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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 시란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맛이 새롭게 생겨나는 정결한 샘물과도 같다.. 시를 읽는 지금의 내 감정과도 내밀하게 관계한 탓이기도 하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용한 감정일지 모르나 일순간 받아들이는 감정은 사뭇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까닭이다..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듯하나 내가 이룬 것은 극히 드물다.. 소위 부끄럽다. 지금 내 삶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주워진 삶을 굳이 낭비하지는 말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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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셔츠』 by 얀 마텔 | 2013년(122) 2013-06-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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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저/강주헌 역
작가정신 | 2013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인간의 잔인성에 근거한 극단적 합리주의를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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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대 이탈리아의 삶을 풍자하는 대서사시 단테의 <신곡>에서 빌려온 두 안내자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는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희곡의 주인공 베아트리스와 버질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존의 홀로코스트는 유대인 혐오자들이 독일 나치스의 명령을 받아 유럽에서 자행한 역사적인 비극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에 작가는, 홀로코스트를 역사의 법칙이 아닌 우화 형식을 빌어 예술의 법칙에 따라 묘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의 유대인들에게 자행된 파멸적인 비극이다. 소설 속 희곡에 등장하는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의 이야기는, 아주 커다란 나라 크기의 셔츠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한국어판 『베아트리스와 버질』이라는 제목은 알레고리라 할 수 있다. 지식백과에 의하면, 알레고리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을 뜻하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 우화가 그것의 쉬운 예라 하겠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와 문명에서 셔츠는 닳아 해졌으며, 한 집단의 인격과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집단학살 뒤에 감추어진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팽배해져 있다. 이런 이유에서 얀 마텔은, 홀로코스트를 20세기의 셔츠라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주인공 헨리는 소설가로 큰 성공을 거둔 유명 작가다. 그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소설과 평론을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완성했으나 논점을 상실한 실패작이 되고 만다. 출간하기도 전에 편집 관계자들에게 혹평을 받아 글쓰기를 포기한 채 새로운 나라의 도시로 떠난다. 그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헨리가 작가였음을 알려주는 독자들의 편지는 꾸준히 우회적으로 전달되고, 헨리는 빠짐없이 답장을 보낸다. 그러던 중 의문의 독자로부터 19세기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편소설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을 복사한 것을 받게 된다. 소년 쥘리앵이 동물을 죽인 장면, 무자비한 사냥꾼이 되어 수많은 동물들을 살상했던 행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속죄에 대해서는 어떤 반론도 없이, 성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과정만이 이야기되고 있었으니 흥미로운 불균형이 눈에 띄었다. 쥘리앵의 이중적인 성격, 즉 인정 많으면서도 잔혹한 성격, 해피엔딩과 죄인의 구원이라는 결말, 반면 동물들이 살상당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봉투에는 플로베르의 단편소설만이 아닌 독자가 쓴 희곡 <20세기의 셔츠>도 들어 있었다. 도대체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과 이 희곡의 연관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헨리는 마법에 이끌리듯 그 소포의 근원지인 주소지를 찾아가 자신의 이름과 같은 헨리라는 노쇠하지만 강렬한 인상의 박제사를 만난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지닌 어두운 박제사의 공간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세계와 함께 그의 희곡은 헨리에게 삶의 매일을 기쁨으로 채워주지만 진실에 접근하고 방심한 순간 위기에 처하고 마는데...

