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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고전은 제멋대로 읽어야 제맛이다!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5-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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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최봉수 저
가디언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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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여전하지만, 대한민국 고등학교 수학참고서의 대명사는 바로 <수학의 정석>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이 참고서에 '해답'이 없었다. 그저 문제를 풀고 또 풀다가 얼추 답이 나오면 공부 좀 한다는 친구와 서로 답을 맞춰보는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에게 질문하다가 혼쭐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쓸데없는 질문 할 시간에 교과서나 더 풀어라!"라고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도 다 알았다. 선생님도 풀기 힘든 문제니 딴 데서 물어보라는 뜻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방법을 찾은 것이 '수학학원'을 다니는 것이었다. 그나마 '사교육금지법'이 풀려서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수학의 정석>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고전책'에 뜬금없이 왠 <수학의 정석>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바로 답을 하겠다. '고전책'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사실을 아시냐?고 말이다. 그렇다. <수학의 정석>에 답지가 없듯 '고전책'에도 답지 따위는 없다. 그래서 '고전책'을 읽으면 스스로 답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데 '고전책'이 쉽사리 답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래서 '수학학원'을 찾아가서 풀이와 답을 얻는 것처럼 '고전책'에 대한 명강의를, 명해설을, 모범답안을 얻는 수고를 들여야 비로소 <고전>에 담긴 뜻을 얼추 이해할 수 있고, 드디어 '고전의 맛'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수많은 명사들이 일찍부터 <고전>을 풀이하고 나름의 해석을 곁들인 책들이 참으로 많다. 개중에는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들도 있지만, 정말 색다른 해석으로 혜안을 일깨워주는 책들도 있어 '익숙한 <고전>'을 낯설게 만들어 다시금 '<고전>을 읽는 맛'을 되찾게 해주는 고마운 책들도 있다. 이 책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가 그런 책 가운데 하나다.

 

  내게는 <그리스 비극>이 그랬다.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 그리고 에우리피데스라는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대표작들을 일찍이 접하긴 했지만, 희극보다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정화)'가 강렬하기 때문에 당대는 물론, 오늘날의 독자와 관객 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고 평하곤 하는데, 그게 이해할 수 없는 '벽'처럼 다가올 뿐이었다. 그리스 비극은 오늘날로 치면 '막장 드라마'에 견줄 수 있다. 숙명이니, 운명이니, 그럴 듯한 변명을 갖다붙이긴 했지만, 친족살해에, 근친상간에, 온갖 불륜과 악행을 일삼고서도 그럴 듯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는 핑계만 찾는...도통 이해할 수 없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해설을 읽으니, 그럴 듯 했다. '그리스 비극'이 대유행을 하던 시기가 '아테네의 전성기'와 딱 맞물리며, '아테네의 민주정'이 타락함에 따라 부패한 권력자가 아테네 시민들의 관심을 정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당대의 그리스가 처한 현실'보다 '더욱 참혹한 비극'을 선보이며, 그리스 시민들로 하여금, "그래, 저런 비극(슬픔)을 겪고도 살아야하는 끔찍한 주인공들의 삶보다 내가 사는 현실이 덜 불행한 것 같다"며 당면한 슬픈 현실을 망각하고 왜곡하며, 심지어 착각속에 빠져 살게 만드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해석이 솔깃했다. 대한민국 막장드라마 편성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정규뉴스시간 바로 직전'이라는 점을 눈여겨 보자. 온국민이 TV 앞에 앉아서 '출생의 비밀'을 품은 '불륜의 난장'들을 보며 드라마속 악역을 맡은 배우에게 욕설(배설)을 질펀하게 하고 난 뒤에 '정규뉴스'에서 보여지는 독재자에 의한, 독재자를 위한 왜곡된 사실을 시청하면서 위안을 삼게 만드는 행태가 <그리스 비극>에 담겨진 비밀과 서로 상통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고전>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시대와 세대가 흘러가고 바뀜에 따라 그 '느낌'은 더욱 생생해지고, 여기에 날카로워진 '비평적 사고'와 전에는 보이지도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혜안'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고전>의 필독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정작 <고전>은 먼저 읽고 통달한 선배나 스승 없이 읽기에 만만한 책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과 같은 '참고서'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때로는 '교과서'는 읽지 않고 '참고서'나 '문제집'으로만 공부를 시작하기도 하는 것처럼 <고전>을 먼저 읽기보다는 고전에 대한 풍부한 해설이 담긴 '고전책'을 먼저 읽고 난 뒤에 <고전> 읽기에 도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도 하다. 이 책에는 크게 '서양고전'과 '동양고전'으로 나뉘어 있으며, '서양고전'에는 <그리스로마 신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그리스 3대비극>, <역사>, <변신이야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있으며, '동양고전'에는 <사기>,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삼국사기>, <일본서기>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고 가볍고 만만한 책이 없지만, 적절한 해설과 답안이 적혀 있는 '고전책'을 읽고 난 뒤에 <고전>을 접하면 분명 '고전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 맘대로 읽기'다. 이 책의 저자도 <고전>을 제멋대로 해석하였다. 엉뚱하고 쌩뚱맞게 엉터리로 해석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저자가 '고전'을 이해한 나름의 방식으로 <고전>을 풀이하고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독자'도 마찬가지로 '독자 맘대로 읽기'를 실천해야 <고전>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 법이다. 다시 말해, 저자의 해석은 '참고'만 할 뿐, 독자들도 저마다 '줏대'를 가지고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시도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청출어람'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잘 안다. 가르친 이의 재주를 고대로 베끼는 재능도 분명 뛰어나긴 하지만 우리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 재능은 '뛰어넘는 무엇'에서 발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원곡가수'를 고대로 베낀 '모창가수'에 재주가 비상하다고 감탄하긴 하지만, 오리지날에 버금가는 환호는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곡가수의 재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수'의 등장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박수갈채를 아낌없이 내어줄 것이다. 이처럼 '고전책'을 쓴 저자도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그러한 것을 바라 마지 않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에 대한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수많은 선배들이 '고전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쓰고 또 쓰면서 '고전읽기'에 도전하고, '고전의 맛'을 더 간편하고, 더 맛깔나게 읽을 수 있도록 무진장 애를 쓰며 집필한다. 이처럼 수많은 선배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십분의 일만 눈치 채도 '고전읽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십분의 일'이라도 이해하고 눈치챈 독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책만 읽어도 '읽고 싶어지는 <고전>'이 엄청날 텐데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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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사직서를 내던지는 통쾌함보다 절실한 통장잔고를 위하여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5-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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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박윤진 저
한빛비즈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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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던 적이 있었더랬다. 갑갑한 출근길 대신에 집안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면서 하루의 일과를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가 일과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밤늦도록 책읽기와 글쓰기로 하루를 마감했던 시절을 말한다. 그러나 자유로운만큼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돈을 적게 벌었다는 의미보다는 월수입이 들쭉날쭉했다는 의미에 가까운 돈벌이였다. 결국 많은 이들과 같이 '코로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직장일'을 하러 다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라는 책제목이 고대로 눈에 꽂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이 '때려치는 법'을 몰라서 직장을 꾸역꾸역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싫어도 싫은 체를 하지 않고 좋아도 미친놈 소리 듣기 싫어서 좋은 체하지 않고 그저 그러고 다니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런 미친놈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힘든데도 '직장'에 출근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카프카의 <변신>에 주목했다. 어느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도 처음으로 한 걱정이 '지각하면 안 되는데'였기 때문이다.

