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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박완서 에세이★『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기본 카테고리 2020-12-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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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인원 : 5명

발표 : 1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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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의 10주기 기념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가 남긴 소중한 유산, 에세이를 재조명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엄마의 말뚝』『나목』『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 대한민국 필독서를 여럿 탄생시킨 작가, 박완서. 그녀가 한국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라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은, 그녀가 다수의 산문도 썼다는 것이다. ‘대작가’, ‘한국문학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더없이 어울리는 작가 중 이렇게 많은 산문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사람이 또 있을까.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이하여 그녀의 산문 660여 편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고 그중 베스트 35편을 선별했다. 작품 선정에만 몇 개월이 걸린 이 책에는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가 담겨 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의 기존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한국문학 애호가들 모두에게 또 다른 필독서가 될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불변하는 가치, 박완서만의 글

 

작고한 지 10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되고, 여러 다른 형태로 그녀와 관련된 책이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그녀의 글이 대체불가능하게 좋기 때문이다.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쓴 그녀의 글은 쉽게 술술 읽히지만, 그 여운은 길다. 솔직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재밌지만 그 안의 주제는 깊으며, 신랄한 비판의식 속에 본질은 따뜻하다. 

 

이 책에는 가장 박완서다운 글들이 실려 있다. 책의 어느 곳을 펼쳐도 유쾌한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을 맛있게 즐길 수 있지만, 읽은 후엔 두고두고 되새김질하게 된다. 한 권을 다 소화한 후엔, 박완서라는 이름이 한국문학에 왜 그리 크게 남아 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혼란한 때일수록 우리의 마음을 든든히 지지해줄 책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중심이 단단한 따뜻함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험한 인생을 겪어낸 대작가의 삶 속 고백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위로가 되는 이유다. 박완서 글 속의 경험, 시대, 생활 방식은 지금 우리의 것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그녀의 글을 읽으면 화자의 고민들에 공감하게 되고, 화자의 깨달음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전쟁, 분단, 남편과 아들의 죽음 등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속을 살아내면서도 박완서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따뜻한 인간성을 말했다. 인생의 이야기를 거르고 걸러 가장 진실한 것만을 남겨낸 그녀의 글들은 읽을수록 새롭고 오래될수록 귀중해진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 _본문 중

 

지은이  


박완서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홀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상(2006) 등을 수상했다. 2006년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작가.


박완서는 모진 삶이 안겨준 상흔을 글로 풀어내고자 작가의 길을 시작했지만, 그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내면의 은밀한 갈등을 짚어내고, 중산층의 허위의식, 여성 평등 등의 사회 문제를 특유의 신랄함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결국 그의 글이 가리키는 방향은 희망과 사랑이었다. 그의 글은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아픔과 모순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기어코 따뜻한 인간성을 지켜내고야 만다. 오직 진실로 켜켜이 쌓아 올린 그의 작품 세계는, 치열하게 인간적이었던, 그래서 그리운 박완서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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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도시] 개성공단은 남북한 사이에 놓인 외줄입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20-12-3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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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3도시

정명섭 저
Storehouse 스토어하우스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로 특이하게 소설의 배경을 개성공단으로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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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남북한 사이에 놓인 외줄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제3도시』는 가상의 도시이긴 하지만 지금 북측 지역에 있는 개성을 말한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남과 북이 만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던 강민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손으로 웃음을 막은 강민규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람들 틈에 섞였다."(본문 중에서)

 

남과 북의 관계는 언제나 긴장 관계에 있다. 외줄과도 같은 관계 속에 한가운데 놓인 개성공단.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개성공단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중소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기술로 건설된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 5만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결제는 달러로 이뤄지고, CU 편의점에는 북한 종업원이 근무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남북한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이 매던 넥타이로 목이 졸린 상태로 죽은 한 사람이 시작된다. 남북한이 함께 공존하는 개성공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CCTV나 블랙박스가 없는 곳에서 살인 사건의 배후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제 3도시로 표현된 개성공단은 매우 정치적으로 조성된 공업지구이다. 남과 북 대치 상황에서 통일을 위한 작업의 하나로 평가되기도 하고, 단순히 남북 양측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두고 조성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하나로 북측 지역인 개성시 봉동리 일대에 개발한 공업단지이다. 개성공업지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2000년 8월 9일 남쪽의 현대 아산과 북쪽의 아태, 민경련간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여 공단 조성에 단초가 되었다. 그 이후 북측이 2002년 11월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개성공단 조성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하여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이다. 2002년 11월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 공포한 이후 12월 남측의 한국토지공사, 현대아산과 북측의 아태. 민경련간 개발업자지정합의서를 체결하였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착공식을 가졌고, 2004년 6월 시범단지 2만 8천평 부지조성을 완료했다. 2004년 10월에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04년 6월 시범단지 18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을 체결하였고, 2004년 12월 시범단지 분양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의 첫 반출이 있었다. 2005년 9월 본 단지 1차 24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 후 2006년 9월에는 본 단지 1차 분양기업 첫 반출이 있었다.2007년 6월에 1단계 2차 분양업체를 선정하였고, 2007년 10월에는 1단계 기반시설 준공이 있었다. 2010년 9월에는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2012년 1월에는 북측 근로자가 5만명을 돌파하였다.

