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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권요영]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 | Memento 2021-02-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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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권오영 저
21세기북스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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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절대 과거에 매몰된 학문이 아니다. 끝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다보면 현재가 보이고 미래로 가는 길이 열린다. 역사는 그렇게 살아 있다. 그래서 역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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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대학교 시절을 회상하면, 두 교수님의 강의가 떠오른다. 장교수님과 전교수님의 강의다. 장교수님의 강의에서는 역사에 대한 기본 전제를 배웠다면, 전교수님에게는 역사에 대한 시야를 배웠다. 전교수님의 한민족과 다문화라는 강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문화에 경기를 일으킨다. 과거의 유물들과 사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민족은 허구일지 모른다고. 우리의 지난 역사는 단일민족이거나 폐쇄적인 문화를 가졌던 게 아니다. 반대로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던 개방적인 한반도였는지도 모른다. 시야를 넓게 봐야한다고 배웠다. 마찬가지로 권오영 교수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두 교수님의 강의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야를 보여준다. 우리가 알던 역사적 사실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역사는 생물과 같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역사는 살아 움직인다. 과거에 박제된 망령이 아니다. 변화한다. 고정된 진리나 법칙은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 증거에 기반 한 경향성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합의한다. 그 합의가 어떤 방식, 어떤 방법이냐에 대해서 논쟁이 있겠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호간 검증하교 정교하게 다듬는다. 중요한 것은 증거, 즉 사료다. 역사는 사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 세계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만들어졌는가(사관)에 따라 그 범위는 무한히 확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한없이 쪼그라들기도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는 범위를 설정하면서 시작한다.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역사는 구분과 범위 설정에 민감하다. 그래서 역사를 시간의 범위에 따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눈다. 지역별로도 나누고, 국가별로 나누기도 한다. 근래에는 이런 범위를 붕괴시키고 미시사나 빅 히스토리처럼 마치 역사가 아닌 범학문적인 역사도 많지만, 기본은 범위를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권오영 교수의 책은 이 범위 설정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고대 한국사는 우리의 잘못을 알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부족한 문헌 사료,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오류, 긴 시간의 경과에 따른 망각 속에서 우리는 역사적 진실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시야를 넓혀보면 다르게 보인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민족 (...) 실상, 그런 민족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p.223)” 한민족이라는 허구성, 폐쇄적인 문화는 조선 하반기 격동의 시기에 발생한 반동이었을 뿐, 길고 긴 한반도의 역사는 열린사회, 다문화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는 아직도 땅속에 머물러 있다. 또한 한반도가 아닌 이역만리의 타 지역에도 숨겨져 있다. 그렇기에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외국에 대한 발굴 지원과 학술 연구는 우리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자, 우리 스스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저자는 후배 사학자들에게 조언한다.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학자의 엉덩이가 더 가벼워져야 한다.(p.72)”.

역사는 흥미롭다. 우리가 우리 세계를 어디까지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디까지 범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경계가 변화한다. 단순히 한반도, 한민족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대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를 경험했다.(p.249)” 조금만 넓혀서 본다면 동아시아에서의 한반도, 나아가 세계 속의 한반도, 인류속의 한국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p.226)”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역사는 그저 과거에 집착하고 매몰된 죽은 학문이 아니다. 과거의 해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역사는 그런 질문과 대답하고 시작되고 이어미래로 나아간다.(p.77)”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거기에 대한 실마리를 안겨준다. 좀 더 범위를 넓게 보자. 우리의 미래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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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역사학 중에서도 문헌 사료가 가장 부족한 고대사 연구를 위해서라면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해 생산된 빅데이터의 활용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p.27

가야 고분의 고고학적 조사와 연구는 임나일본부설을 분쇄하는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유라시아 차원에서 전개된 원거리 교류에서 가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힐 것이다. p.57

2004년에는 용두산 정혜공주묘 주변을 조사하다가 3대 문왕의 부인인 효의황후와 9대 간왕의 부인인 순목황후의 무덤을 발견했다. 여기에 세운 묘비에서는 왕비가 아닌 황후라는 호칭이 사용됐다. 발해인들이(p.62) 자국을 황제국가로 인식한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이 귀한 자료의 전모는 발굴조사 이후 여태껏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발해사를 말갈족이 세운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깎아내리려는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자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외부적으로 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고학적 실물자료 없이 정치적인 의도로 작성된 당시의 문헌 자료로만 역사 연구를 시도한다면 얼마나 큰 왜곡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경고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p.63

백문이 불여일견이 진리이듯 백기록이 불여일유물인 경우가 자주 있다는 사실 p.64

땅에(p.71)서 새롭게 출토되는 자료에 의해 기존 정설은 붕괴되며 새로운 연구 과제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p.72

1부의 결론은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학자의 엉덩이가 더 가벼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문헌 자료만 가지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씨름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 답사가 필수인 시대다. p.72

역사학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고학자가 발굴한 유물을 가지고 화학자와 함께 분석하기도 하고, 토목공학자와 함께 공학적 원리를 규명하는 식으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역사 연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p.74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역(p.76)사는 과거의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하고 재구성한 결과다. 사학자라면 과거의 해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그런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되고 이어지며 미래로 나아간다. p.77

중국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고 한국사에서도 순장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던 때와 소멸되던 때를 확인 할 수 있으며 그 사이에 일어난 사회적 변혁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순장은 단순한 장례 풍습의 의미만이 아니라 계층분화 현상과 신분제 사회의 실체를 규명하는 실마리라 할 수 있다. p.112

