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도 수포엄마까지는 아닌 거 같다. 초등학생때는 꽤나 좋아했고, 관련 상장을 뿌려대는 초등학교를 나온 덕에 수학을 엄청 잘하는 줄 알았고, 올림피아드(?) 그런 경시대회도 나가본 것 같다. 중,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싫어하진 않았다. 어릴 때만큼 잘하는 건 아니더라도 좋아하고 재밌었다. (영어를 너무 싫어해서 상대적으로 덜 눈에 띄었던 수학인가…) 수능도 외국어 영역 점수보다 수학 점수가 훨씬 좋았던… (그렇다고 잘 친 게 아님..)

  도형 부분을 헤매던 엄마는 아이가 도형은 잘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교구 활동 수업을 좀 시켜보려고 했으나 아이가 온 몸으로 거부해서 다 포기했다. 교구를 사서 집에서 좀 해주다가 그마저도 엄마가 게을러 그만 두고.. 하여튼 현재 아이의 수학은 하루 한쪽씩 푸는 문제집 2권과 넘버블럭스 애니메이션이 맡고 있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이 책은 신기했다. 아, 이렇게 다르구나, 수학도 이렇게 준비를 해주고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몇 학년 때는 이렇게 해라, 뭘 빨리 해라, 많이 해라 라는 이야기만 듣다가 일목요연한 교육과정을 알고 그 내용에 맞춰 도와줄 일을 알게 되어 유용했다. 우리 아이 시기에는 또 교육 과정이나 수능 등의 변화가 있겠지만, 어쨌든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기본은 언제나 같을 테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잡히는 것 같다.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없다. 아주 수동적인 인생이라 시키면 했고, 다들 하니까 해야 하나 보다 했던 것 같다. 수학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은 건 외국을 나가서. 논리학이나 대수학 관련 과목을 들으며 그 동안 해왔던 수학적 사고라는 게 나에게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한국의 고등 교육과정이 힘든 건 맞지만 아무것도 안 남는 건 아니라는 것도.

-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다른 과목도 잘합니다. (중략) 수학은 추상 개념들만으로 고난이도의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고요. (18)

- 수학을 잘하게 되면 논리적 사고력이 좋아지고, 정보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능력도 좋아집니다 이는 사회, 과학 등 다른 과목 학습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19)

그 곳의 아이들보다 내가 더 배웠으니 더 잘 하는 게 당연하다 싶지만, 훨씬 수월하게 수업을 들은 걸 생각하면 그 효과는 톡톡히 본 것 같다. 우리 나라 수학을 완벽히 소화한 건 아니지만, 고난이도 수학을 접해보았기에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뭣 모르고 접근했지만, 우리 아이는 차근 차근 공부해서 그런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엄마가 이리 마음 먹는 것과 아이의 실행은 다른 이야기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교과서 학습만 제대로 해도 아주 많은 것들이 해결됩니다. (23)

- 연산은 그냥 적당히 꾸준히 하면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24)

- 연산의 목표는 ‘정확하게 계산하기, 느리지 않게 계산하기, 수학적 사고력과 표현력 기르기’로 정해야 합니다. (36)

교과서가 핵심. 요즘 교과서 참 잘 나오는 것 같더라. 이건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 하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닌 것 같은 느낌. 교과서만 잘 보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주변 엄마들은 각종 문제집에 학원으로. 아직 우리 아이가 어려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학원 가기를 온 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라 어느 정도까지는 집에서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교과서에 집중하기. 학교 숙제 잘 챙기기.

  우리 시절과 다른 부분은 바로 스토리텔링 수학과 사고력 수학. 어쩌면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학교 공부만 설렁 설렁 하던 나는 낯선 개념이다. 이게 어려워서 고난이도 문제들을 못 풀었던 것 같기도.

- 문제 해결력(사고력) : 문제를 읽으면서 찾아낸 정보들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관계를 근거로 해서 문제 해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게 식을 세우고 계산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사고력’보다는 ‘문제 해결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25)

확실한 건 이런 문제 해결력을 키우려면 아이가 반드시 스스로 읽고 스스로 이해하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원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학원은 차치하고 집에서부터 습관을 잡아 줘야겠다. 그 자료로는 교과서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가벼운 예습과 심도 깊은 복습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엄마로서 어차피 도와줄 수도 없지만, 스스로 할 수 있게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옆에 있어 줄 수는 있으니 짜증받이가 되거나 지지하는 역할을 잘 해야겠다 싶다.

  초등 전 과정이 어떤 과정을 가지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1, 2학년까지 내게 유용하여 샅샅이 읽다가 뒤로 갈수록 복잡해져서 아직은 아니니까 미루자며 덮어 두었다. 아무래도 틈틈이 반복해서 봐야 할 것 같다.

-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하게 할 것인가.‘가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수학을 즐기게 만들 것인가.’ 가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54)

저자는 말한다, 수학을 잘하게 할 것이 아니라 수학을 즐길 수 있게 만들라고. 만드는 것도 엄마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아이가 수학이라는 학문에, 문제가 풀렸을 때의 그 짜릿함에 젖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