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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1 개설

2016-11 의 전체보기
29번째 주인공 -'껌정드레스'님 | 지목! 릴레이 인터뷰 2016-11-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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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스블로그 입니다. 


예스24 대표 블로거를 소개하는 '릴레이 인터뷰' 29번째 주인공은 '껌정드레스(mkkorean)'님입니다.


 정드레스 블로그 바로 가기


 인터뷰에 응해주신 '껌정드레스'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예스 블로그 인터뷰 - 껌정드레스 ]



Q. 안녕하세요 "껌정드레스"님. 릴레이 인터뷰의 29번째 주인공이 되신 것 먼저 축하드립니다.

닉네임을 ‘껌정드레스’라고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껌정드레스입니다. 저를 소개할 때마다 꿋꿋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이라 말하고 있는데, 괜찮으시죠? 근 10년째 듣다보니 이제 블로그 친구분들은 다들 그려러니, 하고 적응하셨나봐요. 하하.


제 닉네임인 ‘껌정드레스’는 ‘카테리나 데 메디치(Caterina de' Medici 1519-1589)’, 프랑스어로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라고 불리는 인물의 별명에서 따 왔습니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태어나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가 된 카테리나는 남편 사망 후 검은 드레스만 입었기에  ‘검은 왕비’라고 불렸지요.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여읜 그녀는 삼촌인 교황의 계산에 의해 프랑스 왕실로 시집가게 됩니다. 외국에서 온 고아 소녀 카테리나는 지참금 문제, 그리고 천한 상인 가문 출신이란 이유로 프랑스 궁정에서 모욕을 받습니다. 남편도 그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앙리는 정부에게 빠져 있었기에 왕실의 공식 행사에서 그녀는 남편과 정부 뒤에 시녀와 같이 서 있어야 했습니다. 절망적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그녀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가 오길 기다립니다. 프랑스어와 역사를 공부하는 한편, 피렌체에서 가져온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으며 조용히 정세를 살피고 실력을 키웁니다. 드디어 카테리나는 네 아들 중 세 명을 왕위에 올리고 섭정 대비로 권력을 쥐게 됩니다. 물론 성 바르톨로뮤 학살 사건 등 그녀의 치적에는 오점도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카테리나가 오랜 세월 참고 내실을 닦으며 자신의 시대를 기다린 점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은 닉네임입니다. 블로그 시작하던 10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었거든요. 

(여기서 잠깐, 이 자리를 빌려 블로그 친구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발 좀! ‘프란체스카’ 아니라구, 이 양반들아! )


참, 위 사진에 보이는 애들은 기욤이와 서리에요. 정복왕 윌리엄, 프랑스어로는 노르망디 공 기욤과 그의 친구이자 가신인 초대 서리백작에서 따 온 이름이랍니다. 그러니까 저는 황금빛 호랑이와 하얀 사자를 거느린 백수의 왕, 전업작가랍니다! 안 물어봤다구요? 죄송합니다, 깨갱~



Q. 예스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자주 가던 동네 서점이 없어진 이후, 예스24에서 책을 주문해 읽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기에 구입한 책에 대한 평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기록이 블로그라는 공간에 모여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제 블로그에 와서 리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그냥 책 이름을 검색해서 들어가 거기에서 바로 리뷰를 쓰곤 했거든요. 블로그는 인터넷 상점의 개인 구매 내역 페이지 같은 것으로 알았답니다. 어느 날, 검색해서 리뷰를 읽으며 리뷰어 이름 근처에서 마우스 쥐고 흔들다가 실수로 클릭했습니다. 새로 화면이 뜨더군요. 세상에나, 깜짝 놀랐어요! 엄청난 리뷰가 질서 정연하게 모여 있고, 거기에 온갖 알록달록한 별을 단 이상한 이름의 사람들이 모여서 시끌벅적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바로 ‘책읽는 베토벤’님의 블로그였답니다. 그래서 그 대화에 끼어들었냐고요? 아니죠. 얼른 제 블로그를 찾아서 그동안 반말로 찍찍 써놓은 리뷰들을 다 지우기 시작했죠. (혹시 그 리뷰를 보고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부디 제 과거는 잊어주세요. 흑흑) 이어서 리뷰어 클럽에 가입하고, 책과 영화 리뷰, 변기 뚫는 이야기 같은 소소한 제 일상사를 쓰고, 다른 분들 블로그 마실 다니며 수다 떨기 시작해서,,,, 이렇게 예스 블로거 인터뷰에까지 등장하게 되었네요. 쓰다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댓글도 못 달았는데 말이죠. 하하.

