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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개설

2007년에 쓴 리뷰들
한 없는 부러움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2-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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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주)도서출판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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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을 떠나다. 그것도 세계여행 말이다.

 여럿이서?

 아니 홀로 떠나는 여행이다.

 그럼...남자?

 아니아니 한비야, 그녀는 여자다.

 그럼 하릴없는 여자이거나 돈 많은 부모 밑에서 부족함없이 자란 여자한량이겠네.

 천만에. 그녀는 그런 부류의 사람과는 전혀 상관이 없네요.

 그래? 그럼 어떤 여잔데 세계여행씩이나 다니는 거야? 혹시 스튜어디스?

 아니. 어릴 적 세운 여행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잘 다니고 잘 나가던 직장나부랭이(?)에 사표를 던질 용감한 여자.

 그래. 한비야, 그녀는 그렇게 세계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2

 나는 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행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고 누구라도 날 끌고다닌다면 아주 잘 끌려다닐 수는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보고듣고먹고돌아다니는 것은 싫어한다. 그렇다고해서 여행에 관심이 아주 없지도 않다. 이것저것 역사의 발자취가 담긴 책이라면 무척 좋아라하고 많이 읽기를 즐긴다. 나에게 여행이란 단지 그뿐이다.

 

 그런데 한비야의 책을 읽다보면 이런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가 다르고, 그녀는 직접 보고듣고먹고돌아다녔지만 난 아닌 것이다. 한마디로 그녀는 직접 체험하고 책을 쓰면서 많이 느낀 것이라면, 난 간접 체험을 하며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는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 그뿐이다.

 

3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단지 그녀의 위대함에 존경을 표하고, 그녀처럼, 그녀가 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보다는 <그녀의 삶> 자체에 집중을 해보면 어떨까?

 

 그녀의 삶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녀가, 한비야가 무엇을 찾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무엇은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지 나에게도 소중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에게서 받은 충격은 '여자의 몸으로 세계일주를 감행해서 성공하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버렸던 그 무엇'이었다.

 

 내가 본 바로는 <그 무엇>이 '직장'과 '돈'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그 무엇이 그리 중요한 것이 사람마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무엇>을 버리지 못하고 안고업고이고 살면서 버리지도, 잘 챙기지도 못하면서 그저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 과감히 버림으로써 얻은 <다른 것>에 또 다른 삶을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과감히 버렸던 <그 무엇>도 다시 찾게 된다. 물론 예전 그대로의 복귀는 아니었지만, 달라졌는가? 아니다. '직장'과 '돈'이라는 점에선 하등 변한 것이 없다.

 

4

 그런데 우리는 왜 그녀처럼 하지 못하는가? 아니 나는 왜 못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용기'가 부족한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용기가 없는가...이제 그만.

 

 나는 이렇게 많은 생각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책이 좋다. 이 늪에 한 번 빠졌다 나오면 나는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은 느낌에 뿌듯하기까지 하고,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와 같은 인생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심을 하는 것은 참 쉬운데, 실천하는 것은 영 쉽지가 않다. 이 책을 덮을 즈음 또다시 한비야 그녀가 참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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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을 비꼬아 본다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2-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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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다산어록 청상

정민
푸르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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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산의 위대함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만은 다산과 함께 입씨름을 벌여 보고 싶은게 소원이다. 하지만 이미 가신 분을 다시 모셔 올 수도 없고, 그저 그분에 관한 책을 통해 시비를 걸어볼 뿐이다.

 

 그렇다고 다산에게서 모순을 찾아내 험담하고자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저 그분과 함께 긴 겨울밤을 소일(消日)삼아 이야기를 나누고픈 맘 뿐이다. 이기고 지는 승패를 가르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야기꽃을 밤새 피워보고 싶은 것이다.

 

2

 그렇다고 여기에다 길고 긴 이야기를 주절주절 읊는 것도 좋지 못할 듯하다. 딱 한 가지만 논해보자.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두 글자의 못된 말이 있다. '소일(消日)'이 그것이다.

 

 짧지 않은가. 그런데 이 말이 시사하는 의미는 짧지도 가볍지도 않다. 다산은 이것이 못된 이유로 <일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 특히 젊은이들이 소일하는 것은 게으른 것이기 때문에 못된 것 중에 제일로 꼽았다. 그래서 소일하지도 말 것이며, 소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였다.

