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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  책에 반하다 2017-06-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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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E. T. A. 호프만 저/박은경 역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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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불현듯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경계 대상이다. 많은 경험에서 우러러보건대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것은 나부터다. 살가운 고양이가 아닌 이상 몸이 몇 배는 더 큰 사람이 다가오는 건 썩 반갑지 않은 일일테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뭐할까 싶어서 지켜본 적이 드문드문 있다.

어제는 초록빛에 가까운 연두색 눈을 지닌 갈색 털의 고양이가 주택 담벼락을 따라 느긋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좁은 담 위를 걷다 마주친 그 오묘한 눈빛에, 마침 다 읽은 책 속의 고양이 무어가 떠올랐다. 담벼락보다 훨씬 높은 지붕을
이곳 저곳 오가며 주인 아브라함의 불타는 집을 찾았던 무어는 이 고양이와는 다른 사정을 지녔다.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은 편자가 등장한 덕분에 복잡한 구성에 부담을 조금 덜었다. 여느 소설에 이렇게 편자가 직접 등장해서 이모저모 알려줄까. 그렇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에 깨달아버린다. 울퉁불퉁한 길이라고 안내하기보다는 먼저 예고하는 것에 가깝다는 점 말이다. 그래서 읽는데에 괜한 진통을 겪었다. 며칠은 앞 부분만 읽었고 다시 돌아와서 조금 전진하고 또 덮었다가 펼치는 과정만 여러 번이다. 다만 낯선 시대에 인물에 구성에 적응하는데 든 이질감과 반대로 조금씩 아로 새겨진다.

소설은 수고양이 무어와 악장 크라이슬러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편자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무어가 주인 집에서 발견한 인쇄본을 찢어서 받침으로 쓰거나 잉크에 얼룩진 발을 닦는데 쓰인 이 가련한 파지가 자신의 인생관을 담은 책 속에 섞였다고 한다. 결론은 무어와 파지, 두 가지의 이야기가 병행하듯 이어진다. 서로 바통을 주고받듯 번갈아 진행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무어의 소년시절부터 장년시절까지다.

책이 담고자 하는 부분은 많다. 셰익스피어의 책 속 문구를
따서 배열을 달리 해 언급한 것처럼 수많은 글들의 일부가 그들 이야기와 조금씩 엮여 있다. 아래에 주석이 없었더라면 발견하지 못한 채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로는 지적인 허세 혹은 어설프게 완벽한듯 스스로를 포장하는 무어를 꼬집는다. 아니면 낯선듯 어딘가 낯익은 글귀가 전진해나가는 그들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도 받았다.

무어가 어머니와 만나고 연인을 만나고 푸들 폰토를 만나듯, 크라이슬러도 사랑하는 연인 율리아와 만난다. 다만 그들 내면과는 별개로 별의별 상황이 담겼다. 율리아의 어머니인 벤촌 부인의 신분 상승을 위한 집요한 노력도 보았고, 파이프오르간 기술자이자 마술사인 아브라함이 보여준 환상 같은 현실이며, 헥토르 왕자의 이기적인 욕심도 뻔히 보인다.

그래서 소설이 길어졌나 괜한 딴지도 걸어봤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인 크라이슬러와 무어를 넘어가볼 수는 없다. 둘의 성격은 판이하다. 무어를 보자면,

아무것도 나의 교양을 혼란시키지 않고, 아무것도 나의 성향에 저항하지 않았다. 큰 걸음으로 나는 나의 시대 너머로 나를 높이 솟아오르게 하는 완전함을 향해 나아갔다. ~ 그리하여 그는 나의 특별한 정신적 능력, 나의 천재성, 나의 재능을 알게 되었다. - p. 91~93

그는 자신이 가진 지성을 과시한다. 다만 이후에 자연스레 느끼건대 그런 그도 통속이라 이름짓는 보편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만은 아닐까, 아브라함의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꺼내 읽고 눈동냥으로 글을 읽지만 뒤에
보여준 말과 행동은 글쎄다 싶다. 크라이슬러는 그래도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자신했던 무어에 비하면 소극적이다.

