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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보다 못한 천재바라기였던 망국의 수재들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2-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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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이승원 저
휴머니스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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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밝히고 이해할 수 있어 행복하고, 바보는 어떤 세상인 것 따위엔 관심도 없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재는 천재가 이룬 세상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만들 수 없어 불행하답니다. 더 비참한 이유는 바보처럼 세상에 무관심 할 수도 없고, 천재가 만든 세상을 이해나 하면서 제 손으론 만들 수 없기에 천재를 부러워해야만 하는 처지라 불우하고 또 불우하다고 합니다.
 
 조선이 근대화의 몸살을 앓던 시절의 <지식인들>이 이런 수재들과 같아 보였습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해서 간난신고를 겪던 조선민중들은 차라리 행복했을지도 모릅니다. 온누리가 힘차고 화려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도 제 조국은 지지리궁상인 채로 남아 있으니 한심하고 안타까워 속이 썪고, 애써 온누리보다 더 멋진 나라를 만들고자 하여도 당췌 어디부터 손을 보아야할 지 난감하여 머리를 쥐어 뜯었을 <조선의 지식인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신세만큼 초라하고 처량한 처지가 있을까. 더구나 나라마저 빼앗기고 만 상황에 기가 차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어느 시대에나 대중들은 지식인들의 혜안과 명석함에 찬사와 존경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다. 조국의 운명이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19세기 말~20세기 초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당시 조선민중들은 무엇을 요구했을까?
 
 아쉽게도 이 책에서 당시 조선민중들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까지는 자세히 설명이 없다. 다만 그들이 남긴 서적과 서간을 통해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식인으로서 마땅히 해야만 할 책무>이다. 망국의 설움을 딛고 일제를 넘어 서구열강과 한 판 씨름을 벌이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외세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어 냈으면 좋았으련만..하는 아쉬움도 아니다. 식민지 백성으로 사는 것을 수치로 여겨 목숨을 끊은 지식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나라를 팔아먹지를 않나, 없는 사람을 도와주기는커녕, 몸도 마음도 아픈 이들을 때려질 않나...말을 하기도 싫다.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면 우리가 진정 존경할만한 지식인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허전한 시대였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물론 지식인들도 <있는 분>과 <있는 놈>은 구분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절 조금이라도 배우려면 <있는 집 자식>이어야 할 테고, <배운 집안>이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 둘, 곧 <있는 분>이자 <지식인>인 분들과 <있는 놈>이면서도 몰상식한 양반의 경계가 모호하단 말이다. 이것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변절을 죽 끓듯 한 분들과 놈들이 많아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실종 된>것 같이 명료하지가 않다.
 
 이 책에서 언급한 조선의 지식인들조차 그렇다. 당대의 관점과 처지에서 보면 그들이 최선의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오늘날의 관점과 처지에서 보면 더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많다. 너무나.
 
 난 이 책을 <지식인들이 마땅히 해야만 할 책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식인 축에는 끼지 못할 내가 만약에 그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 보았다. 예상 외로 그다지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주 조금 달랐다.
 
 다른 점은 내가 지식인이었다면, 개인의 영달보다는 나라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 더 많았고, 있는 분들보다 없는 분들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있는 놈은 좀 밟아주고 없는 놈의 울화는 좀 달래줄 수 있는 그런 지식인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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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으로 가득한 젤라즈니스러움, 혹은 문학수업 토론용 소설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2-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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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자 잭

로저 젤라즈니 저/이수현 역
페이퍼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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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상징이 너무 많은 소설은 독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였다. 더구나 휘리릭 넘어갈 정도로 빠른 전개에는 더욱더.

 

 판타지 혹은 환상문학계에서 로저 젤라즈니는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 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젤라즈니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먼저 익숙하지 않은 내용전개에,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배경지식을 요하는 복선과 상징, 거기에 KTX를 능가하는 빠른 사건진행은 뭘 좀 모르는 독자들에겐 어리둥절을, 뭘 좀 아는 독자들에겐 당혹스러움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는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이 보편적이지 못했기에 과학의 도시라는 설정 자체가 너무 낙후된 채 묘사하고 있어서 봉건사회를 묘사한 다크사이드와 대비하여 묘사한 부분에서 자칫 독자를 착각에 빠지게 만들..나만 빠졌는지도 모르겠으나..것 같아 우려스럽기조차 했다.

