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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빙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지옥에서 살아 남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버려야 했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1-3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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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죄의 빙점 형제복지원

김영권 저
작가와비평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피해자 한 분 한 분 사연을 들어보면 도저히 인간이 한 짓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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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이란 부산의 형제복지원이 1975~19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시키며 각종 학대를 가한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당시 약 3,000명을 수용한,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길거리 등에서 발견된 무연고자들은 물론 장애인·고아·가족이 있는 일반 시민·어린아이들까지 이곳에 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처음 사건이 보도됐을 때만 하더라도 집단 수용 시설이 낙후되고 이에 불만인 수용인들이 집단으로 단순 탈출한 사건일 줄 알았다. 그러나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경찰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만행의 일부가 밝혀지면서 전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20세기 산업화에 성공한 후 선진국 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만행이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 한편으로는 책임자 강력 처벌을 기대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의 선도 보호라는 설치 목적과 달리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들을 끌고 가서 불법으로 감금하고, 강제 노역에 동원하여 노동력을 착취하며,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 살해해 암매장하고 시신을 300만~500만원으로 의과 대학에 실습용으로 팔기도 하는 등 반(反)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원생의 탈출을 막기 위해 경비원과 경비견으로 철통같이 감시하여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등 사설 교도소 이상의 악랄한 범죄적 운영으로 막대한 범죄 이익을 취했다. 이처럼 온갖 비행을 저지른 결과 12년 동안 원생 531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 국가적으로 최대의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더욱이 정부는 이 복지원에 연간 2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다.

복지원 측은 이들을 불법감금한 뒤 강제노역은 물론 구타·성폭행 등 끔찍한 학대를 가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 암매장을 자행하면서 그들의 만행을 철저히 은폐했다. 한편,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만행에 대해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수사해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며, 박 원장은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받는데 그쳤다.

 


 

당시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사건 이후 풀려난 사람들은 민주화가 이뤄지고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가동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주장하며 시위에 나서자, 위원회는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실시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팀은 시위자와 생존자 등을 대상으로 취재에 들어갔고 일부 방송을 타고 이들의 만행이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놀라운것은 당시 경찰들이 합세해 길거리에서 발견한 무연고자들외에도 가족이 있는 아이들, 여자들까지 납치하여 끌고 갔다는 것을 스포트라이트팀이 밝혀냈다.(당시 경찰들은 형제복지원에 아이들을 한 명씩 넣을 때마다 가산점을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또 가족의 보호 아래 잘 살고 있던 멀쩡한 아이를 형제복지원에 끌고 가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고 누더기옷을 입혀 깡통을 들게 하는 등의 부랑자 모습을 연출하여 사진을 찍게 한 다음 감금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생존자 한종선씨는 아버지가 살기가 팍팍하여 누나와 함께 나라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교육시켜 준다는 말을 듣고 두 아이를 맡겼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을 들어서면서부터 온갖 구타와 성폭행, 강제노역등 지옥 속에서 살았다는 것. 그래서 한종선씨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게 됐다는 것도 드러났다. 또 강호야 씨는 어릴 때 잡혀와서 그 안에서 강호야! 강호야! 불리던 게 지금 자신의 성이 강이 되고 이름이 호야가 되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부모를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이름도 성도 그 모든 것을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피해자 박순이 씨는 오빠를 만나러 기차역에서 오빠를 기다리다가 경찰들이 파출소 가서 오빠를 기다리자는 말에 따라갔다가 형제복지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박순이 씨 아버님은 딸을 찾는다고 헤매이시다가 술, 담배를 너무 많이 하셔서 폐암에 걸려 돌아가셨다고 한다. 당시 형제복지원에는 여자아이들 방이 따로 있었는데 남자들이 들락날락하는 걸 보았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방으로 불려가는 언니들은 조장실 등의 방에 다녀오면 꼭 사탕이나 '쵸코파이'를 들고 와서 어린 동생들은 그 간식을 얻어 먹으려고 기다렸다고 폭로했다.