 

 옳고도 옳은 말이요.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1년 365일 일만 하는 삶이 과연 즐겁고 행복한 삶일까? 현대인의 삶에서 <여가생활>을 빼면 노동만 남는다. 근면성실한 것만큼 좋은 덕목이 없을 테지만 매일 <노동>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살란 말인가. 이점에서 다산의 주장을 논박하고 싶다.

 

 물론 다산이 말하는 <소일>과 현대인의 <여가생활>이 꼭 들어맞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그닥 다르지도 않다. 다른가? 많은 가정의 주말 풍경을 보면 그닥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들은 주말만 기다리지만, 아빠는 주말만이라도 쉬고 싶은 맘이 가득하다. 이런 가정 난 수 없이 봐왔다. 바로 우리 가정이었으니까. 옆집도, 윗집도, 그리고 뒷집도...이렇듯 현대인들은 소일거리가 없으면 아마 일만 하는 기계로 전락하여 폭발하고 말 것이다.

 

 다산이 살던 시대에는 무엇이든 풍족함을 누리지 못한 시대였다. 그 때문에 소일하는 것은 바로 죽음이자 죽도록 맞을 짓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풍족함을 넘어서 먹거리에 치여 살고, 무엇이든 넘치고도 남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근면과 성실만이 미덕일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수준의 <풍요>에 이르렀을 때 <소일>은 더이상 못된 짓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고 <소일>을 권장하자는 건 아니다. 소일이 예나 지금이나 못된 짓임에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적당히 쉬고 여가생활을 즐겨야 할 때마저 <소일>을 금기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때 <소일>은 못된 짓이 아니라 꼭 필요한 짓이 된다.

 

3

 뭐, 말도 안 된다고 따지지 말자. 모든 사람들이 다산을 훌륭하다고 하니 나라도 딴죽을 걸어야 리뷰가 즐거워지지 않겠는가^^ 다산 오빠 알라뷰~라고 쓸라다가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다산의 말에 많이 참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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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역사책을 읽다가...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2-0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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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왕과 신하, 부국강병을 논하다

신동준 저
살림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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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누구나 책을 읽기 전에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다수의 독자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조선의 왕과 신하가 서로 <부국강병>이란 주제로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조를 대표해서 왕권이 강했거나 왕권강화를 외치던 국왕(태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 영·정조, 고종)과 신권이 강해야 한다고 주창했던 (정도전, 김종직, 조광조, 송시열 등)이 등장해서 [조선의 부국강병책]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했다. 물론 책을 펼치는 순간 여지없이 깨진 상상이었지만, 정작 이 책을 읽으면서 깨진 것은 나의 역사적 고정관념이었고, 조선 멸망의 의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깨어질 수밖에 없던 <역사적 고정관념>은 '붕당정치의 긍정적 측면'이었다. 물론 붕당이 국리국략이 아닌 당리당략만을 좇았기 때문에 부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래도 고려조에선 없었던 <정당정치>를 하는 등 민주적 요소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논조와 근거로 본다면 절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무릇 정당정치는 서로 상반된 이념과 정책을 내세우며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야 하는데, 조선시대 붕당은 이도저도 <사림>일색이기 때문에 동인이든 서인이든, 북인남인, 노론소론이 죄다 <성리학>이라는 하나의 이념뿐이니 제대로된 <정당정치>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로선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조선 멸망의 의문>을 풀게 되었다. 바로 <성리학>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화석화 된 성리학(사상)> 때문이었다.
 
 그동안 난 <성리학>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살펴보며 [조선 멸망]의 궁극적인 원인에 대한 의문에 휩싸였다. 도대체 <성리학>이 부정적이고 폐단적이었다면 어떻게 해서 강성한 조선을 건국하였는지, 또 그렇게 훌륭했다면 왕도정치라는 위대한 사상을 실천했던 위대한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허망하게 망할 수가 있었는지, 또, 비록 망국했더라도 500년을 풍미했던 지도자들이 새나라를 건국하는데 이렇게 무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에 휩싸여서 좀처럼 풀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성리학>이 아니면 같은 유교라도 이단으로 몰아서 금기시했던 <사상의 화석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왕도정치나 군신공치와 같은 이념이 나쁠 리가 없다. 그러나 시대는 흐르면 변하게 마련이다. 언제나 태평성대일 수는 없다는 것을 정도전 이하 신진사대부들의 후예인 사림들은 망각했던 것이다. 가래로 할 일을 호미가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굴러오는 바위덩어리를 계란으로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화려한 공예품으로는 바위보다 계란이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무식한 바위를 더 높은 가치로 쳐줄 때가 있다.
 
