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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1968년 2월 12일-고경태] 전쟁의 기억은 계속된다. | Memento 2021-08-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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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베트남전쟁 1968년 2월 12일

고경태 저
한겨레출판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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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본적 없는 촌놈들의 제국주의’(p.758)”로 시작된 베트남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역사의 이면을 마주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종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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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를 흔히 ()의 역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만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외침을 겪으며 고통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강성할 때 우리는 쥐죽은 듯 지내야 했고, 중국이 약해지면 이민족들이 괴롭혔다. 그래서 우리 역사의 초점은 외침과 극복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침략의 기억은 희미하다. 광개토 대왕의 정복사업을 제외한다면, 국지전 수준에 그치지 않나 싶다. 조선 초기의 대마도 정벌이나, 46진의 개척 정도가 우리가 진행한 마지막 침략(?)이 아닌가 싶은데, 방어적 차원의 선제공격으로 볼 수 있다. 지역의 전략거점을 장악하거나, 본거지를 공격해서 이민족의 준동을 막는 차원이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특이하게도, 순수하게 타국을 침략한 기억이 있다면 바로 베트남 전쟁이 아닐까 한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파병장병들의 희생은 차곡차곡 대한민국과 국군의 현대화 자금이 되었다. 그들의 희생은 먼 나라에서 일어났기에 우리는 간접경험에 의존했고, 눈앞에 주어진 경제적 이익에 주목했다. 덕분에 민족중흥의 사명은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관심했다.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이득의 기반에는 파병군인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 여기에 더해 베트남 민간인의 피와 땀도 배어있다.

<베트남 전쟁 1968212>은 우리나라 국군이 베트남 퐁니, 퐁녓에서 벌인 전쟁범죄, 민간인 학살을 추적한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파병된 8년 동안 베트남 민간인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p.56)”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분노하고 일본의 사죄를 주장하지만, 우리 역시 가해자임을 직시하지 못한다. 제국주의 통치의 가해자로서 일본을 비판하기 전에 반드시 들어보아야 하는, 아프지만 직시해야 하는 하나의 역사적 거울이(p.732)” 바로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 문제다. 그리고 우리가 행하는 행위는 일본과 닮아 있다. 50년이 지났는데 한국 정부는 우리한테 안부를 묻거나 인사를 하지 않았(p.327)”다면, 우리가 그토록 성토하는 일본과 다를 게 무언가. 학살 피해자에게 우리는 일본과 다름없는 셈이다.

물론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이 승리한 전쟁이다. 그렇기에 사과를 원하지 않는 다고도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다르다. 그 유족들은 다르다. 그들이 겪었을 고통은 저자가 한 인터뷰에 절절히 흐른다. 우리 역시 수많은 외침을 당해온 을 잘 안다면, 그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공감해야만 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국가 위신의 문제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학살 피해자에게 사죄를 할 수 없다면,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같은 이유로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분들께서 자랑스럽고 명예스럽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조국과 가족을 위한 목숨을 걸고 숭고한 희생을 감당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이면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명령에 불복하기는 불가능했을 테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실수나 오인은 빈발했을 테다. 게릴라전이라는 특성과 동료를 잃었다는 분노와 압박감은 이성적인 행동을 막았을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들이 전쟁범죄와 일탈을 정당화 하지 않는다. 죄는 단죄되어야 한다. 다만, 그 잘못을 개인이 오로지 질 수 없고, 참전용사들을 가해자로 매도하고자 함이 아니다.

베트남 전쟁은 “‘해본적 없는 촌놈들의 제국주의’(p.758)”에 대한 열망과 표출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했다. 피해자였던 기억이 가해자가 되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다. 가해의 기억은 다시 광주에서 국민을 향해 표출되었다. 그리고 끝일까? 아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다.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은 허구다. 생존에 대한 본능, 해본 적 없는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열망과 기억은 아직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지역주의, 비백인 외국인에 대한 선택적 차별,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혐오에는 당하고 사느니 차라리 가해자가 되겠다는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진실을 놓친 사이 계속해서 전쟁의 상처는 벌어지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베트남 전쟁은 분명히 끝났다. 하지만, 역사 속 기억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고통의 기억, 한의 역사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사실과 마주해야 한다. 전쟁을 끝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입장에서 그 사실들을 해석해주는 것이다.(p.751)” 그렇기에 퐁니, 퐁녓의 1968212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놓친 역사의 이면과 마주해야만 전쟁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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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모두 아는 것이다.” -박성원 <하루> p.40

하미를 떠올리면서 대한민국의 상황이 웃프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010월 베를린 미테구 등 제3국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로비를 한 일본 정부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위령비 비문 사건은 주민들 입장에서 하미의 정신마저 말살하려는 ‘3차 학살이었다. p.52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파병된 8년 동안 베트남 민간인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를,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문장을 인용해 이렇게 말해본다. “1만 명이 죽었다는 걸 ‘1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1만 건 일어났다.’가 맞다.” p.56(“5,000명이 죽었다는 걸 ‘5,000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000건 일어났다가 맞다.” <죽기 위해 사는 법>, 기타노 다케시, 씨네21북스, 2009 p.62)

절대적인 남성성의 세계, 전쟁 미화의 세계, 무적 해병의 짜빈동 신화는 꽝탄 언덕을 수놓았을 수많은 비명들과 함께 다시 기록돼야 한다. 싸움 실력을 자랑하기 앞서 싸움의 의미부터 묻는 보편적 이성의 눈으로. p.204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실제로는 50) 지났는데 한국 정부는 우리한테 안부를 묻거나 인사를 하지 않았어.” -찐티티엣 p.327

