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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by 김선희 | 2011년(126) 2011-05-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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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김선희 저/송진욱 그림
풀빛 | 201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영화나 광고라는 장치를 통해 사회 이면에 감춰진 우리들의 문화를 엿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은 뇌에 잔상을 남기는 강력한 권력 대중문화를 상대로 저항의 시도를 담은 저자의 결과물이다. 영화나 광고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보르헤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기억력의 천재 푸네스처럼 생각하고, 지독한 근시 두더지가 제멋대로 땅을 파는 것처럼 제멋대로 헤매기를 바라고 있다. 액면 그대로가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사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우리는 쉽게 그것에 속고, 간과하는 일이 비일비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생각은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확실하다. 

영화 <브라질>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트루먼 쇼>를 통해
문화적으로 허용된 억압과 감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상업적 이윤와 탐욕을 들여다본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상류층의 과시적 소비에 따른 결과라고 보고 미국 사회의 과소비 풍토를 비판한 바 있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고가로 책정되어야 도리어 소비자의 허영심이 자극되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인데 이는
서민과 구별 짓기를 위한 상류층의 과시적 소비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파생된 우리의 ‘짝퉁’ 문화는 ‘부에 대한 동경’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이분화하고 못가진 자에게 박탈감을 안긴다. 

영화 <귀여운 여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대박 콘텐츠로 성공한 이유는, 부자의 세계를 엿보고 경험하고 싶은 관음적 욕구와
신분 상승에의 판타지가 이 드라마와 영화가 내세우는 상품성이다. 합리적인 노력을 통해 원하는 위치로 사회 이동을 할 수 없는 사회일수록, 신분 상승의 욕구가 큰 사회일수록 ‘재벌’로부터 선택받은 ‘시민’의 판타지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를 상대로 하는 입시 학원의 광고와 노인들 대상의 보험 광고는,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공포 마케팅, 불안 마케팅으로써 업계에서 일반화된 마케팅이다. 보험광고는 인간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게 만들고 경제력 없는 노인들을 잉여 인생으로 치부하게 만들고 있다. ‘불안’은 한국 사회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부의 분배가 공평하지 않고 노년층이나 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회 보장 제도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 편히 노년을 준비할 수 없다. 돈으로 사후 처리를 한다는 발상이 일반화되면 오직 경제적 능력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뒤따르게 된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태극기 휘날리며>는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하는 결손 가족을 통해 가족상을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영화 <배트맨>,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고독한 은둔자 내지는 개인주의자로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에서 공동체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지 사회의 합리성 충돌을 보게 된다.  

일본 만화 <은하철도 999>에 등장하는 메가로폴리스는 빈부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되어 새로운 계급 사회를 양산하는 미래 사회의 어두운 청사진이다. 인간에게 죽지 않는 영생을 약속하고, 시민들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몸을 버리고 돈으로 기계 몸을 샀기 때문이다. 기계 몸을 가진 기계 인간들이 가난한 인간들을 지배하는 불평등한 곳이다.

부유한 사람들만이 사교육으로 문화 자본까지 얻어서 성공의 기회를 보장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성공하기 어렵다면 사회적 불평들이 한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세습될 가능성이 높다. 기회의 불평등이 가난을 세습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워킹 푸어(working poor)는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근로 빈곤층을 이르는 말이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교육비, 주거비 등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높아 생활비가 늘어나게 되면 저축할 여력이 없어 고된 노동을 끝없이 반복하게 된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 <미이라>, <반지의 제왕>, <300>, <킹콩>, <캐러비안의 해적> 등 에서는 동양이나 아프리카 등의 비서구 사람들을 문명이 극복해야 할 질병처럼 야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오리엔탈리즘이 도사리고 있다. 원어민 영어 강사는 동경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차별의 시선을 보낸다. 우리는 각각의 문화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문화 상대성을 주장하면서도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타자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영화 <YMCA 야구단>, <모던보이>에서 근대와 서양을 동일시해서 추종하는 태도를 엿본다. 서양이 이룬 근대화가 인류 전체가 추구해야 할 보편타당한 목표인양 근대적 문명을 자기 나라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지향으로 삼았고, 지금까지 지탱해 온 모든 가치와 신념, 제도와 문물을 스스로 반대하고 바꾸려는 자기 부정에 빠지게 된다.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소설로 평가받는 ‘메밀꽃 필 무렵’과 영문학을 전공한 모던한 도시인 작가 이효석은 대표작의 이미지와 실제 작가의 삶 사이의 괴리가 큰 사람이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원전 수거물 관리 센터의 홍보 영상을 들여다보면,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방사성 폐기물들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환경을 중요한 배경으로 이용하는 이면엔 엄청난 방사능을 가진고 있는 ‘죽음의 재’라는 이름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문제가 국가적 사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왜곡된 표현의 홍보 영상이 아닌, 원자력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산업 구조와 소비 패턴 때문이라는 사실이 동의되어야 한다.