 

 『20세기의 셔츠』를 일종의 교훈을 주기 위한 이솝 우화쯤으로만 판단한다면 큰 오류를 겪게 된다. 현실 속의 헨리 대 헨리는, 희곡과 쥘리앵의 연결선상이자 홀로코스트의 현재진행형이다. 막판까지 지루하게 흘러갈 것만 같은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대화는 난폭한 소년의 단 한 번의 등장으로 일순간 모든 소음이 소거되고 환기된다. 뒤로 갈수록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대량살상이라는 거대한 시대극 앞에서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대화는 자못 순수하며 정결하다. 정결한 만큼 그 아픔이 더 극진하게 사무치고 슬프고 아려온다. 단테의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지옥과 연옥을 여행했듯이, 우리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안내로 인해 역사적 진실과 조우한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를 경험하고 목격한 산증인이자 희생양으로 상징화된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 구조가 들어 있는 구성방식인데다가 희곡 자체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홀로코스트 소설이라는 기존의 문법을 깨고 소설 속의 희곡이라는 이중구조를 도입한 독특한 작품이다. 작가 얀 마텔은 인간의 잔인성에 근거한 극단적 낙관주의 내지는 합리주의적 폭력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일상 속 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끔찍한 삶의 현실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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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두 얼굴』 by 린이 | 2013년(122) 2013-06-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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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의 두 얼굴

린이 저/김락준 역
부키 | 2013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두 얼굴을 가진 아이들을 가진 부모를 위한 명쾌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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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의 싸움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조언

 

 "아이의 문제는 모두 부모의 문제이다." 이 말에 이의제기나 반박을 할 수 있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행여 있다손 치더라도, 부모 스스로가 반성하지 못한 탓이라고 치부할 수 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에게 좋든 싫든 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이의 부정적인 문제의 원인은 부모에게 있지 아이와는 무관하다. 집에 말썽꾸러기, 나쁜 아이가 있을 때 먼저 반성하고 변해야 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이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문제 부모가 안 되고, 아이에게 더 큰 사랑을 주고 싶다면,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해야 한다. 아이의 발달 과정과 욕구를 존중하고, 내 아이의 특성에 맞춰 아이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 스스로 사고방식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아이에게 최고의 사랑을 줄 수 있다.

 

 

  •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주고 존중했는가?
  •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지도했는가?
  • 온화하게 원칙을 고수했는가?
  • 기분에 따라 원칙을 바꾸지 않았는가?
  •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조건 없이 아이를 응원했는가?
  • 아이가 잘못했을 때 부모에게 솔직하게 말하는가?
  • 아이에게 부정적인 꼬리를 붙이지 않았나?
  • 아이가 잘못했을 때 잘못을 지적하고 빨리 행동을 고치려고 할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는가?
  •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아이에게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가?
  • 아이와 즐겁게 놀아 주는가?
  • 아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행동해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가?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기에게는 엄마의 감정을 느끼는 뛰어난 감수성이 있고, 외부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 겉으로 드러난 표정보다 감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특징이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감정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며, 큰 아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도리어 잘 속는다. 인내심을 갖고 아이와 소통하려는 부모에게 아이가 반항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부모의 인내심 가득한 얼굴에 숨어 있는 분노의 감정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을 지배 받아 안정감을 잃고 더 악랄하게 부모의 한계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아이에게 이치를 설명해 줘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이유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좋은 표정은 못 짓더라도 '좋은 마음'만은 꼭 전해준다. 저자가 특별히 강조한 점은, 아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만났을 때 완강히 거부하면 그 사람과의 접촉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는 예민한 영혼의 온도계와 같아서 '영혼 기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아차린다. -P32

 

 걱정은 육아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다. 부모는 문제가 생겨도 걱정을 내려놓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부모가 마음을 바꾸면 아이도 부모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긍정적으로 변한다. 수시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을 바꿀 수 있고 육아가 한결 편해진다. 나쁜 습관성 반응을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 훈련도 필요하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학 도서, 요가, 좌선, 명상 등 수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 아기들이 밤에 깊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추위, 더위, 배고픔 같은 생리적인 자극이나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면 부모나 주 양육자의 영향 때문이다. 아기에게는 요정처럼 신기한 잠재력이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 아기가 해독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더 명확해진다. 4살 이전의 아이, 특히 영아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유도하지만 관심을 못 끌 경우, 신체, 심리, 행동 등의 문제를 일으켜서 더 강력한 방법을 동원해 부모의 관심을 끈다. 아기와 엄마가 모두 피곤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엄마 스스로가 마음을 다스리고 '골칫거리'로 느껴지는 아기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더 많은 관심을 주어야 아기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아이의 마음에는 서로 토닥거리며 싸우는 3명의 아이가 있어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행동이 달라진다. 3명의 아이는 '부모', '어른', '아동'을 뜻하고 평생을 함께 한다. 부모, 어른, 아동이 서로 얼마나 잘 지내는지에 따라 아이의 성장은 좌우된다. -P48

