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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개설

2016년에 쓴 리뷰들
지식인의 안목을 갖추길 바라며, 읽기 시작한다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2-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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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퀴리 & 마이트너

박민아 저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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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식인마을>시리즈에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구매는 진작에 해놓고서는 독서는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시리즈가 40권으로 일단락이 되는 것 같기에, 우선 목록을 '포스팅' 해놓고서 손에 짚이는 순서대로 읽어대기로 마음 먹었다. 그 첫째로 방사능 물질을 찾아낸 '마리 퀴리'핵분열 이론을 정립한 '리제 마이트너'의 책을 골랐다. 고전책들이 대개 고리타분한 할아버지들의 냄새가 나기 마련인지라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로 처음을 시작하면 시리즈의 필독을 완수해낼 것 같았기에 그리 하였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니,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큰코 다칠 줄 알아'라고 한 방 먹은 듯 싶다. 책의 내용이, 퀴리와 마이트너의 업적에 국한하지 않고 '과학계의 양성불평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남성을 향한 호통까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그런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잘난' 남성 과학자들 못지 않은 성과를 낸 여성과학자들의 애환을 호소하는 한편, 우리 사회 전반에 '여자라는 이름'이 더는 불이익의 원인이 되지 않기를, 더 나아가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들에게 '적극성'을, 남성들에게는 '공정성'을 갖추길 바라는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아냈다. 이 책이 쓰여진 지 8년여가 흘렀음에도 이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암튼, 이 책에서 소개된 과학자는 노벨상을 2번이나 수상한 '마리 퀴리'이고 노벨상후보에 수시로 거론될 정도로 공로를 인정 받는 '리제 마이트너'다. 최초로 방사능물질을 발견한 마리는 '퀴리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리제는 금시초문인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핵폭탄을 만들 때 가장 핵심적인 이론인 '연쇄반응'을 최초로 증명해낸 과학자라고 소개하면, 그 위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성자 하나가 무거운 원자를 쪼개고, 거기서 튀어나온 중성자가 주변의 원자들을 쪼개고 또 쪼개는 '핵분열' 과정이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바로 그 '연쇄반응'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마리 퀴리'는 하나의 물질을 또 다른 물질로 변환시킬 수 있는 '방사능물질'을 발견해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물질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업적을 남겼고, '리제 마이트너'는 방사능을 뿜어내는 무거운 물질을 '중성자'로 두 동강을 내는 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사실과 그런 핵분열반응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져 마침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한 업적을 남겼단 말이다. 내가 '원자물리학' 분야쪽으로 전문가가 아니기에 설명이 미흡하거나 잘못 해석했을 수는 있겠지만, 두 과학자의 업적의 위대함만큼은 제대로 전하고 싶다. 한마디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다.

 

  더 나아가 두 과학자의 업적을 과거 '연금술사'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데, '연금술사'는 값싼 금속을 순수한 금으로 바꾸려는 터무니없는 시도를 하는 사기꾼의 이미지와는 달리, 오늘날 '원자력'에 관련된 과학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원천기술로 연구되고 있으니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 이 책의 내용은, 이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 두 과학자가 '여성'이라는 까닭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현실'로 시선을 확장시킨다. '마녀'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도 굳이 당대의 상황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글쓴이가 '과학사'를 전공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과학자의 업적과 그 평가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이처럼 '시대상황'까지 가미해서 책을 풀어내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또, 책의 말미에 '추천도서'도 마리와 리제의 과학적 업적을 풀어낸 책보다는 '여성과학자'의 사회적 위치와 시선을 직시할 수 있는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쩌면 남성중심적 편향을 가진 우리가 마리와 리제의 과학적 업적에 무관심한 탓에 '관련 책'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어쨌든.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X선에서 퀘크까지>, <마리 퀴리, 과학의 역사를 새로 쓴 열정의 과학자>라는 책은 꼭 읽어볼 작정이다.

 

  끝으로, 시리즈의 첫 권을 읽은 소감은 '만족'이었다. 감동의 물결이 밀려올 정도로 흡입력을 자랑하는 내용은 없었으나 '교양'보다는 좀 더 깊은 '전문가'의 길로 입문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리즈를 거듭 읽으며, 우리 사회 '지식인'이 추구한 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안목을 갖출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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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구름을 더하니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2-1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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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르미 그린 달빛 포토 에세이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팀 제작/김민정,임예진극본/김성윤,백상훈 연출
열림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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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아본 순간, 아름다운 표지 사진과 두툼한 두께에 기쁨을 만끽했더랬다. 택배가 오는 과정에서 함부로 다뤘던 흔적인지 오른쪽 책귀퉁이에 '찍힘'과 '찢어짐'의 두 흔적을 보면서는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책장을 넘기면서 구르미의 다섯 연인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긴 사진을 보는 흥분이 더 강렬했기에 그 아픔을 견딜 수 있었다. 또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는, 사진 밖으로 찢고 나오는 '다섯 연인들'의 명대사가 들리는 듯 했고, 사진임에 분명한데도 한컷 한컷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묘한 감상에 젖어 들곤 했다. 하지만 책에 대한 리뷰는 쉽사리 쓸 수 없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느꼈는데도 마땅히 표현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드라마 속 장면을 캡쳐한 듯한 리뷰를 쓸 수는 없었기에 다시 원작을 손에 들었다.

