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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루안 브리젠딘] 불가능하기에 한 걸음 더 | Memento 2021-02-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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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남자의 뇌

루안 브리젠딘 저/황혜숙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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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 생물학적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공감이나 이해는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능 하기에 한 걸음, 한 번더 노력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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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갈등은 대부분 차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다. 차이를 차별로 혼동한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명백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루안 브리젠딘의 <남자의 뇌>는 남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다. “루안 브리젠딘은 호르몬이라는 창을 통해 남자를 보여준다.(p.265)” 왜 남자들이 성적 충동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는지(?), 때로는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감수하는지, 서로의 영역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지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설명해 준다. 특히 남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시기별로 뇌와 호르몬의 변화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자의 일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가 장 흥미로운 점은 호르몬이 변하면 현실도 변하게 된다.(p.225)”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 회로는 매우 유사(p.12)”하지만 호르몬에 의해 차이가 생긴다. 우리의 문화와 행동 양식이 뇌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p.15)”하지만, 분명히 호르몬에 의해서도 생물학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인류가 생물학적인 변이를 겪지 않는 이상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이다. 이 간극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 있는 영원한 갈등의 씨앗이다. 결국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분쟁의 상당 부분은 서로의 선천적인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발생한다. (p.257)”

서로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두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공멸 또는 공존.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백하다.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분명 정교한 기계이지만, 반대로 예측 불가능한 동물이다. 스스로를 믿지 모하지만, 자신들의 가능성은 신뢰한다. 이 모순적이고 양가적인 존재는 좌충우돌 유전자와 호르몬의 충돌 속에서 문명을 이룩해 왔다. 그렇기에 이 간극을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노력, 스스로의 노력 및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긍정적인 본성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본성은 경계하여 약화시킬 수도 있다. p.264” 이것이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인지 모른다.

유전자와 호르몬은 인간을 정의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요소다. 유전자는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져 졌는지를 알게 하는 설계도이고, 호르몬은 그 인간을 특정하게 움직이게 하는 유도체다. 그래서 인간은 유전자와 호르몬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영웅이라도 인간인 이상, 유전자와 호르몬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우리의 믿음과는 달리, 인간은 그저 정교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라고 믿었던 존재, 나의 성격과 마음 역시 유전자와 호르몬의 상호작용에 결과일 뿐이다. 그 어떤 유의미한 존재라고 믿었지만, 실재로 기계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는 정교한 기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악으로 규정된 무수한 잘못들이 사실은 유전자와 호르몬 상호 작용 때문이라면? 그저 긴 진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물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계가 저지른 잘못을 무슨 논리로, 어떤 근거로 규정할 것인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인류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수많은 발전과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러한 행위들의 궁극적 목적이 모든 인간의 평등과 정의를 위한다면 상호 이해는 좋은 시작점이라 믿는다. 아직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상호 이해하려는 노력만이 유일한 길이다. 저자의 전작 <여성의 뇌>와 이 책은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우리는 유전자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반대로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할 때만이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 자유의지를 지닌 정교한 기계장치에 불과해도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존재임을 믿는다. 불가능하기에 작은 노력, 한걸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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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뇌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호르몬이 뇌 회로에 작용하여 여자의 전형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남자의 뇌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그리고 가장 일찍 시작하여 가장(p.11) 오랫동안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뮬러관억제물질이라는 호르몬이다. ... 전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회로는 매우 유사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같은 목표와 임무를 이해하고 달성하는 데 서로 다른 회로를 사용한다. / 또한 남자의 뇌 시상하부에는 성적 충동에 할애된 공간이 여자의 뇌보다 2.5배나 크다. 남자 시각 피질에는 밤이나 낮이나 성적인 생각이 떠돌면서 성적 기회를 포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p.12

본질적인 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p.14) 생물학만으로는 모든 사실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이이와 여자아이의 뇌 구분이 생물학적으로 시작되긴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 우리의 문화와 행동 양식이 뇌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p.15

데이비드의 남성 호르몬 분비가 재개되면서 아동휴지기가 끝나게 되면 폴과 제시카는 데이비드의 성적 호기심 때문에 걱정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의 행동 탐색, 위험을 감수하는(p.57) 뇌 회로가 숨 가쁜 속도로 작동할 것이다. 또한 출생 전에 형성되어 소년기 동안 강화된 분노와 공격성의 회로에는 호르몬이 연료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아동기 동안 데이비드의 남자 뇌에 형성된 모든 특징과 경향, 즉 행동, , 지배욕, 탐험, 위험 감수 등의 경향이 증대될 것이다. 변화된 뇌 회로와 높아진 호르몬 수치 때문에 데이비드는 부모의 말마다 이의를 제기하며 복종하지 않고, 성적 파트너를 찾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남자의 위계질서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배우자를 발견하고, 성인 남성이 될 때쯤 자기 이상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p.58

인터넷으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대신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대 소년에게는 말이 안되는 소리다. 연구결과를 보면 10대 소년 노의 보상 중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강렬한 감각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숙제는 전혀 그런 대상이 아니다. p.73

만약 여자가 남자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크게 달라진 자신의 세계관에 깜짝 놀랄 것이다. 남자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서 신체와 목소리가 변하면, 자신의 얼굴 표정도 변하고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는 모두 호르몬 탓이다. 호르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리 뇌의 인식을 수정하여 새로운 행동을 준비하게 하는 일이다. p.78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남자는 수백만 년 동안 생식력이 있는 여성에게 집중해온, 생물학적으로 선택받은 남자들의 자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건강하게 재생산할 수 있는 특정 외모의 여자에게 집중하게 진화되었다는 사실은(p.107) 모른다. 연구자들은 남자들이 모래시계 모양의 몸매, 즉 큰 가슴과 날씬한 허리, 납작한 배, 풍만한 엉덩이에 매력을 느끼는 현상은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의 뇌는 이러한 몸매를 보고 상대 여자가 젊고 건강하고 아마도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p.108