 그런데도 이 땅의 <성리학자>들은 모든 해법을 [왕도정치] 하나로 해결하려 하는 우를 범했다. 다시 말해, [부국강병]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군강신약>인지, <군약신강>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유능하고 훌륭한 임금이라면 신하가 임금을 도와 잘 보필하는 것이 중요하고, 임금이 무능하면 신하가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마땅히 신하라면 왕권을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수행하는 일꾼을 자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신진사대부들은 초기부터 왕권을 안정시키기보단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고 나라꼴이나 백성들의 헐벗음 따위에는 하등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의 성리학적 지식만이 옳음을 주장하고, 백성은 물론이려니와 임금마저 이 틀에 길들이려고만 하였다. 이 책의 내용상으로 볼 때, 저자는 한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선 임금은 보위하고, 신하는 깨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굉장히 편협한 주장같지만, 이 책의 가치는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조선역사>를 꼬집고, 재평가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데 있다. 예를 들면, 폭군의 대명사였던 로마황제 <네로>가 사실은 훌륭한 예술가이면서, 정치도 훌륭하게 해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온갖 악평에 시달렸던 것처럼, 조선시대 연산군에 대한 평가도 다시 내려야 한다는 것 말이다. 개인적으론 저자의 주장에 십분 공감한다.
 
 물론 E.H. 카의 말처럼 역사는 그 시대 역사가에 따라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재해석>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받아야 한다는 점을 봤을 때 이 책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사적 정황이 그렇고, 근거가 타당하다면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해묵은 숙제가 속시원히 풀려서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의 진의가 기존의 사학관점과 많이 달라서 고개를 갸우뚱하시거나 책의 두께에 질려 덮으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역사의 관점이 꼭 하나일 수는 없다. 카의 말처럼 [역사란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역사가가 나누는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견해로 역사를 서술했다고 <틀린 역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성리학>이란 단 하나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를 다시 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부국강병]을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열린 사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절]로 볼 수도 있으나 작은 것을 희생시켜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지조>나 <신념>을 가장한 [닫힌 사고]보다 훨씬 나은 사고방식이다.
 
 요즘처럼 정치적으론 진보와 보수, 경제적으론 양극화로 세대간 계층간 갈등하고 격동하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고 방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단 하나의 가치만으로 훌륭한 머슴(?)을 골라낼 수 있을까?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는 방법이 꼭 먹어 보는 법만 있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역사책 한 권 읽다 별 생각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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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2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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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숲 사람들

콜린 M. 턴불 저/이상원 역
황소자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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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읽으며 난 두 가지 사실에 지적 충격을 받았다. 난 피그미라하면 그저 흑인들 중에서 키가 작은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는데, 이 말은 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 같아 또 한 번 놀랐다. 그들의 놀라운 지혜와 체구답지 않은 몸놀림은 상상만으로는 부족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말이다. 피그미와 마을 흑인과의 관계를 조금 들여다 보니 어릴 적 자주 보던 <톰과 제리>라는 만화영화가 떠올랐다. 몸집은 작지만 영특한 제리, 그리고 어리석은 건 아닌데 번번히 제리에게 골통을 먹는 톰의 관계가 마치 피그미와 마을 흑인처럼 연상되어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마을 흑인들의 성인식인 <은쿰비>를 치를 때 흑인들은 피그미들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피그미들 중 성인식을 치를 나이의 소년들을 강제적으로 치르게 한다. 하지만 피그미들은 그저 잠깐 숲을 떠나 마을 소풍 갔다 오는 것인냥 흑인들의 잔치에 참가에 먹을 것만 축내고 돌아와 자신들만의 <성인식>을 치른다. 물론 <은쿰비>를 치르고 돌아온 피그미 소년을 성인 대접을 해주지도 않는다. 비록 자신들의 성인식이 따로 마련되지는 않았지만(이를 두고 흑인들은 피그미가 자신들에게 의존한다고 주장하지만) 숲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으로 그들만의 성인식을 치른다.
 
