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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보다 더 예쁜, 이쁘다 | 일반서적 리뷰 2023-03-2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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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쁘다

나태주 글/나민애 편
열림원어린이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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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나태주 시인의 [좋은 날 하자]로 독서모임을 했다. 그간 시집을 직접 찾아 읽을 기회가 적었던 내게, 나태주 시인의 시는 보드랍고 맑은 순수함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이번 시집에 대한 기대도 몹시 컸다.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교수가 아버지의 시 중에서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시들을 묶어 책을 출간했다. 시에 대한 나민애 교수의 해설이 짧게 곁들여져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인데, 내가 품었던 기대를 넘어서는 시집이었다. 단순히 시만 엮여 있었더라면 이만큼의 만족감이나 재미를 못느꼈을텐데 1) 주제별로 묶은 시, 2) 나민애 교수의 센스있는 해설 덕이 컸다.

 

 

8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고, 아이는 오히려 다른 책보다 시 고유의 표현과 느낌들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최근 우리는 이 시집으로 필사를 시작했다. 삐뚤삐뚤, 모자란 필체로 시를 옮겨 쓰면서 “이쁘다가 예쁘다보다 더 예쁜 것 같다”는 말에 몹시 공감하며 함박웃음 짓던 아이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본래 시는 어른의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의 것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을 되새긴다. 몽글몽글, 맑고 투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가 우리 둘의 시간을 더 반짝이게 해 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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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마음은 없다 | 일반서적 리뷰 2023-03-2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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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김춘미 역
민음사 | 200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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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유없는 마음은 없다. 우리가 갖는 매 순간의 마음은 그 나름의 이유로 모두 소중하고 의미있으며 중요하다. 그게 내가 사람을 바라보고 연구하는 출발점이다.

 

 

이 책은 주인공, 요조의 수기와 사진 세 장을 우연히 접한 화자가 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엮은 책이다. 책의 주인공 요조의 삶에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녹아있다. 서른 아홉, 끝내 자살에 성공한 다자이 오사무. 다섯 번째 자살 시도였고, 여성과 함께 죽음을 맞았다.

 

 

적어도 내 기준에 인간 실격은 없다. 오랜 기간의 방치와 치료받지 못한 마음이 있을 뿐. 요조를 (얕은 지식으로) 굳이 진단하자면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우울 또는 기분 부전 장애, 의존성 성격장애쯤 될까. 제 때에 치료받음은 물론 사회적 지지가 충분했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요조의 아픈 마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책을 덮는 순간에야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실격이라는 판단 하에 낙인을 찍은 것은 사실 요조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포기한 것은 끝내 작가 자신이기도. 그 부분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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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깨닫는 나의 유년시절 | 심리서적 리뷰 2023-03-2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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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년기를 극복하는 법

알랭 드 보통 기획/인생학교 저/신소희 역
오렌지디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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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년기 경험이 성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유년기 트라우마를 끊어낼 방법을 안내한다. 애써 프로이트식 무의식에 대한 접근이라던가, 트라우마에 집착하지 않고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을 천천히 따라가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p. 39. 타인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은 서글픈 이유로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는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이 불쾌할까 봐 두려워서 거짓말을 한다. 
 
 
어린 날의 나는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보다 중시하던 날이 많았다. 엄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데 지극히 서툴렀다. 돌이켜보건대 엄마는 나의 좋은 점은 당연히 좋아야하는 점인 동시에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진 좋지 않은 점은 마치 들키면 안 되는, 지워야하는 오점으로 평가했다. 나는 사회에 나서기 전부터 엄마의 마음에 잠식당한 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퍽 서글픈 그늘이다. 나는 그저 나 일 뿐인데, 무엇이 좋고 나쁠 것이람. 어디까지나 그 모든 건 엄마의 주관적 평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 역시 그 주관적 평가는 오롯이 본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평가이기도 했다. 
 
 
p. 46. 우리는 세상의 공격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그 공격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바꿀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변했다. “누구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과거가 내 삶이 미치는 영향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다.” 내가 유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힘. 나를 옭아매는 과거의 늪에서 발을 빼내기 위해 먼저 다잡았던 마음의 눈.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스스로를 대견하다, 고생했다 되뇌이듯 쓰다듬었다. 동시에 나는 엄마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엄마의 유년시절을, 엄마도 미처 깨닫지 못했을 엄마의 지난 과거를 내가 돌아보기 시작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내게 여러모로 잘 한 결정이었다. 
 