대형 고분의 시대에서 불교 사원으로의 이행은 다시 말해 고대 사회에서 중세 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p.140

수도유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 고대 국가들이 주고받은 문화적 교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래저래 수도유적은 고대 국가의 다양한 면모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다. p.154

역사학자는 시세를 따라가며 연구해서도 안 되지만, 홀로 성을 쌓고 안주해서도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 교육이 우리의 고대 사회를 단일민족이라 표현하며,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민족으로 그려온 이미지를 정정하기 위해서다. 실상, 그런 민족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p.223

동쪽의 조용한 은자의 나라혹은 순수한 단일민족이라는 우상은 물론 고대시대, 우리의 교섭 상대는 중국과 일본뿐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깨야 한다. 쇄국을 국시로 삼던 19세기 말도 아닌데, 21세기에 태어난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런 역사관을 심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는 없다. / 21세기를 주도할 후손들에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 앞으로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태어난 장소와 얼굴 형태, 핏줄을 통해 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코리안의 인종적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p.226

몽골족과 스키타이, 무굴 등 우리가 제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국가는 사실 다문화 사회였다. p.233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분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국익을 위한 이합집산이 무궁무진하게 반복되는 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항상 우리 편을 들어주는 국가가 셋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주변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p.244

고대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를 경험했다. p.249

지금까지 소개한 유적들은 모두 우리 역사와 관련성을 갖기에 당연히 한국인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역사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것들만 연구해야 할까? 우리와는 무관하더라도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뛰어든다면 국고 낭비가 아니지 않을까? 이제 대한민국도 민족사를 넘어 세계사 연구에 공헌할 때가 되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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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박훈]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 | Memento 2021-02-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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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저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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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일본과 우리.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고, 그 차이의 결과가 어떠한지 살펴보는 와중에 미래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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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아는 나라가 둘 있다. 하나는 중국이고 하나는 한국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중국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딱 하나 있다. 어딘 줄 아느냐? 한국이다."(중국을 무시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는? 프레시안, 2010.12.10.) 떼놈, 왜놈이라 하며 중국과 일본을 무시하는 역사는 길 것도 같다. 수많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늘 싸웠어야 했다. 수천 번의 외침 속에서 상대를 놈으로 격하하고, 외부인을 적으로 규정해서 내부 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었을 테다. 그래야만 우리 스스로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을 법도 하다. 떼놈과 왜놈은 길고 긴 투쟁의 과정에서 핍박받고 상처받아 생긴 단어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고난의 역사를 보여주는 인식체계라 생각한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근원적인 인식,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똑같은 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두 국가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크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반도보다 강자였다. 분열의 시기도 있었지만, 대국으로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군사력과 문화적 우위는 중화세계의 근원적인 힘이었고, 그 체제 속에서 한반도는 겨우겨우 독자적인 생활을 영위해 왔다. 떼놈의 어원이 어쨌거나 비하의 의미에는 상위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이 섞여 있다. 반면, 왜놈은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게 한다. 비하의 의도는 명확하다. 우리를 창구로 중국의 문물을 수용했고, 우호적인 세력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역사가 길다. 반면, 임진왜란, 식민지 지배의 경험은 강한 증오심을 갖게 한다. 언제부터 한반도의 역량을 초월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메이지 유신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일본의 우위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분기점이다. 여기에는 아무도 반박하지 못할 테다. 서세동점의 근대 세계에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식민제국으로 성장했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전면전을 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만큼 강한 일본에 대해 한반도는 늘 모순적인 감정을 가져왔다. 왜놈이라 비하하지만, 한 때는 우리는 지배했던 민족. 경제 강국이지만 점차 노쇠해가는 일본. 그럼에도 아직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 그런 와중에 극일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극일을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단계가 극복 대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만 한다. 그 시작은 분명히 메이지 유신이다. 메이지 유신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역사로 배우면 쉽다. 나아가 역사 속에서 활약한 인물들을 알아야 한다. , 유신을 설계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박훈 교수의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은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

지금의 일본은 여전히 메이지 유신의 그늘 아래 있다. 메이지 유신과 일본 제국, 그리고 세계2차 대전 후 촉발된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현재의 일본을 설명하는 큰 줄기다. 이 줄기는 메이지 유신에서 시작된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메이지 유신이 촉발된 시기를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한 시대를 확인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영웅과 위인, 역사상 유명인물을 살펴보는 것이다. 역사상 유명인물이란 것은 특정 시기에, 특정 세력에 의해, 특정한 이유로 현창된 것이 쌓여 우리 앞에 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자체가 역사적(historic이 아닌 historical) 산물’(p.112~113)”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을 살펴볼 때 보통 인물의 위대함과 한계를 살펴본다. 인물의 한계와 위대함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역사적 인물이 누구건 절대로 시대적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아무리 훌륭하고 민본주의적일지라도 조선을 현재의 민주주의국가로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를 통해 일본이 전성기를 향해가는 시대적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다.