 

 

개성공단은 북측이 토지를 남측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토지임대기간은 토지이용증을 발급한 날로부터 50년이다. 토지임대차 계약은 남측의 개발업자와 북측의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과 한다. 남측에서는 공단조성을 하는데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역할을 분담하였다. 즉 한국토지공사는 자금조달, 설계. 감리, 분양 등을 맡고, 현대아산은 시공을 맡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업계획 수립, 인허가, 대북업무 협의 등은 공동으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004년 4월에는 공장구역 1단계 100만평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하였다. 남측에서는 2007년 5월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법률’을 제정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2007년 12월에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출범하였다. 2010년 7월에는 ‘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가 창립되었다.

북측에서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은 2002년 11월 20일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430호로 채택되었고, 2003년 4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715호로 수정 보충되었다. 이 법은 모두 5장(제1장 개성공업지구법의 기본, 제2장 개성공업지구의 개발, 제3장 개성공업지구의 관리, 제4장 개성공업지구의 기업창설운영, 제5장 분쟁해결), 46개 조문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수많은 법과 제도를 마련한 후 실행된 개성공단은 남북 양측 통치자간 합의해 이뤄낸 통일을 위한 단계적 절차로서 남북경제협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공업도시다.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하면 개성공업지구는 국제적인 공업, 무역, 상업, 금융, 관광지역이다. 공업지구는 공장구역, 상업구역, 생활구역, 관광구역으로 구분한다. 공업지구에 투자할 수 있는 자는 남측 및 해외동포, 다른 나라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이다. 북측의 기관, 기업소, 단체는 원칙적으로 공업지구의 사업에 관여할 수 없다. 투자를 장려하는 부문은 하부구조건설부문, 경공업부문, 첨단과학기술부문이다. 개발업자는 공업지구에서 주택건설업, 관광 오락업, 광고업 등을 할 수 있다. 기업은 북측의 근로자들을 종업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관리인원과 특수직종의 기술자, 기능공은 공업지구관리기관에 통보하고 남측 또는 다른 나라의 인력들을 채용할 수 있다.

 

원종대 사장은 공장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섰다. 출발 전에 개성 공단 주유소에서 파는 면세유를 차에 채우기 위해서였다. 출발하는 사장을 배웅한 직원들은 현관에 서서 출근하는 북한 직원들을 맞이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 옆에 있는 보관함에서 꺼낸 명찰을 가슴에 달고는, 총화를 갖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 강민규는 북한 직원들의 출근을 지켜보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회의에 참석했다. 각자 할 일을 보고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 끝날 즈음 유순태가 자리에 앉는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데 여긴 개성 공단이라는 걸 명심하게.”

- 「낯선 땅에서」 중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3년까지 약 8년강 운영된 특별공업지구이다. '개성공단'은 당시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북한은 외화벌이, 대한민국은 인건비 절감) 향후 통일의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과거부터 계속되어온 북한의 무력도발 및 핵실험과 대한민국과 미군의 합동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만 등으로 인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크게 대립하였고 이로 인해 2013년, 2016년 두차례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킴으로써 남과 북의 긴장관계는 극에 달하였다. 지금은 남북한의 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남한과 북한은 외교적인 수단으로써 많이 사용되어 왔다. 심지어 공단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남과 북의 힘겨루기도 있었다고 후일담을 늘어놓는 사람도 많다. 태생부터 여러 조건이 열악한 급조된 도시이다. 생산 도시로서의 활력보다는 긴장의 분위기가 도시 전체에 깔려 있었을 것이란 추측은 쉽사리 가능한 일이다. 이런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도시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에 휩싸일 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저자는 '개성공단 안'이라는 특수하고 폐쇄적인 장소에서 살인사건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줄 것이라 예상했을 법하다.

 

 

이 지역은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살인 자체보다는 그 파장을 감추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개성 공단에서의 죽음은 낯설고 외로워져서 금방 잊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다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남북한의 외줄과도 같은 개성 공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일까? 그 진실을 파헤쳐간다. 저자는 매우 평화로운 남한부터 소설을 시작한다.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북한의 모습보다는 잘 아는 남한의 모습부터 조망한다. 선거도 치렀고, 진보 세력의 정권이 들어섰다. 그 얘기는 보수 정당의 실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위도 잇따르지만 남한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남한의 정권 교체와 진보와 보수의 반대적 입장을 내세우며 서서히 분위기를 잡아간다. 추리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듯 사건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독자의 눈이 사건 현장으로 바로 가면 '제 3도시'란 의미보다는 정치 소설이 되기 십상이다. 저자의 치밀한 구성력도 돋보인다.

 

신문로에서는 저절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강민규는 의뢰인과 만난 후 신문로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다가 그들과 마주쳤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하면서 보수 여당은 정권을 잃고 말았다. 새로 집권한 정권은 폐쇄됐던 개성 공단을 재가동시켰다. 그러면서 개성 공단의 존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보수 세력들은 거리로 나와서 북한과의 타협은 패배나 다름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금요 애국 집회’라고 불리는 시위는 매주 금요일에 청계천 광장 근처 일민 미술관 앞에서 열렸다. 강민규는 집회가 끝난 뒤 행진하는 행렬과 마주친 것이다. 강민규는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서 그들을 지켜봤다. 선두에는 참가 단체들의 이름과 주장이 빼곡하게 적힌 플래카드가 섰고, 그 뒤로 태극기를 손에 든 참가자들이 따랐다. 참가자 대부분은 노인과 탈북자들이었다.