 

  보통 '화보집'의 리뷰를 쓸 때는 화보집에 담긴 사진을 중간중간 편집해서 '포토리뷰' 형식으로 쓰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어쩌면 책에 대한 기대를 하고 리뷰를 읽는 예비독자들에게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리뷰일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 책 <포토 에세이>의 겉모습 밖에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겉모습만으로 예쁘다고 평가하는 것 같은 부족함이라고나 할까? 진정 <구르미 그린 달빛>에 흠뻑 빠진 애독자들에게 실례가 되는 리뷰가 될 것 같고, 아직도 원작과 드라마를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너무 강제적인 감동을 전달하려 애쓰는 것 같기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기로 하였다. 애초에 사진을 찍어서 편집하기 귀찮아 한다는 점은 그닥 밝히고 싶지 않다.

 

  또 원작을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을 더불어 감상하니 감동이 몇 배는 커졌다. 소설이 주는 무한 상상력에 '시각화'라는 날개를 달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드라마 속 '다섯 연인들'의 케미가 남달랐으나 원작 소설의 내용에 '뷰(view)'라는 즐거움을 장착한 듯한 재미가 정말 솔솔하였다. 이후로 쓴 글들은 모두 원작 소설의 이미지로 서술한 내용임을 밝힌다.

 

  홍라온. 극중 홍경래의 여식으로 등장하기에 출신을 속이고 평생을 남자 행세로 살아가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으로도 모자라 환관으로 취직(?)하여 세자저하를 모셔야 하는 '설상가상' 캐릭터다. 그럼에도 위기에 굴하지 않고 늘 밝고 명랑함으로 극복해내는 '캔디' 스타일의 여주인공은 언제 보아도 인기만점이다.

 

  이영. 안동 김씨가 권세를 누리던 세도정치 시기에 무능한 임금을 대신해 대리청정을 멋지게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다우며, 언제나 백성의 곤궁함을 먼저 헤아리는 멋진 나라로 거듭나게 하려는 이상적인 군주의 자질을 타고난, 거기에다 생긴 것도 어디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이 빼어난 캐릭터. 요즘 송중기 이후로 '어려운 일도 다해내는' 남자주인공이 인기인 듯.

 

  김병연. 김삿갓으로 유명한 그 병연이 호위무사로 거듭났다. 남주인공인 이영 세자의 절친한 벗이자 같은 이상을 꿈꾸는 동반자였지만, 여주인공인 라온을 만난 뒤로는 세상 모든 소녀들이 바라는 잘생기고 든든한 '오빠' 이미지로 그려진 캐릭터. '츤데레' 스타일이라 남자들이 보기에는 짜증나는 모습이지만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해낼 때는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에 그나마 봐줄만한 캐릭터.

 

  김윤성. 안동 김씨 권세가의 손자 역할이라 뼛속까지 기득권의 갑질로 똘똘 뭉친 재수없는 캐릭터로 전락할 뻔 했는데, 라온이라는 여주인공을 만나서 개과천선하는 잘생긴 재벌남으로 거듭한 캐릭터. 하긴 온갖 나쁜 짓은 할아버지와 그 패거리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 바람에 윤성이는 '차도남' 스타일로 여주인공을 홀리기만 하면 되었다. 거기에 여주인공을 통해 따뜻한 사람다운 사랑에 눈을 떠가는 전개는 '나쁜 남자'에 혹하는 여성 독자들의 착한 심장에 '쿵'하게 만들어 주었다. 역시나 남자들에겐 재수 없는 스타일.

 

  조하연. '원래 가진 것 없으면서 모든 것 다 챙기는' 여주인공과 비교 당하기 딱 좋은 '모든 것 다 가지고도 딱 하나를 더 가지지 못하는' 조연에 충실한 캐릭터. 원래 극중에서 '팜므파탈'의 역할로 등장해야 제 맛인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다보니 조신하고 온화한 '조선여인'으로 그려진 것이 아쉽기만 한 비운의 캐릭터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난 개인적으로 홍라온보다 조하연에게 더 매력을 느꼈다. 남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인이 잘난 척 안하지, 성격도 좋지, 남주인공을 극진히 사랑하지, 여주인공에게조차 배려심 돋지, 거기에 예쁘지...안 반하면 남자가 아님. 채수빈 짱~♡

 

  암튼 '구르미 다섯 연인'이 그려낸 사랑이야기는 사극에서만 볼 수 있는 '한복의 아름다움'과 '그림 같은 풍경'이 더해져서 한껏 흐드지게 피어났다. 거기에 어떠한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멋진 왕세자가 내뱉는 "내 사람이다", 호위무사로 그려낸 멋진 오라버니가 읊조리는 "성가신 녀석", 그리고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대쉬하는 재벌남이 외치는 "내 사랑으로 만들겠소"라는 명대사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황홀일 것이다. 거기에 튕길 때 튕길 줄 알고 기댈 때 기대주어 남자의 '존재감'을 충족시켜주는 두 여인, 홍라온과 조하연은 책보다는 사진으로 즐겨야 제 맛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남자들은 아무래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없으면 쫌... 걸그룹=여신~♥

