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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고 살아갈 말 | 기본 카테고리 2022-11-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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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정한 말, 단단한 말

고정욱 글/릴리아 그림
우리학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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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 아이들이 모두 마음에 이 책을 하나씩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학기 초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에 꼭 쓰는 말이 있다.
'따뜻한 어린이, 단단한 내면을 가진 어린이가 되도록 가르치겠습니다.'

그만큼 나의 인성관(교육관)에서는 다정함과 단단함이 중요하다. 이 책을 보자마자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바로 제목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나에게 힘을 주는 단단한 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다정한 말이다. 그리고 그 한 마디 말이 마음에 와닿을 수 있도록 설명한다. 전에 서평을 썼던 '안녕, 필로' 와 유사하다. 어떤 '말(개념)'의 의미를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인지적인 부분이 아니라 심동적 부분이 교육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 나에게 이 책은 정말 단비같았다.


고학년 대상으로 생각했을 때 차시 수업을 설계하기보다는 상시 하고 있는 인성 교육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 하나씩 필사하게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단단한 말을 해주고, 타인에게는 따뜻한 말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이 안에는 내가 1년동안 가르치고 싶은 모든 것이 다 들어있었다.

아이들이 가슴 속에 이 책을 하나씩 품고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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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어려운 이름보다, 질문하기: 리터러시에 대해 | 기본 카테고리 2022-07-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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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필로 : 너를 너로 만들어 주는 생각들

타하르 벤 젤룬 저/위베르 푸아로 부르댕 그림/이세진 역
바람북스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자기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친절한 안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 근본적인 문해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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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다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나의 제안을 봐주면 됩니다. 그 제안에 동의하고 말고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혼자 잘 생각해보세요. 남의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달리 표현하자면 이런 뜻입니다. 속지 마세요.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고 노력하세요.     - 저자 서문 중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말이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미움과 혐오에서 비롯된 의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그 의견들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앵무새처럼 자신이 들은 주장만을 반복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자기만의 생각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조차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확신하는 방법만 배운 이는 더 이상 생각을 진전시키지 못한다. 책의 언어를 따라하는 것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유튜브와 댓글을 따라하는 것은 사고를 방해한다.

 누군가는 철학이란 이름을 보면 복잡하고 탁상공론에 불과한, 소모적인 논쟁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은 질문이다. 질문과 생각을 통해 또렷한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것. 그러므로 철학은 지식이 아닌 지혜, 곧 사고 능력을 뜻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해야만 자신을 알아갈 수 있다. 나를 만들어가는 건 '생각하는 나'인 셈이다. 부제는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할 때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가장 초점을 많이 둔다. 수업 설계에서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 바로 '생각하기'다.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교실에서는 조금 더 능동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 대화에서 함께 이야기할 질문들을 준비하곤 했다. 교과서의 어떤 작품을 읽을 때에도, 생활 속의 모든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다 더 집중적인 사고 훈련의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부제는 '너를 너로 만들어주는 생각들'. 질문으로 시작하여 생각을 이어가고,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것. 철학의 본질이다. 나이에 무관하게 철학이라는 말만 들으면 특정 학자나 이론 이름만을 떠올리고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 철학은 우리 삶의 기반이다. 철학은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다. 그저 이 세상을 '나'로서 균형을 잡으며 제대로 서있기 위한 기본 능력이다. 그러니 철학은 지식이 아닌 지혜, 곧 사고 능력을 의미한다.

 이 책은 생각하기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다른 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가볍게 한 계단씩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참 신기한 건,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해준다. 그 비결은 그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래에 각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1) 중심 낱말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낱말을 주제로 하여, 아주 짧은 2~3쪽 길이로 다룬다. 이 낱말들이 하나의 주제이고, 곧 생각의 시작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익숙했던 낱말이 어색해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 어색함을 지나치지 않고 파고들어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생각이다. 이 책은 그 일이 부담스럽지 않게 짧게 다룬다. 하지만 밀도는 높다.