 결국 피그미들은 억압받지도, 종속될 수도 없는 자유로운 종족인 것이다. 단지 평균 신장이 140cm로 작을 뿐, 그들은 마을 흑인들처럼 멍청하지도, 마을 흑인들처럼 겁쟁이도 아니다. 겁쟁이가 아닌 증거는 마을 흑인들은 코끼리나 다른 동물을 사냥할 때 함정이나 덫을 만들지만, 피그미는 창과 화살을 들고 직접 사냥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 자그마한 체구로 동물 중에 가장 덩치가 큰 코끼리를 사냥한다는 아이러니는 피그미가 용맹하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존중받아야 마땅할 존재라는 것을 각인 시킨다. 그러니 숲을 떠난 최초의 피그미가 백인사회에서 다름 아닌 <군대>에 복무했다는 사실도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2 또 피그미는 진정을 숲을 사랑하는 종족이었다.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는 유일한 동물이 사람이라는 말도 있는데, 피그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일 것이다. 그들은 초기 인류가 숲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숲에서 살아 남은 후손임에 틀림없다.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난 숲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고, 공기 맑고, 물 깨끗한 청정지역이라 사람들이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인 줄로만 알았다. 유럽이나 북미의 전원 풍경을 보면 끝없이 펼쳐진 숲 속에 오두막집에서는 따뜻한 난로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것만 보아왔던 나에겐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숲에선 정착생활에 필수요소인 <농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애써 개간한 농경지는 채 3년이 되지 않아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고, 숲이 집어 삼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숲 속에 열매가 풍부한 곳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을 흑인들은 숲을 악마가 깃든 곳이라 하여 무서워 한다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도 피그미들은 이런 척박한 숲에서 오랜 세월을 생존했고, 숲을 벗어나 산다는 것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는 삶. 인류는 배고픔을 그토록이나 싫어했는데, 어째서 피그미들은 그곳을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피그미들이 진정으로 숲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숲은 항상 어둡다. 울창한 숲은 햇빛을 차단하고 항상 음습하고 썩은 내가 진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피그미들은 그런 것조차 숲이 준 것이라며 좋아한단다. 우리들에게 좋은 것만 주는 숲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불편할 뿐이니 나쁜 것이 아니란다. 진정 사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배운다면 <지구온난화>나 <환경파괴>같은 말은 쏙 사라질 텐데...
 
3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는 피그미들에게서 한 가지를 더 배웠다. 그들의 교육관이다. 그들은 어른들 모두가 아이들의 부모요, 아이들 역시 모든 어른들의 자식이었다. 그래서 내 아이, 남의 아이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엉덩이를 때려 훈육 시킨다. 이런 사회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을까?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있으면 한심한 장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훈계하는 어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되려 지나가는 어른에게 당당히 불을 빌리고, 청을 받은 어른은 아무 말없이 불을 빌려 준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건 불법이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은 당당히 담배를 피고, 그걸 본 어른은 적절한 훈계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내 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고 싶지 않고, 내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만약 피그미 사회였다면 이런 일이 만연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현실이다.
 
4 이 책을 덮으며 책이 쓰여진 시기를 살펴 보았다. 50여년 전에 쓰여진 책이 왜 이제서야 지금 우리 손에 들려 있는 것일까? 조금 더 빨리 볼 수는 없었을까? 이렇게 좋은 책이 왜??? 물론 <인류학>이란 장르가 굉장히 읽기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마가릿 미드의 말처럼 정말 수려한 문장이라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는 데 공감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고,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진정한 사랑을 전해줄 것이다. 숲을 사랑하는 피그미도, 피그미를 사랑한 턴블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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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받아가세요~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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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죽이는데

한경아
천케이(1000K) | 200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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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를 정리하다보면 항상 빵구가 나기 마련이다. 이럴때면 늘 영수증을 꼭 챙겨야지 하면서도 소액결제를 할 때면 그냥 무심코 넘어간다. 이런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수증>은 물건을 구입하고 받은 영수증이 아니다.