이 흐름에 매혹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로 마주한다. 일본은 근대화를 성공하며 수많은 문화적 자산을 남겼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위상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근대화에 실패했다. 식민지를 거쳐 내전과 냉전의 격전지의 상처로 여전히 날개가 꺾여있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주도권을 잃은 채 시대에 휩쓸려 다닌다. 메이지 유신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그들은 가능했지만 우리는 왜 실패했을까. 역사적 인물에도 마찬가지다,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유신삼걸(기도 다카요시,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등등 인재가 넘쳐났다. 우리는 왜 그렇지 못했는가. 누가 있을까? 실패한 개화파, 시대착오적인(또는 오해받는) 위정척사파는 우리 기억 속에서 희미하다. 역사에서도, 인물에서도 극명하게 비교된다. 메이지 유신, 4명의 인물을 살펴보며 박지원, 김옥균 등의 개화파와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역사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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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일본을 무시한다 해도 우리만큼은 일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일본을 존경한다 해도 우리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 p.15

우리는 모두 하늘이 펼쳐놓은 그물망 속에서 산다. 달리 말하면 시대적 제약이다. 역사상 위업을 이룬 인물들은 이 그물망의 한 부분을 뚫고 나간 사람들이다. 이들의 영웅적 활약에만 흥미 본위로 집중하다 보면 영웅사관에 빠지거나 궁중사극의 재판이 될 것이고, 그물망 분석에만 치중하다 보면 역사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희미해질 것이다. p.19

영웅과 위인은 그 시대적 제약을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한 겹, 두 겹, 혹은 세 겹 벗겨낸 사람들이다. p.20

역사상 유명인물이란 것은 특정 시기에, 특정 세력에 의해, 특정한 이유로 현창된 것이 쌓여(p.112) 우리 앞에 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자체가 역사적(historic이 아닌 historical) 산물인 것이다. p.113

어떤 시대에 어떤 인물들이 교과서나 위인전에 실리고 동상과 지폐초상으로 등장하는가는 그 사회의 사상과 지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점이다. p.113

도쿠가와 시대 사람들에게 국가는 일본 전체가 아니라 자기 번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국가의 틀을 넘어, 천하로 인식되던 일본을 새로운, 유일한 국가로 창출해가는 것, 그리고 번주에 대한 충성을 천황에 대한 충성(존왕주의)으로 전환해가는 것, 이것(p.119)이 메이지유신의 과정이었다. p.120

메이지 유신의 과정을 보면 이런 점진적 개혁의 연속이다. 구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되 퇴로는 열어둔다. 오도 가도 못할 궁지에 몰아넣는 일은 거의 없다. 이것이 큰 무력충돌 없이(p.275) 개혁이 진행된 이유다. p.276

일본 전통과 일본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역설적이게도 일본을 유럽적인 하나의 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p.282

철벽같은 체제를 부수고 백척간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말 미친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들이 부국강병을 이루었을 때에는 정신을 가라앉혀야 한다. 부국강병을 손에 쥐고도 계속 이런 자세라면 대사를 그르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여전히 제정신을 못 차린다면 국가의 핵심에서는 제거해야 한다. 초기 메이지 정권은 이에 성공했고, 1930년대 이후 일본은 이에 실패했다. p.292

메이지유신은 지금도 일본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사 기억투쟁의 주전장 중 하나다. 그러니 우리가 현대 일본의 유래와 현재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깊게 이해하려면 메이지유신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p.311

메이지유신은 그 자체로도 혁명사의 흥미로운 사례다. 거대한 변혁을 수행하면서도 기존사회의 어떤 부분은 잔존시켰고 연속성을 중시했다. 천황제의 온존은 대표적이다. 그 과정은 격렬하지만은 않았고 매우 타협적이었다. ‘연속하면서 혁신한 것이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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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루안 브리젠딘] 불가능하기에 한 걸음 더 | Memento 2021-02-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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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남자의 뇌

루안 브리젠딘 저/황혜숙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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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 생물학적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공감이나 이해는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능 하기에 한 걸음, 한 번더 노력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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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갈등은 대부분 차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다. 차이를 차별로 혼동한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명백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루안 브리젠딘의 <남자의 뇌>는 남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다. “루안 브리젠딘은 호르몬이라는 창을 통해 남자를 보여준다.(p.265)” 왜 남자들이 성적 충동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는지(?), 때로는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감수하는지, 서로의 영역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지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설명해 준다. 특히 남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시기별로 뇌와 호르몬의 변화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자의 일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가 장 흥미로운 점은 호르몬이 변하면 현실도 변하게 된다.(p.225)”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 회로는 매우 유사(p.12)”하지만 호르몬에 의해 차이가 생긴다. 우리의 문화와 행동 양식이 뇌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p.15)”하지만, 분명히 호르몬에 의해서도 생물학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인류가 생물학적인 변이를 겪지 않는 이상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이다. 이 간극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 있는 영원한 갈등의 씨앗이다. 결국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분쟁의 상당 부분은 서로의 선천적인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발생한다. (p.257)”

서로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두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공멸 또는 공존.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백하다.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분명 정교한 기계이지만, 반대로 예측 불가능한 동물이다. 스스로를 믿지 모하지만, 자신들의 가능성은 신뢰한다. 이 모순적이고 양가적인 존재는 좌충우돌 유전자와 호르몬의 충돌 속에서 문명을 이룩해 왔다. 그렇기에 이 간극을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노력, 스스로의 노력 및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긍정적인 본성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본성은 경계하여 약화시킬 수도 있다. p.264” 이것이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인지 모른다.