정부 대 정부의 사과 표명은 논외로 치더라도,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도의적 위로의 인사를 전하라는 이야기다. 할머니는 열사(국가유공자) 가족들만 챙기는 베트남 정부에 관해서도 따끔하게 비판했다. p.328

제국주의 통치의 가해자로서 일본을 비판하기 전에 반드시 들어보아야 하는, 아프지만 직시해야 하는 하나의 역사적 거울이 되었다. p.732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 -스탈린 p.740

당신이 그렇게 열심히 취재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나요?”라는 피해자의 냉소적인 물음에 저스트 윈틀이 보다 많은 사람이 빈호아를 알게 되면 누군가는 빈호아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p.744

전쟁을 끝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입장에서 그 사실들을 해석해주는 것이다. p.751

비스마르크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정은 그와는 아주 다를지 모른다. 어쩌면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 -발터 벤야민 p.756

한국 남성의 한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침략당하거나 보호당하거나 저항하거나, 언제나 이런 상태였다. 한번도 남을 침략해본 적이 없다. 한국인들 중 일부는 이를 치욕으로 여긴다. 침략하지 않으면, 침략당한다고 생각한다. 박정희는 <국가와 혁명과 나>(1963)에서 이렇게 썼다. “단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본 적이 없는 이런 민족사는 불태워 없애버려야 한다.” 베트남전 참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사회적 무관심과 합의(사과)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해본적 없는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 망탈리테는 남들이 보기엔 망상이지만 당사자들에겐 꿈(p.758)이다. 휴머니즘이나 보편적 인권 개념만으로는 베트남에서 일어난 일들을 해석할 수 없다. 사유의 수원이 얕은 것이다. p.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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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제임스 볼] | Memento 2021-08-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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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제임스 볼 저/김선영 역
다산초당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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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일부라면, 우리 모두가 해결책의 일부일 수 있고 또 언제든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p.428)” 이 책을 읽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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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댁에 와이파이를 설치해드렸다. 본인은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데이터는 늘 부족했다. 소소하게나마 집에서라도 편하게 사용하시라고 설치해 드렸다. 인터넷의 권능, 유투브와 SNS의 위력은 대단하다. 스마트폰이라고는 전화나 문자 외에 거의 사용해보지 않으셨음에도 금방 적응하셨다. 그리고 수많은 정보들을 공유해주셨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보였지만, 가끔 고개를 갸웃케 하는 정보들이 섞여 있었다. 교묘한 가짜 정보였다. 자식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도 그런 정보에 친숙한(?) 것도 사실이다. 모든 정보를 올바르게 판별해 낼 수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을 처음 사용하다보면 이런저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기준 없이 휩쓸리기 쉽다. 나 역시 같은 시간을 거쳤기에, 어머니도 시간이 필요하실 테다. 다만, 시간을 가지기에 위급한 상황인 경우가 문제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들이다.

어머니가 주신 글은 A대학교 총장의 명의로 작성된 글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 때문에 헤어드라이기로 옷을 살균하라는 내용이 인터넷에 퍼진다는 기사를 접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도 나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해 주셨다.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물을 팔팔 끓여 먹는 이유, 음식을 익혀 먹는 이유만 생각해봐도 바이러스가 그정도 온도에 죽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70~80도 정도의 온풍에 사멸한다면 이정도로 퍼질 수가 없지 않았을까. 어쨌든 자식 걱정하는 마음에 보내셨을 테다. 최대한 기분을 상하게 해드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A대학교의 입장문을 보내드렸다. 믿으실 수 있게 정식 기사를 통해 등록된 내용으로. 더 이상 어머니께서 나에게 그런 글을 보내시지 않으신다. 어머니 지인 분들과 공유하시는지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것까지 내가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스스로 판단 기준을 만드셔야하는 일이기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험 속에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불안을 타고 수상한 이야기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가짜뉴스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비교적 덜 위험한(?) 내용이라 다행이었다. 감염, 백신, 위험도 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보다 가짜뉴스가 우위에 서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소리는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이 문제를 다룬다. 저자 제임스 볼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로 유명 언론에서 기자로 일했다. 특히, <가디언> 심층 취재팀의 책임 기자로 일하면서 에드워드 스노든 NSA 폭로’, ‘위키리스크 관타나모 파일’, ‘조세 피난처사건 등을 심층 취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개소리의 상당 부분의 원인을 미디어로 지목한다. 전통 매체의 변화와 인터넷이 낳은 새로운 경제적 조건에서 비롯되어 “‘진지한매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압박(p.43)”받는다. 거의 모든 주요 뉴스 사이트들이 가짜뉴스 사이트와 어떻게 싸울지 고심하고 이들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이들 덕분에 이익을 얻는다.(p.46)” 당장 언론사 사이트를 접속해보면 안다. 기사마다 덕지덕지 수많은 광고들이 붙는다. 때로는 기사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광고들이 함께한다.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 내리는 것이다. 여기에 플랫폼 제국은 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미국의 페이스북, 한국의 네이버는 사실상 언론사의 기사가 노출 여부를 결정한다. 좋은 기사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플랫폼에 종속된다. 플랫폼에 의한 필터 버블 현상은 우리가 보고 싶은 이야기만 보게 한다. AI가 추천해주는 정보는 우리 스스로 고립되게 한다. 이런 상황에 미디어 역시 악순환을 반복한다. 전보다 부족한 자원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보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상을 파악하는 일은 한층 어려(p.142)”운 일이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플랫폼에 갇혀서 허우적댄다.

