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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by 아오야마 미치코 | 기본 카테고리 2023-03-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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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저/이경옥 역
빚은책들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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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스 esquisse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그림과 설계도 등을 위해 작성하는 초벌 그림(下?), 약화(略?), 화고(?稿) 등의 뜻. 데생(소묘)과 수채화, 혹은 유화 에스키스도 있을 수 있다. 하나의 최종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몇 점씩의 에스키스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 표지가 마음을 안정시킨다. 아오야마 미치코는 월요일의 말차 카페와 목요일의 코코아로 어느새 익숙한 작가가 되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스릴러나 추리처럼 긴장 - 쫀쫀한 긴장감 때문에 추미스를 좋아하지만 - 없이 마치 불멍, 물멍을 하듯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게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 작품의 장점인듯싶다.

처음 책을 만났을 때는 그저 방안의 분위기만 느낄 수 있는 표지였다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만난 표지는 소설의 처음과 끝을 잇는 에스키스라 불리는 그림 한 점을 만나게 한다. 초벌 그림을 뜻하지만 하나의 완성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에스키스는 하나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나 보다. (출판사 책 소개 글에서는 몇 번이라도 어디서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삶'으로 소개된다)

넓은 세상을 꿈꾸며 교환학생으로 멜버른을 찾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지쳐가고 있던 레이는 멜버른은 유쾌한 현지 학생 부(사실은 블루)를 만나 유학 기간 동안 기간 한정 연애를 시작하고, 귀국하기 직전 부의 부탁으로 에스키스의 모델이 된다. 이렇게 시작된 에스키스의 여행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확신을 갖지 못하던 한 청년에게 행복한 꿈을 이어가게 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제자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하던 스승에게 다시금 자신을 믿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잠시 잠깐 흔들렸던 연인의 인연을 다시 이어주기도 한다.

앞서 읽었던 월요일의 말차 카페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처럼 편안하다. 네 가지 인연의 이야기지만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은, 모든 인연들이 하나로 이어진 듯하다.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라는 제목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들이 그저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인연이 되어 비로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된다는 당연하지만 지금껏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실을 돌아보게 한다.

"친구에게 전해줘.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떤 세상이 든 사람이 하는 일은 다 똑같아. 먹고 자고 일어나고 좋아하 기도 싫어하기도 하는 거야." (p.45 금붕어와 물총새)

"그건 둘 다 아닐까.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고. 서로 이런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모두 단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p.79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

"대표는 가볍게 턱을 괴고 먼 곳을 보듯이 말했다. '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맘대로 살아야 한다고들 하잖아. 나는 그 말이 참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해. 한 번뿐이라고 각하면 마음대로 할 수 없거든.'
뜻밖이라는 생각에 나는 놀랐다.
'대표님은 맘껏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대표는 소녀처럼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 맘껏 살지. 그렇지만 있잖아, 난 말이야, 인생은 몇 번이나 있다고 생각하거든 어디서라도 어떤 식으로도,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이야. 그런 사고방식이 좋아.'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이 사람답다. 굉장히. 대표는 자신을 안는 듯한 몸짓으로 두 팔을 잡는다." (p.205 빨간귀신과 파란귀신)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너에게오는건사람이아니라사랑이야#아오야마미치코#이경옥#빚은책들#연작소설#수채화같은소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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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걸 배드 걸 by 마이클 로보텀 | 기본 카테고리 2023-03-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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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굿 걸 배드 걸

마이클 로보텀 저/최필원 역
북로드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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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권 다독을 하는 리더들에 비해 하찮은 수준이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권은 꼭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감히 중간 이상의 독서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세상은 책의 화수분이다. 읽어도 읽어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간과 신간을 읽을 때마다 북마크를 해 둬야 하는 작가가 늘어난다. 흥미진진한 책장을 넘기며 오늘도 나의 관심 작가 리스트가 업데이트된다.

과거 없는 소녀, 살아남은 소년 그리고 그들 앞에 죽음과 함께 등장한 거짓 뒤의 소녀. 세 사람의 아물지 않은 과거의 흔적은 현재의 그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삶을 남긴다. 책을 읽기 전이라면 생각보다 강력한 스포일러로 작동될 개연성이 있는 관계로 이들의 과거를 거론할 수 없지만 과거가 없는 특별한 소녀 이비와 살아남은 소년 심리학자 사이러스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아니라, 그럴 리 없다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다.”

과거의 특별한 사건 때문일까, 마치 다른 사람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상대방의 진실을 볼 수 있는 소녀 이비. 어린 이비를 돌볼 가족도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열여덟 살 성인임을 주장하며 호시탐탐 감옥 같은 소년원 랭포드홀에서의 독립을 꿈꾼다.