 

 차라리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들은 뒤에 뒤친이(옮긴이)가 이 책의 대강을 설명한 부분을 먼저 읽으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비록 결말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 경우엔 결말이 드러나도 그닥 문제 삼을 것은 없다고 본다. 주인공의 행동이나 복수를 하려는 목적 등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등장인물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으로 짐작되는데,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을 죽이고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고, 복수를 다짐하는 듯 싶은데 너무도 태연히 원수와 신사적인 논쟁을 벌이고, 반면에 복수의 기회를 잡으니 너무나도 광폭하고도 처절하게 짓밟아버린다. 애초에 누가 선한 존재이고 누가 악한 존재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 주인공의 히로인의 첫 등장이 주인공을 증오하는 장면으로 나온다. 변변한 회상씬조차 없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변했군."이라는 대사도 당황스러운데 변심한 히로인이 가짜라는 둥 복제된 모사품 운운할 때는 당혹..그 자체였다. 도대체 누구의 설명을 믿으라는 건지...

 

 이야기는 점점 더 이상해진다. 최소한 모든 사람들이 왜 '헬플레임'을 탐내는 지는 설명해주어야 할 것이고, 콜위니아는 어째서 다크사이드가 아니라 데이사이드에 있는지 친절히 설명해주었더라면 조금 덜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또 주인공은 다크사이드(어둠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권능의 존재이며, 데이사이드(밝음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대학 교수로 등장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 둘의 중간 지역인 '황혼'이라는 곳이 원래 주인공이 살던 곳이란다. 아니 이곳의 또 다른 원래 모습은 '섀도 가드'라는 곳이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 떠밀리는 것 같다. 느닷없이 나타난 노파가 알려주는 주인공의 과거와 미래, 또 느닷없이 등장한 절친 모닝스타를 보고 주인공과 완벽히 대비되는 탁월한 설정이었다는 뒤친이의 설명은 의혹을 풀 길이 없을 듯하다.(모닝스타는 붙박이고, 주인공 잭은 떠돌이라서란다. 또 밝음을 추구하고, 어둠을 추구하는 등등의 대비도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뭔가 있는 책이기는 하다. 그런데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니아니 알듯 한 것은 분명한데 당췌 감동포인트를 어디서 찾아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당혹스럽다. 참으로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독특한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의 2편의 번외편을 쓰다가 작고 했단다. 그렇다면 불멸의 미완성 대작이런가..미스테리한 소설이다.

 

 상징으로 가득찬 젤라니즈스러움은 해석도 미스테리급인 걸까? 아마도 이 책은 문학수업 토론용으로 만든 책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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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이프 스타일을 잘 몰라서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2-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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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플랜 B

앤 라모트 저/김승욱 역
청림출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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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잘라 말하지만 어릴 적 꾸었던 꿈처럼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있다면 삶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했거나 참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또 하나. 참 소박한 삶을 꿈꿨거나.

 

 그래서 서른즈음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새삶을 꿈꿔보거나 실행으로 옮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플랜B>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살펴보면 살면서 못마땅한 것들에 대해 투정부리는 것까지 아우를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이 책은 미국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못해 달랑 사소한 맨트 한 마디에도 미국 사람들이 자지러지는 작가의 일상을 스스로 홀딱 까발리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느냐고는 묻지 마시길.

 

 이 책이 재미있다는 껍데기야그(커버스토리)가 앞뒤로 빼곡히 적혀 있긴 했지만 미국사회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작가의 미국스런 묘사가 그닥 마음에 닿지 않았다. 예를 들면, 청소년 시절에 누구나 겪는 마약하는 삶을 지금에 와서는 철 없던 시절 이야기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나 수영복을 입었는데 채 덮지 못해서 삐져나온 살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에 와닿지 않아고 감동하지 못해서 오히려 미안했다.

 

 또한 비종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종교성이 강한 내용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미국 최초로 흑인대통령을 배출했음에도 WASP의 굴레는 벗어나지 못한 백인여성의 넋두리 같은 느낌도 들었다. 책 내용에서는 별 감흥을 얻지 못했지만, 제목만큼은 절대공감했다.