 


Q.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을 말씀해주세요.



위 사진은 <이 언니를 보라> 출간 기념 행사 뒤풀이 때 사진작가 이흥렬씨께서 찍어주신 사진이에요. 당연히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여러 친구분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제 인생의 글벗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격려를 받으며 작가까지 되었죠. 사실 어려서부터 제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거든요. 그러나 용기가 없었어요. 물론 저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요. 그런데 친구분들께서 “너 작가해도 되겠다. 책 내라. 우리끼리만 읽기는 아깝다. 책 낸다면 내가 100권 사 줄게.” 뭐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이분들이 다른 분 블로그에 가서도 그런 댓글을 달고 있다는 것을. 원래 덕담을 잘 하시는 분들이라는 것을. 그래도 좋았습니다. 제 재능은 믿지 못해도 마리에띠님이나 쟈파님, 하루님 등 이 능력자 친구분들의 안목을 믿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2011년 가을, 첫 책을 계약했습니다. 미모를 상해가며 새벽 4시까지 읽고 썼죠. 직장 다닐 때였거든요. 오로지관객을 비롯한 많은 친구분들이 맥주를 사 주며 응원해 주셨죠. 제 미모는 덕분에 더 망가졌고요. 드디어 2013년 1월, 첫 책인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를 내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친구분들이 출간 기념회를 열어 축하해 주셨죠. 빨간비님과 생소해님께서 밴드를 결성해 연주를 해 주시고, 친구분들이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 잊지 못할 순간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100권 사겠다는 댓글, 캡처해 두었답니다. ”


음, 그리고 또 좋았던 점이 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 인성이 좋아진 것 같아요. (뭐 좋아져봤자 이 정도이긴 합니다만) 뭐랄까, 마음 속 해묵은 어떤 원망과 결핍감이 없어졌어요. 전에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호리병 속의 마귀’처럼, 내 아픔에만 빠져서 타인들과 교감을 나누지 못했던 것 같아요. 병을 열고 나를 꺼내준 사람을 오히려 해치려 들었죠. 그런데 똑같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작은 공간에서 혼자 읽고 쓰고 있지만 지금은 ‘호리병 속의 마귀’가 아니라 ‘램프 속의 지니’ 같은 긍정적 성격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이제 은혜를 갚고 싶군요. 나를 꺼내준 당신, 껌정 지니에게 소원을 말해 봐~ 4개만 말해 봐~ 봐~ 봐~

 


Q.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도서관입니다. 아래 사진은 첫 책을 쓴 은평구립도서관입니다. 북한산 자락에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은 도서관인데, 해질 무렵 풍경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이사를 해서 주로 마포평생학습관과 양천구립도서관을 번갈아 다니며 네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찾는 역사 분야 책들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고 절판된 경우가 많아서 큰 배낭 짊어지고 책 찾으러 서울 시내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이건 뭐 산타 클로스도 아니고 망태 할머니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책을 읽고 제 원고를 쓸 뿐만 아니라 외국어도 배웁니다. 다른 작가분들 공개 강연 들으러 가기도 합니다. 올해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쓰신 우에노 치즈코 선생님을 서강 도서관에서 뵙게 되어 기뻤습니다. 여튼, 거의 도서관과 집만 오가는데도 왜 이리 바쁘고 피곤한지 모르겠습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산다니까요, 글쎄.




