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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쇼샤 / 위안이 있다면 죽음은 없다. | 기본 카테고리 2022-12-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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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저/정영문 역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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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빛소굴 펴냄

 

"그 모든 세월은 어디로 간 거지? 우리가 죽은 후에는 누가 그 시간들을 기억할까? 작가들은 글을 쓰겠지만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모든 것이 보존되고, 가장 사소한 것까지도 새겨진 어떤 곳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파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거미가 그 파리를 먹어치웠다고 해보세. 그것은 우주 현상의 일부이고 그러한 사실은 잊힐 수 없네. 그러한 사실이 잊혀야 한다면 그건 우주에 오점을 만들어 내는 것일세. 내 말이 이해되나?"

-398쪽


<쇼샤>의 주인공 아렐레 그라이딩거는 보수적인 유대교 집안 태생작가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규율 안에서 자라왔지만 자유로운 가정의 순수한 소녀 쇼샤(쇼셸레)와 가까이 지내며 행복을 느낀다. 제1차 대전이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쇼샤와 멀어지지만 그녀를 결코 잊은 적 없는 아렐레, 쇼샤가 등장하는 꿈은 죽음과 영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아렐레는 쇼샤는 어딘가 살아있을 것 같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렐레는 쇼샤와 멀어지고 도라라는 여성과 교제를 시작한다. 도라는 스탈린주의자로 러시아를 찬양하며 폴란드와 달리 자유가 충만한 곳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녀는 신념에 따라 러시아로 떠난다. 하지만 러시아로 떠난 동지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총살을 당하는 참상을 목격한 후 바르샤바에 남아 언제 고발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히브리어를 가르치고 현실에 치이며 자연스레 쇼샤를 잊어가던 와중, 작가 클럽에서 모이스 파이텔존과 가까워진다. 자연스레 파이텔존과 가까운 첸트시너 부부와의 교류도 잦아진다. 아내인 셀리아는 겉으로는 보수적이고 정갈한 아내이지만 파이텔존과 부정을 저지르는 사이로, 아렐레와도 가벼운 스킨십을 갖는 사이로 발전한다.

아렐레는 작가 클럽에서 또 다른 부부와 가까워진다. 미국 부자 샘 드라이만과 배우 베티 슬로만으로 베티는 아렐레와 접선하자마자 이성적인 호감을 내비친다. 베티는 쾌락주의를 탐미하는 여성으로 성공을 위해 나이가 많은 샘 드라이만과 함께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아렐레의 능력을 높이 사는 인물중 하나 뿐만 아니라 그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노력한다.

가볍게 관계를 갖고, 종종 거짓말을 하는 속세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는 아렐레, 그는 쇼샤를 찾아간다. 번뇌로 가득찬 세상이 아닌 순수와 맑음으로 가득찬 그녀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쇼샤는 어릴적 모습 그대로였다. 성장을 하지 않은 것인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린 시절 쇼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렐레는 쇼샤와 유대인 전통 방식으로 혼례를 치룬다. 아렐레는 쇼샤와 함께하며 지난 시절을 성찰하고 내적 세계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돌아간다.

"어머니,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을 거에요."

"왜? 하느님은 세상과 유대인이 있기를 바라셔"

"하느님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느님이 유대인이 살기를 바라셨다면 히틀러 같은 작자들은 애당초 만들지도 않으셨을 거에요."

(...)

"어머니, 그 무엇도 다하우나 다른 지옥 같은 곳에서 고문받은 유대인들에게 위안을 주지는 못할 거에요."

"위안이 있다면 죽음 같은 건 없다는 것이지. (...)"

280-281쪽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도 비슷한 문장이 등장했던 기억이 있다. 핍박받는 삶, 언제라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삶에서 유대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는 적었다. 그래서 아렐레는 살아남기 위해 속세의 삶을 선택하며 정체되어 있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결국 아렐레는 태초의 순수, "쇼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이상과 순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쇼샤>는 작가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자전적인 작품이라고도 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분위기에, 사람들은 고통받아야 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상실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조차 잊어버린 채 하루하루 연명하기에 바빴다. <쇼샤>의 아렐레가 그렇다. 그의 태초 모습은 "전통적인 유대교 집안의 랍비의 아들"이다. 아렐레는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것은 생에 대한 고뇌와 자기혐오뿐이다.