 

 오래전 TV를 보다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울에 자식을 보낸 뒤 영상으로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할아버지를 인터뷰하던 중에 나온 <도장>과 <영수증>이 아주 인상 깊었다. 할아버지 말씀인즉, 할머니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그럼 도장도 찍고, 영수증도 받았는데..."

 "그럼 할머니를 얼마큼 사랑하세요?"

 "거참...영수증 받았데도.."

 

 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았다는 의미로 '섹스'를 <도장>으로, '자식'을 <영수증>으로 표현하셨다. 오래된 분이시라 '연애결혼'을 꿈도 꾸지 못하시는 분이셨겠지만, 그 분은 자신의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라 짐작한다.

 

 요즘에는 어떨까?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찍은 도장의 결과물인 영수증을 잘 챙기는가? 젊은 남녀가 서로 도장을 찍기까지 하루도 긴 시대에 꼬박꼬박 영수증을 잘 챙긴다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챙기지 못한 <영수증>으로 인해 닥쳐 올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참으로 불명예스럽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낙태공화국]이라고 할만큼 <불법낙태시술>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전통적으로 성(특히 여성의 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경향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금기하는 터부도 많아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개인에게 문제를 전가하고, 개인은 사회 탓으로 돌릴 때 정작 상처를 받는 부류는 다름아닌 <영수증>, 특히 폐기되고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과만을 놓고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자칫 <공리주의>에 빠져 낙태를 옹호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성을 너무 터부시하니까 성인은 물론 젊은이와 청소년이 성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음지에서 성을 즐기는 문화가 만연되었기에 [낙태문제]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더이상 성을 축축하고 더러운 곳에 감춰서 썩은내가 진동하지 않도록 양지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성의 쾌락은 나쁜 것이 아니니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교육>을 시켜서 [낙태문제]가 줄어들 수는 있을지언정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의 <도장>찍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또한 버리는 <영수증>도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솔이와 결혼 전에 애인을 낙태시킨 아버지를 증오하는 주희가 등장한다. 이야기가 더해감으로써 결국 솔이는 낙태를 결심하고, 주희는 아버지의 결정을 이해하게 된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문제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영수증>을 챙기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몫이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인생에서 바라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난 이들의 결정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영수증>쯤 한 두개 챙기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홀히 다룬 <영수증>이 많아지면 한 가계에 영향을 끼치 듯, 버려지고 폐기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한 나라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영수증 폐기>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도, 사회가 알아서 해결하기에도 벅찬 일이니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단지 [낙태]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선에서는 별효과를 얻지 못하니,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영수증>은 국가가 전담하면 어떨까 한다.

 

 말레이시아의 예를 들면, 국가에서 미혼모들을 보호해주고,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전액 무료로 국가가 보육한다고 들었다. 결국 개인의 감당할 부분과 사회적 문제(완벽한 가정을 추구하는 경향)까지 보완하는 해결방법은 아니지만 <영수증>만큼은 철저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불변의 진리 아닌가? 어떠한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생명>일 것이다. 그 생명을 버리는 일만큼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소중한 <영수증>을 챙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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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을 기르고 싶다면 읽혀라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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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김기정 저/김윤주 그림
다림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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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림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은 뒤 스쳐지나가는 그림에서도 뭔가가 보이는 듯 했다.

 

 김기정 선생님이 강조한 그림 감상법은 <상상력>과 <돋보기> 그리고 <소리>였다.

 