 
2월 경, 부모교육에 참여했었다. 내가 어떤 양육환경에서 자랐는지 이해하는 것만큼 나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결국 내 아이는 우리 둘의 교집합에서 성장할 것이므로 나만큼이나 배우자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어린 시절의 나를 키우는 동시에 어린 시절의 남편도 함께 키우는 셈. 책에서 소개하는 [유쾌함] 파트를 읽는 내내 남편이 떠올랐다. 원한다면 매일이 이벤트일 수 있는 이 남자의 긍정적인 면모가 몹시 매력적이어서 결혼했더랬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보니 그 유쾌함이 간혹 걸림돌이 될 때가 있었다. 우리는 항상 긍정적 감정만을 느껴야만 건강한 것은 아니다. 
 
 
남편은 아이가 유쾌하기를 바랐다. 더 나아가 아이가 힘들고, 지치고, 아파하고, 슬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보다 그런 고난이 없는 시간을 보장해주고 싶어할 때가 많았다. 심지어는 성장 과정에서 사소하게 몸이 아픈것도 남편은 견디기 힘들어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책에서 "양육자 본인부터 오랫동안 외면해 온 압도적인 절망과 슬픔을 내면에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을 보며 유년시절의 남편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남편이 가진 긍정성은 그 누구보다 값진 에너지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양육과정에서 내가 시나브로 깨닫는 순간들을 마주하는 것처럼 남편 역시, 삶에서 슬픔을 느기는 것은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일임을, 종종 서글픈 순간도 필요함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나브로 느끼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아이를 키우며 끊임없이 어린 날의 나를 만나곤 했다. 전우주적인 사랑으로, 온정으로, 친절과 희망으로, 웃음으로 나를 말갛게 비추는 아이는 매 순간 내 어린 날을 깊이 껴안는다. 그런 이유로 내게 유년기를 마주하는 과정들은 주로 '치유'에 가깝다. 돌이켜보니 육아란, 내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잊고 지냈던 어느 시점에 멈추어 있는 어린 날의 나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 아이는, 육아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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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현재에 머무르기 | 육아서적 리뷰 2023-03-1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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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깨어있는 부모

셰팔리 차바리 저/구미화 역
나무의마음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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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의 바닥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육아를 하는 과정이 인간성의 끝, 한계를 마주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다. 육아를 하며 내가 마주하는 바닥은, 내가 어른이 되면서 잊고 살았던 내 내면의 아이였다.


나는 준비없이 엄마가 됐다. 결혼 한 달만에 덜컥, 임신이 되었다. 몹시도 축복할 일이지만, 동시에 내게는 준비되지 않은 육아의 세계가 열린 것이었다. 한 인간으로서 아직 많은 것이 서툴고 미흡한 내가 엄마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은 꽤 어색한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내게 온다는 표현이 나온다. 맞다. 아이는 내게 왔다. 돌이켜보면 매우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의미로 찾아왔다.