섹스가 항상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의 뇌 속에서 섹스는 사랑에 이르기 위한 필수 요소다. p.127

블레이크가 아직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팀과 블레이크는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고 있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이러한 이해를 기술적인 용어로는 공시성이라고 부른다. 공시성은(p.172) 마치 테니스 경기에서 발 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간지럼 태우기, 눈 맞추기, 웃기, 장난치기 등을 통해 발리는 일어난다. 루스 펠드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까꿍 놀이처럼 상호작용을 하는 놀이는 부모의 행동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아빠들이 아기와 매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으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공시성을 위해 필요한 강력한 아빠의 뇌 회로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밀접한 상호관계를 맺기 위한 환경은 사실 출생전부터 시작된다. p.173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아빠가 자녀의 양육에 참여하는 정도에 있어서 아빠의 생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주도권을 쥔 쪽은 엄마들이었다. 연구진은 아빠가 자녀에게 접근하는 데 엄마가 문지기 노릇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마는 아빠를 격려하여 양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줄 수도 있고, 비판적으로 문을 걸어닫을 수도 있다. p.176

남편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적고 아빠와 자녀의 상호작용을 격려하는 엄마가 가족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177

아빠가 거칠게 놀아준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이르렀을 때 훨씬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가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p.179

아빠의 말투는 실제 세상에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가교가 된다. 세상으로 나간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엄마처럼 자기 마음을 읽고 모든 필요를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니 말이다. p.182

좋은 아빠는 자녀를 공격적으로 다루기를 즐기는 동시에 공격적으로 보호하기도 한다. p.184

아빠들은 아들이 한 남자로서 험한 실제 세상에서 생존해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훈련시키는 일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아들을 거칠게 다루기 위해 애정 표현을 삼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빠가 아들과 자신을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아들도 따라야 할 행도으이 역할 모델로서 아빠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p.187

아빠가 자녀를 더 많이 안아주고 보살필수록 남자 뇌의 연결이 더 많이 만들어졌다. p.190

남녀 간의 전통적인 문제다. 남자는 여자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비난하고 여자는 남자가 충분히 감정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나는 상담실에서 늘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남자와 여자 모두, 상대가 진심으로 원하고 굳은 결심만 하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남자와 여자의 감정 처리를 위한 뇌 회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p.193

남자 뇌와 여자 뇌의 감정 처리 방법 자체가 다르다 ... 뇌에서는 두 가지 감정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나는 거울신경세포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측두정엽시스템이라고 부른다. p.195

남자의 뇌는 고통에 오래 빠져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감정을 알아채고 나면 재빨리 측두정엽시스템으로 이동해 인지적 감정 처리 과정을 완수한다. (p.198)자의 뇌는 급행열차와 비슷해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p.199

성호르몬은 남녀의 다른 감정적 스타일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남자 뇌의 회로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을, 여자 뇌의 회로는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런 호르몬들이 뇌의 특정 영역, 즉 편도, 시상하부, 그리고 거울신경세포시스템과 측두정엽시스템까지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p.203

남자와 여자 모두 사실을 기억하는 정도는 동일하지만, 감정적인 사건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여자가 더 오래, 그리고 더 잘 기억했다. p.210

안정적인 사회 위계질서와 평온한 가정생활이 남자의 폭력성향을 감소시키는 두 가지 요소임을 발견했다. p.218

과학자들은 허세와 가식, 투쟁 등이 남성을 특별히 같은 종의 수컷 경쟁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대 남성의 본능적인 경쟁과 위(p.219)계질서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인 호르몬과 뇌 회로 양쪽의 지배를 받는다. ... 이는 습관이나 문화적 전통을 넘어서는 남자 뇌의 구조적 특징이다. p.220

호르몬이 변하면 현실도 변하게 된다. p.225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동년배보다 더 일찍 사망한다. p.237

남녀의 다정한 접촉이 관계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실제로 여자보다 남자의 건강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p.250

남자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 남자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분쟁의 상당 부분은 서로의 선천적인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발생한다. p.257

남자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 뇌의 최우선 목표는 섹스와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목표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남자의 뇌 회로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남자아이는 처음부터 여자아이와 배우는 방식도, 흥미를 보이는 대상도 다르다. 행동과 자기주장, 거친 놀이가 생물학적으로 남자에게 새겨져 있다. (p.258) ... 사회적 압력과 자녀 양육 관습, 그리고 생물학이 남자의 뇌 회로를 바꿔놓기 시작한다. ... 이는 훈련과 생물학 양쪽의 결과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남자 뇌의 반응은 곧 고통의 경감을 위해 재빨리 해결채을 찾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게 된다. p.259

개인적으로 남자 뇌에 대해 배우는 것이 남자와 여자가 좀 더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동정심, 이해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이해는 양성 간에 균형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259

남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은 양육과 교육 등의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물론 환경이 지속적으로 남성성을 강화하기는 하겠지만) ‘생물학적요인에도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p.262

남자는 뇌에 새겨진 남자의 본성 및 평생 지속되는 호르몬의 강력한 영향력에 수동적으로 지배만 받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 및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긍정적인 본성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본성은 경계하여 약화시킬 수도 있다. p.264

