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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1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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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68쪽 | 726g | 153*224*30mm |
ISBN13 | 9791162732014 |
ISBN10 | 116273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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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을 구성하는 사람들, 아니 이들의 정체성 기원이라 이름을 붙일만한 관습과 종교, 상업에 대해 지닌 믿음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관심은 우리에게 결코 가벼운 것이라 할 수 없다. 책은 영국에 대항해 식민지 아메리카의 독립 전쟁으로 이어지는 그 전야의 시기인 1760년대까지의 모국(母國)인 영국의 정치 집단과 아메리카 대륙 13개 식민지 정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그 이해관계에 따른 식민지민의 의식 변화를 가져온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마치 허구의 이야기를 구술하듯 쓰고 있어 통상 역사서가 지닌 엄숙함이나 경직성을 지니지 않은 친근한 이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쉽게 몰입되어 어떤 단절도 없이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이 어떻게 파급 확산되어 역사적 사건의 전환적 요소들이 되는지, 그것들은 또한 어떠한 상호성이나 우연성과 엮여 거대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지 눈여겨 읽게 된다.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해온 식민지민은 소수의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독일, 네덜란드인과 절대 다수의 영국인 청교도들이다. 이야기는 조지 3세가 영국 왕으로 등극하는 1760년의 영국 사회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소수의 귀족들과 대토지주들이 국정 운영을 좌우하는 당대의 영국, 즉 이들 소수의 인간들이 주무르는 세계는 18세기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는 18세기 영국 정치사회의 분위기일 것이다.
"그들은 세상이 본질적으로 완벽하고 고정되어 있으며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것이다." -50쪽
식민지 아메리카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으며, 식민지는 단지 영국의 속령일 뿐, 아메리카의 법률이나 제도도 영국의 그것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1756년 시작된 '프렌치-인디언 전쟁', 즉 식민지에서 프랑스를 몰아내기 위한 영국의 7년 전쟁은 이후 묘사되는 식민지민의 행동에 수월하게 공감케 하지 못하는 사건이다. 영국군에 의해 치러진 전쟁은 식민지 아메리카에 대한 정치를 비롯한 경제적 권리에 대한 영국의 소유를 승인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식민지민의 1760년대 행동은 영국의 시각에서 배은망덕한 반란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이 반란의 성격을 이루는 식민지민의 행동은 곧 이들 정체성, 숨겨진 욕망의 발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자신들의 정착과 권리 확보를 위해서는 영국 군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다가 자신들의 이익, 즉 재산에 대한 그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 1765년 인지세로 불리는 영국 의회의 과세 입법에 극렬하게 저항하며, 영국 정부, 영국 왕에게 반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인지세 과세에 대한 식민지민의 저항을 저자 '로버트 미들코프'는 식민지 아메리카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당대의 영국 의회와 내각의 무능력, 오판에 무게 중심을 둔 이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 저항의 강렬함과 대중적 확산의 저변에는 식민지민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한 이합집산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확보하기 위한 명분을 건 싸움의 유용한 도구로 이용되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지역 내 개신교 분파, 상업적 경쟁관계로 적대화된 파벌간의 상대방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음모와 공작으로 낙인찍는 수단이지 식민지의 자유와 정의의 실현이라거나 과세권 입법의 권리를 영국 의회가 지녔는가하는 법 제정 권한 소유 유무에 대한 논의와는 무관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패트릭 헨리’가 했다고 알려진 그 유명한 "대표없는 과세 없다."는, 아메리카인의 대표가 없는 영국 의회가 식민지 아메리카에 어떠한 과세도 할 수 없다는 선언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은닉하는 표면상의 정의를 위한 논리로 여겨진다. 13개 식민지의 정부와 의회는 그 지역의 상업이나 대농장을 소유한 부자들이 독점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오직 정부 내 요직을 차지하여 자신들의 재산 축적에 대한 이해관계에만 관심을 지닌 자들이었다는 점이다.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의 경제를 주름잡는 담배농장주였으며, 인쇄공 출신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상업회사(일리노이 회사)를 운영하는 이익추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이들이 내건 그럴듯하게 포장된 연설들이 후일 정치적 정의의 언어로 표상되고 있지만 그 저의는 그렇게 숭고한 의지를 담은 것은 아니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미들코프는 이러한 현상을 “의회를 지배하는 것은 곧 정치적 이권을 지배하는 것”이었으며,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격렬한 당파주의를 만들어냈다.(199쪽)”고 설명하고 있다. 식민지민들이 자신들을 민중 정부라 부르는 것은 사실 ‘떼거리들이 펼치는 치욕스런 혼란’에 불과했던 듯하다. 이기심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이러한 양태에 대한 혐오로 '토리 준토(Tory Junto)'라는 비밀결사가 등장하여 국왕정부를 추구하는 것은 당시 식민지민의 야만성에 대한 반증인 것만 같다. 이는 다시금 의회를 장악한 상업이익 집단들에 의해 “식민지 자유에 반대하는 음모자들의 클럽(202쪽)”이라며 오늘날 정체성 정치라 불리는 악의적 프레임을 씌워 대중적 공격의 빌미로 삼기까지 한다.
