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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4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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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526g | 148*210*19mm |
ISBN13 | 9791190641715 |
ISBN10 | 1190641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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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추천대상
1. 문학작품을 읽었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분
2. 안 읽었지만 읽은 척 하고 싶은 분
3. 읽고 싶지만 어떤 작품을 읽어야할지 고민되는 분
문학줍줍의 구독자인 나는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나오자마자 주문해서 읽었다.
유튜브 채널의 영상으로 볼 때도 좋았지만 역시 종이책만의 매력은 따로 있다. 밑줄 긋고, 메모하고, 인덱스 스티커 붙이고. 진짜 내 것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저자는 토목 공학을 전공한 직장인이다. 2017년 이후 유튜브에 고전문학작품 리뷰 영상을 올려왔고, 현재 230개의 영상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중 41개의 작품을 소개한다.
1장.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안나 카레니나》, 《오만과 편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장.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다
《대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3장. ‘나’란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다
《변신》, 《나를 보내지 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4장.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찬찬히 되짚어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신곡》...
5장. 국가와 사회의 존재와 필요에 질문을 던지다
《레 미제라블》, 《동물농장》, 《분노의 포도》...
6장. 삶과 전쟁의 메시지에 귀기울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 《전쟁과 평화》, 《일리아스》...
7장. 평범한, 그러나 치열한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다
《노인과 바다》, 《야간 비행》, 《세일즈맨의 죽음》...
8장. 방황하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데미안》, 《마담 보바리》, 《이방인》...
9장.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에 함께하다
《걸리버 여행기》, 《로빈슨 크루소》, 《톰 소여의 모험》...
이상과 같이 9장의 대목차로 주제를 나누고, 주제에 맞는 작품을 4~5편씩 소개하고 분석한다.
이 중에는 비교적 짧은 소설도 있지만 벽돌책 분량의 긴 작품이 대부분이다. 긴 길이만큼이나 주제를 한 가지로 요약하기 어려운 책도 보이지만, 일단 저자의 시각에서 주제를 분류해 놓았다.
작품마다 저자 소개, 등장 인물소개, 작품의 줄거리, 작품 분석으로 나뉜다. 벽돌책 여러 권 분량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줄거리 포함 3~4장 정도로 압축되어 있다. 너무 줄인 것 아닌가 싶지만, 요점 정리의 달인이니만큼 중요한 내용은 다 들어있다. 41개 작품을 모두 완독한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는 그랬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말한다.
.....
그런가 하면 작가와 그가 남긴 문학 작품은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가가 살았던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머릿속에 재구성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사회의 모습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상을 비교하며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 작품은 어떤 철학서보다 더 철학적일 수도 있고, 어떤 역사서보다 더 사료적 가치가 클 수도 있다.
본문 p. 5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들은 원작 외에도 영화나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좋은 작품은 시대마다 재해석되고, 여러 장르로 재탄생하니 꼭 원작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고 감동받아 원작을 찾아 읽으면 더 좋겠지만 이 책 같은
‘고전문학 요약집‘만 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훌륭하긴 하지만 41권은... 다 읽기엔 너무 많지 않은가. 그것들이 모두 취향에 맞으라는 법도 없고.
41가지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이야기 《일리아스》 편이 기억에 남는다.
전쟁 같은 삶을 그린 이야기의 원형
《일리아스》
호메로스
.....
이 작품은 고대의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군이 맞붙은 전쟁으로 당시 에게해 주변 지역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을 등장시켜 트로이 전쟁을 단순히 인간들의 싸움이 아닌 신들의 싸움으로 격상시켰다. 일리아스 가 다루고 있는 사건은 전황이 급격히 변한 단 며칠 동안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매 순간 신들이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리스 문학이 오랫동안 다뤄왔던 인간 의지와 운명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본문 p.215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아무리 맹활약하더라도 전쟁에 관여하는 신들이 그어놓은 한계선을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
신들의 뜻을 운명으로 본다면 인간의 의지는 결국 운명에 가로막히게 된다는 것으로,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비극의 주제의식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다.
본문 p.222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2가지 의문이 생겼다.
‘신은 왜 인간의 전쟁에 개입하는 걸까?’
‘정말 헬레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까?’
먼저 신들이 인간의 전쟁에 개입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잘 준비하고 용감하게 싸운다고 해도 둘 중 하나는 진다. 상황이 안 좋으면 둘 다 얻는 것 없이 끝날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소수의 권력자나 무기상 정도일 뿐, 승전국이든 패전국이든 일반 민중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경제적인 피해야 어찌 복구한다 하더라도 가족을 잃은 백성들의 한이야 오죽하겠는가. 이기기라도 하면 약간의 전리품이라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나마 패전국의 국민들은 그 아픔을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거다.
그러한 상황에서 패전의 책임을 인간에게 지운다면, 비록 그 인간이 왕이나 그에 버금가는 권력자라 한들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겠는가.
전쟁의 책임을 대신 져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승리해도 ‘신의 가호가 있어서’라며 겸손해하고, 실패해도‘신이 돕지 않아서’라는 마음이라면 좀 면피가 되지 않았을까. 인간이 저질렀지만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일들을 ‘신’이라는 존재를 개입시켜 책임회피와 더불어 민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전쟁의 원인으로 헬레나가 지목되는 이유도 생각해 보았다.
헬레나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일개 스캔들의 주인공일 뿐이다. 사건 당사자들끼리의 원망은 있을지 몰라도 그리스군, 트로이군 모두가 남의 스캔들에 분개해서 목숨을 걸고 나설 것 같지는 않다.
기원전 12세기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은 트로이 유적지의 발굴로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었다. 아직 전쟁의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참혹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든가’ 하고 전쟁을 시작한 이들을 원망했을 것이다. 민심이 흉흉하다.
이때 전쟁을 시작한 지배계층에게 필요한 것.
백성들의 시선을 돌릴만한 흥미로운 스캔들.
요즘도 나라에 큰 이슈가 있을 때면 연예인 스캔들 따위로 이슈를 희석시키곤 한다. 국민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다. 예전이라고 달랐을까. 역사를 보면 정권 말기에는 영웅과 함께 경국지색급의 초미녀들이 나타난다. 구정권의 혜택을 입은 실권 없는 미인이라면 국민들의 관심도 돌리고, 책임도 대신 지울 수 있는 것이다.
‘왕비’, ‘유부녀’, ‘미인’ ... 포털에서 조회 수 엄청 찍을 것 같은 자극적인 단어로 소문을 만들어 퍼뜨렸을 것이다. 그 소문들이 와전되고 또 구전되면서 여러 신들의 이야기와 섞여 신화가 되고, 문학이 되고.
이것이 트로이 전쟁에서 헬레나가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저자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한편, 나 나름대로 생각을 확장시켜 보았다. 《일리아스》 외에도 작품마다 가지는 느낌이나 포인트들이 저자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독서란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라고 여기기에 자유롭게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처음에 책을 들었을 때는 300페이지 넘는 분량 때문에 꽤나 묵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니 41개 작품이 부족해 보인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셰익스피어, 괴테, 유진 오닐..... 아직 언급도 못한 대가들이 많다.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스트 2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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