또한 주제의 배치도 매우 흥미롭다. '외로움, 진실, 우정, 수줍음' 등 우리 삶에서 너무나 익숙한 것들에서 시작하지만 뒷부분에 가면 '도덕, 윤리, 이성, 가책' 등 인간 사고에 대한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사실 이 모든 키워드는 철학자들이 사고를 진전시키기 위해 밟아온 길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철학, 하면 뒷부분의 어려운 낱말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앞의 질문들에 성실히 답했다면, 무시무시해보이는 낱말에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2) 키워드에 대한 짧은 설명과 이야기

중심 낱말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 설명은 편향되어있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판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 외로움이 좋은지 나쁜지 전혀 다루지 않는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상황으로 풀어 설명하고, 여러 이야기(천일야화, 역사적 사건, 뉴스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때 외로움을 좋게 여기는 이의 이야기와 외로움을 힘들어하는 이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룬다.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다. 이로 인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그 생각이 멀리 뻗어나가진 못하더라도, 

3) 스스로 판단하기(생각하기)

질문이 무척 좋다.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철학을 좋아하고 따로 공부를 했던 만큼 나름 자신이 있던 나도 이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쉬우면서 동시에 쉽지 않았다. 가볍게 생각하고자 한다면 가볍게 할 수 있고, 만약 깊이 생각하고자 한다면 끝없이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독자의 깊이만큼 생각은 얼마든지 더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이 질문들은 내가 바라는 바와 같이 문해력, 즉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연습 교재로서 매우 적합하다. 책은 교사의 추가 발문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진리'를 다루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항상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때 교사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꺼내도록 촉진하는 추가 발문을 해줄 수 있다. 또 아이들의 생각을 반박하거나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선 철학적 논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이 언제나 존재함을 알게 된다. 확신이 아닌 의심, 그것이 사고의 시작이다. 나는 교사가 이 부분을 채워줄 경우 더욱 효과적인 철학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하면 할수록 명확해지다가도,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다시 불명확해지는 것이 사고의 묘미이며 그런 것이야말로 지혜의 재료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이 책을 교재로 고학년 아이들과 수업하며 우리의 생각이 명확함을 잃고 헤맬 때까지 계속 나아가보려 한다. 아이들 또한 나와 함께 불명확함(모호함)을 견디며 치열하게 생각을 이어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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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꼭 해 볼 거야! | 기본 카테고리 2022-02-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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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래도 꼭 해 볼 거야!

킴 힐야드 글그림/장미란 역
책읽는곰 | 202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를 믿는 것의 힘을 보여주는 책. 윙윙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롤모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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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

제목에서 '꼭 해낼거야!'가 아니라 '꼭 해볼거야!'란 표현을 썼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궁금해서 원작 제목을 찾아보니 관련 표현은 없었다(원작의 제목은 'Mabel and a mountain'). 어쩌면 하나의 작은 성취보다는 생애 전반을 아울러 이루는 커다란 꿈 말 그대로 big plans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자꾸만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이었다.

 

-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의 주인공, 윙윙(원작에선 Mabel/her)은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운다. 파리임에도 날지 않고 걸어서 산을 오른다니. 그 짧은 다리와 조그만 몸으로? 모두들 고개를 젓는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모두 그녀에게 포기하라고 한다.

하지만 <큰 꿈을 가졌다면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며 출발하는 윙윙. 참 대범하다.

<안 된다는 말에 흔들리지 말 것!!>

이렇게 격언과 같이 강조된 문장들이 몇 있다. 나도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게 된다. 아이들이 이걸 어떤 규칙처럼 받아들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진짜 마법의 주문이기도 하니까.