루안 브리젠딘은 호르몬이라는 창을 통해 남자를 보여준다. 하지만 뇌과학의 딱딱한 개념들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임상경험에서 얻은 매우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속에 부드럽게 녹아들어 있다.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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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들의 역사-로버트 에반스] 악덕을 즐겨라,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라 | Memento 2021-01-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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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쁜 짓들의 역사

로버트 에반스 저/박미경 역
영인미디어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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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은 인간과 문명, 세상을 구성하는 불가피한 존재다. 피하기만 해서는 알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나쁜 짓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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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되새겨보는 시가 하나 있다. 김남주 시인의 <어떤 관료>. 근면, 정직, 성실, 공정, 충성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미덕이다. 하지만 김남주 시인은 말한다. 이 미덕을 따르기만 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그저 생각 없이 따르기만 할 때, 그 관료는 에 지나지 않는다. 긍정적인 성격도 마찬가지다. 긍정도 배신한다. 부정적인 성격은 이를 대비하게 한다. 최악을 가정하는 사람은 그 가정이 대부분 틀리기 때문에 늘 피곤하다. 하지만, 그러한 피곤함은 최악의 위기를 예방한다. 일기예보와 무관하게 우산을 늘 들고 다니는 일은 불편하고 쓸데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상청도 예상치 못한 이변을 대비하게 한다. 결국 우리가 아는 미덕과 부덕, 그것은 단순한 잣대로 나눌 수 없다. 미덕과 악덕은 지극히 인간의 잣대일 뿐이다. 자연의 잣대도, 신의 잣대도 아니다. 지극히 인간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로버트 에반스의 <나쁜 짓들의 역사>는 이러한 악덕의 기원에 대해서 탐구한다. 우리는 얼마나 악덕과 함께 살아왔는지 잊고 있다. 미덕을 권장하지만, 미덕만으로 삶이 이뤄질 수 있을까? ‘나쁜 행동이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켰을까?’라는 책의 부제는 그게 아님을 미리 말하고 있다. 저자 로버트 에반스는 알아두면 재미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cracked.com의 편집장이자, 인기 작가다. 역사학이나 과학의 전공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흥미로운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내공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책의 묘미는 작가의 실험정신에 있다. 책의 주제도 마찬가지지만, 악덕, 나쁜 행동의 기원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몸을(때로는 지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그 행동들을 복원해 나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중독(, 음악, 약물 등), 뒷담화, 성매매와 성적 일탈 등은 일반적으로 허용하기 힘든 덕목들이다. 특히 술이나 약물, 성매매 등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개인적으로도 몸을 망가트리고, 개인의 인생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러한 부덕을 끊을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의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사라질 수 없다. 악덕의 긴 역사를 볼 때, 우리의 유전자와 문화 어딘가에 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올바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름만으로 세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바름도, 삐딱함도 엄연히 세상을 구성하는 한 종류,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인지 모르겠다. 나쁜 짓들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나쁜 짓이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청교도 혁명으로 호국경이 된 올리버 크롬웰은 호국경에 취임해서 청교도 도덕성에 기반한 엄격한 도덕주의를 지키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극장이나 운동 경기나 춤 등 청교도 입장에서 죄악시될 수 있는 행동들을 폐지했고, 대중음악마저 금지해 오로지 찬송가만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의 통치는 지속될 수 없었다. 결국 사람은, 그리고 세상은 선한 행동, 미덕만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미덕만으로 세상이 유지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소 다른 사실을 배우고 있다. 역사란 합의를 이룬 거짓말 덩어리”(p.347)에 불과한지 모른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과거의 악덕에 가림막을 쳤다.(p.405)” 이 가림막이 오히려 악덕과 나쁜 짓들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게 아닐까. 없앨 수 없다면 함께 살아가야 한다. 피하기만 한다면 결국 올바르게 활용할 수 없다. 사실은 진실로 거듭나야 한다. 쉽게 인정할 수 없겠지만 나쁜 짓들은 오늘날 우리를 존재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말한다. 나쁜 짓들의 진실에 대해서. 악덕을 즐겨라,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라.(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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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자 그대로 좀 더 멋진 파티를 열기 위해 소도시를 세웠고 결국 도시를 건설하게 되었다. p.15

우리가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사람들보다 더 취할 수 있다면, 우리가 거인의 어깨 위에(전임자들이 이룩해 놓은 것 위에 있는 것)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17

인간이 술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술이 굶어죽을 확률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직립 보행하고 이 타임 라인의 어느 지점에선가 우리는 술을 마시고 취하기 시작했다. p.31

소리를 물질로 분류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음파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p.46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는 수문을 인공적으로 활짝 열어주는 것이 음악이다. p.48

뇌파 동조’ ... 특정한 마음 상태를 유발하는 주파수가 있다. 생각과 감정은 뇌파로 측정된다. 대개 마음 상태가 다르면 그에 따른 뇌파의 주파수도 다르다. p.61

원숭이들이 사회적 계급의 상층부에 있는 아름다운 원숭이를 보려고 맛있는 것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대면할 기회를 갖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원숭이들이 낯선 엘리트 사진을 응시함으로써 무엇을 얻을까? 또 우리 인간은 무엇을 얻을까? 바로 지식이다. / 플랫 박사는 높은 계급의 원숭이 얼굴을 보는 것을 (p.86)급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원숭이들은 뛰어난 사회적 학습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에 비해 사회적으로 훨씬 더 성공한 이웃의 얼굴(혹은 행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짐으로서 배울 것이 있는지 본다. p.87

성공적인 사람을 모방하는 것은 진화적 이득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우리 뇌는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 그런데 일이 이상해지는 것은 그 충동이 우리 현대 세계의 문제점과 겹쳐질 때이다. p.90