아이의 발전에 가장 유익한 상태는 부모, 아동, 어른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아이에게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고 잘못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와 '어른'에게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아동'을 지나치게 억압하지 않을 때 아이의 마음에 사는 세 사람은 균형 있게 성장한다. 아이가 욕구를 무시당하는 환경에서 장시간 생활하면 각 방면의 발달, 특히 대뇌 발달에 이상이 생긴다. 아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적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이가 '반항기'에 들어가면 부모는 저절로 '두통기'에 들어간다. 훈계를 해도 소용이 없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된다. 아이의 반항기에 대응하는 전략이 부족하면 아이의 행동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 고압적인 태도로 아이의 가시를 자르면 아이는 말을 듣지만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어린 시절에 별다른 반항의 조짐을 안 보이다가 사춘기나 성인이 된 뒤에 폭발적인 반항을 일으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반항기 아이와 충돌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과 자유를 준다. 아이의 욕구도 적절히 달랜다. 아이를 비판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이끌면 아이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싹튼다.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계속 실랑이를 벌이는 대신 다른 곳으로 시야를 돌리게 한다.

 싫어하는 행동을 했을 때 관심을 줘서 아이가 기대한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칭찬을 해 주어 행동을 강화한다. 원칙을 설명할 땐 핵심만 간단히 설명한다.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행동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원칙에 관한 문제는 3개의 '끝까지', '끝까지 달래기', '끝까지 온화하기', '끝까지 고수하기'라는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 '달래기'는 아이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다. '온화한 태도'는 부모가 자제력을 잃는 것을 방지하고 아이도 자신의 욕구가 만족되지 않았을 때조차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끝까지 고수하기'는 아이에게 부모는 믿을 수 있고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한 방법이라서 든든함과 안정감을 준다. 아이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할 때마다 양보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특정 발달 단계에 이르면 필연적으로 신체의 분비물, 배설물에 깊은 흥미를 갖는데 이 시기를 심리학에선 항문기라 부른다. 항문기 아동은 코딱지, 다른 사람의 대소변에도 관심이 많다. 대소변을 갖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연령대의 아이는 동시에 물활론적 사고 단계에 있다. 모든 사물에 생명과 영혼이 있어서 자기처럼 먹고 자고 생각하고 말하고 걷고 부모가 있고 즐겁고 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는 꽃, 풀, 의자, 옷, 그림 속 인물 등과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물활론적 사고의 특징을 이용하면 아이를 혼내지 않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우리 둘째는 현재 38개월, 질서 민감기에 있다. 물건은 반드시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하고 어떤 행위도 자신이 해야 하며 때론 순서도 정해져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잠들 때 반드시 이불을 덮어야 한다. 요즘 같은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불을 덮어야 한다. 문제는 엄마인 내게도 강요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어깨선부터 발끝까지 덮기를 고수한다. 안 덮으면 펄펄 뛰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아이가 잠이 든 걸 확인한 후에야 슬며시 이불을 걷어내는데 정말이지 곤욕이다. 앞으로 더 찜통더위가 찾아올텐데 솔직히 이런 경우에 어떤 해결책이 좋을지 고민이다.

