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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기고) 하이테크 하이터치 | 자유마당 2023-11-2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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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아침마다 환승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반복된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뛰어가는 젊은이들 모습이다. 지각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안전사고 위험이 걱정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뛰어가지 않아도 열차를 탈 수 있도록 배차간격을 조정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이것이 기술의 문제일까, 아니면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의 문제일까?

 

기술 개발과 관련해서 우리는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을 개발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일종의 하이테크(high-tech)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우리가 이미 앞서 있는 분야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하고, 또 양자, 바이오 등 떠오르는 부문에서는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열심히 키우자는 것이다. 그래서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과 같은 야심 찬 문샷(Moonshot)형 과제가 추진되고, 세계 최고의 기술 파트너와 협업이 강조된다.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된다면 여러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에 도전하는 것은 좋은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경기 침체는 이어지고 세수는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R&D 투자 규모도 축소되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즉 지금은 그간의 연구개발을 돌아보면서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고민할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특정 분야에만 자금을 집중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향은 하이테크에 하이터치(high-touch)를 접목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구체적 방법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문샷과 룬샷 프로젝트의 균형이다. 샤피 바칼은 그의 저서 〈룬샷〉에서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허무맹랑한 꿈과 같아 보여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룬샷(Loonshots)형 프로그램이 결국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핸드폰 강자였던 노키아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에 그와 비슷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으나 경영진의 거절로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례도 있다. 당장 성과가 없어 보인다고 무조건 줄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엉뚱한 생각을 시도해 보는 기회는 최대한 늘려야 한다. 연구개발에서도 잔뜩 들어간 힘부터 빼야 진짜 성과가 나타난다.

 

둘째,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하이터치를 결합하는 방법이다.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첨단기술보다 환경에 맞는 중간기술이 생활에 더 도움이 된다. 물이 귀한 사막 지역에서는 아이들도 물을 날라야 하는데, 드럼통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바닥에 굴리는 큐드럼을 개발해 물을 나르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만든 기술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에게는 기능이 다양한 첨단기술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적정기술이 더 잘 먹힐 수도 있다고 본다. 이어령 교수도 〈디지로그〉에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이 결합된 제품과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셋째, 실패한 기술에서 성공의 단초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생각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접착력이 떨어지는 3M의 테이프는 포스트잇으로 재탄생하였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존 기술을 다시 생각하고 실패한 사례들을 재결합해 본다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 것이다. 서두에서 제기했던 지하철 환승 문제도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배려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은 존재한다.

 

하이테크 기술은 우리의 생활에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그 대가는 일상에서 은근히 빠른 해결을 부추기면서 삶의 여유를 갉아먹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기술은 우리의 삶을 파괴하거나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이제 하이테크는 하이터치를 만나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하이테크 부문을 주도한다면, 우리 인간은 하이터치 부문에서 적절한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23.11.29일자 대구매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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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정호승 산문집 | 고전/문학 2023-11-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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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 저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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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러 권의 정호승 산문집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시와 산문이 동시에 실려 있는 책이다. 시인에게는 시나 산문이나 자신의 문학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일텐데, 독자들에게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맛보게 하는 기회가 되어 참으로 좋았다.

 

이 책에는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 60편과 그 시에 관한 이야기들, 오래 간직해 온 추억의 사진까지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시 산문집’이다. 사랑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따뜻한 사연과 함께 삶의 고통과 외로움의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시인은 인생은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반어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시인은 우리 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어진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사랑의 온기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의 그런 마음과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시만 읽을 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독자들을 이해를 돕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좋다. 먼저 시를 소개하고 나서 그 시를 쓰게 된 배경이나 각 문장의 의미등에 대한 설명을 산문 형식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기가 훨씬 편하다.

