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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늑대의 사과 | 기본 카테고리 2023-08-2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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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경쟁과 속도와 집단적 이기에 내몰린 인간은 이성은 물론이고 본성까지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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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사과] 흡혈귀는 범죄 현장에 장미꽃 한 송이를 남겼다 | 기본 카테고리 2023-08-2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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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늑대의 사과

최인 저
글여울 | 2023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소설은 인간의 잔혹성은 어디까지이며, 인간의 내면에 악마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자문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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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작품 『늑대의 사과』는 매우 강렬하다. 담고 있는 뜻이나 저자 최인의 표현도 내용 못지않게 적나라하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자신의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고 생각한 주인공 표기가 탈북해 대한민국에 와서 겪고 직접 체험한 일을 즐기는 것 같지만 결코 바람직한 체험이 아니다. 매우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더욱이 출판사들의 행태는 표기의 소설에 대해 작품성 여부를 떠나 돈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에 탈북자 입장으로 작품 출판마저 녹록지 않아 좌절한다. 북한 김일성대 문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로서 이 때문에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탈출해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는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을 경험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면 할수록 자신이 이상해져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차츰 소외되고 낯설어지고, 기형화되어 간다는 사실에 몸부림친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게 된다.

표기는 자신이 목적하는 대로 소설을 쓰고는 있지만, 남쪽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그의 글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고루하다며 출판을 거절한다. 결국 파격적인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표기는 신작 집필에 들어간다. 그가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블러드 서킹'을 하는 내용이다. 즉 평범한 샐러리맨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피를 먹는다는 줄거리다. 블러드 서킹을 중간쯤 썼을 때 표기는 난관에 부딪친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상황을 제대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표기는 사람의 피를 직접 맛보기로 하고 대상을 찾아 나선다.

 


 

출판사의 거절은 사실 이 작품 때만 아니다. 저자의 첫 번째 장편인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인문학적이고 종교적이고 문명적인 요소를 갖춘 소설이다. 두 번째 장편 『도피와 회귀』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학적 문체로 쓰여지고, 철학적 이해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세 번째 장편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선과 악, 신과 천사, 악마의 이야기이며,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이성과 오성과 명성이 무엇인지 묻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품는 동시에 줄거리를 끌어가는 스피디한 문체, 신선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이어지는 대화체, 세분화된 챕터 형식의 구성은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제 의식이 뛰어나면서 재밌는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은 단언컨대 흔치 않다.

이에 반해 『늑대의 사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재미만을 위해서 전개되고 진행되어 간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날카로운 묘사와 섬뜩한 장면, 자극적인 요소가 이것을 말해 준다. 소설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소설을 읽고 나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소설 속에 소설이 있다는 점이다. 즉 『늑대의 사과』라는 작품 속에 다른 소설이 동시에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소설은 결국 끝부분에서 하나가 된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두 가지 부분에서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 하나는 인간이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가와, 또 하나는 인간의 내면에, 우리의 내면에 주인공과 같은 악마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자문이다. 결국 소설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는 데 성공한 셈이 된다. 위와 같은 궁금증을 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면 된다.

 

 

저자의 전작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신의 종말, 천사의 저주, 악마의 죽음, 인간의 타락, 짐승의 멸종을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논하고, 노래하고, 추억한다. ‘악(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에 깊이 매료된 저자가 철저히 악마화 된 인간, 인간을 대신해 죽은 신, 천사를 타락시키는 악마를 서사시적으로 묘사했다. 이 작품은 신의 종말, 천사의 저주, 악마의 죽음, 인간의 타락, 짐승의 멸종을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논하고, 노래하고, 돌이켜 생각한다. 역설적이면서도 부조리한 회억은 과거를 되새기고, 반성하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저주와 조소와 비난의 읊조림이다. 이미 죽어서 궤란(潰爛)의 무덤 속에 자리 잡은 미래는 신조차도 살릴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 되살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차라리 창조주를 어둠의 동공 속으로 던져 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으로부터 버림 받은 신과 천사와 악마는 궤란의 무덤 속에서 스스로의 죽음을 재확인한다. 얼핏 들으면 단테의 신곡 같고, 읽다보면 철학서 같기도 한 이 소설은 저자 최인의 이력과 전작을 살펴보면 좀더 이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는 등단 전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3년 근무했으며 파출소장과 형사반장을 역임했다. 범죄와 악에 대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으리란 독자의 판단이다. 사실 에로티시즘에 대한 저자의 직접적이고 강렬한 묘사는 이미 단편집 『돌고래의 신화』(2022. 4, 글여울刊)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작품들이 출판사에서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되기도 했다. 그래서 집필한 『늑대의 사과』는 저자 최인이 직접 출판사를 찾아가지 않았으리라. 이미 저자는 자신의 출판물을 위한 출판사를 별도로 설립했다.

 


 

『돌고래의 신화』에서 저자는 단편소설의 대가로 평가받는 포우와 오 헨리가 즐겨 쓴 '충격요법'과 '반전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집에 실려 있는 대부분의 소설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한편, 극적 반전을 이뤄 독자를 글 속으로 몰입시키는 데 성공한다고 평가된다. 또한 치밀하고 세밀한 점묘법으로 구성된 작품 속에 녹아 흐르는 에로티시즘은, 책을 읽는 흥미를 더 한층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것들은 단편소설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충격요법, 반전기법, 점묘법 등은 단편소설의 중요한 기법에 해당되는 일들이다. 단편소설이 대부분 200자 원고지 70~80장 분량임을 감안한다면 장편소설처럼 사건이나 인물에 구구한 설명도, 장황한 묘사도 필요없다. 오히려 소설 전개나 반전에 방해가 될 뿐이다.