 

 마음 같지 않은 삶을 위한 또 다른 계획, 플랜B

 

 그나저나 나는 이미 플랜B를 살고 있는데..플랜C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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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살이가 우울할 때마다 이 책을 읽는다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2-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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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부님 우리 신부님

조반니 과레스키 저/김운찬 역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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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에서 정치와 종교를 풍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종교 쪽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개독교(기독교 가운데 공격적으로 복음주의를 전파하는 교파를 포함해 한국보수종교인집단, 종교인이면서도 절대로 보편적으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분들을 통들어 낮잡아 부르는 이름)와 땡중들(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를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망각하시고 자신의 종파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스님들을 낮잡아 부르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그닥 반응이 없으실 것이다.

 

 그러나 정치 쪽은 예상하기 힘들다. 여당야당 네당내당 할 것 없이 아웅다웅 다투는 꼴 때문만이 아니라 과거 독재정부시절이 그리워 그리로 회귀하고 귀소하려는 본능만 우글거리는 현정부의 행태 때문만도 아니라 도대체 반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정치인들의 뻔뻔스런 작태는 물론이려니와 밀실과 담합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면서도 국민들이 그저 무식해지길 아니면 알고도 그냥 운명이려니하고 받아들이길 바라는 정치인들의 더러운 속내 때문에라도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숨넘어 가시겠다.

 

 이렇게 정치계와 종교계가 어지러울 때 가끔(?) 꺼내 읽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개인적으론 종교계와 정치계가 바이블로 삼고 꼭 읽어야 할 책이 되었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다. 왜냐면 종교인과 정치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서로 앙숙처럼 싸우면서도 서로서로 종교인이기에 받아야 할 존경과 정치인이기에 받아야 할 존경을 인정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땅히 높은 도덕심과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한 다음에 누려야 할 존경이다.

 

 종교인은 온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 진짜 종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가끔 돈 카밀로처럼 긴의자를 조자룡 헌창 쓰듯 휘둘러서 악당에게 분풀이를 할 지언정 마음 한 구석에 남은 사랑을 언제든지 베풀 수 있는 종교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국민들 모두의 이득을 위해서 희생하는 자세를 취해야 정치를 바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념도 좋고 돈도 좋다. 그것이 곧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그런 확신이 선다면 무소의 뿔처럼 앞달려도 잘한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종교인과 정치인들을 모시고(!) 살아야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려니 참 우울하다. 개그맨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면 그렇게도 싫어하시는 분들이 <호통개그>는 어떻게 배우셨는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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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만땅 낭만부족 실속실종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2-1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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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뇌꽃

이세벽 저
GOODBOOK(굿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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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과학>을 잠깐 소개하자면, 인간의 뇌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R 복합체>, <변연계>, <신피질>. 이를 더욱 간단히 설명을 덧붙인다면, <R 복합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본능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변연계>는 정서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내분비계'를 담당하며 '호르몬'을 쏟아내 정서를 조절한다. 마지막으로 <신피질>은 '이마앞엽', '마루엽', '관자엽', '뒤통수엽' 넷으로 나누는데, 용어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이라고 하면 알아들으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이곳은 인간 특유의 인지적 기능을 담당한다.

 

 또 각각의 뇌를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라고 부른다. 이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뇌 발달과정을 풀이한 결과이다. 즉,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를 포유류의 뇌가 감싸고 있고, 그 바깥을 인간의 뇌가 감싼 형상이므로 점차적으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파충류, 포유류, 인간의 뇌로 발달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존 본능만 발휘하던 파충류 시절을 거쳐, 포유류에 이르러 새끼를 낳고 돌보는 과정을 통해 정서가 발달한 다음, 인간만의 특징인 인지적인 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게 <뇌과학>의 기초라고 볼 수 있다.

 

 난데없이 <뇌과학>을 풀어놓은 이유는 이 책이 연애와 사랑의 방정식을 <뇌과학>으로 풀이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를 각각 <욕망>, <감성>, <지성>이라고 밝혀두었다. 이세벽이라는 글쓴이가.

 

 사연인즉, 욕망을 앞세운 사랑, 감성을 앞세운 사랑, 지성을 앞세운 사랑으로 사랑을 구분해놓고 연애에 실패한 사람들의 원인을 인문학적이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였더랬다. 이세벽이란 글쓴이가.