Q. 최근 새롭게 생긴 관심 분야가 있다면?


발레입니다. 2014년 1월부터 새해 결심으로 성인 발레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3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 봄에는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레 실피드>라고, 쇼팽의 곡에 맞춰 공기의 요정이 군무를 보이는 작품에 요정 중 하나로 춤췄답니다. (이 양반들아, 요정이라구요. 요괴 아니라구요.) 학원 게시판에 공연팀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좀 고민했습니다. 이 실력에, 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하지만 저는 눈부시게 하이얀 무대 의상을 꼭 입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외치며 등록했죠. “쪽팔림은 순간이고 추억은 영원하다!” 하하. 이 말은 제 좌우명이에요. 그 후 3달간 맹연습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저는 저도 몰랐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원장님은 물론 다른 선생님들께도 칭찬 많이 들었어요. “껌정 씨, 정말 재능 있네. 다들 껌정 씨처럼 하세요.”라고. 진짜에요. 그런데 그 재능이,,, 발레 재능이 아니라 바느질 재능이었다는 것! 발레 하다보면 손바느질할 일이 많이 생기거든요. 토슈즈 끈도 스스로 꿰매야 하고, 무대 의상 수선도 스스로 해야해요. 아아, 저의 재능은 글쓰기도 발레도 아니고 바느질이었습니다.


취미로 발레를 배운다고 말하면 다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껌작가는 글 쓰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발레로 푸는가 보다’라고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제 발레 실력을 과대평가하지 마십시오. 저는 발레 학원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받고 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저는 발레, 진짜 못합니다. 기초반에서 레벨1반 올라가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세 배나 걸릴 정도였습니다. 뛰다가 제가 제 발 밟고 넘어질 정도로 못해서 발레 수업 시간 내내 스트레스 잔뜩 받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마흔 넘어 발레 배우나, 자괴감 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음이 듭니다. ‘그래, 발레보다 글 쓰는 게 내겐 더 쉽구나!’ 히죽히죽 웃으며 집에 돌아가 아까 안 풀려서 다 못쓴 대목을 이어서 써 봅니다. 세상에, 너무도 잘 써집니다. 오, 발레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글 쓰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도 아니었군요!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발레학원 가서 스트레스 받고 오는 것이 너무도 좋습니다.

 



Q.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보고 듣고 겪어서 생긴 경험에 기인한 판단력을 갖고 돌아갈 수 없다면 3년 전으로 돌아가도 마찬가지 선택과 행동을 할 것이 뻔합니다. 또, 지난 3년간의 경험을 갖고 3년 전으로 갈 수 있다고 해도 그때의 결과를 바꾸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3년의 시간을 다 같이 보내고 여러 사건사고를 겪어 현재에 이르렀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깨달음을 갖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 동네 사우나에 가서 어르신들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어요. 박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이용당해서 불쌍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렇다고 어떻게 나라님을 내려오라고 하냐고 하시더군요. 그분들과 저는 똑같이 서울 변두리 사우나 열탕 속에서 인간 수육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죠. 하지만 그분들은 시간적으로는 아직도 1960~70년대, 아니 왕조 시대에 계신지도 모릅니다. 아아, 이 이야기는 예스 블로그 인터뷰 취지에 맞지 않은 방향으로 갈 것 같아 그만 접습니다.


음, 3년 전으로 돌아가 기욤이와 서리의 아기 시절을 다시 보고 싶기는 하네요. 사랑스런 수컷들이 빨리 늙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제가 늙는 것은 괜찮습니다. 뭐, 늙어봤자 예쁜 할머니 되겠죠. 별 일 있겠습니까? 하하.



Q. 최근 본 책이나 좋아하시는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고본 춘향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노트르담 드 파리> 못지않은 사랑과 저항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춘향전>은 한시와 중국 고사,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시조, 민요 등등을 인용하는 등 19세기까지의 국문학과 한문학의 정수를 다 담고 있습니다. 마치 랩처럼 각운을 이용한 언어유희 등 민중들의 언어습관과 해학을 담기도 하여 가히 국문학 산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판소리계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양반 구미에 맞는 주제를 내걸고 있습니다. 양반이 착석한 자리에서도 불려지는 판소리의 사설에서 기원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면적 주제는 혁명적이지요. <춘향전>의 주제도 고리타분한 열녀의 정절만은 아닙니다.


