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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작은 아씨들》 티파니 민트 은장 에디션 | 문학 2020-07-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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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판본 작은 아씨들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

루이자 메이 올콧 저/박지선,공민희,서나연 공역
더스토리 | 2020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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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세월의 흔적이 묻은 채

일렬로 늘어선 나무 상자 네 개.

그 뚜껑 밑에 숨겨진 

행복한 아이들의 이야기.


조세핀 마치, 

<다락방에서> 중에서.

본문 957쪽.



▲ 여리여리한 색을 입고 나온 민트 은장 에디션. 벨벳 금장 에디션과는 사뭇 다른 느낌. 

아름다운 책 디자인 덕분에 책장에 꽂아두어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선물도 없는데 크리스마스는 무슨 크리스마스." 

조가 양탄자에 누워서 투덜댔다.


《작은 아씨들》의 첫 문장.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를 다시 만난 것에 기쁨을 금치 못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1856년 '소녀들을 위한 책'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으로 집필하기 시작한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은 1868년에 1,2 부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여성, 계급, 인종 문제 등 인권에 관심이 많았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올컷이 어린 소녀들에게 전하는 애정어린 조언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올컷은 평생 독신으로 언니와 동생의 자식을 돌보며 살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가족의 끈끈한 결속력, 결혼생활의 밝고 어두운면, 부모 자식 사이의 교감, 자매들 간의 우애는 올컷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닮아 있다. 당돌한 말괄량이이자 작가를 꿈꾸는 둘째 조 마치는 올컷의 분신이다. 


1부는 크리스마스 날에 시작해서 일 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난 속에서도 이웃에게 베풀고 감사할 줄 아는 자세를 실천하는 자매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네 자매에겐 각자 극복해야 할 시련이 있다. 메그는 허영, 조는 불같은 성격, 베스는 수줍음, 에이미는 자존심을 극복해야 했다. 네 자매의 어머니 마치 부인은 전쟁터로 나가 집에 없는 남편의 빈자리를 현명함과 신중함으로 채운다. "자식이 순순히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직접 가르침을 얻을 수 있도록 놔두는(534쪽)" 마치 부인의 교육 방식은 현대에도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2부는 1부가 끝난 후 3년 뒤, 메그의 결혼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어른이 된 자매들은 각자의 꿈을 좇아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현실이 그렇듯이, 자매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행복 만이 아니었다. 상실과 슬픔을 마주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불신하지 않은 채 삶을 받아들이고, 삶의 아름다운 기회들을 감사히 여기며 힘차게 사용하도록(876쪽)"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타협하되, 안주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부모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많은 사랑을 주었고 

그렇게 이어진 가족의 끈끈한 결속력은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축복이었다.

본문 497쪽. 




◆◆◆


수많은 출판사의 손을 거쳐 다양한 판본으로 탄생한 《작은 아씨들》은 《빨간 머리 앤》처럼 독자들의 마음속에 특별하게 자리 잡은 작품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회자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니 말이다.


더 스토리가 펴낸 《작은 아씨들》 티파니 민트 은장 에디션은 지금까지 봐온 판본 중에 가장 어여쁘고 호화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이는 아름다움 만큼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할 번역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이번 작의 번역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오역도 적지 않았고, 지나친 지칭 대명사 사용을 고수해서 어색한 문장도 많았다. 


번역 후에 검토 및 교정 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간된 것 같은 느낌이다. 부드러운 문장과 자연스러운 번역을 중요시하는 독자로서 개정판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메그가 남편 존에게 가계부에 적은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에게 '파이핑 장식'이 무엇인지 궁리하게 만들고 '날 꼭 안아줘요.'라고 하게 만드는 수단을 맹렬하게 요구하거나 장미꽃 봉오리 세 개, 벨벳 조금과 끈 한 짝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 모자 만드는 데 들어가 5~6달러가 된다는 것 등을 알려주었다. (본문 577쪽)." 


'날 꼭 안아줘요 (허그 미 타이트 Hug-me-tight)'는 몸에 꽉 끼는 여성용 편물 상의이다. 남편이 이 생소한 단어를 보고 물어보는 장면인데, 본문에서는 그 뜻이 전달되지 않을 뿐더러 문장도 어색하다.



◆◆◆



내가 어려서 읽었던 그 책은 어린이를 위한 1부 요약본이었기에 성인이 되어 이 책을 정식으로 읽게 된 것에 감사한다. 하나같이 재미있거나, 교훈을 주는 대화로 끝나거나, 각 자매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있다. 처음 몇 장만 제외하면 각 챕터는 독립적이라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도 편했을 것 같다. 영화로도 나온 걸로 알고 있고, 요약본도 편집자의 판단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만 선택해서 책으로 만들기 쉬웠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읽었던 요약본에는 에이미의 이야기가 현저하게 적었다. 그래서 그런지 네 자매 중에서 가장 멀게 느껴지는 게 에이미였다. 어른이 돼서 다시 읽는 동안에는 에이미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남들이 비웃더라도 "마음과 태도가 진정 우아한 숙녀가 되기위해 자신이 아는 방법대로 노력(625쪽)"하는 에이미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어디에도 얽매이길 거부하는 자유로운 조의 면과 수줍음 많은 소녀 같은 면이 공존했던 나는 이 두 인물에 감정이입을 했었다.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2부를 읽고 나서 조와 베스의 행방을 알게 된 후에는 이 작품이 다르게 다가온다. 조가 쓴 시 '나의 베스'는 눈물겹고 '다락방에서'는 아련하다. 문득 소설 내내 자기 자신을 은근히 드러내 보였던 화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때로 독자에게 '설교'를 하기 위해 지면을 할애하기도 하고, 마치 가家 딸들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인사를 하기도 했던 '나'는 조세핀 마치이자 루이자 메이 올컷인 것일까. 


축복받은 빛이 올 때까지

어둠 속에서 인내하는 

고요하고 거룩한 존재여,

고통받는 우리 가정을 씻겨주는구나.


세속의 기쁨과 희망과 슬픔은

그녀가 기꺼이 딛고 선

깊고 장중한 강물의

잔물결처럼 부서지네.


네 삶을 아름답게 밝힌

그 미덕들을 나에게 선물로 남겨주렴.

감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활기차고, 불평하지 않는 

그 영혼을 지켜주는 힘,

그 위대한 인내심을 나에게 물려주렴.


본분을 따르며 가는 길,

네가 기꺼이 발 딛는 곳마다 

초록으로 물들이는

그 용기와 지혜와  상냥한 마음이

간절하게 필요하니, 나에게 주렴.


조세핀 마치, 

<나의 베스> 중에서. 

본문 841쪽.



조는 나의 영웅이고 베스는 나의 천사다. 그 점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스무 살을 훌쩍 넘어 이제 좀 어른스러워졌나 싶은 때에 내가 어린 나를 위해 책을 쓴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까? 인류의 절반, 작은 아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지 생각에 잠기며… 책을 조심스럽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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