유명인 숭배는 종교적 숭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 처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고전 학자인 에릭 도드의 주장이 옳다면 B.C. 3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p.99

신을 믿든 안 믿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제일 큰 존재론적(p.100) 질문에 대한 커닝 페이퍼를 찾고 있다. p.101

처칠과 스탈린은 술 때문에 친해졌다. 나치로부터 서구 문명을 구하는 데 술이 한 가지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은 문명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p.136

우리 중 일부는 애초에 그런 꼴같잖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주 옛날에 우리 종의 그런 찌질한 행동이 우리를 구한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p.159

더닝-크루거 효과는 무능한 사람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p.165

존슨과 파울러는 위험이 크면 클수록 과신의 가치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 또한 언급했다. 위험이 적을 때는 실패해도 그렇게 큰 타격이 없고 뜻밖의 횡재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것이 악플러들이 실제 현실에서는 잘 싸우지 않으면서 온라인에서 온종일 죽치고 앉아 자신의 무용담을 끝(p.168)없이 떠벌리는 이유이다. p.169

존슨과 파울러는 인간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잘 하는 존재로 진화된 한 가지 이유는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훨씬 더 믿을만하게 만들 수 있끼 때문이다. p.171

자아도취, 비아냥, 욕은 언제나 우리를 짜증나게 해왔다. 하지만 옛날 옛적에는 우리 종이 생존을 확보하려면 그것들이 필요했다. 과신은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호모 사피엔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도록 위험한 기회를 붙잡게 만들었던 원동력이었다. 추한 모욕과 공격적 허세는 젊은 세대에게 물리적 충돌을 피하게 했고 남는 시간에 섹스를 하게 했다. 현대에 이런 행동은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짜증스러운 정도까지 왔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행동이 인간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p.181

성 노동이 신앙의 동의하에 존속한 기간이 무려 3,000년 이상이다! 그러한 사실이 이상해 보인다면 그것은 현대에 와서 매춘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 전반을 놓고 보면 오히려 법적 금지가 이례적이다. p.189

매춘은, 적법하든 그렇지 않든 문명화된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198) ... 낸시 허먼은 <일탈>이라는 저서에서 듀로크하임이 불법 행동이 사회에 일조한다고 보는 두 가지 목적을 이렇게 요약했다. “하나는 문화에서 옳고 그른 것 사이에 차이를 정의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도적 틀의 압력으로 발생한 과도한 에너지를 배출하게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었(p.199).” p.200

매춘은 사회라는 직물 속에 직조되어 있다. 열심히 하고 억압된 문화의 굴레를 갑갑해하고 짜증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그것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성 종사자들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인간 문화가 악덕과 스트레스가 서로 충돌하는 도가니 속에서 태어났다. p.200

섹스 거래는 대부분 치유보다는 성욕 해소의 역할이 더 많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성장한 것으로 그것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적법한 치료 분야가 있다. 성 대행 행위라는 것이다. ... 의료적 성 종사업. p.203

듀르크 하임은 불법 행동의 세 번째 사회 기ㅤㅡㅇ을 사실로 가정했다. 그것은 사회 변화를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p.203) “나쁜 행위가 존재할 때 집단 감성은 새로운 형태를 받아들이는 데 충분히 유연하다. 그리고 나쁜 행위는 때로 집단 감성이 받아들이는 형태를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p.204

매춘과 성 대행 사이의 핵심적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환자들이 언제나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지불하고 원한다면 할 수 있다. 환자는 성 대행자에게 섹스가 포함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치료비를 지불한다. 게다(p.205)가 그것은 당연히 섹스로 시작되지 않는다. 섹스는 치료라는 긴 과정의 클라이막스일 뿐이다. p.206

약물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문화의 공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도 않다. 화학 물지과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 뇌가 자란 곳, 즉 우리 사회가 약물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한다. p.291

실제로 모든 대상자들은 다른 사용자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다양한 하위문화의 관습과 전통으로부터 적절(p.294)한 관행과 사회적 제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p.295

인간 사회에서 커피만큼 보편적으로, 혹은 거부감 없이 사용되거나 남용되는 약물도 없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그것에 흠뻑 빠져 있어 커피가 약물이라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낸다. p.342

대개 모든 사람들이 윈스턴 처칠, 혹은 나폴레옹, 혹은 히틀러가 맨 처음 한 말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인용구 하나가 있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 혹은 다른 것으로는 역사란 합의를 이룬 거짓말 덩어리다.” p.347

나는 역사상 커피 베잇 식품의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 카페인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약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고 짐작한다. p.374

성적 도착이 진화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인간의 삶에서 하는 역할이 너무 크다. p.381

한 가지 가설은 우리 뇌가 터무니없는 것의 에로틱화를 점점 발달시켜 가는 것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역병에 감염되지 않으면서 충동을 만족시키는 메커니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383

세기가 지날 때마다 우리 종에게는 에로틱 선택권이 점점 많아졌다. p.390

우리 종은 성 일탈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고등학교 교과서도 발 페티시와 바케트 딜도가 고대 인간들이 역병을 피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몇몇 문화에서 자위라는 개념 자체에 거센 공격을 퍼부음에도 불구하고 페티시는 인간 발달에 어떤 역할을 했다. p.390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과거의 악덕에 가림막을 쳤다. 약물이 역사의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을 최소화했고 매춘과 모욕이 인간 발달에 미친 영향을 은폐했다. 어느 곳이건 주류 역사는 가장 건전해 보이고 가장 위험이 적은 버전을 내놓는다. / 단 하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만이 예외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것이 여성이 여성을 위해 만든 의료 도구라기보다 고대의 포르노물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p.407