또 전작 『도피와 회귀』(2021. 10, 글여울刊)를 읽은 독자라면 저자의 문체와 소설 내용에 대해 쉽게 수긍하리란 독자의 생각이다. 『도피와 회귀』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자유로운 삶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의 끝까지 치닫는다. 그것이 이성을 상실하고 감정을 잃고 지성과 오성을 벗어 던지는 일이라도 상관이 없다. 주인공의 이같은 행위는 소설의 시작과 함께 이행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극단적이 된다. 인간은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위해 일하고 움직이고 경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바친다. 그것이 짐승이 되고 악마가 되고 길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본래 최인 작가의 소설은 인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을 보면 그것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번 작품 『늑대의 사과』는 저자의 지식 탐구와 사유가 매우 깊어짐을 느낄 수 있어 더 흥미가 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한 디지털 문명, 비접촉 소통, 거기에 따른 인간의 원초적 고통과 좌절감 등을 잘 버무려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자본주의와 기독교 문명을 처음 접하는 사회주의 출신인 탈북자 주인공 표기가 서른 다섯의 나이에 겪을 만한 일은 모두 다 동원된다. 특히 디지털 문명으로 인해 철저히 파괴되어 가고 있는 인간 중심, 인본적 사고 방식에서 멀어진 젊은이들의 놀이 행태도 쾌락이나 단초적 감정만 발달한 비이성적 생물체로 생각될 만큼 삭막한 인간성을 드러낸다. 사회주의 체제의 산물이라고 생각한 체제와 집단 의식에의 몰입이 일상에 배어들어 있다. 오직 생물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말기적 현상과 사회주의 비이성적 발전의 끝이 거의 같다는 저자의 사유 덕분일까? 저자 최인의 글에서는 늘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면서 극단적인 행위를 거리낌없이 행하는 '악(惡)'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금 세상을 나누는 잣대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기독교와 비기독교로 흑백 가리듯 나뉘어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의'나 '이념', 그리고 '종교'보다 '인간'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짙게 깔리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오직 인간이 만든 소사이어티로 인해서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만든 제도와 규칙이 이제 인간의 목을 조르고 있다. 경쟁과 속도와 집단적이기에 내몰린 인간은 이성은 물론이고 본성까지 잃어버렸다. 현대인인 우리는 인간이 만든 도시 속에서 천천히 짐승이 되어 가고 있다.'(p.76)

 


 

'늑대의 사과'란 표제어는 서양 문명에서 '신이 내린 채소'라고 부르며 즐겨 찾는 토마토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붉은색의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시작 전 '서문'에 두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붉은색 토마토를 땡감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외국에서 온 빨간 가지, 이탈리아에서는 황금열매, 즉 사과라고 칭했다. 학술적으로 부르는 라틴어 학명은 〈늑대의 복숭아〉이다. 반면 중남부 유럽에서 만들어진 학술명은 〈늑대의 사과〉이다. 동물을 잡아먹는 늑대가 복숭아나 사과 같은 것을 먹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늑대의 사과〉라고 이름을 붙인 것에는 배경이 있다. 토마토가 유럽에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이 열매를 저주와 파멸의 독초라고 생각했다. 북부 유럽에서는 이보다 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토마토를 먹으면 사람이 흡혈 늑대인간으로 변한다고 믿었다. 그 시대에는 마녀가 고약을 사용해서 사람을 늑대로 만든다는 풍문이 돌던 때였다. 이런 시대에 중미에서 들어온 눈이 부시도록 새빨간 열매는 유럽인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주었다.

 

저자 : 최인(崔仁鎬)

 

본명은 최인호다. 경기도 여주시 명성황후탄강구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 「비어 있는 방」으로 등단했으며 2002년 『문명, 그 화려한 역설』로 1억 원 고료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2019년 12년간 ‘최인소설교실’을 운영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3년 근무했으며 파출소장과 형사반장을 역임하였다. 저서 『안개 속에서 춤을 추다』, 『킬리만자로 카페』, 『뒤로 가는 버스』, 『장미와 칼날』, 『크리스마스 전야』, 『그 바다엔 낙타가 산다』, 『인베이더』, 『그들 그리고』,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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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과 가족의 비사(悲事) | 기본 카테고리 2023-08-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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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잃어버린 집

권비영 저
특별한서재 | 2023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과 그의 아들 이구의 일제 강점기 삶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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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의해 강제 한일합방된 후 우리 민족과 우리 나라는 일제의 식민 지배로 들어갔다. 이후 우리는 근대사에서 우리의 역사를 쓰지 못했고, 우리나라를 다스리던 조선의 마지막 왕들도 강제 폐위됐다. 고종과 순종이 일제의 입맛에 따라 차례로 폐위되었다. 이로써 518년 간 이어오던 조선이란 국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종은 1898년 청나라의 연호를 폐지하고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정하고 '광무'란 연호를 사용했다. 지금의 우리 국기인 태극기의 원형도 이때 처음으로 정식 국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종은 정식으로 황제라 칭했고, 자신을 칭할 때 '과인'을 '짐'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미 일제의 침략과 국력은 청과 러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손을 뻗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지배하기 위한 목표를 착착 진행해 나갔다. 역사는 고종과 그의 아들 순종이 이어받아 3년간 왕으로 앉아 있는 유명무실의 황제 칭호도 1910년 한일합방으로 박탈됐다. 순종이 역사적으로 마지막 왕으로 기록됐다.

고종은 조선 말 외세의 침략이 지속적으로 무력을 앞세워 나라를 개방하라는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던 일제에 의해 강제 폐위되고 순종마저 짧은 기간 명칭만 왕이지 제대로 통치하지 못했다. 왕이 힘이 없으니 왕실 가족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 신세였다.

이 시기 고종의 딸인 덕혜옹주의 삶을 소설로 쓴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는 왕실 식구들의 비참한 운명과 삶의 모습을 그려내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으며, 영화로도 제작돼 베스트셀러 작가로 뛰어올랐다. 작가 권비영은 대한제국과 운명을 함께한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직계손 이구의 이야기를 이 책 『잃어버린 집』에 담았다. 그들의 마지막은 비참하고 잠시도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감옥 같은 일본의 집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이은은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다. 이은은 고종의 일곱째 아들로 1907년 형인 순종이 즉위한 뒤에 황태자가 되었고, 1926년 순종이 죽은 뒤에는 이름뿐이지만 형식적으로 영친왕의 지위를 계승했다. 190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제에 의해 일본 왕족인 마사코와 정략결혼을 하였으며, 일본 왕족으로 대우를 받으며 일본군 장성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우리는 그를 영친왕으로 부른다. 영친왕 이은의 어머니는 순헌황귀비 엄씨이다. 이은은 1900년 영친왕(英親王)이라는 봉호를 받았으며, 1907년 이복형인 순종이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황위에 올랐을 때 형인 의친왕을 제치고 황태자가 되었다. 그리고 1910년 일제의 국권침탈로 순종이 ‘이왕(李王)’으로 불리게 된 뒤에는 ‘이왕세자’가 되었다가 1926년 순종이 죽은 뒤에는 제2대 이왕으로 즉위하였다.