춘향은 처음에는 이몽룡의 정실부인이 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도령이 한양으로 갈 때에도 과거 보고 장가 들고 성공한 후에 잊지 말고 첩실로 데려가라고 당부하죠. 이도령 역시 그저 성경험을 해 보고 싶었을뿐이지 춘향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이때의 춘향은 현실을, 자기 신분의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춘향이 각성합니다. 변학도의 수청 요구를 거절하고 매를 맞고 옥에 갇히는 과정을 통해서요. 춘향은 여성의 정절이나 절개가 신분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양반가 여성은 정절을 지키면 칭송받지만 낮은 신분의 여성들은 같은 인간이 아니기에 정절을 지킬 권리가 없습니다. ‘수청’이란, 국법을 빙자한 상층 남성들의 성착취에 선택의 여지없이 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춘향이가 ‘절개는 신분을 가리지 않으오이다.’라고 기생의 딸도 정절을 지킬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천부인권을 주장하는 것이며 변사또에게 저항하는 것은 국가와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각성한 춘향은 이도령의 첩실이 아니라 정실부인이 됩니다. 이건 철부지 이도령을 진실한 사랑에 눈뜨게 하고 같은 인간으로 동등한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그저 신분상승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즉, 16세 어린 소녀가 국가와 지배계급과 남성의 편견에 맞장 떠서 자신의 존엄과 사랑을 지킨 이야기, 그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남자도 성장시킨 이야기, 이게 제가 좋아하는 <춘향전>입니다. 한마디로 ‘보이스 비 앰비셔스’만큼이나 멋진, ‘걸스 비 개기셔스!’가 주제랍니다. ‘걸스 비 개기셔스!’ 어때요? 제가 지어냈어요. 제 좌우명입니다. 아, 아까 좌우명 이미 나왔다고요? 좌우명도 두 벌이 있어야 빨고 말려서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구요. 하하.  


<춘향전>은 판본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릅니다.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나 경판본 춘향전을 현대역한 춘향전은 많이들 읽으셨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읽는 맛이 재미있는 <이고본 춘향전>을 추천합니다. 더불어 <정절의 역사>,<조선의 섹슈얼리티>,<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 등의 역사책을 곁들여 읽으면 더욱 재미있으실 것입니다. 아래,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사랑의 성지, 남원 광한루원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Q.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좋아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앞 시대를 냉철히 고찰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아간 역사 저자들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저자들이 쓴 역사서를 읽으면 배경으로 다룬 시대를 통해 현재 자신의 시대를 말해주는 저자들의 낮은 목소리가 행간에서 들립니다. 소름이 돋아 미칠 것만 같습니다. 한 작가에 꽂히면 스토킹하듯 전작을 다 읽습니다. 저서와 역서 가리지 않습니다. 블로그 친구들은 이런 제 독법을 보고 ‘한 놈만 팬다’고 평하시더군요. 참 맘에 들어요. 센스쟁이들!


이제 껌정의 남자들을 고백할 시간이 왔군요. 일단 서양 중세사에서 프랑스 아날 학파의 대표적 학자인 마르크 블로크. 그는 강단에만 머무르지 않고 2차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에 자원하여 활동하다가 독일군에게 총살당했습니다. <봉건사회>가 가장 유명하지만 <역사를 위한 변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줍니다. 최근 번역된 <기적을 행하는 왕>도 중세~근대인들의 심성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문체와 인간 심리 묘사 쪽으로는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망명하던 도중 시대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지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장 유명하지만 저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와 <에라스무스 평전>, <아메리고>를 좋아합니다. 과거 한 시대의 폭력에 외롭게 저항하거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주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현 시대의 폭력까지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크도 츠바이크도 자신이 속한 서구권 세계만 보고 이야기하고 비판합니다. 이 점이 걸리더군요. 역시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여기까지 아우르는 시선을 보려면 우리 저자들이 쓴 역사책을 봐야 하겠더군요. 그럼 이제부터는 제가 독학하면서 만난 우리 저자들의 좋은 대중역사서를 소개할게요. 우리 안에 내재한 서구 제국주의자의 시선을 버리는 데에는 이성형 저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정주농경문명 아닌 다른 방향에서 역사를 보는 데에는 김호동 저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육지 아닌 바다의 역사를 통해 근대의 형성을 보는 데에는 주경철 저 <대항해 시대>, 바다와 제국주의의 관계를 보는 데에는 주강현 저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문화사와 미시사에 눈 뜨는 데에는 조한욱 저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문학과 역사, 영화를 넘나드는 대중적 역사 에세이로는 박상익 번역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주경철 저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읽기>, 차용구 저 <로마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가 좋았습니다. 이 선생님들은 저서는 물론 역서도 다 좋습니다. 심지어 이 선생님들께서 쓰신 추천의 글이 실린 책들도 다 믿음이 가더라고요. 여기서 잠깐, 깨알같은 광고 시간을 갖겠습니다. 제가 쓴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 표지 뒷면에는 조한욱 선생님의 추천사가 인쇄되어 있답니다. 하하! 자랑스럽습니다!