- 「의뢰」 중에서

 

 

북한(개성)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살인사건과 미스테리라는 기본적인 장르가 독특한 배경과 만나서 이 소설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추리소설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또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수사과정과 그 속에 숨겨져있는 여러 정치관계들, 또한 개성공단이라는 배경 그 자체가 가지는 입지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러오는 특수상황까지. 이 모든것이 사건과 수사에 영향을 끼쳐서 전개가 알 수없게 흘러가는 것이 흥미로운 요소이고 저자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내용만 본다면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조금은 순탄하게 흘러갔으나 그 속에 개성공단, 북한이라는 배경을 정말 잘 녹아낸 듯하여 이 부분에서 크게 좋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나 배경의 특수성과 구성의 탁월함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의 선택이 좋았음을 알 수 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남북한의 교류와 화합의 상징이지만 어디에도 낄 수 없기에 제3도시일 수 밖에 없는 개성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매우 새로웠다. 우리나라만이 지닐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추리소설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주인공과 용의자들과의 쫓고 쫓기는 긴장감이 잘 묘사됐다. 기존 남북한 합동수사가 주제라는 '공조'를 봤지만 주 무대가 남한이고 북한은 자료 화면에 의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영화 '백두산'도 실감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세트장이고, 중국에서 찍었다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인 데다 개성이어서 쉽게 영화화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런 바람도 있다. 추리소설의 당연한 모습이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한 구성력도 뛰어나고 자료 수집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랜만에 극적인 추리소설 한 편 읽어 느낌도 좋다. 남북의 정치적 측면보다는 개성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이라는 점에서 훨씬 현실적이고 극적으로 쓸 수 있었으리라. 그 점도 저자의 능력이지만.

 

저자 :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역사추리소설 『적패』를 비롯하여, 『명탐정의 탄생』, 『개봉동 명탐정』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미스 손탁』 『멸화군』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어쩌다 고양이 탐정』 『저수지의 아이들』 『남산골 두 기자』 외 다수가 있다. 그 밖에 [을지문덕 탐정록] 시리즈, 『조기의 한국사』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사건 실록』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등의 역사서와 함께 쓴 작품집 『로봇 중독』 『대한 독립 만세』 『일상감시구역』 『모두가 사라질 때』 『좀비 썰록』 『어위크』,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등이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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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니스] 왜 불평등한 거대기업 경제구조를 묵묵히 받아들이는가? | 기본 카테고리 2020-12-3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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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니스

팀 우 저/조은경 역
소소의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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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경쟁을 훼손하고 독점적 권력을 키워나가는 거대 기업의 민낯을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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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인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가 공산주의 체제의 경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냉전시대를 경험한 대한민국은 냉전시대의 한복판에서 공산주의 체제의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산업화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개개인의 소득도 올라 자본주의 맹점인 '부익부 빈익빈'을 눈감고 모르는 척할 정도로 이미 자본주의 경제 아래서의 자유경쟁에 깊숙이 빠져 있다. 우리 국민은 피와 땀의 댓가로 주어진 고소득에 만족하는 듯한 태도에서 반대론을 펼쳐내는 학자도 없다. 자칫 자본주의의 병폐를 부각시켜 경제 구조를 바꾸려 하면 '좌파'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한다. 시장경제는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자연스러운 경제 원칙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 체계에 들어간다. 이것이 건전한 자본주의를 지탱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쟁이다.

경쟁은 효율을 만들고, 혁신을 불러온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중요한 맹점이 하나 더 생긴다. 자유경쟁 안에 답이 있다.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면 세상은 정체에 빠진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웅장한 정부관사, 거대한 기업 빌딩, 대규모 학교 건물과 병원 건물, 끝이 안 보이는 항만과 항공 허브, 그리고 초대형 도시들. 점점 커져가고 있는 이 모습을 보면서 누가 자본주의 경제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경제가 좋아 부의 축적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형빌딩도, 대도시도 건설되고 대형화된다는 당연한 논리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금 전 세계 경제가 경쟁 기회를 박탈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상적 성장’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 팀우도 『빅니스』론으로 동조한다. 이 모든 거대화는 건전성과 거리가 먼 왜곡 현상이다. 이런 성장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동반하지 않는 금융 잔치다. 이런 성장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성장이다. 이런 성장은 지구 환경을 생각지 않는 지속불가능한 성장이다.

 

 

경제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규칙마저 어기면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기업뿐 아니라 병원도, 학교도 마찬가지다. 일단 덩치가 커지면 그 뒤에는 설령 방만 경영으로 위기에 빠져도 정부가 언제든 도와준다는 믿음이 있다. 또한 덩치가 있어야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정부도 큰 기업을 외면하지 못한다. 각국의 정부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안겨준다. 성장률이라는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공정한 경쟁, 건전한 경제 시스템에는 무관심해지고, 더 큰 기업을 만들어 더 큰 성장을 이룩하려고 한다. 지금 세계 주요국들의 성장률은 이런 식으로 달성된다. 실물경제가 나아져서 수치가 좋은 게 아니라 수치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약물을 투입하며 이룩한 기형적 성장이다. 기업들은 과독점 수준의 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M&A에 뛰어든다. 역사시대 이래 기업인수합병은 20세기 들어 가장 활발했는데 빈도와 규모 면에서 과거 어느 때에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이르렀다. 새로운 경쟁자는 M&A의 희생양이 된다. 아니 그들도 이제는 왜곡된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서 대기업에 팔아버리기 위한 수준까지만 혁신을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업 집중으로 인한 ‘거대함의 저주’에 맞닥뜨려 있다. 그것은 곧 부의 집중화, 빈부 격차의 심화, 거대 기업이 누리는 특혜 등 편중된 경제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치체제와 개인의 삶까지 위협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즉 자유 경쟁을 통한 건전한 시장이 아니라 부의 집중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할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고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꿰차고 있다.