영친왕은 1907년 황태자가 된 뒤에 통감으로 부임한 이토 히로부미를 후견인으로 삼아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했으며, 1911년 일본의 육군유년학교에 입학하였다. 1915년에는 일본의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1917년 졸업하였다. 1920년 일본의 왕족인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梨本宮 方子, 한국이름 이방자)와 결혼하여 이듬해 아들을 낳았으나, 첫째아들인 이진은 1922년 한국을 방문하던 중에 사망했다.

이은은 1926년 순종이 죽자 창덕궁에서 이왕(李王)의 자리에 올랐으나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1931년 둘째아들인 이구(李玖)를 낳았고, 일본 육군 장교로 복무하여 1940년 육군 중장이 되었다. 1943년 일본의 제1항공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복무하다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뒤에 예편되었다. 그리고 1947년 일본 헌법이 시행되면서 이왕의 지위를 상실했으며, 그해 10월 18일에는 일본 왕족의 명단에서도 제외되어 일본 국적도 잃었다.

 


 

영친왕은 상해임시정부로의 망명까지 추진하며 반일정신을 고수한 의친왕 이강(李堈)을 제치고 일제의 영향으로 황태자의 자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일본 왕족과 결혼하고 일본군 장성을 지내는 등 일제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영친왕의 한국으로의 귀환은 반대에 부닥쳐 실현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57년 일본 국적을 취득하였고, 미국으로의 이민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인 이구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59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5·16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뒤인 1962년 12월 15일 한국 정부에 의해 영친왕 부부의 대한민국 국적 회복이 고시되면서 이듬해인 1963년 11월 22일 병세가 악화된 상태에서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 뒤 병상에 있다가 1970년 5월 1일에 사망하여 아버지 고종이 묻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의 홍유릉 영원(英園)에 안장되었다. 사후에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그에게 의민(懿愍)이라는 시호를 붙여 의민황태자라는 명칭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는 문중에서 사적으로 붙인 것으로 공적인 시호는 아니라고 한다.

'친왕(親王)'이란 본래 황제가 귀비나 후궁들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붙이는 호칭으로, 시대에 따라서는 황태자를 제외한 황제의 아들이나 황제의 형제들에게 사용되기도 했다. 〈고종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1900년(고종 37) 8월 8일 탁지부 대신인 조병식이 친왕(親王) 봉호망단자에 관해 고종에게 보고하자, 고종이 직접 의친왕과 영친왕의 봉호를 정했다고 전해진다. 곧 영친왕은 이은(李垠)의 대한제국 당시의 공식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 소설 『잃어버린 집』은 영친왕 이은과 그의 아들 이구의 삶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제호로 쓰인 '아름다운 집'은 영친왕의 부인인 마사코와 함께 살던 일본의 집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권비영 작가가 오랜 세월 품어 온, 『덕혜옹주』에 이어서 쓴 또 다른 대한제국의 이야기다. 『잃어버린 집』은 일제강점기에 조선과 일본 황실의 정략결혼으로 만난 이은(영친왕)과 마사코(이방자 여사)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나라를 빼앗긴 황태자 이은은 그 어떤 사소한 행동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무력함에 고통스러워하고, 마사코는 그런 그의 옆에서 일본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고 이은의 고통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아픔을 남몰래 견딘다.

이후 소설은 그들의 아들인 이구와 부인 줄리아의 사연, 이승만 대통령의 환국 거부 등으로 뻗어나가며 독립 후에도 이어진 대한제국 황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죽음으로 육신을 벗어난 이구의 영혼을 통해 독자들은 나라를 빼앗긴 당시 대한제국 황실의 무력감과 괴로움, 독립을 간절히 바랐던 조선인들의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권비영 작가의 강점인 대한제국의 역사적 비극을 담담하게, 하지만 가슴 먹먹하게 그려내며 『덕혜옹주』의 계보를 잇는 소설이다.

『잃어버린 집』에서는 영친왕 이은과 그의 아들 이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인 마사코와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나라를 빼앗긴 영친왕 이은의 곁에서 일생을 헌신하며 살아온 일본인 마사코의 삶, 오직 사랑만으로 낯선 타지에 건너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줄리아 멀록.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에게서도 거리감을 느끼고, 오랜 시간 한국에서 살아도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을 돌아보는 동안 우리는 전쟁과 인종, 국적을 가르는 사랑에 대한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마사코의 앞에만 나타나는 기묘하고 신비로운 ‘아리사’의 존재를 통해 무가치한 전쟁, 갈등에서 벗어난 화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잃어버린 집』은 저자가 오래 묵혀온 시간만큼 묵직한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권비영은 대한제국의 비극에 전쟁과 인종, 국적을 품어 안는 사랑, 그 아름답고 아련한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또 한 번 『덕혜옹주』의 아련하고 애틋한 처지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권비영은 이 작품을 출간한 후 〈채녈 예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소설을 쓴 동기에 대해 "경술국치 100년이 다가올 즈음, 일제 강점기 황족들이 겪었던 비사를 아무도 소설로 쓰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 쓰다 말다 지쳐갈 즈음 일본인 작가가 쓴 『덕혜희』를 보고 결심을 굳혔지요.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내 손으로 써야겠다고요. 그 후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서 위안부 이야기 『몽화』와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하란사』를 썼고 이번에 『잃어버린 집』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또 "마사코(이방자 여사)와 줄리아 멀록이라는 두 인물도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심 인물이었다. 두 여인이 몰락한 대한제국의 황손들과 결혼한 것은 운명이기도 하고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녀들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헌신한 일은 길이 기려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방자 여사는 영왕이 하고자 했던 일을 대신해 장애인들을 위한 많은 사업을 했다. 두 여인의 삶을 보면 사랑은 고통을 수반하며 지극히 인내해야 하는 게 분명해 보였고, 이를 소설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두 인물에 무게를 두고 이번 작품을 집필한 이유를 밝혔다.

저자는 이와 함께 이구의 죽음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 것이 때로는 허구보다 힘이 없다는 생각을 때때로 한다. 이구의 사인은 심장 마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고종의 독살설처럼 확실한 것은 아니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역사적 현실 앞에서 어떤 죽음의 방식을 겪었더라도, 그의 사인을 우리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을 것 같다. 독자의 상상이 가장 정확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독자들에게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날씨가 참 좋지요?”

그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사코를 한참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네, 날씨가 좋군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다 마사코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 스며 있는 어색함과 쓸쓸함이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졌다. 학업을 핑계 삼아, 어린 나이에 조국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그 쓸쓸한 웃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인들 일본 여인을 배필로 맞으리라는 생각을 상상으로나마 했을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에 임관된 그는 절제된 말투와 행동으로 군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단둘이 있을 때는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외로운 청년이었다. 조선과 일본의 융화를 위해 진행되는 정략결혼이었지만 마사코는 그를 보는 순간 그의 가슴에 흐르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온화하고 마음 따뜻한 청년 이 은에게 시집가는 것이야.’