저자는 가짜 뉴스의 확산 현상을 미디어별로, 정치인, 수요자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한다. 가짜 뉴스의 생산과 작동, 그리고 수입구조, 오늘날 뉴스를 쥐고 흔드는 소셜 미디어(플랫폼), 새로운 기술에 따라 등장한 뉴미디어와 객관성, 저널리즘에 매몰된 레거시 미디어, 가짜 뉴스를 활용하는 정치인들. 게다가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는 우리 개개인들이 제공하는 원인을 차근차근 짚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트럼프의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현상을 예로 보여준다. 가짜뉴스는 신뢰의 부재를 낳은 원인이라기보다, 이를 보여주는 현상에 가깝다.(p.49)” 가짜 뉴스에 대항한 팩트 체크는 해결책의 극히 일부다. 현상을 치료해봤자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면 새로운 현상이 생길 뿐이다.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말은 이미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p.360)” 전 세계게 빠르게 연결되는 만큼 전 방위적으로 빠르게 대응해야한다.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p.184)” 개개인이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의 역할을 더욱 두드러진다. (p.185)”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얼마간 책임이 있다.(p.195)” “개소리의 기승은 단 하나의 해결책만 있지 않으며 정보 생태계의 주체 모두가 다양한 방식을 대응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는 정치권과 미디어가 처한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p.415)” 삼인성호.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잘못된 유언비어는 일정 지역 내에서만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작동한다. 우리의 클릭에 따라 확산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가짜 뉴스에 책임이 진다. 나는 클릭하지 않았다고? 그래도 문제다.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한 체제다. 번거롭고 귀찮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나은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저질 정보, 망상, 허위 정보는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고 정보 스모그를 만들어서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합의하려는 시도를 소모적으로 만든다. 사회 전반에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독재자와 전제군주, 선동꾼이 힘을 얻는다.(p.416)”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불행 중 다행이라면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일부라면, 우리 모두가 해결책의 일부일 수 있고 또 언제든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p.428)”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읽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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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가 승리한 체계적이고 중대한 이유는 상당 부분 미디어 측면에 있다. 즉 전통 매체의 변화와 인터넷이 낳은 새로운 경제적 조건에서 비롯된다. 대개 우리가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을 논할 때 신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극심한 변화를 놓친다. 바로 경제적 환경이다. / ‘진지한매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압박다는다.(p.43) ... 수입이 줄었다는 말은 기자가 줄었다는 뜻으로, 이제 기자들은 적은 예산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이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 발언의 내용을 파헤치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 여기서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p.44

거의 모든 주요 뉴스 사이트들이 가짜뉴스 사이트와 어떻게 싸울지 고심하고 이들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 덕분에 이윤을 얻는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주요 사이트의 기사 하단이나 옆에 있는 스폰서 링크는 방문자가 클릭할 때마다 해당 언론사에 소소한 수익을 안겨주는데, 대부분의 링크가 가짜뉴스나 낚시 기사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가짜뉴스와 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뉴스를 띄워 이익을 얻는 것이다. p.46

가짜뉴스는 신뢰의 부재를 낳은 원인이라기보다, 이를 보여주는 현상에 가깝다. 개소리는 말할 것도 없이 진실의 적이다.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 없이 절대로 정치적 성향을 넘어 토론할 수 없고 그저 상반된 담론을 향해 고함치는데 그치고 만다. 이런 풍토에서는 BBC방송이나 <뉴욕타임스>를 페이스북이나 극우 정치 블로그처럼 가볍게 여기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해친다. p.49

가짜뉴스가 이슈인 것은 맞지만, 이에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는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생태계와 공론의 장에 대한 불안감이 깊다는 것을 반영한다. - 에밀리 벨(칼럼비아대학교 산하 토디지털저널리즘 연구소소장) p.74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 사이트를 선별하는 방식 못지않게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하는 내용이 트래픽 유입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는 뜻이다. ...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은 가짜뉴스 사이트와 당파적 사이트가 생존하는 데 필수다. p.80

필터 버블은 사람들이 진실을 더 쉽게 무시하도록 자극해 탈진실 사회를 부추긴다. p.91

미디어는 재정 위기,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 새로운 유형의 경쟁 세력, 매우 이질적인 정치적 풍토 사이에서 곡예를 해야 한다. p.129

우리 모두는 상대방을 설명하는 최악의 사실만 믿으려 한다. 바로 이런 토양에서 대충 쓴 기사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p.141

대다수 매체가 전보다 부족한 자원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보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상을 파악하는 일은 한층 어려워졌다. p.142

법은 소시지와 같다. 만드는 과정을 안 보는 게 낫다.” p.147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보도는 전통 저널리즘의 황금률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여전히 권력에 책임을 묻는 최선의 방법일까? p.151

트럼프는 주류 언론에 내재한 약점을 전략으로 이용했다. 즉 미국 신문사와 방송 매체에 깊이 뿌리내린 객관성이라는 문화적 목표, 주요 후보가 하는 말은 뭐든 본질적으로 뉴스거리라는 해(p.163)묵은 가정, 회피와 조작, 사소한 거짓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습성 때문에 미디어는 사실상 허위 사실에 허를 찔렸다. p.164