유전자와 호르몬은 인간을 정의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요소다. 유전자는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져 졌는지를 알게 하는 설계도이고, 호르몬은 그 인간을 특정하게 움직이게 하는 유도체다. 그래서 인간은 유전자와 호르몬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영웅이라도 인간인 이상, 유전자와 호르몬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어쩌면 우리의 믿음과는 달리, 인간은 그저 정교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라고 믿었던 존재, 나의 성격과 마음 역시 유전자와 호르몬의 상호작용에 결과일 뿐이다. 그 어떤 유의미한 존재라고 믿었지만, 실재로 기계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는 정교한 기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악으로 규정된 무수한 잘못들이 사실은 유전자와 호르몬 상호 작용 때문이라면? 그저 긴 진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물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계가 저지른 잘못을 무슨 논리로, 어떤 근거로 규정할 것인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인류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수많은 발전과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러한 행위들의 궁극적 목적이 모든 인간의 평등과 정의를 위한다면 상호 이해는 좋은 시작점이라 믿는다. 아직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상호 이해하려는 노력만이 유일한 길이다. 저자의 전작 <여성의 뇌>와 이 책은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우리는 유전자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반대로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할 때만이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 자유의지를 지닌 정교한 기계장치에 불과해도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존재임을 믿는다. 불가능하기에 작은 노력, 한걸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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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뇌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호르몬이 뇌 회로에 작용하여 여자의 전형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남자의 뇌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그리고 가장 일찍 시작하여 가장(p.11) 오랫동안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뮬러관억제물질이라는 호르몬이다. ... 전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회로는 매우 유사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같은 목표와 임무를 이해하고 달성하는 데 서로 다른 회로를 사용한다. / 또한 남자의 뇌 시상하부에는 성적 충동에 할애된 공간이 여자의 뇌보다 2.5배나 크다. 남자 시각 피질에는 밤이나 낮이나 성적인 생각이 떠돌면서 성적 기회를 포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p.12

본질적인 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p.14) 생물학만으로는 모든 사실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이이와 여자아이의 뇌 구분이 생물학적으로 시작되긴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 우리의 문화와 행동 양식이 뇌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p.15

데이비드의 남성 호르몬 분비가 재개되면서 아동휴지기가 끝나게 되면 폴과 제시카는 데이비드의 성적 호기심 때문에 걱정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의 행동 탐색, 위험을 감수하는(p.57) 뇌 회로가 숨 가쁜 속도로 작동할 것이다. 또한 출생 전에 형성되어 소년기 동안 강화된 분노와 공격성의 회로에는 호르몬이 연료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아동기 동안 데이비드의 남자 뇌에 형성된 모든 특징과 경향, 즉 행동, , 지배욕, 탐험, 위험 감수 등의 경향이 증대될 것이다. 변화된 뇌 회로와 높아진 호르몬 수치 때문에 데이비드는 부모의 말마다 이의를 제기하며 복종하지 않고, 성적 파트너를 찾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남자의 위계질서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배우자를 발견하고, 성인 남성이 될 때쯤 자기 이상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p.58

인터넷으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대신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대 소년에게는 말이 안되는 소리다. 연구결과를 보면 10대 소년 노의 보상 중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강렬한 감각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숙제는 전혀 그런 대상이 아니다. p.73

만약 여자가 남자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크게 달라진 자신의 세계관에 깜짝 놀랄 것이다. 남자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서 신체와 목소리가 변하면, 자신의 얼굴 표정도 변하고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는 모두 호르몬 탓이다. 호르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리 뇌의 인식을 수정하여 새로운 행동을 준비하게 하는 일이다. p.78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남자는 수백만 년 동안 생식력이 있는 여성에게 집중해온, 생물학적으로 선택받은 남자들의 자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건강하게 재생산할 수 있는 특정 외모의 여자에게 집중하게 진화되었다는 사실은(p.107) 모른다. 연구자들은 남자들이 모래시계 모양의 몸매, 즉 큰 가슴과 날씬한 허리, 납작한 배, 풍만한 엉덩이에 매력을 느끼는 현상은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의 뇌는 이러한 몸매를 보고 상대 여자가 젊고 건강하고 아마도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p.108

섹스가 항상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의 뇌 속에서 섹스는 사랑에 이르기 위한 필수 요소다. p.127

블레이크가 아직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팀과 블레이크는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고 있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이러한 이해를 기술적인 용어로는 공시성이라고 부른다. 공시성은(p.172) 마치 테니스 경기에서 발 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간지럼 태우기, 눈 맞추기, 웃기, 장난치기 등을 통해 발리는 일어난다. 루스 펠드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까꿍 놀이처럼 상호작용을 하는 놀이는 부모의 행동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아빠들이 아기와 매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으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공시성을 위해 필요한 강력한 아빠의 뇌 회로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밀접한 상호관계를 맺기 위한 환경은 사실 출생전부터 시작된다. p.173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아빠가 자녀의 양육에 참여하는 정도에 있어서 아빠의 생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주도권을 쥔 쪽은 엄마들이었다. 연구진은 아빠가 자녀에게 접근하는 데 엄마가 문지기 노릇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마는 아빠를 격려하여 양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줄 수도 있고, 비판적으로 문을 걸어닫을 수도 있다. p.176

남편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적고 아빠와 자녀의 상호작용을 격려하는 엄마가 가족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177

아빠가 거칠게 놀아준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이르렀을 때 훨씬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가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p.179

아빠의 말투는 실제 세상에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가교가 된다. 세상으로 나간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엄마처럼 자기 마음을 읽고 모든 필요를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니 말이다. p.182

