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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4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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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3쪽 | 682g | 153*224*30mm |
ISBN13 | 9788932023977 |
ISBN10 | 8932023972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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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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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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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동화속 불구 노인은 자신이 걷지 못한다며 젊은이에게 업어달라고 청했고,
젊은이는 노인을 불쌍하게 여기며 결국 노인을 등에 업었다.
그러나 이 불쌍해 보이는 노인은 악의 정령이었다.
이 사악한 정령은 젊은이의 어깨에 올라앉자마자 털복숭이 다리로
젊은이의 목을 감싸고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중략)
자신의 연민의 재물이 되어버린 젊은이는 다리가 후들거려도,
입술이 터져도, 사악무도하고 교활한 늙은이를 등에 업은 채
끊임없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p 245
나는 우연히 알게된 한 남자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그의 이야기를 썼다.
때는 1913년 11월. 그는 헝가리 국경의 작은 주둔지에서 근무하게 된 25살의 오스트리아군 호프밀러 소위다. 그는 주둔지의 가장 큰 부자인 케케스팔바씨의 성으로 초대를 받아 방문하게 되는데,그 자리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무도회가 열리고 있을 때,그 집 딸에게 춤을 청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그건 실례라 생각하여 춤을 청하게 되었는데, 17살의 에디트는 불구의 몸으로 걸을 수가 없는 아가씨였다.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을 알게 된 그는 미안하단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그 집을 떠나오고 만다.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이며 예의를 아는 그는 에디트에게 사과하러 다시 방문을 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정기적인 방문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호프밀러는 에디트가 의자라는 좁은 세계에만 갇혀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연민의 감정으로 그녀를 대하는 거였지만,에디트는 그의 감정이 연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깊은 사랑에 빠져버리게 된다. 호프밀러는 그녀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본적도 없고, 너무나 부잣집이었기에 팔려간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하는 마음등 여러 마음이 교차한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군부대라는 집단의 특수성 또한 그의 마음을 한 방향으로 잡을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되는 거였다. 확실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굳은 결심을 보여주려 하지만,그때마다 고개를 쳐드는 연민으로 인해 쉽사리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다. 여러 마음을 오가는 사이 지독한 우연까지 겹쳐 불행한 결말에 이르고 말았다.
인간에 대한 사랑, 연민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가 어느 순간 그의 우유부단함과 나약함으로 에디트와 그의 아버지를 지옥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가 미워지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럴 수 있겠다 싶을 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이리 저리 흔들리는 호프밀러에 반하는 인물이 에디트를 5년 째 치료하고 있는 의사 콘도어이다. 그가 의사로서의 도리,책임을 말할 때는 숨도 쉴수 없을만큼 몰입하게 되었다. 콘도어는 의사로서의 사명감, 또는 감정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을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 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중략) 언젠가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그 거절 때문에 환자가 처음 부터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도 자신을 더 증오하게 될지라도 그렇게 말해야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소위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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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연민의 감정이냐 사랑이냐를 가지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글자가 다른 만큼이나 의미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이젠 확실히 알겠다. 연민과 우유부단함이 겹치고,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 지도. 케케스팔바씨의 과거 이야기,의사 콘도어 씨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고, 불구자로서의 에디트의 조울증처럼 오르내리는 감정변화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츠바이크는 인물평전으로 유명한 작가로서 이 소설은 1939년 출판된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자서전이면서 역사서 형식을 띠고 있는 <어제의 세계>와 단편 소설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에 이어 세번째로 만난 책이다.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책이 없다. 그의 뛰어난 심리 묘사는 철학서라고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뛰어났다. 다시 한번 츠바이크의 매력에 풍덩 빠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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