지금까지 존슨과 트럼프가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와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폈다. 두 사람 모두 헤드라인을 장악하고, 얄팍한 자료에 기대 담론을 부추기며, 논란이 생기면 웃자고 한 이야기라며 빠져나간다. 두 사람 모두 오랜 시간 주변부를 맴돌다가 마침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들 모두 미디어든 정계든 독자적으로 활동하지 못함을, 정치인과 성향이 다른 매체라도 그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제도나 기성 권력, 엘리트를 공격하면 거의 모든 정치인이 개별적으로 이득을 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주류 정치인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정치판에서 어느 한쪽이 공격을 멈추면 그쪽만 삽시간에 무너지는 군비경쟁이 시작될 것이고, 여기서 이득을 보는 것은 극단론자들뿐이다. p.181

정치는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공공정책을 논하는 순수하고 열띤 토론의 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무관심과 냉소주의에도 안전한 범주와 해로운 수위가 있으며, 정치 전략에도 다른 것보다 더 유해한 방식이 있다. 정치 행위자가 미디어와 피드백 회로를 형성해 얄팍한 근거나 사실만으로도 공론화가 가능해지면,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더욱 무너질 것이다. 이 장은 이 피드백 회로의 정치 측면을 다뤘다. 이제 시스템을 떠받드는 한 가지 영역이 남았다. 바로 개소리 퍼즐의 마지막 중요한 역할을 맡은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바로 당신이다. p.182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뉴스 미디어와 허위 사이트 둘 다 소비하는 대중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만든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반응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개소리가 기승을(p.184) 부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소비자이자 유료 독자이자 유권자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제 우리도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의 역할을 더욱 두드러진다. p.185

여론을 무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누구나 투표권이 있고, 잘못된 인식은 늘 우리 곁에 있었으며, 이는 사람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사람들의 우려가 깊다 보니 이런 사안을 과소평가하기보다는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 조사의 다른 문항을 보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여러 이슈에서 대중의 통념을 깨는 일은 상당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보비 더피(입소스모리 연구 책임자) p.187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접했을 때 사실인지 확인해본 경우가 각각 얼마나 되는가?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얼(p.194)마간 책임이 있다. p.195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미래를 더욱 비관적으로 보고, 정부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크며, 살면서 만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두려움 때문에 총기 구매 같은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p.200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개소리를 막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우리의 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다수의 사람들이 미디어를 지탱하는 쪽보다 나라를 구해줄 강력한 지도자를 지지하는 쪽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p.202

트럼프의 주장은 미심쩍지만 날조는 아닌 영역에, 기존 정치와 유사하지만 딱히 같은 범주라고 보기엔 어려운 지점에 있다. p.210

공격적이지만 증거 없는 주장을 한 다음, 뭐가 됐든 자기 말을 입증해줄 만한 것을 찾는다. 그러다 증거로 삼을 만한 대상을 포착하면 자신의 주장을 공격하는 자에게 인신공격을 가한다. 그의 최종 진지는 믿음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통째로 믿어야 한다. 처음에 한 주장, 주장의 증거, 트럼프가 기자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까지 모조리 믿어야 한다. 주장들은 사실 그대로든 다른 함의가 있든 통째로 그냥 한 덩어리다. p.216

트럼프에게는 정책의 세부 사항을 잘 몰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전술이 하나 있다. 바로 진위 문제를 논란으로 확대하는 정치적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p.217

트럼프는 미디어를 국민의 적이라고 불렀다. 이는 트럼프 정치관의 핵심이다. ... 권력에 책임을 묻는 미디어의 견해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논쟁이 아닌 논란으로 만든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의 주장이나 세부 사항을 확인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맞설 뿐이다.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에는 적이 필요하다. p.241

진중한 저널리즘이란 캠페인이 흔한 과장 수위를 넘어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려 들 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어느 한쪽 주장을 적극 지지하는 공식 캐메인이 사실이 아닌 핵심 메시지를 마구 쏟아낼 때 어떻게 이를 아무런 해석과 평가도 없이 그대로 보도할 수 있겠는가?” - <고삐 풀린 악마들> 크레이그 올리버 p.271

우리는 어떤 정보가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면 더 믿으려 하고, 통계보다 일화에 더 설득된다. 소셜 미디어처럼 집단 환경에서 교류할 때 더 두드러지는 태도다. p.279

확증 편향이 적극적인 정보 탐색을 가로막듯이, 역화 효과도 내게 들어오는 정보를, 나를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신념을 의심하기보다 고수하는 쪽을 택한다.” -데이비드 맥레이니 p.286

우리의 동조적 본성이 고결한 척 신호 보내기욕구를 자극하면, 우리 눈에는 왜곡된 현상이 보이게 된다. p.296

우리는 내가 속한 집단에 순응하고,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신호를 보내면, 집단을 통해 성향이 양극화한다. 소속 집단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보다, 정체성을 한층 더 견고하게 하는 개소리 정보를 더 반기는 이유다. 정체성이 한층 단단해지는 또 다른 상황은 바로 다른 집단과 대립을 할 때다. p.298

온라인 과격화는 꾸준하고 고의적인 접근으로만 생기지 않는다. 이 경향은 우리가 온라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이미 드러난다. 우리가 인터넷상의 정보를 다루는 방식은 상당 부분 우리가 그 정보를 어떻게 사고하느냐로 요약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결정을 보통 의식하지 못한다.p.304