 


 

이 책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 저자 김영권은 이렇게 썼다. 만일 지옥이 있다면 바로 그곳 아니었을까? 부산 시내에 실재했던 악의 만화경. 신이 만든 하계가 아니라 인간이 세워 운영한 한국판 홀로코스트라고 규정했다. 독재정부 인두겁 마귀들이 횡행하는 시대에 인간은 낙엽보다 허망스레 사라진다.

이 책은 부산 북구 주례동 산 18번지에 있던 ‘형제복지원’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기존의 형제복지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씁쓸하게 보여준다.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은 이를 위해 주인공이 형제복지원 이야기를 쓰기 위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들은 형제복지원에서의 고통도 그렇지만 가해자의 합당한 처벌을 위해 싸우는 과정도 험난하다. 우리의 죄는 그 참혹한 사건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고, 속죄는 그들의 분노에 동참해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형제복지원의 인권 유린에 대해 알아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짓, 혹은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짓들이 일어났던 곳이 형제복지원이었고, 인권을 유린했던 수뇌부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아가는 중이다.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을 통해 독자들이 피해자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가해자들의 정당한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상황이 이랬나 할 정도로 참혹한 일이 인간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육신은 물론 정신까지 황폐해져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변해가는 피해자들. 그럴수록 더욱 옥죄는 가해자들. 점점 잔인한 범죄의 나락 속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간다.

저자야 사실의 상황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했지만 '실제일까' 하는 독자의 의심을 피할 수 없을 정도다. 욕설도 독자가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난무하고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까지 악랄해질 수 있나 할 정도로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형제복지원의 비극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남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나만 편하면 된다", "나에게 이익이라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한다"라는 인간의 본성(?)이 이 끔찍한 비극을 낳았을까. 독자도 인간의 본성에 '악'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악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엔 선도 있다. 악한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가 이성의 힘이라고 하지만 독자는 '선'도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악을 보고 무관심한 것 역시 인간 본성이 아니다. 악을 보고 응징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는 자에게 '악을 보면 응징하라'고 말하는 것은 '악을 행하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형제복지원의 비극의 끔찍함은 '본성'과 '이익 추구' 그리고 '무책임'이 합쳐진 결과라고 믿는다. 어떤 일이든 상황에 부딪치면 인간의 선택은 '자신에게 이익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이 본성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형제복지원에서 저질러진 만행이 성립되진 않는다. 무책임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움은 어떤 상황이나 자리에서도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답게 행동하려 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형제복지원장 박인근과 그 자녀나 후손들의 삶을 알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들이 챙겨 놓은 돈이 얼마며 이것을 인정해주고 도와준 게 정부인데 얼마만한 죗값을 치러야 하는지 법적 책임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정이야 옛날 말대로 '씨를 말려야' 할 정도의 범죄지만 법을 알지 못하면 어떻게 처벌해야 옳은지 판단을 내리는 것도 한낱 감정에 치우쳐 제대로 죗값을 묻기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는 판단을 내려줘야 국가가 나서서 죗값을 묻든지 대신 지든지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21세기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게 슬프기만 하다. 독자들은 피해자의 분노에 공감하고 그들의 죗값을 치르는 데 어디까지 동의할지에 대한 고민의 책임이 있다. 도덕적 책임이다. 그것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질 때는 국가와 사법부의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 소설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계기로 쓴 소설이다. 이 사건은 2014년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도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이들이 처리하지 않은 게 '정의의 진공'이라고 규정하는 데 독자는 동의한다.

 


 

낮은 집들을 지나쳐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을 향해 걸었습니다. 형제의집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던 굴뚝이었습니다. 수용자들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시체가 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아닌 목욕탕 굴뚝이었습니다. 목욕 바구니를 옆에 끼고서 아줌마 두 명이 걸어 나왔습니다. 평온한 얼굴의 거리, 우뚝 솟은 전봇대, 반쯤 찢긴 채 붙어 있는 벽보들, 전구가 깨진 가로등, 일정한 간격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 사람들. 우리를 가둔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세상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온 두 발을 내려다보며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를 향해 사죄하지 않는 세계, 내가 사라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세상의 평화로움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습니다. 목욕탕 굴뚝 앞에서 느꼈던 무심한 평화로움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p. 219)

