위엔 이런게 펼쳐졌다.라고 그릴 뿐이다.

 

그런데 참 요상하지.

그 글을 읽고 있으면 난 그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신경숙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 아닐까…신경숙을 좋아하는 이는 이런 맛을 느낀이 일것이다.

 

그런데 이런투의 글쓰기가 때로는 독이 될 때도 있다.

예컨대 지루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와 비슷하다.

지리한 묘사, 짜증나는 상황설명도 이런투라는 것이다.

사람과의 대화에서 상대가 재미없거나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면, 닥쳐라고 말하든가,

이제 그만~이라고 끊어버리고 넘어갈 수가 있는데,

책읽기에서는 그럴수가 없잖은가.

읽던 책을 집어던지지 않는 이상 책을 띄엄띄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읽자니 짜증나고…그래서 신경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질색을 하는 것은 아닌지…

썰렁한 얘기 줄줄 나불대는 친구랑은 상대도 하기 싫은 것처럼…

 


6
책읽기는 계속된다.

열여섯의 그녀와 열아홉의 외사촌과 함께 상경하며 나누었던 서로의 꿈 이야기.

함께 취직한 공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을 꼭 붙들고 있는 모습.

우리의 꿈을 이루려면 학교에 가야한다며 노조위원장에게 외사촌과 나를 꼭 합격시켜달라고 쓴 편지를

남몰래 노조위원장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가슴 졸였던 일.

영등포여고에 합격해서 새로 교복을 맞추며 즐거워 하는 모습.

학교에서 만난 열여섯의 그녀보다 서너살이 더 많은 동급생들.

왼손으로 글을 써 수업시간에 필기 할 때마다 팔이 부딪혔던 짝꿍…

그리고 희재언니. 드디어 만났다.

 

희재언니는 내가 살던 외딴방에서 두칸 아래에 살고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도 왕래가 없었던 희재언니.

열여섯의 그녀가 희재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희재언니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가.

 

그녀와 외사촌의 큰오빠는 정작 희재언니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못마땅히 여긴다.

다 큰 여자가 혼자살기 때문이라는 큰오빠의 설명을 열여섯의 그녀는 납득할 수 없다.

여자 혼자 살면 부도덕하고 행실이 바르지 못할 거라는 그릇된 편견.

그녀가 보기만 해도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등을 가진 큰오빠가 그녀가 보기에 행실바르고 착하기만한 희재언니를 무고하고 있다.

 

열여섯의 그녀. 희재언니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며 강하게 변호한다.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큰오빠의, 아니 남자들의 무지와 횡포를 참을 수 없었던가.

열여섯의 그녀. 큰오빠의 눈을 피해서 몰래 희재언니와 만난다.

 

 

7
계속되는 책읽기.

무얼까.

쇠스랑과 우물과 희재언니…

단서의 가닥은 일찌감치 잡혔는데, 신경숙이 감추고 싶어했던, 아니 묻어두고 싶어했던 무엇이었을까.

좀처럼 작가는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려하지 않는다.

희재언니의 이름마저도 쉽게 가르쳐주지 않더니…왠간해선 알려줄 성 싶지않다.

독자가 지칠 정도의 지리한 진행…

 

신경숙 작가의 문체를 살펴보자.

책의 처음과 끝에서 작가는 <외딴방>은 소설과 사실의 중간쯤 되는 글이라고 말한다.

소설이면 소설이고, 사실이면 사실이지. 그 중간쯤 되는 글은 무어란 말이냐.

 

토론 참가자 중 국문학도인 섬강님의 말을 빌어보자.

소설이란 기본적으로 강한 서사구조를 가져야 한단다.

서사는 단순한 사실들의 나열 뿐인 이야기가 아니라, 기승전결을 갖춘, 한마디로 갈등이 있어야 서사로 볼 수 있단다.

 

그러고 보니 국어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소설의 기본요소들…주구문 인사배…

주제, 구성, 문체와 인물, 사건, 배경…각각 무엇의 3요소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꼬치꼬치 따지지말자(ㅡㅡ)

그러면서 강조했던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갈등>.

 

중학교 3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시도때도 없이 나불거려서 잊혀지지 않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 설킨 그 모양이 <갈등>이라고.

정작 칡과 등나무가 얽혀있는 모습은 보도 못한 내가 알 턱이 없잖냐고 반문하고픈 걸

꾸욱 참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심리적 갈등을 느꼈던…바로 그 <갈등>.

그것이 없는 건 소설이 아니라고 했던게 생각난다.


<삼대>라는 소설을 떠올려 보자.

교과서에 실렸던 곳을 살펴보면, 주인공과 아버지의 갈등, 아버지와 병화간의 갈등, 아버지와 며느리간의 갈등, 주인공과 병화간의 갈등…

 

<외딴방>에선 그런 갈등이 없다.

 

신경숙의 자전적인 경험들을 나열하는 식의, 어찌보면 신경숙 자신의 일기같지는 않은가.

또 어찌보면 <외딴방>에도 나름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다.

큰오빠와 자신과의 갈등, 큰오빠와 셋째오빠간의 갈등, 큰오빠와 외사촌오빠간의 갈등…이런게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갈등>이 있으면 <해소>가 있어야 하는 법.

<외딴방>에서는 그런 <갈등과 해소>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다.

그저 작가의 기억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일들을 나열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그리고 열여섯의 그녀가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의 제목을 가지고 선배와 티격태격했던 부분들을 보아도

이 책이 소설과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이 또한 자전적인 사실의 경험을 쓰면서도 일부는 소설적 허구라고 연막을 쳐서

무언가 밝히기 싫은 것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 무어냐 그렇게 감추고 싶었던 것이…

 

 

8
읽고 또 읽고…좀처럼 신경숙은 고백하려하지 않는다.

지리한 사실들의 나열, 아니다. 아니다.

그 사실들의 나열이 <외딴방>에선 지리하지 않았다.

 

60년대에 태어나 7,80년대에 꽃다운 나이를 살아야 했던

우리네 청춘들의 잔상을 지리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이 글을 쓰는 나역시 그 시절을 일부 겪지 않았던가.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에 나는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외딴방>은 신경숙의 자전적인 소설이며,

<외딴방>을 읽지 않고서 신경숙이란 작가를 논할 수 없을만큼

신경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필독해야 할 책이다.

 

또 신경숙과 같은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외딴방>을 읽으며 그시절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난 이런면에서 <외딴방>이 좋았다.

그래서 두꺼운 책임에도 쉬 읽을 수 있었다.

여타의 작품들보다 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덧 남은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을 무렵, 희재언니가 어느새 열아홉살의 그녀에게 자신의 방 열쇠를 맡긴다.

 

그간에 희재언니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의상실을 다녔고, 거기서 만난 남자와 동거를 했으며,

열쇠를 맡길 즈음에는 동거남과 헤어지는 일도 겪었다.

 

열아홉살의 그녀에게는 착하디 착한 희재언니가 그녀에게 좀처럼 하지않는 부탁을 한다.

신경숙이 쓴 글에서 우울함이 묻어난다. 책을 읽는 나에게 들려주던 음성도 스산한 어조를 띤다. 꼭 누가 죽을 것만 같은…

 

희재언니가 열아홉의 그녀에게 부탁한 것은

자신이 시골로 떠나고 난 빈방을 잠궈달라는 것.

내가 잠그고 시골로 떠나도 무방하지만 어차피 훔쳐갈 물건도 없는 빈방이니 잠그나 안잠그나 별상관 있겠느냐.고,

열쇠를 너에게 맡길 테니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그 때 잠궈 달라.고…

 

열아홉의 그녀, 희재언니의 부탁을 그러마하고 열쇠를 받아쥔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며 희재언니의 부탁을 잊지 않은 그녀. 희재언니의 문을 바라본다.

그냥 잠그려 하다가 문을 한번 열어본다. 텅 빈 듯 썰렁한 부엌…

혹시나 희재언니가 방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미치지만 열아홉의 그녀는 문을 닫고 문을 잠근다.

 

며칠 뒤 확인 된 희재언니의 주검.

 

 

9
이것이었나. 신경숙이 감추고 싶었던, 마음 속 쇠스랑은…

어쩌면 영원히 꺼내기 싫었고,

지금도 그 우물 속에 있는 쇠스랑을 그저 세월에 묻어두고 싶었던가.

희재언니가 주고간 열쇠만큼의 죄책감 때문에…

 

서른둘의 그녀는 그동안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우물 속의 쇠스랑은 꿈속인 듯, 상상인 듯 희재언니의 도움으로 마침내 건져올려진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기를…

 

이제 그녀에겐 행복한 기억만 담아내기를 바란다…

 


10
3시간이 지났다.

이번에도 하고픈 말들을 다하지 못한 채 토론회가 끝나버렸다. 후훗

다음달을 기약하며…

 

 

 

에필로그...

이번엔 쭈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다.

뒷풀이에서 훈이형이 말한데로 요즘엔 혼자쓰는 작가는 없다는 말에 힘입어...

결론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우선 빡빡하게만 쓰던 내글이 조금이나마 읽기 편해졌으리라...

하지만 다시 고쳤다. 행간과 행간사이가 너무 멀어서...
쭈가 고생고생해서 편집한 건데...그래도 그 넓고 많은 행간은 내가 부담스럽다. 쭈 미얀~^^;;

 

글머리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글은 감상문과 후기의 중간쯤 되는 글일게다.

 

일단 소모임에 올리던 후기인지라

자리를 달리한 글이 새로운 형식이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두번째 이유는,

신경숙의 글을 조금 흉내 내었다. 헤헤

 

아, 고생한 쭈에게 하나더 미안스러운게 있다.

내가 뒷풀이 내용까지 글을 쓸 줄 알고서 글을 두개로 나눠서 올리라고 했는데...

뒷풀이 내용은 모두 삭제했다...

글이 터무니 없이 길 뿐더러...뒷풀이는 4시간이나 하지 않았던가..ㅋㅋ

 

아고...이제 그만 쓰련다.

조그만 바램이 있다면...내 글을 읽고서 <외딴방>을 읽고 싶은 맘에 생기길...

괜찮은 책이었다...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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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빼놓지마란 말이야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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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쿠타가와 작품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진웅기 등역
범우사 | 200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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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이런식이지. 결국 안나가면 이런 좋은 시간, 좋은 만남을 놓치게 되니 좋은 말할 때 나와라. 제대로 된 감동 포인트라도 적어주면 얼마나 좋아. 내가 이래서 아쿠타가와를 싫어하는 게야. 실컷 변죽만 울려놓고 이야기 들을만하면 뚝 잘라버리는어차피 덤불 속 이야기가 나왔으니 지아의 아쿠타가와론을 얘기하지. 어차피 내가 갔더라도 이 얘기는 했을기야.

 

저번엔 내가 아쿠타가와를 된장국에 된장 빠진 맛이라고, 밍숭밍숭하다고 얘기했는데, 정정하겠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역시 뭔가 있는 작가더군. 갠적으로 미완의 천재였다고 다시 평가 내렸음. 치밀한 작품 구성, 날카로운 직관, 애둘러 서술하지 않는 속도감과연 천재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더군.

 

그러나 내가 싫은 점. 하나, 너무 짧아.

발단과 전개, 절정까지 치다르는 엄청난 속도에 비해 결말이 너무 빈약해. 결국 두리뭉실한 결말만 내지. 이렇다 할 똑부러진 결말 대신 의혹과 호기심만 난무해. 라쇼몽을 비롯, 덤불속 이야기, 지옥변, 코 등등등도 마찬가지.

 

, 인간의 본성을 직설 함에서 아쿠타가와의 매력이 물씬 난다는 것.

인간 본성의 미추를 떠나서, 성선설과 성악설의 근원적 언급은 회피한 채, 인간이니까 이런 행위를 할거다라는 미루어 짐작하는 듯한 그의 문체가 싫어. 즉, 자신의 경험에 비춰서, 자기가 처절히 느꼈던 무언가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자신이 언급했던 주제에 뛰어들지 못하고 방관자적인 입장에서만 작품을 묘사했다는 것. 즉, 소설에서 강조하는 리얼리티, 그럴듯한 진실이 아니라, 있을 법한 직한 것만 작품화 했다는으아, 환희형과 훈이형, 뒤마누나와 마리의 반론이 들리는 듯하구만..ㅋㅋㅋ

 

어쨌든, 내가 본 <덤불 속 이야기>도 요런식으로 맥락을 짚어가면 되겠지.

, 작품에서 제시하는 진실은 단 두가지.

젊은 아낙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진실하나.

남편이 살해되었다는 또 하나의 진실

그리고 이어지는 7명의 증언앞의 4명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에 객관적인 서술인 반면, 뒤의 3인의 진술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도 이 작품의 특색 중 하나겠지.

 

, 진술은 이어진다. 앞의 4명은 논외로 치고, 어차피 나중의 3명의 진술의 부연설명이니

첫번째, 강도의 진술은이름이 기억 안나네( )a

남자는 내가 죽였다. 그것도 정당한 결투에 의해서 죽인 것이지. 항간에 떠도는 여자를 탐하여 비겁하게 죽였을 거라는 억측을 한마디로 일축하며 오히려 관리들의 횡포를 역설하는 말을 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젊은 아낙을 품은 것은 아내로 맞으려 했기 때문에, 바람에 나부껴 살짝 들어난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아름다워 한 눈에 반해서였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결투가 끝나니 여자는 없어졌고 아쉽지만 나도 그 자리를 떠났다.

 

두번째, 아낙의 진술은

남편은 내가 죽였다. 강도에게 추행을그것도 남편이 보는 앞에서 당한 수모를 참을 수 없어서, 그리고 남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날 동정하기 보단 비난의 눈빛을 하여서 남편을 죽이고 그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요거요거 기억이 잘 안나네. 요거틀렸음 지적해주~ㅋㅋ

 

세번째, 죽은 혼령의 진술은

나는 자살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고, 더구나 내 아내의 행동.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용서할 수 없었기에, 한껏 품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에 두 년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난 내 심장에 칼을 꽂았다. 흠맞나

 

3인의 진술을 끝으로 작품은 끝을 맺어요. 자, 결국 아쿠타가와는 수수께끼를 낸거야. 답은? 2가지의 진실뿐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 설령 어느 하나가 진실을 말한다손 쳐도 그걸 믿을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거야.

이 작품에서 아쿠타가와는 뭘 말하고 싶었을까? 진실은 하나인 데 정작 그 진실의 실체를 경험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뭐 이런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것이 바로 아쿠타가와의 약점이라고 생각해. 치열한 삶의 현장을 생생히 그려내면서 정작 작가 자신은 그 속에서 부대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어항 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듯 그리고 있다는 거야. 아쿠타가와를 연구했다는 사람들은 아쿠타가와의 생애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이런 작품세계를 아쿠타가와의 생애와 결부 시키곤 하지. 즉, 35세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단 한번도 자기가 얻고자 하는 투쟁심이나 삶의 의욕, 하다못해 희망조차 품어보지 못한 그의 삶의 방식이 이런 작품들을 그려낸 것은 아닌가?하고

 

뭐 꼭 그렇게까지 연관짓고 싶지는 않지만 한가지는 확실해. 나는 이런 아쿠타가와의 작품이 탐탁치 않다는거. 과연 천재적이다 싶을 정도의 그의 작품에서 묻어나는 감흥이 고작 허무내지 미완이라는 수식어가 대다수라니아쿠타가와가 자살한 건 이런 미완의 매너리즘에 빠진 때문은 아니었는지혼자 생각해본다.