 

정호승의 산문집을 여러번 읽다 보니 이미 다른 책에 소개되었던 글을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다. 특히 책의 첫 번째 글인 '산산조각'에서는 아등바등하지 말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긍정과 달관의 경지를 이야기한다. 읽을 때마다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6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따뜻한 이야기에 이끌려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다. 진한 여운과 아쉬움이 생겨 언젠가는 다시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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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일몰 | 일상 생활 2023-11-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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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영하권 날씨 덕분에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일몰 순간을 즐길 수 있네요. 저녁 시간에 창밖을 보니 저녁노을을 보려고 비행기도 구경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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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지 키워드로 풀어본 청춘의 고민들 | 자기계발/삶 2023-11-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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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저/이승원 사진
21세기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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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에서 20대의 청춘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나의 20대와 지금의 20대간에는 엄청난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생의 경로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공통점도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은 나의 청춘 고민을 되돌아보고 현재 젊은이들의 고민을 짐작해 보는 그런 시간을 제공해 주었다.

 

우정, 여행, 사랑으로 시작되는 정여울의 20개의 청춘 키워드에는 꿈, 취업, 인간관계 등 20대가 안고 있는 고민의 다양한 측면들이 담겨 있다. 20대에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존한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조급증이 가져오는 두려움도 함께 하는 시기이다.

 

우선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 제목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인생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되돌아 보아야 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시인 고은은 <꽃>이라는 시에서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라고 노래한다. 그래서 인생은 아쉬움으로 가득찬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전 과정을 놓고 볼 때 20대는 꽃이 피는 시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사랑도 하고, 멋지게 방황하기도 하며, 슬픔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때이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학점, 스펙, 취업 등 현실의 문제로 힘들고 아픈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청춘에는 힐링과 멘토와 테라피의 이야기도 따라다니는 법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청춘의 키워드에는 재능, 멘토, 직업, 방황도 소개된다. 

 

20가지 이야기 중에서 나에게 가장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작가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빛나는가' 하는 질문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와의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찾아가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삶의 자세라는 것이다. 공감 100%다.

 

후회와 반성이 없는 삶은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20대를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그 때 놓쳐버린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도전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도 존재하고, 충분히 표현하고 느끼지 못한 감성도 아쉬울 것이다. 작가의 인문학적 감성이 묻어 있는 글들이 독자들을 20대의 시간들을 다시 만나게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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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글 속에 담긴 깊은 뜻과 따뜻한 정 살펴보기 | 고전/문학 2023-11-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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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 읽는 소리

정민 저
마음산책 | 200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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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에 독서와 글쓰기를 빼 놓기 힘들 것 같다. 자신만의 문집을 내는 일도 뼈대있는 양반의 책무 중의 하나였다. 정민의 <책 읽는 소리>는 선비들의 다양한 글들을 통해 옛 사람들의 일상을 조망해보고, 또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싫을 만한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의 '남아수독오거서'란 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비들에게는 책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남의 책을 빌려 필서를 해 공부한 사례들이 많이 소개된다. 어렵게 구한 책인 만큼 읽고 또 읽어 아예 통째로 외워 버리는 식으로 공부했다. 얼마를 읽었다는 것보다는 책 속에서 발견한 한 구절을 일상에 체화되어 나를 통제하는 중심이 되는 그런 독서였다.

 

예전에는 책을 소리내어 읽었다. 그리하여 옛 문헌설화 속에는 옆집 청년의 글 읽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처녀가 담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정인지(鄭麟趾)의 글 읽는 소리에 반한 옆집 처녀가 담 사이로 그를 엿보고 흠모의 정을 품었다고 한다. 조광조(趙光祖)에게도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그의 낭랑한 독서성(讀書聲)에 반한 처녀가 담을 넘었다고 한다. 과장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독서의 또 다른 측면이 아닌가 싶다.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낸 구슬은 참으로 많다. 무엇보다도 독서의 목적이 지식의 획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는 대 있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일상에 녹여 삶의 구체적 장면장면에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옛 글들에 담긴 이야기를 저자의 해설을 통해 현대적 측면에서 돌아볼 수 있게 만든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이 넘쳐나도 손에 잡지 않은 오늘날의 세태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 읽는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면서 손에 책을 펼치고 있는 장면은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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