 <상상력>을 이용한 그림 감상법은 쉽게 표현하자면, <글자 없는 그림책>을 보듯 그림에서 이야기를 뽑아내는 능력이다. 이 책에선 임금이 낸 문제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기르도록 했는데, 임금이 낸 문제란 바로 [깊은 산 속에 절이 있다]란 구절이다. 자, 이 문제를 보고 언듯 떠오른 상상은 첩첩산중에서 얼굴을 쏙 내민 절의 지붕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1등의 그림에선 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저 보이는 거라곤 깊고 깊은 산의 모습과 그 산등성이에 보이는 길 위에 물지게를 지고 올라가는 스님이 한 분 뿐이다. 마치 절이 어디있느냐는 물음에 '나를 따라오시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로 이것이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제 1의 비법이었다. 또 다른 방법인 <돋보기>와 <소리>도 마찬가지로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볼 수 있는 비법이었다. <돋보기>는 '그림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아야 화가가 그리고자 했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얘기고, <소리> 역시 한 폭에 담긴 그림 속 풍경과 인물들이 들려주는 것이 무슨 소리일지 상상할 수 있어야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화가의 시선이나 위치, 그리고 실제로 본 것을 그린 것인지 상상해서 그린 것에 대한 것도 설명되어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한 설명도 알차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그림>의 의의에 대한 설명이었다. 흔히 좋은 그림과 잘 그린 그림을 분류할 때 색감이 선명하고, 색채와 사물묘사가 실제와 비슷한 그림을 꼽곤 하였다. 그러나 그럴 경우 <사진>과 무엇이 다를까? 그림은 사진과는 다른 예술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꼭 실제의 모습 그대로 그려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림 속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이야기'가 담겨야 진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없는 그림. 한마디로 재미 없는 그림이고, 재미 있는 그림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유명한 그림들이 왜 유명할 수밖에 없고,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기존에는 그림을 작품에 대한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만 그림을 설명하였기 때문에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은 뒤에는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예술적 감각이나 작품을 감상하는 심미안(審美眼)을 기르고자 할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단, 한 쪽에 본문이 2단 구성으로 편집되어 읽은 이에게 질식을 느끼게 하여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읽기 힘들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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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바란 책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1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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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

이태진 저
태학사 | 200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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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는 지금 역사논쟁과 왜곡에 한창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전통적으로 역사 망언과 왜곡을 하던 일본에 이어 중국도 수와 당과 수차례 거대한 전쟁을 치른 고구려를 자국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가? 한국이 만만해서, 약소국이라서 그런가? 적어도 이태진 교수는 우리가 약소국이기 때문에 당해야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서울대 교수가 동경대에 가서 강의를 한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그저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역사왜곡 하지 말라고 훈계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그동안에 진행되었던 [일본 망언→한국 흥분→일본 (사과가 아닌)취소→양국 갈등]에서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은, 한마디로 소모적인 논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법상, 역사상, 시대상으로 <힘의 논리>를 전제, 수긍하는 것이고, 그래서 한국은 영원한 <약소국>임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떠들어도 결국우는 아이 젖 주는 미봉책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은 소극적인 인식일 뿐이다. 적어도 이 책엔 그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이태진 교수는 얼마전 <순종의 친필사인>이 위조되었음을 밝혀내서 제 1차, 2차 한일의정서(을사늑약)의 국제법상 위법·날조되었음을 주장하였다. 그래서 그 이후에 강제된 일제의 통치는 부당·불법이었으며, 한일병합 또한 무효임을 밝혔다.

 

 어떤 이들은 그따위 것들이 왜 중요하냐? 부당한 것이면 어떻고, 불법이었으면 어떻고, 무효임인들 밝혀져도 일본이 한국을 짖밟은 사실은 변함없지 않느냐. 지나간 과거를 가지고 따져본들 아프고 쓰린 상처가 낫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당신이야말로 소모적인 논쟁에만 목을 메는 학자나부랭이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역사를 논할 때 현재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제관계가 힘의 논리로 작용되기 때문에 우리도 힘을 기르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타당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의 논리로 동아시아 역사왜곡과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만에 하나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힘으로 눌러 국제적으로 <한국사>가 <동아시아사>의 주도권을 되찾는다고 해도 역사왜곡과 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이래서는 결코 역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자국중심적인 역사해석>에서 출발한다. 역사를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객관성을 해치면 역사왜곡이 되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힘의 논리>를 맹신하고 뒤처지기 싫기 때문이다. 이런 소모적인 싸움은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태진 교수는 이 책에서 동아시아 역사분쟁의 중심에, 과거 중국의 중국 중심의 조공책봉체제를 19세기 이후 종속관계로 변화시키려는 야욕을,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주창한 대동아공영권 속에서 정한론을 추진한 야심을, 그리고 한국의 역사 패배의식과 힘의 논리를 맹신한 결과인 역사적 복수가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은 여전히 동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려 하고, 일본은 신흥맹주를 자처하고, 한국은 피해의식을 불태우며 이를 앙물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역사분쟁이 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래서는 3국 모두 상생할 수 없다. 오늘날 평화를 지양하는 국제관계에도 위배된다. 진정으로 평화공존을 생각한다면 <자국중심적인 역사해석>보다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역사해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호교류와 역사인식 공유가 절실하다.