"허락해주십시오." 이렇게 크라이슬러는 말을 마쳤다. "이 옷이 부추기는 착각을 제게 허락해주십시오, 수도원장님! 위협적인 폭풍에 휩쓸린 저를 부드러운 운명의 호의가 한 섬의 해안에 표착하게 했다고 생각하게 해주십시오. 그 섬은 제가 보호받는 곳이며, 예술 자체의 열광에 다름 아닌 아름다운 꿈이 더이상 결코 파괴될 수 없는 곳이지요." - p. 390~391

그래서 속도가 더 붙는다. 무어와 파지 속 크라이슬러의 성격이 달랐기에, 휘몰아치는 이야기 속에서도 균형을 잡게 된다. 더불어 실제 호프만이 자신을 투영시킨 크라이슬러와 성품은 비슷할지 호기심도 여문다. 호프만이 좋아했던 제자 율리아의 이름도, 실제 이모 이름도 보인다. 그의 딸세실리아Cecilia는 크라이슬러의 이상향이다. 이 율리아와 사랑의 결말도 소설과 비슷하다. 그는 이렇게 고뇌하고 조금은 소심한 사람일지 반대로 대범하고 호기로울지, 아무래도 예상은 전자 쪽으로 기운다.

호프만은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 동화 작가이자 수많은 곡을 작곡한 작곡가이자 법대 졸업 후 대법원의 고문관으로도 일했던 인물이다. 이력을 보면 그의 직업은 이성과 감성이 줄다리기 하는 듯하다. 소설은 무어의 자서전과
다름없는 내용 안에 크라이슬러의 이야기 또한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크라이슬러가 담긴 파지의 분량이 더 많다. 호프만은 무어의 입을 통해 조금씩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닐지.

다만 무어의 이야기 결말이 앞 내용을 연상시키면서도 조금은 생략된 듯해 아쉽다. 흐름상 작가의 의도일 테지만 괘스레 다시 책장 앞 부분을 손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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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 씁쓸하듯 다양한 삶을 그려낸 10편 |  책에 반하다 2014-01-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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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부

막심 고리키 저/이수경 역
작가정신 | 2013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막심 고리키와 처음 만난다. 그의 초기 단편인 10가지 이야기. 쌉싸름한 이야기를 들으며 얼기설기 놓인 회한과 희망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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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의 검정이 짙은 버건디를 만나고 크림색으로 다가가기까지, 이 그라데이션이 읽고 싶은 감흥을 더 불러일으킨다. 이에 더해 표기작인 <마부>를 떠올리게 하는 말굽 상징이 콕 박혀 오묘하게 더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 책은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1868~1936)의 초기 단편 10가지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인데, 어릴 적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이곳저곳 다니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저자 막심 고리키의 삶이 자연스레 녹았는데, 만나게 될 첫 작품인 <마부>부터가 심상치 않다. 월급쟁이지만 많이 벌지는 못해 삶이 전전긍긍한 파벨이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차를 타며 한 마부를 만나며 인생역전극으로 바뀌어가는 이야기이다. 마부는 알려진 여상인의 이야기를 들면서, 인색하고 집안에만 있는 시간이 많다던 그녀를 표적으로 노려 수많은 돈을 강탈하라는 미심쩍은 이야기를 건넨다. 빈궁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는 마부의 말이 환심을 사게끔 들리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살인을 염두해 둔, 그를 빙자한 이야기였다. 그래서일까. 파벨이 여상인의 집 문을 두드릴 때 오묘한 긴장감으로 물들게 되고, 점차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여상인에게 다가갈 때 긴장감은 극대화되다 못해 처절히 부숴지고 만다.

 

과연 스스로 벌어들인 돈이 아닌, 한순간에 남의 재물을 빼앗아 일약 부자가 된 결말은 행복한 것일까. 아마 <마부>를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점이 되겠다. 어쩌면 고리키는 앞서 전전긍긍한 파벨의 심정과 자신의 심경이 일치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앞에 놓인 쓰린 처지에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욕망, 파벨이 품은 욕망의 결말은 그가 하루빨리 부자가 된 것처럼 일찍 시들 준비를 마쳤을 지도. 뒤에 등장하는 <환영>과 <종>도 역시 '돈'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포마의 귀를 간질이는 환영의 (특히, 기부하라는) 목소리가 아른아른하고, 어렵게 올린 교회 위 종이 뒤에 처참히 깨지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는 안티프의 이야기가 제시된 말처럼 가혹하다. 이들의 삶에서 느낀 만족감이란 돈이 불려지는 것 보다 배로 녹여진 씁쓸한 삶은 아닐까. 어딘가 허전하듯 탁해진 눈이 어디 기댈 곳도 마땅찮은 삶 말이다.