이 책은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독점과 과점, 그리고 반독점의 역사를 냉철하게 돌아보면서 불평등한 경제구조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비교 분석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거대 기업이 어떻게 생겨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거나 방해했는지, 그로 인한 폐해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책에 따르면 어쩌면 사람들은 고급 안경과 선글라스 판매를 매우 경쟁적인 비즈니스로 여길지도 모른다. 대형 안경류 매장에 들어가면 아르마니, 레이밴, 티파니, DKNY, 버버리 등과 같이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안경류 중 일부의 수익률이 원가의 5,000퍼센트가 넘고, 세계적인 기업 룩소티카가 다수의 브랜드나 독점 특허권, 그리고 소매점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1년 이탈리아에서 창립된 룩소티카는 1990년에 이탈리아의 보그 아이웨어를 사들인 데 이어 레이밴, 선글라스 헛, 할인 소매점 렌즈크래프터스, OPSM, 펄 비전과 콜 내셔널, 그리고 2017년에는 주요 글로벌 경쟁사인 에실로를 인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합병들을 무조건 승인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후 룩소티카는 다수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영향력을 발휘하여 소매점을 통제하며 도전자를 매섭게 징벌하는 종합적 전략을 써서 명품 브랜드 안경과 선글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상품인 맥주는 어떠할까? 하이네켄, 스텔라 아르투아, 포스터스, 버드와이저, 암스텔, 레페 등 유명 맥주 브랜드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 않을까? 한때 지역 맥주 회사였던 벨기에의 인터브루는 30년을 거치며 전 지구적 차원의 기업 통합과 집중을 통해 거대 기업 AB인베브로 성장했는데, 하이네켄과 함께 전 세계의 주요 맥주 회사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은 맛으로 승부하는 수제 맥주 회사들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느슨한 법을 이용해 대형 수제 맥주 회사를 사들였고 이들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만들었다. 결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수제 맥주 회사들도 AB인베브와 하이네켄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경쟁은 둔화되어갔다. AB인베브는 심지어 수제 맥주를 비교 평가하는 웹 사이트까지 사들이기 시작해 맥주 시장의 경쟁을 더욱 방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지구적 독점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친 기업집중 사례로 화학약품업과 항공업, 이동통신, 제약업 등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기술 기업 독점을 겨냥한 사례, 즉 IBM, AT&T,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사상 최대 기업을 상대로 벌인 반독점 활동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그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에 공격적이고 교활하며 폭력적인 기계 같은 모습으로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쳐냈다. 사악한 컴퓨터 괴짜의 전형이자 탁월한 전략가였던 빌 게이츠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직감한 뒤, 애플 매킨토시의 운영체제를 복제해 소비가 원하는 것 이외의 것을 묶음으로 내놓았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라는 작은 회사가 만든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내비게이터를 복제한 익스플로러를 슬그머니 끼워 넣는 전략으로 새로운 독점사업 품목을 손에 넣었다.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폭주는 클린턴 행정부의 조엘 클라인과 유럽연합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고 기업 해체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문제는 합의를 통해 소송이 종결되어버렸다.

 

"어떤 회사가 일시적으로 지배적 위치를 점했다 해도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옛날 방식의 사악한 독점기업이 아니었다. 새로운 회사들은 모든 인간에게 달콤한 맛, 밝은 빛, 선의를 퍼뜨리는 데 헌신하고 있었다. 정보에 접근하고(구글), 싼값에 책을 사고(아마존), 전 세계적 공동체를 만든다(페이스북). 이에 대한 비용으로 비싼 값을 치르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용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구글은 무료 이메일, 무료 지도 애플리케이션, 무료 저장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비즈니스라기보다 자선단체에 가까워 보였다. 당신이라면 적십자를 고소하겠는가?"

- 「세계 제국 건설에 나선 거대 기업들」 중에서

 

 

그 이후로도 경쟁을 조절해야 할 정부 관료들이 계속해서 주요 기술 기업들의 반경쟁적 합병 건을 승인해주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이다. 2004년에 사업 시작과 함께 주요 경쟁업체인 마이스페이스를 신속하게 해치운 페이스북은 단기간에 소셜 네트워킹 부문을 장악했다. 2010년대 들어 페이스북은 또 다른 신생 기업인 인스타그램의 도전에 직면하자 10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은 이 인수 작업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90건 이상, 구글은 최소 270건의 인수 작업을 했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2010년대에 전 세계의 정부들은 공룡 기업이 모두를 사들이고,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지면 누구든지 매수하는 행태를 방지하거나 멈추게 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기술 산업계는 소수의 거대 트러스트로 재편되었다. 미국의 경우 검색과 관련 산업은 구글이, 소셜 미디어는 페이스북이, 온라인 상거래는 아마존이 장악해버린 것이다. 다른 경쟁기업들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약해지며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와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거대 기업이 독점적 권력을 갖게 되는 경우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목표다. 그것은 곧 반독점 프로그램과 독점으로 발생한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할지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난 세기의 교훈을 잊지 않고 되새겨봐야 한다.