 

  책제목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흥분하는 현대인이 많을 것이다. 나도나도!! 라고 외치며 깊은 공감을 나타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곳이 바로 '직장'이고,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사람도 '직장 상사'인 현대인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속시원한 책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해다.

 

  책내용은 오히려 직장일이 지옥같이 느껴지더라도 다시 힘내서 잘 다녀보아요~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른 것 없다. 아무리 직장일이 힘들더라도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더 큰 어려움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속시원하게 사직서를 상사 면상에 던져버리고 때려치우고 박차고 나오는 순간은 짜릿하고 통쾌할지 몰라도 다음달 월급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찾으신 돈'에만 수두룩 빽빽한 글이 담겨지는 것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장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 갑갑한 출근길보다 더 답답한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나도 한달 평균수입 30만원으로 1년을 버티니 모아두었던 적금통장을 다 깨고 마지막 통장의 잔고가 고갈될 즈음에 한 일이 '알바천국'에 이력서를 남기는 일이었다. 꼴에 논술쌤이라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정도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써서 면접관들의 극찬을 받는 일은 식은 죽 먹기로 써대곤 했다. 하지만 합격여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감동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니까.

 

  암튼, 이 책은 '다니던 직장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잘 때려치우는 스킬을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라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긍정 노하우'를 선보여주는 책내용이 담겨 있다. 카프카의 <변신>, 사르트르의 <닫힌 방> 등과 같은 고전명작을 소개하면서, 명작 속의 주인공들도 '직장인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고, '직장인의 애환'을 대신 해주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의 현실을 보면서 '다르지 않다'는 위안을 얻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며, 아무리 힘든 직장을 다니더라도 우리들만의 애환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면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노하우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터득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딴에는 '말이야 방구야~'라는 느낌도 들지만, 직접 책내용을 읽다보면 깊은 위로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공감력을 키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러운 회사 생활속에서 고작 "버티자!!"라고 얘기하는 셈이긴 하지만, 내가 힘든 이유를 '책속의 책'에서 찾아내고, '나만 힘든 게 아니야'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 사직서를 내기 직전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 아닐까? 씁쓸하지만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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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9. 제우스를 위한 변명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5-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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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올림포스 연대기

김재훈 글그림
한빛비즈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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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로마 신화>만큼 오래도록 읽은 고전은 없다. 잠시 나관중의 <삼국지>가 그 자리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별자리이야기'로 시작해서 20대엔 점성술사와 천문학도를 꿈꾸기도 했으며, 30대엔 토마스 불핀치와 이윤기를 필두로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 그리고 오비디우스까지 섭렵하고 또, 탐독한 고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헤아리며 별 하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곤 하는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그 별들에 담긴 이야기의 원전이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였던 탓에 읽고 또 읽었던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같은 책'이라도 '세대마다' 느낌이 다른 법이고, '글쓴이에 따라' 내용이 다 다르다. 따라서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책제목을 달고 나온 책일지라도 누가 썼느냐, 무슨 관점으로 써내려갔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이는 '모든 책'에 다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특히, <고전>의 경우에는 더 특별한 법이다. 이를 테면, 같은 <논어>라 하더라도 '보편적인 내용(텍스트)'는 비슷할지라도 '글쓴이의 관점(해석)'는 제각각인 법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도덕군자로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고 공자를 추켜세우고, 어떤이는 오늘날에는 전혀 맞지 않은 '낡은 관점'에 불과한 까닭에 우리 안에 내재된 공자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는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르냐는 문제는 오롯이 '독자'에게 달렸다. 오래도록 널리 읽힌 <고전>은 '다양한 해석'에서 그 가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해석 가운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평가하는 재미가 '고전을 읽는 맛'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춰야 옳은 해석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심금을 울리는 '보평성'을 갖춘 해석이라야 비로소 제대로 된 '고전의 맛'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떤 해석으로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이는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면서 '필독서의 반열'로 올려놓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신화의 상징성과 시의 함축성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 야하고 비도덕적인 내용이 많으므로 읽기에 부적합한 책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필독서'랍시고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배우길 바라는 것인지 학부모들은 각성하라며 경각심을 심어주기까지 했다. 딴에는 솔깃하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논술쌤인 나 역시 <그리스로마 신화>를 어린아이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만화'로 된 책을 읽지 말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또 바뀌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만큼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낸 이야기가 없는 탓이다.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옛 그리스인'과 '옛 로마인' 들이 상상하던 신의 모습은 다름 아닌 '인간'의 모습을 꼭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는 종교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종교에서의 신은 '신의 형상'을 본따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하는데, 신화에서의 신은 그 반대인 까닭이다. 또한, 다른 신화에서는 근엄하고 엄격하며 진지하다 못해 '절대적인 존재'로 전능을 가진 신을 그리는데 반해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신의 능력조차 어딘가 모자른 점을 드러내는 불완전한 모습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엄근진하기는커녕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실수투성이 신들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다 박은 것처럼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딱 하나 완벽한 것이 있다면 바로 '신의 형상'인 육체다. 그리스로마의 조각상으로 전해지는 신들의 모습은 '인간'이 가장 바라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빚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작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을 담아 빚어냈다. 이런 육체미를 직관하면서 '성욕(에로스)'을 불태우지 않으면 참된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헐벗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 것 자체를 금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런데도 멈칫거리는 점이 있다. 아무리 '성욕'에 충실한 인간일지라도 '불륜'만큼은 절제해야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고, '부도덕한 짓'을 일삼고서도 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해로운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특히, 제우스의 행실 말이다. 도대체 제우스를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제우스는 '최고신'이다. 그런데 '최고 바람둥이'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기(?) 전에 벌인 애정행각까지 탓할 수는 없을지라도 헤라와 결혼을 한 뒤에도 벌인 불륜은 탓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신화라고 할지라도 '같은 아버지'의 핏줄인 여자형제, 아버지의 여자형제, 어머니(하긴 크로노스와 레아도 남매사이다)의 여자형제로도 모자라서 수많은 조카들, 종족(?)이 다른 인간까지 섭렵하였으며, 그 방법 또한 강간, 납치, 협박, 유혹 등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도덕한 짓거리들을 참 잘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는 여전히 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고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에 '나의 고민'에 대한 답변이 담겨 있었다. 바로 '제우스를 위한 변명'이라고 부제를 붙이면 딱 좋을 내용이 말이다. 부연설명은 생략하고 결론부터 풀어보자면, 제우스가 신화속에서 바람둥이 역할을 떠맡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바로, 그가 '최고신'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최고신에 등극한 바람에 '이 지역', '저 지역'에서 너나할 것 없이 '최고신'과 연줄을 닿게 하기 위해 "우리 지역을 다스리는 왕은 제우스의 후손이다"라고 제 입맛에 딱 맞는 신화를 만들어서 훗날 <그리스로마 신화>로 뭉뚱그려 엮은 탓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비록 '인간의 잣대'로 보았을 때는 부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일지라도 '최고신'과 연줄을 맺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망설이지 않았고, '신화'라는 이름으로 이를 품었다는 해석에 수긍할 수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건, 나뿐 아닐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 '바람직하지 못한 짓(부도덕)'과 '도덕이 아닌 것(비도덕)'을 허용하거나 일부 수용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도덕'은 필수이지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자본주의는 무한이윤을 추구하는 자유경쟁이 원동력인 까닭에 조금이라도 '도덕적 기준'을 허물어버리면 인간이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합법'이라는 탈을 뒤집어 쓰고서 몰염치한 짓을 일삼는 못된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반면에 법 없이도 살 정도로 착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도덕'조차 작동되지 않는 사회을 탓하며 신음하고 있고 말이다. 그러한 까닭에 도덕을 하찮게 여기는 사상은 절대로 이땅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기 '새로운 해석'이 담긴 <올림포스 연대기>는 그 자체로 재밌고 유쾌하며 뼈 때리는 해학과 풍자까지 담겨 있는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새로운 해석이 '변명'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변명'이 이 책에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글쓴이들이 이미 <그리스로마 신화>를 그런 식으로 해석해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할지라도 오남용 되었을 때 무시무시한 독이 되는 것'처럼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 독자들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어떤이는 이런 말도 했더랬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빈다"고 말이다. 내가 참 많이 듣는 말이긴 한데, 나는 교육자(논술쌤)의 한 사람으로서 '만의 하나'라도 지적할 점이 있다면, '반드시' 지적하고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배꼽 빠지게 웃었던 탓에 조금더 심각하게 정색을 해보았다ㅋㅋㅋ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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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미처 몰랐던 낯익은 역사의 뒷이야기를 낱낱이 밝혀냈다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5-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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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본격 한중일 세계사 1