이산화질소와 에테르의 이야기는 이제 마약이나 환각제 분야에서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이 현대 합성 마약의 패턴이다. 주목할 만한 화학 물질이 발견되어 합성되면 과학자들이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최고의 사용법을 찾기도 전에 파티 약물로 먼저 사용된다. p.422

대부분의 다른 확각물질의 불법화는 우리 사회가 문화적 중량감을 키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문제이다. p.493

모든 악덕 뒤에는 충동이 있다. 우리는 건강하고, 세계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리고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면 세계에 무감각하고 그것과 점점 더 깊이 멀어지는 방식으로 충동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책으로 바라는 것은 당신이 피우는 다음 담배를, 당신이 마시는 다음 술을, 당신이 파티에서 먹는 그 어떤 환각 물질을, 소모품 이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 그것 뒤에 역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인간이 독창성과 발명의 무게를 더하고 난 다음에서야 당신이 그것을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음을 생각하라. p.494

악덕을 즐겨라,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라. 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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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이영도] 확장하는 세계, 새로운 모색 | Memento 2021-01-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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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시하와 칸타의 장

이영도 저
현대문학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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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작가도 변한다. 상상과 꿈은 확장한다. 그게 꼭 좋은 뜻일리는 없지만, 그 끝에 이영도가 내놓을 세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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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상상이라는 그리스어 판타지아에서 유래했다.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자체가 상상에 기반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는 그 상상의 날개를 더 펼칠 수 있는 장르로 곽광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과학적 엄밀성이나 물리적 사실성에서 비교적 벗어나 작가 개개인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데 유리하다. <반지의 제왕>이 신화와 전설 등을 차용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면, <해리포터>는 우리 현실 세계에 마법을 연결하여 신세계를 창조했다. 한국에서 전자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면 단연 이영도를 꼽을 수 있다. <드래곤 라자>를 필두로 <플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은 재미와 함께 철학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판타지 소설 작가 중 한명이다.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는 폐허가 된 세상에서 다양한 환상종들과 생존경쟁을 펼치는 이야기다. 헨리라는 드래곤이 지키는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칸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들은 환상종들에게 압도당한 채 버티고 있다. 동물원에서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존재에 의해 보호받으며 살 수 있지만, 인류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마트로 진출해서 옛날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이는 종 자체의 위기를 불러온다. 드래곤과 문학 유산, 시하와 탄생과 존재에 대한 고민은 인간에게만 해당한 것이 아니다. 환상종 역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존을 위해 치열하다. 그들의 투쟁은 판타지의 탈을 썼지만 실재로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는가.

그간의 저작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그간의 저작들이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계통이었다면, 현세계의 대멸망 이후라는 설정은 기존의 궤도와는 조금 다르다. 폐허 속에서 등장한 환상종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인류라는 설정은 그간의 이영도 식 장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올 듯하다. 다양한 신화 속 존재들을 차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변함이 없다. 다만 기존의 저작들이 여러 권에 달하는 긴 호흡에서 이뤄진 이야기들이라면, 이 책은 한권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 했다. “소설의 설정은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방대하고 탄탄할 필요는 있지만 드러내어 밝히면 나무는 말라죽게 된다.(이영도)”고 말 했던 그의 발언을 생각해 볼 때, 비교적 불친절한 저작이 아닐까.

판타지는 상상을 넘어 시대의 꿈이다. 사람들은 판타지를 소비하며 산다. 꿈을 꾸기 위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고 새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꿈은, 판타지는 그렇게 삶의 일부가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허황된 이야기, 재미만 추구하는 글이라고 매도한다. 어린애들 장난으로만 치부했다. 이는 꿈에 대한 부정이다. 삶에 대한 부정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장미도 필요하다. 세상은 이성과 논리, 과학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 상상, 판타지는 장미로서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판타지에 과학을 들이대면 남는 것은 허무뿐입니다. 소설은 리얼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다룹니다. 꿈에 과학적, 논리적 설명을 하려 들면 상당히 우스운 경우가(이영도)” 된다.

판타지는 빵도, 장미도 될 수 있다. 또한 꿈이 빵이 되는 세상이다. 그 옛날 꿈같던 신화, 이야기는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다. 영화가 되고, 게임이 되고, 상품이 되어 세상에 현현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오늘도 판타지에 매달린다. 꿈을 실현하거나, 소비함으로써. “우리가 익숙하게 즐기는 환상 그 자체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진지하게 모색(p.213)”하고 있다는 해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이영도의 다음 저작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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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나 장수, 놀라운 매력 같은 소박한 것엔 관심이 없나 보군, 인간.” “누구 좋으라고,” “? 무슨 말이야?” (p.10) “그건 전부 자식을 위한 거잖아. 매력으로 좋은 짝을 찾고 건강으로 안전하게 자식을 낳고 장수로 오랫동안 양육한다,” 데르긴은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런 식으로 보고 싶다면 유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만.” “자식이든 유전자든 남 좋으라고 살 생각 없어. 물론 널 위해 뭘 해줄 생각도 없고. 먹을 것 내놔. 안 그러면 지렁이와 요정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 미끼인지-” p.11

쇠락의 상징 같은 악취나 숨 막히는 먼지, 진득한 웅덩이 따위는 사실 활발한 생명 활동의 증거이다. 악취는 왕성한 미생물 활동의 결과(p.49)이고 먼지의 상당수는 동물의 분변이나 생물의 죽은 세포이며 웅덩이는 그것들이 순환한다는 증거다. 곰팡이, 거미줄 같은 것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생명 활동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런 것들은 쇠락은커녕 오히려 번성의 증거일 때가 많다. 사막이나 극지, 달 표면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그래서 그곳들은 황량하지만 지저분하지는 않다. p.50