이 책은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이야기 구조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지난 세기에 이뤄진 부의 집중 현상과의 투쟁, 그리고 그 정치적 결과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1930년대의 독일과 일본이 각각 어떻게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치달았는지에 주목한다. 당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독점기업과 국가 대표급 기업을 육성했는데, 이는 결국 경제 붕괴와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국제적 카르텔을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럽의 질서자유주의와 영미권의 반독점 전통이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미국의 법학자 루이스 브랜다이스와 유럽의 질서자유주의자들은 새로운 생각을 제시했는데, 사적 권력과 국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상은 전후 시대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60년대 무렵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제조업체가 된 IBM은 1969년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되었는데, 그 결과 개인용 컴퓨터 혁명으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1970년대에 지구상의 최대 기업으로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던 독점기업 AT&T가 해체되면서 전화 자동응답기뿐 아니라 가정용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연결시키는 모뎀 등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을 팔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이로 인해 AOL이나 컴퓨서브 같은 온라인 서비스 산업이 가능해졌고, 집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양산해냈으며, 실리콘밸리의 창업 호황으로 이어졌다. 이는 반독점법이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이 기업의 독점과 카르텔화를 받아들인 대가는 1930년대 들어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역사가들은 독일의 주요 카르텔과 독점기업들이 독일의 나치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는지, 아니면 공범이었는지 그 정도와 규모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해 보이는 것은 독일의 경제구조가 독일이 독재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정한 조건을 만들었고 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네 가지 측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독일의 경제 공황이 더욱 극심해지는 데 기여했다는 점, 둘째, 1930년대 초반 히틀러가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중공업계가 조력했다는 점, 셋째, 독일 경제가 계획경제로 전환된 점,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독일의 독점기업들이 구체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 「세계대전의 불씨가 된 경제구조」 중에서

 

 

초국적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바이오 산업이 코로나 19로 인해서 크게 각광을 받자 그간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던 회사들이 혜택을 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더 큰 인수합병이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고 기업이 커질수록 가질 수 있는 파워가 막강하기 때문에 바이오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들의 합병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같이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기업끼리도 합병이 발생되고 있다. 국가 간 산업끼리 합병이 되면 개별 국가도 건드리지 못하는 초거대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반독점법은 굉장히 일리있는 법이다. 뭔가 그들이 자유롭게 제공하는 듯 하지만 대부분 락-인 방식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다른 것이 나오기 전에 싹을 자른다거나, 인수를 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기업이 되면 국가에서조차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통제를 할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무엇이 옳은가는 지금 따진다 해도 도움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기업과 개인, 기업과 국가간의 조화가 이루어지는가에 집중시켜 다시 한 번 돌이켜볼 문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정책이나 구조는 누군가 불편한 채로 계속되면 결국 피해는 일반 소비자, 국민들이 모두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게 옳은 방식일까? 반독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있는데도, 세계가 좋은 방향으로 논의를 해가고 있는데도, 우리 기업,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우리 경제계나 우리 학계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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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아픈 과거 기억을 우리말로 형상화시켜 고통을 치유하는 수작(秀作) | 기본 카테고리 2020-12-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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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토우의 집

권여선 저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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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은 깜깜한 무덤.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시대적 아픔을 우리 언어로 어루만져 치유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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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 작가의 글은 다르다. 이 소설을 읽고 느낀 독자의 감정은 부러운 글솜씨다. 사실 권여선 작가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 무거운 주제다. 더욱이 과거 힘들고 괴로운 기억들을 무거운 글과 어두운 분위기의 언어가 아닌 우리 시대 오늘의 언어로 형상화해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하고 감동 받을 수 있는 글로 만든 것은 역시 '프로'답다고 느낀다. 그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밝고 명랑한 미래를 위한 힘 있는 성장소설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과거를 오늘에 되살리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가장 객관적으로 환부를 들여다보고 소설을 읽음으로써 치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프로'다. 그렇다고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이 '프로'답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혹시 오해할까 조심스럽게 사족을 붙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토우의 집』은 권여선 소설가가 이룬 가장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장독 뒤에 숨어서’라는 제목으로 계간 『자음과모음』을 통해 2014년 봄부터 가을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우리가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고통과 상실의 현장을 다루고 있다.

『토우의 집』의 주 배경은 큰 길 곁으로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어 머리를 치켜든 다족류 벌레처럼 보이는 삼벌레고개이다. 소설은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이 산자락에 자리한 마을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펼쳐낸다. 주인공 ‘안 원’에게는 언니 ‘영’과 동생 ‘희’가 있다. 이 세 자매는 주인집에 세들어 살고 있으며, 주인집 아들 ‘은철’과 마을의 비밀을 조사하는 스파이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원이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이 남긴 채, 세 아이들의 이름처럼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인혁당 사건’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은 ‘토우가 되어 묻힌’ 사람들의 자리, ‘토우의 집’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공간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그것을 상실하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이를 부당하게 빼앗긴 사람들이 겪는 상처에는 무한한 사과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마음이 집필 동기가 됐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삼벌레고개 어린 스파이들의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고통에 관한 고백이다.