읽고 나니 궁금한 점. 윙윙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아마 처음엔 자기자신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계획을 조금만 고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음을 굳힌 계기가 있었다. '포기하지 마!'라는 마음속 깊은 곳의 소리였다. 그렇게 윙윙은 자신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힘들 때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그 방법이 나와 똑같아서 놀랐다) 포기하고픈 마음을 견뎌내고, 작은 발걸음을 쌓아 결국은 계획대로 해냈다.

어떤 멋진 길도 누군가의 작은 발걸음으로 생긴다. 만일 그 발걸음이 바른 방향인지(욕심이나 집착은 아닌지) 궁금하다면,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그리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

원작의 부제는 a story about believing yourself.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믿는 이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글밥이 적기도 하고, 힘찬(?) 이야기라서 유아나 저학년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읽을 것 같다.

타인의 말에 흔들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더 믿으라는 메시지가 참 좋다. 내가 아이들에게 딱 한 가지만 가르쳐야 한다면 이 메시지를 고를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정말 어려운데, 아이들에게 이 책이 좋은 롤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그리고 아이가 생각을 스스로 만들도록 하기에도 좋겠다.

- ㅇㅇ아, 이럴 때 윙윙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물어봐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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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형철 “좋은 평론가는 비밀 찾아내는 사람” - 『느낌의 공동체』 | 기본 카테고리 2022-01-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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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yes24.com/article/view/17583

비평가의 윤리학

“자부도 체념도 없이 말하거니와,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이다.” 서문의 이 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깊은 애틋함이 느껴졌다. 사랑이다. 운명에 순응하는 듯 비장하기까지 한 저 말에는, 불꽃 튀는 사랑의 요란함이나 화려함은 없지만, 지고지순한 연인의 믿음직함이 느껴진다.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 출간을 빌미로 만난 신형철 평론가의 얘기다.

신형철 평론가는 ‘스타평론가’라고 불린다. 2005년에 평론이 당선되어 <문학동네>로 등단했고, 2007년 최연소 문학동네 편집위원이 되었다. ‘제2의 김현’으로 불리며 활동했으니, 동네 사람들에게는 일찌감치 인정받은 셈. 독자들도 그를 놓치지 않았다. 한 손에 쥐기에도 묵직한 700페이지짜리 평론집은 8쇄를 찍었다. 지난 5월에 출간된 『느낌의 공동체』도 재판을 찍었다. 편집자는“이 책을 기다리고 있던 독자들이 있어, 출간 직전부터 책이 언제 나오느냐고 전화를 받았다.”고도 했다. 과연 스타급의 인기다.

아마 이런 말을 건넨다면, 그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쑥스러워할 것이다. 스타라는 표현은 뭔가 빈곤하다. 반짝거리는 빛으로 대상의 경계를 뭉뚱그리는 별보다, 그는 섬세한 결을 지닌 직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좋은 것이 어떻게 좋은지 말할 때 가장 빛이 나는데, 그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것들이 어떻게 좋은지 말해내는 데 능하다. 그의 표현을 보자면, 대상이 그에게 어떤 좋은 느낌을 주고, 그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읽는 이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만큼 정확하고 설득력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이런 나의 심정까지도 이미 글로 표현한 바 있다.

좋은 문장에도 등급이 있다. 좀 좋은 문장을 읽으면 뭔가를 도둑맞은 것 같아 허탈해진다. '아이쿠, 내가 하려던 말이 이거였는데.'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뿌연 안갯속이던 무언가가 돌연 선명해진다. '세상을 보는 창 하나가 새로 열린 것 같아요.' 더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멍해진다. 그런 문장을 읽고 나면 동일한 대상을 달리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그 문장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이런 문장. (P.292)

탄력 있는 문장들은 눈 넘김이 좋았다. 쓱쓱 읽는 게 아까울 만큼 좋은 문장들이었지만, 그 매끄러움 때문에 금세 읽어내려 갔다. 신중하게 골랐을 단어들은 마음 속에 비어있던 퍼즐의 한 홈이 맞듯 딱딱 들이 맞는 명쾌함이 있었다. 그로써 완성되는 한편의 글은 가끔은 머리를, 때로는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시적으로 대충 뭉개지 않고, 명석하게 단도직입적인 글을 써내는 이가 프로”(P.165)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프로다. 프로는 어떻게 이런 글을 써내는가?