할리우드 영화 <디어 헌터>, <람보>, <플래툰>, <블랙호크 다운>을 보면, 하나같이 미군은 영웅이면서 정당하고 적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전쟁이 누구의 시선으로 포착되는지 판단하는 눈이 필요하다. 미국 영화들이 그토록 영웅주의와 휴머니즘을 부르짖고 형상화하는 것은 그 사회에 그만큼 모종의 결여가 심각하다는 것을 역설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나 드라마가 아님에도 이 책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건, 내가 처해있는 현실 세계에 대한 개탄과 울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본문은 영화나 광고라는 장치를 통해 사회 이면에 감춰져 있는 우리들의 문화를 엿보고 있다. 돈만 탐하는 천민자본주의 속에서 부의 세습, 빈곤의 세습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악순환 속에 마냥 꿈만 꾸는 현실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 읽었던 최인석의 소설 <그대를 잃은 날부터>는 괴물로 그려지는 욕망의 세상에 중독된 여자와, 그 세계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필요악(必要惡)으로 접하고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보편적으로 깔려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기생하고 있으며, 문화로 투영되어 있기에 우리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와 사회는, 평범한 개인이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상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회 전체의 동의를 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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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레드북』 by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 2011년(126) 2011-05-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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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이 리틀 레드북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편/박수연 역
부키 | 201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앞으로 초경을 시작해야 하거나, 이제 막 시작한 소녀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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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 작가의 추천사에서 “차오르고 나면 기우는 달처럼 자신의 몸에서 달의 주기를 체험하는 위대한 분들, 어떻게 이런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말씀하신 연출가
오태석 선생님께 오히려 내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우리의 종교와 문화와 역사가 월경을 금기시하고 있다는 건, 우리 여성들의 상처로 남아있다. 유대인 여성은 월경 중에 성관계를 금기시했고, 프랑스 주부는 마요네즈를 못 만들게 했으며 인도 여성은 집에서 추방당한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플리니우스는 생리혈이 닿으면 “갓 빚은 포도주가 시큼해지고, 곡물은 시들고, 나무는 죽고, 정원의 씨앗은 바싹 마르고, 나무의 열매는 떨어지고, 칼끝은 무뎌지고, 상아의 반짝임은 흐려진다.”고 썼다. 아프리카에서는 위생 용품이 부족해서 여학생들이 생리 기간에 학교에 가지도 못한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교육을 4분의 1이나 받지 못하고 있다(마이 리틀 레드북의 판매 수익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부된다). 『뉴욕 타임스』와 『가디언』 같은 언론에서 위생 용품이 부족해서 겪는 소녀들의 불평등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불타는 비밀 : 11일 동안 꼬박 해가 질 무렵이면 나는 피로 흠뻑 젖은 속옷과 피가 번진 바지를 벗어 수풀 가장자리에 가려진 쓰레기통 속에 넣고 불을 붙인 뒤 재로 변하는 것을 지켜봤다. ..... 피를 흘리고 있어요, 죽어 가나 봐요, 제 고통을 부모님까지 알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엄마, 거기서 피 나! : “엄마, 내가 크면 언젠가 면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거기 말이야. 거기서 피 나!” 엄마는 웃기 시작했다. 나는 엉엉 울면서, 엄마는 내가 죽어 가는 게 기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화분 물주기여 안녕 : 내가 생리를 시작하자 아버지는 식물이 죽는다면서 물을 주지 말라고 했다. 생리 중인 여성이 식물을 돌보면 안 된다는 금기는 여러 문화권에서 존재해 왔다. 1920년대에 일부 과학자들은 생리 중인 여성이 식물을 죽이는 ‘메노톡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초경과 책임감 : 대공황 당시와 그 이전에 버지니아에서 흑인 여성은 생리대 대신 천을 썼다. 흑인 소녀가 월경을 시작하면 주인은 이제 노예가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일 수 있게 되어서 주인이나 주인의 가족, 혹은 농장에 있는 다른 노예의 아이를 낳아야 했다. 초경을 하면 몸값이 오르기 때문에 가족을 떠나 다른 곳으로 팔려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보이지 않는 첫 경험 : 갑자기 요로가 고장 난 줄 알았다. 화장실을 아무리 갔다 와도 왜 계속 소변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 이야기).