좋은 아빠는 자녀를 공격적으로 다루기를 즐기는 동시에 공격적으로 보호하기도 한다. p.184

아빠들은 아들이 한 남자로서 험한 실제 세상에서 생존해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훈련시키는 일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아들을 거칠게 다루기 위해 애정 표현을 삼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빠가 아들과 자신을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아들도 따라야 할 행도으이 역할 모델로서 아빠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p.187

아빠가 자녀를 더 많이 안아주고 보살필수록 남자 뇌의 연결이 더 많이 만들어졌다. p.190

남녀 간의 전통적인 문제다. 남자는 여자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비난하고 여자는 남자가 충분히 감정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나는 상담실에서 늘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남자와 여자 모두, 상대가 진심으로 원하고 굳은 결심만 하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남자와 여자의 감정 처리를 위한 뇌 회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p.193

남자 뇌와 여자 뇌의 감정 처리 방법 자체가 다르다 ... 뇌에서는 두 가지 감정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나는 거울신경세포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측두정엽시스템이라고 부른다. p.195

남자의 뇌는 고통에 오래 빠져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감정을 알아채고 나면 재빨리 측두정엽시스템으로 이동해 인지적 감정 처리 과정을 완수한다. (p.198)자의 뇌는 급행열차와 비슷해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p.199

성호르몬은 남녀의 다른 감정적 스타일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남자 뇌의 회로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을, 여자 뇌의 회로는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런 호르몬들이 뇌의 특정 영역, 즉 편도, 시상하부, 그리고 거울신경세포시스템과 측두정엽시스템까지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p.203

남자와 여자 모두 사실을 기억하는 정도는 동일하지만, 감정적인 사건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여자가 더 오래, 그리고 더 잘 기억했다. p.210

안정적인 사회 위계질서와 평온한 가정생활이 남자의 폭력성향을 감소시키는 두 가지 요소임을 발견했다. p.218

과학자들은 허세와 가식, 투쟁 등이 남성을 특별히 같은 종의 수컷 경쟁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대 남성의 본능적인 경쟁과 위(p.219)계질서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인 호르몬과 뇌 회로 양쪽의 지배를 받는다. ... 이는 습관이나 문화적 전통을 넘어서는 남자 뇌의 구조적 특징이다. p.220

호르몬이 변하면 현실도 변하게 된다. p.225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동년배보다 더 일찍 사망한다. p.237

남녀의 다정한 접촉이 관계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실제로 여자보다 남자의 건강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p.250

남자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 남자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분쟁의 상당 부분은 서로의 선천적인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발생한다. p.257

남자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 뇌의 최우선 목표는 섹스와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목표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남자의 뇌 회로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남자아이는 처음부터 여자아이와 배우는 방식도, 흥미를 보이는 대상도 다르다. 행동과 자기주장, 거친 놀이가 생물학적으로 남자에게 새겨져 있다. (p.258) ... 사회적 압력과 자녀 양육 관습, 그리고 생물학이 남자의 뇌 회로를 바꿔놓기 시작한다. ... 이는 훈련과 생물학 양쪽의 결과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남자 뇌의 반응은 곧 고통의 경감을 위해 재빨리 해결채을 찾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게 된다. p.259

개인적으로 남자 뇌에 대해 배우는 것이 남자와 여자가 좀 더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동정심, 이해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이해는 양성 간에 균형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259

남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은 양육과 교육 등의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물론 환경이 지속적으로 남성성을 강화하기는 하겠지만) ‘생물학적요인에도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p.262

남자는 뇌에 새겨진 남자의 본성 및 평생 지속되는 호르몬의 강력한 영향력에 수동적으로 지배만 받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 및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긍정적인 본성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본성은 경계하여 약화시킬 수도 있다. p.264

루안 브리젠딘은 호르몬이라는 창을 통해 남자를 보여준다. 하지만 뇌과학의 딱딱한 개념들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임상경험에서 얻은 매우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속에 부드럽게 녹아들어 있다.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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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들의 역사-로버트 에반스] 악덕을 즐겨라,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라 | Memento 2021-01-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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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쁜 짓들의 역사