한편, 제가 살아오고 읽고 쓰면서 늘 뭔가 부족하고 이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여성사를 읽으면서 좀 채워지더군요. 거다 러너를 소개합니다.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체계화된 여성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읽다보면 많이 우울해집니다. 그러면 이어서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를 읽어보세요.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다른 목소리는 늘 있었습니다. 한편 <왜 여성사인가>를 읽어보면 유대인으로서 나치를 피해 미국에 와서 결혼 후 마흔 다 되어 대학에 들어가 여성사란 분야를 개척한 저자의 삶을 만나게 됩니다. 저자는 어디서나 주변인이란 의식을 가졌기에 흑인 여성사를 주력으로 연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도 가슴 뭉클했습니다. 강추! 세 권 중 두 권이 현재 절판이라, 추천하면서도 죄송하군요.


이렇게 역사서를 읽다보면 세상과 인간을 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좀더 다양한 측면에서 현상을 보게 된다고나 할까요. 아까 사우나에서 만난 어르신들 이야기를 다시 해 볼까요.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박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는 그분들을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분들은 강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게 되었을까? 그분들이 살아오신 시대는 과연 어땠기에? 그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라고 강요받았기에?’ 뭐 이렇게 말이죠.


결국은 그렇습니다. 다르게 보고 읽기! 한번 외쳐 볼까요? ‘걸스 비 개기셔스!’ 네, 세상에 통용되는 해석에 개겨봐야 합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자연스러운 것도 역사의 필연적 결과도 정당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를 지배하는 시스템이나 논리 외에, 우리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 가능성을 과거에서 가져와 현재에서 상상하고 실천하게 해 주는 힘은 역사서 읽기에서 나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앞으로 예스블로그를 어떻게 가꿔 나가실지 알려주세요..


지금처럼 읽고 쓰고 기록하며 글벗들과 이야기 나누는 공간으로 쓸 것입니다. 리뷰 본문글뿐만 아니라, 댓글에서 여러분과 주고 받은 대화도 다 저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저는 작업하다 막히면 블로그 와서 관련 책 리뷰와 달린 댓글들을 다시 읽어 본답니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하지요.


제 책이 완성된 요리라면 제 블로그는 요리가 이뤄지는 부엌입니다. 다른 독자분들과 달리 예스 블로거 친구분들은 완성된 요리만 맛보시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다듬는 과정부터 저와 함께 하고 계시는 셈이죠. 소금 간을 해라, 아니다, 여긴 간장으로 간을 해야 깊은 맛이 난다,,, 도움말을 주고 계시네요. 아,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참 좋습니다. 당신은 칼에 베인 제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여 주셨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몰래 장 봐와서 냉장고에 넣어주신 분은 누구시죠? 하하.


친구분들,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제 부엌에서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저와 함께 늙어갑시다. 그리고 제가 새로운 요리를 식탁에 차릴 때마다, 즉 새 책을 출간할 때마다 카드를 꺼내 들고 이렇게 외쳐 주세요. “껌정, 내 돈을 가져가!”