아렐레에게 쇼샤는 자신의 잃어버린 모습과 인간성이었다. 남들이 부족하다고 말했던 쇼샤는 남들과는 다른 가치를 잃지 않은 소녀다. 여성으로 자라 자신을 쾌락으로, 상품으로, 선전용으로 무너뜨리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낸 소녀다. 모두가 잃어버린 것을 잃지 않은 쇼샤, 그녀에게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사건이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는 쇼샤의 표현은 어떤 초월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공포에 짓눌려 내면의 고요와 세상의 진리를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경종을 주는 부분이다.

"위안이 있다면 죽음은 없다", 비단 죽음뿐만 아니라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이 되었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사랑이 스며드는 연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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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미 다이어리, 4년간 "나"를 기록해보는 시간 (다이어리 추천) | 기본 카테고리 2022-12-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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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퓨처미 다이어리 I&ME

스타북스편집부 편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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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다가온다. 올 한해도 탈 없이 보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간 이루지 못했던 것들, 흐지부지 지나갔던 계획들이 떠오른다.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놓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은 매 해 다짐하는 것 중 하나다. 아이의 성장일지를 작성하며 어찌저찌 무언가 적어내려간 것 같긴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매 해 내가 어떤 변화를 겪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들킨걸까? 스타북스에서 4년의 기록을 간단히 담을 수 있는 만년다이어리를 선보였다. <퓨쳐미 다이어리>, "생생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을 남기기에 제격인 일기장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단 네 줄이라면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퓨처미 다이어리

 

 

먼저 <퓨처미 다이어리>는 여타 다이어리와 큰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4년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매일 자세히 적지 않고 4년간 하루의 느낀점이나 인상 깊었던 일만 작성할 만큼의 줄 길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4년 후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수록되어있어 <퓨처미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재미를 더더욱 향유할 수 있다. 본문을 읽으며 느낀 점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일기다. 그 날 느꼈던 감정에 따라 같은 본문을 읽어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정리하기 좋을 것 같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성공한 사람들의 한 마디와 사자성어를 읽을 수 있다. 아, 이렇게되면 왠지 올해는 일기 쓰기를 성공할 것 같은 자신감이 자꾸 솟구친다. 왠지 안쓰면 혼날 것 같고, 꾸준히 잘 쓰면 칭찬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매일매일 다른 어구와 사자성어를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은 따로 기록해보려 한다. 혹시 알까, 언제 촌철살인같이 사용할 수 있을지.

 
 

 

일기하면 빠질 수 없는 버킷리스트도 있다. 재밌는 점은 이 버킷리스트가 매일매일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매일 바뀔 수 있다는 뜻인가? 혹은 매일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적어두라는 뜻인가? 왠지 모르게 그날그날 해야하거나 다음 해 이맘때 즘 해보고 싶은 항목을 정리할 것 같다.

2023년 다이어리를 구매할 예정이거나, 매 해 나를 작성하고 싶은 만년 다이어리를 구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다이어리, <퓨처미 다이어리>. 앞으로 함께 할 4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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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자맹 콩스탕, 아돌프의 사랑 / 사랑은 어디에, 자주는 어디에 | 기본 카테고리 2022-12-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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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돌프의 사랑

뱅자맹 콩스탕 저/김석희 역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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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의 사랑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

"아돌프,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고요. 당신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동정일 뿐이에요."

88쪽


아돌프는 냉소적이며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괄시하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젊은이다. 그에 대한 사교계의 특이한 평판 불구하고 스스로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이라 여긴다. 순수와 냉소, 전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관 사이에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는 아돌프는 일찍이 모순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아돌프의 모순은 한 여자, 엘레노르의 삶을 끌어내릴 것을 암시한다.

