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웅 작가님의 <안개 고동 외전> 리뷰입니다.
인외존재인 공과 함께하는 평범한 인간인 수의 이야기에서는 꼭 수의 유한한 시간에 대해 다루는 갈등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소재를 더 좋아해요. 물론 누리는 반 인간 반 인어이지만... 어쨌든 완벽한 인어도 인간도 아니니까요. 아손과 누리도 이것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확히는 누리의 정체성에 대해서요.
누리는 평생을 고립되어 살아왔고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우연찮게 구해준 인간 아이를 보고 뿌듯함을 느껴요. 그리고 아손에게 신나서 얘기하려는데 아손은 누리가 인간들에게 발각되어 위험에 빠질까봐 걱정합니다. 그러다가 그럼 누리도 비다르의 아이가 아니였다면 아손은 자신을 구했을거냐면서 자신은 인간이라고 말을 해요. 여기서 누리가 항상 갖고 있었을 의구심과 상처가 드러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둘은 잠시 냉전을 하게 되고 검은 배에 머물면 힘들어하는 아손이지만 끝까지 떠나지 않고 누리 곁을 지킵니다.
결국 둘은 화해하지만 서로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누리의 정체성과 서로에게 주는 믿음, 앞으로도 계속 다퉈나가겠지만 또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잘 지내게 될 거란게 보여서 든든했어요.
이토록 신비롭고 몽화적인 얘기가 어디 있을까요.
또 충어도의 남겨진 사람들과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몰래 보고 온 장면도 좋았어요. 늘 오씨와 고씨들에게 소외받던 인물인 경희씨는 자기와 같은 언어, 비슷한 외양을 가진 사람들과 보육원을 운영하고 새 사람도 만나 행복해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몰래 알아본 누리가 괜찮다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였어요. 다른 인물들도 참 따뜻하지만 저는 경희씨가 참 마음에 걸렸어요.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늙은 섬 출신 남자에게 팔리듯 왔을 것이고, 가뜩이나 폐쇄된 섬에서 자신만 고립시키고 언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바깥에서 온 외부인 취급을 받아왔던 경희씨는 누리와 다르면서 같은 처지였어요. 누리도 경희씨도 해피엔딩을 맞아 기뻐요.
그리고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또 있는데요. 바로 당골과 혜령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리를 보호해주고 따뜻한 손길을 내어준 사람들에게 인어들 또한 보답을 합니다. 당골은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한 사람이고 인어들에게도 베푼 온정이 있기 때문이죠. 아손이 아무리 인간을 싫어한다고 해도 누리와 이런 인간들 덕택에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은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더욱 탄탄해진 아손과 누리의 관계성에 벽을 두드리면서 봤네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유일무이한 관계가 영원토록 지속될 것이란게 보여서 참 좋았습니다. 비다르와 누리 엄마의 재생된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그건 조금 아쉽네요. 개인적으로는 2부가 나왔으면 싶어요. 누리와 아손의 얘기도 좋고, 새로운 인물도 좋으니 이 세계관이 더 보고 싶습니다. 이주웅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이예요. 따뜻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