 

  '남장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익숙한 소재임에도 <성균관 스캔들> 이후부터는 남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 같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여자내시로 그려내어 색다른 재미를 돋구었다고 본다. 거기에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왕세자의 러브스토리로 '궁중로맨스'의 큰 획을 이었고, 공주의 이룰 수 없는, 또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이야기를 양념처럼 버무려 새로운 '구르미 삼합'을 이루어낸 듯 싶다. 화보집에서는 아쉽게 공주의 모습을 딱 한 컷! 뒷모습으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원작에서는 절세미녀로 그려졌기에 쫌 아쉬운 점이다.

 

  이제는 책장을 덮을 시간이지만, 차가운 달빛이 구름을 만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는 밤이면 언제든지 다시 추억을 더듬듯 책을 꺼내 볼 것 같다. 달빛에 구름을 더하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듯이 말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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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2-12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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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 미끄럼 타는 할아버지

이상권 글/심은숙 그림
시공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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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가 어린아이처럼 신 나게 눈 미끄럼을 탄다는 이야기에 진한 감동을 느낄 줄은 몰랐다. 솔직히 겉표지만 보고서는 그닥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시큰둥하였다. 초반에는 말이다. 그러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 할아버지가 눈 덮인 산에서 조심조심 내려오다 미끄덩하고 넘어지는 장면부터는 내 두 눈이 촉촉히 젖기 시작하였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문구와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사가 머나 멀고 남일처럼 여겼었는데,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고 말았다. 아직은 할아버지처럼 거동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몸이 마음과 같지 않아지는 걸 느끼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 씁쓸해 하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제 곧 나도 남들 눈에 주책으로 보여질 행동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감정의 수돗꼭지가 왈칵 열리고 말았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눈 미끄럼을 타는 할아버지를 '중년의 그대들'은 왜 걱정 반 주책 반인 눈으로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찼는가? 당신들도 언젠간 '그' 나이가 될 터인데, 나이를 거스르는 용기에 박수는 치지 못할망정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가 말이다. 늙음이 죄악을 저질러 받은 벌이 아닌데도 늙은이들은 자신의 늙음을 천벌처럼 여기고, 늙음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선을 쌓아서 받은 축복처럼 여기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으론, 자신의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오직 '남들의 시선'만으로 생각의 잣대를 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책 속의 할아버지 역시 두 번째 미끄럼과 세 번째 미끄럼에서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워 신 나는 미끄럼을 계속 타지 못하고 머뭇머뭇 거렸다. 그러다 네 번째 미끄럼에서는 지나가는 아줌마의 주책없는 타박에 할아버지는 '나이값'도 못하는 것이라고 자책하기에 이른다. 물론 할아버지 스스로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탓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 못한 까닭이 신 나는 미끄럼을 할아버지가 타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런 시선들을 곧 자신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는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삶인데, 남들의 시선 따위에 신경 쓰며 살 수는 없다. 신 나고 재미난 일이 있다면 머뭇거릴 까닭도 없을 것이다. 난 오늘 <눈 미끄럼을 타는 할아버지>를 보며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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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주도한 토끼 씨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1-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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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호백 저
재미마주 | 200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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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면 유쾌한 책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라면 한 번쯤 상상했음직한 일을 귀여운 일러스트에 짤막한 이야기를 더해 재미지게 낸 책이다. 아마도 글쓴이가 직접 겪은 경험이 자아낸 상상력이 글감이 되었을 것일 텐데, 그 어렵지 않은 짐작이 책을 읽으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책 속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집토끼다. 하지만 그냥 집토끼가 아니다. 아주 영리하고, 어쩌면 용의주도한 토끼 씨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 난 이제부터 이 집토끼를 '토끼 씨'라고 부르겠다.

 

  용의주도한 토끼 씨는 집안 식구들이 모두 자리를 피한 날을 고르고 골랐다. 보금자리인 베란다도 머무르는데에는 그닥 불편함이 없고, 잘 길들여놓은(?) 주인들인 탓에 먹을거리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두껍게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비치는 거실 안쪽의 모습은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베란다에는 없는 것들 말이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날은 왔다. 깔끔하고 꼼꼼한 주인들이 모두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토끼 씨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를 이미 확보해두었다. 사실 이게 가장 어려웠던 일이었던지라 용의주도한 토끼 씨는 주인들에게 집단 최면까지 걸어 거실창문을 잠그는 걸 깜빡 잊게 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의외로 일은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평소에도 덤벙거리기 일쑤인 남편이라 불리는 주인이 베란다에 놓았던 캠핑용 도구를 챙기고 서둘러 나가는 바람에 베란다 창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 잊어버린 거였다. 그동안 최면을 연습하느라 공을 들인 것을 생각하면 괘씸하기도 했지만, 일이 순조롭게 시작되었다는 것에 더 큰 기쁨으로 삼기로 했다. 드디어 창문을 열고 토끼 씨는 창문 틈을 넘어가는데...