경고라는 놈은 그게 문제야. 겁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리게 돼.” p.77

돌킨은 좋은 판다지 소설이란 현실 세계의 질서와는 유리된 2차 세계를 창작한 뒤 독자에게 진짜로 있는 세계처럼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p.203

로즈메리 잭슨은 환상이란 오히려 현실에서 환상은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적극적으로 명명하고 형상화하고 그것이 현실의 문제를 적극적으(p.250)로 다룰 수 있는 전복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환상은 독자에게 필연적으로 낯선 무언가일 수밖에 없다. 독자가 환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이며, 이러한 환상과 현실을 융합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끊임없이 찾는, ‘환상의 변증법과정을 거쳐야 한다. p.206

대중문화에서 환상을 빼면 이제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고증을 중시하던(p.212) 안방 사극 드라마에서도 환상은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킨다. 하지만 우리는 환상이 익숙할 뿐, 환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소설의 의의는 우리가 익숙하게 즐기는 환상 그 자체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해보고자 제언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였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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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영혼-전성철] 균형 잡힌 '척'하는 보수 전도서 | Memento 2021-01-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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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보수의 영혼

전성철 저
엘도라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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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지나친 단순화의 한계일까. 본인의 출신을 밝히며 균형 잡힌'척' 하는 보수 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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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당신의 아들이 자라면서 당신과 이 대화(아버지는 왜 보수인가?)를 더 깊이 있게 이어가고 싶어 할 때, 그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실 수 있게 하기 위해 쓰여 졌다.(p.6~7)”. 진보가 넘치는 세상(?). 보수가 정권과 가치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보수란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진보주의자를 이겨내기 위한 전도서가 바로 전성철이 쓴 <보수의 영혼>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때 민주당으로 강남()에 출마 했던 진보로서 보수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보수주의자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그리고 자유가 가장 보장되는 곳이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게 보수의 중요한 임무다. 자유를 수호하고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서 법과 질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수를 독재나 수구와 구분 짓는다. 진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야라고 주장한다. 보수는 사안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며, 진보는 미시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진보는 평등을 추구한다. 보수는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어째서 진보가 인기가 있는가. 그것은 단순하고 명쾌하기 때문이다.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는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이 있기에 쉽고 받아들이기도 편하다. 착한 사람이 되는 방법인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보수에 대해서 고민을 한 사람답게 아주 쉽게 풀어 썼다. 아무래도 알기 쉽게쓰려다보니 단순화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서론에서 나오든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설명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역할은 다르고, 둘 다 하나의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p.151)”고 말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재로 세부 사항들에서는 전혀 반대의 느낌이다. 예를 들면 보수와 진보의 중점 차이를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보수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정도의 의미였지 싶다.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지만, 보통 이런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차라리 다소 어려운 단어로(?) 보일지언정 보수는 거시적 차원에서, 진보는 미시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자기도 모르게 본심을 표현한 게 아닌가 한다.

더불어 저자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어떤 결과를 유도할지 모르겠다. 시장은 늘 옳게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 결과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무한정 넓어진다고 행복하거나 자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무한한 선택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 또한 우리나라 노조 조직율은 11.8%(2018년 기준)인데, 이정도가 노조공화국이라는 표현에 합당할까. 오히려 10% 내외의 노조에게 휘둘리는 시장체제라면 너무나 무능한 것 아닌가? 대체고용권 확보가 정부 개입 없이 노사 평화를 이루는 마법 같은 제도(p.217)”라 주장하지만, 세상에 마법과 같은 제도는 없다. 균형 잡힌 시각인 척 말했지만, 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보수와 진보 중 보수가 더 우선적 가치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먹고사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다음이다.(p.275)”라고 말하며 보수가 우선임을 말한다. 세상에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사람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설사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이더라도 그것이 보수만의 가치일까?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삶의 본질적인 문제이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인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 보수의 가치가 단순히 먹고 사는 것, 혹은 잘 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이 진보의 가치가 실현된 세상인가? 보수의 가치가 실현된 세상인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저자가 보수의 가치를 쉽게 표현하려고 단순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좌우를 경험했다는 사람으로 균형감 있는 보수의 가치를 기대했다.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해 아쉽다. 다만, 저자의 마지막 제언에는 동의 한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이념이든 해당한다. “강하고 유능하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이념적으로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념에 맞는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를 국민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p.273~274)” 이념과 이상도, 소통도 없다면 보수든 진보든 망하는 건 공평하게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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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미국의 역사는 한마디로 보수와 진보의 경쟁과 갈등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8

미국의 헌법 정신 중 특히 사람은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을 가지고(p.8)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명제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p.9

좋은 조직, 좋은 사회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p.27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자족에 대한 기대가 있다. 또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는 자존이 있다. 자부심은 바로 자족자존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어울릴 때 발생하는 심리 상태인 것이다. p.30

시장이란 한마디로 자유가 제도화된 곳이다. p.46

시장의 핵심 요건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법과 질서는 시장을 옹호하는 보수의 핵심적인 가치 중의 하나다. p.55

진보란 한마디로 자유가 주어졌을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평등을 교정하자는 이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교정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자유를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p.61

우리 정치 시스템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이것은 한마디로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의 유산이다. p.102

우리 국회에는 자유와 선택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명령의 원리가 작동되는 독재 정권 체제인 것이다. p.109

좁게 보면 진보가 될 수밖에 없고, 넓게 보면 보수가 될 수밖에 없다. p.141

독재는 항상 전체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개인을 중시하는 진보가 될 수는 없다. 동시에 독재는 자유를 중시하기 않기 때문에 보수도 아니다. 다시 말해 독재는 독재일 뿐,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p.143