 

 

산꼭대기에 바위 세 덩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 ‘삼악산’이다. 그 남쪽 면은 경사도 완만하고 바위도 적어서 산복도로를 냈다. 그리고 애벌레처럼 그 도로 옆으로 집들을 지었다. 우물집 둘째아들인 은철이네 집에 새댁네 식구가 이사를 온다. 새댁네 가족은 ‘안 영’ ‘안 원’ 두 딸까지 넷이다.

‘은철’과 새댁의 둘째딸 ‘영’의 직업은 ‘스파이’. 마을 우물에 빠져 죽은 처녀들의 수가 왜 ‘구십삼’인지 밝혀내고, 벽돌을 갈아 만든 독약으로 누군가를 벌하기도 하며, ‘새댁’ 혹은 ‘누구 엄마’로 부르고 불리던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낸다. 하지만 ‘개발기술’과 ‘귀밝이술’의 발음이 똑같은데 어떻게 어른들은 그걸 구분해내는지, 어른들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 투성이이다. 이 소설에는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가 많이 등장한다. 물론 조금만 나이 먹었다면 뜻은 대충 아는 우리말들이다. '토우'라는 우리 선조들이 빚어냈던 흙으로 만들어 구운 여러 형상물이다.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토우(土偶)는 흙으로 만든 물상 또는 동물상(動物相). 장식적(裝飾的)인 용도(用途) 외(外)에도 풍요(?饒)와 다산(多産)을 기원(祈願)하는 주술적(呪術的)인 의미(意味)도 지닌 것으로 풀이돼 있다. 토우는 단어 자체도 한자어지만 굳이 우리말을 찾아 쓰지 않아도 뜻을 다 아는 고유어화돼 있다. 토우로 형상화된 사람들은 지난 역사에서 피해자가 된 많은 사람들, 민초들을 의미하지 않을까. 작가의 말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된다.

 

"나는 그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내 몸에서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고통 앞에서 내 언어는 늘 실패하고 정지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이제껏 글을 써왔다는 걸. 그리하여 오늘도 미완의 다리 앞에서 직녀처럼 당신을 기다린다는 걸." (「작가의 말」 중에서)

 

 

이처럼 저자는 그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성장통에 담아 오늘의 우리 시대에 토우로 형상화시켜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위한 행동들의 장당화를 추구한다.

마을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비슷하다. 커가는 아이들, 남편의 월급, 새로 이사 온 새댁의 가족사 등. 마을 여인들의 하루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가 인생의 큰 고비가 되었다가 운수패를 두고 나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는 남자들이 한 명씩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번번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삼벌레고개는 작게 진동한다.

원이네는 막내딸 ‘희’가 태어나면서 다섯 가족이 된다. 딸들의 이름을 이어붙이면 ‘영원희’. 하지만 가족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김밥을 몇 줄 살뜰히 챙겨 산에 오르려던 어느 날, 덕규는 처음 보는 사내들의 부름을 받고 따라가 원이가 교복 입을 나이가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시종일관 큰 요동 없이 차분하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삼벌레고개 마을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아래를 고요히 흐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위태롭다. 밥을 먹는 것, 학교를 가고 출근을 하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 내부의 균열과도 같은 고통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덕규가 양복 입은 사내를 따라간 것처럼.

 

 

저자는 이 소설로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김동리를 기념하기 위한 상,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욕심 없이 평온하게 이어가는 우리 선조들의 삶(이 작품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정도)이 '가장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심정, 같이 어울려 사는 삶을 바라는 한국적인 삶을 우리의 언어로 빚어냈기에 수여된 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故) 김동리 선생의 작품 세계와 잘 맞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장독 뒤에 숨어서’라는 제목으로 계간 <자음과 모음>을 통해 2014년 봄부터 가을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고통과 상실의 현장을 다루고 있다. 토우의 집 배경은 삼악동이다. 삼악산 남쪽 면을 복개해 산복도로를 만들면서 생겨난 동네였다. 큰 길 곁으로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어 머리를 치켜든 다족류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삼벌레 고개라고 불린다.

소설은 1970년대 일곱 살 동갑내기인 은철과 원의 시선을 통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펼쳐낸다. 김순분이 주인인 우물집엔 네 가구가 살았는데 도합 열세 식구나 되었다. 어느 날 새댁과 남편, 딸 둘(영과원)이 이사를 오게 되었다. 새댁은 펜에 펜촉을 끼워 남성적인 글씨체로 한문을 휘갈기는 걸 보고 복덕방장이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쏟아놓는다. 순분네 아들 금철은 동생 귀에 껌을 구겨 넣는 장난을 하고 병원에 다녀 온 뒤로 매타작은 종적을 감추었다.

 

 

 

역사의 아픈 기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해 나간다. 이 책에 나오는 유신정권은 1972년도 유신헌법이 발효되면서 출범한 정권이다. 실질적인 영구 집권을 목표로 발효된 유신헌법에 격렬한 반독재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서 진압하였지만, 결국 많은 희생을 냈고, 몇 년 뒤 유신 체제도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유신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독재정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붙잡아 가두고 심지어는 사형으로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입을 막으려 했다. 정부의 눈밖에 날 경우 죄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뒤집어씌울 때다. 이 중 한 사건이 소위 '인혁당 사건'이다.