 

 이 강의가 끝난 후 동경대 교수 몇 분이 이런 말을 했단다. "이것(강의)이 씨앗이 되어 훗날 예상치 않은 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 말한마디가 이 책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누가 옳고 그른 일을 한 것은 없다. 또 승자의 역사만 있고, 패자의 역사는 무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동아시아 3국은 더욱더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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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내 마음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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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 저/권영주 역
시공사 | 200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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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리소설이다. 처음부터 강렬한 범죄의 냄새를 풍기는. CSI를 방불케하는 발화점이 낮은 과산화벤조일을 이용한 시한발화장치를 이용한 의문의 살인사건. 방화살인자는 왜 죽였으며, 살해자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온통 의문 투성이인 사건이다. 여기에 강력범죄반치곤 드문 여형사가 등장한다. 오토미치 다카코. 그녀의 활약이 기대될 즈음...

 

2

 난데없이 늑대가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면 늑대개. 늑대와 개를 교배시켜 만든다는 늑대개는 당연히 개의 특징과 늑대의 특징을 반반씩 섞인 특징을 지닌다. 이 늑대개가 저지르는 살인. 끔찍한 살인. 아니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다. 늑대개는 야생의 힘이 강해 길들이기 힘들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늑대개는 철저히 교육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늑대개이다. 새로운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한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정도라 고도로 훈련된 특수개와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생명체, 마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살인할 대상을 고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선 앞의 시한발화장치와 같은 또 하나의 철저히 계획된 살인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3

 그런데 말이다. 흥미진진해야 할 추리소설이고 너무나 끔찍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참지 못할 서스펜스와 스릴을 만끽하는 책이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못했다. 사건만 화려할 뿐 이 책의 주된 이야기는 추리가 아닌 <강력반에서 겪는 여형사의 고군분투>만 부각되었다. 더군다나 하일라이트가 고작 <일과 사랑>, <일과 가족>에서 겪는 여형사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늑대개와 함께 드라이브(질주)>라니...어처구니가 없었다.

 

4

 앞서 설명한대로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저 남성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이 어떻게 하여 <사랑과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형사로서 성공하느냐하는 <페미니즘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참신한 소재다. <페미니즘>의 소재로 방화와 야수를 이용한 살인사건을 삼았으니까 말이다.

 

5

 내가 느낀 책의 분위기는 이러한데, 옮긴이는 이 책을 읽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나보다. 옮긴이의 후기에서 뛰어난 소재 선정과 박진감 넘치는 질주(?)에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나?

 

6

 <일본소설>을 읽을 때면 자주 느끼는 부분인데, 소재만 참신할 뿐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구성력은 빈곤, 그 자체다. 특히 근간에 나온 일본소설에는 이국적인 정취, 낮설음마저 없는 것 같다. 너무 심한 혹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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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潮-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짐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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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 에로틱 파리 스케치

존 백스터
(주)도서출판푸른숲 | 200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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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니다. 누군가가 끌고 가면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즐기지만 도통 혼자서는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다르지만 말이다.

 

 저번에 읽은 [지구별 워커홀릭]에서 난 <여행>이란 <색깔>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지구별 워커홀릭]은 <마법의 블루>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이 책은 <紅潮>이다. 물론 책 표지가 빨간색이고, 내용 자체가 낯 붉힐 수밖에 없는 에로틱한 것이 전부이기도 하지만 왠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갓 시집 온 새색시가 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파리>. 그렇지만 좀 더 들춰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고, 그리고 만져보고 싶었다. 마치 새색시가 꽃잠을 치른 뒤 신랑의 벗은 몸을 대하는 것 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서구의 에로틱한 문화는 온통 <파리>에서 기인한 것 같았다. 언뜻 생각을 해보아도 미국은 대다수가 <프로테스탄트>이고, 영국 또한 <신사의 나라>로 유명할 정도이므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꽤나 <점잖은 사람들>이 사는 곳일게다.(물론 그네들의 성풍속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소한 겉으로 봤을 경우)

 

 그런데 <파리>는 달랐다.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며 속으로 할 짓 못할 짓 다하는 다른 서구 사람들이 아니라 겉으로도 속으로도 에로틱시즘에 푸~욱 빠진 <파리>의 사람들. 표리부동하지 않아 칭찬을 해줘야 하나? 낯 뜨거운 짓을 참 잘도 한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나? 아무튼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얼굴 붉히며 읽어냈다.