굽시니스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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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우리는 아직도 역사의 범주를 '한국사'와 '세계사'로 가르며 한국사는 '나라안의 역사'를, 세계사는 '나라밖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식민사관의 그릇된 인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제는 힘으로 우리 나라를 강제병탄하면서 우리의 모든 것을 왜곡하고 축소하며 깎아내리는데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대한제국을 다시 '조선'이라 부르며 차별과 멸시의 대명사로 만들었으며, 우리 역사의 장면은 '한반도'로 축소되고 말았고, 외세의 위압에 자율적 대항은 꿈도 못꾸고 오직 '타율적 순응'만 하는 식민의 DNA를 갖고 있을 뿐이라며 왜곡을 일삼았다. 이런 시각은 일제의 패망과 함께 순삭했어야 마땅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오늘날에는 우리 역사를 '한반도'라는 작은 그릇으로만 보지 말고, '한반도'라는 세상의 중심에서 세계로 뻗어나갔던 우리 역사의 진면목을 다시금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고대 4대문명과 동시대에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삼았던 고조선이 다시 보일 것이며, 중국세력이 춘추전국시대로 사분오열이 되었을 때 우리도 4국시대를 맞아 군웅할거의 쟁패를 벌였으며, 중국의 혼란을 틈타 팽창정책을 펼쳐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의 면모를 선보였고, 중국이 오랜 혼란을 접고 수당시대를 맞이하자 우리도 똘똘 뭉쳐 통일국가의 면모를 보이며 세계정세의 흐름과 맞물려 역사를 꽃 피웠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중국 이외의 세력과도 연이 닿아서 활발한 외교전을 펼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신라의 청해진과 고려의 벽란도는 아주 사소한 사료일 뿐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저멀리 인도와 아라비아를 넘어 유럽의 로마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아직은 사료가 태부족한 탓에 이들과 어떠한 역사를 맺고 풀었는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우리가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를 톺아보면 분명히 우리의 영향력이 고작 '한반도' 안에서만 머물고 있지 않았을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전세계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 결코 우리 역사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의 근대사에 깊이 영향을 끼친 중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일들을 확대경으로 깊이 들여다보는 동시에 '우리의 시야'를 확 넓혀서 좁게는 동북아시아 삼국을, 넓게는 서구열강세력까지 포함해서 '함께 읽는' 소중한 안목을 선사한 책이기에 매우 뜻깊다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서세동점의 시작'이라는 제목이 참으로 솔깃하다.

 

  이 책의 시리즈는 '한국사' 정도는 통달했을 독자 여러분들의 지적 수준을 높이보고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우리 역사'는 쏙 빼고서 '남의 나라 역사'만 주야장천 풀어내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허나 우리가 고등학교 수준의 '한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서구열강이 동쪽으로 밀려들면서 아시아국가 곳곳이 극심한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런 차원에서 서구열강이 중국에서 한 일과 일본에서 한 일을 각각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조금 외돌톨이처럼 따로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 까닭은 바로 '은'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었단다.

 

  서구열강이 동쪽으로 밀려들어와 가장 게걸스럽게 탐욕의 본성을 드러냈던 근본적인 목적 가운데 으뜸이 바로 '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중국의 은과 일본의 은은 서양상인들의 주요 품목이 되어 활발한 무역(?)을 일으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셈이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은화'가 아닌 상평통보라는 '동전'을 썼던 탓에 특별한 관심(!)을 덜 받게 되었던 셈이다. 암튼 서구열강은 동양의 은 경제시스템에 당당히 개입을 했고, 자기들 입맛대로 '룰'을 바꾸려 했고, 그 결과 중국은 아편전쟁을 치뤘고, 다음 책에서 다뤄지겠지만 일본은 쇄국정책을 풀고 개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큰 홍역을 치르고 난 뒤에 '근대화'에 접어든 중국과 일본은 또 다른 결말을 맞게 된다. 물론 우리도 말이다. 그건 차차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암튼, 첫 번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바로 '아편전쟁의 흑막'이 낱낱이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역사책에서 서구열강의 침탈과 근대화의 시작을 이야기하면서 '아편전쟁'은 수없이 강조되었다. 그렇지만 아편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끝맺게 되었는지는 '도식적'으로 간략히만 전할 뿐, 세세한 전개내용과 뒷이야기, 그리고 감춰진 이야기까지 속속 파헤친 책은 내 기억으로 이 책이 첫 번째 책이 분명하다. 그 전까지의 역사책에서는 그저 대략적인 내용만 반복할 뿐이었다. 더러운 영국이 중국인을 상대로 아편밀매를 했고, 이를 근절시키려는 중국의 당연한 조치에 영국이 전쟁을 일으켜 '난징조약'이라는 불평등조약을 강제로 맺게 한 것이 중국이 근대화를 시작하게 된 까닭이었다...라는 내용 말이다.

