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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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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644g | 175*190*30mm |
ISBN13 | 9788946421677 |
ISBN10 | 8946421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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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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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화적 생활과 정원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인간들이 조금 더 볼거리를 찾고 더 정신적으로 자유롭고자 치장하는 게 정원이다. 정원은 보통 집의 한 공간에 있다. 집에서 가장 아름답게 꾸미고, 꽃과 건물을 적절하게 배치하며, 연못 같은 것을 만들어 풍취를 느낄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여유와 능력과 자유가 머무는 공간, 그 머물고 있는 사람의 품위와 재력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이곳을 보면 주인이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순천 국가정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곳곳에 다양한 나라의 정원들을 꾸며 놓았었다. 그 정원을 보면서 그곳 사람들의 정신, 삶을 느껴볼 수 있었다. 각국의 선호하는 삶의 모형도 볼 수 있었다. 윤선도가 낙향해서 머물렀던 보길도라는 섬에 들린 적이 있다. 섬 자체가 윤선도의 집처럼 느껴졌다. 특히 바닷가에 있는 세연정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외의 다른 공간들은 거의 훼손되었지만 말이다. 세연정은 윤선도가 유흥을 즐기고, 자연을 완상하면서 시문을 짓고 했던 공간이라 여겨진다. 정자가 있고 연못이 있으며 기화요초가 있었으리라 생각되는 흔적이 남아 있다. 윤선도의 호방한 성품, 풍류를 즐기는 마음까지 읽을 수가 있었다.
보길도 세연정(가져 옴)
정원은 이처럼 그 공간이 주인들의 취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예술의 무대가 된다. 국가정원에서 보았던 그 많은 정원들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흔적, 그것이 미술이 되고, 음악이 되며, 문학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세연정의 계절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모습들이 <오우가>가 되고 <어부사시사>가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정원은 그 주인의 마음이 곳곳에 스며 마음이 되고, 품격이 되며, 그림으로 언어로 채색되어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그 정원과 주인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글의 중심 내용및 이미지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이라고 이름 붙였다. 많은 그림들이 나온다. 물론 정원들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다. 정원이 얼마나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공간이었는가를 그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저명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이 정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네가 있고 르누아르, 프리다칼로, 세잔, 살바드로, 레오나르도, 루벤스 등도 있다. 이들이 만난 정원이 있고, 그것들이 화필에 담겨져 있다. 정원은 바로 이 화가들의 영혼의 안식처였던 것이다. 그림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생명의 핏줄이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삶의 곡진한 시간을 보내며 영혼을 갈무리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들에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책은 크게 둘로 나누어 전개해 나간다. <화가들의 집과 작업실 그리고 정원>으로 소규모의 개인적인 정원이 자료가 된 경우와 <화가들의 마을과 정원>으로 규모가 큰 공동의 정원이 바탕이 된 경우다. 이 두 개로 나누어 화가들과 정원들 그리고 작품들의 상관관계를 드러내면서 서술해 나간다. 멋진 작품을 보고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는 이중의 복을 누리면서 책을 만날 수 있어 독자는 행복하다. 독자는 자신의 방에 많은 예술가들의 정원을 들여 놓을 수 있고, 많은 작품들을 걸어놓을 수 있다. 하여 방을 정원이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 수 있다. 얼마나 기꺼운 일이 되랴.
화가와 정원의 관계는 단순하지만은 않다. 19세기 후반 센강 인근에 머물며 작업했던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에로 보나르와 귀스타브 카유보트, 클로드 모네는 예술만큼이나 식물을 사랑했던 노련한 정원사들이었다. 파사로와 마네, 루누아르, 고갱, 모네 등 파리의 화가들은 열성적으로 정원을 화폭에 담아냈다. 필요에 따라 정원을 ‘빌려’ 쓰는 화가도 있었다. 미국의 인상파 화가 프레데릭 차일드 하삼은 코네티컷 올드 라임의 화가 마을과 메인 숄스 제도에 있는 실리아 덱스터의 정원에서 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얼마나 정원이 화가들의 좋은 영양제였나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다.