배고픔에 주로 신경 쓰는 집단을 우리는 보수라고 부르며, 보수는 자유를 통해 그것을 이루려고 한다. 반면 배 아픔을 주로 신경 쓰는 집단을 진보라고 하며, 이들은 자연히 평등을 지상 가치로 추구한다. p.149

보수와 진보의 역할은 다르고, 둘 다 하나의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민주국가의 헌법은 그래서 자유와 평등을 국가의 두 가지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당과 진보당은 각각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두 개의 전위 부대라 할 수 있다. p.151

비경제 분야에서 진보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에 따라 진보도 여러 부류로 나뉜다. 그러나 경제는 다르다. 경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명령의 원리를 많이 작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지도자는 모조리 실패했다. p.197

누구에게도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않는데 공동의 선이 이루어지는 곳, 그것이 바로 보수가 지향하는 세상이다. p.216

보수는 항상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p.226

가장 좋은 세상은 모든 시민이 첫째, 자유롭고, 둘째, 선택할 것이 많고, 셋째, 그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며 사는 세상이다. p.232

진보의 존재 이유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표현하기가 쉬운 것이다. 가난하고 불쌍한 약자들을 돌보고 포용한다는 진보의 존재 이유는 그렇게 어려울 이유가 없고 어려울 필요도 없다. p.250

정치를 패싸움이 아니라 정책의 대결장으로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수단이 바로 정책 청문회. 미국 정치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 우리나라 청문회는 대체로 국회의원이 사람들, 특히 공무원들 불러놓고 하는 곳이다. 청문회의 주된 목표가 증인들, 특히 공무원들을 조지는것인 경우가 더 많다. p.267

돈이 좋은 것은 그것이 선택을 사 주기 때문이다. ...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선택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정치의 몫이다. p.271

강하고 유능하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이념적으로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념에 맞는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p.273) 이를 국민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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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강양구 외] 반복된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 Memento 2021-01-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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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권경애,김경율,서민,진중권 저
천년의상상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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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노무현의 유산을 이은 정권이라면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때가 아닐까. 이상마저 잃는다면 남는 건 최악의 경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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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딴지를 건다. 우리는 단 한 번도 같은 나라를 경험해 본 적 없다. 당연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 변화와 경쟁을 신봉하는 나라에서 같은 경험을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역사는 반복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지닌 한계에서 유래한다. 인간은 어리석고, 잘못된 욕망은 우리의 눈을 가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역사는 반복하는 듯 보이는 이유는 반복된 실수의 모습이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현상은 유사하다. 이러한 현상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낸다면 유사성이 보이고, 하나의 진단이 가능해진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를 부제로 가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진단중 하나다. 한국 정치역사상 진보정권은 3번째 집권중이다. 어느 정도 경험과 역사가 쌓였다. 실수들의 묶음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현상을 살펴볼만하다. 책의 제목은 대통령의 말을 비꼬는데서 보이듯 그 수위가 높다.

지금의 진보정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에서 비롯되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대부분 그와의 인연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에 본인이 옳다고 믿었고 그렇기에 타협하지 않았던 전 대통령의 모습은 출판물과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 공고해 졌다.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라도) 그의 옳음에 공감을 했고, 힘을 실어주었다. 이러한 인적, 정신적, 물질적 자본들을 자산을 바탕으로, 현 정권은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 정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권은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더 못해서 정권을 얻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가 아닐까. 정당 내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취해야만 한다. 그래야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힘을 얻고 난 후가 중요하다. 그의 유산을 넘어서려는 순간 기반을 잃고 만다. 노무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발전은 없다. 지금의 상황은 분명하다. 옳은 일을 위해서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쳐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소위 대깨문으로 불리는 극성지지자들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전의 트라우마와 경험으로 철저히 무장해 있다. 우리가 옳으며, 옳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끝까지 버텨내야 한다 믿는다.

정치는 자기편을 늘리고 적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적이 너무 많았다. 그의 노선과 생각은 선명했기에 피아의 구분이 확실했고 피아의 투쟁이 강렬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옳다(부동산이든, 방역이든, 뭐든). 진짜 옳은지는 따져봐야 안다. 설사 오늘 내가 맞아도 내일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항상 옳을 수도, 매번 옳을 수도 없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이,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판단들은 수 많은 적을 만든다. 적들은 상대가 오판하기를 기다린다. 적이 많다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타협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억지로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잘못을 인정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항상 옳지 않다는 사실은 염두 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사건들이 현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 국민들 그리고 지지자들도 보기에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생긴다. 의문에 대한 대답이 정무적 침묵판단으로 일관하고, 정치적 공학과 수사에만 그친다면 노무현의 유산을 이었다는 사람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떤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말인가. 말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실언한다면 100년의 정권창출은커녕 다음에 바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노무현 정신을 이었는지, 아니면 노무현 정신의 껍데기만 이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옳음도, 정권도, 이상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봄직하다. 최소한 이상이라도 지켜야 한다. 모든 것을 지키려다 보면 아무것도 손에 남는 게 없는 법. 보수가 자신들의 가치를 잃었을 때 촛불정국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순간을 경험했다. 진보가 자신들의 이상을 잃고 정권만 갈구하게 된다면 그때는 진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이뤄지지 않을까.