 이 책에 나온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자면, 신중한 아이+예민한 아이다. 놀이터에 가면 다른 아이들은 뛰어놀기 바쁜데 우리 아이는 시소에 얹혀있는 모기 관찰과 다른 아이들 노는 모습을 무심코 관찰한다. 조심성이 많은 전형적인 신중한 아이에 속한다. 덕분에 집중력은 뛰어나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 그리고 사물들 모두 적응하는 과정에서 구경꾼으로의 관찰은 참여의 전주곡이라 한다. 절대로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재촉도 하지 않으며,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주어야겠다.

 육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이 책을 통해 풀어낼 수 있었다. 그 동안 고수해 온 내 짧은 식견이, 나로 인해 불러들인 최면과 고집스런 육아 스타일이 아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었겠구나 그런 자문도 해본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의 심리서나 교육서를 집어드는 횟수도 늘어났지만 정작 아이를 대하는 부모라는 나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는 안되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을 얼마나 수련하고 닦아내야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아이의 행복과 더 나은 가정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부터 익히라는 독려서 같다. 도를 닦는 심정으로 참선하는 마음으로 내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겠다. 부모에게는 자고로 침착한 마음과 융통성이 가장 중요한 무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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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세,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마라』 by 전병호 | 2013년(122) 2013-06-2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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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0∼7세,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마라

전병호 저
아주좋은날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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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서는 원리원칙이 따로 없다. 특별한 비법이나 교육법이 아닌 내 아이가 가진 강점과 특성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교육법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부모의 교육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마다 타고난 적성과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내어 그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결정적 시기에 도와줘야 한다. 조기교육의 참된 이론이란, 일찍 배우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결정적인 시기에 적절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1장. 타고난 천재를 평범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영유아기의 교육은 아이가 타고난 재능과 적성 중에서 어떤 지능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피는 데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관찰자인 부모에게 각별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객관성이다.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도 새끼를 독립시키기 위해 교육을 하는데 우리 인간은 오히려 아이의 독립을 가로막는 교육을 하고 있다. 조금은 답답하고 불안해 보이더라도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의 우뇌적 상상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어제 읽은 그림책을 오늘 또 읽어 달라고 하면 애가 탄다. 여러 책들을 골고루 읽어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한 권의 그림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도 그때마다 머릿속 말풍선에 다른 이야기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말풍선을 읽어주고 터뜨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 타고난 적성과 재능을 살려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다.

 

2장.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습관이 만든다.

 부모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와 솔선수범하는 태도는 자녀들의 일상생활에 그대로 녹아든다. 아이는 부모의 태도와 생활습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좋은 본보기는 부모의 평소 습관이다. 아이는 가르치지 않아도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굳이 가르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이를 부모의 거울이라 부른다.

만족지연능력(자기통제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독립하여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워주는 것과 같다. 그런데 부모의 지나친 방임이나 무조건적인 과잉보호는 만족지연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P54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옆집 아줌마의 몇 마디 말에 흔들리지 말고, 1년에 10권 이상의 자녀교육서 읽기를 권한다. 자신의 교육법을 돌아보게 되고, 아이를 위한 새로운 교육철학을 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힘은 정보의 힘이다!

 

3장. 한글, 영어, 수학, 예체능, 결정적 시기에 시작하라.

 적기란 뇌가 굳기 전에 발달단계에 따라 분야별 적정 교육(자극)을 시켜줘야 하는 시기다.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게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시작해주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 교육을 흡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언어습득의 적정시기를 0~7세로 본다. 더 길게 보는 일부 학자도 있지만, 늦어도 12~13세 이전에 언어습득을 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언어습득이 어렵다. 특히 선천적 언어습득장치인 LAD가 가장 왕성한 시기인 3~7세를 외국어 학습의 결정적 시기로 본다. 이 시기를 지나면 외국어는 본능적으로가 아니라 학습으로 배워야 한다. 2~7세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왕성하게 커가는 시기로써, 창의력, 수학, 언어습득 등의 교육 적기라고 볼 수 있다. 한글이든 영어든 유아기 학습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다. 교육의 기초학습 기간을 개인의 선택영역에 방치함으로써 사교육의 범주로 밀어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한글교육, 두뇌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킨다.