아무리 우리가 교육을 받았고, 양질의 정보와 저질 정보를 분간할 수 있다고 자부해도 여러 심리적 이유로 개소리에 넘어간다. 또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나의 사회적 규범에 맞으며 신호 보내기나 집단 정체성 강화에 쓰고 싶은 정보들을 많(p.306)이 접한다. 우리가 꼭 개소리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 싶다. p.307

개소리는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미끄러운 비탈길이다.” - 벤 골드에이커 p.321

주류 언론에서 개소리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광고와 PR이며, 일부 비주류 매체도 마찬가지로 광고와 PR에 집중한다. 특히 음모론이나 당파적 영상을 제작하는 매체들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는데, 상당수는(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에서 많은 자금을 지원받는다. p.322

어떤 매체든 헌신적인 시청자를 확보하려면, 자체적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인포워스>는 이런 시스템에 기대 이 매체(p.325)에 우호적인 대통령을 맞이하는 날까지 살아남았다. 이제 <인포워스>는 정부와 맞서기보다 현직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분투한다. p.326

주류 언론은 대중의 신뢰와 비즈니스 모델 둘 다에서 위기 상태다. 두 가지 압박 때문에 다수의 매체가 상반된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 개소리 생태계의 다른 영역에서는 노골적인 사기 정보가, 이윤을 내기에는 클릭당 단가가 너무 낮은 디지털 광고나 미심쩍은 제품 및 서비스의 홍보물을 통해 퍼진다. 지부류 사이트 역시 주류 언론이 경계하는 망상으로 갈등을 조장해 목적을 달성한다. 인터넷의 재정 모델을 보면 썩 희망적이지 않지만, 사이트들이 지금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알아야 개소리에 대처하기 위한 첫발을 내니딜 수 있다. p.337

양질의 뉴스 매체가 원하는 영향력을 가로막는 다수의 장벽은 매체의 재정 문제보다는 저널리즘 문화 내부에 있다. p.344

뉴스 매체와 기자들은 아무 견해가 없는 듯이 보도해야 하고, 논쟁이 벌어지면 모든 입장을 반영하면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어느 쪽도 편들어서는 안 된다. ... 당파적 매체와 정치인이 격정적으로 발언하고 또 명확하고 인간적인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매체는 이쪽 생가은 이렇고 저쪽 생각은 이렇다는 식으로 형식적 보도를 하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태도는 권이 있게 들려도 현실성은 매우 떨어진다. 모든 입장에 공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 관행에는 또 다른 위험도 있다. 매체들은 보통 객관성과 균형을 혼동한다. 어떤 정치 캠페인이 사실과 다르거나 특정 층을 겨냥한 주장을 했을 때, 그 주장의 시비를 가르기보다는 상대 캠페인이 그 주장을 문제 삼도록 내버려둔다. 이 경우 매체는 사실을 전하는 게 아니라 논쟁을 보도하게 된다. 또 다른 위험은 마거릿 대처가 오래전에 한 말에 있다. “도로 한가운데에 서있으면 매우 위험하다. 양쪽에서 오는 차량에 부딪힐 수 있기 때(p.345)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체는 당파성을 띤 양쪽 진영이 보기에 신뢰 있는 목소리가 아닌 적이다. ... 마지막 중대한 위험은, 대부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기존 소식통의 관점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p.346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말은 이미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p.360

개소리는 우리를 사로잡고, 우리의 신념을 강화하며,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확증해주는 정보를 믿는 편이고, 사실에 근거한 기사보다 자극적인 기사에 더 솔깃한다. 우리는 사실 검증을 하더라도, 전부터 의심한 사실 정도만 확인하는 편이다. p.361

사실 검증은 허위 정보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한 여러 해결책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p.361

언론 조직은 정보 유통에 절대적 지배력이 있는 만큼, 전쟁 포로의 인권을 규정한 국제협정인 제네바협약에 상응하는 보도원칙에 제약을 받는다. 그렇지만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자들은 그런 제약이 없으므로 보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이 전혀 없이 언론사들의 약점을 파고든다. - 재스퍼 잭슨(가디언의 미디어 편집자) p.369

정보 하나하나에 담긴 개소리에 대처하는 것은 정보 전쟁에서 참호전을 벌이는 것과 같다. p.369

정치 및 공공정책과 관련해 대부분의 발언은 사실도 진실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즉 사실에 가깝지만 어느 정도 과장된 말, 거짓에 가깝지만 진실이 조금 섞인 발언이 대다수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을 따지는 문제라기보다, 판단이나 의견이 개입하는 말이다. 우리가 개소리에 대처하는 일을 노골적인 거짓에만 대처하는 일로 치부해버린다면, 우리는 다(p.379)수의 개소리를 완전히 방치하게 될 것이다. p.380

사실 검증은 해결책 중 하나다. 여기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또 하나의 현실 도피식 처방이 되고 말 것이다. p.388

객관적뉴스 보도는 사람들이 보도기관의 권위를 인정하고 매체의 브랜드를 존중하던 시절의 유산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모델을, 정론지 독자에게 친숙한 모델을 고민해봄 직하다. 정보원을 명확히 밝히고 정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기자와 보도기관 자체의 편향성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델이다. 정치 성향이 없는 기자를 내세우는 것보다 이런 모델이 요즘 독자에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p.400