말도 안 된다고만 생각한다면 나아질 수 있는 건 없다. 어떤 얘기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역사는 반복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 역사에서 배운 게 없다면 그 양상은 반복된다. 계속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반복된 실수는 없다. 결국 그게 실력이고,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실수의 반복 끝에는 대한민국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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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저마다의 정치적 포지션이나 가치관에 따라 각 언론사들이 지향하는 나름의 어젠다를 갖고 있었습니다. 언론사 편집국은 그 어젠다를 세팅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취재 활동을 통해 다양한 뉴스들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가 주목받는 뉴스와 그렇지 못한 뉴스로 큐레이션하면서 뉴스 콘텐츠들이 모조리 포털 사이트의 주목 경제 속으로 수렴되어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이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데스크 모두,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이 시가를 썼을 때 주목받을 수(p.21) 있을까? 없을까?’에 자신들의 모든 언론 활동을 맞추게 됩니다. ... 자신의 언론사 어젠다 세팅에 부합하거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뉴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볼만한 콘텐츠에 기자들이 눈길을 주기 시작하고, 데스크도 그런 기사를 발굴하라고 독려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p.22

“<1987>에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해 통제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즐길 거리를 쏟아 부어 사람들을 통제한다. 한마디로,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 했다.” -닐 포스트먼, <죽도록 즐기기>(p.9~11) / p.25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지, 저마다의 사실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 p.39

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의 어원은 라틴어 팍튬(factum)입니다. 팍튬은 제작된이라는 뜻이에요. 결국 사실을 제작되는 것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 다시 말해서 저에게 사실이란 이미 일어난 일로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면, 두 사람에게는 사실이란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고 언제라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인 셈이죠. p.44

미디어는 의식을 재구조화한다.” - 윌터 J. p.55

언론은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요. 하나는 팩트를 보도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어젠다 세팅입니다. 진리에는 두 가지 정의가 있습니다 하나는 대응설적 진리(인신론적 진리)에요. “비가 온다”, 진짜 오면 참이죠. 이건 팩트의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없는 걸 만드는 게 진리(존재론적 진리)라는 관념입니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게 현실이 됐잖아요. 진리란 이런 식으로 없는 것을 있는 걸로 만들어내는 거라는 겁니다. 이게 존재(p.80)론적 진리인데, 언론에서 하는 어젠다 세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을 보면 이 부분이 과도하게 정치화되어 있어요. 왜냐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게끔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p.81

이런 행태를 거짓 등가성이라고 부르는데요. 저널리스트들이 균형을 진실과, 의도적인 중립성을 정확성하고 혼동하고, ‘양측을 모두 보여주라는 압력에 굴복한 결과인 거죠. p.88

음모론들은 인간의 의시을 과학에서 이야기의 시대로 되돌려 보낸 것인데, 이것은 단순한 퇴행이 아니에요. 현대의 음모론은 과학 이후의 이야기라, 고대의 신화와 달리 나름 합리적 추론과 과학적 논증의 외양을 갖추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합리적으로 사유하는 이들에게 그것들은 그저 사이비 논증과 엉터리 추론에 불과하지만, 거기에 빠진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그 오류를 일일이 지적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죠. p.95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스테레오 타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보수60대 이상의 건물주라면, ‘진보50대 초중반의 대기업 부장 또는 임원이다. 60대 건물주가 20대에게 요구하는 것은(p.313) 높은 월세 정도로, 자산 소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착취 관계다. 하지만 50대 초중반 고참 부장은 자녀들에게 경제적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체 인턴 기회를 알아봐주는 등 사실상 경쟁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60대 중반 건물주를 상대로 적폐 청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비싼 월세는 화가 나긴 하지만 돈을 벌어서 지불하면 되는 문제라면, 교육과 노동시장에서의 불공정한 경쟁은 교육과 일자리라는 근본적인 기회및 그 결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귀동, <세습중산층사회>(p.263~264) p.314

사람들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죠.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p.330)이에요. p.331

최근 10년의 한국 정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도, 심지어 작년(2019)의 조국 사태도 결국은 노무현 대통령 트라우마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p.343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저는 무척 절망하고 실망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박정희에 대한 진정한 마무리, 극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번 사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마무리, 극복의 계기가 되었(p.350)으면 좋겠는데요. ... 노무현 대통령이 지켜내고자 한 진보의 가치를 계승하지 않은 채, 그의 죽음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p.351

586세대가 주류 세력이 되었다는 것은 곧 그 세대를 대표하는 엘리트 계층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기득권층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국 사태는 그들이 그 동안 구축한 특권과 기득권을 2세에게 대물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고요. 586세대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서민층이고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중상위층이에요. 이들이 사회의 헤게모니를 잡고 정치도 경제도 점점 장악하고 있어요. p.354

보수냐 진보냐는 태도의 문제라고 봐요. ‘바꿀 것보다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사람이 보수입니다. 이제는 지킬 게 너무 많은 이들이 저들인 거죠. 또 하나는 뭔가를 바꾼다고 할 때 그 개혁이 향하는 방향입니다. 바꾸는 그 행위가 사회 전체가 아니라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라면, 그게 보수인 거죠. p.364

전 세계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성찰과 반성 가운데 하나가 21세기 들어서 계급 정치의 의제, 즉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기보다는 피해 가면서 오히려 정체성 정치에 치중했다는 것입니다. 정체성 정치를 앞에 내세우면 얼핏 보면 오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죠. p.370

정치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 목적이고,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에요. p.375

헤겔이 칸트에게 지적 질한 너는 뭍에서 헤엄을 배우고 나서 물속으로 뛰어 들거나.” p.394

칼 마르크스가 급진적이라고 하는 것은 사안의 뿌리로 가는 것이라고 했죠. 급진적(radical)이라는 말이 원래 뿌리를 의미하는 라틴어(radix)에서 온 거잖아요. 제대로 된 진보라면 우리 사회의 고통의 근원, 그 뿌리로 들어가 그것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죠.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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