아돌프는 우연히 P 백작의 첩인 엘레노르를 만나게 된다. 그보다 열 살 많은 그녀의 지성은 평범하지만 아이가 둘 있음에도 엘레노르의 미모는 여전히 빛났다. 아돌프는 엘레노르의 배경과 가치관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적 위치에 호기심을 품는다. 그리고 그의 "순수"한 열망은 엘레노르의 결점을 탐색하며 사랑으로 변질된다.

(...) 그녀는 어쩌면 가장 지체 높고 품행이 반듯한 사람들만 자택에 초대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아무하고나 교제하고, 따라서 존경을 잃는 것쯤은 염두에도 없으며 인간관계에서 추구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향락밖에 없는 그런 족속의 여자들과 자신의 운명이 끊임없이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는 일거수일투족을 통하여 자신이 처해 있는 계급에 반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31쪽

그는 엘레노르를 특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사랑의 대상이 아닌, 타겟으로서 엘레노르를 대는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가진 권력과 힘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어떤 혐오감을 가지며 남들이 줄 수 없는 씻을수 없는 상처를 남기려한다. 아돌프의 치기어린 모습은 어떤 면으로는 사랑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껄끄러운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사랑이 전부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린 엘레노르와 달리 아돌프는 그 어떤 것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돌프는 엘레노르가 멀어질 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반대로 틈없이 가까워질때면 벗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옭아맨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지쳐버린 엘레노르는 아돌프에게 자신을 내버려두기를 간청한다. 엘레노르와 아돌프 두 사람만이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돌프는 자유를 갈망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런말을 털어놓게 만든 그 감정이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다니, 이 변덕스러운 마음의 갈피를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 108쪽

오만하다. 아돌프는 아주 오만하다. 하다못해 마음의 파동을 걷잡을 수 없으면 하나라도 놓치는 법인데 엘레노르와의 관계 완급조절을 화가 날 정도로 한다. 그것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이별하고 엘레노르는 파국을 맞이한다. 결국 아돌프는 엘레노르의 완전한 무너짐 이후 그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간다.

책을 덮고 처음 느낀점, 등장인물 중 자주적인 사랑을 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는 것이다. 엘레노르에 대한 은근한 멸시를 즐기며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 아돌프, 아돌프의 사랑은 몰아치는 감정과 자신을 지켜주는 사회적 울타리 안을 맴도는 하루살이 같았다. 단 몇분 안에 죽어버리는 사랑,(사랑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엘레노르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움직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엘레노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위적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모든 것을 갖고 싶어했던 그녀는 뒤돌아서야할 때를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특히 어느 시점을 지나면 아돌프에게 움켜져 고통으로 가득찬 사랑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완전한 파멸로 마무리 되는 엘레노르의 모습은 자주를 잃은 사람 그 자체였다.

<아돌프의 사랑>은 불편했다. 젊다 못해 어리고 모자란 사람이 사랑이 전부인 사람과 엮일 때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모두 나열한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심리 묘사를 아주 치밀하고 단촐하게, 한 줄에 파악할 수 있게끔 표현했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과 제한된 상황은 로맨스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가미되어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릴러 작품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짧고도 명료한 서사, 그러나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아돌프의 사랑>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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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 전집 후기 | 기본 카테고리 2022-12-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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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악마의 시 세트

살만 루슈디 저/김진준 역
문학동네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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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펴냄

 

 

마훈드는 계시를 내려달라고, 유일신교냐 단일신교냐를 놓고 판단해달라고 나를 찾아오건만 나는 이런 빌어먹을 악몽이나 꾸는 멍청한 배우일 뿐인데, 내가 뭘 알겠어, 친구,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살려줘. 살려줘.