 

 그런데 이게. 나름 재밌다. <사랑의 황금비>라면서 욕망적인 사랑도, 감성적인 사랑도, 지성적인 사랑도 한데 섞어 비비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란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칠 수도 있지만 자못 심각하면서 심오하다. 이세벽이란 글쓴이가 말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욕망없는 사랑은 재미없고, 감성없는 사랑은 낭만없고, 지성없는 사랑은 실속없단다. 그러니 재미만 추구하거나 낭만만 추구하거나, 실속만 추구하는 사랑일랑 하덜말고 셋을 하나로 아우르는 사랑을 하란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이세벽이란 글쓴이가 말했다.

 

 난 감히 말한다. 글쓴이의 비유를 빌어서. 재미는 있지만 낭만이 부족하고 실속은 아주 없는 책이라고. 오히려 책을 읽으며 <에덴의 용>, <롤리타>, <검정풍뎅이>가 읽고 싶어졌다. 마지막 책은 이세벽이란 글쓴이가 쓴 역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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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상상이 필요할 때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2-0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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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빠에게 선물을

강숙인 등저/그림두루마리 그림
교학사 | 200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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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한 켠이 따스했으면 하는 계절이 찾아왔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느껴진다. TV를 켜면 나오느니 답답한 정치판이고, 미치고 폴짝 뛸 경제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신물이 난다. 그냥 확실하게 현 정부가 잘못되었다고 시원스레 말하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와 평화로운 아이들의 노랫소리, 그리고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속삭임이 들려야 할 연말에 들리느니 너나할 것 없이 죽겠다는 이야기 뿐이다. 지난 2년이 20년처럼 느껴지는 건 나 뿐이려나...

 

 여하튼 연말이다. 따스한 가슴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그냥 동화책이지만 이름만 대면 알만큼 유명한 동화작가들이 쓴 단편모음집이다. 큰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답답한 속을 달래줄만큼 잔잔한 감동이 담긴 책이다. 또한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되돌아 보며 반성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다.

 

 달님이 도시로 놀러 왔다. 달님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려 했지만 도시 아이들은 시큰둥할 뿐이다. 실망한 달님은 시골로 다시 돌아간다. 적어도 시골아이들은 자신을 반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이사가면서 전 주인이 버리고 간 깨진 화분 속에 지렁이가 살고 있다. 지렁이는 화분에 담긴 고무나무의 뿌리 사이에 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화분 속에 물이 바짝 마르고 지렁이와 고무나무는 목이 마르다. 새로 이사온 주인은 전 주인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정리하다 깨진 화분 속에서 지렁이와 고무나무를 발견한다. 다행히 새 화분으로 갈아주고 지렁이와 함께 다 죽어가는 고무나무를 함께 넣어주어 돌봐준다. 지렁이는 새 주인이 돌봐주는 덕분에 흙 속에서 행복해하고 지렁이똥 덕분에 고무나무도 새잎을 피운다. 작은 관심이 이룬 기적일 것이다.

 

 씁쓸한 이야기도 있다.

 

 할아버지가 산 속에서 발을 헛디뎌 크게 다치셨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바뻤다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그러나 의문이 생긴다. 할아버지는 익숙한 산행에서 하필 외진 곳으로 가셨고,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 가신 것일까? 할아버지는 외로웠던 것이다. 맞벌이로 바쁜 자식내외는 얼굴 보기도 힘들고, 유일한 낙이었던 손자는 조기유학을 가버리니 소일거리를 찾아 산을 찾으셨던 것이다. 그곳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보람을 느끼셨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외로움을 달래셨다. 하필 낭떠러지 끝에 라면봉지가 걸려 있었고, 할아버지가 주우려던 찰나에 바람이 불었던 것도 우연이었다. 하지만 자식내외는 서로 할아버지를 모실 책임을 따지며 싸우기에 바쁘다.

 

 그래도 난 행복한 이야기가 좋다.

