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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 문학 2020-06-1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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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억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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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불완전하고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 

정체성의 큰 부분을 구성하기에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잊힌 기억"은 영화나 소설에서도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억》에 나오는 주인공 르네는 고등학교 역사교사다. 그는 전 인류가 앓고 있는 기억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 교사인 제 눈에 지금 세계는 기억 상실을 앓고 있어요. 

과거의 실수들이 초래한 결과를 망각했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거죠. 

기억 1, 16쪽.


죽은 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들, 권력을 가진 자들의 편의에 맞게 고쳐 쓰인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고 르네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크레타의 미궁에 사는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에 대한 신화도 사실은 문화를 꽃피우던 크레타를 침략해서 멸망시킨 그리스인들의 전쟁 이야기를 미화시킨 것이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들, 승자들이 편의에 따라 만들어 낸 것이거나, 가장 재미있는 버전으로 각색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끈 이야기꾼에 의해 꾸며진 것이다. 윤리·철학적 질문과 판타지 SF 요소를 가미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의 세계로 떠나보자. 


르네 톨레다노, 서른두 살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동료 엘로드를 따라 <판도라의 상자> 최면 공연에 참석했다가 심층 기억을 헤집어 전생의 기억을 파헤치는 실험적인 최면술의 첫 번째 피험자가 된다. 그는 '영웅적인' 전생 1917년 슈맹 데 담 전투에 참가했던 이폴리트 펠리시에 상병의 최후를 목격한다. 그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연장을 뛰쳐나왔다가 독일군을 연상시키는 행색의 강도를 만나 몸싸움을 벌이다가 그만 그를 죽이고 만다. 시체 유기와 무기까지 숨기고 집으로 돌아온 르네는 자수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기억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한다. 그는 살인에 대한 말은 하지 않고 전생의 기억 때문에 악몽에 시달린다며 <판도라의 상자> 최면술사 오팔을 다시 찾아가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다. 오팔은 기억을 지울 수는 없지만 좋은 기억으로 덮어씌울 수는 있다고 말한다. 아무도 없는 공연장에 르네만을 위한 공연이 다시 시작된다. 르네는 이번에 가족과 평화로운 나라에서 늙어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전생을 선택하고 95번째 전생의 문으로 들어간다... 


르네가 두 번째로 방문한 전생에서 그는 레옹틴 드 빌랑브뢰즈 백작 부인의 최후를 보았다.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 주변에는 재산만 노리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그다음 전생에선 카르타고와 로마가 한창 전쟁 중이던 순간에 로마의 배의 배잡이였던 제노의 모습을 본다. 르네는 앞서 백작 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제노와는 마음속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더 생생해지는 전생 탐험... 르네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전생은 가장 첫 번째 전생. 야자수가 있는 흰 백사장에서 만난 게브라는 사람의 삶이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게 아니라 르네 자신의 모습이 게브와 실제로 대면에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브와 르네 사이에는 무려 111번의 전생, 1만 2천 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게브가 전설로만 전해지는 아틀란티스인이라는 걸 알게 된 르네는 아틀란티스를 대홍수로부터 구해내어 현대에 아틀란티스 문명의 증거를 증명하고자 한다. 인류가 자신의 기원을 알게 되면 모든 게 해결될까? 수수께끼가 풀리면 불확실한 시대에 명확성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까? 영화로 제작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스릴넘치는 모험과 환상적인 전생 탐험, 진짜 역사인가 착각하게 만드는 아틀란티스 문명에 얽힌 비밀까지...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한테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것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을 해결하고 내게 정신의 안식을 주는 

111명의 동지가 있다는 의미예요.

기억 1, 367쪽.


재미있는 사실 하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전생은 1200년 영국에 살았던 궁수라고 한다. 에릭슨 최면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그가 믿는 대로 전생이 여러 번이었다면 몇 번이고 최면을 통해 그걸 다 밝혀내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고 비발디의 사계 클래식 버전과 하드 록 버전은 매번 책 뒷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들었던 음악'란에 적혀있는 것 같다. 하드 록 버전을 찾고 싶었는데 아직 못 찾았다. (아시는 분은 제보 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전생을 어땠을까 혹시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막연하게 이런 사람이었다면 좋겠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기억 2, 398쪽)"이라고 역자는 적었지만 내 입맛엔 다소 달달구리 했다. 결말에서 르네와 그의 일행이 생각해낸 대로 인류가 일종의 '진화'를 이룰 수 있다면 그 미래가 태양처럼 눈부시진 않아도 기대된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지..! 완독 후에 표지를 다시 보니까 책의 내용과 연관 있게 잘 디자인된 것 같다. (1권의 표지는 게브고 2권의 표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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