 

우리 토론회도 슬슬 그런 기미가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선정된 책 한 권의 진실과 섬강님의 해석, 환희님의 해석, 뒤마님의 해석, 마리님의 해석토론이 재미있었다라는 간략한 내용의 후기뿐이라면, 우리는 과연 토론회에서 무엇을 얻으려 했던건지.

 

, 그렇다고 깊이에의 강요를 요구하는 건 아니라오^^ 그냥 난 이렇게 느꼈다라는 기록을 남기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우리가 1년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그냥 허공 속에 남겨두는 게 아까워서100년전에 떠들어 댄 변변찮은(철저히 내 기준으로) 아쿠타가와의 단편도 남아있는 판에 우리가 나누었던 소중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대접받고 있는지한마디로 후기 제대로 쓰란 말이 하고픔. 적어도 자기가 느낀점은 있었을 거 아니오. 아~ 그 책 읽었더니 요런게 눈에 띄더라. 그 토론회 나갔더니 저 사람이 저런 이야기 하더라.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 암튼 벙개에 못 나간 자의 넋두리요.

 

그나마 다행인 게 아직 <향수>를 논하지 않았다는 것. 그럼 조만간 벙개가 또 있겠구나하는 기다림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실로 기쁘다오^^

 

훈이형은 그루누이를 영웅에 비유했더랬지. 슈퍼맨과 스파이더맨그루누이가 그런 괴력의 소유자라는 게 아니라.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졌다는 데, 공통분모를 두고 비교 분석하셨지.

 

 <왜 그들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버리려 하는가?>

슈퍼맨도 자신의 능력을 모두 버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 원했고, 스파이더맨도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느껴서 평범하길 원했고, 그루누이도 마지막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버리려 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서 나는 잘 모르겠고, 자세한 건 다음 <향수>벙개에서 훈이형에게 직접 듣자고요^^

 

반면에 나는 <향수>를 어찌 보았는가

 

그루누이는 사람들의 정과 사랑에 굶주린 절대고독에 빠진 존재이다. 그루누이는 외롭지는 않았다. 냄새라는 특별한 재능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누리던 정과 사랑이 그닥 필요치도 않았고, 그리 원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냄새를 피해 홀로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꼈고, 온갖 냄새를 자신의 상상속에서 신하로 부릴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꼈으나, 정작 자기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공포를 느낀 뒤엔 뚜렷한 목적의식이 생긴다.

 

<나, 냄새의 신. 그루누이가 너희를 지배하리라.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드리라.>

 

나는 이걸 자아실현이라고 보았는데, 자기가 얻고 싶은걸 얻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루누이는 인간세상으로의 재림을 통해서 냄새의 신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더럽고 지저분한 인간의 냄새까지 자기 몸에 뿌려대며 사람과 더 가깝게 지냈고, 최고의 향기를 얻기 위해 살인마저 저지른다. 그리고 만들어낸 최고의 유혹의 향기. 자신을 신의 경지로 끌어올린 그 향기.

 

하지만 그루누이는 그 절정의 순간에, 모든이의 환호 속에서 또다시 혼자임을 느낀다. 그루누이가 원했던 것은 나약한, 한갖 냄새 따위에 현혹되는, 존재의 지배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숨쉬며 살 수 있는 평범함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최고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죽였던 소녀에게선 냄새만이 아닌 사랑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그루누이는 자신의 온몸에 그 향수를 모두 뿌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

 

너희가 진정 원하던 것은 이 <향수>가 아니라, 나 그루누이였다는 걸 그들의 뱃속에서 느끼게 하고팠던 건 아닐까? 포만감이라는 나른함으로...

 

향수벙개 언제할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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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생일선물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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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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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8분. 내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어디냐?...왜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강제화 앞에서 기다리라니깐...그래, 얼른와라."

구수한 훈이형의 목소리다. 터벅터벅 걸어가니 입주위에 난 수염만 빼고 말쑥한 차림의 훈이형이 기다리고 있더라. 한 번 찐하게 안아주고 오랜만에 한담을 나누었다. 물론 늘상하는 여자이야기도 빼놓지 않고...그나저나 풀피리님은 오느거냐고 물으니 찝찝한 표정이다. 그리고선 탐탁찮은 말을 찍 뱉는다.

"내가 꼭 전화를 해야 해. 일찍일찍 좀 나오지. 어디에요..."

당췌 귀찮다는 듯한 말투. 어딘가 수상쩍다. 친한 사람들끼리의 대화임에는 분명한데 어째 사귀다 헤어진 연인끼리의 전화같다. 아니나 달라 미주알고주알 풀피리님의 못마땅한 점이 술술 나온다.

"근데 누구누구 나오냐? 이게 다야?"

그러게 말입니다. 나오면 나온다 안나오면 안나온다. 말이라도 해주면 오죽 좋아. 이건 뭐 기분내키면 나갈거고 안내기면 안나겠다는 식이니. 벙개를 때려놓고도 사람들이 나올지 안나올지 조마조마 해서 마뜩찮다.

"글쎄요. 뒤마누나는 지금 오고 있는 중이시라하고, 성문이는 조금 늦는다고 했고, 동욱이 형도 나온다고 했으요. 현귀는 알바 끝나면 온다고 했고...그럼 대여섯명 정도 나오겠네요."

대화가 끊겼다. 벌써 7시. 종로3가역에서 이쪽으로 오신다는 풀피리님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고 훈이형은 "이 아줌마 또 늦네"라며 툴툴거리고, "길치에요?"라고 물으니 "길치이기만 하니."라며 또 묘한 여운을 남기는 말을 남긴다. 그래서 "같이 술도 많이 마신다면서요." 그렇더니 정작 자신이 술마시고플 때 부르는 사람은 따로 있단다. 이건 또 뭔소린가 싶어 머릴 굴리고 있는데...저쪽에서 검정 아니 쁘띠블랙톤의 빠숑과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녀가 우릴 아는채 한다.

이야~ 거봐요. 내가 미인이실 거라고 했잖아요.라며 입에 발린 말을 건네니 3학년 9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애띤 미소를 머금는다. 답례로 나에게 건네는 조그만 상자를 받아드니 감촉이 케익 상자이다. 서른 한살이나 되어서야 처음으로 받아보는 생일케익. 잠시 난 할말을 잃은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잠시 잠깐의 감동연출. 메트릭스 모션캡쳐같은 영상이 머리속을 스쳐가며 카메라가 내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짜릿한 느낌을 힘겹게 떨쳐내고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섰다.

번지없는 주막. 이곳 동동주가 맛있어서 자주 찾아갔는데 벌써 세번째다. 몇명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주인장의 안내로 전망이 트인 창가로 자리했다. 전망이 트였다고는 했지만 고작 보이는 거라고는 좁다란 골목길이 전부이고 그나마 취객들이 왔다갔다하는 게 전부였다. 자리에 앉고서 인삼동동주와 해물파전을 시키니 뒤마누나의 도착을 알리는 핸드폰이 울렸다. 부리나케 마중을 나갔다.

"어디냐...골목으로 올라가고 있으면 되냐. 그래 그럼 올라가고 있을께."

언제나 길지 않은 통화. 누나랑은 짧은 시간안에 끊기지 않는 말로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야 그나마 1분동안이라도 통화를 할 수 있다. 항상 장황한 설명문 투인 나로선 조금 힘든 통화법이다. 어디계시나 두리번거리며 내려가니 인사동 입구 언저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항상 품는 생각이지만 요즘 아줌마들 너무 예뻐.

"누나. 오늘도 예쁜데."
"얘가 왜그래. 나야 항상 예뻤지."

입에 발린 말이래도 싫지 않은 듯 툭치는 주먹이 기특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풀피리님 만날 때까지만이래도 누나 예쁘다고 말할려고. 그 뒤부턴 내가 누나 칭찬할 새가 없을것 같아서 미리 하는거야."
"그래? 그렇게 예뻐? 좋겠다. 미인 만나서."

이렇게 넷이 모였다. 졸지에 내가 막내가 되었다. 분위기 띄우기 위해 재롱잔치라도 벌여야하는 거 아냐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성문이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고 얼른 오라고 냉큼어여어서빨리 오라는 말을 하는데 이 곳을 도통 찾을 수가 없단다. 도리가 있나 어디서 헤메고 있는가 했더니 골목하나를 못찾고 바로 앞에서 헤메고 있는 성문이를 만났다. 이래서 다섯명.

다섯명 모이니 드디어 생일케익을 꺼내들었다. 시끌벅적한 생일축하노래가 끝나고 서른하나임을 알려주는 촛불 네개를 얼른 불어서 끄고 케익을 잘랐다. 뒤마누나가 오고서 술은 동동주에서 소주로 바뀌었고, 안주도 해물파전에서 참치김치찌개로 바뀌었다. 다들 배가 고프셨는지 김치찌개에 진지를 드셨다. 마침 온 성문이도 공기밥 시켜서 뚝딱 해치웠고...

배부르겠다. 이제 얼큰히 술도 달아오르겠다. 이야기가 한창이다. 토론회이야기며, 못다한 향수이야기며, 사람이야기, 심각한 이야기, 웃긴 이야기...이야기를 하다보니 풀피리님하고는 죽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풀피리님을 뭐라부르면 좋을까하다가 누나라고 불렀더니, 자기는 누나라는 호칭을 안좋아한다나 자신이 좋아하는 호칭은 따로 있단다. 보다못한 훈이형이 이사람이 좋아하는 호칭을 알려주려는 데, 내가 대뜸 "자기"라고 불렀으매 그 호칭을 참듣기 좋아하시더라.

아참, 성문이가 내 생일선물을 챙겨주었다. 뺜쥬. 알라뷰라고 적나라하게 쓰여있는 삼각뺜쥬를 선물로 주었다. 그 난감함이란...ㅡㅡ;; 이걸 내가 입어야하는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머리에다 뒤집어썼다.

동욱이형이 왔다. 뭔 선물을 주겠다고 기대하라고 하시더니 느즈막히도 등장하셨다. 앞으론 올려면 빨랑빨랑 오시라구요. 암튼 선물은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이라는 책이다. 동욱이 형다운 선물이었다.

세현이. 날_라가 왔다. 써리원 아이스케익을 사들고서...내가 서른하나여서( ")? 두번째 생일축가. 두번째 생일촛불. 젠장 감동먹었잖아ㅡㅜ

현귀가 도착했다. 이제 술잔은 가열차게 기울어진다. 술병은 도착하기가 무섭게 비워지고 러브샷도 하고...풀피리...아니 울자기가 시인이라고 했던가. 케익을 덜어먹은 조그만 접시에 묻은 하얀 생크림과 노오란 망고시럽을 가리키며 뭐같냐고 묻는다. 술에 취해 얼떨떨한 발음으로 케익아니냐고 답했더니 그거말고 이게 뭐처럼 보이느냐고 다시 묻는다. 흠...하얀 생크림에 노란망고시럽...하얀 생크림에 노오란...노른자. 터진 계란 노른자. 터진 계란 노른자처럼 보여요. 실망. 다시 잘봐요. 파도같잖아요. 여기 점점이 뿌려진 빵가루는 아이들이고...우와. 시인이다.

밤이 깊었다. 갈길이 먼 노땅들은 서둘러 집에 가기 시작했다. 먼저 뒤마누나가 서둘렀고, 훈이형과 자기가 자리를 떳다. 남은 사람은 동욱이형, 성문이, 세현이, 현귀...나. 다섯. 노래방갔다. 후아...나도 취할데로 취했다. 나를 부축하는 챙기는 귀여운 녀석들.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만 아직까진 참을 수 있다. 내가 늘상 부르는 레파토리 서너곡 부르고 땡~널부러졌다.

3차 호프. 아니 칵테일바였었나. 커다란 와인잔에 맥주가 담겨왔다. 흑맥주라나 뭐라나...여전히 난 널부러져서 애써 정신차리려고 노력했지만...이미 늦었다. 더이상 추태를 보이기 전에 집에나 가야지. 몸을 일으키니 나를 부축하는 녀석들...에그 고맙다. 주섬주섬 내 가방챙기고 현귀가 준 생일선물 손에 꼭쥐고 나가려는데 휘청거린다. 내 손에서 짐을 거두고 날 택시까지 태워주고서 보내려는 데...뭔가 허전하다. 맞다. 현귀가 준 책선물. 세현이의 말이 들려온다.

"이거 우리가 챙겼다. 나중에 주자."

덥석 빼앗듯 잡아챘다. 잘가라는 녀석들의 인사를 손인사로 대신하고...택시기사에게 말했다.

"구리시청으로 가주세요."

내가 깜박 졸았나 보다. 택시기사가 날 깨운다. 서둘러 돈계산을 하고 안전밸트 풀고 내렸다. 뭔가 허전하다. 그때 택시는 부릉하고 떠나고 뒤늦게 그 택시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번호판도 안보인다. 택시안에서 졸다가 책을 손에서 놓쳤나보다...이런 하필 현귀가 선물한 책인데. 이런 낭패가 있나...현귀에게 뭐라 말하나...에그. 벌써 새벽 3시 40분이다. 후회막급이다. 그냥 세현이에게 맡기고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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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개, 우리 이러고 놀아요^^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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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김동률 4집 - 토로(吐露)


Stone Music Entertainment | 200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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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아침이다. 새벽까지 붙잡고 있었던 컴터와의 씨름을 힘겹게 물리치고 잠을 취했건만 아침 9시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래도 못내 아쉬웠는지 이리뒹굴 저리뒹굴하며 버텨고 버틴게 10시. 간밤에 약속했던 친구와의 북한산행을 위해서 조반과 목간을 하였다. 시간은 11시. 산행을 하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약속인지라 기다리고 기다렸것만...

"지금 전화기가 꺼져있으니 소리샘으로 연결하시기 바랍니다. 소리샘으로..."

이자식 아침부터 전화가 불통이다.ㅡ-^ 산행은 물건너 간 것 같다...

12시. 연일 강행군하던 내 하나뿐인 웬수같은 동생이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모처럼만의 휴식이라지만...벌써 12시간째의 수면. 혹여나 아픈건 아닐까 살며시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다행히 숨은 쉬는지 똥배가 덮여있음직한 곳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책이나 읽어야겠다. 근 한달째 읽고 있는 그리스신화 관련책들...아직 맘에 쏙드는 책이 없다. 차라리 내가 하나 써버려...

50여 페이지를 읽었을까...동생이 얼굴에 도그오일팩을 뒤집어쓰고 눈밑엔 다크써클을 드리우고 엉덩이를 긁적이며 책읽고 있는 날 쳐다보고 있었다...

"배고파~"

동생이 좋아하는 메뉴는 시간을 가리지않고 피자와 치킨이다. 가끔가다 감자탕이나 곱창, 닭발을 원하기도 하지만...주타켓은 피자와 치킨...그나마 둘 중 하나만 고르면 이뻐라하겠지만 푸짐하게 시켜놓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나...항상 다 쳐묵지도 못하면서 욕심만 부린다. 내가 때돈을 벌면야 뭔들 못사주겠냐만은...소박하게 벌고 죽어라고 안쓰는 내 경제관념상 먹거리에 욕심부리는 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못한다. 결국 한시간여의 마라톤 협상끝에 피자로 합의를 보았다.