 

  이걸 이 책에서는 서양상인들이 '은본위제도' 경제시스템에 전세계의 은을 진공청소기로 흡입하고 있던 차에 중국에서는 도리어 영국의 은을 빨아들이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전제를 깔아놓은 다음에, 왜 그런고 하니,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면직물'이 중국의 비단에 밀리고 더 값싼 면직물에 발려서 제대로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영국인이 사랑하는 '홍차(밀크티)'를 비롯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열광한 덕분에 전세계에서 흡입한 은이 중국산 제품 수입 열광에 의해 중국에 죄다 빨려 들어가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아편'을 유통시켜 영국에 막대한 이득을 되돌려 놓을 수 있었다는 스토리를 알게 해주었다. 그 뒤에 벌어진 '임칙서, 아편 퐁당', '영국, 해군 출발', '아편전쟁 발발', '청나라군대, 시원하게 발림', '난징조약, 불평등조약의 시초' 등등이 저절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다. 이 책에는 '아편전쟁의 민낯'을 낱낱히 밝히며, 당시 청나라의 무능과 헛발질, 영국의 탐욕스런 전쟁사, 당시 무기체제의 비밀 등등 알면 알수록 역사적 흥미가 쑥쑥 올라가는 경험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재미는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재밌는 역사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심지어 '과정도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역사적인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는 '또 다른 역사의 비밀 장면'을 들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딴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의문을 품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역사란 '정답'이 없는 학문이다. 오직 '해석'만 있을 뿐이고, 그 해석에 '납득'이 더해지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납득'이란 개인의 납득이 아닌 '모두의 납득'일 때만 그렇다. 그렇게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을 갖춰야 하며 당연히 학문답게 '보편타당한 근거'로 탄탄하게 역사를 풀어내야만 할 것이다. 이 책도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설득력의 높낮이가 오르락내리락하곤 하는데, 그 역시, 현명한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다음 책은 문제의 '태평천국운동'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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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이 책으로 과학상식의 물꼬를 트고 난 뒤에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5-08 23:1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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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의 모든 지식

테리 덴톤 글/천미나 역
별숲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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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지식은 '과학상식'으로 통한다. 물론 인문학적 지식(철학, 역사, 문학 따위)과 사회과학적인 지식(정치, 경제, 사회, 지리 등)도 포함 해야겠지만, 그러면 예술과 의학, 종교, 체육, 교양 등등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의 목록이 무한확장 될 것이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상식적인 지식을 일컫을 때, 단연 '과학상식'을 꼽을 수 있겠다. 왜냐면 오늘날에는 과학이 모든 만물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누구나 실험으로 검증가능한 사실만을 다루기 때문에 과학적인 지식만이 거의 유일하게 가타부타 논란을 줄이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진리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적인 지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를 거친다. 그러나 그런 변화조차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일단 검증된 과학지식은 새로운 진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지식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지식'을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꼭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하다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기 때문이다.

 

  몰상식한 사람의 대명사는 바로 '지구가 편평하다'고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이라도 하듯 배를 타고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 어느 곳을 다녀도 지구는 편평할 뿐, 둥글다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지구밖 우주를 나가본 적도 없으면서 '조작된' 우주사진 몇 장을 보고서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비웃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직접 싣고 다니는 배(크루즈)의 선장은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한다. 왜냐면 자신은 항해를 하기 위해 '항해지도'를 보고, 인공위성의 정보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조타수를 조정해 목적지(항구)로 향하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아무리 '보이는만큼 믿는다'고 할지라도 반박이 불가한 사실조차 애써 부정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면 곤란에 처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꼭 알아야 할 과학지식을 모두 담아 놓았으며, 심지어 '딱딱한 과학지식'을 말랑쫀득하게 만들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초등학생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를 낮추어서 '과학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치로 높였다. 여기에 테리 텐톤의 그 유명한 <13층 나무집> 시리즈의 유머러스함까지 첨가해 놓았기 때문에 '과학지식'을 배우면서 키득키득 배꼽을 잡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테리 텐톤의 유머러스함이란 한마디로 '기발함'이다. 기발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유달리 뛰어남. 엉뚱하고 기묘할 정도로 우수함'이다. 그의 유머는 엉뚱하다못해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다다르곤 한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살짝 언급하자면, 의학기술의 발달로 뜻밖의 사고로 팔다리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의족'과 '의수'가 이미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과학상식'의 한 대목을 선보이면서, 이 설명에 대한 삽화로 '비행기 그림'을 떡하니 그려놓았다. 그런데 그 그림을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다. 난데없이 비행기의 바퀴 대신 '사람 발'을 그려놓았고, 비행기 창문밖으론 '사람 팔'이 쑥하고 나와 있다. 이뿐 아니라 비행기 몸체 곳곳에 '인공장기'를 대신해서 그려 놓고서는 맨아래에 '토막지식'을 싣고서 까닭을 밝혀놓았다. 까닭인즉슨, 사람의 신체를 대신하는 의족과 의수의 부품소재가 다름 아니라 '비행기 부품의 재료'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부품소재의 특징이 '가볍고 튼튼하다'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이나 장기를 대신하는 소재로 딱이라는 놀라운 지식이 펼쳐져 있다. 너무 고차원적인 유머러스함이라서 깔깔 웃음을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이런 유머에 흥미를 보인다는 점을 유심히 지켜보아야만 할 것이다. 왜냐면 바로 '과학지식'을 어려워하지 않고 쉽고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놀라운 마법이 펼쳐지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테리 텐톤의 기발함을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13층 나무집>에서도 그의 유머러스는 엉뚱하게 전개되는데, 13층 꼭대기에서 고양이를 떨어뜨리니 '당연히' 고양이가 땅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인데, 고양이는 놀라운 착지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투도 대사를 치는 주인공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내용의 결론은 엉뚱하게 맺는다. 추락한 고양이는 날개가 돋아나서 '나는 고양이'로 진화를 했기 때문에 이후로 '나는 고양이'의 조상이 되어 새로운 종으로 탄생했다는 유머러스를 선보였다.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코릿 공장>에서도 못된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처벌을 내리는 윌리 웡카가 등장하긴 하지만, 로알드 달의 폭력에는 '교육(훈육)'이라는 목적이라도 품고 있어서 정상참작을 하곤 했다. 그러나 테리 텐톤의 유머러스에는 '훈육적인 기능'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재미와 유희, 그리고 쾌락만을 좇을 뿐이라서 그닥 탐탁스럽게 생각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달랐다. 그의 기발함은 오직 '딱딱한 과학지식'을 '말랑하게 만드는 유용함'을 위해서만 발휘된 듯 보였기 때문이다. 딴에는 밑도 끝도 없이 장난을 치고 골탕을 먹는 캐릭터(등장인물)가 나와서 이해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분명 '뒤침(번역)의 한계'로 인한 아쉬움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작가의 고향이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인 까닭에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생소할 수 있는 '상식'을 토대로 유머를 날리는 장면도 수시로 나오는 까닭에 또다시 부연설명이 필요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수준급 지식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지구의 모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우리는 '상식'에 관한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고,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꽤 많이 나올 것이 분명할 것인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상식'은 단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모든 지식'을 섭렵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상식책>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면서 좀처럼 추천하기도 힘든 까닭은 '한 권의 책'으로 절대 '상식'을 만족스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상식'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래도록 꾸준히 '읽는 습관'을 길러야 자연스럽게 '상식'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 한 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의 차별성을 띤 책들이 엄청 잘 나와 있으니 그저 골라 읽기만 하는 아주 쉬운 습관만 기르면 만사형통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으라는 말씀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상식'을 쌓기 위한 첫 걸음은 이 책으로 시작한 뒤에, 여타의 상식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왜냐면 이 책은 쉽고 재미나게 '과학지식'을 탄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과학지식을 배울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시는 것을 강추한다. 왜냐면 아 책만큼 쉽고 재미난 책이 없기 때문이다. 허나 이 책 한 권만 들입다 읽고서 다른 책들은 나몰라라 한다면 대략난감이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하련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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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5-0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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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기적 유인원