마사코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색하고 부담스러웠지만 마사코는 그의 눈빛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온화하고 따뜻하며 말을 아끼는 사람. 마사코에게 이 은은 그렇게 각인되었다.(p.23~24)

 

저자 : 권비영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출간 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혜옹주는 영화화되었으며 러시아 외 5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이어 다문화가족의 이야기 『은주』, 일제강점기 세 여자 이야기 『몽화』와 중단편집 『달의 행로』, 이 시대 어머니들의 이야기 『엄니』를 펴냈다. 2019년 말에 『택배로 부탁해요』라는 동화도 한 권 냈다. 올해 2021년 여름 여성독립운동가 『하란사』를 출간하고,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창작집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으로 소설 쓴 흔적을 더 보탠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소설21세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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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아지는 것들] 남에게 보여진 뒷모습이 삶의 참모습이다 | 기본 카테고리 2023-08-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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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닳아지는 것들

가재산 저
작가와비평 | 2023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이 들면 그저 마모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닳아지는 것들을 돌아보는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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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만 보며 숨 가쁘게 달리는 삶에 익숙하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혼란과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처지였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일만 하면 굶지 않을 만큼의 급여도 주어짐으로써 그 시절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들은 정말 치열하게 일에 매달렸다. 통행금지 시간(밤 12시~새벽 4시) 이외에는 온통 일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나마 형편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 데 재미를 붙일 수 있었고, 격무와 힘든 노동자들의 삶은 새벽 별 보고 출근해서 야근까지 마쳐야 직장에서 풀려날 정도였지만 불평할 시간도 없었다. 일부러 야근을 자청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벌어야 가족이 굶지 않고, 또 자녀 교육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전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일생 일만 죽어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가 나아지고 나라가 부자가 되었어도 당시 자식들을 죽어라 가르친 사람들의 가정은 여전히 힘들게 공부한다. 학생 때는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에 전념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업 준비에 매달리며, 사회인이 되어서는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분명 생활이나 경제적 면에서는 훨씬 나아졌는데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여전하다.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인가?" 하며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가끔씩 정신을 가다듬을 땐 무언가 잊고 살았다는 자각을 하지만 삶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 책 『닳아지는 것들』의 저자 가재산은 앞서 언급한 전후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 될 듯하다. 이젠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노년의 삶을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그 무언가로서 저자는 ‘부지깽이’를 찾았다. 부지깽이란 아궁이 따위에 불을 땔 때, 불을 헤치거나 끌어내거나 거두어 넣거나 하는 데 쓰는 가느스름한 막대기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하찮은 물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비슷한 모양의 물건은 부지깽이로 쓰일 수 있다. 나무토막이든 쇠막대기든... 저자는 이처럼 주변의 닳아지는 것들을 돌아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에 닳아 없어지는 것들은 그 존재를 알아채기 어렵지만, 그 희생 덕분에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고 새로워진다. 중요한 발견이다. 어쩌면 자신의 삶이 그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렇게 닳아지며 삶을 완성한 것들에 대한 저자의 문학적 답례이자 한 템포 쉬어가도 된다는 독자들에 대한 따스한 권유이이고 하다.

저자의 사유는 닳아지는 것들로 맷돌, 빨래판, 부지깽이 같은 일상의 물건들만 포함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 학창 시절의 친구, 바른 길로 인도해 주셨던 선생님, 스치며 만났던 특별한 인연 등 나와 함께 했고 스쳤던 모든 인연이 자아의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고 사유의 확대를 거쳐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이 에세이를 펴냈다. 책에 담긴 다양한 만남과 그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는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색을 입히며 저자의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저자는 ‘녹스는 것’과 ‘닳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낡고 녹슬어가는 인생과 열심히 사용해서 닳는 삶에는 차이가 있다. 이 책은 ‘하루하루 서서히 녹슬어 가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인간적인 다짐과 바람을 담고 있다. 지나온 생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희망찬 포부가 돋보인다. 자신을 돌보는 것을 넘어 주변의 어려움을 살피고, 가진 것을 베푸는 일의 보람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책이 가진 단단함은 어느새 독자에게 닿게 된다.

 


 

책에 따르면 고희의 나이를 넘긴 저자는 이제 흥미, 재미, 의미 즉 삼미(三味)를 찾아 낯선 여행을 시작하였다. 나이를 잊고 새로운 일이나 세상 변화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흥미, 기왕 하는 일 즐겁고 신나게 하자는 재미, 마지막으로 나를 위한 일보다 남을 도우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의미까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한 자신과의 약속으로 탄생한 『닳아지는 것들』이 삶의 전환점에 선 이들에게 미지의 여행을 시작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 기대한다. 저자는 나를 위한 일보다는 남을 도와주고 봉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시작해 이른바 '노년의 사치'라고 말하지만 봉사가 사치일 리 없다. 자신의 일을 겸허하게 표현하는 일일 게다.

"인간은 변화를 싫어한다. 실제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장수 시대를 멋지게 살아가려면 인생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그간 살아온 습관부터 먼저 바꾸어야 한다. 나이 들면서 누군가의 강요에 따르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이기심을 넘어 이타심을 발휘해 자유롭게 항해하는 삶이 진짜 행복이 아닐까."(p.220)

고희(古稀)란 공자가 자신의 나이 70을 이르는 말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칠순'이란 뜻이다. 원래 공자의 뜻은 잘 모르지만 사전적 풀이에 따르면 "고래(古來)로 드문 나이"란 뜻이다. 2,500년 전 일이니 그때 나이 70까지 산 사람은 드물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단어는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에도 나오는 말이다. 두보는 당나라 최고 시인으로 번영했던 조국이 안사지란(安史之亂)을 겪은 뒤 옛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 채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정의 기강은 흐트러져 있고 자신은 그저 술에 취해 곡강 연못가를 해맬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심정을 그리고 있다.

 


 

고희의 나이에 저자는 에쓴 보람이 있었던 듯하다.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2년 전 꿈꾸지도 못했던 수필가로 등단해 문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세상을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과 출판사와 함께 '디지털책쓰기코칭협회'를 만들어 그 산하에 시니어들의 책 쓰기를 지원하는 10개 대학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이 일을 재미로 하다 보니 보람도 있고 하는 일마다 흥과 신바람이 난다. 미얀마에 200명 장학생을 지원하고 교육시키는 일, 소주 가씨 문중의 일을 도맡아 시작한 일 그리고 '한국디지털문인협회'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도 봉사이자 의미 있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하는 일이니 어쩌면 내게는 '노년의 사치'일 수도 있다.