 1. 문자를 일찍 익혀주면 두뇌의 구조가 급속하게 성장한다. 좋은 머리란 두뇌 신경망만이 아니라 시냅스가 많이 자리 잡은 머리를 가리킨다. 만 2세 전후에 한글교육을 시작한 아이들은 대개 어느 순간 갑자기 한글을 터득한다. 하나하나씩 형성되어온 두뇌의 시냅스들이 어느 시점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면서 한글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한글을 통해 구축된 두뇌 시스템은 다른 분야의 학습을 하는 데도 그대로 활용되면 아이의 두뇌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2. 문자교육을 일찍 받은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두세 살 때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은 지적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다.

 3. 긍정적인 자아가 형성된다. 만 2세 전후는 아이의 자아가 최초로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이때 한글교육으로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자존감이 강하고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자라는 경우가 많다.

 4. 만 2세 전후에 한글교육을 시작하면 우뇌로 한글을 떼게 된다. 이미지 학습법으로 사진을 찍듯이 한글을 배워 영화를 보듯이 책을 읽게 된다.

아이가 말을 시작할 무렵부터 집 안 물건들에 '냉장고', '텔레비전', '책상' 등의 낱말카드를 붙여놓고 아이에게 틈날 때마다 읽어준다. 사물과 문자를 동시에 기억하게 하여 같은 모양의 문자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이미지 연상법으로 초보적 수준의 통문자 학습법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 3~7세는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 

 선천적 언어습득장치(LAD)는, 3~7세에 가장 왕성하며 12~13세가 되면 그 기능이 저하된다. 즉, 본능적으로 배울 수 있지만, 평생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이 되면 닫히게 된다. 그래서 3~7세가 영어학습의 결정적 시기라고 본다. 그래서 적기를 놓친 부모세대들은 피나는 노력을 해도 습득하기 힘든 것이다. 3~5세는, 영어책, 비디오, 오디오 등으로 영어환경에 노출시켜주면 굳이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누구나 모국어든 외국어든 자유자재로 습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만 3세의 경우 80%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외국어 학습환경을 제공해도 무리가 없다. 만 4~5세는 놀이를 활용해 외국어교육을 받으면 99%의 아이들이 지능과 잠재력, 창의력이 크게 향상된다. 적절한 시기에만 시작한다면 모국어 환경에서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

 

● 6세 이전의 아이들이 영어학습에 유리한 특징

 1. 청각 기능이 뛰어나 소리를 정확하게 구분한다.

 2. 어떤 말이든 따라서 해볼 수 있는 탁월한 기능의 혀와 입이 있다.

 3. 월등한 기억력이 있다.

 4. 상상력이 풍부하다.

 5. 반복을 마다하지 않는다.

 6. 놀이의 천재, 모방의 천재라고 부를 정도로 놀이에 대한 열의와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다.

 7.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시기로 어떤 정보든 쉽게 받아들인다.

또한, 6세 이전의 아이들은 반복을 좋아하는 반면, 6세 이후의 아이들은 반복하는 걸 싫어한다. 따라서 6세 이전에는 10분만 투자해도 그 효과가 크지만 그 시기를 놓치고 난 후에는 10시간을 투자해도 영어학습이 어려워진다.

 

● 영어교육을 시작할 때의 교육환경 

 1. 단어놀이 : 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단어중심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영어그림책이나 동화책의 경우 비슷한 단어가 반복적을 배치되어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는 구성이 좋다.