 

  전체 줄거리는 책을 읽으며 즐기시길 바란다. 용의주도한 토끼 씨가 주인들이 비운 집 안에서 벌이는 좌충우돌 대소동의 과정과 결말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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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남정네랍니다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1-2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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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보보경심 1

동화 저/전정은 역
파란썸 (파란미디어) | 201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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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소설보다 '같은 이름'을 달고 방영한 드라마를 먼저 보았던 탓일까?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던 이준기와 아이유의 모습, 그리고 다른 황자들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소설의 첫 부분을 읽을 때에는 영 속도가 붙지 않아서 읽는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익숙한 장면이 빠르게 전개되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책이 이미 중국권에서는 꽤나 유명세를 치뤘고, 무려 5년 전에 출간되었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 문득 내 어릴 적에 무협영화와 무협소설을 섭렵했었더랬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랬다. 나는 황순원의 '소나기'보다 김용의 '영웅문'을 먼저 읽었던 중국소설 마니아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더구나 김용의 '녹정기'가 청나라 강희제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쓰였다는 기억마저 떠올랐을 땐, 황자들의 아버지인 '강희제'가 더는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의 장르는 무협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우리 나라의 로맨스 소설과 흡사했다. 그리고 수많은 꽃미남들에 둘러싸인 소녀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꽃보다 남자'의 중국판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실제로 1권을 다 읽은 지금은,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여성독자들이라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에 '뭘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야'라고 싶겠지만, 무협소설에 길들여졌다가 나이가 들어 호르몬의 장난질(?) 때문에 뒤늦게 로맨스 소설에 심취하게 되는 남성독자들을 위해 사족을 덧붙인다 생각하시고 너그러히 양해를 해주시길 바란다. 각설하고, 소설의 내용을 들여다볼란다.

 

  첫째, 빠른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현대에 살던 여주인공이 과거로 타임슬립하게 되는 과정조차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으로 치고 과거 속 이야기를 전개시켜 버렸다. 둘째, 팩션 소설이 주는 진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픽션으로 다룬 로맨스가 아니라 역사라는 '팩트' 속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결말을 미리 짐작할 수 있음에도 팩트와 팩트 '사이'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읽는 내내 흥미롭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파격'이 주는 매력이다. 자유분방한 현대여성이 앞뒤 꽉 막힌 과거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묘한 매력을 풍기고, 더 꽉 막힌 황궁 안에서 거침없이 뿜어내는 매력은 소설을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정도다.

 

  '파격'이란 격식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특히 예법이니, 전통이니 하는 단단할 것 같고, 묵직한 무엇을 깨뜨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테면, 종가집 첫째 며느리가 전통한옥집에서 핫팬츠를 입고 김장을 하는 것처럼 굉장히 안 어울리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책 속 여주인공은 낯선 청나라 시대의 황궁예절을 배워가면서도 유독 황자들에게는 현대 여성의 솔직함으로 돌직구를 날리곤 한다. 그런데도 황자들은 나무라기는커녕 그 솔직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진장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미 독자들은 '성균관스캔들'에서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여인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성균관스캔들' 속 김윤식은 조선시대 여인으로 작가의 도움을 받아 '본 적도 없는' 현대여성을 흉내내는 것 뿐이었지만, '보보경심' 속 마이태 약희는 현대 여성이 과거 속으로 들어간 것이니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점이 다르다.

 

  그럼 현대 여성의 발칙함을 꾸짖고 벌주기는커녕 좋아라하는 청나라 황자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렇게 비유해보자. 여성들은 잘 이해가 안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남자는 '서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남자가 반말하거나 까부는 것을 참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 어린 여자가 반말을 한다면? 화가 나기는커녕 사르르 녹아버린다. 물론 예쁜 여자일 때만이라는 조건이 첨가되어야 하지만,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외모가 출중하다는 설정이니 그 '조건'을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뭐, 여성들도 나이는 어려도 잘 생긴 남자가 반말하는 것쯤은 언제든 환영이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박보검보다 열 살이 많은 여성일지라도 박보검을 향해 '오빠~'라고 부르는 마음과 같은 이치다.

 

  1권에서는 약희와 팔황자 사이의 로맨스가 주 내용이었다. 2권에서는 사황자와의 로맨스가 기다리고 있을까? 내용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며 읽는 재미도 나름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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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법칙이 쉽게 이해돼요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1-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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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몬스터과학 3 두몽이, 유전의 비밀을 풀다

이은희 글/최미란 그림
해그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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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책을 읽고 나서 출판연도를 보니 무려 3년 전에 쓰인 책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새 직장에서 일만 열심히 하던 때였으니 신간이었던 이 책을 못 읽은 것이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해에 책 1권도 변변히 못 읽을 정도로 바빴다는 게 핑계라면 핑계다. 암튼 이 책은 그 시리즈 가운데 3번째 책이다. 심지어 <과학블로그>로 유명한 글쓴이 '하리하라 이은희'가 직접 쓴 책이다. 참으로 좋아하는 글쓴이이고, 이 분의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멘델의 유전법칙'이다. 멘델이 완두콩을 통해서 밝혀낸 유전의 비밀은 오늘날에도 유용하게 쓰이며 유전의 원리를 이해하는 기본이다. 이를 테면, 어릴 적에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친자확인도 부모님의 혈액형으로 간단히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그렇고, 한 세대씩 걸러서 나오는 대머리 유전의 비밀도 모두 멘델이 밝혀낸 '우열의 법칙'과 '분리의 법칙'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더욱 빛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유전의 기본 법칙을 몬스터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홀딱 반했기 때문에 이 시리즈의 책을 몽땅 읽게 되었다.