“늘 컴퓨터에 워드를 켜놓고 괴로워하죠. 마감은 글을 못써내면 먹고 죽어야 하는 독이에요. 안 죽으려면 써야 해서 간신히 써요. 게을러서일까요? 아무리 게으르기로서니, 제가 이 분야에서 가장 게으른 건 아닐 텐데 말이죠.(웃음)” 대충 뭉개지 않으려고, 캐물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오래 문장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이만큼 다른 질감의, 다른 온도의 문장을 써내는지 어리석은 질문을 계속 했다.

신형철 평론가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평가의 에티카쯤 되겠다. 그것은 문장의 정확함이자, 쓰는 이의 솔직함이었다. 이야기 내내 논리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미문이라는 상찬 앞에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가려질까 경계했다. 종종 “더 솔직히 말하면”이라고 덧붙였다. 말하는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비평이 이뤄지고 있는 듯 했다.


“이 시가 슬픕니다. 느껴지세요?”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 『몰락의 에티카』에서 뽑아 다듬어 옮기다

『느낌의 공동체』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쓴 산문을 묶어 낸 책이다. '느낌의 공동체'라는 제목은 지난번 김행숙의 시를 평론한 글 서두에서 따왔다.

“산문은 제가 살아온 이력과 별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읽고 쓰는 삶이니까, 이 책 한 권이 내 지난 몇 년 동안의 전부인 셈이죠. 앞으로도 연도를 붙여 차례대로 내려고요. 김행숙의 시를 읽으면서 문학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을 명쾌하게 깨달았어요. 그것을 느낌의 공동체라고 표현했는데, 딱히 김행숙 시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문학 일반적인 맥락에서도 말이 되는 것 같았어요.”

이 산문집으로 “희미한 사태를 문장으로 옮겨보려 했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다.“느낌은 희미하지만 근본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만큼 공유하기 어렵다” (P.12)교감을 이뤄내기 위해서 솔직하게 쓰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솔직함이란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이다.

“글을 쓸 때 흔히 받는 유혹 중에 하나가, 나를 자꾸 정의롭고 아름다운 존재의 자리에 놓는 일이에요. 그런 위치에서 발언하는 것에 저는 거부감이 있어요. 제가 그런 존재도 아니고요. 내가 정의롭거나 아름다운 발언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계속 의심하면서 글을 쓴다는 거죠.”

그래서 그는 평론을 문학으로 만드는 것은 ‘내면’과 ‘문장’이라고 했다.“객관성에 대한 욕심도 중요하지만, 불완전할지언정 주관성의 영역을 없는 척하지 않는 거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아요. ‘이 글이 정말 옳다, 논리적으로 정확하다’라는 것과 ‘이 글이 아름답거나 정의롭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있구나’라는 느낌의 좋은 글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후자 쪽에 끌리고, 저도 결국 그렇게 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이고요.”

사람들은 비평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판단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냉안(冷眼)이라든가 하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그와 동시에 애정이라든가 감동을 비평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평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고바야시 히데오, 「비평에 대해서」. 『몰락의 에티카』 P.7)



