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할리퀸 만화는, 할리퀸 소설 1권의 내용을 150페이지 정도의 만화책 1권 분량으로 만들어낸다.
할리퀸 소설이 비록 내용이 많지 않다고는해도, 소설책 1권의 내용 전부를 1권의 만화책에 담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할리퀸 만화는 소설 내용에서 몇몇 부분만 뽑아내어 내용을 엮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을 볼때, 원작 소설이 있다고는 해도, 할리퀸 만화의 재미는 그림 작가의 역량에 꽤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할리퀸 만화를 선택할 때는 우선 그림 작가를 보게 되는데,
'악녀라 불린 숙녀'의 작가인 모리 모토코는, 오리지널 작품 때부터 꽤 좋아했던 작가였으므로 일단 통과.
모리 모토코의 작품을 보면, 그림은 조금 뻣뻣하고 내용은 조금 밋밋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잘 맞았었다.
게다가 원작 소설의 작가인 애비 그린은 몇 년 전부터 할리퀸 소설에서 나름 지명도가 높아지고 있는 작가이니 금상첨화.
'악녀라 불린 숙녀'의 내용을 보자면,
남자주인공은 플레이보이로 이름 높은 억만장자이고,
여자주인공은 결혼 생활에서 상처받은 데다가, 전남편의 숨겨진 이면을 알지 못하는 대중에 의해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리포터이다.
남주가 여주에게 끈질기게 접근하는데,
여주는 남주에게 강하게 끌리면서도 과거에 받은 상처와 남주와의 사회적 지위 차이 때문에 망설인다.
물론 결국은 여주도 남주에게 응하게 되고, 이런저런 일들을 거치면서 해피엔딩.
여주는 자신들의 관계를 일시적인 것으로 한정하려 하고,
알고 보니 남주는 여주에게 첫눈에 반해서 계속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억만장자 남주가 나오는 다른 할리퀸과 조금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울컥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저질러 버린 일이긴 하지만, 여주가 죽은 전남편의 동료와 인터뷰하는 중에 전남편의 진실을 폭로하는 장면은 꽤 통쾌했다.
그리고 작품 마지막의 청혼 장면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