 

  생물을 공부하다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유전' 파트이다. 노란 완두콩과 초록 완두콩을 등장할 때만해도 만만하다가 우성과 열성의 대문자와 소문자가 등장하면서 헷갈리기 시작하고, 결국에 성염색체의 감수분열이 나오면 대다수가 포기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공부가 처음엔 쉽다가 슬슬 어려워지는 패턴이다. 그러니 딱히 '유전'파트만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위로(?)하고 싶다. 그래도 정말정말 생물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하리하라 이은희'의 책들을 섭렵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아주 쉽고 재미나게 설명한 책들이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책이니 적극 권하는 바이지만, 아쉬운 점도 한 가지 있다. 분명 이 책과 나머지 시리즈는 과학분야에서 나름 어렵다고 하는 기본 개념을 아주 쉽고 재미나게 알 수 있게 하는 유익한 책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까닭은 100쪽이 채 안 되는 얇은 책이 무려 11000원이나 한다는 점이다. 비싼 책에 속한다. 하긴 그림책도 1만 원이 훌쩍 넘는 마당에 11000원이 무에 비싸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다른 초등과학책에 비해 비싼 건 사실이다. 뭐, 그렇다고 이미 책정 된 책값을 깎아달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니 기왕 읽을 때 정말 뽕을 뽑으며 읽길 바란다. 이 책을 읽은 이상 적어도 '유전'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완벽하게 읽길 바란다.

 

  아니 장담컨데 이 책을 읽으면 '유전'을 모를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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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어책이 반갑다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1-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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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어는 왜?

나카야 가즈히로 저/최윤,김병직 공역
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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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느끼는 바지만, 지식을 배우는 책을 읽을 적에는 복불복인듯한 느낌이 든다. 내 어릴 적인 70~80년대에만 해도 아날로그적인 백과전서파들이 많아서 무조건 많이 읽고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 다시 말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 되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무엇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지식의 양과는 별개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지식일지라도 '흥미로운 요소'가 빠진 지식은, 좀더 꼬집어 말하자면, 알고 싶은 지식만 짤막하면서도 '딥임팩트'적인 강렬한 무엇인 없는 '지식 소개'는 그야말로 고리타분한 아재개그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된 것 같아서 말이다. 하긴 '정보의 바다'니 '정보의 홍수'니 하며 호들갑을 떨던 시대도 머나먼 옛날 같이 느껴지는 요즘이긴 하다. 어쨌든 '낭만'을 모르는 요즘 세대들에게 <지식>이란 잠깐 씹다 뱉는 껌과 같을 지도 모르겠다. 씹으나 안 씹으나 별차이도 없고, 아쉬워서 단물 빠질 때까지만 씹고는 아무데나 버려지고 마는 취급을 받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지식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순수한 욕망'은 여전하다. 비록 궁금증을 풀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은 줄어들었을 몰라도, 호기심을 풀고자 하는 그 짤막하고 강렬한 욕구는 더 강해진 듯 하다. 그러면 답은 간단하다. 지식책에 장황한 요소는 과감히 빼고 '알고 싶은 것'만 쏙쏙 담아놓으면 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수준도 고려해 설명하는 어휘나 문장의 길이도 조절해야 하고, 글로 설명해서 부족한 점은 그림이나 사진을 첨가함은 물론 그 첨가된 것들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고 실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론이 장황해졌는데, 각설하고, 우리 나라에 소개된 지식책 가운데 <상어>를 다룬 책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 책이 나와서 반갑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고 싶었고, 기왕이면 알고 싶은 내용이 담긴 유용한 책이었으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운 점도 눈에 띄더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초식공룡보다는 힘이 쎈 '티라노 렉스'라든지 사냥의 귀재 '벨로시랩터'와 같은 육식공룡에 관심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럼 바닷속 생물 중에서는? 당연히 최고의 포식자 '상어'다. 그중에서도 '식인상어'로도 잘 알려진 '백상아리'와 같은 상어에 관심이 증폭되기 마련이고, 80년대 <죠스>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심지어 우리 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90년대와 2000년대에 상어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이 있는데도 '상어'를 연구하는 노력은 미미할 뿐이다. 아니 관심이 너무나도 적다는 점이 안타까울 정도다. '순수학문'과 '기초과학'에 대한 무관심이 심해지면 질수록...아, 그러면 안 된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점은 영화 <죠스>로 각인된 상어 이미지만을 갖고 있을 독자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우리가 몰랐던 '상어의 모든 것'을 짤막짤막하게 풀어 놓아 초보 독자라도 읽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글쓴이가 '분류학'을 전공하였기에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상어의 종류'에 대해서만이라도 안목이 넓어질 것이다. 단순히 '가나다' 순으로 열거한 방식이 아니라 글쓴이가 '상어의 생태'를 곁들여 조목조목 분류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어뢰 모양을 한 '백상아리'와 같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어의 모습과는 판이한 '귀상어'의 종류도 머리 모양에 따라 3종류로 갈라지고, 각각 '삽'모양, '망치'모양, '곡괭이'모양을 한 까닭과 그런 모양을 함으로써 상어에게 유리한 점이 무엇인지 설명된 부분을 읽으면 독특한 상어의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메가마우스상어'라는 거대한 상어에 붙여진 이름에 얽힌 일화를 보면서는 생태분류학을 전공하는 '학자로서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고, '상어의 고추는 2개'인 까닭을 읽을 때는 '뒷담화'와 '야한 농담'에 귀를 기울이는 원초적인 즐거움(?)에 키득거릴 수도 있었다. 이밖에도 상어의 화석은 '이빨'뿐이라는 상식도 얻을 수 있었던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왜 그러냐고? 상어는 뼈조차 말랑말랑 '연골어류'이니까. 어류니까 당연히 상어는 아가미호흡을 하는 물고기이고, 더 나아가 상어와 친척 관계인 '홍어'와 상어의 구분 방법은 홍어는 아가미가 아래쪽에, 상어는 옆쪽에 있는 것으로 구분한다. 이렇듯 지식책을 읽으면 상식이 풍부해져서 참 좋다.