"우리 피자 먹으면서 영화보자. 일단 배고프니깐 너구리로 입가심하고, 옵빠도 먹을꺼지."

같이 안먹으면 삐친다. 정녕코 기분맞춰 주기 위해서 먹어주는 거지. 내가 먹고 싶어서 동의한게 아니다. 난 아침에 밥 물말아 열무김치랑 맛있게 먹었었다. 네버~

"딩동~피자배달 왔습니다."
"아~씨. 20분은 걸린다고 하드만. 이렇게 일찍오면 어떻게. 나~이거참. 누가 보면 돼진줄 알잖아. 옵빠가 나가라."
"다 묵었냐. 영화보자."
문열어주고 피자받고 거스름돈 받고 문닫는 사이...다 먹었다...ㅡㅡ;;

선정된 영화는 "옹박". 태국영화인데 대충 줄거리를 말하자면 "옹박을 찾아서"란 제목이 더 어울리겠다. "옹박"이란 정확할지 모르겠으나 태국말로 "Temple(불상을 모셔놓은 사원)"내지 "불상"을 뜻하는 말인것 같다.

조그마한 마을에 모셔놓은 수호신격의 불상의 머리를 도난당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마을사람들은 옹박에 대한 신심이 강하여 옹박이 없으면 마을에 재앙이 내릴거라며 두려워하고 마을 제사장 겸 장로는 다음 제삿날까지 꼭 옹박을 찾아와야 마을의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예언하며 아이박 팀(주인공 토니 쟈)에게 옹박을 꼭 되찾아오길 부탁한다. 그 뒤는 전형적인 액션영화의 플룻을 따라간다. 이소룡이 그랬고, 성룡, 이연걸이 그랬듯이 뻔하고 뻔한 내용이다...그러나 와우~액션은 장난이 아니었다. 타이틀 로고에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지쳤다. 이연걸은 약하다"고 써놓았듯...시종 강하다 못해 맞으면 진짜 아플것 같은 액션으로 가득했다. 동생과 나는 시종 "진짜 아프겠다"란 말만 되뇌이며 피자 먹던 번지르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남자들이나 좋아하겠네라며 피자맛 떨어졌다고 투덜대는 동생을 위해 두번째 영화는 "더티댄싱-하바나나이트"를 선택하였다. 난 춤을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실제로도 춤을 좋아라하고...내 몸이 이렇다고 춤을 좋아라하지 않을거란 편견을 버려라. 설령 남이 보기에 혐오감을 느낄지언정 리듬이 있는 곳이라면 난 어느곳에서든지 그 리듬에 내 몸을 맡겨버리니깐...다만 자제할 뿐이다.

원조 더티댄싱의 주인공인 페트릭 스웨이지가 춤선생으로 깜짝출현해서 제목이 더티댄싱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배경은 혁명직전의 쿠바다. 댄스영화의 컨셉이 대부분 그렇듯 뻣뻣하고 형식적인 스탠다드한 규격에서 벗어난 자유를 찾는다라는 내용이다. 그것을 춤이라는 장르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영화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영화라고 해서 재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뻔한 내용의 영화일지라도 흔해빠진 소재일지라도 감독이 보여주는 참신한 시각과 관객이 찾아내는 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면 그영화는 잘만든 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가 그런 영화다. 댄싱히어로에서 보여준 주인공의 프론티어정신, 댄스위드미에서 보여준 진정한 라틴댄스의 맛, 플레시댄스에서 보여준 춤의 열정과 백야에서 보여준 자유의 갈망...이 모든것이 잘 어우러졌다.

영화전반을 지배하는 라틴뮤직의 끈적끈적하면서도 감미로운 리듬이 내몸의 굴곡에 따라 흐를때면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는 영화였다. 아~춤 배우고 싶다.

영화가 주는 격렬함 때문이었을까. 끝없이 흐를것만 같았던 음악이 페이드아웃해서일까...내 동생은 벌써 잠들어버렸다. 난 컴터 앞에 앉았다. 무의식적이고 늘 하던데로 카페를 검색하니 벙개공지...^______^씨익~ 시간은 5시. 약속시간은 6시. 형~~저 가요^^



도착하니 늦게오신다던 부흐님이 벌써 도착해계시고, 언제보아도 얼~큰한 훈형도 같이 계셨다. 물론 날 마중나온 기특한 성문이도 빼놓을 수 없고...

도착하고 나서야...오늘 벙개가 훈형과 성문이의 합동생일상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 귀뜸이나 해주시지. 선물 준비할 시간이 없잖아욧~ 일단 담번에 만날때 주기로 맘을 먹고...아 생일이 지난것이 아니란다. 6월 2일. 이날이 진짜 생일날...다들 참고하시길^^

언제나 그렇지만 만나면 항상하는 두런두런 일상얘기들...난 이게 너무 좋다. 그 뒤에 이어지는 피터지는 설전 또한 빼놓을 수 없지만...어디가서 이런 얘기들을 나누리요. 어찌 우리 주저하리요. 다시 태어난 저~들판에서...참 광야스럽지 아니한가...가사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우리들이 만나는 이유가 이러할진데...아직도 망설이시는가. 주저주저 뻘쭘한 분위기를 맹글까 걱정 붙들어매시고 수다에 목마른 이, 사람 정에 굶주린 이여...나와라, 만나라, 즐겨라 벙개를~
여기까지 광고성 멘트임다^^움훗

아참, 부흐님에게 선물 받았다. 이또한 벙개를 나가는 즐거움 중에 하나지만...선물의 수량 땜시 선착순이라는거...ㅋㅋ 내가 마지막 떠리선물을 받았나보다. 선물은 김동률 솔로4집. 고맙습니다(__). 선물도 받고 갈매기살에 밥한공기 뚝딱하고 소금구이를 안주삼을 즈음...블로그 얘기가 나왔드랬지.

"당췌 블로그라는 게 뭐에요? 난 카페하고 블로그가 구분이 안갈뿐더러...블러그를 이해못하겠어요."

"블러그는 지식포탈검색기능을 갖춘 일종의 개인 홈페이지라고 보면돼요."

"블러그의 유래는 미국의 위키위키에서 찾을수 있겠지. 위키위키의 주목적은 정보의 공유야. 그로 인해서 저작권 문제라든지 개인의 노력의 대가가 무시되기도 하지만 요즘 추세가 인터넷 상에서 정보의 공유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것 같아. 대신 정보의 신속함과 방대함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그걸 본뜬 것이 블러그라고 보면 될꺼야. 거기서 검색한 것중의 하나가 메탈과 락의 차이점인데 그게 뭐라고 생각하냐?"

"몰라요. 글고 보니 메탈과 락의 차이점이 모호하네. 뭐에요?"

"나도 잘은 모르는데 메탈이라는 말이 금속이라는 뜻이잖아. 그리고 메탈을 연주하려면 몇가지 악기가 꼭 사용된데, 기타, 드럼...또 뭐냐..아무튼..그러니깐 금속성이 강한...그러니깐 기계음이 강한 걸 메탈이라고 하고 기계음보다는 악기자체의 음성을 내는 것이 락이라나...여기 옆에분이 아시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옆테이블에서 조촐히 데이트를 즐기시던 남녀중 남자분이 메탈과 락의 차이점을 말씀해주셨다.

"메탈과 락의 차이점은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대하는 감정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원래 메탈과 락은 한 장르로 보고 있죠. 음악을 들었을 때의 차이점은 없다고 보는게 옳아요. 그 둘을 구분하려면 가사를 음미해야하죠. 즉 뮤지션이 곡을 만들었을 때의 감정. 이것이 차갑고 메마른 감정이었다면 메탈이라 하고 이것이 감성을 호소한다면 락이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메탈리카나 본 조비, 퀸 등등 여러그룹을 조목조목 예로 들면서 설명해주셨는데 정작 내가 그 곡들을 구분할 수 없으니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였다...

"우와...감사합니다. 답례로 드릴건 없고 술이나 한잔 받으세요. 근데 음악하시는 분인가봐요. 어디서 많이 뵌듯도 하고...혹시 마로니에에서 공연하시지 않으셨어요?"

"마로니에는 아니고 다른데서는 해봤죠."

"역시...어딘가 낯설지가 않더라니깐...아고 즐거운 시간 방해됬겠다. 여자분 죄송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과연 우리 토론회답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디서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과도 허울없이 대담할 수 있을까. 그 뒤 현귀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고 역시나 성문이 마중을 나갔다. 곧이어 현귀가 도착하고 우리는 독수리다방을 지나 민토를 건너뛰고 무진기행에 들어갈까 하다가 2차로 예정되었던 이대뒷골목...예전엔 점집이 즐비했다는 골목으로 서둘렀다.

참참 민토를 지나서 얼마안가 우리는 허브 하나씩을 샀드랬다. 훈형과 성문이는 로즈마리, 현귀는 애플민트...나는 파인애플향기가 나는 허브...이름 까먹었다^^;;
"아저씨. 제가 허브를 키우는 족족 죽이고 마는데 어떻게해야해요."
"허브 키우는 방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 부터 알려드릴께요. 예를 들면 가난한 아빠가 자식들에게 돈 떨어지고 쌀 떨어졌으니깐 니들은 물만 먹고 살아라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거하고 또옥~같애요. 분갈이를 해줘야하는 거에요. 첨에 팔았을 때의 상태에선 물만 줘도 되는데 6개월 정도 지나면 분갈이 해서...영양분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거죠. 그것도 안해주면서 디립다 물만 쳐묵으라고 물만 주니깐 얘들이 영양실조로 죽는 거에요. 아시겠죠. 그리고 두번째 물을 적게 줘라. 물을 주지 말라는 게 아네요. 물은 화분안의 흙이 메마르면 촉촉해질 정도로 두바가지정도 주면 되요. 그리고 물받이에 물이 고여있으면 안돼는 거에요. 물받이에 물이 고여있다는 건 허브의 뿌리가 계속 물을 쳐먹고 있다는 거니깐 뿌리가 썩어요. 그리고 세번째 물을 줄때는 잎에다가 주지마세요. 허브가 물을 마시는 부분은 뿌리에요. 잎이 아니라고요. 분무기로 뿌리지 말라는 거에요. 이파리에다가 아무리 물 줘봐야 허브가 물을 마시지 못해요. 물을 줄때는 흙에다가 주는거에요. 두바가지정도 팍팍 줘요. 그렇다고 두바가지 전부 다 쳐먹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화분에 물을 주면 밑으로 물은 대부분 빠져나가니깐 빠지게 냅두고 흙이 촉촉할때까지 주라는 거에요. 아시겠죠. 자 2개에 3000원. 한개는 2000원."
우리는 누가 오래 허브 살리나 내기하고서 하나씩 샀답니다. 근데 내기 이기는 사람한테는 뭐해줄껀데? 그거 얘기 안했잖아.


2차부턴 본격적이었습죠.
얼~큰을 넘어서 달~큰해지신 훈형, 이미 평소주량을 넘어스신 부흐님, 팔뚝살에 민감한 현귀, 언제나 재치발랄하지만 술만 만나면 영악쾌활해지는 성문이...자자 필름 돌아갑니다. 언제나 시작은 사소한 것부터...
"난 이렇게 확 트인 공간에서 술 마시는 것이 너무 좋아. 캬~예전엔 신촌에서 술마실때에는 별을 헤메면서 마셨었는데...오늘은 안보이네. 캬~나무에 꽃에...그리고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섹시한 여자들...요즘 여자들 왜이리 섹시하니...사실 난 아까 저 안쪽에 있던 자리도 맘에 들었는데...왜냐구 옆자리에 여자들이 있었잖아..ㅋㅋㅋ"
누구의 발언인지는 초상권 침해의 요지가 있으므로 실명은 거론하지 않겠지만...능히 누구인지 뻔~~히 알것임. 섬○씨의 아들 ○강씨라나 뭐라나( ")a...성문이는 뭐가 그리 잼있는지 현귀 팔뚝살 가지고 즐거워라하고...현귀는 괴로워하고...ㅋㅋ 하여튼 이날의 벙개는 이런식이었다. 아직도 많다 기대하시라. 아직 찬영이가 안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중...걸인 한 명이 우리의 테이블로 찾아왔다. 맘씨 착한 우리 토론지기 부흐형은 얼른 수중에 있던 동전을 찾아 그 걸인의 손에 쥐어주었고 나는 수중에 만원짜리 지폐뿐이라 머뭇머뭇하는 사이...그 걸인은 우리 테이블을 지나 옆테이블로 옮겨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훈형...걸인을 불러세우더니...
"술한잔 하고 가세요."
하며 술 한 배를 대작하였다. 그러곤 우리들에게 적선을 해야한다고 얘기했다. 적선(積善)이 무엇이냐. 쌓을 적, 착할 선. 즉, 선을 쌓는다는 얘기다. 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하리요. 이런 지인들을 곁에 두고 있으니 난 참 행운아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하게 한다. 훈형~멋져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면 우리는 만남의 장을 만든 원죄인 토론지기 부흐님에게 공치사 한마디를 꼭 한다. 뭐 항간에는 이런 말 안하면 삐친다 어쩐다 말들이 많지만은 사실이다. 사실은 사실로서 인정할 건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우리네 식구들. 난 가족이라는 단어가 별로 맘에 들지는 않지만 서도...이럴때는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슴에 손을 얻고 진심으로 말해보아라...당신은 평범한 사람인가? 누가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사람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에 없다. 하나같이 특이하다. 근데 그런 사람들만 용케 모아모아서 이런 만남의 장을 마련하였다. 공치사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부흐님 원츄~

찬영이가 왔다. 역사적인 훈형과 찬영이와의 만남...
지아: "어, 찬영이 왔구나. 이게 얼마만이냐."
찬영: "네. 저도 너무 반가워요. 오랜만이죠."
성문: "ROTC 합격 축하한다."
찬영: "네. 고마워요. 형 생일이라면서요. 생일추카해요."
성문: "하하. 나만 생일이니. 이분도 생일이시란다."
찬영이와 훈형이 정식으로 대면하는 첫만남이다. 어색해하는 훈형.
훈형: "아네...반가워요. 그런데 닉넴이..."
지아: "천재찬. 본명은 이찬영인데 가운데 "찬"자를 따서 천재찬이래요. 난 재찬이가 더 좋구만. 찬영이라고 불러달라네요."
훈형: "천.재.찬....이찬영이라구."
성문: "봐요. 내말이 맞죠. 찬영이가 나보다 형같잖아요. 키도 크고..."
지아: "왜~난 찬영이가 더 앳뎌보이는데...덩치가 커서 그런가? 난 성문이가 더 연륜있어보이는 구만."
훈형: "아니다. 성문이가 더 어려보이긴 하다. 저...저기...이름이 뭐라고 했지?"
지아: "찬영이."
훈형: "맞다. 찬영이. 찬영이가 성문이보다 어려보이진 않는다."
지아: "그래요? 난 안그런데. 그럼 현귀랑 성문이는?"
흐형: "둘이 동갑 아니야? 서로 말트잖아?"
현귀: "아니에요. 내가 한살 많아요. 근데 계속 말 놓잖아요...."
훈형: "그럼...저...저기."
지아: "찬영이~"
훈형: "아..그래그래. 찬영이. 내가 사람 이름을 잘 못외워."
지아: "그럼 닉네임은 잘 외워요?"
훈형: "닉네임보다는 이름을 부르는게 낫지 않냐..."
성문: (나를 가리키며)"그럼 이름이 뭐에요?"
훈형: "지아잖아."
다들: (웃음)하하하하
훈형: "지아 아냐? 서지아잖아. 이게 누굴. 내가 지아이름도 모를까봐. 맞지~"
지아: "맞아요"(아니라고 하면 큰일날 거 같았음...^^;;)

바야흐로 5월. 누구네는 결혼을 합네. 연애를 하네. 말들도 많고... 언제부터인지 우리 토론회에 쉬이 오르내리는 주제는 "사랑"이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게 난상 토론은 시작되었다. 사랑은 무엇인가? 어디서부터가 사랑인가? 어디까지가 사랑인가? 짝사랑은 사랑이 아닌가?