 

 생일을 맞은 손님이 오면 케익을 공짜로 주는 식당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생일잔치를 할 겸 이 식당을 찾고, 사진도 찍는다. 식당벽에는 수많은 사진이 붙어 있지만 유독 눈길을 끄는 사진은 장밋빛 스카프를 두른 할머니 사진이다. 그런데 그 사진의 주인공이 마침 식당에서 홀로 차를 마시고 있다. 아이들은 사진 속의 주인공이 할머니임을 알아내고 자신들의 잔치에 할머니를 초대한다. 나중에 들어와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노신사는 할머니가 마냥 부럽다. 자신은 초라하고 외롭게 지내는데 할머니는 손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늦게 아이들과 할머니의 관계를 알게 되는데...이 두 분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행복한 상상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진다.

 

 연말이다. 2009년도 스무날 남짓 남았다. 행복해지는 상상이 아주 많이 필요한 겨울이다. 올 겨울은 특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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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하라, 그리고 똑바로 보라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1-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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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치적으로 왜곡된 과학 엿보기

톰 베델 저/박종일 역
인간사랑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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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적이란 말은 <인식의 확실성>을 부인하고 <진리의 절대성>을 의심한다는 말이다. 모름지기 학문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성격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누구 말마따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 그렇지만 있을 수 있는 가정을 무시하고 원하는 결과나 성과를 위해 회의하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막중한 책임과 함께 큰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학적 증거>들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면 문제가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 과학에 <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통계나 확률> 같은 것들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 지 오래고, <그래프>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그리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미리 결론부터 내려놓고 짜맞추는 데 <과학>이 악용되는 것이 문제란 말이다.

 

 더구나 이런 <과학>이 <정치>와 만날 때에는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회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당신의 주머니에 돈(경제)이 얼마 없다면 더욱더.

 

 이 책에서 언급된 <지구온난화의 축복>, <유용한 방사능> 같은 내용 가운데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상당한 양의 액수를 이미 강탈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당신은 이미 속았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서 아직은 값비싼 대체에너지나 하이브리드 어쩌구하는 것들을 샀다면 말이다.

 

 왜냐면 <지구온난화는 재앙>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빼먹거나 무시한 <과학적 증거>들만 모아놓으면 바로 <지구온난화는 축복>이란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방사능의 유용성>도 마찬가지이며, <DDT의 유용성> 등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이 책을 무조건 믿으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과학은 종교와 달리 무조건 믿는다고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찰떡같이 믿었던 <천동설>도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두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현상을 하나하나 밝혀내면서 <지동설>로 바뀌게 되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을 믿던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믿기 힘들었지만 믿게 되었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도 말이 안 되는 것에서 말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도 죄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진정 재앙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돈이나 권력이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꼭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치>가 다루는 <과학>은 이것이 맞느냐, 틀리냐가 중요하지 않다. <정치>는 돈이 필요하고, 권력을 잡아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가 부정한 정치세력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절대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움직임이다.

 

 아직도 <회의적 인간>이 되는데 주저할 것인가? 이 책의 내용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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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쓴 역사 개념서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1-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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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저/홍성민 역
뜨인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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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머릿말에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아주 명쾌하게 밝혀 놓았다.
 
  당신은 텔레비전이나 신문매체를 통해 세계 소식을 접할 때 왜 지금 이 시점에 하필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어떤 원인에서 그런 문제가 터진 건지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해낼 수 있습니까?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과 맥락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면 아마도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역사를 과거에 있었던 사실만 달달 암기하고 있어봐야 써먹을데도 없다. 세계1차대전 발발 원인이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의 총격에 오스트리아 황태자부부가 암살된 것이라고 알고 있더라도 그 앞뒤 전개과정을 모른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더나아가 지금도 사라예보에서는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의 다툼이 끊이지 않으며, 같은 이유로 코소보 사태까지 일어났다는 사실도 연계해서 알 수 있어야 역사를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는 바로 이런 식이어야 한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독도는 우리땅' 열심히 부르면 된다는 것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중국에 대한 악플을 쓰는 것으로 대응하는 자세는 아무런 해결도 얻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국가간 감정싸움으로 변질될 우려만 크다.
 
 이는 제대로된 역사교육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이 역사왜곡을 하니 어쩌니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배울 건 확실히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즉, 열 받는 건 받는 거고 챙길 건 챙기자는 말이다.
 