니컬러스 머니 저/김주희 역
한빛비즈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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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설하고, 오만한 인간의 최후는 멸종뿐이라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이야기는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명백한 인간의 책임인데도 이를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고, 심지어 기후변화에 따른 혹독한 환경변화에 더는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까지 인류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할 거라는 질책에도 눈만 깜빡이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을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지적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반론마저 예상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거냐?", "쥐라시 시대에는 이보다 훨씬 더 더웠는데도 생물은 번성하고 공룡은 전성기를 맞이하지 않았는냐!"는 반론을 던지며 기후변화의 책임이 인류에게 있다거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변명만 늘어놓기 일쑤다.

 

  물론, 그렇다. 인간은 과학문명의 이기를 절대로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그로 인해 온실가스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지구환경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과학문명을 더욱더 발전시켜서 지구환경조차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낙관을 펼치곤 한다. 여태까지의 인류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지구의 모든 생명 위에 군림하고 '최종포식자의 지위'로 살아왔더랬다. 그리고 언제나 과학이 해결해줄 거라는 '과학만능주의'가 당연한 해결책인냥 마련해왔다. [이 또한 인류는 극복해냈습니다]라는 문구로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우뚝 선 자랑스런 인류의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말이다.

 

  그러나 지구는 그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을 선보이며 지구상의 생물들을 최대 98%까지 절멸(페름기 대멸종)시키는 위엄을 보여왔다. 또한 여러 차례의 빙하기를 겪으며 기존의 생물군이 대다수 멸종하고 새로운 생물군으로 바뀌어 왔다는 지질학적인 근거만 봐도 '기후변화의 끝자락'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낙관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과연 인류의 과학기술이 대멸종과 빙하기까지 이겨내고 '지구의 주인'으로서 톡톡히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끝끝내 인류가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안락한 현대생활과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반성의 기미는커녕 개선의 의지를 요만큼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런 엄청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정녕 인류는 '죽음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탄 것처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적어도 점점 빨라지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거나 인간이 망친 지구의 자연을 지구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려는 노력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일까? 이를 테면,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 타기나 더운 여름철에 에어콘 대신 손부채를 이용하고, 추운 겨울철에 난방보다 내복을 껴입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확 줄여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한으로 하고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점점 줄이고 기후변화에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삶으로 바꿔나가는 것 말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지구를 강타하자 거의 모든 비행기와 배가 일시에 멈추니 일시적이지만 공해가 사라진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었고, 도시봉쇄로 인적이 끊긴 도심에까지 동물들이 찾아와 가장 자연스런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잠깐의 '일시멈춤'으로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해본 셈이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오염시키고 살고 있는지 생생히 경험할 수 있었고 말이다.

 

  이 책은 강력하게 주장한다. 지구의 주인은 절대로 '인간'이 아니라고 말이다. 지구 생물의 '최종진화'가 인간이라는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도 말한다. 모든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지능'이 발달한 생물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지구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위'를 쥐어준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진리를 제발 말로만 하지 말고 몸소 실천하라고 간절히 말하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쉬운 진리 아닌가. 그런데도 인류는 고도의 지능으로 지구를 아주 빠른 속도로 파괴하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 재능이 인간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얼마나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라는 스릴 넘치는 짜릿한 감동을 선사할 비극을 연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극'을 이해할 지구생명체는 이미 멸종한 인류 이외에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그런 비극을 왜 스스로 자초하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녕 당신들의 후손에게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을 선보여주기 싫은 것인가? 그 마지막 후손이 지금 당신의 뱃속에 있는 아기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정녕 인류의 미래는 깜깜할 뿐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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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현실의 고민은 털어버리고 감동의 눈물 한 방울을 찾을 수 있는 꿈의 판타지로 오세요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4-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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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저
팩토리나인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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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많이 팔린 책(베스트셀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책이었다. 한동안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더랬다. 한때 유행하는 일명 '트랜디 북'은 인기에 비해서 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스테디셀러)'도 많은데 시간만 축내는 책(?)들은 한켠으로 재쳐두고서 독서를 해왔었다. 그러다 학생들의 입에서 이 책의 제목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아주 재밌는 책이 있는데 '그 책'으로 논술수업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베스트셀러를 손에 잡았다.

