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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어려운 이름보다, 질문하기: 리터러시에 대해 | 기본 카테고리 2022-07-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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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필로 : 너를 너로 만들어 주는 생각들

타하르 벤 젤룬 저/위베르 푸아로 부르댕 그림/이세진 역
바람북스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자기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친절한 안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 근본적인 문해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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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다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나의 제안을 봐주면 됩니다. 그 제안에 동의하고 말고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혼자 잘 생각해보세요. 남의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달리 표현하자면 이런 뜻입니다. 속지 마세요.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고 노력하세요.     - 저자 서문 중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말이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미움과 혐오에서 비롯된 의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그 의견들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앵무새처럼 자신이 들은 주장만을 반복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자기만의 생각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조차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확신하는 방법만 배운 이는 더 이상 생각을 진전시키지 못한다. 책의 언어를 따라하는 것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유튜브와 댓글을 따라하는 것은 사고를 방해한다.

 누군가는 철학이란 이름을 보면 복잡하고 탁상공론에 불과한, 소모적인 논쟁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은 질문이다. 질문과 생각을 통해 또렷한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것. 그러므로 철학은 지식이 아닌 지혜, 곧 사고 능력을 뜻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해야만 자신을 알아갈 수 있다. 나를 만들어가는 건 '생각하는 나'인 셈이다. 부제는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할 때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가장 초점을 많이 둔다. 수업 설계에서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 바로 '생각하기'다.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교실에서는 조금 더 능동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 대화에서 함께 이야기할 질문들을 준비하곤 했다. 교과서의 어떤 작품을 읽을 때에도, 생활 속의 모든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다 더 집중적인 사고 훈련의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부제는 '너를 너로 만들어주는 생각들'. 질문으로 시작하여 생각을 이어가고,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것. 철학의 본질이다. 나이에 무관하게 철학이라는 말만 들으면 특정 학자나 이론 이름만을 떠올리고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 철학은 우리 삶의 기반이다. 철학은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다. 그저 이 세상을 '나'로서 균형을 잡으며 제대로 서있기 위한 기본 능력이다. 그러니 철학은 지식이 아닌 지혜, 곧 사고 능력을 의미한다.

 이 책은 생각하기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다른 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가볍게 한 계단씩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참 신기한 건,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해준다. 그 비결은 그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래에 각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1) 중심 낱말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낱말을 주제로 하여, 아주 짧은 2~3쪽 길이로 다룬다. 이 낱말들이 하나의 주제이고, 곧 생각의 시작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익숙했던 낱말이 어색해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 어색함을 지나치지 않고 파고들어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생각이다. 이 책은 그 일이 부담스럽지 않게 짧게 다룬다. 하지만 밀도는 높다.

또한 주제의 배치도 매우 흥미롭다. '외로움, 진실, 우정, 수줍음' 등 우리 삶에서 너무나 익숙한 것들에서 시작하지만 뒷부분에 가면 '도덕, 윤리, 이성, 가책' 등 인간 사고에 대한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사실 이 모든 키워드는 철학자들이 사고를 진전시키기 위해 밟아온 길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철학, 하면 뒷부분의 어려운 낱말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앞의 질문들에 성실히 답했다면, 무시무시해보이는 낱말에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2) 키워드에 대한 짧은 설명과 이야기

중심 낱말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 설명은 편향되어있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판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 외로움이 좋은지 나쁜지 전혀 다루지 않는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상황으로 풀어 설명하고, 여러 이야기(천일야화, 역사적 사건, 뉴스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때 외로움을 좋게 여기는 이의 이야기와 외로움을 힘들어하는 이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룬다.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다. 이로 인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그 생각이 멀리 뻗어나가진 못하더라도, 

3) 스스로 판단하기(생각하기)

질문이 무척 좋다.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철학을 좋아하고 따로 공부를 했던 만큼 나름 자신이 있던 나도 이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쉬우면서 동시에 쉽지 않았다. 가볍게 생각하고자 한다면 가볍게 할 수 있고, 만약 깊이 생각하고자 한다면 끝없이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독자의 깊이만큼 생각은 얼마든지 더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이 질문들은 내가 바라는 바와 같이 문해력, 즉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연습 교재로서 매우 적합하다. 책은 교사의 추가 발문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진리'를 다루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항상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때 교사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꺼내도록 촉진하는 추가 발문을 해줄 수 있다. 또 아이들의 생각을 반박하거나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선 철학적 논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이 언제나 존재함을 알게 된다. 확신이 아닌 의심, 그것이 사고의 시작이다. 나는 교사가 이 부분을 채워줄 경우 더욱 효과적인 철학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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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할수록 명확해지다가도,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다시 불명확해지는 것이 사고의 묘미이며 그런 것이야말로 지혜의 재료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이 책을 교재로 고학년 아이들과 수업하며 우리의 생각이 명확함을 잃고 헤맬 때까지 계속 나아가보려 한다. 아이들 또한 나와 함께 불명확함(모호함)을 견디며 치열하게 생각을 이어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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