개소리의 기승은 단 하나의 해결책만 있지 않으며 정보 생태계의 주체 모두가 다양한 방식을 대응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는 정치권과 미디어가 처한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디어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라고 요구하거나 뉴스를 유로로 보지 않는 수백만 명에게 자발적으로 구독하라고 권하는 것은 실패하기 딱 좋은 방법이다. p.415

명확성은 민주주의의 토대다. 혼란은 독재자의 도구다. 저질 정보, 망상, 허위 정보는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고 정보 스모그를 만들어서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합의하려는 시도를 소모적으로 만든다. / 사회 전반에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독재자와 전제군주, 선동꾼이 힘을 얻는다. p.416

전복 작전의 핵심은 정부 기구의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대중에게 퍼뜨리고, 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며, 행정 구조를 불신하게 하는 것이다.” ... “나토의 전 언론담당자(p.417) 벤 님모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전의 특징을 묵살하고, 왜곡하고, 혼란스럽고, 당황케 하는 것이라고 짧게 요약했는데, 전복 작전은 바로 이 당황케 하는 것을 노린 전술이다. 타격 대상 사회의 취약점, 그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악용하면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수 있다.” <러시아 정보전 교본(2016)> 이탈리아 나토국방대학교 p.417

결코 쉬지 않은 작업이지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일부라면, 우리 모두가 해결책의 일부일 수 있고 또 언제든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보는 것을 어떨까?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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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김지룡 외] 법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 Memento 2021-08-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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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김지룡,정준욱,갈릴레오 SNC 공저
애플북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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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미래의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권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대중문화 속 상상력은 그런 법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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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데스노트>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름 만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다니! 그래서 어른들께서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지 말라고 하신건가! 이 위대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으로 처벌을 한다는 말일까? 법으로? 초월적인 힘에 의해 실행된 죽음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도서관에 모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만화책을 읽었다. 쉬는 시간을 빙자해서 매점에 모여 친구들과 논쟁을 벌였다.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때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였다. 추억을 건드렸던 제목의 힘인 걸까.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부제는 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이다. 책의 내용은 부제 그대로다. 대중문화(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이야기를 차용해 온다. 특정 장면 속에서 현재의 법을 적용해서 설명을 풀어간다. 그 대표적인 예가 책의 제목인 데스노트인 셈이다.

책은 대중문화를 향유하면서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포착해 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법과는 별개로 살아간다고 느낀다. 강력범죄가 아닌 이상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범죄 정도로 심각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경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경찰이 매번 출동하고, 친구가 약속을 어겼다고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실재 중요한 일에 대응하지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인 이유로 유예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법을 잊고 산다. TV나 뉴스에 등장하는 강력범죄자나 정치인들이 수시로 어기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가장 근본이 되는 골격이자 이제까지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인류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평화롭게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고쳐온 결과(p.13)”. 앞서 말한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법에서 처벌하는 것은 정말로 용납할 수 없는 일에 한해서(p,23)”로 한정한다. 우리와 다소 멀리 떨어져 있다고해서 법을 몰라서는 안된다. 도덕과는 다르게 법은 사람의 외면적, 물리적 행위를 규율(p.61)”한다. 도덕을 어겼다고 해서 잡혀가거나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하지만 법을 어기면 공권력이 출동해서 그에 응당하는 처벌을 내린다. 몰랐다고 해서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법률상식은 필요하다.

법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소한으로 합의된 규정이다. (더 큰 이상을 위해, 운동차원에서 법을 거부할 수 있지만,) 알건 모르건 법을 위반하면 그 결과는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준수하고, 합의된 규정을 따라야 한다. 물론 책에서 보이는 바, 대중문화의 상상력은 현재의 법보다는 앞서 있다. 미래의 발전된 기술, 초능력자가 벌이는 행위는 현재 법령으로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상상력이 중요하다. 법은 상상력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미래의 법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법을 안다는 건 중요하다. 현재의 삶을 보다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법을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깨달을 수 있다. 대중문화 속에서 지나친 장면들에 적용된 법조항이 조만간 바뀌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그때 우리가 책을 읽고 상상했던 내용은 우리의 법감정이 되고, 미래의 합의점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법은 우리의 행위를 규정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기도 한다. 아는게 힘이듯, 필요한 것을 쟁취할 수 있는 근거도 법에 있다. 그렇기에 상상력, 미래의 법을 고민하는 데 단초를 준다. 우리가 어떤 권리를 가져야만 할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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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아는 것의 이득은 일상생활에 그치지 않는다. 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가장 근본이 되는 골격이다. 이제까지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인류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평화롭게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고쳐온 결과가 현재의 법인 것이다. 한마디로 법은 인류의 위대한 지혜를 모은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런 지혜를 접하고 익히는 일이다. p,13

법은 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엄격해지면 오히려 정의를 지킬 수 없게 된다. 법에서 처벌하는 것은 정말로 용납할 수 없는 일에 한해서다. p,23

법에서 말하는 정의는 흔히 생각하는 절대적으로 올바른 가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때의 정의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대우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을 지켜주는 것이 정의라는 의미다. 남에게 부당한 이유로 피해를 입힌 사람이 있다면 이를 처벌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며,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힌 자가 있음에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 않은 일이다. p,28

민법은 유추 적용할 수 있지만 형법은 유추적용을 금지한다. 형법은 법에 정해진 문구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비슷한 것을 들이대는 일은 허용하지 않는다. p,54