노년(?)의 트로피의 소개엔 저자도 흥이 저절로 나나 보다. 우리 나이로 올 76세인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사실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021년 4월의 일이다. 윤여정의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수상 소감은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윤여정은 "전에는 생계형 배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마음에 드는 영화에는 돈을 안 줘도 출연한다."며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나이가 들면서 내가 누릴 수 있게 된 사치'라고 말했다고 소개한다. '노년의 사치'란 말이 저자의 말이 아니라 윤여정의 말이었음을 귀띔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미나리〉 출연도 이런 소신에서 내린 결정이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노년의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윤여정의소망은 아카데미 트로피라는 커다란 선물로 돌아왔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여행은 무한한 즐거움과 꿈을 주지만 때로는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지금과는 다른 더 멋진 세상을 향한 저자의 인생 여행은 막 출발했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마음의 문」, 2장 「삶의 터닝 포인트」, 3장 「닳아지는 것들」, 4장 「마음의 날개」, 5장 「낯선 삼미(三味) 여행」, 6장 「추억의 두레박」 등이다. 1장 첫 글은 앞서 말한 '추억의 부지깽이'이고, 두 번째 글은 '마음의 문' 이야기다. 이에 따르면 세상에는 열 문이 있다. 쪽문, 창문, 대문, 성문, 자동차문···. 문은 살아가는 데 아주 유용하다. 밖이 시끄러운 때 창문을 닫으면 되고, 날씨가 더울 때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면 시원한 바람이 실내로 들어온다. 반가운 손님이 올 때는 미리 문을 열어 제쳐 두지만 도둑 침입을 막으려면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면 된다. 이런 문들은 손잡이나 문고리가 없어서 쉽게 여닫을 수 있고 밖에서도 남이 열 수 있어 편리하다.

19세기 영국의 윌리암 홀먼 헌트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 중에 〈등불을 든 예수〉라는 그림이 있다. 한밤중에 정원에서 그리스도가 한 손에 등불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문을 두드리는 그림이다. 예수님이 두드리는 문에는 보통 문과는 달리 문고리가 없다. 혹자는 문을 잘못 그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 그림은 '마음의 문'을 그려 유명해진 그림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문이 있다. '마음의 문'은 손잡이나 문고리가 없다. 꽉 닫힌 마음의 문은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밖에서 절대로 열 수 없다. 마음의 문이 열린 정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아예 열어젖혀 놓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크해도 소용없고 힘으로는 열 수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특권 중에는 의사표현과 그 전달방법이 다양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의사전달에는 7:3이라는 법칙이 있다. 언어가 차지하는 것은 단지 30%에 불과하고 말 이외의 것들, 즉 표정, 제스처, 분위기, 느낌 등으로 전달되는 것이 70%다. 이 30%의 언어적 표현 중에서도 말에 의한 것은 단지 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목소리의 억양, 톤, 크기 등으로 전달된다. 젖먹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들의 불만이나 욕구를 울음소리 하나만으로도 금방 알아차리는 이유이다.(p.23~24)

 

 

두 번째 장 「삶의 터닝 포인트」의 첫 글은 '내 삶을 바꾼 한 권의 책'은 독자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미국 대통령이나 국내 유명인들도 인생의 전환 포인트로 한 권의 책을 소개할 때가 많다. 그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 책을 읽고 인생의 목표가 바뀔 수도 있고, 더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책의 영향은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책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기에 관심 또한 높다. 저자는 '얼마 전 인천 계양산 밑에 꿈에 그리던 개인 도서관을 만들어 서재 겸 사무실로 꾸몄다고 한다. 40여 년간 모은 5천여 권의 책들을 서가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시력이 나빠져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서가에 꽂힌 책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자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제시한 책은 『오사카에서 부산에』라는 제목의 오기노 요시가즈의 작품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 책은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그 책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30여 권의 책을 쓰게 도었고, 2021년 8월에는 〈한국산문〉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수필가로 등단까지 했다. 저자 오기노 요시가즈는 NHK 일본 국영방송 편집국장을 지냈고, 지한파로 한국을 꽤나 좋아했다. 그는 50여 년 전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방송을 일본 최초로 기획했으며, 〈일본 속의 한국〉 등 한국 관련 소식을 일본에 확산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분이다. 저자가 그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80년 초 상사 주재원으로 오사카에 근무할 당시 경관이 좋아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녹지공원'이라는 조그만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그때 그가 바로 앞집에 단신 부임해 살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스무 살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친근하게 지냈다. 그는 한국 음식을 유독 좋아했고 한식당에 가면 한국에서 갓 들여온 김치와 소주도 함께 마시며 금방 친해졌다. 특히 그는 일본 사람들은 먹지 않던 곱창전골을 유독 즐겼다. 식사 자리에서 어느새 취기가 돌면 2차로 가라오케가 있는 술집에 들렀다. 서투르지만 저자가 일본 노래를 한 곡 부르면 그는 보란 듯이 유창한 한국어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며 응수했다.

 


 

이후 많은 만남을 이어가며 그와 친하게 지내다 88올림픽 때 업무 차 서울에 와 그가 내민 책이 『오사카에서 부산에』였다. 정년 퇴임식을 출판 기념회로 대신했다고 한다. 그가 이 책의 서문에서 "한일관계가 어렵게 한일협정을 통해 국교정상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서로 마음과 마음이 열려야만 진정한 정상화라는 것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 책에 등장한 한국인 서른 세 명의 이야기는 공교롭게도 독립선언문 발기인과도 같은 의미 있는 숫자로 그와 친분이 두터운 한국 사람이었다고 한다. 저자의 개인적인 이유와 저자의 터닝 포인트가 된 책 한 권은 그렇게 사연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책의 〈에필로그〉를 통해 제시한 말은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뒷모습은 삶의 이력서다. 우리가 남에게 보여주려고 허둥대며 살아가는 것은 보기 좋은 앞모습일 수 있지만 뒷모습이 진정한 자신이 남긴 궤적이요, 꾸밀 수 없는 참모습이다."(p.319)

 

저자 : 가재산

 