 

  이 책을 읽은 첫 인상은 <해리포터>와 <꿈의 대화>를 콜라보한 느낌이었다. 현실세계의 사람들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꿈 백화점'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자신이 바라는 '꿈을 소비'하면서 자기만의 희망과 욕망, 그리고 때로는 일탈도 하는...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형 판타지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가, 문득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자아와 초자아를 다룬 '무의식의 세계'를 담은 독특한 세계관을 담았다는 생각에 다다른 순간, 작가의 스케일의 남다르구나, 작품의 세계관이 엄청나구나...프로이트의 표현을 빗댄다면 '빙산의 일각'만 보여줬을 뿐이구나, 의식의 저편에서 펼쳐지는 '꿈 백화점의 이야기'는 정말 방대하고, 더욱 방대하겠구나..싶은 생각에 닿는 순간, 매 스토리마다 진한 감동과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어지는 후속작에서 그런 감동과 전율이 끊이지 않고 전달될 것인지 자못 기대가 큰 까닭이다.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현실세계의 사람들은 '꿈 백화점에 방문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꿈 백화점의 직원들은 현실세계의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주인공 페니를 비롯해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한국 이름'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세계(대한민국)와는 사뭇 다른 곳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신'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고, '무의식의 존재'나 '영혼'이라고 보기에는 뜨악한 점이 한둘이 아닌 탓에 작품의 세계관을 좀더 분석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쯤해서 느닷없이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같은 설정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사후세계'와의 연결고리나 '중간세계'로 볼 만한 근거 또한 찾을 수 없기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저 일반 사람들이 잠이 들면 무의식적으로 찾아가는 '꿈의 세계'라고 이해하면 그뿐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품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선 '세계관'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탓에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만 남기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보려 한다.

 

  꿈 백화점의 주요 상품은 다름 아니라 '꿈'이다. 즐겁고 재미나고 행복한 꿈도 있고,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는 꿈이나 바라고 또 바라던 희망과 욕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도 판매한다. 때때로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기도 하고, 태몽이나 예지몽 같은 신비한 꿈도 있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동물들을 위한 꿈'도 판매한다. 한편, 꿈을 '판매'하는 설정이다보니 꿈을 '상품'처럼 설정하였고, 자연스럽게 꿈을 제작하는 '꿈 제작자'도 등장한다. 그리고 그 전문가마다 저마다 색다른 꿈을 꿀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들은 직접 꿈을 꾸는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당연하지만 신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꿈을 소비한 대가는 '후불제'라는 점도 신기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설렘'이나 '기쁨', '두려움', '화남' 등등 여러 가지 감정을 정수(에센스)하여, 마치 '향수'처럼 병에 담을 수 있고, 그렇게 꿈의 대가로 받은 감정의 에센스를 은행에 맡기기도 하고 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는 설정이 신기했다. 딴에는 '감정을 허비했다'는 투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거나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는 표현처럼 기쁨보다 더 큰 희열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여기선 그런 감정을 '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또 다른 무엇'으로 표현한 것에서 세련한 느낌으로 압도 당하고 말았다. 어찌보면 뻔한 설정인데도 결코 뻔하지 않는 익숙함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연코 '저마다의 꿈 사연'일 것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꿈을 제작했더라도 꿈을 꾸는 당사자가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좋은 꿈'이 아니라 '나쁜 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슷한 경험을 하더라도 누구는 '그 경험'을 통해서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거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발짝 더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북돋기도 하겠지만, 어떤 이의 성공스토리를 직접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거나 정반대로 실패스토리로 만들어버리는 불운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책의 내용 하나인 '대박을 내는 꿈'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에겐 '대박'을 내게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꿈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그런 '일상'을 담은...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그저 그런 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럴 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떠올랐다.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담담한 이야기말이다.

 

  그동안 꿈을 소재로 한 신나고 재미난 소설과 영화를 보았지만 이 책보다 더한 감동을 얻진 못했다. 이 책을 '판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면 단언컨대 '한국형 판타지'로 거듭날거라 장담한다. 서양의 판타지와도, 동양의 판타지와도 사뭇 다르며, 누가 읽어도 '낯설고도 익숙한 꿈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현실의 고민은 툴툴 털어버리고 아름답고 설레는 감동 한 숟갈로 한가득 달콤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신비하고 재미난 판타지 세계로 당신을 초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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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드디어 '우리 의학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4-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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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역사 속 전염병

신병주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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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 온 인류는 '전염병'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전염병이 대유행한 적은 많았지만, '코로나19'만큼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공포를 남긴 전염병은 없었다고 기록될 전염병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염병의 대유행'속에서 인류가 전염병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고 '백신'과 '마스크', 그리고 '거리두기'로 유의미한 대응을 한 것도 기록에 남겨질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팬데믹 상황'속에서도 그대로 방기하고 전염병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대응방법이었는데, 이제 인류는 발달한 백신기술과 의료체계로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책을 찾아낸 것이 '코로나19'가 남긴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는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의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전염병에 맞서 싸울 유용한 방법이 반드시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을 거라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 조상들이 전염병에 대처한 방법을 돌아보면서 '조선시대의 의학'도 함께 정리한 역사책이다. 그동안 역사분야에서도 '의학'에 관한 내용이 전무하다는 안타까움을 일거에 해소한 책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한편, 현대의학 분야에서조차 '양의학'에 치우쳐서 '한의학'을 소홀히 다루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한의학'에 대해서 새롭게 재조명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을 기대해본다.

 

