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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1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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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8쪽 | 236g | 156*204*9mm |
ISBN13 | 9791197072901 |
ISBN10 | 119707290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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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4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초록색 빛이 가득한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과 개가 보인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이다. 올 한 해 나의 삶이 이렇
게 평안한 모습이기를 바래본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는 <중쇄를 찍자>
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출판사의 사장에 관한
에피소드에서였다. 시를 읽은 사장은 "그저 글씨가 늘어서 있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우는걸
까. 어째서 가슴 속에 스며드는걸까." 라고 말했다. 그렇게 내 기억에 남아 있었던 시인이고,
시였다. 사장이 왜 시를 읽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공감할 수 있을만큼 그의 시에는 타인을 생
각하는 따뜻함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담겨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 미야자와 겐지와
유럽이 주목한 그림 작가 곽수진의 시대를 초월한 만남,
그들이 지친 당신의 마음에 전하는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
미야자와 겐지(1896~ 1933년) 는 소박한 삶, 타인을 위한 삶을 노래했던 시인이었다고 한
다. 곽수진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고, 일러스트에 매력을 느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유럽에서 많은 수상을 했고, 주목받고 있는 그
림 작가로 이 책은 국내 첫 출간작이라고 한다. 이 시를 읽고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한 마음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중요성을 담담히 전하는 부분이 뭉클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작가는 주
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존재인 자연과 동물도 한 프레임에 담아 공존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p47
그런 작가의 마음은 그림을 보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프레임에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 동물을 넣어서 그린 그 마음이 예뻤다.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로, 그 마음은 다시 그림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을 전하고 있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나무 사이에 앉아서 비를 피하는 다람쥐(?)의 모습이 귀여웠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맞서기도
하고, 때론 이렇게 피하기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이지만 햇살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이탈리아의 사이프러
스나무가 생각나는 풍경인데, 볏짚을 밀고가는 농부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을 닮아서 왠지 동
서양이 모두 담겨있는듯했다.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저 우산의 주인은 누구일까? 고양이와 달팽이가 비를 피하도록 우산을 건네준 그 사람은 바
보? 나보다는 타인을 먼저 챙긴 우산 주인같은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라면 그리 각박한 세상
은 아닐것같았다.
시 한 편과 일러스트. 멋진 조합이지만 처음 그림을 봤을 때는 시는 너무나 잔잔한데 그림
은 너무 쨍한 느낌이어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 아래에 적혀있는 시를
읽으면서 그림을 보고 또 보고 하는 순간 그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자연, 동물과 더
불어 살아가는 밝은 그림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을 너무나 잘 담
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 아름다
운 일러스트와 함께 읽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는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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