누구도 의지할 수 없었던 문제아 이비에게 아무 조건 없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이러스가 나타나고, 후견을 자처한 사이러스 덕분에 드디어 랭포드홀을 벗어나 사이러스와 함께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한 이비. 하지만 그녀는 사이러스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하는 완벽한 독립을 위해 꿈꾸는데,,,

한편, 사이러스는 경찰의 요청으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피겨 유망주 조디의 사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인과 후두부의 상처 그리고 발견된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정액만으로도 수사는 오리무중이 되어가고 있는데 심지어 어린 소녀가 임신을 한 채 죽어간 사실까지,,, 그녀의 주변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어린 소녀에게 감당하기 어려웠을 추악한 비밀이 모습을 들어낸다. 도대체 그녀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던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과 함께 막을 내린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찾아 읽는 편인데 호주 제1의 범죄소설가이자 CWA골드대거상 수상 작가 마이클 로보텀을 처음 만나다니,,, 어디 가서 범죄 스릴러 장르 좋아한다는 말은 입도 뻥긋하지 말아야겠다. ^^;;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인데 가독성 최고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주요인물의 서사가 완전히 베일을 벗지 않아 자연스럽게 후속작을 기다리게 된다.

"오래전, 대학교 스승인 조 올로클린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둠 속에 뛰어들어 환자를 구해내는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된 심리학자라고 강조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려면 자신부터 젖을 각오를 해야해' 그는 말했다. 난 젖을 각오가 됐어, 이비. 조금만 더 참아줘." (p.575~576)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굿걸배드걸 #마이클로보텀 #북로드 #스릴러 #범죄스릴러 #컬처블룸 #서평단 #골드대거상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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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인 by 호시 신이치 | 기본 카테고리 2023-03-2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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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완벽한 미인

호시 신이치 저/이영미 역
하빌리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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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 쇼트, 초단편 시리즈. 짧은 글들을 읽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극단적으로 짧은 단편을 모아놓은 책을 읽은 건 거의 처음이지 싶다. 저자 호시 신이치는 이런 형태의 초단편 소설을 정착시키기 위해 1,000편 이상의 스토리를 발표했다고 한다. 작가의 노력이 딱히 신경 쓰지 않던, 아니 특별히 장르라고 조차 생각하지 않던 초단편 소설 장르에 관심이 생기게 하는 스토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극단적으로 짧은 소설이라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멍한 상태로 읽기에 딱 좋다. 그러면서도 200자 원고지 20매 미만의 짧은 글에 참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초반부의 봇코짱 - 완벽한 미인으로 단편집의 표제작답게 짧은 이야기에 로봇, 사랑, 질투, 범죄 그리고 허세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이나 살인 청부업자, 이상한 약 등은 다소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하며 짧은 스토리 안에 기승전결을 다 담고 있는 구성이 놀랍다. 심지어 50편의 단편에 담긴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생활유지부. 2000년이 되기 전 쓰인 작품이라고 하기엔 좀 소름 끼치는 소재다. 모든 것이 갖춰진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살기 위해 언제든 미련 없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도 신박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이의 생을 마감시키던 당사자조차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부분을 읽을 땐 소름이 돋는 기분까지 느낀다.

"상관없어. 내가 결정한 순서니까. 아, 생존경쟁과 전쟁의 공포가 없는 시대에서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어서 즐거웠어." (p.114)

완벽한 미인은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두 권의 시리즈가 더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짧지만 강렬한 다음 단편집이 기다려진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완벽한미인 #호시신이치 #하빌리스 #호시신이치쇼트_쇼트시리즈01 #일본소설 #단편소설 #초단편소설 #책과콩나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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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을 잃은 패의 얼굴이었다, 낭패 by 미아우 | 기본 카테고리 2023-03-2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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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낭패

미아우 저
마카롱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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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뒷다리가 없는 용맹하지만 꾀가 없는 전설의 동물 ‘낭(狼)’과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앞다리가 없는 꾀가 많으나 겁쟁이 전설의 동물 ‘패(狽)’. 서로의 마음이 맞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공황상태가 되어버리는 ‘이런 낭패가 있나!’가 절로 나오는 관계라 하겠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보통 어떤 일이 틀어지거나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실패했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낭패(狼狽)와 유래된 전설의 동물에 대해 알게 된다. 책을 읽기 전 먼저 찾아보고 읽었다면 정조와 재겸의 관계가 좀 더 드라마틱 하게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재했던 정조의 비밀 편지를 모티브로 임금의 비밀스러운 편지를 전달하던 팽례를 소재로 임금과 팽례, 주변 인물 간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정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하늘 아래 그의 뜻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지존이 되었지만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신하들에게 휘둘려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임금은 상대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다는 재겸을 팽례로 선택한다. 오래전 몸을 담고 있던 상단 대행수 길평의 농간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살인자가 되어 동생 서조와 함께 쫓기고 있던 재겸은 선택의 기회도 없이 정조의 팽례가 되어 사도세자의 죽음을 옹호하는 벽파의 수장 심환지의 진심을 알아내기 위해 나서지만,,,