법은 사람의 외면적, 물리적 행위를 규율하고 도(p,61)덕은 사람의 내면적, 정신적인 의사를 규율한다. , 법의 외면성과 도덕의 내면성에 의해 양자가 구별된다는 견해다. p,62

범죄가 성립하는 데는 의도행위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범죄의 구성요건이라고 한다. 어떤 행동이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돼야 하는데 이를 구성요건해당성이라고 한다. p,67

범죄가 확실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실행행위)와 범죄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인과관계는 범죄행위와 발생시킨 결과 사이에 실행행위 없이는 결과가 없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경우는 범죄가 아니며 따라서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행위의 성질로 보아 목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되지 않고, 형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행위를 (p,71)능범이라고 한다. p,72

불법행위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다. 일반적인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해자에게 고의, 과실이 있어야 한다. 둘째, 가해자에게 책임능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가해행위가 위법해야 한다. 넷째,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다섯째,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는 민법과 형법 모두에 해당한다. p,76

고의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절대로 죽여버리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확정적 고의, ‘죽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미필적 고의다. 미필이라는 말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뜻이다. p,84

법은 확정적 고의인지, 미필적 고의인지는 구별하지 않는다. 형법상으로는 둘 다 고의이고 처벌에도 변함이 없다. p,85

누구나 죄를 지은 만큼 처벌받고 남에게 손해를 입힌 만큼 갚아야 한다. p,96

어떤 행동이 범죄가 되려면 첫째, 사람의 행위여야 한다. ... 둘째, 구성요건에 해당돼야 한다. ... 셋째,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 p,97

위법성조각사유로 여섯 가지를 든다. 1. 정당행위, 2. 정당방위, 3. 긴급피난, 4. 자구행위, 5. 피해자의 승낙, 6. 진실을 발표할 권리이다. p,97

법률용어에서 선의는 어떤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p,107

간통죄는 개인에게 행해지는 범죄가 아니라 사회에게 행해지는 범죄로 분류되는데, 결혼이란 제도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간통을 하는 사람들은 체제 전복세력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p.118

특수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죄를 범한 경우에 적용된다. p.139

형법은 여러 사람이 함께했다고 해서 그 벌이 절대 가벼워지지 않는다. p.141

형법의 형벌은 나쁜 일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교육시킨다는 목적이 더 강하므로 평생을 교도소에 가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일은 벌어질 수 있다. 민법상의 책임이다. p.144

물건을 훔친 순간 돌려줘도 절도죄가 성립한다. 죄를 지은 만큼 처벌을 받는다. 형법은 사실은 사실로 엄단한다. p.147

죄를 가볍게 해주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수다. ... 또 하나는 뉘우침이다. ... 형벌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보복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p.148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기대가능성, 비난가능성, 예견가능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p.159

법이란 어쨌든 대상물을 정의 내려야만 적용을 하든 판결을 내리든 할 수 있는 것이다. p.185

근대사회는 개인의 존엄을 인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이념으로 삼았다. 때문에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래서 시민 혁명 이후로 노예제도와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자유가 찾아왔고 그 자유에는 자신의 생활은 스스로의 힘으로 꾸려가야 할 책임이 따랐다. 자유로운 개인이 의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재산이다. 재산을 갖는 사람의 절대적 지배를 인정하고, 서로 이를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민법에는 어떤 재산이 누구의 것인지 명확히 하고, 재산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 재산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결국 민법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p.220)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돈은 중요하다. 돈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누리려면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p.221

권리는 어떤 일을 마음대로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해달라고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p.225

의무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p.226

근대민법의 3대 원칙은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소유권 절대의 원칙), 사적자치의 원칙(계약 자유의 원칙), 과실 책임의 원칙을 들 수 있다. p.295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살기 힘든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신의성실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점을 꼽는 사람들이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유럽에서 나온 것인데 이탈리아에서는 이 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원인은 이탈리아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라고 본다. 이탈리아는 로마 제국이 무너진 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외세의 침략을 오랫동안 겪었다. 그런 과정에서 남을 믿다간 나만 손해보는구나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한다. ... 우리나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침략을 당한 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p.364

조리는 재판에 있어서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없는 경우를 보충하는 기능을 한다. ...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법률에도 없고 관습법에도 없더라도 판단을 회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민사재판의 목적은 두 사람의 다(p.369)툼에 판결을 내려 다툼을 끝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p.370

헌법은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p.420

창의적인 문제 해결은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하는 때가 많다. p.404

헌법의 정신은 그 시대가 공유한느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의 정신과 일치하는 않는 것,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 힘들다.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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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조남주] 이름은 예의이자 최소한의 책임 | Memento 2021-08-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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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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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를 대비하는 행위다.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그녀 이름이' 역사에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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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여러 대답이 있지만, E.H.카 가 말한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가 가장 유명하다. 과거와 현재, 대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모습이 달라진다. 매우 좁게 해석한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역사학이나 고고학에 가까워진다. 반면 그 범위를 매우 넓게 정할수록 대체역사나 픽션에 해당한다. ‘역사라는 외피를 쓴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 스펙트럼 안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가끔은 이를 벗어나는 얘기들이 생긴다. 분명히 허구지만, 사실에 근거하기도 한다. 사실에 근거했지만 엄연히 창작물인 경우도 있다. <그녀 이름은>은 여기에 해당한다.