성문이는 짝사랑, 외사랑은 사랑이 아닌것 같다고 그런다. 그럼 사랑의 시작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느 한쪽이 호감을 가지고 다가서서 이루어지는 게 연애고 사랑일진데...아직 상대방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그 기간을 짝사랑이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사랑이지 않은가. 사랑이 상호왕래의 과정이고 감정의 교류를 전제로 한 것만이 사랑이라면...짝사랑하다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사랑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감정표현이라면 짝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이 죽고 산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아니 이게 아니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그런 슬픔 느낌...그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은 시작된 것이다.

현귀는 사랑은 이기심이란다. 맞다. 사랑의 기본조건이 상대방을 위한 희생일지라도 사랑의 본능은 자기만족이다.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주는 행위가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사랑이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을 위한다. 이건 명백한 이기심의 발로이다. 나에게 그런 느낌이 없다면...상대방을 위한 희생, 배려 따위는 하지 않는다.

훈형은 하룻밤의 연정은 사랑이 아니란다. 글쎄...난 그것조차 사랑이라고 본다. 이경우엔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견해이다. 남들에게 대입할 수 없는 나만의 사랑이다. 난 심한 결벽증과 대인기피증을 20여년간 겪은 사람이다. 난 내가 싫으면 내가 싫어하는 대상과의 모든 연을 끊는다. 이 말은 내가 만나고 대화하고 싸우고 다투는 모든 감정표현 일체가 사랑이란 말이다. 내가 언급했는지 모르겠으나 난 사랑해란 말을 밥먹듯 한다. 난 내 머리속에 떠오른 대상을 사랑한다고 표현한다.

이런 설명을 드리면 이해하실런지...옛말에 사랑하다란 말은 생각하다란 말과 동의어였다. 언젠가 마리와 댓글로 토론할때도 언급했지만 사랑이란 말은 순 우리말은 아니고 사량(沙量)이란 한자어에서 나온말이다. 뜻은 모래만큼 많은 양이란 뜻에서 사랑은 출발했다고 한다. 사랑을 하면 하루종일 그사람 생각만 떠오른다. 무수히 많이...그래서 난 사랑의 정의를 "그 대상의 떠올림" 즉, 생각이라고 본다. 생각하는 그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이성간의 애뜻한 감정까지 발전하기엔 너무나도 멀고 비교할 수 없이 조그마한 사랑이지만, 난 그것이 사랑이라고 본다. 그래서 하룻밤의 연정일지언정...나에겐 사랑이다. 그것이 창녀와의 사이일지라도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나에겐 사랑이다.

그러므로 내겐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다. 일체의 감정표현을 삭제한다. 어느정도냐구? 벌써 오래전 이야기지만 난 내 친동생과 1년여간 말한마디 안 한 적이 있다. 한 집구석에서 살면서...

뭐, 심각한 얘기였던거 같은데...과거의 나는 이미 죽었다. 이지아. 또다른 나의 모습이 현재 내 모습이다. 글 서두에서도 그렸던 것처럼 지금은 평범하다. 아니 평범해지려고 한다. 현재의 나는 디즈니스럽고 말 많은 수다쟁이에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져나온다는 이지아일 뿐이다. 난 이곳에서 만난 내 소중한 인연들과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 내 소중한 사람들, 내가 늘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있으니...

으아..아직 끝난게 아냐. 3차는 노래방~모두들 거나하게 취해서 노래한자락씩 뽑아내고 성문이의 현란한 랩이 빛을 발하는 뜨거운 도가니탕에서의 1시간 뒤...현귀는 노래방에서 쓰러져 잤고 다들 기진맥진이 된 상태에서 헤어짐을 맞이했다. 난 찬영이와 택시를 타고 먼저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알아서 갔으리라. 집에 도착하니 새벽1시...씻는둥 마는둥 대충 물기를 닦고 침대속으로 파고들었다. 새벽4시 간만에 찾아온 속쓰림이었다.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갔지만 먹은 술마저 모두 소화가 되버렸는지...헛구역질만 나온다...옥~오옥~ 설마 입덧!!? 나는 내가 마신 술잔을 세어보았다. 대강 소주2병정도...절대로 이런 상태로 취할리 없는 주량이었다. 그때 스치는 장면하나...어디서 났는지 성문이가 소주병에 넣고 흔들던 조그만 티백...녹차였다. 아뿔사 2차로 간 포장마차에서는 산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마신것이 이슬...나야 이슬파였으니 만족스러웠으나 산을 갈망하는 산파들이 만행을 저질렀으니...녹차소주칵테일을 만든거였다. 산에 녹차잎 성분이 있다나 어쨌다나...그래서 이러면 이슬이 산으로 바뀐다나...나도 취중에 그냥 무심코 넘기고 말았는데...난 소주칵테일을 마시면 그날은 제삿날이다. 난 깡으로 마셔야한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는 순수 소주...그래서 왠만한 과실주라든지 매취순 따위는 마시지도 않는데...그날 무심코 마셔버린 거였다...흑흑..한달간 고생하게 생겼다ㅡ.ㅜ 앞으론 저에게 그 어떠한 소주칵테일도 권하지 말아주세요. 그건 이지아를 두 번 죽이는 짓이랍니다...부탁이에요...





에필로그...난생 처음 허브를 샀다. 내 돈주고 산 건 아니었지만 훈형이 선물해줬다^^ 허브의 향기는 그냥은 맡을 수 없다. 허브 이파리를 건드려 주어야 그 허브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만남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상으로 나마 만나고 있긴 하지만 오프라인상의 만남이 주는 감동만 할까. 난 그걸 허브의 향기에 비유하고 싶었다. 허브의 독특한 향기를 맡고 싶으신가요? 우리 토론회가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하신가요? 나오세요. 처음 허브향을 맡는 것처럼 독특하고 색다른...그러면서도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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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구덩이 속으로...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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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저/김난주 역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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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피곤해. 잠을 좀 자고 나올걸 그랬나. 책을 펼치니 글자가 두개로 보이고, 맞은편에 펼쳐진 늘씬한 다리들이 선명히 보이질 않는다. 젠장 슬프다. 이런 멋진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즐길 수 없다니모자란 잠이나 청해야겠다. 눈부시게 환한 하늘에 가뜩이나 졸음에 겨워 침침한 눈이 저절로 감긴다. 차창 안밖으로 보이는 한낮의 풍경을 각인시키며

 

2

신촌. 오랜만이다. 두 달 만인가.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고, 여인네들의 옷차림이 바뀌었다. 허옇게 내놓던 다리들은 여전했지만, 민소매는 긴팔이나 자켓에 가리워져 또 다른 여성미를 뿜어내고 있다. 사시사철 여자 옷차림 바뀌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다.

 

민들레 영토다. 날씨가 너무 좋았나. 예전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시간은 늦은 3시 40분. 오늘은 시간을 맞춰 나온 편이다. 앉을만한 데가 없나 두리번거리다 구석진 곳에 꼭 한자리가 비었다. 앉아서는 오디오디 어떤 이쁜이들이 있나 관찰하고 있는데 마침 훈이형이 입구로 들어서는 게 눈에 띈다. 알은 채 한다고 손을 흔들었건만 형도 이쁜이들 눈으로 핥느라 내 손은 보이지도 않는갑다. 아에 일어서서 알은 채를 하건만 내 맞은편에 꼬고 앉아있는 이쁜이에게 시선이 꽂혔는지 도통 날 바라볼 기미가 안보인다. 저러면서 사랑은 피곤하다니워째~

 

-형!

-어, 지아왔구나. 일찍 왔네.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이야, 또 옷 샀구나.

-형은 나만 보면 옷 샀냐고 물어봐요. 늘상 입던 거잖아요.

-좋아 보이잖아.

 

그렇게 알은 채를 하고서 또다시 두리번거린다. 이젠 둘이 함께다.

 

-야, 좋다.

-뭐가요?

-여기. 나 여기서 일하면 좋겠다.

-하시죠. 저도 자리 있으면 불러주세요. 깔깔.

-오늘 몇 명 온다니?

-글쎄요. 한 4명은 확실히 오겠죠.

-너하고 나하고 쭈꾸미, 셋. 날_라, 넷. 그러네 4명은 확실하다.

-찬영이도 온뎄어요. 그럼 5명.

-찬영이도? 연락없었는데

-제가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오고 싶으면 오는거지 뭔 연락이냐고요.

-그래, 잘했다. 그래도 한 명 모자라네.

-적으면 적은데로 하면 되죠. 뭐.

-돈 나가잖아. 6인실로 예약했는데

-그러네요. 4천원 꽁돈 나가네요, 마리 온다면서요.

-마리 바쁘잖아.

-무슨 일로요? 일 없다던 거 같던데

-바빠서 못 온댔잖아. 카페에다 그리 써놨드만

-그거 책 안 읽어서 못 온다던 거 아니었어요?

-그랬어? 이 자식그딴걸로 안온다고 그러면 안돼지내가 꼭 전화를 해야 해? 나 전화하는 거 싫어하는데전화 안받네.

-왜 싫어하는데요?

-돈 나가잖아.

 

마리와의 통화가 안되는지 한참 핸드폰을 토닥인다. 서로의 일상 이야기에 한눈 판 새에 후딱 시간이 지났나보다 서둘러 예약한 세미나실로 서둘러 이동했다. 6인실. 조금 작긴 작다. 테이블이 작은 게 아니라 주인자리에 기둥이 불쑥 튀어나와 공간은 좁아보이긴 하다. 하지만 거의 차이는 없는 듯. 훈이형은 연신 좋네좋네하며 앞으론 저쪽 4인실 예약해야겠다 한다. 토론참석률이 갈수록 저조한 것에 상당히 불만인 모양이다.

 

3

세미나실 안내를 받자마자 훈이형은 화장실로 갔다. 나도 따라 가고팠지만 빈방은 지켜야지 싶어 토론시작 전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명상에 들어갔다. 테이블 위로 엎어져서 눈 감고 있는데 누가 알은 채 한다. 쭈야다. 그 자세로 눈만 떠서 알은 채하고 바로 눈 감는데, 또 누군가 날 부른다. 찬영이다. 또 그 자세로 눈만 떠서 알은 채 했다. 어, 잠깐. 아깐 쭈야였는데, 쭈야 어딨어? 명상끝. 정신이 맑아진다. 내가 뭐하려고 했는지 금새 기억이 났다. 역시 명상은 좋은 것이야. 아웅~ 화장실 가야지.

 

_라도 도착했다. 이제 다섯명. 모두 모인 듯 토론을 시작했다.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이란다. 나는 잘 모르겠으나 훈이형의 설명이 계속된다. [모더니즘]과 [리얼리티]의 비교. 아울러 우리나라의 주류는 [모더니즘]보단 [리얼리티]라는 설명.

 

본격적인 토론을 진행하면서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느꼈던 점들이 쏙쏙 명확해진다. 주인공인 니키 준페이가 왜 남몰래 곤충채집을 하려했는지,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왜 탈출을 미뤘는지, 제목은 왜 모래의 여자인지. 제목?, 그래. 휘슬가이 현철이가 예고도 없이 참석했다. 사실 어젯밤에 현철이랑 모처럼 카페에서 채팅을 주고 받던 차에 잠깐이라면-철원으로 가는 막차시간이 늦은 8시 30분이기 때문-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다. 물론 책은 다 읽지 못했단다. 그래서 이것저것 자신이 궁금한 점을 묻던 질문 중의 하나가 왜 제목이 모래의 여자인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런 핵심적인 질문은 계속 오갔다. 사회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즉 이 책 속의 공동체의 시각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여자는 왜 마을을 떠나려 하지 않는가?

 

이제 토론은 좀더 세밀해진다. 작가는 왜 모래를 소재로 사용했는가? 작품 속의 소재, 길앞잡이라는 곤충, 모래, 탈출동기, 마을사람들의 행동양상 등등등 토론 내내 다루지 못했던 소재도 많다. 그건 차후의 기회를 통해서 다시 논할 것을 기약해야 했다. 3시간이라는 시간제약이 너무 아쉽다. 이 참에 시간을 좀더 늘리는 방안은 어떨는지

 

4

토론내용이 궁금하다면 <모래의 여자>에서 모래구덩이의 상징적 의미를 잠시 언급해볼까.

 

모래구덩이. 흡사 개미지옥을 상상케 하는 모래 속 환경설정하지만 그 모래함정 속에는 자신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서른을 갓 넘은 여자가 있었다. 무얼까?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라모래구덩이 속의 여자. 구덩이와 여자.

 

혹 여자의 자궁을 상징하지는 않을까? 사회 구성원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여성의 자궁은 팩토리이다. 주인공은 그 속에서 끊임없는 노동을 강요당한다. 퍼내고 퍼내도 끝이 없는 모래. 그리고 갈증이라는 공포. 시지프스와 탄탈로스를 보는 듯하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선택은 두가지. 길들여지느냐 탈출하느냐하지만 모래는 주인공을 길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여자의 은근한 회유와 마을사람들의 완곡한 저지로 주인공은 다시 모래구덩이 속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마치 덜 성숙한 미숙아의 출생을 막으려는 자궁의 본능처럼

 

모래구덩이를 여성의 자궁에 비유한 이유는 결말부분에 여자의 임신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즉 자궁외임신을 한 여자가 모래구덩이에서 벗어났다. 우연일까? 그 덕분에 주인공도 마지막 탈출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탈출하길 망설인다. 이제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한 것일까? 마을사람들도 그렇게 인정한 것일까? 그토록 감시하던 마을 사람들이 마침 안보인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와서 자연스레 분만을 유도하는 것인가? 정작 주인공은 그 모래구덩이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 흔치 않은 탈출기회마저 못 본 척 한다.

 

5

원래 소토론 주제로 기획했던 <국가보안법>은 사실 안하느니만 못했다.