 2. 노래 들려주기 : 다수의 부모들이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반복적으로 자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3. 라임(rhyme) 활용 : 라임이란 운율이 있는 시나 짧은 동요를 가리키는데, 리듬이 짧은 노래라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우리말 라임의 예시)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 "자장 자장 우리 아기"

 4. 아이의 발달단계 특성에 맞는 학습법 사용 : 영어를 들으면서 이해한 내용을 신체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영어를 재미있고 역동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TPR(전신반응교수법)을 활용하는 영어학습법은, 놀이활동을 통해 재미와 흥미를 가지고 영어를 습득하게 하여 학습성취감을 높이고 불안감을 감소시킨다. ex) 'LOVE'라는 단어를 표현할 땐 꼭 안아주기

 

○ 수학은 기호화된 언어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3년부터는 수학교과가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과거 텍스트 중심이었던 교과서가 지금은 그림이나 사진 등으로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수학교육의 결정적 시기 역시 유아기로 보는데, 2~7세에 가장 호기심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1. 아이 주변의 생활경험과 연관지어 놀이로 재미있게 가르친다.

 2. 실물과 교구를 사용해서 경험하도록 한다. 도형 개념이라면, 아이가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실물인 세모나 네모 모양의 물건을 보여준다.

 3. 수학교육은 추상성과 계통성의 특징 때문에 개념의 이해가 어려우므로 부모나 교사가 꼭 함께 한다.

 

○ 음악은 최초의 언어교육

 1. 음악을 자주 접하면 소리에 대한 인식력이 커져서 리듬과 템포를 익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터득한다.

 2.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머릿속의 산만한 생각을 정리시켜 집중력을 키워준다.

 3. 듣는 능력이 키워지면서 생각이나 감정을 느낀 대로 표현하는 능력도 커진다.

 

○ 걷기운동은 뇌 발달에 좋다

 아이가 태어나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능력이 바로 운동능력이다. 특히 유아기에는 걷기운동이 뇌 발달 촉진에 좋다. 걷기운동을 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허벅지 근육의 신경은 뇌간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걷기운동을 많이 할수록 자극을 받은 뇌의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심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져서 혈액의 양을 평상시보다 10배 더 흘려보내게 되는데 이러한 작용은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 그리기 본능은 창의력을 키운다

 1. 아이의 우뇌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2. 소근육을 사용하는 미술활동은 대뇌를 자극해서 두뇌 발달을 촉진시킨다.

 3. 아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창의성과 상상력, 감성능력을 키워주는 미술교육의 적기는, 본능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에 생후 4~5개월부터 시작해도 좋다.

 

4장. 아이의 모든 것은 '독서습관'에 달렸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오프라 윈프리, 21세기 정보기술 선두자 빌 게이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 김구 선생 등 수많은 위인들의 공통점은 독서광이라는 점이다. 자녀교육에서 독서는 출발선이자 골인선이 되어야 한다. 특히 유아기의 독서습관은 모든 분야의 기초공사다.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에서는 독서습관 들이기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으며 취학 전까지 독서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향후 독서습관을 들이는 데 최소 5년간은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아기에는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해서 읽고 싶어하는 책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읽어주도록 한다.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로 토론능력을 꼽는다. 토론을 잘하려면 책을 읽은 후에 다양한 질문법으로 독서토론을 유도해낼 수 있다.

 1. 사실적 질문 : 책을 읽고 나서 내용에서 답을 찾아내는 질문법

  예) 흥부와 놀부 - 박씨를 물어다 준 것은 누구일까요? 제비  

 2. 평가적 질문 :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질문법

  예) TV <100분 토론>처럼, 하나의 주제를 놓고 찬반양론으로 토론하게 하는 질문법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는 효녀일까?

 3. 사색적 질문 : 어떤 주제에 대해 내용을 근거로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게 하는 질문법

  예)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심청전 내용은 어떻게 바뀔까?

토론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단답형 대답을 요구하는 사실적 질문보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해석적 질문이나 사색적 질문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5장. 교육혁명은 부모의 교육철학에서 시작된다.