로버트 에반스 저/박미경 역
영인미디어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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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은 인간과 문명, 세상을 구성하는 불가피한 존재다. 피하기만 해서는 알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나쁜 짓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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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되새겨보는 시가 하나 있다. 김남주 시인의 <어떤 관료>. 근면, 정직, 성실, 공정, 충성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미덕이다. 하지만 김남주 시인은 말한다. 이 미덕을 따르기만 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그저 생각 없이 따르기만 할 때, 그 관료는 에 지나지 않는다. 긍정적인 성격도 마찬가지다. 긍정도 배신한다. 부정적인 성격은 이를 대비하게 한다. 최악을 가정하는 사람은 그 가정이 대부분 틀리기 때문에 늘 피곤하다. 하지만, 그러한 피곤함은 최악의 위기를 예방한다. 일기예보와 무관하게 우산을 늘 들고 다니는 일은 불편하고 쓸데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상청도 예상치 못한 이변을 대비하게 한다. 결국 우리가 아는 미덕과 부덕, 그것은 단순한 잣대로 나눌 수 없다. 미덕과 악덕은 지극히 인간의 잣대일 뿐이다. 자연의 잣대도, 신의 잣대도 아니다. 지극히 인간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로버트 에반스의 <나쁜 짓들의 역사>는 이러한 악덕의 기원에 대해서 탐구한다. 우리는 얼마나 악덕과 함께 살아왔는지 잊고 있다. 미덕을 권장하지만, 미덕만으로 삶이 이뤄질 수 있을까? ‘나쁜 행동이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켰을까?’라는 책의 부제는 그게 아님을 미리 말하고 있다. 저자 로버트 에반스는 알아두면 재미있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cracked.com의 편집장이자, 인기 작가다. 역사학이나 과학의 전공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흥미로운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내공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책의 묘미는 작가의 실험정신에 있다. 책의 주제도 마찬가지지만, 악덕, 나쁜 행동의 기원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몸을(때로는 지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그 행동들을 복원해 나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중독(, 음악, 약물 등), 뒷담화, 성매매와 성적 일탈 등은 일반적으로 허용하기 힘든 덕목들이다. 특히 술이나 약물, 성매매 등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개인적으로도 몸을 망가트리고, 개인의 인생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러한 부덕을 끊을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의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사라질 수 없다. 악덕의 긴 역사를 볼 때, 우리의 유전자와 문화 어딘가에 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올바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름만으로 세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바름도, 삐딱함도 엄연히 세상을 구성하는 한 종류,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인지 모르겠다. 나쁜 짓들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나쁜 짓이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청교도 혁명으로 호국경이 된 올리버 크롬웰은 호국경에 취임해서 청교도 도덕성에 기반한 엄격한 도덕주의를 지키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극장이나 운동 경기나 춤 등 청교도 입장에서 죄악시될 수 있는 행동들을 폐지했고, 대중음악마저 금지해 오로지 찬송가만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의 통치는 지속될 수 없었다. 결국 사람은, 그리고 세상은 선한 행동, 미덕만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미덕만으로 세상이 유지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소 다른 사실을 배우고 있다. 역사란 합의를 이룬 거짓말 덩어리”(p.347)에 불과한지 모른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과거의 악덕에 가림막을 쳤다.(p.405)” 이 가림막이 오히려 악덕과 나쁜 짓들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게 아닐까. 없앨 수 없다면 함께 살아가야 한다. 피하기만 한다면 결국 올바르게 활용할 수 없다. 사실은 진실로 거듭나야 한다. 쉽게 인정할 수 없겠지만 나쁜 짓들은 오늘날 우리를 존재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말한다. 나쁜 짓들의 진실에 대해서. 악덕을 즐겨라,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라.(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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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자 그대로 좀 더 멋진 파티를 열기 위해 소도시를 세웠고 결국 도시를 건설하게 되었다. p.15

우리가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사람들보다 더 취할 수 있다면, 우리가 거인의 어깨 위에(전임자들이 이룩해 놓은 것 위에 있는 것)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17

인간이 술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술이 굶어죽을 확률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직립 보행하고 이 타임 라인의 어느 지점에선가 우리는 술을 마시고 취하기 시작했다. p.31

소리를 물질로 분류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음파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p.46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는 수문을 인공적으로 활짝 열어주는 것이 음악이다. p.48

뇌파 동조’ ... 특정한 마음 상태를 유발하는 주파수가 있다. 생각과 감정은 뇌파로 측정된다. 대개 마음 상태가 다르면 그에 따른 뇌파의 주파수도 다르다. p.61

원숭이들이 사회적 계급의 상층부에 있는 아름다운 원숭이를 보려고 맛있는 것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대면할 기회를 갖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원숭이들이 낯선 엘리트 사진을 응시함으로써 무엇을 얻을까? 또 우리 인간은 무엇을 얻을까? 바로 지식이다. / 플랫 박사는 높은 계급의 원숭이 얼굴을 보는 것을 (p.86)급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원숭이들은 뛰어난 사회적 학습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에 비해 사회적으로 훨씬 더 성공한 이웃의 얼굴(혹은 행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짐으로서 배울 것이 있는지 본다. p.87

성공적인 사람을 모방하는 것은 진화적 이득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우리 뇌는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 그런데 일이 이상해지는 것은 그 충동이 우리 현대 세계의 문제점과 겹쳐질 때이다. p.90

유명인 숭배는 종교적 숭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 처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고전 학자인 에릭 도드의 주장이 옳다면 B.C. 3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p.99

신을 믿든 안 믿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제일 큰 존재론적(p.100) 질문에 대한 커닝 페이퍼를 찾고 있다. p.101

처칠과 스탈린은 술 때문에 친해졌다. 나치로부터 서구 문명을 구하는 데 술이 한 가지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은 문명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p.136

우리 중 일부는 애초에 그런 꼴같잖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주 옛날에 우리 종의 그런 찌질한 행동이 우리를 구한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p.159

더닝-크루거 효과는 무능한 사람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p.165

존슨과 파울러는 위험이 크면 클수록 과신의 가치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 또한 언급했다. 위험이 적을 때는 실패해도 그렇게 큰 타격이 없고 뜻밖의 횡재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것이 악플러들이 실제 현실에서는 잘 싸우지 않으면서 온라인에서 온종일 죽치고 앉아 자신의 무용담을 끝(p.168)없이 떠벌리는 이유이다. p.169

존슨과 파울러는 인간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잘 하는 존재로 진화된 한 가지 이유는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훨씬 더 믿을만하게 만들 수 있끼 때문이다. p.171

자아도취, 비아냥, 욕은 언제나 우리를 짜증나게 해왔다. 하지만 옛날 옛적에는 우리 종이 생존을 확보하려면 그것들이 필요했다. 과신은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호모 사피엔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도록 위험한 기회를 붙잡게 만들었던 원동력이었다. 추한 모욕과 공격적 허세는 젊은 세대에게 물리적 충돌을 피하게 했고 남는 시간에 섹스를 하게 했다. 현대에 이런 행동은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짜증스러운 정도까지 왔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행동이 인간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p.181