- 174쪽


살만 루슈디는 <악마의 시>를 출간하고 최근까지도 (2022년 8월) 무슬림 세력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았다. 뿐만 아니라 <악마의 시>를 번역한 자들 또한 협박을 당하거나, 실제로 살해당한 전례가 있다. 작품을 검열당해 국외로 추방당하거나, 금서로 지정당하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종교 전체로부터 공격당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가 더욱 궁금했다. 누군가를 아주 정확히 저격하는 일은 그 대상을 아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살만 루슈디는 봄베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학업을 마친 부유층이다. 그는 무슬림 교리의 어떤 어불성설과 권력자들의 모순된 행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을 뿐만 아니라 인도와 영국에서 체류하며 무슬림이자 인도인으로서 겪어야할 이방인의 삶 그 자체다. 그 삶을 마법처럼, 시처럼 풀어낸 작품이 바로 <악마의 시>다. 물론 등장인물은 허구다. 그러나 이방인으로서의 인도인,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무슬림의 삶을 인도의 고전에 빗대 전개한 작품인 <악마의 시>는 너무나도 이 삼라만상과 닮아있었다.


<악마의 시>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몇 가지 테마가 있다. 먼저 지브릴 파리슈타와 살라후딘 참차, 두 줄기로 나눈다.

지브릴 파리슈타

1. 마훈드와 지브릴의 테마

2. 나비소녀 아예사 테마

3. 영화 인사로서 지브릴 파리슈타 (알리 콘, 시소디아)

살라후딘 참차

1. 인도에 거주 중인 아버지 창게즈 참차왈라

2. 영국의 아내 파멜라(점피 조시)와 인도의 정인 지나트 바킬

3. 샨다르 카페의 수피안 가家

주요 구도와 몇몇 등장인물을 파악하면 <악마의 시>를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대천사이자 계시자 지브릴과 비행기에서 추락한 후 악마로 변모하는 루시퍼 살라후딘 참차.


<악마의 시>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 선과 악, 천국과 지옥,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 등이 그렇다. 작품의 주제를 투영되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동명이인이나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인물, 비슷한 생을 물려받는 자들이 등장한다. 주류였던 무리가 아류로, 아류였던 무리가 주류가 된다. 때문에 정확한 경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악마의 시>의 모호성이 내용의 분별을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로 발현했다. 또한 살만 루슈디의 작품 특징 중 하나인 "마술적 사실주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요소였다.

그런데 왜 <악마의 시>는 무슬림의 공격을 받은 작품이 되었을까? 그것은 캐릭터를 필두로 한 무슬림 인사들의 묘사 때문이다. 작 중 등장하는 마훈드는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묘사한 인물이다. 무함마드는 실제로 계시를 받은 뒤, 사탄에게 홀렸을지도 모르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는 <악마의 시> 중 마훈드가 지브릴에게 계시를 받고 언급했던 부분과 매우 흡사하며, 실제 무함마드의 아내가 아이샤였던 것 또한 작 중 마훈드의 아내가 아예사인 점과 다르지 않다.

종교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악마의 시>는 작품 그 자체로 아름다운 형식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담은 명작이다. 정체성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타지에서 악마가 되어버린 참차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 천사의 모습으로 계시를 일삼던 지브릴이지만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자살한다. 지옥에서 현생으로, 천상에서 인간으로서의 죽음으로 영점에서 만나 끝없이 멀어지는 두 1차 함수같은 운명이다.

<악마의 시>를 덮은 다음,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진정 선이라고 생각하는 가치는 선이 맞는 것인지, 세상이 주류라고 말하는 것들도 모두 언젠가는 아류가 되어가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고쳐 앉아야하는 지 말이다. <악마의 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정리하며 서평을 마치겠다.


(...) "자, 이 친구가 하려는 말은 이거야. 실체가 없는 어떤 힘의 장과 실제로 살아 있는 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고르겠느냐? 좋은 지적이잖아? 어차피 전류에게 기도 드릴 수는 없으니까. 무슨 파동에 천국의 열쇠를 부탁해봤자 소용없는 짓이고."

- 악마의 시1, 133쪽

(...) 지브릴은 한 가지 사소한 사실을 아는데, 지극히 사소하지만 여기서는 약간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일, 그것은 바로 둘 다 나였어, 바바, 처음에도 나였고 두번째도 나였다고. 내 입에서 나온 말, 앞서 선언한 말도 그렇고 이번에 부인한 말도 그렇고, 시verse와 반시converse, 올바른 시universe와 뒤집힌 시reverses, 전체가, 우리 둘 다 알다 시피 내 입은 저절로 움직였으니까.

