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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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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48g | 145*210*20mm |
ISBN13 | 9791187498391 |
ISBN10 | 11874983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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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고사 후 가채점 결과 생각에 미치지 못한 점수에 낙담을 하고 있는데, 하루는 아버지께서 바람을 쐬러 잠깐 나가자고 하셨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버지 차에 몸을 실었는데 차는 고속도로를 타고 용인에 있는 놀이동산에 도착했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에 몇 번 온 적은 있었지만 아버지와 단 둘이는 처음이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놀이동산에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버지께서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있냐고 물어보셔서 그냥 무조건 스릴 있는 거로 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바이킹 등 여러 개의 놀이기구를 찬바람을 맞으며 타다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혼자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만 보셨을 뿐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정말 오랜만에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와 단 둘이 놀이동산에 다녀온 후 나는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 두 딸의 아빠가 된 지금도 그 때 그 기억은 마음 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결혼 후 아빠가 되면 아이들을 양육할 때 아버지처럼 묵묵히 응원해 주고 친구 같은 아빠가 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면서 자녀교육법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만난 책이 이규천의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이다.
저자 이규천은 우리가 잘 알고 있던 가수 이소은의 아빠다. 작은 딸 이소은은 어린 나이에 혜성처럼 나타나 여러 히트곡(서방님, 기적 등)을 남기고 갑자기 연예계를 떠난 후 지금은 미국에서 변호사가 되어 국제상업회의소 뉴욕지부에서 부의장을 하고 있고 큰 딸 이소연은 줄리아드음대를 8년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여러 콩쿠르에서 수상 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유명 피아니스트이다.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는 우연히 SBS 영재발굴단 특집 ‘아빠의 비밀’에 저자의 자녀교육관이 나오게 된 후 다시 정리하여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시작된 아빠성장기에 대한 책이다.
책은 1부. 아빠의 철학, 2부. 아빠의 도전, 3부 아빠의 믿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아빠의 철학에서는 이규천교수의 자녀교육관이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잘 드러나고 있다.
방목은 무관심이나 무절제가 아니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게 아이들의 본성과 독특함을 최대한 보장하고 유지해주려는 세심한 배려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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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저자의 큰 딸이 초등학교 시절 시험지에 부모님 확인 사인을 받아와야 하는데 큰 딸이 부모님께 말씀을 안 드리고 저자의 책상 서랍에 있는 도장으로 직접 찍었던 적이 있었다. 저자의 아내는 큰 딸을 혼내지 않고 긴 숨을 내쉬어 마음을 가라앉힌 뒤 가만히 아이의 손을 잡고 “소연아, 엄마가 미안해. 다음부터 엄마가 도장 찍어줄게! 소연이가 엄마 몫까지 다 했구나!”라고 했다. 그 때 불안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바짝 긴장했던 딸아이는 안도하는 표정과 함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후 부인과 딸 사이의 위험한 긴장이 풀어지고 다시 밝아진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실패와 실수라는 단어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그것이 내 아이들의 발목까지 잡게 할 수는 없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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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임박했을 무렵, 저자의 온 가족이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방송에서 체조 부문의 역대 메달리스트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방영하고 있었는데 체조에 관심이 많았던 작은딸이 체조선수들의 몸동작을 따라 하다가 장식대에 얹어놓은 도자기를 발로 걷어차고 말았다. 그 도자기는 저자가 왕승 장군 초청으로 대만에 방문했을 때 그가 특별한 의미로 선물 해준 도자기였다. 작은 딸은 나이가 어렸지만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고 어쩔 줄 몰라 했고 저자는 너무 화가 나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힌 저자는 아이를 다독이며 “소은아, 괜찮아. 도자기는 다시 구하면 돼.”라고 했다. ‘잊어버려’ 아무리 귀한 도자기라도 내 아이만 할까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은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무엇이든 그대로 배운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이 아니라 사는 모습을 보고 배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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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미국 신시내티에 사는 큰딸 부부가 여름방학 때 연주 여행을 떠나며 이규천 부부에게 아이를 부탁했다. 하루는 손자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옷을 입히려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자는 반바지는 안 입고 긴바지를 입고 싶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긴바지를 입혔는데 바지에 주머니가 없다고 불만이라 다시 주머니가 있는 긴바지를 입혔다. 승강기 입구에 걸린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로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부인이 양쪽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저자의 손을 얼른 빼낸다. 아차! 그제야 손자가 왜 주머니가 달린 긴바지를 입으려고 했는지 알아차린다.