성 노동이 신앙의 동의하에 존속한 기간이 무려 3,000년 이상이다! 그러한 사실이 이상해 보인다면 그것은 현대에 와서 매춘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 전반을 놓고 보면 오히려 법적 금지가 이례적이다. p.189

매춘은, 적법하든 그렇지 않든 문명화된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198) ... 낸시 허먼은 <일탈>이라는 저서에서 듀로크하임이 불법 행동이 사회에 일조한다고 보는 두 가지 목적을 이렇게 요약했다. “하나는 문화에서 옳고 그른 것 사이에 차이를 정의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도적 틀의 압력으로 발생한 과도한 에너지를 배출하게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었(p.199).” p.200

매춘은 사회라는 직물 속에 직조되어 있다. 열심히 하고 억압된 문화의 굴레를 갑갑해하고 짜증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그것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성 종사자들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인간 문화가 악덕과 스트레스가 서로 충돌하는 도가니 속에서 태어났다. p.200

섹스 거래는 대부분 치유보다는 성욕 해소의 역할이 더 많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성장한 것으로 그것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적법한 치료 분야가 있다. 성 대행 행위라는 것이다. ... 의료적 성 종사업. p.203

듀르크 하임은 불법 행동의 세 번째 사회 기ㅤㅡㅇ을 사실로 가정했다. 그것은 사회 변화를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p.203) “나쁜 행위가 존재할 때 집단 감성은 새로운 형태를 받아들이는 데 충분히 유연하다. 그리고 나쁜 행위는 때로 집단 감성이 받아들이는 형태를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p.204

매춘과 성 대행 사이의 핵심적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환자들이 언제나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지불하고 원한다면 할 수 있다. 환자는 성 대행자에게 섹스가 포함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치료비를 지불한다. 게다(p.205)가 그것은 당연히 섹스로 시작되지 않는다. 섹스는 치료라는 긴 과정의 클라이막스일 뿐이다. p.206

약물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문화의 공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도 않다. 화학 물지과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 뇌가 자란 곳, 즉 우리 사회가 약물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한다. p.291

실제로 모든 대상자들은 다른 사용자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다양한 하위문화의 관습과 전통으로부터 적절(p.294)한 관행과 사회적 제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p.295

인간 사회에서 커피만큼 보편적으로, 혹은 거부감 없이 사용되거나 남용되는 약물도 없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그것에 흠뻑 빠져 있어 커피가 약물이라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낸다. p.342

대개 모든 사람들이 윈스턴 처칠, 혹은 나폴레옹, 혹은 히틀러가 맨 처음 한 말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인용구 하나가 있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 혹은 다른 것으로는 역사란 합의를 이룬 거짓말 덩어리다.” p.347

나는 역사상 커피 베잇 식품의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 카페인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약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고 짐작한다. p.374

성적 도착이 진화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인간의 삶에서 하는 역할이 너무 크다. p.381

한 가지 가설은 우리 뇌가 터무니없는 것의 에로틱화를 점점 발달시켜 가는 것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역병에 감염되지 않으면서 충동을 만족시키는 메커니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383

세기가 지날 때마다 우리 종에게는 에로틱 선택권이 점점 많아졌다. p.390

우리 종은 성 일탈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고등학교 교과서도 발 페티시와 바케트 딜도가 고대 인간들이 역병을 피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몇몇 문화에서 자위라는 개념 자체에 거센 공격을 퍼부음에도 불구하고 페티시는 인간 발달에 어떤 역할을 했다. p.390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과거의 악덕에 가림막을 쳤다. 약물이 역사의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을 최소화했고 매춘과 모욕이 인간 발달에 미친 영향을 은폐했다. 어느 곳이건 주류 역사는 가장 건전해 보이고 가장 위험이 적은 버전을 내놓는다. / 단 하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만이 예외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것이 여성이 여성을 위해 만든 의료 도구라기보다 고대의 포르노물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p.407

이산화질소와 에테르의 이야기는 이제 마약이나 환각제 분야에서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이 현대 합성 마약의 패턴이다. 주목할 만한 화학 물질이 발견되어 합성되면 과학자들이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최고의 사용법을 찾기도 전에 파티 약물로 먼저 사용된다. p.422

대부분의 다른 확각물질의 불법화는 우리 사회가 문화적 중량감을 키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문제이다. p.493

모든 악덕 뒤에는 충동이 있다. 우리는 건강하고, 세계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리고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면 세계에 무감각하고 그것과 점점 더 깊이 멀어지는 방식으로 충동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책으로 바라는 것은 당신이 피우는 다음 담배를, 당신이 마시는 다음 술을, 당신이 파티에서 먹는 그 어떤 환각 물질을, 소모품 이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 그것 뒤에 역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인간이 독창성과 발명의 무게를 더하고 난 다음에서야 당신이 그것을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음을 생각하라. p.494

악덕을 즐겨라,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라. 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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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이영도] 확장하는 세계, 새로운 모색 | Memento 2021-01-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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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시하와 칸타의 장