인민혁명당 사건을 말한다. 유신정권 당시 정치권력에 종속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불법이 낳은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시기에 따라 1차 인혁당 사건(1964년)과 2차 인혁당 사건(1974년)으로 구분된다. 1974년 4월, '2차 인혁당 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소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중앙정보부가 1974년 유신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수사하면서 이 배후·조종세력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 이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사건을 말한다. 중앙정보부는 1974년 4월 25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민청학련의 배후에서 학생시위를 조종하고 정부전복과 노동자, 농민에 의한 정부 수립을 기도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도예종 등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판결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이 소설은 ‘토우가 되어 묻힌’ 사람들의 자리, 역사적 비극의 공간을 그리고 있다.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고통에 관한 고백이다. 직접 책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고통'의 본질은 '인혁당 사건'에 있음을 이제 우리는 안다. 그 시절 암울한 분위기의 사회와 그 속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낸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그려져 토우의 집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토우의 집은 깜깜한 무덤

 

저자 : 귄여선

 

1965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상처와 일상의 균열을 해부하는 개성있는 작품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도 제3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사랑을 믿다'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감정과 그 기복을 두 겹의 이야기 속에 감추어 묘사하여 호평을 얻었다. 저서로는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 숲』, 『안녕 주정뱅이』, 『아직 멀었다는 말』, 장편소설 『레가토』, 『토우의 집』, 『레몬』, 산문집 『오늘 뭐 먹지?』가 있다.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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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을 즐기는 방법 | 기본 카테고리 2020-12-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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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정재혁 저
파람북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가족과 연인 말고, 때로 ‘혼자’의 시간에 빠져들 필요가 있다. 고독마저 기꺼이 즐기고픈,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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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일하고 저녁 퇴근 후에는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든지, 여흥을 위해 술을 한 잔 한다든지, 또 때로는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에 가는 등 우리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아름다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정을 나누고 사랑을 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열심히 일에 매진한다. 일도, 여가도 혼자서 즐기기보다는 역시 함께 어울려 즐겨야 기쁨이 크다. 또 함께 어울려 나누는 정은 삶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어느 날부터 우리 모두는 잃어버렸다. 가끔씩 ‘잠시 멈춤’을 하고 또 때에 따라서는 ‘거리 두기’가 방역의 기준이 돼 단계가 올랐다내렸다를 계속하며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우리의 올 한 해 일상은 그렇게 잃어버렸다. 내년을 기약하지만 언제쯤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잠시 멈춤과 거리 두기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생활 양상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면이 일상화 되고, 거의 모든 문제를 서서히 혼자 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이라 해서 컴퓨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의 편리한 점만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필수적으로 비대면 시대라는 말에 두려움도 느낀다.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최첨단의 디지털 문화에 공감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만 종료된다면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다면 그때 가서 맞춰 살면 되니까. 그것이 삶이니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요일별로 줄을 서다 지금은 그런 일은 없지 않은가. 이미 변해버린 지구 환경 속에서 계속 당황하고 우울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니. 다가올 걱정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는 게 먼저니까.

 

 

COVID-19로 '집콕'이란 말이 널리 퍼졌다. 이번 팬데믹으로 처음 나온 신조어는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게 코로나 때문이다. 방역을 위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집안에 들어앉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생업도 학업도 불가피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의 모임이나 집합을 꺼리다보니 자연히 집밖에는 갈 데도 없고, 갈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비자발적 칩거이다.

'집콕'이란 한때 유행했던 '방콕'에 이은 신조어로 컴퓨터 인터넷 등에서 자주 쓰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게 된 말이다. 원래 우리 선조들이 쓰던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말도, 칩거(蟄居)란 말도 모두 한자어로 요즘 말로 하면 자발적 집콕인 셈이다. 두문불출이란 말이 잘 쓰이지 않은 이유는 요즘 우리가 하는 집콕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뜻은 같지만 말의 어원이 정치적인 뜻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킨 뒤 1392년 7월 16일에 공양왕의 선위 형식을 빌려 조선 국왕에 즉위하자 고려의 유신 72인이 끝까지 고려에 충성을 다하고 지조를 지키기 위하여 이른바 부조현(不朝峴)이라는 고개에서 조복을 벗어던지고 이곳에 들어와 새 왕조에 출사하지 않았다. 이때 조선 왕조는 두문동을 포위하고 고려 충신 72인을 불살라 죽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칩거나 은둔도 자발적이긴 하나 정치적 의미보다는 사회로부터의 피난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른 듯하다.

 

 