삼성물산과 회장 비서실 등 계열사에서 25년간 근무 후 인사제도, 인재육성 관련한 강의와 컨설팅으로 제2의 삶을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아왔다. 앞으로는 흥미로운 일을 재미있게 하되, 그 일이 의미(意味)가 있어야 하는, 즉 제3막 인생은 삼미(三味) 인생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현재 ‘한류경영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빛과 나눔 장학협회’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들에게 기획부터 출간까지 원스톱으로 도와주는 ‘디지털책쓰기코칭협회’ 회장을 맡아 스마트폰과 챗GPT를 활용하는 디지털 방식의 책과 글쓰기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산문》으로 등단하여 수필가로 활약하며 ‘한국디지털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책쓰기에도 열중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형 팀제』,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삼성이 강한 진짜 이유』, 『아름다운 뒤태』, 공저로는 『경영 한류』, 『직원이 행복한 회사』, 『세상에 핸드폰으로 책을 쓰다니!』, 『왜 지금 한국인가』 등 35권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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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죄책]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 | 기본 카테고리 2023-08-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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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쟁과 죄책

노다 마사아키 저/서혜영 역
또다른우주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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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쟁 등 집단범죄 가해자에 대한 심리분석의 결정판이다. '전쟁 미치광이'로 죽어가는 일본 군국주의의 폐해를 낱낱이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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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세계는 다시 한 번 떠들썩하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은 반대 성명은 물론 이를 정치·외교적 문제로 다루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기준치 이하의 철저한 검증을 통한 방류는 이해할 수 있다는 외교적 견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수산자원 오염을 우려하는 민간의 요구보다는 국가 정책의 외교적 해결을 택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과연 안전할까? 근현대사에서 일본의 씻을 수 없는 침략 잔혹 행위의 피해국인 대한민국에서의 묵인은 의외라는 시사 논평이 있긴 하지만, 오늘 신문·방송의 보도에서도 기준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용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독자는 사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인근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방류 강행'을 선택한 것은 외교적 자신감과 미국의 찬성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본을 앞세운 '실험'에 가까운 찬성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당연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립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 『전쟁과 죄책』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노다 마사아키는 과거를 부인한 채 물질주의로 치달아온 일본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해부하기 위해 아버지의 전쟁을 조사하고 아버지뻘의 전범들을 인터뷰하며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 나선 기록이다. 이 책에서는 권위에 복종하는 개개인의 심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인간을 도구화하며 감정을 마비시킨 일본 사회와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한반도, 중국, 남아시아를 침략하고 지배했던 일본 천황제 군국주의는 사람들의 정신을 황폐하게 하고 아직도 그 잔재가 일본과 일본이 침략했던 국가들에 깊숙이 남아있다. 한국 근현대사는 일본 군국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국 독자들은 가해 군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다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저자 노다 마사아키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권위에 복종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준 밀그램 실험*으로 ‘악의 평범성’을 입증하고 더욱 깊은 의미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군국주의 시대 일본은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침략하고 지배하며 끔찍한 고통과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줬다. 특히 ‘731부대’의 생체실험, 난징대학살, 위안부 강제동원 등 일본군의 만행은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가해자인 일본군은 이 끔찍한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책의 부제는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다. 저자인 비교문화정신의학을 전공한 일본 교토여자대학의 노다 마사아키 교수는 1993년부터 전쟁의 상흔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국주의 시절 잔혹행위를 벌였던 군의관, 장교, 특무, 헌병들을 만나 그들의 정신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 책은 일본 군국주의가 평범한 일본인 개인을 어떤 정신상태로 몰아넣었고, 학살극을 강요당했지만 끝까지 양심을 지킨 극소수의 사람들은 무엇이 달랐으며, 전쟁범죄를 죄악으로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며 망각하길 강요하는 일본의 극우적 분위기가 어떻게 사회를 빈곤하게 만들어왔는가를 치밀하고 솔직하게 분석한다. 2000년 『전쟁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말 번역본이 출간됐다 절판됐는데, 이번 책은 2022년 나온 일본 문고판의 서문 등을 포함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강대국의 면모를 갖춰 가던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 등 인근 강대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두 차례 모두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의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급기야 태평양을 제패하기 위해 미국 태평양 함대의 주둔지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이미 수십 년 전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본격적으로 세계 제패를 위한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일본은 제2치 세계대전 직전 1937년 '중일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둠으로써 전선을 아시아 제패는 '따논 당상'이었고 일본의 지식인과 군부는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식량과 물자 보급이 원활하지 못해 시간이 지연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본은 불가피하게 약탈을 전제로, 자국보다 훨씬 더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지닌 중국을 상대로 한 ‘15년 전쟁’에서, 동남아시아 각국과 태평양의 섬들에서 벌인 태평양전쟁에서, 전쟁이란 더 이상 ‘총을 든 군인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아시아에서의 전쟁은 정규전보다는 비무장 주민들을 학살하고 고문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731부대가 아닌 일반 부대에서도 군의관들이 일상적으로 농민들을 생체 해부하고, 초보 병사들은 살아 있는 포로들을 상대로 총검술 연습을 했다. 그런데도 일본군의 ‘전쟁신경증’ 발생률은 베트남전 참전 미군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 참전 소련군에 비해 극도로 낮았다(17장)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일종의 거식증인 ‘전쟁 영양실조증(p.104)’으로 미라처럼 말라 죽어가는 군인들이 있었다.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는 ‘정신주의’를 강조하며 정신적 상처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환자들의 고통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는 분석한 것이다.

독일의 나치 전범들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단죄되고, 오랜 추적 끝에 검거되어 처벌받기도 했지만 일본은 의외로 미국의 관용을 이끌어냈다. 독일 분할 점령에 의한 미국측 점령국인 서독은 처음에는 자신의 죄를 외면했지만,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에 사죄한 이후 1980년대부터는 적극적으로 나치의 역사를 가르쳤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노다 마사아키는 독일 사회가 과거를 뉘우치지 않았다면 유럽 각국이 독일의 통일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전쟁터에 남겨졌던 군인들만 처형당하고 수용소 생활을 했을 뿐, 주요 전범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과거를 외면한 채, 군국주의를 추구하던 군인들이 물질주의를 추구하는 ‘회사인간’으로 변모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권위적인 남성으로서 자만에 찬 일생을 산’ 아버지는 군의관으로 참전했지만, 전쟁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저자는 아버지의 전쟁을 조사하고 아버지뻘의 노병들을 인터뷰하며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 나섰다.