- 악마의 시 1, 195쪽

"잊지 마라. 세상은 모순적이란다: 난장푼이야. 유령, 나치, 성자, 그 모두가 동시대에 살아 숨쉬지. 어느 한 곳에는 더없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에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어. 이렇게 엉망진창인 곳은 다시 없을게다."

- 악마의 시 2, 8쪽

'악마는 왜 찾아, 인간이 곧 악마인데?' 그러자 참차의 균형감각이랄까, 말도 많도 탈도 많은 사고방식이 반사적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천사는 왜 찾아, 인간도 천사를 닮았는데?'

- 악마의 시 2,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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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마흔에 읽는 카네기 | 기본 카테고리 2022-12-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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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흔에 읽는 카네기

데일 카네기 저/서상원 역
스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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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잠재력을 개발하여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쓴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 가운데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말을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활에 응용하고 있지 않은 여러 가지 사항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완전한 생활을 하기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이미 알고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교훈을 비롯한 많은 격언을 알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목적은 예전의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 말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그 진리를 실천하게 하는 게 있다.

- 6쪽


데일 카네기의 어록은 현실적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아!" 하는 깨달음 보다 "이렇게 했으면 확실히 더 좋았을 것 같군" 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그의 어록과 철학은 "듣기 좋은 조언" 그 이상 으로 넘어가기가 어렵다. 카네기의 어록대로 실천한다면 반 이상은 성공한 셈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데일 카네기의 책은 꾸준히 출간 중이다. 그가 집필한 책의 번역본 부터 <마흔에 읽는 카네기>처럼 데일 카네기의 주요 서적 중 독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발췌한 책까지 존재한다. 아직 나는 마흔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되고 싶은 마흔살의 모습을 담은 카네기의 어록을 정리해두고, 매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잘못을 인정하면 관계가 달라진다

113쪽

궁지에 몰렸을 때, 특히 잘못을 인정해서 본인이 수습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부정하는 동시에 인간으로써 책임지는 자세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잘못을 변명하는 것보다 시인하는 편이 훨씬 더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동정심은 표현이 중요하다

143쪽

선의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선의를 표현하는 것은 훨씬 가치 있다. 종종 값싼 동정은 상대방에게 불쾌함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이라도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그 입장을 이해해보자. 상대방을 이겨서 정복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쉽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진심어린 행동이 우선이다

185쪽

"척"하는 행동은 언젠가 들통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내실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을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먼저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화젯거리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호의가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지치기 전에 쉬어라

237쪽

"피로를 예방하면 고민이 예방된다." 같은 문제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체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휴식은 업무효율을 돕는다. 쉬는 시간을 줄이지 말고 업무 시간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면 결국 손해보는 것은 나 자신이다.

반대하는 것도 관심의 표현이다

297쪽

"당신을 설득해 보고 싶다는 노력은 그가 당신의 입장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증거임에 틀림이 없다." 업무 중 엮이고 싶지 않은 직원의 의견은 피하거나 대강 응해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말 안 되겠다 싶은 경우 제외) 건강한 반론은 나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화를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어라

353쪽

대화란 두 사람의 이이기다. 다시 말해 사회 안에서 함께 공용하는 어떤 수단이다. 대화는 되도록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하도록 한다. 감정과 현실을 구별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직관적이고 영양가 있는 대화로 느껴지게끔 노력해야한다. 또한 상대방을 고려해 질문을 검토하는 습관도 기르는 것이 좋다.


이제 데일 카네기의 작품은 클래식으로 분류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라고 고민하며 그를 찾아보던 중에 카네기가 19세기에 태어난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토록 현대적인 발상의 자기계발 서적을 집필한 작가가 무려 19세기 위인이라니. 흑백사진으로만 만나본 그의 어록만은 컬러로 숨쉬는 것만 같았다. 카네기를 아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조금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카네기를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의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카네기를 아는 사람은 이길수 없다가 아니라 카네기의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라고 정정해야하지 않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으로,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으로 끝났을 2022년이다. 올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마흔에 읽는 데일 카네기>를 통해 더욱 뜻깊은 2023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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