역사는 전통적으로 승자의 기록이다. 그리고 남성(His-story)의 기록이다. 역사에서 여성의 기록은 찾기 힘들며 이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마찬가지다. 아주 예외적인 기록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남성들의 세상에서 남성들을 지배했던 여성(여왕)이거나, 아주 악독한 마녀로 그려지거나. 아니면 둘 다이거나. 대부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는 고려대상 조차 되지 못했다. 여성만이 아니라고 항변 할 수 있다. 평범한 남성, 장애인, 성소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성이 인류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적은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82년생 김지영>의 저자가 모아낸 <그녀 이름은> 의미가 있다. 역사에서 호명되지 못한 이름없는 여성들을 불러낸다.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의 이야기를 당당히 전하게 한다. (비록 진명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경험은 당당하게 기록으로 남는다. 여기에 우리가 있다고. 유별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여성의 경험, 기억, 이름을 추가하는 게 눈치 없는 짓이고, 괜히 분란을 만든다고 책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여성이 불행한 세상은 남성도 불행하다. 인류의 절반을 불행하게 하면서 인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이 얼마나 허황된 노력이 될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저자는 자신의 얼굴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82년생 김지영>덕에 유명세를 얻었고, 그만큼 논란의 인물이 되었다. 모든 여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중산층의 여성들만 부각시켰다는 질타에서부터 그저 메갈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들어야 했을테다. 그렇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말한다. 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p.26)”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그녀 이름은>이다. 우리가 단순히 놓쳐버리고 있는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 여동생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했다. 김지영 외에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냈다.

역사는 과거를 기록함으써 현재를 책임 지고 미래를 대비한다. 그 옛날 선조들은 그래서 실록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누구든 책임지는 어른이 되(p.259)”고 싶다면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우리는 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는 신뢰하지 못한다. 너무나도 자주 쓰여 이제는 식상한 시. 김춘수의 꽃은 말한다.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이 될 수 있다고. 그것이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에 대한 예의이자, 각자의 책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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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어, 우리 때는 더 했어, 라는 말을 하는 메인작가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p.26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과 열정을 대신할 기술과 제품의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p.50

눈치 없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야.” 언니 말이 맞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꼭 그렇게까지 의미부여를 해야 할까. 잘못한 건 사돈어른들이지 형부는 아니잖아. 형부는 그저 어느 한 부분에서 생각이 짧을 뿐인데 싶다가, 사람이 자기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되도록 생각이 짧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남자는 커도 어린애라거나, 평생 철이 안 든다거나 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나도 그런 말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까. 낯선 어른들이 서서히 내 삶에 끼어들어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철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면서 살게 될까. 아닐 것이다. 드레스에 대해 부드럽게 돌려 말한 것은 어른들이 아니라 남자친구였다고 믿는다. 그는 눈치를 보는, 눈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p.88

오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너무 힘드네.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라(p.136)는 생각이 들어. 생계, 대출, 이자, 육아, 그런 것들.” p.137

언젠가 딸이 회식했다고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서는 엄마 미안해, 하면서 펑펑 우는데 마음이 참 안 좋았어. 그게 왜 걔가 미안할 일이야. 걔는 내가 가르친 대로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근데 진명 아빠, 나 사실 좀 억울하고 답답하고 힘들고 그래. 울 아버지 딸, 당신 아내, 애들 엄마, 그리고 다시 수빈이 할머니가 됐어. 내 인생은 어디에 있을까. p.190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단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태도와 가치관에 따라 얼굴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내가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기만 하지 않는다. 내 삶과 태도와 가(p.258)치관이 주변의 사람들을, 조직을, 더 넓게는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책임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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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신선한 상상력, 다소 뻔한 느낌 | Memento 2021-08-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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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달러구트 꿈 백화점 :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합니다

이미예 저
북닻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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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한 설정은 너무나도 신선하지만, 전하는 얘기는 너무 뻔한 느낌이다. 아직 그 얘기가 끝이 아니기에 속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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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특이한 존재다. 머리 속에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이 환상의 세계는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 가설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감정을 조절하고 고통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 증명되지 않았지만 꿈에 대한 많은 증언들이 존재한다.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로또 번호!), 위대한 발견과 발명(케쿨러의 꿈과 벤전 고리) 을 계시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가설들과 확실하지 않은 얘기들이 넘쳐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꿈은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가 뇌에 대해서 잘 모르듯, 뇌의 작용에 따른 꿈 역시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이 미지의 영역을 신선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꿈꾸는 이유는 꿈 백화점에서 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꿈을 꾸고 난 뒤의 감정으로 지불한다. 다만, 깨어나서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마치 우리가 꿈을 꾼 다음날 꿈을 기억하지 못하듯, 백화점에서 꿈을 구매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꿈 제작자와 판매자들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전통있는 곳이 바로 달러구트 백화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이 백화점에 갓 취직한 신입 판매원이다.

신입 판매원이 백화점과 동료들을 알아가고, 꿈을 판매하는 과정을 배워가고, 꿈 제작자들과 소통한다. 과정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뻔한 희망을 얘기한다. 소재를 구상해낸 상상력은 너무나도 신선했지만, 그에 비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다소 뻔하지 않나 싶다. 희망을 얘기하지만, 많은 얘기를 하려다가 피상적으로 반복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밉지는 않다. 다행히도(?) 2권이 있고, 달러구트의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를 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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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p.134

내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p.143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p.169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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