 

  끝으로 아쉬운 점은 지식의 보고인 지식책이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니 즐겨 읽지 않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래서 출판계에서도 그닥 책을 내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말이다.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아무리 인기 없는 도서라도 일단 책을 출판하고 전국의 도서관에서 그 책을 소비해주는 시스템이 있단다. 그래서 아무리 관심 받지 못하는 분야의 책이라도 일단 책으로 출간이 되어 도서관에 가면 읽을 수 있단다.

 

  '우리 나라는 삼면이 바다'라는 이야기를 신물이 나도록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해양생물을 '먹고 즐기는 것' 이외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 해 아쉽다.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말이다. 자칭 '지식을 탐독하는 자'라고 하면서도 그동안 해양생물에 관심을 두지 않은 까닭을 탓하는 말이다. 어릴 적에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라는 책을 탐독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 바닷속에 관심을 두어 관련 책을 뒤적거렸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생각만큼 해양생물을 다룬 책들이 보이지 않자 '해저화산'이나 '판구조론'과 같은 지구과학으로 눈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탐독'을 하던 때에 관련도서가 미비하면 '관심'도 멀어질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내 경우가 그렇듯이 말이다.

 

  그런 까닭에 난 <상어는 왜?>라는 책이 반갑고 또 반갑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 이렇게 반가운 까닭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새삼스래 반추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쪼록 이런 책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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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도 진화한다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10-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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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재밌어서 밤새 읽는 진화론 이야기

하세가와 에이스케 저/김정환 역/정성헌 감수
더숲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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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일본인 과학자의 이름이 또 오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는 단 한 명도 올리지 못했던 명단(노벨평화상은 논외로 치고 말이다)이라서 그런 것인지 샘이 나기도 하고 약이 오르기도 했던 소식이었다. 일본 뿐 아니라 중국도 여러 수상자를 내놓는 마당에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우리 나라가 유독 노벨상과 인연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평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나라가 '기초학문'에 정진하지 않고 있는 세태를 비난하는 평이 앞도적이라는 점도 더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맥락도 없이 노벨상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이 책이 일본에서 5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문구가 눈에 먼저 띠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야기를 꺼내자면, 이 책은 <재밌어서 밤새 읽는~> 과학책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이 기초과학과 같은 '순수학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기회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우리 나라 과학자가 쓴 책이 50만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국민들이 과학책에 관심이 덜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리 나라의 과학자가 직접 쓴 과학책이, 재밌어서 밤새 읽어버릴만한 과학책이 참 드문 탓이 더 클 것이다.

 

  어째서일까? 고3수험생이 진학을 하려는 학과를 보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순수학문을 배우려고 지원하는 학생이 드물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 나라 대학들이 먼저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는 실정이니, 딱히 학생들 탓만 할 것도 없을지 모른다. 거기다 어렵게 순수학문을 전공하고 졸업해도 이들 전문연구원들을 받아줄 기업도 전무하고, 연구라도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국가정책도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바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유명무실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과학선진국으로 가야할 때다. 교육이 백년대계인 것만큼 과학선진국도 적어도 100년 간 꾸준히 연구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될 것이다. 하긴 누가 이런 뻔한 사실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일까...나라꼴이 어찌 되든 자기 밥그릇 뺏길까에만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정치인, 경제인, 그리고 사회지도층의 추태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답답한 현실에 혀만 쯧쯧 차고 있는 내가 먼저 반성해야 하니, 더욱 씁쓸해질밖에...