 

언젠가 진상규명이 시작되면 방 원장의 하수인으로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도 드러날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이 드러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은 무리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걸 병호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버지의 과거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진실은 드러날 것이고, 누군가는 아파하고 상처를 받으며 드러나는 게 진실이니까. 병호는 자신 또한 그렇게 상처를 받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pp. 230-231)

 

저자 : 김영권

 

진주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고 <작가와비평>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선감도: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몽키하우스> <어린 북파공작원>과 청소년 소설 <보리울의 달>, <수상한 선감학원과 삐에로의 눈물> <동상의 꽃꿈>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한 장편 에세이 소설 <잘난 니 똥>이 문예지에 연재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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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 기본 카테고리 2021-01-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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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김찬용 저
arte(아르테)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는 최단거리로 간다." 인상파부터 현대미술까지 큰 그림을 보여주는 스마트한 미술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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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가더라도 여간해선 만나기 힘든 도슨트를 책을 통해 만나는 것도 코로나 덕분(?)인 것 같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많은 선인, 인생 선배들의 말의 진정성을 실감하는 데 일조하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예술 평론가들의 말을 좇아 독자는 많은 전시회나 박물관을 다녔다. 당연히 미술에 대한 안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감상법은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암기해야 하는 미술사 부분은 약하다. 다행히 요즘 미술사를 다룬 책들이 무척 많이 나와 도움을 받았지만 독해력이나 암기력이 떨어진 탓인지 몇 권 읽어도 흐름이나 줄기를 제대로 잡을 수 없어 안타깝다. 작품을 보면 누구 작품이며 언제쯤 화가가 그린 것인지는 알겠지만(일부 유명한 작품만) 흐름은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공부가 덜 된 탓이리라. 그래서 미술사나 미술의 흐름에 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보았다. 역시 나름대로 독창적인 관점을 가지고 서양미술사를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책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어느 날 갑자기 독자 손으로 들어와 뿌연 안개처럼 서양 미술의 흐름을 밝히지 못한 머릿속을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 좋아하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참인가, 거짓인가. 오랜 기간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수십만 관람객을 미술의 세계로 안내해온 대한민국 1호 전시해설가 김찬용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해서 관심이 컸다. 미술 감상에 주력하다 최근 미술사에 큰 관심을 갖게 된 독자로서는 미술의 흐름을 제대로 설명한 책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없이 읽기 시작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읽는다기보다는 본다고 해야 맞을 듯. 말 그대로 내비게이션을 따라 길 안내 받듯이 이 책의 안내대로 따라가면 쉽게 현대미술까지 이른다. '단숨에'라고까지 표현하긴 힘들지만 '최단시간'이란 말엔 기꺼이 동의한다. 최소한 독자가 읽어본 미술사 책 중에서는 그렇다. 미로 같은 미술관을 헤매는 일도, '서양미술의 흐름'을 찾아 헤매는 것도 앞으론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독자처럼 미술 감상을 하기 위해 전시회를 수십 차례 찾았지만 머릿속엔 각 작품의 특징만 기억됐지 서양 미술의 흐름조차 파악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사람에게 안성맞춤 미술 길 안내서다. 미술 공부, 무조건 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 처음부터 나오는 그 사진이 또렷이 기억난다) 어느 세월에 2000년대까지 배우지? 미술 길에서 헤매던 독자에게 저자는 “좋아하는 곳부터 함께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모르는 것은 지금부터 알면 되고, 미술을 좋아하는 방식은 각자 다양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그 논리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14년 차 도슨트 김찬용의 노하우로 설계된 최단 거리 미술사 여행은 인상파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유쾌하고 명쾌하게 당신을 안내한다. 그리고 이 길의 끝에서 당신은 미처 몰랐던 취향을 찾고, 미술 애호가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이미 애호가도 마니아급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임이 확실하다.