유대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며 한나 아렌트는 성실하고 평범해 보이는 그의 잔학행위를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심리학자 밀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이 권위에 복종해서 타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입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8장에서 밀그램 실험의 의의를 분석하고 일본군에게 적용한다. 그러나 이 책 전반에서 저자의 분석은 권위에 복종하는 개개인의 심리가 아니라,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인간을 도구화하며 감정을 마비시키는 일본 사회와 문화를 향한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몰아넣고, 선망과 굴욕의 경계에서 공격성을 고조시켜 그것을 조직의 힘으로 바꾸는 메커니즘’은 현대 한국과 같다.

 


 

저자가 인터뷰한 전범들은 용기를 내어 전쟁범죄를 고백하고 반전 평화운동을 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전쟁 당시 직접 자기 손으로 생체 해부하고 여성들을 고문하고 아이들을 학살하면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전혀 겪지 않았고 악몽을 꾸는 일도 없었다. 난징대학살을 폭로한 군인들의 일기에서는 2만 명의 포로를 학살하면서 감정의 동요 없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도취하거나 쇠고기 튀김 등 식욕을 나타낸 기록들도 보인다(p.451~452). 감정이 왜곡된 사람들은 깊은 감정을 느끼는 대신 감상에 쉽게 빠지거나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곤 했다. 저자는 전범들에게 당시에 어떻게 느꼈는지, 살해한 대상의 얼굴을 기억하는지 등에 대해 잔인하리만큼 집요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이 ‘상처 입을 수 있는 인간’ ‘슬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건조하고 절제된 문체로 담담하게 전달한다.

원서 『??と罪責』은 1998년 출간되었고, 2000년 『전쟁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 『전쟁과 죄책』은 초판을 번역한 서혜영 번역자가 2022년 출간된 문고판을 기준으로 표현을 다듬고 설명을 추가하는 한편, 저자가 한국과 관련해서 펼친 활동을 중심으로 새로 집필한 한국어판 서문과 그동안 독자와 소통하며 느낀 점을 담은 2022년 문고판 후기를 수록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중국의 조선족, 탈북민, 사할린의 조선인, 재일한국인과 재일조선인, 북미 한인 등 수많은 한인과의 만남을 되돌아보며,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서 비롯된 한민족 디아스포라로 세계 각지에 흩어진 한인들이 서로 깊이 교류하고 디아스포라를 뛰어넘는 문화를 창조하기를 염원한다. 그 시작점은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서구 제국주의를 본떠, 한반도, 중국, 남아시아 사람들을 침략하고 지배했던 일본 천황제 군국주의가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을 황폐하게 했는지, 다시 타자와 교류하는 정신을 되찾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내면을 분석한 것이다.” 나치에 대한 자료와 분석은 넘치는데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논의는 극히 드물다. 한국 근현대사는 일본 군국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국 독자들은 가해 군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다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밀그램 실험은 집단에 동화되고 강력한 권위 뒤에 숨어 스스로의 판단과 양심을 유보하는 인간의 약점을 드러낸다. 『전쟁과 죄책』은 그러한 보편적인 인간적 약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본군 전범들의 정신세계를 한 명 한 명 깊숙이 들여다본다. 그들은 왜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았을까? 왜 피해자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했을까? 어떻게 군대에서도 그렇게 잘 적응하고, 패전 후에도 성실한 직장인으로 잘 적응하고 살았을까?

전범들은 어려서부터 가족 속에서, 마을에서, 학교에서 천황제 이데올로기로 세뇌당하며 군국소년으로 길들여졌다. 정체성이 형성될 때부터 천황과 국가를 위해 나머지를 희생시키는 강자의 논리를 내면화해, 효율과 타산의 관점으로만 인간을 대하게 되었다(p.358). 그런 성장 과정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은 더더욱 공감하지 못하는 ‘상처 입지 않는 인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갔다. 가령 저자는 어려서 부모와 조부모를 포함, 다섯 명의 가족과 사별했던 도미나가를 인터뷰하며 어린 소년의 무력감, 그 무력감을 돌보려 하지 않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반성이나 회의 없이 ‘그대로 전쟁에 빨려 들어가는 청년’을 키웠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타자의 슬픔을 감싸 안는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평화는 없다고 생각한다(p.249).

어려서 자신의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했던 도미나가는 중국인 포로를 참수하라는 명령을 받고 난생처음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동료와 부하들 앞에서 볼썽사납지 않게 보이는 데만 급급해한다. 그리고 단번에 목을 치는 데 성공하자, ‘이제 제대로 된 군인이 됐다는 실감이 났다’고 한다(p.220). 군의관으로서 생체 해부를 하게 된 유아사 역시 그런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나 ‘실습 재료’가 된 농부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동료들 앞에서 체면이 깎이지 않는 데만 집착한다(p.38). 자신과 같은 계급,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과의 관계만이 중요하다.

 


 

특히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란 선량한 청년 쓰치야(12~13장)의 변신은 섬뜩하다. 가난하고 못 배운 청년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헌병대에서 물고문을 처음 접하고 그만두려고 하다가 승진 후 그만두자고 생각이 바뀌고, 나중에는 ‘특고(정치·사상 분야를 담당한 경찰)의 신’이 되어 온갖 사건을 조작하고,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최대치의 고통을 가하는 ‘고문의 달인’이 되어 버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범들이 대체로 업무를 수행하며 잔학행위를 저질렀던 데 반해, 자발적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 나가토미는 가학적인 남성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몸이 약하고 민감한 소년을 억지로 ‘강한 남자’로 키워낸 폭력적인 가정환경과 학교 교육이 주입한 천황제 이데올로기는 쉽게 사디즘으로 전화되었다. ‘그의 감정은 이데올로기적인 질서를 갖게 된다. 명예나 수치와 관련된 감정은 비대해지는 반면, 자신이나 타인의 슬픔과 기쁨에는 냉담해진다. 타자와 대등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인간관계는 늘 상하관계가 된다(p.279).’

이들의 모습은 왜 이렇게 익숙할까? 식민지 경험과 한국전쟁, 군부 독재를 거치며 군사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현대 한국의 민간인 학살은 만주국의 항일세력 토벌과 방식이 흡사하다. 만주국 판사로 자유를 탄압하다가 푸순전범관리소에 수용되었을 때는 마르크스주의를 선전하는 데 앞장서고 귀국 후에는 극우 논객으로 변신한 이모리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다. 저자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조작하고, 타인도 조작 대상으로 보는 이모리 같은 사람들이 일본의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질타한다(p.296). 그들은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사상을 바꾸며 스스로를 세뇌한다.