“공기가 강처럼 흐르며 구름을 품고 움직이네.”-네오나르도 다 빈치
래오나르도가 구상했던 정원이 후세에 만들어졌다. 당시 레오나르도의 건축과 공학 설계도 120여 개 중 일부에서 착안해 정원을 설계했다. 그 중에서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 유럽을 휩쓸었던 전염병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여 떠올린 2층 구조의 다리가 있다. 동물과 수레는 아래층, 사람은 위층 다리 아래로는 하수관이 지나도록 하는 구조다. 이 목재다리는 다빈치의 설계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것이다. 그의 철학은 인위적으로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태도가 반영되었다. 화학물질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레 로브 정원의 테라스(세잔)
엑상프로방스의 지역 유지였던 세잔의 아버지는 저택을 둘러싼 거대한 땅을 매입했다. 개인 목초지, 경작지, 일꾼들의 농가까지 넣었다. 세잔은 이곳에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세잔이 그린 <자 드 부팡>의 그림들을 보면 아버지의 정원을 상상해볼 수 있다. 세잔은 이곳이 파리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세잔은 아버지의 정원과 가까운 곳인 레 로브로 옮겨가 그곳에서 살면서 작업을 했다. 이곳에서 상당수의 걸작을 완성했다. 빅투아르 산을 그린 그림들, 정원과 테라스를 그린 수채화 몇 점, 마지막 정물화들, 그리고 <목욕하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작업했다. 세잔은 쇠약해져 정원에서 일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정원의 풍경과 조용한 생활을 하는 여생을 보냈다.
에수아의 집과 정원이 담겨 있는 에수아의 집<르누아르>
정원은 기하학적 구조에 맞춰 만들어 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리베르만의 정원(리베르만)
르누아르는 사람들이 대개 사람, 특히 여성들을 많이 그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원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도 그렸다. <정원에 파라솔을 든 여인> <코르토 거리의 정원> <풀잎이 가득한 언적으로 올라가는 길> 등 정원과 관련되는 그림이 많다. 1906년에 그린 ,에수아의 집>은 그가 꾸민 정원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정형화된 정원을 싫어했다. 자연스러운 소박하고 단순한 정원을 선호했다. 그리고 그것을 화폭에 담았다. 리베르만은 정원 전체를 채소와 꽃으로 채웠다. 그의 정원은 잘 다듬어진 한 폭의 그림이다. 그는 이곳에서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면서 작품 생활을 했다.
르 시다네르는 프랑스 화가다.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뷔야르와 동시대의 예술가로 화가로서 큰 성공을 누렸다. 하지만 사후에 명성이 잦아들어 알려진 작품은 많지 않다. 그는 정원을 그린 ‘정원의 화가’다. 그는 프랑스 북부에 있는 제르베루아의 집과 정원에서 주로 작업을 했다. 그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성향이 있었다. 도시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그는 화가 마을에 합류해 친구들과 잡힐 듯 짭히지 않는 빛의 세계를 그리고자 했다. 그러다 정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친구들의 권유로 제르베루아에 거처를 마련하고 정원 가꾸기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정원을 소재로 200여 편의 작품을 그렸다.
지베르니의 정원(클로드 모네)
화가들의 마을에도 정원들은 유명했다. 그리고 화가들은 정원을 소재로 활용했다. 모네와 그의 친구들인 베르트 모리조, 귀스타브 카유보트, 피에르 보나르와 센강의 친구들이 함께 어울린 아르장 퇴유와 베퇴유 정원은 그들의 좋은 작업터였다. 이곳에서 모네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정신적인 안식처로 삼아 마음과 정원을 그렸고, 그것은 시대를 풍미하는 작가들을 만들었다. 정원이 예술가들의 사교 장소가 되고, 예술적 모태가 되면서 그들의 영혼에 안착한 것이다. 예술가들의 삶이 정원을 통해 공유된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런 것이 한두 곳이 아니다.
호넬의 커쿠브리 정원
거쿠브리의 예술가들은 호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호넬은 글래스고 화파의 화가다. 그는 고향 스코틀랜드의 고향 거쿠브리에 집을 매입하고 결혼하지 않고 누나와 살았다. 동양을 여행하고 받은 영감을 정원을 표현하고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한 무리의 예술가들이 머무는 마을을 만들었다. 제임스 거스리, 제시 킹과 글래스고 화파의 많은 화가들이 그와 교류하면서 그의 정원에서 머물고, 작품 활동을 했다.
나가기
정원은 자고로 예술가들의 영혼의 반려자로 존재해 왔다. 정원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휴식과 영감, 그리고 자유이기 때문이다. 많은 예술인들이 이런 정원과 함께했고, 아름다움을 나누었으며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이 책은 그런 꿈이 현실화되어 나타난 현장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머물고 싶은 영적인 공간, 함께하고 싶은 정신적 영역이다. 나는 그들이 머물고 지혜를 가꾸었던 정원을 무수히 만나면서 그 속에 빨려드는 시간을 가졌다. 왜 그런 그림들이 나왔는가가 이해가 되고, 왜 그렇게 살았는가가 마음에 담겨온다. 정원은 화가에게 있어서는 정신의 보고가 되는 모양이다. 그림과 정원, 그들의 행복한 만남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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