 


 

독자는 십수 년 전 유럽 여행 때 파리에 2박3일 머문 적이 있다. 당연히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고,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보았다. 첫번째 느낌은 사람이 너무 많아 오히려 관심이 더 커졌다. 얼마나 잘 그린, 유명한 작품인지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차례로 줄을 선 다음 30여분만에 모나리자 앞에 섰다.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림 크기에 놀랐고 멀리서 보도록 가드체인을 걸어놓아 A4 용지만한(당시에 그렇게 느껴졌다) 크기의 그림을 시력도 좋지 않는 독자가 잘 보기에는 이미 잘못된 계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결국 이내 박물관을 나오고 말았다. 다 돌려면 2박 3일은 걸린다는 당시 가이드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숙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유명한 그림이 있는 전시관이나 박물관은 늘 그랬다. 이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외 여행에 박물관 코스를 집어넣지 않을 정도로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전시회에서 트라우마는 치유됐다.

클림트 전시회, 샤갈 전시회가 예술의 전당에 있는 미술관에서 열린 적이 있다. 그림 크기가 커서 놀랐고 그림과 관객 사이가 매우 가까워 오히려 전체 그림을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로써 모나리자 때 생긴 트라우마는 치유됐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때는 여행 가이드였지만 이 책의 가이드는 전문 미술해설사인 도슨트여서 다른 점도 있겠다 싶다. 너무 자세히 안내돼 마치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 느낌이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14년간 알베르토 자코메티, 르 코르뷔지에, 마크 로스코, 알렉산드로 멘디니, 에드바르드 뭉크, 폴 고갱, 데이비드 호크니, 툴루즈 로트렉, 장 미쉘 바스키아 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80여 개의 전시장에서 30만 관람객을 만나온 대한민국 1호 도슨트다.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도 다양한 대중과 만나고자 3년 전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여 누적 조회수 90만을 기록하였고, 〈방구석 1열〉, 〈우리동네 미술관〉, 〈투자의 정석〉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한민국에 ‘도슨트’라는 이름을 알린 주인공이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술과 가까워지고 삶 속에서 미술을 즐기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믿고 보는 도슨트의 전문성, 오랜 기간 관람객들을 만나며 갈고닦은 감각과 재미,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찾고 미술 애호가가 될 수 있다는 유익성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책임을 실감한다. 불과 서너 페이지만 읽으면 독자처럼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라 독자는 믿는다. 배우 신세경은 전시장에서 김찬용 도슨트를 만났던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매번 오답처럼 느껴졌던 나의 감상평도 따듯하게 감싸주며 오롯이 나만의 방식으로 미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던 목소리를 책에서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며 이 책을 추천한 바 있다.

 


 

미술과 친해지고 싶어 미술관을 기웃거리며 대책 없는 짝사랑에 빠진 독자들이라면 김찬용이 그 사랑을 이뤄줄 스마트한 큐피드가 되어줄 것이다. 아나운서 신아영도 “김찬용은 당신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감동하지 않아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고 실망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조금 서투르고 뒤죽박죽이어도,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볼 수 있는 것. ‘바로 그래서 미술은 재밌다’고 말한다”고 말한다.

김찬용은 마치 수학 공식처럼 미술에 대해 설명하는 입문서들 사이에서 ‘정해진 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순간을 찾기’를 이 책에서 제안한다. 각자 좋아하는 지점은 다를 수 있고, 좋아하는 곳에서 시작해야 지식과 취향이 쉽게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독자가 저자를 신뢰하게 된 지점이다. 독자는 그런 식으로 미술 전시회를 수십 차례 쫒아다녔지만 미술사를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강박관념을 저자는 이 책 한 권에서 실제로 보여주며 단 번에 날려버려 주었다. 독자가 저자에게 감사해하는 이유다. 아트 내비게이션의 미술사 여행은 저자가 설계한 아트맵을 따라 진행된다. 아트맵은 근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고속도로 같은 길이다.

아트 내비게이션의 여정에서 마음에 드는 지점을 발견했다면 ‘주변 탐색’을 통해 거기서부터 취향의 영역을 넓혀가보자. 길 끝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찾아낼 것이다. 그것이 감상이든, 미술사든, 흐름이든, 화가이든...