 

 <쾌락>을 그닥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나도 <파리>에서는 그저 부끄러움을 잘 타는 새색시가 되지 않을 수 없을게다. 정말 그럴까? <파리>에 가면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까? 만약 그 말이 정말이라면 열 일 재쳐 두고서라도 가보고 싶다. 빨갛게 물든 단풍만큼이나 농익은 가을에 옆구리 시린 처녀,총각에게 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그런데 <e-Book>에도 파본이란 것이 있을 수 있나? 내가 받은 책에는 334쪽이 온통 하얗다. 분명 글이 가득 쓰여 있어야 할 곳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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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아픈 문제를 해결합니다 | 2007년에 쓴 리뷰들 2007-11-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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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를 찾아줘

은이정 글/김경희 그림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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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느껴지는 <추리소설>의 냄새와는 달리 책내용은 <입양아>와 <소년가장>, 그리고 다양화된 <가족의 구성>에서 나오는 사회 문제점을 다루었다.

 

 책의 줄거리는 실종사건으로 시작된다. 시골마을에 위치한 조그마한 초등학교에서 김진수라는 아이가 실종되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는 실종신고와 [이 아이를 보셨나요?]와 같은 전단지를 곳곳에 붙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주인공인 영민이는 이 사건에 관심을 쏟지요. 그와 동시에 영민이의 관심을 끄는 것은 복만이라는 아이의 행동과 [나를 찾아줘]라는 문구의 낙서입니다.

 

 영민이는 복만이의 행동(거짓말)에 의아해 하면서 실종사건와 [나를 찾아줘]라는 낙서를 서로 연결시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사건은 엉뚱하게 결말을 맺습니다. 모두들 진수가 유괴범에게 납치되어 귀신으로 학교 주위를 떠돌다가 낙서를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진수는 무사히 돌아오고 낙서는 복만이라는 아이가 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납치된 줄 알았던 진수는 사실 아빠와 이혼한 친엄마가 잠시 데려갔던 거였죠. 그리고 낙서는 복만이라는 학생의 불우한 가정 환경이 원인이었던 겁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 다양하게 구성되는 가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고 독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전통적인 가족에선 <이혼>과 <재혼>, 그리고 <입양>이라는 문제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또 앞선 이유와 함께 불우한 이유로 생긴 <결손가정>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가족이란 관점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양화된 <현대 가족 구성>은 부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작가는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대안도 나름 말하고 있습니다.

 

 진수에겐 엄마가 둘 입니다. 현재의 새엄마와 친엄마. 두 명의 엄마 중에 누가 더 좋냐는 친구들의 짓궂은 물음에 진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새엄마는 자기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니까 좋고, 친엄마는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주시니까 좋다."

 

 또 영민이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복만이는 <결손 가정(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년가장)>과 <가난하다>는 사실을 부끄럽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영민이는 친한 친구들에게마저 <입양아>라는 사실을 솔직히 말하지 못했고, 복만이는 자기 엄마가 엄청 예쁘고, 집도 부자라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모두 부끄러운 사실(약점)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지요. 더구나 복만이는 사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일삼는 자신이 부끄럽고, 거짓말만 하다가 나중에는 정말로 (미쳐버려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게 될까봐 두려워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은 의외로 간답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문제를 감추고 회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면 해결이 됩니다. 작가도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소외시키고, 가난을 죄악시하는 사회에서 <솔직>과 <정면대결>은 '달걀로 바위치기'와 다름 없습니다.

 

 참신한 구성방식으로 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전제조건이 빠지는 바람에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아니면 작가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아직은 물신주의에 물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배경이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그랬던 걸까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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