 

내 안에 규범은 없고 나의 심장은 죽었소! 파괴되고 있는 여러분의 심장을 지키시오. 그리고 규범을 정착시키시오. 무관심해지지 마시오. 무관심은 인간의 영혼은 죽음과 같은 것이오! - p. 37 <마부> 中

 

착잡한 마음은 <로맨스>와 <아름다움>으로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제목이 주는 어감처럼 야쉬카에게 다가온 그녀를 향한 사랑, 우크라이나 출신인 그에게 다가온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그녀. <로맨스>에서 병원에 입원한 야쉬카가 같은 병동의 오빠를 돌보는 그녀를 붙잡고 싶어서 애원하는 듯한 말들이 인상적인데, 그속에서도 그녀가 닦아준 손수건의 향기며, 퇴원 후 떠돌아다니면서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는 야쉬카의 마음까지. 사랑을 경험해본 이라면(그렇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듯.)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가 실려 있다. <로맨스>가 그리는 사랑은 그야말로 풋풋함과 이별. 그녀는 야쉬카의 첫 사랑일런지 궁금하다. <아름다움>은 어쩌면 뜬금없을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등장은 그의 눈을 멀게 하지 않았을까. 삶에 찌든 그가 마주하게 된 환상적인 그녀. 극적인 구성이 이리도 빨리 다가온다.

 

똑딱! 똑딱!

인간의 삶은 아주 짧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이들은 계속해서 삶을 회피하고, 어떤 이들은 삶에 전 인생을 바친다. 첫 번째 부류는 인생 황혼기에 영혼과 회상거리가 빈곤할 것이고, 두 번째 사람들은 영혼과 회상거리가 풍요로울 것이다. - p. 180 <시간> 中

 

아이들이 나이가 어린데, 남편은 일찍 생을 달리하고, 부유한 남편의 친척들이 등한시하는 와중,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그녀가 뻗을 수 있는 손은 얼마나 좁고 텁텁한가. <푸른 눈의 여인>이 그리는 그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부를 열심히하는,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그녀 곁에 있지만 학교를 보낼 여력이 감당되지 않은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이나 <아쿨리나 할머니>는 빈한 이에게 박애 정신이 투철한 그녀의 이야기이다. 부랑자들을 누구나 할 것 없이 잘 감싸주기에, 너무도 극한 이들이 찾는 할머니. 그렇지만 이로 말미암아 경찰의 우선적인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감싸는 부랑자들의 정체를 먼저 꿰게 되는 경찰.) 그래서 삶이 조금 나아진다 싶은 부랑자들은 그녀를 떠난다. 그리고 그녀도 점점 죽음에 가까워간다. 해설에서는 이들을 '희생'이라는 한 범주로 묶고 있다. 고결한 말이지만 고리키 소설 안에 담긴 그녀들은 또 하나의 가여운 여성들이다.

 

<지난해>와 <시간>은 마치 명언을 술술 풀어놓은 듯한, 배울 점이 많은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시간>은 '똑딱! 똑딱!'말이 빠지지 않음으로써 인생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배워야할 점들이 나날이 나열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를 지나 마지막 <이제르길 노파>에 닿는다. <마부> 책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는 가장 길고 유일하게 국내 초역이 아닌 글이기에 다소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이야기리라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이제르길 노파이기도 하지만, 단편 속 인물들이 말하는 교훈이 담긴 비정할 듯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흔히 말하는 액자식 구성이기도 할 것이고. 비단 노파만의 이야기가 아닌, 노파와 비롯한 이들이 건네는 단편이라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내게는 막심 고리키가 처음 만나는 작가란 인상이 강렬하지만, 레프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안톤 체호프 다음으로 만나는 러시아 작가 중의 하나로 각인될 것이다. (점차 가지가 여실히 늘어나고 있다.) 이번 <마부>의 이야기들은 대다수가 극적이다. 어딘가 평범할 이들도 전혀 평범하지 않다. 삶의 어딘가를 자리잡고 있는 그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보이는 씁쓸한 회한 또는 자잘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희망도 있다. 고리키의 다음은 또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심금을 울리게 할지 작게나마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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