 


 

지금도 독일 카셀 도시 곳곳에는 40여 년 전 보이스와 시민이 함께 심은 오크나무와 현무암이 방문하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죠. 보이스는 한 명의 예술가가 자신의 천재성을 연마해 내놓는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 대신, 예술가는 아이디어만 제공할 뿐 작품 제작의 모든 과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형태의 조각을 선보였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의 예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죠. (중략)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익숙한 것들의 재배합을 통해 낯선 감상을 전달했듯이 보이스는 익숙한 것(나무)과 익숙한 것(돌)의 조화만으로도 진보와 보수, 아이와 어른, 삶과 죽음 등 무한한 해석과 감상을 할 수 있는 문학적 작품을 남겨준 것입니다.

- 「12. 캔버스를 벗어난 미술, 플럭서스」 중에서

 

자, 직접 현장에서 감상한다고 생각하고 상상을 해볼까요? 미술관 안에 들어갔더니 수족관에 들어 있는 듯 보이는상어가 있습니다. 다가가서 보니 상어는 죽어서 박제된 상태로 인공 수조에 담겨 있죠. 그런데 시간을 두고 유심히보니 죽어 있는 상어의 꼬리와 지느러미가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치 살아서 헤엄치는 것처럼 말이죠. 살아서 바다의 왕으로 군림하며 무서운 속도로 헤엄쳤을 이 상어는 영혼을 잃은 채 육신만 남아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을 공허하게 부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며, 버티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도시의 망자가 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 「14. 밀레니엄 시대의 주역, yBa」 중에서

 


 

여행을 통해 호기심이 생겼다면, 이제 내비게이션은 잠시 꺼두고 여러분 각자의 목적지를 새롭게 설정하여 많이 보고 즐기며 좀 더 멀리, 좀 더 깊게 다가서면 될 것입니다.

- 「16. 예술을 마주하는 순간」 중에서

 

저자 : 김찬용

 

우리나라 1세대 전시해설가이자, 열렬한 미술 애호가. 14년간 80여개 전시에서 수십만 관객을 미술의 길로 안내하며 ‘전시장의 피리부는 사나이’로 불려왔다. 런던 테이트모던, 파리 퐁피두센터,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국내외 대표적인 미술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로 여겨지며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도슨트를 직업화하기 위해 14년간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전시해설가’라는 명칭을 만들기도 했다. 전시뿐 아니라 유튜브 강연, 방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미술계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그는 사실 뒤에서 오래 연구하고 준비하는 노력파다. 또한 스타 도슨트로 빛나는 순간보다는 작품 뒤에서 대중들을 안내하고 납득시키는 순간을 더 사랑하는 도슨트다. 누구나 미술 애호가가 되어 일상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오래된 마음과 공부를 담아 이 책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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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우리가 사랑한 고흐』 | 기본 카테고리 2021-01-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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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고흐

최상운 저
샘터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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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 2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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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들] 우리가 불렀던 노래들의 의미와 생명력 | 기본 카테고리 2021-01-3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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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행가들

김형수 저
자음과모음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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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행가에 얽힌 추억담을 늘어놓다 보면 다들 시간의 마술에 속고” 만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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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대한민국은 지난해 몰아친 트로트 열풍에 휩싸여 있다. 처음 몰아칠 당시 '광풍'에는 못 미치지만 아직도 열기는 이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로트 열풍은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왔다. 갑자기... 팬데믹은 우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대한민국은 트로트로 밤을 샐 정도로 대단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팬데믹 종식보다 점치기 어려울 정도다. 한 방송국의 '트로트 경연대회'는 전 국민적 인기를 얻었고, 타 방송국도 이에 질세라 가담해 작년 12월 초엔 을씨년스러운 찬바람 속에 캐롤송 대신 트로트가 '코로나 시름'을 덜어주려 더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엔 트로트가 24시간 방송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도대체 왜 트로트가 이 같은 열풍을 몰고 왔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도 내놓지 못한다. 트로트 원로가수는 물론 트로트나 유행가 평론가들마저도 원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은 없다. 그 질문은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트로트 가사나 곡조에 '갑자기' 우리 정서에 잘 맞아서일 리도 없고, 트로트를 재해석해 새로운 트로트 풍의 노래가 쏟아져 나온 것도 아닌데...