 

Q. (gypsy님 추가 질문) 껌정드레스님께 다음 질문도 드립니다.

 

 gypsy : "역사 에세이를 쓰십니다. 역사 이야기를 읽으며 봐왔던 이 사람에게선 이런 점을 저 사람에게서는 이런 점을 하면서 요모조모를 끌어 모은 이런 캐릭터가 이로이로한 역사의 면면들을 그러모아 만든 요런 서사를 가진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는 조합을 만들어 주세요. 영웅도 좋고 악역도 좋아요~ "


요모조모 이로이로,,, 하하. 정말 집시는 구어체 문체를 매력적으로 구사하지요? 닉네임을 가려도 누구의 글인지 당장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을 가진 친구에요.


음, 다행입니다. 어려서부터 생각해놓은 캐릭터가 있거든요. 저는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했어요. 홍길동에게 누나나 여동생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서출이라도 서자보다 서녀의 삶이 훨씬 열악했을테니까요. 상상을 해 봅니다. 홍판서에게 홍길동 못지않은 재능을 가진 서녀가 있어요. 손권의 누이 손상향의 무예실력, 마틸다의 군사지휘력, 미실의 성적 매력, 엘레오노르의 정치력, 유디트의 담대함, 만덕의 포용력, 신사임당의 예술적 재능, 허난설헌의 시적 재능, 수로 부인의 미모, 제인 에어의 의지, 카테리나의 인내심,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껌정의 손바느질 재능을 갖추었죠. 그녀가 활약해서 조선 사회를 개혁하는 이야기. 혹은 홍길동의 최순실이 되어 그를 왕위에 올리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이야기. 아니면 홍길동의 참모가 되어 돕다가 홍길동이 율도국의 왕이 된 후 부인을 두 명 얻을 때, “이런 꼴 보려고 내가 니를 도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하며 오빠의 등짝을 때리고 다른 이상국을 건설하러 떠나는 이야기,,, 이런 상상을 해 봤습니다. 어때, 집시야, 재미있을까? 하하.



Q. 마지막으로 다음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갈 블로거를 지목해주시고, 그 블로거에게 궁금한 점도 말씀해 주세요.

 

사심을 가득 담아, 에나님을 지목합니다. 과학 분야 책 구입할 때 에나님 리뷰 먼저 읽고 참고하는 블로거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과학 쪽은 모르지만, 에나님의 역사나 문학 쪽 리뷰를 읽다가 감탄한 적이 많습니다. 에나님께서 전공 분야에서 갈고 닦으신 실력이 역사 쪽 리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부럽게도, 에나님은 스페셜리스트의 깊이와 제너럴리스트의 폭, 두 시선의 장점을 겸비하셨습니다. 

자, 에나님께 질문합니다. 평소에 이런 자질을 의식적으로 갖추려고 하시는지, 그러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는지요. 의식한 적이 없었다면 그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지신 것이니 앞의 질문 대답 대신 평소 읽을 책 리스트를 작성하시는 노하우를 말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어서 닮고 싶은 글쓰기 실력을 가진 저자를 소개해 주시고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이상으로 마칩니다. 사실 이 인터뷰에 응하면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 다른 분들의 기회를 뺏는 것 같아서요. 저는 이미 작가 블로거로 예스 블로그 메인 화면에 늘 소개되고 있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배턴이 넘어왔고, 이왕이면 박근혜, 최순실과 트럼프 때문에 우울한 이 시점에 친구분들께 웃음을 드리고자 했는데, 너무 길고 지루하게 쓴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진짜 웃겨 드릴게요. 자, 아래는 ‘숨은 껌정 찾기’ 사진입니다.


하하, 사랑하는 글벗님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껌정드레스'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음 인터뷰이로 지목되신 'Ena'님께서는 

참여 여부를 쪽지로 알려주시면 자세한 안내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0^

감사합니다. 


* 인터뷰를 읽고 11월 28일까지 댓글을 남겨 주신 분 중 추첨하여 10명에게 포인트 1,000원을 드립니다.

* 추천도서 읽기 이벤트에도 많은 참여 바랍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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