 

  각설하고, 이 책은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 과학책이다. 다윈이 발표한 <종의 기원>에서부터 최신 이론까지 총망라함은 물론 '진화론'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아니라 그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흐름까지 최대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편집한 책이다. 한마디로 <재밌어서 밤새 읽는~>이르는 제목이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번역의 한계', 이를 테면, 일본식 한자어투로 적힌 용어를 좀 더 알기 쉽게 '주석'을 달지 않은 점이 과학에 깊은 조예가 없는 독자분들의 이해를 떨어뜨리는 원인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제목만 보았을 땐, 비전문가도 충분히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읽으보니 꽤나 어려더라..는 느낌이 드는 점이 아쉽다는 말이다.

 

  그런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큰 메시지를 간략히 정리한다면, 1부에서는 '과연 진화론이란 무엇인가?'를, 2부에서는 '최초의 진화론부터 현재의 진화론까지 제법 전문적인 안목으로 깊이 풀어내본다'를,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진화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진화론조차 진화하고 있다'라고 쓰였다. 이래서 제목에 손색이 없는 책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조금 더 정리를 하자면, 다윈이 처음 진화론을 공표한 이후, 대다수 과학자들은 '진화론'이 설명하는 생물의 변천 과정을 '신의 섭리'가 아닌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화론'이 모든 것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완벽한 가설이 아니기에 현재에도, 앞으로도 끊임없이 논란이 심할 것이다. 이토록 불완전한 이론에 불과한 '진화론'이 우리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모든 생명은 진화를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일 것이다. 진화의 핵심은 '자연 선택'이며 '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이른바 '적자생존'이란 냉혹함을 극복한 위대한 생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 생명이라도 결국엔 99.9%가 '멸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지껏 지구상에서 태어난 생명체가 바로 그러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렇다고 마냥 두려워할 것은 없다. 진화라는 '메커니즘'은 억겁의 세월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모든 생명은 주어진 환경에 아주 잘 적응하도록 이미 진화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생명들이 바로 그렇게 진화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재밌는 점은 '진화'조차 진화한다는 메시지다. 이를 풀어보면, 세상만물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진화론'은 과학에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매력적인 이론이다. 물론 이 책에선 과학 분야 이외의 예는 싣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검색창에 '진화'라는 낱말을 치면 정말 수천 수만가지 책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책들을 검색해보는 것도 솔솔한 재미가 있을 것을 보장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나는 참 좋다. 아울러 그 생각을 두런두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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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소녀였었죠. 꿈, 그리고 사랑과 바꾸어 버린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09-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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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저
자음과모음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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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모양처의 대명사. 자식에게는 가없이 자애로운 어머니로, 지아비에게는 한없이 순종적인 아내로,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여인상이라는 칭송이 항상 뒤따랐던 신사임당. 그러나 그런 위대한 위인의 일대기를 담아놓은 사료조차 한 조각 남아있지 않고, 그녀가 남겼다는 화폭과 글을 통해서거나 그녀의 자식이자 위대한 위인으로 성장한 아들 율곡 이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겨우 그녀의 삶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 소설도 그러한 간접적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채 '신사임당, 그녀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은 유학이라는 이상으로 건설한 나라였기에 그 틀 안에서 모든 것을 구현하려고 했던...어찌 보면 태생적으로 굴레를 타고난 나라였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모든 예법과 절차 뿐 아니라 사람의 도리와 일상생활의 모습까지 유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은 그 '프리즘' 안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더 큰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채 살아왔을지 모르겠으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면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한 삶을 살아야 했을지...개인적으론 짐작도 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그 당시를 살았던 위인들은 어땠을까? 그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이름 붙인 '한계'와 '굴레'를 몸으로 느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아직 세상의 지혜가 '프리즘' 밖을 비춘 적이 었어서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을지언정 가슴이 먼저 느끼고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설 속 사임당은 끊임없이 세상 밖과 통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제 뜻을 마음껏 펼칠 수조차 없는 여인이라는 태생적 굴레는 아무리 세상을 호령하는 양반가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끊고 훨훨 날아갈 수 없는 한으로 남았을 터였다.

 

  능력과잉. 능히 펼칠 수조차 없는 조그만 담장 안에 갇힌 봉황의 슬픔이 그러할까? 여인의 모습으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칠 수도 없고 펼쳐서도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조선이라는 나라, 아니 그 당시 전세계 어디에도 여인의 모습으로는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들...차라리 없는 것만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임당은 붉은 비단보에 그 능력을 감춰둔 모양이다. 아니 여인의 능력이라는 것은 연모라는 사랑하는 마음조차 제 뜻대로 밝힐 수 없을만큼 초라한 것인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임당의 모습 속에서 고이 감춰진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사랑을 엿보게 해준 소설이 참 고맙지만, 한편으론 이 땅의 여성위인의 삶을 고작 이 정도밖에 보여줄 수 없는 것인지 아쉬움이 더 컸다. 나아가 나라가 크고 융성해지기 위해서는 소녀의 작은 가슴 속 열망조차 헤아릴 수 없는 정책제도는 당장에 뜯어 고쳐야 한다는 생각, 또 누구라도 뜻을 품은 이들이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빠르게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 편의 소설책을 읽고 뜬금없는 성토일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 책은 위인전이 아닌데도 자꾸 신사임당이라는 '위인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책 속 주인공과 겹치곤 한다. 정말 위인의 삶이 이랬을까? 아, 이러면 신사임당도 한낱 평범한 여인과 다를 바가 없는 건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읽기를 방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이었기에 '판타지적 환상'을 걷어내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위인전이 아닐 바에야 그녀도 희노애락이란 감정의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땟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신사임당이라는 환상을 깨는데 역점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모르면서 그녀를 이리저리 제 맘대로 평했던 사가들과 전기수들이 만들어 놓은 철옹성 같았던 그 '환상' 말이다. 딴에는 군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우선 뭉친 근육부터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아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모두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음 짓던 소녀였었더랬다. 그녀들이 품었던 파란 꿈과, 뜨거운 사랑과 바꾸어 버린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말이다. 신사임당. 그녀도 그렇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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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철들기를 기다리지? | 2016년에 쓴 리뷰들 2016-09-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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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마트폰 자격증이 필요해