일단 본토론만으로도 2시간을 훌쩍 넘겼기에-사실 2시간도 모자랐다- 차라리 언급 안했으면 했고, 둘째, 그 짧은 시간에 언급하기엔 <국보법> 자체가 너무도 민감했다. 단순히 개요나 사건들을 나열하고 논의 할 수 없는 문제준비한다고 자처했지만 막상 준비하면서도 엄두가 안났다. 알아야 할 사전지식도 너무 많았고, 논쟁점이 단순하지도 않아 열이면 열가지의 주장도 나올 수 있는 문제

 

하지만 한가지만 묻고 싶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지금 현재 완전폐지, 현행유지, 부분개정개정을 한다면 어디를 개정해야 할지당신은 어떤 소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걸로 토론은 끝났다. 하지만 토론 중에 나왔던참 부흐형이 느즈막히 등장해서 논란거리를 만드셨다. 내가 모래구덩이를 자궁에 비유하자. 자신은 그것을 알에 비유하고 싶다고주인공이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려는 것은 그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의 상징적 의미같다고주인공은 궁극적으로 빛을 원했다라고 주장하였다. 요것에 대한 논의도 흐지부지 되었지모든건 <모래벙개>에서햄버거 잘 먹었어요.

 

6

다시 돌아가서 토론 중에 잠시 나왔던 주제를 벗어난 논쟁거리원시인류는 모계사회였다? 현철이와 나랑 붙을 뻔했던 재미있는 발제였는데, 훈이형의 재빠른 저지로 인해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부흐형도 같은 의견이였지요.

이 자리를 빌어서 심층토론 해보자구요. 난 모계사회 자체를 의심하는 쪽이니까.

 

, 모계사회의 존재를 지지하는 쪽의 대부분의 주장은 원시인류는 가족구성에서 어머니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단다. 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누군지 알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정말 그럴까? 단지 양육권이 어머니에게 있었을 거라는 추측으로 인류의 시작은 모계사회 였다고 주장을 한다. 의문점 제기.

 

그럼 언제부터 부계사회로 전환되었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농경사회가 시작하면서부터 부계사회로 전환되었다고 본다. 왜! 수렵, 채집 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사회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정착하게 되었고, 그러므로 잉여생산물에 의한 부의 축적이 가능해졌고, 계급사회가 발생하고, 영역의 확대로 인해 종족끼리의 전쟁이 발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때부터 남녀간의 힘의 균형이 깨어지고 힘이 세고, 사회적 지배욕이 강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게 되는 부계사회가 도래하였다. 의문점 제기.

 

그럼 농경사회 이전에는 부계사회가 아니었을까? 아니라고 하는 근거가 위의 열거하는 것 뿐이라면 반론은 간단하다. 다시 원시 인류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수렵, 채집생활을 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쎄면 쎌수록 더 잘 할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신체적으로 특별한 무기가 없었다. 맹수와 같이 날카로운 송곳니나 발톱이 없었고, 초식동물처럼 빠른 발도 없었다. 그러므로 인류의 조상은 맹수들의 영원한 밥이었다. 이런 인류에게 제대로 된 무기라곤 불의 발견 이전에는 돌이나 나무막대기 정도였다. 하지만 현생인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힘. 흔히 말하는 구석기 시대에도 가족은 유지되고 있었다. 씨족이나 종족을 구성단위로 하는 무리생활을 하였을 거라고 상상하니 사자의 무리생활을 상상하면 쉬울 듯 이런 무리생활을 하면서 지도자는 힘이 강해야 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 누가 힘이 강한가? 남자다. 무리를 이끌 수 있는 것은 남자였다. 간혹 여자가 힘이 쎈 씨족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남자가 지도자였을 것이다. 반론제기

 

, 그럼 모계사회란 무엇인가? 부계사회의 반대로 생각하면 될까?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어머니쪽 가계를 이어가는 사회. 즉, 어머니가 사회적으로, 가계적으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일 것이다. 사자를 예로 들어볼까. 사자의 수컷은 사냥도 하지않고 새끼를 양육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암사자가 사냥해온 먹이의 우선권을 가지고, 자기의 혈통이 아니면 죽여버리거나 쫓아버린다. 이런 원칙이 인류에게도 적용되지 않았을까? 반론제기

 

원시사회는 성이 문란했을까? 흔히들 현재와 같이 도덕적 관습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인류는 프리섹스를 누렸을 거라는 상상을 한다. 실제로 그랬을까? 아닐것이다. 모든 정치, 종교, 관습의 발달은 성을 터부시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의 대명사인 카톨릭도 십계명에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라고 하고, 전세계적 도덕관습의 공통은 부녀자의 문란한 성을 지탄하며, 정치적 법조항으로서도 강간, 간통(남녀모두)은 법으로 금하고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남미 두메에서 생활하는 원시부족을 살펴보면 벌거벗고 다녀도 엄연히 결혼제도가 있고, 문란한 성은 용서 받지 못할 중범죄로 다룬다. 결혼제도가 있다는 것은 부계든, 모계든 가족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들 부족 대부분은 남자는 사냥, 여자는 집안일과 양육이라는 보편적인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모계사회라는 보고는 난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럼 과거의 원시인류만 특별히 문란한 성을 가지고 있었던가? 단지 옛날엔 어머니만 확인할 수 있고, 아버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추측으로 모계사회가 존재했다고 하는 것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아쉽게도 인류는 모계사회가 없었다고 생각되어진다. 오히려 미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점점 여성상위시대가 도래하는 것 같아보이니

 

7

자자, 뒷풀이.

간단하게 하자는 훈이형의 안내로 천하일품으로 향했다. 밖에 나와보니 벌써 해거름이 깔리기 시작해서 가로등과 간판의 불빛들이 거리를 밝혀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초승달. 너무 예뻤다. 참, 예쁜걸로 치면 쭈야만 할까. 오늘은 홍일점으로 참석해서 인지, 짧은 주름치마로 날렵한(?) 각선미를 뽐내며 한껏 멋을 부렸다. 옆구리가 든든하니 날날이 예뻐진다. 마침 파마도 했다. 무슨 파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길었던 생머리에 웨이브를 주니 풍성한 머리모양이 조막만한 얼굴을 자연스레 강조해. 더욱 예쁘다. 아주 입에 침도 안바르고 발린 소리가 술술 나온다. 이제 그만~

 

오랜만에 온 천하일품. 반갑다. 오뎅탕, 두부김치, 설탕발린 건빵그리고 서비스 황도까지. 마지막은 쭈꾸미불고기였는데 배불러서 남겼다. ㅠ.ㅠ 풍성한 안주에 이야기도 풍년이다. 아참, 자리선정도 오래걸렸지똑 같은 크기의 원탁에 앉으면서 여기가 작네, 저기가 크네ㅋㅋㅋ

 

옥신각신 토론회 개선방안이 쏟아진다. 분리했던 토론회를 합치자. 진행자를 바꿔보자. 왜들 이리 참석이 저조하냐. 아에 없애버릴까. 그럴까. 그런거야~ 정말 그런거야~

 

나뉜 토론회를 다시 합치자는 의견엔 반대다. 애당초 나뉘어진 토론회는 사람이 많아져서 나뉘어진 게 아니라 모두 모여서 토론할 요일을 잡기 애매해서였다. 주말이라도 토욜 안되는 사람, 일욜 안되는 사람있고, 나 같은 경우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서 꾸준한 참석이 불투명하다. 이걸 다시 합친다고 안나오던 사람이 나올리 만무하다. 오히려 토론회를 늘리면 모를까. 그래서 비정기적인 벙개를 많이 하자니까요~

 

진행자를 바꾸자는 의견도 반대다. 물론 지금 현 토론지기를 맡은 분들의 함량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아쉬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대체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인들은 이제 한물 가지 않았느냐는 주장을 하시는데,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구관이 명관이라고, 밥도 짓던 가마솥에 지어야 밥맛이 좋은 법이다. 정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쁘면 번갈아가며 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차후문제. 지금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

 

현재 우리 소모임 뿐만 아니라 전체카페도 침채기이다. 예전의 그 활발했던 모습들이 안보인다. 다들 생업에 바쁜 탓이겠지만, 설마 발도장이나 인사말 하나 남기지 못할 정도로 바쁠까. 특히 우리 소모임의 경우엔 더욱 심하다. 일부 회원들은 한 달에 한번 들락거리고, 들어오더라도 제목만 둘러보고 나간다는 얘기에 깜~짝 놀랬다.

, 나처럼 글을 쓰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 요새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짧은 글 하나 남길 여유가 없을까. 모임이 활성화 되려면 일단 조회수부터 팍팍 늘어야 한다. 100히트는 못 채울 망정 50히트는 넘겨야 하는 게 아닐까. 공지성 글은 늘상 100히트가 넘는 반면에 다른 글들은 2~30히트를 넘기기 힘드니 이건 어떤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아무리 요즘 추석대목으로 비수기라고 할지라도 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토론에 참석했으면 뭔가 좀 남겨봐봐요. 뭔 내가 연대기 작가도 아니고 나혼자 시시콜콜 떠들기도 재미없소. 토론할 때는 그렇게 말들이 많으면서 토론이 끝나면 입을 싹 다물어 버리니내참. 글재주가 없다는 변명은 구차하다고 못 박을테요. 참가하면서 다들 나름대로 느낀 것들이 있을터인데

 

그리고 부흐형은 제발 자학 좀 하지마요.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이 자길 사랑해줄 리 없잖아요. 그리고 썰렁한 농담하는 데 웃어줄 사람이 어딨어. 형은 웃긴 얘기한 것 같은데 남들이 안웃으면 차라리 진지해져봐요. 형은 진지할 때 오히려 멋있으니까웃기는 건 웃긴 놈들한테 맡기라구요. 세상사람 몽땅 개그맨이 될 필요는 없잖아.

물론 내가 형을 사랑할 일은 없겠지만, 형을 절대 미워할 일도 없으니 남들이 형을 반겨주지 않는 것 같다고 자학하지 말라는 거에요. 알았죠. 한번만 더 그래봐. 찬영이랑, 세현이랑 두 번 다시 못보게 해줄 테니

그리고 한가지 더. 항상 웃어요. 남들 눈치 보지말고. 형이 즐거우면 웃고, 화가 나면 버럭 화를 내서 스트레스 따윈 떨쳐버리고 웃어요. 아셨죠. 누가 형한테 뭐라 그러나꽁하지 말고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똑부러지게아셨죠. 이상~끝

 

너무 심각해졌나. 벌써 10시가 넘어갔다. 그새 찬영이랑 쭈야는 일이 있다고 먼저 일어서고 나머지도 주섬주섬 이야기 보따리 챙겨서 집으로 갈 길을 서둘렀다. 이런차에 훈이형이 한마디 한다.

 

-이럴 때 담날 출근해야 한다는 게 너무 싫어. 이대로 밤새고 싶다.

 

나역시 출근하기는 마찬가지내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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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후기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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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청준 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청준 등저
청어 | 199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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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별을 놓친 사람은 재회에서 별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다...-밀란 쿤데라<향수>

그랬던 것인가...난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를 보아도 덤덤한 편이다. 아니 오히려 짜증만 밀려올 때가 더 많았다. 내 암울했던...이라고 표현하는 시절의 그 친구들 얘기이다. 세상의 만물, 모든 것이 나로 인해 만들어지고, 나로 인해 가꾸어지고, 나로 인해 사멸되어지는 내 공상속에선 멋드러지게 작별을 고했던 사람들인데...정작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헤어지더라도 멋지게 헤어지리라 다짐하게 된다. 꼭 해보리라 다짐한다. 그 후...다시 만날 황홀한 재회를 생각하며...



11시 43분...낯선 번호가 핸드폰 액정에 떳다. "누구지?" 일단 받았다.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 여전히 말이 없다. "여보세요~"

"저, 저기...이...지아님 핸드폰 아닌가요?"

겨우 핸드폰 너머로 깨알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제가 이지아인데요. 말씀하세요."

"어머, "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듯한...여전히 깨알같은 단발마가 들려왔다. "쩝, 또 날 여자로 알고 있는게군."

"여보세요~...혹시 아망딘님?"

"네? 아네...어떻게 아셨어요?"

흠냐...전화로 나의 추리과정을 설명달라는게냐. 오늘은 토론회가 있는 날이구. 약속시간도 얼마남지 않았고. 오늘 토론회에 뉴페이스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내 핸드폰에 저장이 되지 않는 번호가 떴으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핸드폰에 뜬금없이 걸려온 여자의 통화내역은 두가지 경우뿐이다, 토론회 아니면 잘 못 걸려온 전화...그런데 잘못걸려온 전화는 아니다. 잘못걸린 전화에선 내 이름이 불리울 리는 없으니 내 핸드폰에 저장이 안된 뉴페이스 아망딘 뿐...이라고 말하고팠지만...

"그냥요^^"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저기요. 제가 아직 책을 다 못읽었거든요. 콜록콜록~ 그리고 제가 주말에 알바를 해서 잠도 못잤구. 오늘 아침8시에 끝났거든요. 그래서 잠도 못잤구. 콜록콜록~ 이러고 나가면 가서 잠만 잘거 같아요. 가서 자도 되나요? 콜록콜록~ 또 모이는 장소가 신천이에요? 신촌이에요? 신촌이에요...너무 멀다. 제가 신천에 사는데...거기까지 얼마나 걸려요? 서울 올라온지 3주밖에 안되서 지리를 잘 모르는데...아...1시간 정도 걸린다구요. 그럼 지금 준비를 해야겠네...아~몸도 안좋은데. 나가면 잠만 잘거 같은데...밥도 안먹었구. 민들레 영토에선 빵하고 라면이 공짜라구요...자취생이 젤 싫어하는게 그거인건 알고 계시죠. 콜록콜록~ 아~근데 책 다 못 읽구 가면 어떻게 되나요? 카페에도 글을 올렸는데...답변이 어떻게 올라왔나요...어머..그래요. 그럼 못나가겠네요...네? 나오라구요...아~~전 나오지 말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전화드린거였는데...나가야겠네요. 콜록콜록~ 몸이 너무 안좋은데...아프면 나오지 말라구요. 아니에요. 나가면 멀쩡할 거에요. 콜록콜록~ 그럼 신촌에서 뵈어요. 몇번 출구에요. 3번 출구요. 거기에서 기다리시겠다구요. 네...그럼 전화 꼭 받아주세요...네~"



"벌써...12시가 넘었다. 젠장 내가 씻을 시간이 없네ㅡㅡ;;;"



어찌어찌 후딱 외출 준비하고, 가방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동대문운동장을 지날을 때 즈음이었나...내 왼쪽 대각선 맞은편에 왠 이쁜 아가씨가 화장을 고치느라 한창이었다. 예쁘다. 이쁘다. 치마두 입었네...요즘엔 부쩍 치마입은 아가씨들이 눈에 띈단 말이시...음음...근데 제를 어디서 봤더라...낯이 익은데...설마..에이...혹시..아니겠지...그런 우연이...그래두...한번 걸어볼까...어, 받는다...끊어야지....낼낼낼낼낼~낼...

"여보세요^^"

"왜 전화 거셨어요?"

"쭈야가 앞에 보여서^^"

"네! 제가 보여여?(" )( ")"



이렇게 쭈야를 만나서 맥도날드 신촌점에 들어갔다. 들어가서...먹었다ㅡㅡ;;;

"뭐 먹을래?"

"해피밀 세트 맥너겟이요. 장난감은 3번이구요."

"뭐? 해피...뭐라고(--)a"

"해피밀 세트 맥너겟이요. 장난감은 3번이구요. 여기 자리 맡고 있을테니깐...받아오셔요. 장난감 3번이에요~"

"해피밀 세트...맥너겟...장난감 3번..."