 일본인 저자가 쓴 역사책에는 한국이 언급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이는 세계사란 큰 틀에서 보면 일본이나 우리 나라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역사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여전히 역사를 암기하려 드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확실히 일본은 좀 달라졌다. 이정도로 넓은 안목으로 세계사를 풀어낸 책일 줄은...좀 놀랐고 솔직히 부러웠다.
 
 물론 우리도 세계사를 넓은 안목으로 서술한 책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중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구나 한국사에 국한된 내용이 아닌 세계사를 꿰뚫는 날카로운 안목을 지닌 책은 참 드물지 않은가.
 
 더구나 이 책에서 잠깐잠깐 언급한 책들의 대부분도 역시 일본에서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이 가운데 몇 권은 이미 읽기도 했지만 솔직히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풀어쓴 글들이 굉장히 딱딱해서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구나 싶어서 였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우리도 어서어서 역사의 안목을 넓혀야겠다. 그러자면 역사교육을 살려야 할 텐데. 요즘 상황을 보면 참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세상이 변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데올로기 틀에 갇히는 것도 모자라 경제라는 틀만으로 역사를 바라보아야 옳다는 주장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하는데도 그나마 손가락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손톱에 때가 꼈다고 트집을 잡는 격이니 참 할 말이 없다. 누군지 말씀 안 드려도 알만한 분들은 아시리라. 이웃인 일본은 저만치 달려가는데 우리는 도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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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찾아낸 사랑이기에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1-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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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저/유혜경 역
레드박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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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었다. 어지럽게 일그러진 추상화를 아주 오랫동안 본 느낌이다. 형태만이 아니라 색채까지 너무나 난잡해서 이것이 그림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어지러움 말이다. 책의 내용이 <광기>에 대한 내용일 줄 알고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의 서술마저 <광기>에 휩싸여서 읽다가 미치는 줄 알았다. 더구나 400여 쪽에 해당하는 손바닥만한 책에 빈틈마저 없이 적혀 있어 더욱 그랬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남자주인공인가 싶으면 여자주인공이 등장하고, 젊은 주인공인가 싶으면 갑자기 늙은 주인공이 나와 독자를 <혼돈>에 빠뜨린다. 한 단락 속에서도 수시로 뒤바뀔 때는 이 책을 뒤친이('번역자'의 순우리말)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오해도 숱하게 했다. 이 책의 제목이 <광기>인 것은 주인공이 미쳤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는 물론이려니와 읽는이(독자)마저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을 의도한 것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글쓴이는 <콜롬비아>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여 미쳐돌아가는 모습, 즉, <광기>를 묘사했다고 하지만 읽는 처지에서 <콜롬비아>에 대한 정보가 너무 보잘 것이 없다보니 <주인공들의 삶과 그 모습>을 솔직히 말해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이라곤 <콜롬비아의 단편적인 역사>뿐인데, 그 역사라는 것이 너무 거시적이어서 미시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읽는이의 처지가 답답했다는 것이다.

 

  또 흔히 '미쳤다'고 하면 광기어린 눈빛과 기괴한 행동으로 점철된 공포스런 것을 연상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또 당황하였다. 우스게 소리로 '미쳐도 곱게 미쳐라'라고 말하곤 하는데, 딱 그짝이었다.

 

  한편 <푸른 수염>이란 동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에도 잠깐 이름만 언급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푸른 수염의 주인공과 이 책의 주인공들의 비슷한 점이 있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속내를 엿보면 시커멓게 물든 사람들 말이다. 사람들은 왕왕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고, 동시에 그것은 약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비밀이나 약점이 밝혀지게 되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마치 이것처럼 콜롬비아 사람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밀과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광기>어린 행동을 펼치게 되는 것.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나 그 방법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다시 푸른 수염 이야기로 돌아와서, 푸른 수염은 아내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아내가 자신의 거처에서 마음껏 하도록 배려해주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모든 것을 성심성의껏 다 해주었다. 딱 하나.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방에 대해서만 빼고. 결국 푸른 수염의 대부분의 아내들은 이 비밀의 방의 비밀을 알고 나서 목숨을 잃었다. 마지막 아내는 그 반대로 살아나게 되었지만...