p. 27. 아이와의 일체감을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기 자신과 교감하게 된다. 아이와 의미 있는 파트너 관계를 맺으려면 자신의 본모습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내내, 내 바닥에 숨겨졌던 내면의 아이를 마주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상처받고 모난 내면 아이가 튀어나와 아이와 갈등을 만들기보다는,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시나브로 치유를 받는 시간이 더 크다는 것. 마음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이 아이는 내게 늘 온정으로 다가오고, 사랑을 나누고, 관용을 베풀며, 끝없는 우주처럼 나를 품어준다. 그러니 나는 육아가 육체적으로는 몹시 힘들었을지언정,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더이상 24시간 내내 나의 손길이 필요치 않고 나서는) 힘들기보다는 행복으로 가득한 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는 깨어있는 부모가 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내가 특별히 노력을 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자연히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 책의 핵심은 깨어있음이다. 부모의 의식이 늘 현존하고 있어야 함을 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길러진 방식에서 기인한) 내면의 문제들을 기꺼이 마주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금, 여기, 현재에 머무르는 부모는 때로 아이가 보이는 부적절한 행동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어떤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더 깨어있기를 요구하는 신호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각 상황별로 적절한 육아법을 설명하기보다는 '현존'에 포커스를 맞춘 이 책을 읽는 내내, 현재에 발을 붙이고 있는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에고, 무의식 같은 표현이 개인적으로는 거북스러웠으나(무의식이라고 하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주장이 연상되어 버리는 직업 고질병 때문이다) 표현과 관계없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마음 속까지 전해졌다.


오랜만에 읽은 육아서였다. 시기적절하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초등학교를 가면 얼마간 해방감을 느낀다는 저자의 말에 웃음지었다. 오늘, 혼자 집을 나선 아이는 아침부터 해방감을 만끽하며 도도도 학교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창문으로 내다보는 나도, 이유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너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 있는 힘을 다해 너의 모든 순간을 축복하는 마음. 그 마음들이 나로 하여금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까.


지금, 여기, 현재에 깨어있기. 아이가 자라는 순간마다 되짚듯이 다시 돌아볼 책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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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어버렸던 시절의 나에게 위로로 건네는 책 | 심리서적 리뷰 2023-03-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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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아닐 아난타스와미 저/변지영 역
더퀘스트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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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우울증을 앓았다. 시작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다는 산후우울감이었는데, 스스로에게 몹시도 냉정하고 둔감했던 탓에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동안에도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언가를 알아채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긴 우울의 터널에 내가 갇혔음을 알아차린 계기는 사소한 일상 속, 아이의 질문 하나였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뭐야?"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색 조차 쉽게 답할 수 없는 내가 낯설고 어색했다. 그리고 이내 안쓰럽고 애틋해졌다. 우울 기간 동안 나는 나를 잃은 듯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면서 나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이유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코타르 망상), 알츠하이머 병을 앓으며 나라는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자신의 신체 중 일부가 내 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신체통합정체성 장애),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 사람들(조현병), 자신이 낯설고 때로는 자신으로부터 분리 및 소외된 느낌을 경험하는 사람들(이인증), 타인과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자폐스펙트럼장애), 실제로 자신의 몸에서 분리되어 떨어져나가는 경험을 한 사람들(자기환영현상), 모든 것을 벗어난 무아지경의 상태를 경험한 사람들(황홀경간질)까지.


이들의 사례에는 하나의 주제가 관통한다. 바로 '자아'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라고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자아에 관한 철학적 물음에 뇌과학으로 답한다. 현대 과학의 발전은 나를 잃었다고 말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증상들에서 뇌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신경학적 접근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용어들 때문에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마치 내가 곧 뇌인 것만 같은, 나는 뇌와 호르몬의 노예인 것 같은 좌절감을 경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뇌과학이 말해주는 이야기들 저편을 바라보면 좀 더 시야가 선명해진다. 때로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도 한다.


이 책을 덮은 지금 내게 남은 깨달음은 옮긴 이, 변지영님의 깨달음과 같다. 자아의 본질 따위는 없다. 인간이라면 응당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라는 것, 생각하니 고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유행 한참 지난 믿음이라는 것,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자아가 어쩌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것. 아무 데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나'. 병은 바로 자아라는 말이 깊이 남았다. 나를 잃었다는 그 느낌에 매몰되어 우울증에 시달렸던 몇 년 전의 나에게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물한다. 나는 어디에도 없었으나,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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