"이그...같이 가요. 뭐 드실거에요. 지아님"

"응? 난 별로 생각없어. 쭈야 시킨거 쪼금 뺏어먹고 말지, 뭐."

"뭐라구요ㅡㅡ^ 누구걸 뺏어먹는다는 거에요. 내가 얼마나 많이 먹는데. 모자라요. 한개도 못줘요."

"한개만줘~4개잖아. 그걸 혼자 다 먹을거야."

"못줘요. 내가 다 먹을거라니깐요."

"치사하다ㅡㅡ"

"안돼요. 넘볼걸 넘봐야지...그럼 후렌치프라이 하나 더 시키세요."

"알았어..."



쭈양의 식탐이야기는 뒷풀이에 다시 언급하자...

그렇게해서 먹거리로 아웅다웅하기를 끝맺음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쭈양이 3번 장난감을 가지고 놀 사이에...나는 잠시 옛이야기로 시선을 돌렸다. 이 뒷이야기를 쓰게된 가장 오래된 이야기...반년전 이곳의 이야기로...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이곳에서 마리를 처음 만나고 부흐형을...현귀를 만났다. 시선은 오래지않아 다시 쭈야에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쪼물딱 거리던 3번 장난감에 어떤 기능이 있을것 같은데 좀처럼 찾지를 못하자. 쭈야가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난 그 쪼물딱거리는 장난감을 받아들고 의심나는 부분들을 건들었다.

"어떤 기능이 있는 것 같긴 한데...아! 불들어온다."

장난감의 아래쪽에 있는 검은 단자에 손가락을 대자 불이 들어왔다. 이제 다시 조용한 사색으로 들어간다. 마리를 만나고, 부흐형을 만나고 현귀를 만났던 그 시간으로...



마리가 나에게 한 의미있는 첫마디는 "가방을 큰거 가져와야 하셨었는데..."였고, 부흐형은 "왜 내 전화 안받았어?"였다. 현귀는..."그런 말하는 사람이 무언가 있는 사람이에요. 기대되는데요"라는 말이었다. 현귀가 나에게 어떤 분이냐고 물었을 때 별거없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더니 이런 첫마디를 했었다. 이런 사색을 하는 즈음에 성문이가 민토에서 기다린다는 연락이 와서 쭈야가 먼저 민토로 향했다. 안에서 기다리기 뭣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훈이형이 때마침 눈에 띄었다. 수염도 깍지 않고 초췌한 모습으로 "나, 글쓰는 사람이오. 접근금지"라고 시위라도 하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훈이형하고 둘이 있으면 으레 여자품평회가 시작되곤 한다. 그렇다고 원색적이고 퇴폐적인 이야기가 오간다는 건 아니고...그냥 우아하고 이야하며 오예스런 이야기다. 그런 훈이형과의 유쾌한 품평회도 오래지 않았고...난 아망딘님을 기다렸다. 벌써 2시가 넘었다. 토론회는 시작했겠구나. 쭈야가 오프닝을 시작했겠지. 이런 생각을 했드랬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면서...2시 12분. 핸드폰이 울리고 드디어 만났다.

"가요. 늦었어요^^"

늦을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지름길로 간다고 늘상 가던 길로 안갔더니 길이 낯설다. 그리고 난 나보다 걸음이 늦은 사람이 있다는 깨달았다. 항상 남들이 걸을때 뛰어다니던 나였는데...분명 이길은 토론회 처음 참석하던 날 분명히 지났던 길인데도 이상하리만치 낯설다. 그 낯선 길에서 헤메일 때 왜 안오냐는 쭈야의 전활 받았다.

"지금 가고 있어."

쭈야와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처음 만났다...그냥 넘어가기에도 그렇고 그런 날이어서 사탕으로 때우려했는데, "난 페레레 로쉐가 좋아요"란 쭈야의 말에 페레레 로쉐까지 준비하고 갔더니...쭈야가 나에게 했던 첫마디, "그랬어요." 한마디를 휑하니 남기고 바쁘다며, 약속있다고 가버렸다.ㅡㅡ)a



드디어 도착. 아망딘 방에 집어넣고 난 뒷간으로 가서 땀닦고 왔다. 나와 아망딘을 기다린걸까. 다행히 아직 오프닝도 시작하지 않았다. 쭈야의 오프닝..."100만번이나 죽은 고양이"

이세상에 백만번이나 죽은 고양이가 있었어요. 어떤 때는 누구의 고양이었어요. 어떤 때는 누구의 고양이었어요. 한번은 털이 새하얀 고양이를 만났어요. 튕기는 그녀가 아름다웠어요. 사랑했어요. 자식도 낳았어요. 행복했어요.

날 비난하지 마라. 쭈야가 좋아하는 스리랑카 버전이니까. 낭독되어진 걸 이만큼이나마 기억하는게 신통하다고 칭찬해주세요..ㅠ.ㅠ 내 기억시스템은 동영상이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제각각의 다른 목소리로 얘기하는 영상으로서의 저장시스템이다. 한사람이 연기하는 모노드라마가 아닌 이상 한 사람의 같은 톤의 이야기가 잘 입력되지 않는다. 지금 쓰는 글도 각각의 목소리도 저장된 기억을 더듬으며 쓰고 있다. 한 사람에 의해 낭독된-국어책을 읽는 듯한 낭낭한 울림- 것은 내겐 무더운 여름날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바람과 같다. 땀이 마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붙잡을 수도 없고 간직되어지기를 거부하는 바람처럼...



그리고서 첨 출전한 아망딘을 위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이지아에요^^"

비난이 쏟아진다. 그게 뭐냐고...나름 이런 저런 자기소개를 마친 사람들이 자기 소개는 이렇게 해야하는 거라고 내 소개방식에 대해 타박하였다. 난 싫다. 난 나의 정보를 그렇게 말하는 걸 싫어한다. 개인적인 질문이라면 또 내가 답변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개성을 지닌 내 프라이버시라면 여러분이 소개했던 말들처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내 입으로 난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는걸 질색한다. 난 "이지아"라고 말할 뿐이다. 나머진 지내면서 차차 알아지리라. 난 남들에게도 단 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개인적인 신상질문은 되도록 회피한다. 선입견을 가질 것 같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직접 묻기를 청하고, 타인의 신상을 나에게 물을때도 직접 묻기를 권하고, 간절히 내 사견을 물을때에만 그 사람은 이렇더라고 대답한다. 예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고 토론회 자리에서 소개의 시간을 가질 때면 난 항상 그럴 것이다.

"이지아에요^^"

이지아는 느낌입니다. 객관적인 사실로서는 분별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어떨땐 동지였다가, 어떨땐 옵빠이고, 어떨땐 형인듯 하다가, 어떤이는 아줌마로, 누구는 변태라고도 말한답니다. 그외에도 토끼랑 두더지 기타둥둥...날 뭐라고 소개하오리까. 느껴주세요. 그 느낌이 이지아입니다.



마리의 작가탐구...이청준에 대해 제멋대로이고 나름대로의 평가이니 태클걸지 말란다. 마리에게 직접 들으세요.



본토론 "잔인한 도시"에 대해...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아름다운 글이었다. 폭력적이지도 여자가 나오지도 않아서 요즘 세대의 취향이 아니라고 평가한 평론가도 있었지만...한세대의 취향이 모든이를 대변하진 못한다. 그리고 글은 영원한 것이지. 한세대만 딸랑 읽고 잊혀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고전은 지금도 읽히고, 지금의 것이 먼 훗날 또 하나의 고전양식이 되어질 뿐이다. 유명했던 작품만, 한세대를 풍미했던 글들만 고전이 아니고, 예전의 글을 읽고 내 가슴에 무언가 남는게 있다면 적어도 나에겐 고전이 아닐까...난 이리 생각한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국문학과 출신의 두사람. 훈이형과 마리가 작품의 대부분을 거론했다. 쭈야가 읽은 잔인한 도시, 현선이 읽은 잔인한 도시, 부흐형이 읽은 잔인한 도시, 아망딘이 읽은 잔인한 도시, 그리고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한 성문이가 읽은 잔인한 도시...서로의 느낌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내가 뚱딴지 같은 말을 해서...훈이형이랑 마리가 저따위 시덥잖고 하찮은 생각도 할 수 있다는 놀라움을 표했지만...작품의 완성도보단 때론 분노를 폭발시키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지 않은가...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각...김선일씨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이 전국민을 자극하고 있다...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잔인한 도시의 그 사내처럼 할 것인가.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복수심에 가득찬 괴물이 될 것인가...



소토론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생각 하는가?"...주요 논제는 국민의 의무가 우선인가? 양심의 자유가 우선인가?로 좁혀졌지만, 결론이 날리 만무하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하는 4대 의무 중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병역. 우리나라는 남자에 한해서 징집을 통해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범법자가 되어...죄인 취급을 받는다. 한편 양심의 자유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어떤이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 당했을 때에는 헌법소원까지 취할 수 있는 국민권한이다. 둘 중에 어느 하나가 중요하다고 논할 수 없는 점이 이것이 옳다 그르다 쉬이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토론은 일파만파 커지기도 했으며, 사회자의 연륜(?)으로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기도 하였으나 이런저런 공방만 남긴채...끝내야 했다.



독립영화 "외투" 감독 여균동 (9"50")...환희형 말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거라서 준비했다지만...예상컨데 마지막이 될거 같지는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해서 장기복역하고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주인공인 영화였는데...그 아들 대신 영화배우인 음...이름은 모르겠고, 좀 느끼하게 생긴 배우가 복역중인 아들 대신 그 어머니 아들노릇을 해주는 내용이었다. 어머니는 자기 아들처럼 그 배우를 대해주는데, 제가 아들처럼 느껴지시느냐는 질문에 그 어머니는 그렇다고 대답하는 장면도 있었다...이 영화를 보고 마리 죽었다...재미없어서(_ xx)_꼴까닥



자자..뒷풀이...1차는 껍데기집이었던가...가는 도중에 부흐형이랑 마리랑 딴데로 가길래. "어디가요~"하고 불렀더니 날 한번 쓰윽 쳐다보고선 룰루랄라 가던 길 가더이다. 그래서 가던길 냅뒀더니 우리보고 어딜갔냐고 전화 왔다...그래서 성문이가 델러 갔다..쯔쯔

간판만 껍데기집이었지...온갖 메뉴가 다 있더라. 닭갈비에 삼겹살에 돼지갈비에 다 시켰다...고기가 익을 때쯤 뒤마님에게서 오신다는 연락이 왔고, 아망딘은 퀴즈가 좋아라 퀴즈 풀고 부흐형은 자리에 앉자 원샷원샷하면서 살찐 쥐마냥 왔다갔다 쭈야는 닭굽느라 정신없고 아까 죽었던 마리는 한손을 머리에 얹고 얼굴 찌푸리고 있고 성문이는 시험보러 간다하고 훈이형은... 손가락을 쭙쭙 빨더니 내 술잔에서 물놀이하더라.ㅡㅡ;;

컨디션 안좋은 마리가 뒤마님에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일어섰고, 시험보러가야하는 성문이도 같이 일어섰다. 그 후에 뒤마님 도착하면서 1차 쫑~



2차는 천하일품 <신촌점>...왜 신촌점을 강조하냐면...천재찬이 아니라 바보찬인 찬영이가 늘상 토론하는 신촌이 아니라 스터디하는 종로에서 헤맸기 때문이다. 안온다는 거 쭈야가 오라고오라고 노래를 불러서 온다했다는 데, 도착할 시간이 되어도 도착을 안해서 왠일인가 했더니 종로에 있단다. 바보ㅡㅡ

아무튼 천하일품와서 늘상하던데로 이러쿵 저러쿵 얘기도 많이 했고 쭈야가 사진도 많이 찍었다. 안주는 3개를 시켰는데...내가 좋아하는 오뎅탕은 저 멀리에 있고ㅠ.ㅠ 내가 싫어라 하는 치즈떡볶기와 마요네즈 과일샐러드가 내 앞에 놓여졌다...안주가 없어서 술마시고 물마시고 했으나 우몽이 아닌지라 그것도 몇잔 못하겠드라...결국 물배만 채우고선 올스톱.

근데 내가 말이다. 스킨쉽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엄청. 그래서 종종 손도 잡고 팔장도 끼고 어깨도 두른다. 그게 환희형이 되었든 훈이형이 되었든...솔직한 심정으로 환희형이나 훈이형보단 쭈야 손이랑 현선이 팔짱끼고, 뒤마님 어깨 두르고 싶지...투박하고 뻣뻣한 남자손 잡고 싶을까...허나 분위기가 아니다. 특히 환희형...아쿠아 사건 이후 나랑 재원이랑 엮어 주지 못해 난리부르스이지 않은가...더구나 그날 환희형이랑 손잡고 팔장끼고 내친김에 주머니에 손까지 넣었더니...완전 변태취급이다...예전에 그랬을 땐 암말두 않더니...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더니..환희형...자꾸 그러면 나두 폭로해버리는 수가 있어...쭈야 디카에 찍힌 증거사진 있는거 알쥐...내 핸펀에도 똑같은 사진이 들어있으니깐...알아서 자재해 주세요.

쭈야...먹는다. 하염없이 주섬주섬 먹으면서 말을 한다. "내가 이렇게 많이 먹어요. 이리 먹으면 안되는데...내가 50키로도 안나갈꺼 같죠. 제가 표준체중이에요. 아이~ 먹으면 안되는데...누가 좀 말려줘여. 말리지 않음 멈추질 않는다니까요." 그러면서도 계속 먹는다. 누구하나 말리지도 않는다. 왜? 깨작거리고 있으니깐...자기는 많이 먹는다 많이 먹는다 하지만...남들이 보기엔 깨작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더 먹었음 싶다. 좀더 살쪘으면 보기 좋겠다 싶다. 쭈야...살쪄라. 표준체중 오바하란 말야...

그리고 천하일품가서 현선이랑 말다툼을 했는데...미안미안ㅠ.ㅠ 요즘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거 같던데 나때문에 기분 상하지 않았는지...결국 아무 결론도 없는 말을 그렇게 핏대를 세웠었지. 내가 일본 얘기만 나오면 많이 흥분하는 지라...앞뒤로 안가리고 현선이 말대로 전투적이 되었네...그 일로 나 미워하지 않을거지^^*이쁜짓...다 훈이형이 뒤마님 보고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라고 얘길 시작하면서 한글사랑에 그렇게 열성적이지만 않았어두...나두 덩달아 흥분하지 않았을 것을...에혀 내 수련이 부족한걸 누굴 탓하리오...현선아 내 본심은 그게 아니었단다. 내가 얼마나 현선이 좋아하는데...왜 우리 그때 성수역에서 지하철 끊겨서 말야. 응. 수중에 단돈 10000원뿐이고...그래서 말이지...응응..나머진 비밀이잖아...그치. 맞지.

그렇게그렇게 한사람 두사람 떠나보네고...온다던 현귀 돌려보내고...그 시각까지 올똥말똥 결정하지 못한 바보찬 집에 가라고 확실히 못 박고...남은 사람들은 3차로 커피샵을 갔다.