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이 비평의 힘

‘느낌의 공동체’ 작가와의 만남 강연회 중


학창시절, 그는 작품의 해설이 읽고 싶어서 작품을 빨리 읽어 치우던 고등학생이었다. 일찌감치 평론에 매료되었다. “논리에 대한 욕심이 늘 한쪽에 있었어요. 그냥 아름다운 것과 이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논리의 아름다움은 구별이 되잖아요. 예술가로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그것을 논리화하고 명제화하고 설명해내는 사람이 주는 힘이 있잖아요. 그것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아름다움에 대한 예민함이 그의 대화 속에서도 느껴졌다. 독자는 그가 아름다움에 전율하는 대목을 따라 읽으며 새삼 진동을 느끼기도 한다. 권혁웅은 그의 평론집을 두고 “깨우치는 게 아니라 울고 웃게 하는 비평”이라고 말했다. 신형철은 자신의 글에 쏟아지는 ‘아름답다’라는 상찬에도 예민했다. 그것이 논리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울고 웃을 수 있으면 좋죠. 다만, 그게 주가 되면 안 되겠죠. 비평의 아름다움, 힘은 거의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논리가 주는 쾌감이 비평의 힘이에요.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고 봐요. 내가 글을 쓸 때 정확하게 얘기하면 족한 것이지, 그 과정에서 글이 아름다워지거나 공감이 커지면 그것대로 고마운 일이지, 논리가 허술하거나 치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부분들로 허술한 논리를 덮어버리는 것은 아주 좋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늘 경계하죠.”

“정확한 해석, 문학을 사회 안에서 읽어내면서,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태도, 문학사적인 안목을 현장에서 키워주는 일을 충족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었어요.” 다시 정확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확한 칭찬을 했을 때는, 그 표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유종호 선생이 김승옥 소설을 ‘감수성의 혁명이다.’라고 표현하며 칭찬했는데, 그건 아직도 사람들이 얘기하는 표현이잖아요. 말 자체가 멋있어서 유행하는 게 아니죠.”



하나 더 읽어낸다는 것은, 하나 더 변변치 않기 때문

‘느낌의 공동체’ 작가와의 만남 강연회 중

신형철 평론가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어떤 사명감도 없이, 내가 즐겁기 위해 쓰는 글, 온전히 나의 행복을 위해 쓰는 글이라고 했다. 단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부족한 점에 말을 보태는 일 같이 “행복하지 않은 글은 쓸 힘도 여유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 게 비평이라면 저는 꼭 비평가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그런 의미의 비평은 안 할래요. 제가 아는 좋은 비평은 절대 그런 비평이 아니에요. 좋은 비평가는 비밀을 찾아내는 사람이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눈이 깊은 사람이죠. 말을 크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리게 하는 사람이에요.”

아름다움에 예민한 것은 타고난 감수성 때문일까? 그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잇는다. “다른 사람보다 하나 더 읽어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하나 더 변변치 않기 때문이겠죠. 아주 훌륭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은 타인의 나약함, 어설픔, 찌질함에 공감을 잘할 수 있을까요? 한심해 보이겠죠. 저는 답답하고 찌질하고 한심하고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쓰는 건 모르겠지만 읽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읽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의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그 역시 남의 글을 흉내 내며 훈련했다. “평론가라고 시인과 소설가들에게 거리를 두기보다는, 시인과 소설가에게 더 많이 영향을 받고 흉내를 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게 글에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 좋은 평론 못지않게 좋은 작품들도 질투심을 불러일으키죠. 작품과 경쟁하지 않으면 평론이 어느 한계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태준의 시를 평론 할 땐, 문태준의 말투를 따라 하듯 써보기도 했다.

그는 좋은 문장의 모델로 마르크스와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꼽았다.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죠. 정확성이기도 하고 열정이기도 한데 마르크스 초창기 글을 읽어보면 이게 진짜 수사학의 힘이구나 느껴져요. 그가 불 같은 문장을 쓴다면, 마루야마 겐지는 물 같죠. 두 사람의 문장이 너무 좋고, 두 가지를 다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 같이 바뀌어 봅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신형철 평론가 역시 이런 고민 속에 읽고 쓰고 있다. “좀 더 잘 살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이죠. 문학작품을 통해서 얼마나 답을 찾을 수 있을지 회의하면서도, 이 문제를 붙들고 있는 거죠.” 왜 문학을 합니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요. 이런 대답을 하는 분도 있겠죠. 저에게는…… 그 대답은 너무 커요. 1차적으로는 제가 더 괜찮은 사람이 돼서 잘살고 싶은 거고,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그럼 자연스럽게 사회도 바뀌겠죠.