이영도 저
현대문학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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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작가도 변한다. 상상과 꿈은 확장한다. 그게 꼭 좋은 뜻일리는 없지만, 그 끝에 이영도가 내놓을 세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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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상상이라는 그리스어 판타지아에서 유래했다.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자체가 상상에 기반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는 그 상상의 날개를 더 펼칠 수 있는 장르로 곽광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과학적 엄밀성이나 물리적 사실성에서 비교적 벗어나 작가 개개인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데 유리하다. <반지의 제왕>이 신화와 전설 등을 차용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면, <해리포터>는 우리 현실 세계에 마법을 연결하여 신세계를 창조했다. 한국에서 전자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면 단연 이영도를 꼽을 수 있다. <드래곤 라자>를 필두로 <플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은 재미와 함께 철학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판타지 소설 작가 중 한명이다.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는 폐허가 된 세상에서 다양한 환상종들과 생존경쟁을 펼치는 이야기다. 헨리라는 드래곤이 지키는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칸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들은 환상종들에게 압도당한 채 버티고 있다. 동물원에서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존재에 의해 보호받으며 살 수 있지만, 인류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마트로 진출해서 옛날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이는 종 자체의 위기를 불러온다. 드래곤과 문학 유산, 시하와 탄생과 존재에 대한 고민은 인간에게만 해당한 것이 아니다. 환상종 역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존을 위해 치열하다. 그들의 투쟁은 판타지의 탈을 썼지만 실재로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는가.

그간의 저작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그간의 저작들이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계통이었다면, 현세계의 대멸망 이후라는 설정은 기존의 궤도와는 조금 다르다. 폐허 속에서 등장한 환상종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인류라는 설정은 그간의 이영도 식 장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올 듯하다. 다양한 신화 속 존재들을 차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변함이 없다. 다만 기존의 저작들이 여러 권에 달하는 긴 호흡에서 이뤄진 이야기들이라면, 이 책은 한권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 했다. “소설의 설정은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방대하고 탄탄할 필요는 있지만 드러내어 밝히면 나무는 말라죽게 된다.(이영도)”고 말 했던 그의 발언을 생각해 볼 때, 비교적 불친절한 저작이 아닐까.

판타지는 상상을 넘어 시대의 꿈이다. 사람들은 판타지를 소비하며 산다. 꿈을 꾸기 위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고 새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꿈은, 판타지는 그렇게 삶의 일부가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허황된 이야기, 재미만 추구하는 글이라고 매도한다. 어린애들 장난으로만 치부했다. 이는 꿈에 대한 부정이다. 삶에 대한 부정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장미도 필요하다. 세상은 이성과 논리, 과학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 상상, 판타지는 장미로서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판타지에 과학을 들이대면 남는 것은 허무뿐입니다. 소설은 리얼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다룹니다. 꿈에 과학적, 논리적 설명을 하려 들면 상당히 우스운 경우가(이영도)” 된다.

판타지는 빵도, 장미도 될 수 있다. 또한 꿈이 빵이 되는 세상이다. 그 옛날 꿈같던 신화, 이야기는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다. 영화가 되고, 게임이 되고, 상품이 되어 세상에 현현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오늘도 판타지에 매달린다. 꿈을 실현하거나, 소비함으로써. “우리가 익숙하게 즐기는 환상 그 자체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진지하게 모색(p.213)”하고 있다는 해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이영도의 다음 저작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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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나 장수, 놀라운 매력 같은 소박한 것엔 관심이 없나 보군, 인간.” “누구 좋으라고,” “? 무슨 말이야?” (p.10) “그건 전부 자식을 위한 거잖아. 매력으로 좋은 짝을 찾고 건강으로 안전하게 자식을 낳고 장수로 오랫동안 양육한다,” 데르긴은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런 식으로 보고 싶다면 유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만.” “자식이든 유전자든 남 좋으라고 살 생각 없어. 물론 널 위해 뭘 해줄 생각도 없고. 먹을 것 내놔. 안 그러면 지렁이와 요정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 미끼인지-” p.11

쇠락의 상징 같은 악취나 숨 막히는 먼지, 진득한 웅덩이 따위는 사실 활발한 생명 활동의 증거이다. 악취는 왕성한 미생물 활동의 결과(p.49)이고 먼지의 상당수는 동물의 분변이나 생물의 죽은 세포이며 웅덩이는 그것들이 순환한다는 증거다. 곰팡이, 거미줄 같은 것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생명 활동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런 것들은 쇠락은커녕 오히려 번성의 증거일 때가 많다. 사막이나 극지, 달 표면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그래서 그곳들은 황량하지만 지저분하지는 않다. p.50

경고라는 놈은 그게 문제야. 겁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리게 돼.” p.77

돌킨은 좋은 판다지 소설이란 현실 세계의 질서와는 유리된 2차 세계를 창작한 뒤 독자에게 진짜로 있는 세계처럼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p.203

로즈메리 잭슨은 환상이란 오히려 현실에서 환상은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적극적으로 명명하고 형상화하고 그것이 현실의 문제를 적극적으(p.250)로 다룰 수 있는 전복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환상은 독자에게 필연적으로 낯선 무언가일 수밖에 없다. 독자가 환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이며, 이러한 환상과 현실을 융합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끊임없이 찾는, ‘환상의 변증법과정을 거쳐야 한다. p.206

대중문화에서 환상을 빼면 이제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고증을 중시하던(p.212) 안방 사극 드라마에서도 환상은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킨다. 하지만 우리는 환상이 익숙할 뿐, 환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소설의 의의는 우리가 익숙하게 즐기는 환상 그 자체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해보고자 제언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였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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