환희형은 자기가 쏘겠다며 가자고 했고...시간이 좀 늦었지만 3, 40분 정도는 여유가 있겠다 싶어 따라갔다. 각자 한가지씩 주문을 하였는데 부흐형만 "난 냉수"를 외치길래 별 생각이 없나 보다 싶었는데 왠걸...팥빙수가 공짜 서비스라니깐 그거 혼자 다 먹고, 내가 전에 챙겨둔 케잌쿠폰으로 나온 고구마케익도 혼자 꿀꺽 했다...어케 냉수만 시킬 생각을 했는지...ㅡㅡ;;;

뒤마님이 낙타눈썹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고...뭐 약간 어른스러운 얘기들이 오간 후...다들 헤어졌다...부랴부랴 지하철 막차타려고 서둘렀고 뒤마님 빠빠이~부흐형 ~빠빠이...아망딘이랑 나랑은 같은 방향이라 같이 타고 갔다. 아망딘 잘자드라(_ __)_zzZ



에필로그...

벌써 6월...토론회를 참석한지 벌써 반년...어찌보면 후딱 지나간 시간이었던 것도 같고,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이라 왜이리 빨리 토론회 날이 오지 않는지 투덜거리기도 했던 것도 같고...후훗.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되리라. 태풍도 불어오리라. 암튼 비가 많이 내리리라. 잔인한 도시...숨 막힐듯 찌들어버린 오염된 하늘을 청명하게 씻어주기를...그 비가 그치면 파아란 하늘아래 선량한 도시가 되길...그날이 어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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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의무일까?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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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진기행

김승옥 저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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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지하철 앞에서 기다릴까도 생각해봤지만...비도 오고해서 민토에 먼저 가서 책이나 읽고 기다리려 했다...결국 도착한 시간은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와버린 오후 1시06분...분명 앞타임에 아무런 진행상황이 없는 줄 알았기에...입구에서 버티고 있는 아가씨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어떤 이름으로 예약하셨습니까? 손님~^^"

"3번방이요. 100분 토론"

"100분 토론 말씀이십니까? 3번방 예약하셨구요. 시각은 2시로 예약되어있네요. 지금은 입장이 불가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번엔 일찍 들어갔었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

"안됩니다.^^"

"네..."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을 안보이는 그 아가씨에게 더이상의 조름은 내가 졸려서 할 수가 없었다. 전날 야근을 하고 아침엔 조조영화까지 섭렵한 상태라...더이상의 입씨름은 날 두번 죽이는 짓이라 판단되어...하품 한번 찍~해주고 돌아섰다.

민들레 영토 입구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또다시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를 바라보았다. 아스팔트를 때리는 빗소리, 우산을 미쳐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부산한 움직임...도시의 하루는 언제나 바뿌다. 나만빼고...한참을 바라보다 책을 펼쳐들었다. 현귀에게 선물받은 바이블...한달째 읽고 있는 제네시스...노아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짜식을 낳고, 그 짜식이 또 짜식을 낳고, 짜식을 낳고...겨우 아브라함을 낳은데 까지 읽으니, 현귀랑 휘슬이 왔다.

"여기 계셨네요."

"응, 비도 오고 여기서 기다렸지."

"오~성경책을 읽고 계시네요. 나도 책 마저 읽어야지."

둘 다 책을 안 읽었다며, 내 양 옆으로 앉으며 무진기행을 펼쳐 읽었다. 나 역시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아브라함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짜식을 낳고, 그 짜식이 짜식을 낳고...뭔 자식을 그리 낳는지...시간을 보니 1시45분...이제는 입장할 수 있겠지.

"10분전이네. 이제는 입장하게 해주겠지. 나 졸라보고 올께."

"네~"

"10분전인데 입장할 수 있죠."

"안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10분전이잖아요. 들어가게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쳇, 웃지 말란 말이야. 다시 뒤돌아서 의자에 앉았다.

잠시후 섬강님 도착. 마리 기웃기웃. 3층으로 올라감. 모두들 단체미팅 자리배치로 착석. 3분 뒤 환희님 착석. 쭈꾸미양의 오프닝으로 토론회 시작...



오프닝으로 두편의 시를 쭈꾸미냥~*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낭송을 하였지만 나의 병적인 <詩 불감증>으로 전혀 기억이 안남. 두 시인중 한명이 인사동에 위치한 <귀천>이란 카페를 운영한다고 하던데 그게 누군지도 모르겠음. 천상병시인이라고 했던가? 한명은 나씨라고 하던데...누군지 당췌(" )a 이번엔 음미해보려고 눈까지 감고 감상을 하였는데...모든 노력이 허사였음...허탈하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섬강님이 준비한 <김승옥 작가탐구>를 먼저하시겠다며 중간중간 간단한 작품을 설명하고 그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본토론은 진행되었다. 내가 참석한 토론회 중 이번 토론이 가장 심도 깊고 현학적으로 치뤄지지 않았나 싶다. 역시 토론의 주요 내용은 섬강님과 마리가 깊게 다루었고...관록의 환희님 역시 중간중간 핵심포인트를 짚어갔고 휘슬가이 또한 자기만의 작품해설을 요목조목 곁들였고 처음 만나는 자유 역시 김승옥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의문점들을 지적했고 쭈꾸미냥~*은 자신만의 작품해석을 독특한 형식으로 열심히 경청했다( --)a



김승옥...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성과 사실적, 계몽적이었던 당시의 문체들과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사물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작가가 느꼈던 감정을 읽는 이도 느낄 수 있게하는 문체를 사용함에 있어 우리나라 최초로 손꼽는 작가라고 섬강님과 마리가 설명하였다. 나같은 문외한이야 뭔소린지 모르겠으나,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작품을 들으니 그런것도 같다.



무진기행...무진은 실제 존재하는 지명이 아니라 작품에서 가공으로 만들어진 곳이란다. 그럼 무진은 작품 속 주인공인 윤희중이 현실세계에서 벗어난 도피처 내지는 이상향이라는 얘기다. 도피처라는 것은 윤희중이 자기와는 어딘가 맞지 않는 제약회사 전무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고, 이상향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 도착한 그 곳이 마침 안식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게다. 아무튼 무진이란 곳은 윤희중에게 안개속에 빠진 듯한 몽환적 환상을 제공하는 곳이다. 작품 속 무진이란 곳의 명물도 마침 안개이다. 안개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무언가 보일듯 하면서도 확실하게는 보이지 않아 호기심을 왕성하게해 이쪽저쪽을 뛰어다니게도 만들면서, 짙어지면 자신의 손끝마저도 보이지 않아 공포심이 가득하게도 한다. 류시화의 시에도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라고 말하면서 안개를 잘 표현해준다. 그런 안개가 명물인 무진. 그런 고향을 둔 윤희중. 그는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토론은 작품속의 무진이 주인공 윤희중에게 과연 어떤 곳이냐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대개의 표현으로는 주인공의 현실과 내면세계를 갈라놓는 곳이라고 하였다. 작품에서도 시작과 끝에 무진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옛생각을 하였다가 <당신은 지금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란 간판을 보았다로 끝내고 있으니 얼추 맞는 표현같다. 그럼 그 내면세계가 어떤 것이냐로 좁혀지는 데...현실부적응자가 속세를 훌쩍 떠나 안착한 안식처라는 섬강님의 표현이 제일 맞는 표현 같다. 특히나 <자신에겐 무진이 없다>는 표현하시며 여운까지 남기니 더욱 이쪽으로 쏠리는 분위기고, 마리의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무진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도 맞는 것 같고...다만 나에겐 그런 무진이 없는 것 같으니...뭐라 할 말은 없다. 가지고는 있는데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서울, 1964년 겨울...격동의 세월이란 표현이 어울릴 그 시절에 하릴없는 세 사람이 모여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이야기다. 작품 전체에서 묻어나는 허무주의를 비웃듯 작품속의 주인공들은 새삼 심각하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사람이 모여 세상살이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비웃다 묘한 동질감을 느낀 작품 속 나와 안(安). "꿈틀거리는 것에 대해 아십니까?" "파리를 좋아하십니까?"란 이상한 질문을 필두로 그들의 대화는 무르익어간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얘기하는 걸까? 무엇을 공감하는 것일까? 난 모르겠다. 그래도 그들은 처음의 서먹했던 관계를 떨쳐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서로의 벽을 허물어가는 그들과는 달리 서른셋인가 여섯인가를 먹은 남자는 그들과는 어울리지 못한채 따로 떨어져 있다. 어딘가 모를 우울함을 풍기며... 아니나 다를까 술자리가 파장될 쯤 그 우울해보이던 남자는 이대로 헤어지지 말자며 그 둘을 붙잡는다. 결국 때어내지 못한 나와 안은 자신을 외판원이라 소개한 남자와 가난해서 장례비도 마련하지 못하여 사랑하는 아내의 시체를 팔아서 받은 돈 4천원을 써버리기 위해 서울, 1964년 겨울밤을 싸돌아다닌다.

토론은 서른세살인가 여섯살인가 하는 남자와 스물다섯 동갑내기인 나와 안에 주목했다. 이 세사람은 무엇인가? 이들은 대립의 관계인가? 비교의 대상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인간 군상의 모습인가? 작품은 왜 이들의 세세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가? 등등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전부 표현해내지 못하는 내 모자란 필력을 저주하며 한마디만 더하고 끝내련다. 휘슬가이왈..."우리 스물다섯살 맞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며 막간 수다를 떠들었다.

화장실에 갔다온 섬강님..."내가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얼굴을 씻었거든, 그래서 얼굴을 닦으려고 무심코 페이퍼타올을 두장 뽑았는데, 거기에 이렇게 써있더라. <두장이면 충분하잖아요.> 그래서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었지. 두장가지고 충분할까?"



소토론...<사랑은 의무일까?>

섬강님은 남녀간의 사랑보다 모성본능을 화두로 꺼내며 시작하였다. 모성애는 의무인가? 자식사랑, 즉 내리사랑은 꼭 해야만하는 것일까? 뭐, 거기에 한이 맺혔는지 마리는 자기자식이 예뻐 보이지 않은 엄마도 있다며 열을 올리며 반론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러는게 옳지만은 않은 것이라며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는데...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당시에는 내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는데...난 난상토론에 약하다. 환희님과 휘슬가이까지 원시인류의 역사적 사실까지 증거로 제시하며 모성애가 의무인가? 아닌가? 열띤 토론을 하였다.

하여튼 난 이리 생각한다. 동물의 상당수가 자식을 낳고서 돌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선천적으로 자신의 알을 품지 않는 뻐꾸기같은 새의 경우나 알을 낳고서 암수모두 죽어버리는 연어라든지 자기분열을 하는 짚신벌레 등등의 경우는 빼고, 일반적으로 모성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포유류에 한해서 말이다. 그 중의 상당수가 자신의 새끼를 낳고서도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그 새끼들은 죽거나 무리를 지어다는 동물들 경우엔 다른 어미가 보살피기도 한단다. 그럼 사람의 경우에는...물론 상당수의 엄마들이 자기가 낳은 아이가 싫다고 한단다. 뭐, 사람의 경우에는 모성본능에 의한 경우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경우, 가정적 환경에 의한 경우 등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으나 그런 엄마들이 적지않단다. 이런면에서 볼 때는 <사랑은 의무가 아니다>. 아니 이러면 말의 어폐가 있을 수 있으니 <사랑은 의무가 되어야만 한다>. 이런 엄마들도 있으니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의무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자기가 낳은 자식을 돌보아야하는 건 당연한 덕목일테니...여기서 마리의 반론이 제기될 법하다. ~해야하는, ~해야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에 강요는 있을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사랑을 강요한다면 그건 이미 사랑의 범주를 넘어선 다른 것으로 변질된다. 이 말도 무수한 반론이 제기될 말이지만...잠시 보류하고 다시 모성애로 넘어가보자. 사랑을 모성애란 말로 대치해보면...모성애에 강요는 있을 수 없다라는 말이 된다. 물론 <사랑=모성애>란 정의가 성립하지 않으니 이같은 대입은 본질적인 오류를 내포하지만...어째든 모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이니 잠시 따지지 말기로 하자.

다시 정리하면, <모성애는 강요될 수 없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 예쁘지 않아서 안고 있는 것조차 짜증이 나는데 자신의 아이는 울며 젖을 달라한다. 이때 그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면 그건 자발적일까? 아닐까? 분명 강요다.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관습이 그 엄마에게 우는 아이한테는 젖을 물리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건 싫어도 할 수 없이 해야하는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없다. 분명 사랑해서 아이에게 젖을 물린건 아닐것이다. 의무적으로 행한 것이 사랑인가? 적어도 이 경우엔 <사랑은 의무가 아니다>.

남녀간의 사랑은 어떨까?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꼭 해야만하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를 이만큼 사랑하니깐 나도 이만큼은 사랑해줘야지...말부터서 사랑하고픈 맘이 안생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꼭 그만큼의 사랑을 받아야만 사랑이 유지가 되는 것인가? 사랑하기때문에 해야만 할 의무적인 일들이 생기는 것인가? 혹은 그 의무적인 행위들을 안하면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기 때문에라도 꼭 의무를 행해야하는 것인가? 이렇게 얘기하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사랑은 화학적평등인 것 같다. 평등이란 개념은 너와 내가 똑같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서로의 교류가 없을 때에도 사용가능한 말이지만...화학적평등은 화학에서 쓰는 말인데, 나와 너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평등상태를 말한다. 즉, 평등은 내가 사과 100개, 네가 사과 100개를 가지고 있을 때 교류가 없이도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학적 평등은 절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과를 그냥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자신이 가진 사과를 상대에게 건네주는 상태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자신의 사과를 건네주고 있다. 그런데 제 삼자가 봤을 때는 둘 다 사과 100개씩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것이 화학적평등이다. 이경우엔 <사랑은 의무이다.> 하지만 이는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일 경우이고 일반적인 사랑의 경우엔 한쪽이 의무감을 느낄때, 이미 사랑은 식어가고 있다. 남녀간의 사랑일 때도 <사랑은 의무가 아니다>. 사랑의 감정이 어느 한쪽이 큰 경우일지라도 사랑이 없거나 작은 쪽에서 그 큰사랑을 받아들일 의무따위는 없다. 그것을 의무로 느끼는 순간 사랑은 깨어져가는 것이다.