 


 

감정이 마비된 전범들은 패전 후 중국의 전범관리소에서 비로소 자기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일제에 협력한 중국인들은 가차없이 처형당했지만, 저우언라이 총리의 관용 정책에 따라 일본 전범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p.142). 영화 『마지막 황제』에 나온, 꼭두각시 만주국 황제 푸이를 수용했던 푸순전범관리소가 중심이 되어 전범들의 사상 개조에 주력했다. 중국 당국은 전범들의 자백과 피해자들의 고발장을 대조하고, 전범들이 죄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뉘우치는지 살펴 1956년 전범 대부분을 기소 면제로 석방하고, 유기형을 선고한 사람들도 1964년까지는 모두 귀국시켰다(p.148). 중국 귀환자들 상당수는 공산 국가에서 세뇌당한 사람들이라는 비난 속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전쟁범죄에 대한 증언을 지속하고 중국을 방문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등 죽는 순간까지 속죄하고자 했다. 물론 이모리처럼 사회의 기대에 과잉 적응하는 엘리트는 끝내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책에는 부도덕한 전쟁에 휘말렸으나 끝까지 양심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군의관 오가와(2~3장)와 병사 오노시타(14장)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비교적 선량한 사람들도 죄의식 없이 전쟁범죄를 저지르던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타협하지 않고 건강한 정신을 지킬 수 있었을까?

총검술 연습을 위해 포로를 참수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몇몇 승려 출신 군인이 있었다. 속세의 질서보다 더 높은 차원의 종교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부도덕한 명령을 거부한 사례는 밀그램 실험에서도 나타난다. 오가와 역시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며 전쟁의 광기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이것은 종교인이 비종교인보다 더 도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 기독교 주류는 군국주의와 타협하고 전쟁을 정당화했다. 종교적 가치와 현실의 괴리를 인식하고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고뇌하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종교의 힘으로 양심을 지킨다.

 


 

무엇보다도 오가와와 오노시타가 타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었다. 식민지 만주에서 태어난 오가와는 만주를 사랑하고 그 땅의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는 일본이 저지른 죄를 대속하고자 더 많은 고통을 맛보려고 군의관으로서 장교가 될 수 있었으나 일부러 일반 병사로 입대했고, 패전 후에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병든 일본군과 중국인 곁에 머물렀다. 중국국민당 치하에서 전범으로 처형당한 일본군들의 주검을 수습하며 무의미한 전쟁으로 자신들을 내몬 국가와 상관을 질타하는 그들의 유서를 읽었다. 그는 귀국 후 의료봉사를 펼치며 살았지만, 전쟁을 일으켰던 지배층이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전몰자들의 유해를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하며 신격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선다.

오노시타는 일본 군대가 약탈과 방화, 강간을 일삼는 강도 무리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 후 동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거리를 두었다. 그는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대했다. 중국에서는 중국어를, 필리핀 네그로스섬에서는 비사야어를,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어를 익히며 그들과 더불어 살기를 바랐다. 귀국 후에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우익의 압박과 비난 속에서도 군인연금을 받지 않고 강도 무리에 속했던 과거를 금전으로 보상받기를 거부했다.

저자는 부도덕한 권위에 복종하지 않기 위한 선택지를 몇 가지 제시한다. 우선 막강한 권위인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편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한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병역 거부를 허용하기 어려우므로 이 방법은 한계가 있다. 제3의 선택지는 비인도적인 명령을 거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국가의 세속적 권위를 넘어서는 권위(종교적 권위)를 따르거나 자신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교단이나 교회는 대개 권력과 타협해 왔으므로 종교가 있든 없든,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p.236~239).

 


 

* 밀그램 실험(Milgram experiment)이란 권위에 대한 복종과 관련된 실험으로, 평범한 인간이 권위에 복종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1961년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가 '권위적인 불법적 지시'에 다수가 항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시행한 실험을 말한다. 밀그램은 ‘징벌에 의한 학습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이라고 포장해 실험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피실험자들을 교사와 학생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학생 역할을 담당하는 피실험자에게 가짜 전기 충격장치를 달고, 교사에겐 가짜란 걸 모르게 하고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을 가하게 했다. 여기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됐다. 밀그램은 실험 전에는 단 0.1%만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 실험결과는 무려 65%의 참가자들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 이들은 상대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비명도 들었으나 모든 책임은 연구원이 지겠다는 말에 복종했다.[시사상식사전]

 

저자 : 노다 마사아키(野田正彰)

 

태평양전쟁이 한창이었던 1944년 태어났다. 홋카이도대학 의학부 졸업 후 나가하마적십자병원 정신과 부장, 고베시외국어대학 교수, 간사이가쿠인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급격한 사회변동, 전쟁, 재해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고, 소련-러시아의 사회변동 과정에서의 정신 건강 연구, 중국·베트남·동유럽의 전쟁 가해자·피해자의 정신병리학 연구 등을 수행했다. 정신의학의 기반 위에서 비교문화, 문화인류학, 사회학을 접목하고, 의사, 평론가, 논픽션 작가, 사회운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컴퓨터 신인류 연구 コンピュ-タ新人類の硏究』로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喪の途上にて』로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아버지는 군의관으로 참전했지만, 전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의대에 입학했을 때 전쟁을 경험한 선배 의사들 역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병든 사회의 병든 사람들을 연구하며 아버지의 전쟁을 조사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비로소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아버지뻘의 노병들을 인터뷰해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 슬픔을 느끼는 능력에 있다고 보았다. 인간을 국가의 목적을 위한 소모품으로 만드는 군국주의 체제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고 마비시켰다. 이 책에서 그는 전범들에게 잔인하리만큼 집요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이 ‘상처 입을 수 있는 인간’ ‘슬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건조하고 절제된 문체로 담담하게 전달한다.

 

역자 : 서혜영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일한 번역가 및 통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굿바이, 헤이세이』, 『반상의 해바라기』, 『펭귄 하이웨이』, 『거울 속 외딴 성』,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레몬일 때』, 『쉬 러브스 유―도쿄밴드왜건』, 『하드보일드 에그』,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도쿄밴드왜건』, 『말해도 말해도』, 『작은 인연』, 『보리밟기 쿠체』, 『반딧불이의 무덤』, 『시노다 고코의 요리와 인생 이야기』, 『번역어 성립 사정』, 『그네타기』, 『사라진 이틀』, 『매리지 블루』, 『사이좋은 비둘기파』,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지상에서 런치를』, 『수화로 말해요』,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하노이의 탑』, 『가출 기차』,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춘정 문어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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