저자의 한 가지 특이한 시선이 주목을 끄는데, 경쟁파벌에 낙인을 씌워 폭력 행사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는 군중 혹은 무리에 대한 성격 규명이다. 인지세법을 시행하기 위한 인지분배관이나 이를 수용하려는 이들에게 살해 위협은 물론 주택을 파괴하는 일명 ‘자유의 아들들’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동자, 선원, 견습생, 소년 등으로(182쪽)”라며, 이들을 ‘폭도’라 칭하는 관점이다. 단지 폭도로 명명된 무리들을 이용하여 정적을 제거하며, 그럴듯한 정의의 이름을 붙여 자기 이익이라는 탐욕을 은폐하는 것이다.
오늘의 미국 역사가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든 이들의 역사적 이익과는 무관한 제3자로서는 ‘재산을 자연법적 권리’라고까지 주장하는 당대 상업적 정치세력이 어떻게 이를 식민지민의 정체성으로 체화하는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1767년 영국 재무상인 ‘찰스 톤젠드’의 이름을 딴 일명 톤젠드법으로 식민지 아메리카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세입법(Revenue Act)이 제정되자 초기에는 이렇다 할 저항의 움직임이 없다가 이러한 입법으로 야기된 긴장상태를 이용하여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당파들이 자유와 재산 침해를 이슈화하여 영국을 향한 대중적 반감을 조성, 확산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인지세법, 설탕법과 같은 과세로 영국 본국에 대한 반감이 대중 정서로 자리매김함에 따른 식민지 대중들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자각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지만, “정적을 몰아내고”, “공작을 벌여(346쪽)”, 이익을 독점하는 상업적 정치 집단이 경쟁집단에게 또 하나의 프레임을 씌우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점 또한 핵심적 동기였음을 배제할 수 없다.
1768년 뉴욕 의회의 당파싸움은 이러한 사례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소작농 반란이 있었을 때 리빙스턴 가문이 영국군의 숙영과 투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고향의 적”이라는 낙인을 찍어 무자비하게 몰아내는 델러시 가문의 공작 정치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델러시 가문이 리빙스턴 보다 더 애향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고 저자 미들코프는 주석을 달고 있다. 마치 오늘날 복지 정책의 확대를 위해 예산을 책정하면 빨갱이 프레임을 덧씌우는 수구집단의 그것과 같은 것이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기반 토대랄 수 있는 ‘재산’에 대한 신성불가침적 태도는 당대 대토지주, 대농장주, 거대 무역상을 비롯한 상공업 소유자들의 자기 이익을 위한 이기심의 발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은폐된 이기심은 항상 자유와 평등이라는 표상을 하고 정의로운 아메리카인의 정당한 권리임을 내걸었다. 폭도라는 멸시적 명명은 이러한 세태와 관련하여 주둔하는 영국군에 대한 혐오와 경멸과 함께 대중적 분노로 변화한다. 슬그머니 폭도에 대한 관점이 변하며 일반 대중이 된다. 이는 1770년 보스턴 주둔 영국군에 대한 군중의 위협으로 표면화되어 보스턴 시민에 대한 대응 사격으로 사망사건으로 번지는데, 저자는 이를 “견제 없는 권력”의 횡포로 제시하고 있다. 후일 아메리카 독립혁명을 야기하는 발단이 되는 이 사건을 ‘보스턴 학살사건’이라 명명하는 것에서 당대 식민지 정치인들의 의도를 읽어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
식민지 아메리카 독립 혁명(1776년)에 이르기 전인 1760년대의 영국과 식민지민의 정치상을 통해 어떠한 상황들, 어떠한 사람들이 이러한 정신세계를 숙성시켜왔는지를 탐사하는 흥미로운 역사 읽기이다. 상업적 합리주의에 천착했던 식민지 미국인들의 “실용주의는 통상적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13쪽)”으며, 혁명은 현실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교양인의 몽상가적 주업”이라는 프롤로그 속 진술처럼 미국의 혁명전쟁은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776년 토마스 페인의 식민지 아메리카의 정치경제적 독립을 말하며 모국 대영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자는 공허하기까지 했던 《상식(Common Sense》이라는 망상적 논문이 어떻게 실천 될 수 있었는가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더욱 매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제 이들 식민지민들이 자유와 자율에 대한 각성과 추구로 어떻게 진전해나가는지 제 2권으로 빨려 들어가야 할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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