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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쇼샤 | 기본 카테고리 2022-11-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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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끝까지 사랑을 지켜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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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자크 구르나, 배반 / 우리를 떠난 적 없는 그들 | 기본 카테고리 2022-11-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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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배반

압둘라자크 구르나 저/황가한 역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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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 그는 불현듯 이 모든 것의 낯섦에 충격을 받았다. 이곳, 이 사람들의 집 마당에서, 밀랍으로 광낸 승마부츠를 신고 가서, 말채찍으로 초조하게 자기 종아리를 찰싹찰싹 치면서, 이 시커멓고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자신.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이 사람들을 향한, 발치에 누운 남자를 향한 분노를 느꼈다. 그것은 낯익은 낯섦이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몸밖에서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무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그 감정을 떨쳐냈다. 그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충동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우유부단과 유약함이라 생각하고는 두 팔로 들 것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63쪽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등장했다. 이전에 출간된 [낙원]을 읽고 알 수 없는 상념에 빠진 기억이 난다. [낙원]과 같은 문학 작품을 단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열과 습윤이 오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비감, 야생성 등의 묘사가 생소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배반]에 대한 기대도 몹시 컸는데, 역시나. 또 다른 충격으로 머리가 멍 해졌다.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부터 영국인으로의 삶을 선택한 디아스포라적 작가다. [배반]은 무리 속 이방인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풀어냄과 동시에 자전적인 이야기가 가미한 독특한 작품이다. 특히 '배반'이라는 요소로 왜 누군가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느껴졌다.

[배반]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져있으며, 책을 덮은 뒤에는 다시 1부로 돌아와 한 번 더 읽게 되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반절 즘 읽으며, 작품의 제목이 왜 [배반]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서로 다른 그들은 사랑을 했고, 사회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움과 동경이 응축된 그곳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덕이었다. 그러나 2부에 도달해 파리다, 아민, 라시드 남매 중 막내 라시드가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하면서 "배반"의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배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미움, 불신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수반되는데 반해,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에서 "배반"은 감정이 배제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원제를 찾아보았다. 원제는 Desertion, 배반이라기 보다는 배반감을 느낄만한 개체를 이르는 듯했다.

Desertion

황폐, 황폐한 상태

내버림, 내버려진 상태

탈영

황폐, 내버려짐보다 "탈영"이라는 뜻에 눈이 갔다. 탈영은 "기피할 목적"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이탈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황폐해졌거나 내버려진 곳, 혹은 그렇게 될 예정인 특정 장소를 "기피할 목적"으로 떠난 상황을 Desertion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남아있는 그들의 집거지가 누군가에게 기피해야할 장소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배반"이 되었다. 떠난 사람은 고통을 함께 나누는 동지가 아니라, 황무지를 뒤로한 채 앞을 나아가는 배반자다. 확실히 "배반"이라는 단어는 조금 감정적으로 느껴졌다. 원제를 찬찬히 살펴본다. 감정의 불순물을 걷어내고 상태만 설명한 이 단어, Desertion. 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버려짐", "황폐" 등과 같은 제목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너무 혹독하게 만드는 제목인 것 같기도 하다.

[배반]에서는 두 이방인을 주로 다루고 있다. 1부는 아프리카 내의 영국인, 2-3부는 영국 내의 아프리카인이다.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잔지바르출신이지만, 작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는 탄자니아-케냐다.) 1부에 등장하는 마틴 피어스는 식민국 국적인 영국사람이다. 백인이라는 그 자체로 식민지 사람들에게 경외와 두려움을 일으킨다. 그렇다고 상처투성이의 이 백인과 몇 안되는 식민지의 백인들이 흑인을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문화권에서 자리 잡은 소수는 어찌되었건 상대적 약자다. 그래서 식민국의 그들도 식민지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내재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마틴 피어스가 그렇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명목하에 겨우 목숨만 구한 걸인의 행색으로 발견되었으니 말이다.

2-3부는 좀 더 보편적으로 매체에서 다뤄진 이방인의 이야기다. 선진국으로 떠나, 고향을 뒤로한 채 그곳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만 [배반]의 화자 라시드가 영국으로 떠나며 겪는 불필요한 사건들은 그리 자세하게 묘사되어있지 않다. 대신 작가는 영국인을 선택한 라시드와 조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비참한 상황을 대비시켜 "배반", Desertion 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쪽을 택한 듯 했다.

[배반]은 단순히 이민자들과 그들의 운명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식민시대의 상처가 대를 이어감에 따라 어떻게 대물림 되었고, 그것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삶 자체이다.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이 작품을 통해 한쪽를 옹호하고, 단순히 피해자였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배반]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게 선택할 수 없었던 조국과 선택한 내 나라의 입장에서 적힌 이국적인 시선의 아름다운 회고록이다. 식민시대의 사람들에게 연민의 목소리를 보냄과 동시에 독자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그들의 아픔을 이해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스며든 작품이었다. 생소한 배경과 흥미로운 등장인물, 흡입력 있는 전개로 시선을 끌어당긴 작품인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을 추천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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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아돌프의 사랑 | 기본 카테고리 2022-11-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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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것은 눈으로 붙잡을 수 없는 수많은 인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슴에 박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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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마흔에 읽는 카네기 | 기본 카테고리 2022-11-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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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이 선택한다는 카네기, 그들이 선택한 카네기를 읽다보면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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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납치된 서유럽 | 기본 카테고리 2022-11-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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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납치된 서유럽