나의 결론은 <사랑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난상토론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때까지도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우리가 나가자 더욱 세차게 쏟아부었다. 가까운 곳으로 버섯매운탕집엘 들어갔다. 아침부터 주린 배는 이슬도 마다하지 않았다. 간만에 술발 좀 받으려나 보다...술이 술술 넘어가기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저녁겸 안주인 버섯매운탕이 채 끓기도 전에 이슬반병이 뱃속에서 출렁거렸다. 1차로 간 버섯매운탕집...메뉴는 버섯매운탕뿐인데 술이 두가지였다. 이슬파와 산파...결국 그날은 이슬과 산을 섞어 마신 탓일까...정신이 몽롱해진다...버섯매운탕이 보글보글 끓고 산과 이슬은 쌓여만 가고 이야기 보따리는 하나둘 풀어져 하얀 속살을 내보일때 쯤 아쿠아리움이야기가 나왔다. 환희형이 자신의 띠동갑 찬영이 얘기가 불쑥나왔다. 뒤마님 큰 따님이 휘슬이랑 띠동갑이라는 얘기도 나왔다...난 당연히 내 띠동갑인 재원양 얘기를 하다...얼마전에 재원양 소풍왔을 때 아쿠아리움 구경을 시켜줬다니깐 그 비싼데를 그냥 데꾸 갔을리가 없다. 지아가 아까부터 힘든 사랑을 한다고 하드만...그게 재원양 얘기가 아니냐는 둥...이거야 원 해명을 하면 할수록 나와 재원이 사이를 의심하니 난 어쩌라구ㅠ.ㅠ재원아~~~

2차 천하일품 마리가 빠진 6명이 술술 또 술 마셨다. 이리저리 사람 불러모으고...결국 날_라가 2차에 합류했다. 술술술술~술이 맛나요. 아줌마...우리 여기 한달에 2번 이상 오는데 그동안 서비스 한번도 못먹어봤어요. 서비스 주세요. 뭐주까? 황도요^^ 그래서 공짜안주도 먹었다. 다들 얼큰하게 음주를 하니 가무가 땡겼던가...3차는 노래방~한참 무르익었을 때 부흐님, Anne 합류. 뭐, 내 올챙이 댄스를 봐야한다나 뭐라나...저쪽 구석에서 쑥덕쑥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올챙이 송을 못찾았는지 멜로디가 안들린다. 그래서 안 췄지뭐. 안보여줘서 속상하냐고? 취해서 몸이 휘청휘청대는 놈 데꾸 무슨 댄스야 댄스는...4차는 다시 천하일품...역시 마무리 분위기인지라 담달 토론일정과 1주년 토론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가 되었다. 성문 합류...부흐님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각각의 의견을 수렴하느라 바쁘시고...나는? 그냥 술취한 병아리마냥 물만 먹고 있지요. 마지막 안주로 시킨 치즈떡복기가 맛이 없다고 투덜투덜 거리고 있을 때쯤 쭈양이 가자며 신호를 보냈다. 나도 더이상은 버티기 힘들어서...택시에 몸을 실었고, 쭈양 답십리에 내려주고 "아저씨, 구리~"를 외치고 잠시 눈을 감았다. 번쩍 뜨니 우리집을 지나쳐 가고 있었다. 한번 더 "아저씨. 지나갔어요. 빽~" 드뎌 집 도착.(_ __)_zzZ



에필로그...작가는 작품을 쓸 때 심열을 기울여 쓴단다. 그래서 작품에 배인 작가의 말과 글은 한가지라도 허투로 쓴 것이 없단다. 작가가 아무리 허무주의를 표방하였다 하더라도 작품에서 말하는 모든것엔 의미가 있단다. 글쓰는 이는 그냥 쓰는 법이 없으니까...이번 토론에 참석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많은 것은 깨달았다. 서울, 1964년 겨울을 이야기 하면서 하늘 얘기가 나왔다. 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늘을 바라보나요? 그 중에 섬강님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하늘을 조각낸 수많은 전기줄이 온 도시를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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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끝없는 이야기 | ™구석방 토론회 2007-11-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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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저
창비 | 200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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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4월토론회 후기입니다. 왜 또 쓰냐구요( --)a 내 마음이지~내 손가락이 쓰고 싶다는데 난들 말릴 수 있나...

06:39 A
띠리링~새문자가 도착했습니다.
<6시에 인났는데...엄마랑 아빠가 느긋한걸 =ㅅ=; 지각을 면치 못하겠어T-T>

밤새 야근하다 새벽에야 눈을 붙였건만, 재원이의 문자도착 알림음에 단잠을 깨버리고 말았다. 으~이놈의 귀밝음증이란 주인의 충분한 숙면보다 메세지를 보낸 사람에 대한 예의에 철저한 놈이다. 썩을...천천히 오라는 답신을 보내고 나도 잠을 툭툭 털어버렸다. 거울속에 지웅(地熊)이 한마리가 있더이다. 땅곰.ㅡ-;;

한시간 여를 그냥 갈까? 집에 들렸다 갈까? 고민끝에 도저히 이 몰골로는 갈 수 없다. 씻자. 씻고가자. 내 비록 목욕이란 단어를 윤년에 한번씩 하긴 하지만 이대로는 갈 수 없다. 그래서 훈이형에게 문자를 날렸다.

<훈이혀엉~나 10시 도착은 무리. 그렇다고 많이 늦는다는 건 아니고 11시 도착>

일하는 곳이 잠실이라 건대까지는 불과 20분이면 떡을 칠 거리지만...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10:42 A 건대도착
지아: 혀엉~나 건대 도착했어요.
섬강: 뭐! 건대를 찾을 수가 없다고? 어딘데
지아: ㅡㅡ;; 지금 건대 도.착.했.다.구.요.
섬강: 아하하...그럼 건대정문 알지. 커다란 조형물 있는데...그 길로 쭉 들어와
지아: 큰 아치모양. 그거 말하는 거죠?
섬강: 아치? 응, 그래 그거. 그길로 들어오면 나 찾을 수 있어.
지아: 알았어요. 갑니다.

도착해보니 섬강님하고 성문. 둘만이 날 반겨주었다. 다른 사람은(" )( ")없다..
섬강: 이야~ 지아 봄옷 새로 샀구나. 좋다.
지아: 이거요. 쭈욱 입던 옷인데.
섬강: 그래? 좋다 야. 캐주얼로도 입을 수 있고 정장식으로도 입을 수 있겠다.
지아: 그래요? 이거 테크노마트에서 물건정리할 때 산건데...15000원에
섬강: 뭐? 15000원?
성문: 이 남방도 두벌에 15000원.
섬강: 뭐? 내건 50000원 넘게 주고 샀는데...
그래도 싸게 주고 샀다고 생각했는데, 사기당한 느낌이네.

두런두런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쭈양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지아: 어디래?
성문: 입구래요.
지아: 금방 오겠네
-시간이 적당히 흐른뒤-
지아: 저기 오네(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 뛰네. 딴데로 간다야. 제 쭈양 아니야??? 나 누구한테 손 흔든거냐?
성문: 쭈양 맞아요. 어. 아닌가?
섬강: 근데 제 왜 빙~ 돌아오냐?
-가까운길 놔두고 꽃길을 빙~돌아온 쭈양에게-
함께: 왔어^^

일단 4명이 도착했고 뒤이어 휘슬도 도착해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난 처음 온 건대캠퍼스에 먀냥 신기했고, 섬강님은 자신의 추억의 장소를 지나칠 때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꺼냈다. 성문이도 어린시절 건대에서 놀았던 얘기를...
커다란 호수를 보며 "이곳에서 해마다 한두명은 꼭 죽었어"
편의점을 보며 "원래는 오른쪽에 LG25가 있었는데 몇해전 왼쪽으로 옮겼어."
성문: "내가 초딩때 이곳에서 슬러시를 먹었잖아요. 그때 섬강님이 대학생 이었다는 거 아냐."
섬강: "그럼, 그때 내가 코빠진 슬러시 뺏어먹었는데 그게 너였어!"
차량 진입로를 보며 "저거 예전엔 없었잖아. 저렇게 돈 처먹어서 건물지어 올린거라니깐"
입구앞 공중전화를 보며 "저기서 내가 사랑에 채여서, 술마시구 유리창 깼잖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편의점에 도착했고 룰루랄라 먹거리를 사고 있을 즈음, 우리의 겸둥이 재원양은 건대에서 길을 헤메고 있었다. 화풀이 대상을 못찾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지아: 재원이 길 헤메고 있는거 아네요?
섬강: 걔가 어린애냐. 알아서 잘 찾아오겠지. 먹거리 다 샀으면 가자!

재원아..우리가 널 일부러 골탕 먹일라고 그랬겠니. 사회인으로서의 함량을 심어주기 위해서 약간의 시련을 준것뿐이란다. 이런 날 용서해주렴. 자. 하이파이브~
짝,짝, 퍼억~
재원: !@#$%^(*&^%$!@#$%^*&^%$#!$%^%$#@
하이파이브치곤 많이 아팠다 ㅡ.ㅜ 왠지 일방적으로 몰매맞은 느낌이랄까...무쇠팔 무쇠다리 로켓트주먹~

드디어 얼라대공원 입장. 성수기라 성인이 1500원이다. 재원양이랑 쭈양은 청소년^^
우리는 싸가지고 온 먹거리를 편안히 먹을 공간을 물색했다. 아니 헤메다녔다는게 적절한 표현일듯. 결국 놀이기구가 보이는 목련나무 그늘에 돗자리도 없어서 근처에 누가 쓰다버린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여기까지 1부.....퇴근시간이라 집에가서 계속^^

 

보고싶고 느끼고싶고 만지고싶은...사랑이란 그런 감정
욕망이라고 말해도 좋다. 욕망이 배제된 사랑이란 수박껍데기 핥기나 순대껍데기 씹는 기분일테니깐...

이번 4월토론회는 주제가 사랑이었다. 다들 싱글이어서일까. 사랑이란 이런거다라고 말하기 보단 "나..이런 사랑하고 싶어"라는 말들뿐이었다.

사랑...그리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으면서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때론 시냇물처럼 다가와 어느새 내 옷을 한껏 적셔버리고 촛불처럼 조그만 빛을 비추다가 유월의 햇살처럼 쓰러질듯한 열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달콤한듯하다가 어느새 쓰디쓴 블랙커피의 맛으로 바뀌고 사월의 라일락 향기였다가 오월의 모란이 되곤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초코릿의 달콤함처럼 금방 사라지니 믿지말라고, 또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의 힘은 그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음이라고...

나( ")a 사랑하고 싶다. 난 아직 사랑에 목마르다. 아니 배고프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듯 피골이 상접하듯...미친듯이 사랑하고 싶다. 그래. 한놈만 걸려라. 한놈만 걸려라. 나에게 걸린 그 사랑이 다시는 받아보지 못할 사랑의 늪에 빠뜨려버릴테니 한놈만 걸려라. 딱 한놈만...

뭐 속마음만 이럴뿐...정작 사랑 앞에 서면 멈칫멈칫거린다.^^);

사랑이 두려워서? 아니다. 사랑이 변할걸 알기에?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부질없어서? 아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사랑을 몰라서? 맞다. 난 사랑을 모른다. 아직 내가 느끼기에 제대로된 사랑을 해본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 제대로 된 사랑? 무엇이 제대로 된 사랑이니고? 내가 아나? 모르니 이 모양 이 꼬라지 아닌가? 알면 내가 카사노바게...

내 안에 있는 이여. 내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겁나게 그립다...

류시화의 시다. 사랑을 읊은 시중에 난 이게 젤 맘에 든다. 난 사랑을 시작한다고 느끼는게...내 안의 한구석을 차지해놓고 제집마냥 퍼질러져 있을때다. 문을 두드려도 아는채 안하고, 방빼라고 소리쳐도 꿈쩍도 않는...그런 느낌. 난 이럴때 아~내가 사랑에 빠졌구나하고 느낀다.

쿠쿠 지금 내안에 누가 있냐고^^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 당신을 허~벌나게 사랑합니다.
내 사랑...받아 주실꺼죠. 지금 이순간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뭐...이런 느낌이 가득한 봄나들이였어요((((((( ")
꽃과 따사로운 햇살과 사랑으로 가득했던 그 공간에서...난 풍요속의 빈곤처럼 이런 생각을 하며 쫄래쫄래 걸어다녔답니다. 싫진 않았어요.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니까요. 여러분을 모두모두 사랑한답니다. 나도 사랑해주지 않을래요. 가끔은 찐~한 애정표현도 해주시고^^ㅋ
고마...이 손 한번 꼬옥 잡아주이소^^*

 

성석제와 사랑에 관한 짧은 토론이 끝나니 해가 꼭대기에서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군요. 한 낮의 뜨거움은 그대로 간직한채로 말이죠.

장소는 어린이대공원. 어린이라는 시치미를 땐지 벌써벌써 오래전에 지났지만, 이곳까지 와서 놀이기구 하나 안타면 후회할 것 같더군요^^

주섬주섬 사람들을 꼬시고 좋아라하는 사람들은 뭘탈까 수근수근, 놀이기구라면 치를 떤다며 슬금슬금 도망가시는 섬강님을 붙잡고 우리나라에서 월미도 다음으로 무섭다는 바이킹을 타러 갔습니다.

사실 바이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거라. 설레임반 두려움반으로 타러가기는 했지만...솔직히 별로 타러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고소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이 있어서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두 눈을 가리움 당하면 체온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이 2배로 뛰는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물론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요^^;;
하지만 한 번은 꼭 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기에 바이킹에 올라탈 때까지 아무생각없이 쫄래쫄래 따라갔습니다.(((((((((((((( ")(" )( ")a여기가 어댜?

바이킹 타기 5분전.

( ")(" )( ")(" )( ")(" )( ")(" )( ")(" )( ")(" )( ")(" )( ")(" )( ")(" )

바이킹 타기 바로직전.

응? 우리차례야? 어디앉을까? 맨뒤에? 이렇게 앉으면 돼?.........

바이킹 작동시작.

어. 움직인다. 헤헤. 별거 아니네. 섬강형~ 얼굴풀어. 릴렉스릴렉스^^

바이킹 상승중.

캬~~~~ 캬~~~~~~~~ 캬~~~~~~~~~~!!!!!

바이킹 최고점.

((((((((((((((((((((((((((((((((((((((((((((((((((((((((((( --)
( --)))))))))))))))))))))))))))))))))))))))))))))))))))))))))))
((((((((((((((((((((((((((((((((((((((((((((((((((((((((((( --)
( --)))))))))))))))))))))))))))))))))))))))))))))))))))))))))))

바이킹 하강중.

...............................................................

바이킹 작동멈춤.

내리자.

바이킹 처음 타 본 소감?
별거 아니네^^

또 타러가자면 탈건가?
훈이형~ 어디갔어...같이 가자~ 그렇게 혼자 다니면 안된다니깐. 배고프다 밥먹으러 가자~ 얘들아. 뭐하니. 훈이형 배고프다잖아. 어여 가자. 뭐 먹을까? 응?응?

.................

밥먹으러 가기전....식전 공연을 했지요^^
휘슬가이의 팬플릇 공연.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주제가 이후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감동이었습니다. 그 천상의 멜로디를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원통할 뿐이구요. 휘슬가이님을 보시면 졸라보세요^^ 팬플릇~팬플릇~
공연의 적나라한 모습은 쭈양이 올린 사진을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팬플릇 앵콜공연은 부대찌개집에서 했더랬죠. 공연후 소주한병 서비스~^^

뒷풀이겸 저녁을 먹고 다시 찾은 건대에서 섬강님의 건대소개는 계속 되었습니다. 짧은 뒷풀이를 끝내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우린 헤어졌습니다. 담달을 기약하며...아직 날도 밝은데^^;;



4월 일요토론회...마지막 후기입니다.
이번 후기는 3부작으로 썼다지요? 뭐, 의도된 것은 아니고 그냥저냥 생각나는데로 쓰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시간순서로 보면 1부 '뜨거운 한 낮의 햇살처럼' 2부 '봄나들이' 3부 '...하늘을 날다' 이네요.
점점 후기 쓰기 힘들어진다는...이것도 귀차니즘일지 모르겠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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