독자는 트로트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교문 밖 단골 주점 등에서 목청 높여 불렀던 트로트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그때는 이른바 '젓가락 장단'이라고 젓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드럼'을 대신 하기도 했다. 독자는 7080세대여서 복고적 의미에서 무척 환영했지만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러대진 못한다. 나이 탓이기도 하지만 팬데믹으로 그럴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날 부르던 트로트는 역시 당시의 시대적 향수와 아울러 트로트가 방영되는 방송을 한참이나 듣곤 한다.

 


 

이 책 『유행가들』은 말 그대로 유행가에 대한 저자 김형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트로트 역사를 기술하거나 트로트에 관해서만 쓴 글은 아니다. 그러나 트로트를 집중 조명한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우리 트로트의 역사를 굳이 따진다면 약 100년이다. 독자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1921년 〈희망가〉로부터 시작된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독자가 대학 들어가기 전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다. 당시의 라디오를 통해 심심찮게 흘러나올 정도였다. 이미 문화예술교육사로 활동하는 유차영 씨가 트로트의 흐름과 궤적을 엮어 노래별로 작사·작곡·가수·시대·사람·상황·사연을 해설한 『트로트 열풍-남인수에서 임영웅까지』라는 책을 작년 10월 펴낸 바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로트는 노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연과 가수들에 관한 뒷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롭다. 사연을 모르고 들었을 때와 알고 들었을 때의 차이를 통해 느껴지는 감성이 다르다. 작가가 읊조리듯 풀어내는 센티멘털한 감상도 함께 어우러져 풍미가 담겨 있다. 재미있는 일화는 그 시절의 아련한 향수까지 떠오르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트로트 100곡을 해설해 놓아 독자는 추억의 과거와 열정으로 되살아난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감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 곡들이 '국민애창곡'이라고 명명해 통속적인 음률과 가사가 전해주는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우리에게 트로트의 역사를 한눈에 짚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 『유행가들』은 모두 5개의 부로 나뉘어져 시대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꽤 긴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유행가들에 대한 짧은 노트’에서는 우리나라가 트로트의 나라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며 그 당시 불렀던 노래들을 일별한다. 그렇게 “유행가에 얽힌 추억담을 늘어놓다 보면 다들 시간의 마술에 속고” 만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저자는 특히 “옛날이 오늘이 되고 노래 속의 풍경들이 갑자기 나의 것으로 돌변”한다고 말문을 연다.

1부 ‘유행가 지대’는 유행가가 어떤 지대에 있는지 어떤 위치인지에 대해서 말하는 짧은 글이다. “본능적으로 고향에 가고 싶거나 헤어진 연인이 견딜 수 없이 떠오르거나 마음의 상처가 덧나기만 할 때”처럼 (시로도 감당하지 못할) 노골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날것’의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2부 ‘어릴 때는 어린 노래가 있었다’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70년대까지를 회고한다. 해방과 분단 상황까지는 〈황성옛터〉 〈눈깔 먼 노다지〉 〈노들강변〉 〈목포의 눈물〉 〈감격시대〉 등을 소환하고, 그 후 시대를 풍미했던 신중현과 이미자, 그리고 김추자를 추억해낸다. 독자도 〈황성옛터〉를 잘 알고 있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하던 노래라고 풍문으로 전해들은 바 있다. 또 〈목포의 눈물〉은 독자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로 가사가 떠올라 옛 생각이 떠올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숱한 기라성 같은 가수 중에 나의 귀에 가장 많이 닿은 목소리는 단연 이미자이다.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다는, 그 이름 석 자로 이미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어버린 가수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아마 한국에서 1960~1970년대를 살았던 사람 모두에게 거의 완벽하게 전파된 낭설이 아닐까 하는데, 우리는 어렸을 때 이미자에 대해 두 개의 소문을 듣고 자랐다. 하나는 전쟁통에 고아처럼 버려져 울다 못해 그만 목청이 터져버렸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그의 목을 연구하기 위해 죽으면 시신을 미국으로 가져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독자도 들은 바 있다. 미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3부 ‘20세기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에서는 1970~1980년대 청년문화를 다룬다. 통기타와 청바지와 맥주로 대표되는 세대 감성. 그때 한국의 거리는 반항적 낭만주의로 가득 찼고 취미 생활자와 재능기부자 같은 모습의 뮤지션들 덕에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젊음의 연대감을 함께 누렸다. 독자는 60년대의 가요계 소식은 모르지만 분위기는 저자 말대로 열심히 사는 부모님들을 모습에서 유추해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이미 ‘대중의 아마추어화’ 현상이 발아되었다는 점이다. 포크송 가수들이 보여주는, 대단한 악단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는 문화야말로 듣는 자를 ‘절대적 수용자’로만 존재할 뿐 창조의 주체로 나설 수 없게 하던 이전 세대의 풍속을 일거에 전복하는 것이었다.

