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란공 | YES 블로그

<청춘의 가격>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사계절

이 책 <청춘의 가격>에서 이야기하는 청년들의 범주에는 아마도 현재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 초년생 정도의 연령대가 주로 포함되어 있을 것같다. 곧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의 청년들에 해당할 터인데, 나는 이 청년들과 이들의 부모세대 사이에 끼인 세대로서 청년들의 부모들은 나의 삼촌, 숙모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연령 구성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청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현재 어떤 삶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이 책을 살펴봄으로써 자녀들이 처한 현실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의 가격>은 현재 나의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모습들을 담고 있다. 내 삶과 여러 교집합을 가진 이 책을 읽어내려 가면서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1인 가족의 증가 – 신자본주의 시대)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내 세대들은 그 부모들이 직장이나 사업체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사회의 근본적인 체질이 변했다라고 진단을 내리는 이들이 많다. 경제전문가이든 일반 직장인이든간에 말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아마도 <청춘의 위기>에 나오는 청년들이 한창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그 부모들이 한 차례 더 위기감을 느꼈을 것하다. 우리 사회에는 이제 생존에 대한 위기감과 긴장감이 팽배해진 사회가 되어버렸다. 나아가 이제 이러한 신자본주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버텨야만하는 인간은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관계망과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는 인간 개개인에게 ‘개성’이라는 허구를 발명하여줌으로써 인간의 개별화, 원자화를 더욱 부추기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춘의 위기>는 이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나는 점은 1인 가구의 경제력이 자녀를 둔 청년 부부와 마찬가지로 매우 취약하다는 진단일 것이다. ‘보통의 1인 가구는 어느 가구 형태보다도 소득이나 소비, 재산 수준에서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한다.’(105면)

요즘 수도권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데도, 마땅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생각하면 대가족이 함께 한 집에서 살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의 모습은 더이상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평생 빚을 갚겠다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도 부모와 더이상 살지 않는 시대를 살기 때문이다. 세대 가족이 분리되는 경향을 넘어 최근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혼인율이 최저치(2016년)를 기록했다는 기사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은 서로 어울려 살지 않는 이상 대부분 1인 가구의 모습으로 남지 않겠는가. ‘각자 도생’의 시대에 경제력이 취약한 청년들은 무거운 삶의 무게를 혼자 감당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수많은 불법건축물 속에서 단 한 몸 누을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만으로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현재 대도시 청년들의 삶의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 취약한 계층 - 여성)

책에 소개된 직업관련 통계 자료에서 상용직과 임시 일용직 추이(107면, 도표20)를 보면 35세 미만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이 눈에 띈다. 결혼을 하여 자녀가 있는 청년 부부도 취약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1인 가구로 사는 여성들은 더욱 열악한 노동시장 속에서 버텨나가야 함을 보게 된다. 이들이 사회에서 갖는 입지가 얼마나 열악한 상태인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거리를 다니면서 우리 주위를 둘러보거나 혹은 직장에서 임시 일용직 여성들을 힘들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통계자료는 그저 이 현상을 재확인해줄 뿐이다.

요즘 새롭게 드는 생각은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도 고무적이긴 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여성’들에 대한 언론의 주목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다. 이 성공한 ‘여성’들은 남자들과 당당히 경쟁하여 실력을 인정받았을 지언정,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통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여 성공하긴 했으나, 여전히 다수의 여성들은 직업 현장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주목 뿐만 아니라 취업 및 직장 내 여성에 대한 공평하고 균형잡힌 기회와 평가의 기회가 보편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실천되어야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곧 보다 근본적인 사회 체질의 변화가 아울러 중요하지 않겠는가.

(청년들의 주거 문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청년들이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일이 거주지와 관련한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기사는 비단 2017년에 새롭게 등장한 풍속이 아니다. 지도자의 윤리적 판단능력은 도외시한 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판매가를 올려줄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데 모든 것을 거는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그 자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가게 될지 이 책을 보면 파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책의 에피소드를 읽고 단지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릴까. 주택 대출을 받아 평생 빚을 갚아야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금수저’, ‘은수저’들 뿐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거대한 주택 대출을 받고 빚쟁이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금융기관은 여기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이자율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는 명록으로 자신들의 또 다른 ‘금융상품’을 재구매하거나 사용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 덕에 원하지 않았던 신용카드만 꾸준히 늘어나고, 나는 끊임없이 빚을 만드는 경제구조의 실험대상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나는 그렇저럭 주변 가족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으나 과연 나의 자녀들은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주변 위성도시들의 아파트 건설 붐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청년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주요 먹이감이 되고 있다. 내가 가족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내 자녀가 장차 도움을 필요로할 때 내 부모처럼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내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하게 될 즈음, 나는 내 직장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내 자녀들에게 확답을 해줄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자신이 없고 두렵기만 하다.

(결론 – 대한민국 청년의 삶에 관한 현상학)

책을 읽고나서 다시 돌이켜보면 <청춘의 가격>은 2017년 한국 청년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현상에 대한 소개와 정리는 잘 되어 있으나, 청년들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느낌이다.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이 사태를 조망해봤으면 어땠을까? 물론 그 ‘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실마리라도 좀더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인지 그 이유와 배경을 위한 장(章)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좀더 큰 맥락에서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들로 이어지지 않을까. 현실에 대해 점점 더 알게되면 점점 더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청년이라도 우리 삶을 구성하는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청년꼰대’가 되는 전제 조건이 아닐까. 불편한 기억, 불편한 현실에 우리는 꾸준히, 끊임없이 마주대해야만 한다. 이 불편한 진실들을 기억해두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장차 이를 바로잡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청년 일자리 지원 센터’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남는다. 창업자금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창업자금마저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의 경우, 청년들에게 ‘도전적인 창업정신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청년들보고 일자리 많은 중동으로 가라고 말했던 ‘전 대통령 박근혜’(2015년 3월 19일 발언)의 일자리 해법 제시와 뭐가 다르겠는가. 이런 대표 꼰대들은 오히려 <청년의 가격>을 꼭 읽어볼 일이다. 아울러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이를 어떻게 잘 운영해나가야 할지, ‘창업 이후’의 과정까지도 살펴보고 지원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의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말로서 저자들이 ‘현재 자신의 일에 충실하라’고 충고하는 대목이었다. 물론 이 충고는 분명 중요한 조언이다. 그러나 보다 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인간의 조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울러 세심하게 필요할 것 같다. 어떤 면에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충고는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체제에 ‘잘 순응하여 적응하라’라고 충고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카르페디엠’의 의미로서 그 ‘현재’에 방점이 있을것이라 짐작해본다. 반면 ‘(원하는 일자리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는 청년에 대한 충고는 그 표현 자체가 체제 순응적이고, 우리가 처한 현실의 본질을 치열하게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열심히 하면 되’라는 거짓말을 우리는 기성세대로부터 얼마나 많이 듣고 속아왔는가.

‘1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현상은 사회 구성원의 개인화/파편화/몰개성화를 촉진하고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구조 하의 노예적 삶을 고착시키는 기작이 될 수 있다.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지적처럼 인간의 ‘원자화’ 과정을 통해 후기 금융자본주의 구조 하에서 새로운 전체주의 사회로 이행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부조리한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서 ‘잇닿아 있음’의 가치 곧 ‘연대’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는 독서 경험이기도 하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