 2010년 9월에 발표된 피어슨 보고서에 의하면,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업성취도의 요인을 비교 분석한 내용이 있다. 공통점이라면, 높은 학업성취도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시간과 틀에 박힌 암기식 교육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핀란드는, 수업시간도 짧고 숙제도 없으며, 학급당 학생수도 적고 사교육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일등중심과 경쟁중심인데 반해, 핀란드의 교육 목표는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노력하는 데 있다. 그들은 친구들을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관계 파트너로 본다. 시험도 별로 보지 않으면서 학력수준은 세계 1위다. 이러한 원동력은, 아이들 교육이 국가와 자치단체의 주체적 법적 권리에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 당국은 차별 없는 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 역시 유아기 교육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을 정부에서부터 바꿔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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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살림 월령가』 by 양은숙 | 2013년(122) 2013-06-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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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들살림 월령가

양은숙 저
컬처그라퍼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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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그리는 시골살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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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살림월령가』는, 계절의 색과 멋이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 맛이 되고 기쁨과 삶이 되어주는 건강한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시골살림 이야기다. 그녀가 누리는 방등골에는, 모든 것이 아날로그다. 송홧가루 하나 받기도 지구력이 요구되고,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고, 여름에는 잡초와 뱀의 출현, 겨울에는 좀처럼 녹지 않는 눈으로 고생스럽지만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푸근한 사람 냄새와 다디단 공기맛, 계절에 따라 각종 보배들이 풍성한 식탁에 올려지니, 그것으로 이미 보상은 충분하다. 자연을 누리는 그녀를 들여다 보면, 느슨한 옷을 지어 입는 것에도 공감이 가고, 자연친화적인 모든 것이 좋아진다. 

 

봄나물

원추리순비비추 으로 장아찌나 국으로 끓여내고, 꼬물꼬물 오가피순과 오동통 살이 오른 두릅은 한나절 봄볕에도 쑥쑥 자라기 때문에 눈에 뛸 때 채취한다. 쌉쌀함이 가득하지만 이내 단맛이 도는 오가피,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엄나무순만으로 입안 가득 봄이 고인다.

밭에서 막 캔 냉이는, 뿌리에 묻은 흙만 탈탈 털어 내고 헹궈도 깨끗하다. 육수에 된장을 삼삼하게 풀고 김장 김치의 양념을 털어 낸 다음 가볍게 헹구어 송송 썰고 냉이와 함께 냉이김치된장국을 맛본다.

취나물은 향으로 한 번 놀라고 맛으로 한 번 더 놀라게 되는 나물이다. 된장과 찰떡궁합이라 별다른 양념 없이 조물조물 손끝 기운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쌈은 물론이고 기름을 둘러 전을 지져 내거나 데쳐 수분을 살짝 남겨 바지락과 무쳐 내면 미각이 살아나고 제철 맞은 쭈꾸미와 함께 무쳐 내면 근사한 요리가 된다.

식용 꽃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꽃을 먹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찬밥 한 웅큼 꼭꼭 뭉쳐 얇게 저민 오이로 돌돌 감아 쌈장 한 점 올리고 제비꽃잎 한 장 살포시 얹어 주면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남은 꽃송이는 냉동고에 상비된 쌀가루와 함께 설설 털어 한소끔 설기로 쪄낸다.

초파일 무렵에 해먹는 느티떡에는 딱 요맘 때 자라는 느티 잎이 제격이다. 쑥을 넣어 빻은 쌀가루와 버무린 느티순이 초록물감에 흰 물감이 섞은 것처럼 곱다.

 

름열매

품삯으로 얻어낸 마늘이 흙 검댕을 벚자 마늘이 꽃같이 화사한 미소를 드러낸다. 정말 만개한 꽃과 같다. 자주 양파 역시 껍질을 벗기고 나니 그 속살이 반짝거린다. 양파 자체가 양념이므로 고춧가루와 액젓만으로 간을 맞추어 새큼하게 익히면 밥동무로 그만이다. 청량고추와 함께 시큼달큼 간장 물을 끓여서 부어 양파장아찌도 마련한다. 수시로 담가 전이나 카레밥, 기름진 음식들과 곁들이면 개운하다.