이향안 글/이주희 그림
위즈덤하우스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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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유독 어린이들에게만은 스마트폰을 쓰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 때문인데, 어린 시절부터 이런 중독에 빠져들면 성인이 되어서도 쉽사리 고칠 수 없고 일상 생활조차 엉망이 되기 십상이라 그렇다. 물론 '스마트폰'은 필수인지라 영원히 안 쓸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앞의 중독현상에 대한 고민은 '스마트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적정 연령은 과연 몇 살?'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스마트폰을 너무너무 갖고 싶은 주인공에게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이 기뻐하는 것도 잠시, 스마트폰은 여러 단계의 미션을 주인공에게 내놓고 그 미션을 통과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조건'을 걸었다. 언뜻 이해가 안 될지 몰라도, 정말 스마트폰이 주인공에게 조건을 걸었다. 주인공은 날마다 주어지는 미션을 해결하며 스마트폰보다 더 소중하고 재미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 결국 스마트폰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더 이상 스마트폰에만 열중하지 않고 친구들과, 또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짧은 동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스마트폰도 재미나지만, 이 세상에는 더 재밌고 소중한 '가치'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깨달아 주길 바라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부모님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초중고 학창시절만큼은 공부 외에 다른 데로 한 눈을 팔지 않았으면 싶은게 부모 마음이지만, 어디 아이들이 부모 맘처럼 잘 따라주던가. 아니 아이들이 부모 마음처럼만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 틀림없지만, 여기선 '스마트폰 문제'에 집중하련다. 스마트폰을 사주긴 해야 할 텐데, 과연 언제 사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초등 땐 너무 이른 것 같고, 중등 때 사줬으면 싶은데, 고등 땐 아예 안 했으면...하는 마음이 부모 마음일 것이다. 또 아이들마다 편차도 심해서, 어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난 뒤에도 학업과 품행 모두 방정한데 반해서, 또 다른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난 뒤에 오직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살아서 걱정인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예 스마트폰 따위를 손에 들지도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이 요즘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매개체로 하여 소통을 하고 교우관계를 맺으며, 심지어 학교숙제까지 스마트폰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스마트폰을 어떻게든 빨리 갖고 싶어한다.

 

  흔하게, 이런 상황인 가정이 많은 관계로 '초등 고학년이 되면 사주겠다' 또는 '중학생이 되면 사주겠다'거나 조르고 보채는 해의 '생일날'에 사주겠다는 등 '시기'를 정하는 부모가 많다. 아니면 '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사주겠다'며 목표달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는 부모도 있다. 아이들도 대개는 이런 부모들의 타협안을 받아들여 합의하기에 이르곤 한다. 근데 과연 이런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 또는 '스마트폰과 성적을 맞바꾸는 흥정'만이 유용한 해결법일까?

 

  차라리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하는 걱정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한 뒤에 사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문제가 되는 일이 많아졌단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언제' 사주는 것이 가장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단다. 너는 스마트폰을 '언제' 갖게 되었을 때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니? 주변에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해보면서 너의 생각과 의견을 얘기해주면 좋겠구나." 물론 이런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나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 이런 수준의 대화도 가능하지 않을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는 것 또한 위험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중독은 비단 어린이만이 문제는 아니다. 어른들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에게만 '반드시' 해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것일지 모른다. 결국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애초에 중독의 위험성이 있는 물건을 아이들에게 사주기 전에 '본인의 의지'를 물어보고 그 의지의 확고함에 약속을 걸고 그 약속에 믿음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내용에 십분 공감이 간다. 스마트폰에 목을 메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여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소자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사옵니다. 이 책을 보니, 스마트폰보다 더 높은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사옵니다. 제가 비록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심히 졸랐지만, 이젠 그러지 않겠사옵니다. 그동안 제 어리석음을 너그러히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스마트폰은 당장 필요하지 않사오니 나중에 제가 더 큰 다음에 정말정말 필요한 때가 오면 그때 다시 사달라고 하겠나이다. 이제 더는 스마트폰 따위로 걱정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겠나이다."라며 행동할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뭐, 본인의 의지가 확고해지려면 아이들이 철이 들어 있어야 할 텐데...이 또한 문제이긴 하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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