1부. 아빠의 철학에서 나온 몇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규천 부부의 자녀교육관을 알게 된다. 나는 과연 아이가 부모 몰래 시험지에 도장을 찍었거나 소중히 여기는 도자기를 깼을 때 이규천 부부처럼 아이들에게 그렇게 대할 수 있었을까? 저자 이규천은 모든 방식에는 부작용이 있고, 방목 양육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아이와 관련해 예상치 않던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여기에 대응하는 부모의 반응에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은 부모의 관점과 반응에 따라 부작용으로 나갈 수도 있고, 오히려 작용의 에너지로 승화로 나갈 수 있다. 에피소드를 통한 저자의 자녀교육관을 보며 아빠로서 부끄러움과 반성이 다가온다.
2부. 아빠의 도전에서는 저자가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유학이라는 단순한 목표 하나로 가족과 함께 낯선 곳인 미국에 도착하여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부모가 바르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아이들의 행동에는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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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이들 교육, 경제적 문제, 가족의 건강 등의 고민 속에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대학생들의 기숙사를 관리하는 나이트 쉬프트를 하며 밤새 기숙사에서 공부를 했고 그 외에는 늘 하디스라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공부를 했다. 부인 또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규천 교수가 아침부터 밤까지 도서관에 틀어박혀 지내면서도 틈틈이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가족과 함께 테니스를 쳤고, 운동이 끝나면 가족 모두 하디스로 향해서 더블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나누어 먹으면서 소소한 시간을 즐겼다. 부모가 현재에 만족하면서 밝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본 두 딸은 문화적 쇼크를 잘 이겨내고 큰 딸은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여 여러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 작은 딸은 학교에서 타의 모범이 보이는 올바른 딸로 잘 자라주었다.
2부. 아빠의 도전에서 저자 이규천과 자녀들(큰 딸은 피아니스트, 작은 딸은 국제변호사)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자양분 같았던 타지에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결핍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서로를 응원하는 저자의 가족을 보며 진정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3부. 아빠의 믿음에서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온 저자와 두 딸의 이야기이다.
3부에서는 저자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돌아오면 서울에서 정착 자금으로 쓰려고 지인에게 돈을 맡겨놓았었으나 지인이 주식투자로 돈을 날리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교수 파면, 대법원 판결 등의 일 때문에 교수 초빙에 어려워지자 국책연구원으로 방향을 돌린 일화, 작은 딸 이소은이 EBS 창작가요제 선발을 계기로 어린 나이에 학업을 겸하며 가수가 된 일화, 미국에 남은 큰 딸 이소연이 큰 교통사고를 당했으면서도 콩쿠르에 출전 해 수상을 하는 등 피아니스트가 되어 가는 일화를 통해서 저자는 ‘먹구름 위에 태양이 있다,’, ‘무모함도 에너지다.’, ‘항상 자녀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내 특별함은 내가 만든다.’ 등 자녀교육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이규천의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는 예전 인기리에 방영된 tvN의 ‘응답하라 1988’에서 아빠 동일이 막내딸 덕선이에게 언니, 동생보다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에 했던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깐 우리 딸이 조금 봐줘.” 대사처럼 처음 아빠가 되어 자녀 교육에 고민하고 있는 이 시대 아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저자 자신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경험 속에서 얻은 특별한 자녀교육관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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