  허나 우리의 의학을 돌아보는 작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의원'이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높은 직위도 아니었고, 신분이 높은 이들이 꺼리던 '직업'이었던 탓에 '체계적인 의학'을 세우거나 '의술'이나 '치료법'을 자세히 적어놓은 사료마저 태부족한 것이 현실인 탓이다. 그럼에도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속에서 임금을 비롯해 백성들까지 구제하고 치료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으며, 많지는 않지만 사대부들의 '개인문집'속에서 당시 전염병이 돌던 생생한 묘사와 함께 병자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던 나름의 방법 따위를 찾을 수 있었기에 비록 단편적인 내용일지라도 비교적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허준의 <동의보감>, 정약용의 <마과회통> 등과 같은 의학서적들이 상당수 전해져 오고 있는 탓에 이 땅에서 유행하던 '전염병'과 그 치료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은 바로 '질병에 맞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던 의료인들'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가운데는 임금의 병을 고친 유능한 어의도 있지만, 어의 못지 않은 실력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힘들었던 여인들을 돌보던 '의녀'에 대한 내용도 엿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의녀로는 드라마 <대장금>으로도 널리 알려진 서장금이 있지만, 장덕과 귀금, 선복과 애종, 연생과 송월 등 조선시대에 체계적인 의녀교육 시스템이 있었던 덕분에 남자의원들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여인네들을 위한 의료체계를 일찍부터 갖췄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유행하던 전염병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홍역과 천연두, 콜레라의 대유행을 비롯해서, 악병(역병), 학질(말라리아), 온역(발진티푸스, 장티푸스와 같이 전염력이 매우 강한 급성유행성 전염병), 그리고 전염병은 아니지만 항생제가 없어서 발생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했던 종기까지 다양했다. 이런 전염병이 돌면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인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곤 했단다. 실력있는 의원을 백방으로 찾았고, 의원들이 치료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독려했으며, 전염력이 강할 경우엔 강력한 봉쇄와 같은 조치와 더불어 상세한 상황보고까지 낱낱이 기록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였던 탓에 무당의 푸닥거리나,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같은 '비과학적인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고,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 민간요법, 심지어 유교경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효성(효심)'을 지극정성으로 다하니 하늘이 감동하여 역병이 저절로 물러갔다는 둥 엉뚱한 짓(?)거리를 하여서 도리어 '전염병'이 더욱 창궐하게 만드는 역효과도 종종 벌어졌다고 한다. 허나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의 치료법이라는 것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고 스스로 이겨내서 살아남는 방법이 유일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의원이나 의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그런 까닭에 무지한 백성들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조차 무당의 굿과 같은 푸닥거리와 기도, 점괘 같은 것에 의지하는 모습을 여러 자료에서 엿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에게 딱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기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허준이고, 그가 쓴 <동의보감>은 조선을 대표하는 의학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의 주된 내용은 '값비싼 중국약재'로 치료하는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약재'를 새롭게 찾아서 그 효능과 치료방법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질병에 걸린 뒤에 치료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치료보다는 예방'을 더 중시한 내용이 적혀 있단다. 지금도 한의학은 치료보다는 '보약'과 같이 평상시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몸의 기운이 흐트러져 균형을 잃으면 병에 걸리기 쉽다고 보았기에 부족한 기운은 북돋우고 넘치는 기운은 사그라들게 하는 조화로움을 강조하고 있는데, 바로 우리 조상들의 의학의 기본틀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조선시대 의학'을 다 언급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찔끔, 저 책에서 쬐끔, 겨우 맛보기로 찾을 수 있었던 '의학의 역사'를 한 권으로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책이 분명하다. '서양의학의 역사'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에 '우리의학의 역사'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참으로 뜻 깊은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yes24 리뷰어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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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요즘 독자가 바라는 것은?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4-24 22:16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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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돌고래의 신화

최인 저
글여울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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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한 이야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이 '단편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플롯도 길지 않아서 이야기 전개가 빨라서 좋고 '메시지(주제) 전달'도 명확해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단편소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위트, 반전과 에로틱한 내용을 첨가한다면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짧은 서사'로 이 모든 것을 담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맹탕'이 되는 경우도 흔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짧은 만큼 '비유적인 표현'을 남발하다보면 웬만한 '문학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다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하는 난해한 소설이 되고 마는 단점도 극복해야 좋은 소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 <돌고래의 신화> 단편소설은 어느 축에 드는걸까? 책의 뒤표지에 적힌 누군가의 평가는 [충격과 반전의 묘미], [빠른 갈등 전개], [녹아 흐르고 있는 에로티시즘]이라고 적혀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최인의 단편소설은 곳곳에 자살과 살인을 암시하는 '죽음의 그림자'가 복선처럼 깔려 있고, 등장인물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를 펼쳐냈으며, 죽음을 예감이라도 하듯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관능적인 섹스를 나누는 장면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어 충분히 충격적인 에로티시즘을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맛'만큼은 높은 평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단편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상적이고 강렬한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흐지부지 끝맺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충격적인 결말, 예상 못한 반전 따위를 염두에 둔 결말이라 그런 것이라 짐작은 된다. 허나 중년의 죽음이든 청춘의 죽음이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납득할 만한 이유'가 명확해야 할텐데, 그닥 공감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무슨무슨 '수상작'이라는 것은 일반독자에게 메리트가 크지 않다. 다시 말해,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과는 달리 '일반독자'들은 이야기속에 흠뻑 젖어들게 만드는 '공감'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등장인물과 독자의 고민이 '일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등장인물의 삶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고, '보여지는 삶'은 다를지라도 소설속에서 전개되는 '개인적 고민'과 '사회문제', 그리고 '인물들의 갈등'이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 일반독자들은 이야기속으로 풍덩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속 등장인물이 겪는 고민과 문제에 '깊은 고뇌'가 보이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펼쳐지는 '에로티시즘'은 그저 흔한 '포르노'를 보는 것처럼 눈을 현혹시킬 순 있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동은 찾을 수 없기 마련이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인상 깊은 것은 '소녀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어린 소년소녀가 보여주는 풋풋한 사랑을 짧은 순간 쏟아붓고 끝나버리는 '소나기'에 비유하며, 아직 여물지 않은 소년소녀에게 찾아온 강렬한 첫사랑이란 감정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비록 시골출신이 아닌 독자라도 '첫사랑의 설렘'은 누구에게나 서툴고 강렬하게 찾아오기에 공감하기가 쉽고, 소년소녀의 서툰 몸짓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에로틱한 감정이 물씬 묻어나는 '둘이 함께 건너는 징검다리 씬'과 '쏟아지는 비를 피해 흠뻑 젖은 움막 씬'은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은 이룰 수 없다는 속설을 재확인하는 듯한 충격적인 결말, 또한 안타까움이 한껏 살아나는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그런 설렘과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난 그렇지 못했다. 인생은 꼬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청춘과 중년의 등장인물들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고, 아픔과 고통의 나날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허우적거리듯 섹스와 일탈을 일삼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흙탕 같은 삶을 벗어날 유일한 출구는 '죽음'뿐이라는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안타까울 뿐이었다. 좀더 희망적인 삶을 노래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생각밖으로 이야기는 재미 있었다. 그렇지만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은 없었다. 마치 80년대 '한국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당시의 한국영화의 주된 소재가 바로 '방황하는 청춘'과 '위기의 중년'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배드신'과 '노출연기'만이 화제가 되었던...그런 느낌 말이다. 모쪼록 작가의 후속작들은 이보다 '공감력'을 갖추고 요즘 독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길 바란다.

 

글여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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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당신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 2022년에 쓴 리뷰들 2022-04-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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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을의 철학

송수진 저
한빛비즈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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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도서관이 피난처였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나에게도 도서관은 '비슷한' 공간이었던 탓이다. 저자는 그곳에서 '철학'을 만났지만, 난 '직업'을 만났다. 맹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 '밥벌이'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진 못했다. 그래도 난 주말마다 도서관을 찾았고, 평소엔 읽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섭렵하며 점점 '논술쌤'으로서의 교양을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논술쌤으로 자부하고 있고 말이다.