 

실이 달린 핫도그 : 엄마가 왜 핫도그를 질 안에 숨겨 두었을까? 언제나 거기에 핫도그를 하나씩 넣어 둘까? 왜 끄집어냈을까? 이제 꺼내서 어쩌려는 걸까? 다른 여자들도 그럴까? 그런데 이 핫도그에는 왜 실이 달렸지? ..... 네 살짜리의 뇌는 핫도그로 인해 생긴 의문 한 무더기로 용량 초과 상태였다.

 

 

 

<마이 리틀 레드북>에서는 초경에 얽힌 에피소드를 100명의 여성들이 솔직 · 담백 ·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초경을 경험한 모든 여인들은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날 입었던 옷이나, 행동, 시간과 공간적인 배경까지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당혹스럽고 허둥지둥 대서 좀처럼 안심이 될 수 없던 그 때를. 이론상으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도 경험보다 좋은 선생은 없다고, 생경한 핏빛을 발견한 순간,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거나 주저앉거나 심지어 울어버리거나 엄마나 언니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기도 한다. 또한, 보편적으로 남들이 초경을 겪는 시기를 지나버려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한 케이스도 있었다. 주디 니콜슨 아셀린처럼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터너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킴벌리 피칠리처럼 호르몬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또한, 아프리카 여학생들은 일주일 내리 결석한다. 생리대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여학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몇 곳이 생리대를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 리틀 레드북>의 수익금은 이들 비영리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기부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구입해서 읽기를 희망해 본다.

 

나의 이야기 : 그 날의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따뜻하게 웃으시면서 “안하던 걸 하려니 불편하지?” “이젠 너도 어른이 됐구나.”라는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고, 천기저귀를 내주셨다.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두셨을, 평소 하얗게 삶아놓은 천으로 내 은밀한 곳에 두텁게 대주셨다. 엄마는 이미 폐경기에 접어든 상태였기에, 집에는 붙여서 쓰는 생리대도 없었거니와 탐폰은 구경도 한 적이 없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다. 첫날은 추워서 나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두 번째 날부터는 복통이 너무 심했고, 콸콸 흘러나오는 어마어마한 출혈이 열흘이상 지속되는 바람에 외출할 엄두도 못 냈다. 이 날의 기억은 나에게 있어 엄마와의 가장 긴밀하고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졌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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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by 히가시가와 도쿠야 | 2011년(126) 2011-05-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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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히가시가와 도쿠야 저/현정수 역
21세기북스 | 201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호쇼 저택의 집사 가게야마가 풀어가는 여섯 가지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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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살인사건이거나 살인미수에 그치는 사건을 다룬 코믹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호쇼 그룹 총수의 외동딸이자 도쿄 다마 지구 구니타치 경찰서의 여형사인 호쇼 레이코는 사건을 잘 처리하는 유능한 형사가 되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고, 그녀의 파트너 가자마쓰리 경부는 잘난 체하고 싶어서 안달이지만 사건에는 늘 헛다리만 짚는다. 결국, 레이코는 호쇼 저택에서 일하는 가게야마라는 젊은 집사에게 답답한 심경으로 사건의 개요와 진상을 낱낱이 설명함으로써, 오히려 그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해답을 제시하고 논리적인 해명을 한다는 다소 어이없는 황당 시츄에이션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보았던, 추리라곤 전혀 못하는 잘난 척만 가득한 탐정 대신, 어려운 사건을 모두 해결하는 일본만화의 주인공 코난이 생각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조차 대체 이 사건의 요지가 뭘까? 흩어진 퍼즐을 꿰맞출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심경으로 읽어가고 풀어가곤 했지만 제대로 된 추리를 단 한 번도 못해보고 가게야마가 어떻게 풀어나갔는지에만 넘겨보기에 급급했다. 이 베베꼬인 사건들을 아주 심플하게 해결하고야마는 가게야마는 확실히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첫 번째 이야기 : 요시모토 히토미는 자신의 집에서 부츠를 신은 채 엎어져서 절명했다. ‘귀가하는’ 것이 아닌 ‘외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귀찮은 부츠를 벗지 않은 상황을 파악한다. 과거 교제했던 남자의 여벌 열쇠로 동거녀가 그녀 집에 잠입하고, 외출하던 중 비 소식을 듣고 빨래를 걷기 위해 포복 자세로 기어들어오는 히토미를 가격하는 살인사건이다.