 


 

송창식과 양희은 김민기 등으로 대표되는 시기에는 광주에서 잊히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에도, 그 이후에도 그날을 기리며 노래는 불리었다. 4부의 무대는 광주다. 저자는 1980년 5월 스물두 살 광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때를 회상한다. “5.18 때 광주 시위현장에서 가장 많이 애창된 가요는 양희은이 부른 〈늙은 군인의 노래〉였다고 말한다 당시 대학생들은 이를 〈투사의 노래〉로 개사했지만 시민들의 태반은 따라 하지 못해서 불가피하게도 호출된 노래가 〈전남도민의 노래〉라고 덧붙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라도 사람을 통째로 역도(폭도) 취급을 하는 동안 민간인 공동체에서는 관제 향토 가요가 애국가가 되었던 것 같다. 분위기나 당시 사회 현상, 이후 5.18 조사 등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으며 오히려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잔혹한 장면들을 이미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뒤늦게 봤기 때문에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진솔한 고백의 문장들로 가득하다. 가수 김광석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담담하게 회상하기도 하고, 1990년대적인 것들과 불화했던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기도 한다. 노래에 대해서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노래의 생명력은 노래 자체에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부르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롯이 저장되어 있다는 듯이.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러온 저자는 노래에 대한 애정을 담아 『유행가들』을 썼으리라. 오늘의 트로트 열풍이 결코 갑자기 빛을 본 게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 내재된 것이 일시에 폭발한 것처럼. 저자 덕분에 독자 역시 트로트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지나간 가수들이 한층 그리워진다.

 


 

이 책은 내가 음악을 잘 알아서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라디오, 전축, 녹음기 따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인간의 마을에서 떠다니는 숱한 소리들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음악의 전부였다. 하지만 내 삶은 시대의 오지에서 한참 뒤떨어진 풍속사의 현장을 절묘하게 놓치지 않고 통과해왔다. 주막집 아들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온통 유랑극단의 노래들 속에서 보냈으며, 학교에 들어가서는 집 뒤에 극장이 생기는 바람에 그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노래를 날마다 피하지 못하고, 또 나중에는 뮤직박스의 디제이를 했던 형에게 포크송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그리고 5·18을 겪은 이후 민중가요사가 그려가는 궤적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그 이름 없는 가객들에게 받았던 감동의 기억들은 내 영혼의 세포에 스며들어 오늘도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김형수

 

1959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5년 『민중시 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불리게 했다.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장편소설 『나의 트로트 시대』, 『조드-가난한 성자들 1, 2』,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평론집 『흩어진 중심』 외 다수와 『문익환 평전』 『소태산 평전』, 고은 시인과의 대담집 『두 세기의 달빛』 그리고 작가수업 시리즈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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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두려움 속으로 | 기본 카테고리 2021-01-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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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스포츠의 도전 정신과 삶의 노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닮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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