 

  이처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비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고 싶고 궁금해하다가 감당하지 못해 미쳐버리고 만 주인공. 이런 주인공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는 <콜롬비아>의 암울한 사회. 다시 말해, 마약과 관련된 범죄와 마약 조직과 관련되어 몸 담거나 돈세탁으로 부를 쌓는 것, 도심에서 벌어지는 폭탄테러, 살인사건 등.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런 일체의 일들이 벌어져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는 콜롬비아 국민들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광기>스런 일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더 큰 <광기>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바로 <광기>의 참모습이다.

 

  그래도 희망적이라면, 아길라르, 남자주인공 때문이다. 아구스티나, 아내의 광기와 아내의 집안인 론도뇨 가의 광기어린 과거를 하나하나 알아가면서도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는 모습만이 유일하게 희망적이면서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내가 미치기 직전에 바람을 폈다는 사실, 아내의 집안에 멀쩡한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 아니 멀쩡해 보이는데 그 속은 썩어서 문드러져 악취가 난다는 사실, 또 아길라르의 현실조차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범죄조직의 돈세탁을 돕고, 내기를 가장해서 변태가학적인 살인에 공범하였는데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 거기에 아내가 바람핀 정황을 밝히려다 만난 미모의 여인에 사랑을 느끼면서 잊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단 하나는 바로 <사랑>이었다.

 

  마치 <광기>를 이겨내는 단 하나의 힘은 <사랑>밖엔 없다는 것처럼. 그 사랑이 절망의 끝에서 찾아낸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일까? 이 책의 주제가 이것이라면 정말로 아쉬운 점은. 이 책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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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만 견딜 수 있다면 기다림도 즐겁다 | 2009년에 쓴 리뷰들 2009-11-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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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을 만나기 전 나는 반쪽에 불과했다

김이율 저
왕의서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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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기다리는 것 뿐이라면 나는 이미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만나는 것이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 누구든 만나야 한다.

 

 이별은 아프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별의 아픔은 기다림만이 덜어줄 것이다.

 

 그 아픔이 그리움으로 바뀌어 아픔이 오래된다면

 그리움이 추억으로 바뀌어지길 기다려라.

 애써 외면하면 더욱 그리워지는 법.

 

 그저 강물이 흘러가듯

 한번 흘러간 강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

 아픔도 흘러가

 때론 추억이 되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랑이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건 새로운 사랑일 것이다.

 지나간 사랑이 되돌아오기란

 추억이 사랑으로 바뀌는 것만큼 힘든 일이니까.

 

 

 서른 즈음에 찾아온 첫사랑.

 2004년 1월 31일 늦은 3시 20분쯤 신촌 맥도날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첫 눈에 반해 온통 마음을 빼앗겨 할 말을 잃었고,

 넋을 놓고 바라보는 내 모습을 들킬까봐 몰래몰래 곁눈질로 훔쳐만 보곤 했다.

 

 다음 달, 그녀의 생일에 귀걸이를 선물해주었고 그녀와 데이트를 하였다.

 그리고 그녀와 넷째 번 만난 날, 첫 키스와 함께 수줍은 고백을 하였다.

 

 그렇게 내 마음과 내 입술을 훔쳐간 그녀는 내게 사랑의 열병을 가르쳐만 주고 떠났다. 그 뒤에도 어색하게 몇 번을 만났지만 그녀의 눈에 난..없었다.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을 바랐던 그녀에게 내 서툰 사랑은 사랑으로 보이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내 늦은 첫사랑은 너무 일찍 찾아온 첫눈처럼 제대로 대접도 받아보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새벽에 잠깐 내리다 만 첫눈은 인정할 수 없다하여도 첫눈에게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큰 설렘이다. 내 사랑이 비록 짧다하여도 내 마음 속에서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처음 느낀 강한 설렘이었다. 마치 갓난아이가 처음 맛 본 달콤함을 잊지 못하듯 나는 그녀와 함께한 모든 일을 잊지 못한다.

 

 오늘도 난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에게 보낸 연락은 텔레파시 밖에 아무 것도 없어도 그렇다. 기다림이 마음 아프거나 괴롭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난 기다림이 즐겁다. 그녀와 행복했던 기억만 있다면 언제나 늘 그럴 것이다.

 

 만질 수 없는 아쉬움만 조금 견뎌내면 된다. 아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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