살기 위해 다져진 재겸의 능력을 시기하듯 심환지의 얼굴은 과거 병력으로 말미암아 마비되어 재겸의 능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살인자 누명을 벗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팽례가 되어 정조의 밀명 수행하던 재겸은 심환지의 농간으로 인해 서로를 지배하고 싶은 군신의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다. 임금도 그의 신하도 믿을 수 없었던 재겸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처럼 진실과 거짓의 선택을 이어간다.

"나는 자네가 임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낭'을 위한 '패'가 될거라 생각하였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으니, 주위 사람을 믿지 못하는 임금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자네 같은 이가 임금을 완전히 믿게 된다면 임금 또한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온 사람에 대한 불신을 누그러뜨릴 것이라 기대하였지.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 게로구먼 안타까울 뿐이네. 하나 도망치려는 자를 붙잡으려는 것보다 부질없는 짓은 없는 법이니 하는 수 없지. 그럼, 잘 가게나." (p.223)

서로를 온전히 믿어야 살 수 있는 낭과 패가 서로를 온전히 믿지 못해 낭패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위태롭게 이어지는 임금과 팽례의 불신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선물한다. 과연, 재겸은 팽례의 역할을 무사히 마치고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조금 덜 좋아하는 역사소설임에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스터리한 전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낭패 #미아우 #마카롱 #문화충전200 #서평단 #정조 #팽례 #교보문고_스토리공모전_수상작 #정조_비밀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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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전하는, 한밤중의 아이 by 츠지 히토나리 | 기본 카테고리 2023-03-2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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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저/양윤옥 역
소담출판사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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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를 잘 모르던 시절,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와 연애하듯 함께 써 내려간 색다른 소설이라는 점에 이끌려 무작정 재미있게 읽었던 ‘냉정과 열정 사이(Blue)’의 작가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크게 기억하지는 못했던 츠지 히토나리를 에쿠니 가오리와 다시 함께 쓴 우안과 좌안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지영 작가와 함께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다시 만난 후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올리기에 이르렀다. ^^;;

소담 북스 서평단으로 읽은 한밤중의 아이는 이런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번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고, 역시나 기대만큼 매력적이었다. 기괴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았던 ‘한밤중의 아이’는 방임하는 부모로 말미암아 한밤중의 골목을 떠돌며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 렌지를 주인공으로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며 성장해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풀어낸다.

10여 년 전 초임 근무했던 나카스 파출소로 재발령받은 형사 히비키가 한 청년을 마주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랜 시절 히비키의 마음속에 숙제처럼 자리 잡고 있던 아이지만, 나카스를 떠나면서 잊었던 아이 렌지가 떠오르고 오래전 렌지와의 인연을 회상한다.

정작 온 힘을 다해 사랑해야 할 부모는 방임하고 있지만, 나카스의 거의 모든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이 렌지. 호적에 등재되지 않아 학교도 갈 수 없고 또래 친구를 만날 수도 없지만 히비키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렌지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있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해질 수밖에 없는 렌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가정의 테두리가 있고 가정에서 채우지 못하는 작은 틈을 메우며 어른이 되어간다는 의미일 텐데,,, 가장 따뜻하게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 렌지는 마을의 축제와 함께 자신의 불행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고 희망을 꿈꾸며 꿋꿋하게 성장한다.

"저는 호적을 취득할 의사가 없습니다. 누군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나카스에는 그런 저를 사랑해 준 사람 들이 있습니다. 소년원에서 나가면 나카스로 돌아가 여태까지 해 왔던 대로 그곳 사람들과 나카스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p.370~371)

한밤중에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을 무호적의 아이지만 호적 등재가 어렵다면 학교라도 보내주고 싶은 히비키와 언제든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내어주는 식당들과 자신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부적을 건네는 이시마, 함께 낚시를 하며 친구가 되어주는 겐타, 무조건적인 신뢰를 건네는 헤이지까지 렌지를 사랑했던 많은 어른들 덕분에 렌지가 무사히 다른 아이들에게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혼외자를 출산하다 사망한 아내의 아이에 대한 호적 등재 거부 기사를 읽었다. 호적 등재를 거부한 남편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면서도 아이는 무슨 죄가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면 안 되지만 최소한 사회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이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 아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성장한 렌지를 응원하며 한편으로 또 다른 렌지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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