이 용어들의 뜻을 굳이 말하는 것은 이 책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의 저자 정재혁이 '능동적' '자발적' 집콕을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미 5년 전부터 능동적으로 비대면 집콕 생활을 실천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그만의 노하우로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법에 대해 차분히 귀띔한다. 일반인들은 집에만 있는 시간이 괴로운데 저자는 자신이 실천해보니 꼭 괴로운 것만은 아니다라는 점을 이 책에서 피력하기 때문이다. '비대면'도 사회적 용어이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아니다. 사람간 접촉이 가장 큰 전염 원인이기 때문에 사람간 접촉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방법은 비접촉이고 비대면이다. 저자의 비대면 실천은 능동적, 자발적이지 코로나로 인한 비자발적 집콕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비대면이 한시적으로 가장 좋은 방역 활동 실천 방법이니 '집콕' 선배인 저자의 말은 일상이 예전대로 돌아가기 전에는 유용할 수 있으니 경청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저자의 집콕 생활 중 하나인 동네 산책과 빵 만들기, 반려견과의 놀이, 해시태그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즐길거리 찾기 등 다소 사소한 실천들이지만, 약간의 주의와 관찰만 곁들인다면 제법 새로운 모험과 도전, 어깨가 들썩이는 항해와 발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봄이 아닌 코로나가 찾아왔던 지난 봄. 하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절은 일상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만남이 제한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21세기 우리는 와이파이 망 안에도 살고 있다. #를 붙여가며 별 탈 없이 어제와 오늘이 지속된다. 집에서 라이브, 집에서 영화, 집에서 스포츠, 심지어 술자리…. 디지털, 웹의 역사도 반 세기를 향하고 있으니 니름의 역사가 쌓일 만도 하다. 사람은 참 뭘 하지 못해 안달난 존재다. 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일본의 SF 소설가 오가와 사토시는 “코로나는 인류 최대의 즐거움 중 하나인 ‘집회’를 앗아가버렸다”고 성을 냈는데, 지금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만남으로 가득하다. 나조차 #에 접속해 라이브 공연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고, 심지어 몇달 전에는 처음으로 랜선 인터뷰까지 했으니, 인간은 웬만해선 어떤 상황에서든 무언가를 하려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정전이 되면 우린 오래전부터 촛불을 찾곤 했다.(p. 51~52)

 

 

저자는 서서히 얘기를 풀어간다. 자신의 집콕 생활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현재 일상의 멈춤과 거리 두기를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말을 주기 위해서다. 또 그 희망의 메시지에는 슬기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을지 모른다. 독자도 이 책을 열심히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멈춤’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이지만, 결코 물러서는 걸음이 아니었다."

많은 뜻을 내포한 이 한줄의 문장에서 어느새 저자는 코로나 탓에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일상을 보내느라 골머리를 앓는 이들에게 슬며시 자신이 먼저 겪어 익숙한 ‘비대면 집콕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멈춤’을 통해 알게 된 고마운 일상과 의미들에 관해. 에세이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언제나 가족과 연인, 그리고 떠들썩한 모임을 찾게 마련인 우리에게 혼자 지내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고 귀띔한다. 홈트레이닝과 랜선 술자리, 홈터파크 등의 트렌드는 일시적 위안일 뿐이다. 독자로서는 도무지 재미 있거나 즐겁지 않을 것 같은데 저자로서는 나쁘지 않나보다. 저자도 역시 ‘멈춤’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외로웠으며,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겪고 느끼고 관찰해서 깨달았던 저자의 일상은 답답하기만 한 코로나 시절을 힘겹게 통과하는 우리에게 반가운 힌트를 줄 것으로 믿는다.

 

 

"'오프'라는 말을 좋아한다. 치장을 하지 않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랑하지 않아도 기죽지 않는 수더분한 오프의 시간을 좋아한다. 오프라는 말은 요즘 유행하는 아날로그의 오프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유행되려 할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자리'로서의 오프를 좋아한다. 벌써 5년째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지만, 내게 그런 오프의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았다. 오늘도 종일 집, 그리고 아파트 단지 안만 어슬렁거렸지만 오프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오프라는 건 내게 '온' 바로 옆자리 - 너와 그들의 곁, 그리고 세상과 나 사이에 작동하는 말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보내는 일상에 그런 스위치는 애초 성립할 리 없다. 매일이 무언가를 하기 위함이어떤 애씀의 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바보 같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무게, 그렇게 '온'을 갈망했던 날들에 '오프'는오히려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었따. 그곳을 다시 찾는 오후였고, 그 지긋지긋했던 마감 언저리의 일상을 다시 서성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보 같은 걸음으로 5년여. 나는 스위치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p. 20~21)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 31편을 통해 ‘마주 오는 누군가를 피해 걷고, 주위 인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자신이 직장 생활을 했던 때는 알 수 없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와 성장을 덤덤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내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는 그의 고백이 여전히 코로나 시절을 감당해내야 하는 우리에게 뜻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책에는 《바자》와 《싱글즈》 등 여러 잡지에 게재되었던 저자의 흥미로운 칼럼들도 함께 실었다. 표지 그림은 에드워드 호퍼의 《ROOM BY SAE》로, 저자의 기호와 책 내용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다.

 

 

저자 : 정재혁

 

저자는 5년 전 뜻밖의 병원 신세를 지면서 직장을 관두고 집에 머물러야 했다. 치료를 반복하며 가족의 보호를 받아야 했던 순간에는 당혹스럽고 열패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멈춰 지낼 수만은 없었다. 불가능할 줄 알았건만 다시 크고 작은 매체에 글을 쓰고, 낯설기만 했던 동네 산책에 나서고, 제빵 기술을 배우거나 해시태그의 도움을 얻어 온라인 공연 관람에 심취하기도 하면서 그는 서서히 혼자만의 일상을 만끽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기회도 얻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했는가 하면 《미스터 트롯》에 심취한 어머니와 서먹했던 이웃의 존재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전문지 《씨네21》, 여행지 《AB-ROAD》, 남성지 《GEEK》, 패션지 《VOGUE KOREA》 등에서 기자로 10여 년간 근무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7년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PUBLY’에서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 ‘쓰는 시대의 도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행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게스트 통역 업무, 교통방송 DMB 채널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본어 프로그램 레귤러 패널과 일본문화원 리포터 경력이 있다. 저서로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이 있으며,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를 번역했다. 현재는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사사로운 글을 쓰면서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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