 

두 번째 이야기 : 와카바야시 동물병원 원장이 와인 속에 들어있는 독을 마시고 자신의 방에서 죽었다.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 머리부분은 동전 크기의 커다란 금속 캡이 덮고 있고, 그 주위를 캡실이 감싸고 있지만, 금속 캡에는 와인의 숙성을 촉진하기 위한 바늘 크기의 공기구멍이 있다. 동물병원의 주삿바늘로 독을 주사했다. 사건 시간, 목격자는 오렌지색 흔들리는 불빛을 보고, 지포의 오일 라이터를 든 자가 범인이다. 뚜껑을 덮지 않는 한 불은 계속 켜져 있으므로.

 

세 번째 이야기 : 다카하라 교코는 별채에서 살해됐고, 그녀의 검은 고양이는 범인과의 몸싸움으로 인해 다리가 다친다. 그 뒤에 범인은 장미원으로 시체를 옮긴다. 왜 장미여야만 했는가? 주인을 해하려는 고양이의 습격으로 인해 이미 범인의 손등은 상처가 생겼고, 장미덤불위에 있는 시체를 옮기기 위해 장미가시에 의한 상처로 위장하려 했던 자가 범인이다.

 

네 번째 이야기 : 사와무라가에서 결혼식이 있던 날, 사이온지가의 노부인이 친척인 사와무라가의 장녀, 그것도 신부를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살인미수에 그쳤지만, 진범 사이온지가의 노부인을 감싸기 위한 사와무라가의 작전으로 인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평소 신랑되는 사람에게 호감이 있었던 탓에 저지른 원한과 질투였다.

 

다섯 번째 이야기 : 신장 160의 노자키 신이치가 전라로 숨져있다. 신이치는 무려 네 명의 여자와 교제를 하고 있는 바람둥이다. 키에 맞춰 용의자를 탐색해 나가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함정이 된다. 신이치는 중의원 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있는 힘껏 발돋움 해가면서 키 높이 신발을 신고 다녔으나, 방에 들어오자 작아진 키를 상대가 알게 되었고 속임수라고 느낀 그녀는 유리 재떨이로 그의 이마를 가격했고 즉사한다. 그의 키보다 긴 바지를 벗겨서 입고, 그의 키높이 신발을 신고 10센티 커진 모습으로 그곳을 빠져나온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소비자 금융 ‘고다마 파이낸스’의 사장이 자택 서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진범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다잉 메시지를 지우고 흉기를 옮긴 사후 공범자를 두려워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흉기를 옮긴 사토미 침실에 레이코가 잠입하고, 한밤중에 찾아든 범인을 검거한다.