밀란 쿤데라 저/장진영 역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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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츠키에 따르면, 중앙 유럽은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으로 뭉친 강력한 국가의 보호 아래 제각기 다양한 특성을 살릴 평등한 민족들의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비록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지만 중앙 유럽의 모든 위대한 인물들이 공유했던 이 꿈은,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했고 영향력이 있었다. 중앙 유럽은 유럽과 유럽의 다양한 풍요의 응축된 이미지, 매우 유럽적인 소(小)유럽, 즉 최소의 공간에 최대의 다양성이라는 규칙에 따라 잉태된 민족들의 축소화한 유럽이라는 모델이고자 했다. 그런 중앙 유럽의 코앞에서 최대 공간에 최소 다양성이라는 정반대의 규칙을 내세운 러시아에게 어떻게 중앙 유럽이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48쪽


<납치된 서유럽>의 저자 밀란 쿤데라는 본디 체코 태상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추방되어 프랑스로 망명한, 2019년까지도 프랑스 작가였던 체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4년 전 즘 읽은 기억이 있다. 작품 중 Einmal ist Keinmal(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이라는 독일 속담이 등장한다. 본디 이 문장은 실수, 역경 등 중요하지 않은 사건을 가볍게 넘길 때 사용하는 어구다. (예 :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 토마시는 이 문장을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비약해, 쾌락을 탐닉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당시 그런 토마시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스며든 사상적 배경과 허무주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납치된 서유럽>은 1975년 자국에서 추방당한 밀란 쿤데라가 추방 이전인 1967년에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대회 연설문 [문학과 약소 민족들]과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한 후, 1983년 프랑스의 지식인 저널 [데바]지에 기고한 시론 [납치된 서유럽]을 한데 묶은 작품이다. 때문에 <납치된 서유럽>에서는 유럽 강대국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던 나라의 자국민으로서, 자국(혹은 집권세력)으로부터 쫓겨나 망명된 이방인으로서 밀란 쿤데라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영화 프라하의 봄(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문학과 약소 민족들]에서 등장하는 밀란쿤데라는 체코 문학의 가치와 영향력을 역설하며 체코 작가들의 정신이 곧 체코 민족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을 연설한 1967년 당시는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1968)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체코는 소련의 협력으로 2차 대전 이후 나치 세력을 성공적으로 소거하였으나 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동유럽 소국들을 단일국으로 만들고자 했던 러시아의 입장과 민주화를 갈망했던 체코의 입장이 상충되면서 체코 민족 자체의 근간이 위협받기 시작한다. [문학과 약소 민족들]을 읽으며 자국을 그토록 사랑했던 밀란 쿤데라가 왜 추방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정부의 입장으로 대변된 소련의 눈에는 자국의 자유를 추구하는 그가 눈엣가시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출처 : greenblog.co.kr

그런데, 공산주의는 러시아 역사에 대한 부정일까, 아니면 오히려 그것의 실현일까?

그것은 분명 러시아 역사에 대한 부정(가령 러시아가 지닌 종교적 심성에 대한 부정)인 동시에 실현(러시아의 중앙집권적 성향과 제국주의적 꿈의 실현)이다.

러시아 국내로만 보자면, 첫 번째 양상인 불연속성이 더 눈에 띈다. 예속된 국가들의 관점에서보자면 두 번째 양상인 연속성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48-49쪽

[납치된 서유럽]은 현재 러시아와 동유럽 세력간의 팽팽한 긴장을 서술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1983년 [납치된 서유럽]이 집필될 당시 체코는 민주화로 향하는 걸음을 떼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독일은 나치 집권시절 러시아의 앙숙이었다. 체코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민족의 영향을 받아왔다. 중앙 유럽 국가들은 유럽내에서 이방인이자 약소민족으로 여겨져왔다. 게르만 혹은 슬라브라는 단일 미족을 꿈꾸는 세력들에 의해 그들의 독립성은 철저히 묵살되어왔으며 체코는 민족 소멸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다양성의 소멸이 곧 서유럽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한 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순간 전체주의의 공포가 다시 유럽대륙을 덮을 것임을 기억해야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Es muss sein!" 이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필시 그래야만 한다는 독일어 문장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과 대비된 꼭 그래야만 한다는 첫 문장이 아이러니 했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의무"는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참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그가 왜 작품에서 무의미와 가벼움을 다룰 수 밖에 없었는지 통감했다. 언제든 뿔뿔히 흩어져 사라질 수 있는 먼지같은 나라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결국엔 "통용"이라 불리는 강제적인 가치관을 주입 시켰던 세력들. 밀란 쿤데라는 선택만을 해야만 했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자유를 침해받는 일체의 행위를 거부하면서도 압박과 굴욕에 엉킨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납치된 서유럽>을 읽으며 한 때 가장 좋아했던 작가인 밀란 쿤데라라는 사람의 의연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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