문학은 사회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사회를 바꿀지도 모르는 인간을 조금 바꾸는 거니까, 우리 같이 바뀌어 보자는 취지이고요. 좀 더 솔직하게 얘길 하면, 글 쓰는 사람들의 일차적인 동력은 그 글로 인해서 자신이 실제로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통제할 수 없을 방식으로 그렇게 보이니까. 그것에 대한 경계가 있지만 기대도 있지 않겠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까. 내가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순간이 언제일까? 필자로서일 때가 아닐까 싶어요.”


자신보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부족함과 싸운다’고 표현했다. 한 권으로 묶인 빼곡한 글들은 그런 싸움 끝에 굳어진 것들이다. “글의 밀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오래 쓰고 싶어요. 점점 에너지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점점 위로 상승하면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에 진정한 친구들이 있어야겠죠. 그렇게 쓸 거면, 너 그만 써라.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웃음)”

그는 이 책이 독자들과 만나 하나의 ‘결과’를 이루길 바란다. “시와 소설을 직접 찾아서 읽게 되는 결과죠. 이 책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고요. ‘몇 년 만에 시집을 샀다.’ 이런 얘기 들을 때 가장 반가워요. 생각보다 한국에 좋은 작가가 많다는 게 잘 전해지면 좋겠어요.”

두 번째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다음 번 책에 대해 물었다. “제 진짜 입장과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평론집은 3, 4년쯤 후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신형철 평론가는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읽고 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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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을 잡기 위해 흔들리는 교사들 | 기본 카테고리 2021-11-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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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좋은 교사가 되고 싶지 않아

강진영,임송이 저
에듀니티 | 2021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린벨트 속에서 썩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두 교사. 자신의 삶 중 교사인 부분과 교사가 아닌 부분을 모두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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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좋은 교사란 어떤 교사인가?

나는 이 '좋음'을 정의하고 그런 교육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몇 년을 고민했고 그 덕에 많이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질문은 내 마음 속에서 영원히 나를 할퀴는 가시가 되었다.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이 가시로 된 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시기가 자주 찾아왔다.

이 책을 읽게 된 때가 그랬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 하루하루를 버텨내듯이 살았던 11월. 더 이상은 좋은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정말로 나쁜 교사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숨구멍을 넓혀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두 교사의 편지글을 읽으며 교사인 자신과 교사가 아닌 자신을 모두 지켜내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가능하다면 나도 시도해볼 예정이다)

오가는 편지들은 무척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교사의 자기검열과 바깥의 편견에 대한 부분, 그리고 '현재에 안주하며 몸만 사리는 교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숱하게 했던 고민들을 두 분이 똑같이 하고 있었다. 아직 저경력 교사임에도 그 짧은 사이에 나의 직업이 올가미가 되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편견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있는 자리이며 스스로도 자신을 편견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마이쏭님과 이진영님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며 중심을 잡기 위해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학교,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그들은 교사의 자리를 '그린벨트'라고도 부른다. 안정적이지만 갇혀버리게 되는 곳. 더 이상을 바라기 어려운 위치. 그 속에서 썩을지 말지를 고르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도 한번 더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좋은 교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좋은 교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을 멈추고 싶었음을.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타자화시킨 내 모습을 비난하는 것이 싫었음을.

무척 힘들 때에도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내가 내 안에 남아있다. 나를 괴롭히는 데에 너무 지친 나머지 그 귀한 마음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제서야 '좋은 교사'라는 이름을 위해 날 괴롭히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나는 그저 '교사'인 사람이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나의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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