 

 

이 책의 특징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화로 인해 가볍고 즐겁게 읽힌다. 하지만, 남녀간의 치정관계, 혹은 재산을 둘러싸고 그로 인한 증오와 원한이 드러난 사건이 주무대이다.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동기는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욕망이 채워지면 쾌락이 온다. ‘겨를 다 먹어버리면 쌀을 먹는다’는 뜻의 지강급미(舐糠及米)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책의 내용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우스갯소리로 떠들어대는 집사의 논리적인 해답만이 아닌, 이면에 감춰진 사람들의 잘못된 욕망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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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by 박선희 | 2011년(126) 2011-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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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박선희 저
사계절 | 201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센티미터의 차이로 표지를 무척 독특하고 예쁘게 살렸다. 주인공 몽주의 마음도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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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책들에 비해 세로길이가 1센티 가량 길다. 1센티의 차이가 독특하고 예쁜 표지를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반짝이는 펄감까지. 제목이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이라 책 표지도 구라파 형태로 복원한 듯하다. 또한, 박선희 작가의 통통 튀는 다부진 언어 구사력에 감탄했다. 과연 십대들의 이야기 창작에 집중하는 작가답다. ‘인간은 흥미진진한 모험’이라는 유목민적 정신세계와 상투적인 어른이 되기 싫어 철들고 싶지 않은 결심들이 귀엽고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은 도미노 현상처럼 흔들리는 구라파 이층집과, 가족들을 위한 몽주의 위기극복 프로젝트이다. 어느 순간, 몰락하는 집 담장처럼 가족들의 행복에도 틈이 생기면서 이 대책없는 문제가정에 고딩 1학년 막내 몽주가 발벗고 나섰다. 마찾사 멤버들과 함께 펼치는 놀라운 매직이 기다리고 있다. 

 

몽주가 생후 8개월 때 찍었던 가족사진만 봐도 구라파 이층집은 앤티크한 전원주택이었다. 새하얀 이층집에 파란 기와를 얹은 뾰족 지붕과 널찍한 이층 테라스, 초록 잔디가 깔린 아담한 정원, 키 작은 나무들. 그림 같은 집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발트블루빛 이층 테라스의 깨져버린 타일, 삐거덕거리는 계단, 주저앉은 마룻바닥, 붉은 녹물이 흘러나오는 수도, 고장난 보일러와 변기, 무너진 담장. 문제는, 구라파식 이층집과 더불어 이곳에 함께 살던 식구들마저 하나둘씩 깨어지고 빗나가고 어긋나고 있다. 피시방을 운영하는 아빠는 야동에 빠져있고, 엘레강스하고 고상한 엄마는 포르투갈제 커피 머신과 심포니에 중독되어있다. 할머니는 포천 땅을 팔아 독립 선언을 했고, 딩크족 오빠네는 입양기관에서 아이를 데려다 키운단다. 이 와중에 냉혈한 언니는 미국연수를 핑계 삼아 가난한 이슬람교도 캐나다 흑인 목수를 따라 온타리오 시골 마을로 튀었다.

 

몽주의 이층집에 대한 사랑은, 엄마에게서 착복한 학원비와 캐나다에서 언니가 부쳐준 160만원의 마술 프로젝트로 복원되기 시작한다. 이층 테라스는 무지갯빛 타일로 채워지고, 멈췄던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화장실 변기를 통째로 갈고, 삐거덕 계단은 나비 스티커와 바이올렛 화분을 통해 좌측통행 시스템을 따르게 했고, 주저앉은 거실 바닥엔 동그란 러그 카펫을 깔아 애완견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기다림의 미학같은 마술로 인해 몽주는 행복해진다. 가족들이 어떠한 반응과 표정을 지을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집이란, 친숙하고 견고한 공간 속에서 가족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안녕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러한 집이 어느 날 틈새가 벌어지고 균열이 생긴다면 그 안에 있는 가족들 또한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나 역시 몽주 엄마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를 이 집을 미련없이 버리고 다른 집으로 이사할 결심만 굳혔을 텐데, 몽주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의 마음들이 30년 된 구라파식 이층집으로 다시 모여드는 마술이 일어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기적을 기다린다. 몽주의 발칙하고도 속깊은 모습에 감동했다. 내게도 이런 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공부하라고 쥐여준 학원비를 나 몰래 착복해서 그런 선행을 베푼다면 당장에 종아리감이지만. 가족 구성원 각자가 차지하고 있을 아픔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몽주의 근심이 무모한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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