 

  암튼, 저자는 삶의 고민을 넘어 '벽'을 만난 것 같은 답답함을 뻥 뚫어준 철학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물론, '저자의 경험'이 밑반찬이다. 그리고 갑이 아닌 을로서 자신이 느낀 우리 사회의 아리아리한 막장을 철학으로 스리스리 넘겨내는 지혜를 풀어내었다. 그리고 삶은 편안해졌단다. 박수가 필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답답함'과 '억울함'을 맞이하는가. 그때마다 당신의 처세술은 무엇인가? 그저 참고 견디는 것뿐인가? 아니면 다 때려치고서 후회하는가? 그러고서는 '원래 삶이 그런거야'라면서 또다시 그 답답함과 억울함 속을 전전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누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곤 한다. 다음날이면 취기와 숙취가 가시질 않아 불편해진 속을 달래려 '반복적인 해장'을 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인생이란 말인가.

 

  그럴 때 저자처럼 '철학'을 만나보길 권한다. 쫌 쎈 철학자를 만나길 권한다. '반사회적인 철학자'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겐 '마르크스'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름하야 '반자본주의'다. 사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자본주의가 제대로 굴러가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본가들의 반성이 유의미하지 않으니 <공산당 선언> 같은 책을 쓴 것이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억압하고 굴종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행태를 일삼는 자본가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말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마르크스'가 무조건 옳지만은 않다. 그의 '실험'은 끝내 현실에서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망했고, 자본주의로 돌아섰으니 '마르크스 이론'은 틀렸다고 볼 수도 있다. 허나 자본주의도 삐걱거리긴 매한가지다. 그때마다 자본주의를 고치려고 들여다보는 메뉴얼이 있으니, 바로 <자본론>이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 이론'은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자체가 사라지거나 '대체'될 다른 경제시스템이 요원한 상황에서 '자본주의'는 건실하다. 허나 자본주의 속에서 신음하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마르크스 이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자본론>은 필독서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저자도 피난을 간 도서관에서 <자본론>을 읽으며 삶의 위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자신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까닭이 <자본론>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단다. 책하고는 담장을 쌓은 이는 엄두를 내지 못할 독서력이긴 하지만, 지금도 자본주의 속에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마르크스'를 만나보길 권한다. 정말 속이 시원해질 것이 틀림없다. 왜냐면 마르크스도 철저한 '을'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제목이 <을의 철학>인 까닭은 무엇일까? 갑의 철학은 없기 때문일까? 학력으로 보나, 금전으로 보나, 갑들이 철학이 없을 까닭이 없다. 허나 그들의 철학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그들만의 천국'을 만드는데 일조할 뿐이다. 허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갑'보다 '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나 많은 '을'들이 있는데, 딱 하난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철학'이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도 좋은데, 소위 '개똥철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갖지 않은 '을'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수많은 '을'들이 어제도 힘들고, 오늘도 지치고, 내일도 피곤할 거라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리라. 그러니 제발 '철학' 좀 하고 살길 바란다.

 

  저자는 철학을 알고 나니, '자기 자신을 좀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니는 고통에서 벗어나 백수가 될지언정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영업사원으로 취직해서 '재고물품을 대리점주에게 떠넘기라는 상사의 지시'와 '울며겨자 먹는 셈으로 재고물품을 떠맡은 대리점주의 자살 소식'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을 때, 당신이라면 어땠을 것 같은가? '살아남기' 위해서 갑질 아닌 갑질을 하며 수많은 대리점주들을 울릴 참인가? 아니면 대리점주를 죽음으로 내모는 짓은 할 수 없다며 과감히 사표를 던질 것인가? 그도 아니면, 한낱 영업사원에게 '갑질'을 강요하는 '저질 대기업'을 쫄딱 망하게 만들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속세를 훌훌 털어버리고 저 세상으로 이항하거나 남은 생을 무한대로 인수분해하는 길로 들어설 것인가? 무엇은 '선택'하든, '을의 철학'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보면 '경쟁'에 길들여지기 마련이다. 이겨야 살아남는 무한경쟁을 거듭하며 살아남고, 또 살아남는 <오징어게임>에 결국 참여하게 된다. 돈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돈이 꼭 있어야 행복한 것인가? 물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전'은 벌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자립은 '어른의 필수덕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전은 그닥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목숨을 걸고 한 판 승부를 벌이듯 '무한경쟁'에 뛰어들어 자기 삶을 고갈시키곤 한다. 과연 누굴 위해서 말인가?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일까? 원치도 않는 직장생활을 견디며,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남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일도 서슴지 않는 삶을 과연 '바람직한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는 '을'끼리 서로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절대 '갑'이 끼어들지 않는다. 갑은 그저 '판'을 만들어줄 뿐이다. 자신의 몫은 이미 떼어놓고서 '남은 몫'을 수많은 을들이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단 말이다. 이게 '자본주의'다. 왜 '을'끼리 싸워야만 하는 것인가? 왜 '갑'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에 분노하지 않는 '을'이 더 많은 것일까? 아이러니 할 뿐이다. 그렇다고 '갑'과 싸우라는 말은 아니다. 갑도 나름대로 '정당한 몫'을 가져갔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을'끼리 사이좋게 노나 먹으면 좋을 일을 굳이 왜 싸우냔 말이다. 만약, '을'이 사이좋게 노나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남겨놓은 것이 문제라면, 그땐 '갑'과 한판 싸워야 마땅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을'끼리 싸울 까닭이 없다는 점이다. 사이좋게 노나 먹다가 부족한 듯 싶으면 합심해서 '갑'에게 따지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을의 철학'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우리의 삶이 이처럼 간단하지도 않고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허나 '철학'과 함께라면 어떤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을'끼리 치고 받으며 싸우는 어리석은 짓부터 멈추는 '철학'이 절실하고 말이다. 다음으로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유치원 때 '착하게 사는 방법'을 모두 마스터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런데 왜 착하게만 살 수는 없는 걸까?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이렇다. 착하게 살면 '호구취급' 당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말자. 착하게 산다고 순딩순딩하게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만렙'으로 살면서도 얼마든지 착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 위할 줄 알고, 약자를 배려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착하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일을 겪는다. 그때마다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간다면 당신은 '슈퍼 을'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갑에게 호구가 되는 '을'이 아니라 갑 앞에서도 당당한 '슈퍼 을' 말이다. 필요한 것은 오직 '철학'뿐이다. 이럴 땐 이랬다가 저럴 땐 저랬다가 하는 '그때그때 다른 철학'이 아니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결같은 '철학' 말이다. 그러다가 목이 잘리면 어떻게 해요? 라고 고민하진 말자. 최강의 철학은 '모든 칼'을 다 막아내는 굳센 철학이 아니라 '애초'에 칼이 목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슬기로운 철학'이니 말이다. '을의 철학'도 마찬가지다. 내 삶은 무엇보다 소중하니 멋진 철학으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한 번 살아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철학도 소중하니까 응원할 겁니다. 세상 모든 을들이 철학쟁이가 되는 멋진 상상을 하면서.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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