모가 뿌리를 내리고 단단해질 즈음이면 한식에 몸을 묻은 감자는 몸통을 불리고 가족을 불려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하지 무렵에 캔다 해서 '하지 감자'다. 꽃이 지면 열매가 매달리는데 그것을 키우느라 흙 속의 감자가 힘을 뺏기므로 꽃대를 따줘야 한다.

옥수수는 알알이 박힌 알맹이를 빼먹는 맛이 진미지만, 키다리 옥수숫대 역시 그 못지 않다. 딱딱한 옥수숫대의 껍질을 벗기면 투명한 섬유조직이 나온다. 잘근잘근 씹으면 나오는 단물은 더운 날에 먹는 청량음료가 따로 없다.

겨울 김장처럼 여름 김장은 매실청이다. 청매실은 장아찌 용도로 적합하고, 청은 숙과인 홍매실로 담그는 것이 화사한 향과 더 많은 원액을 얻을 수 있다.

 

가을빛

김치에 섞었을 때 시원한 맛을 내는 돼지파는, 껍질은 붉고 알맹이는 자줏빛이다. 크기는 작아도 육질은 양파보다 단단하고 마늘만큼 맵다. 노각은 오이와 다른 성숙한 맛이 으뜸이다. 토란은 탕이 고전이지만 껍질째로 쪄서 벗겨 먹으면 맨 얼굴 같은 담박한 맛이 좋고, 감자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미끄럽고 섬세하다. 갈비찜에 밤 대신 넣어도 색다른 격이 느껴진다. 토란 줄기는 겉껍질을 벗기고 쌀뜨물에 삶아 거피한 들깨가루와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고기의 풍미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 수산석회 성분이라는 아린 맛이 있어 쌀뜨물이나 소금을 넣어 삶고 하룻밤 정도 담가야 한다. 널따란 잎사귀는 손님상에 개인 매트로 깔거나 연잎밥처럼 토란잎 밥을 만들 때도 쓸 수 있어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전체 식품이다.

야들야들 푹신한 질감이 특징이던 이 쇠어서 식용으로 쓸모가 없어지면 바가지로 만든다. 박 타기는 톱질이 만만치 않다. 찜통 속에 박을 넣고 한 시간 가량 끓여내고 속살은 모두 파내고 겉 표면의 때는 벗겨내서 며칠 그늘 볕에 말려야 한다.

냄비에 대여섯 개의 볶은 를 넣어 끓이면 고운 갈빛이 우러난다. 건조된 무에는 해독작용이 있고, 생무보다 식이섬유를 1.5배나 얻을 수 있다. 철과 칼슘이 풍부해서 빈혈이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비타민C가 많고 아토피에 효과적이고 목감기에도 탁월하다. 무엇보다 바싹 말려 볶은 것이라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겨울휴식

음식선물은 마음을 전달하는 가장 소박하고도 값진 나눔이다. 끈끈하고 쫀득한 찰밥은 식어도 무방하고 쉽게 쉬지 않으니 이 또한 바람직하다. 충분히 불린 찹쌀과 잡곡으로 밥을 짓되, 메밥과 달리 물을 적게 잡고, 소금을 간간하게 뿌린다.

 

밥 짓고 밥 담는 일을 하는 것이 저자의 직업인지라, 계절마다 다른 색채로 나타나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빛나는 돌, 꽃, 잎, 나뭇가지 등 천혜의 소재들은 스타일링의 멋진 소품이 되어준다. 일 년 내내 퍼주시고도 더 주실 것이 많은 인정을 나누려는 이웃 주민들의 따스한 마음들이 푸근하고 정겹다. 엄마의 권력으로 딸아이에게 입힌 린넨 치마의 투박한 손바느질과 알록달록한 디자인 포인트가 사랑스럽다. 풍성한 종이 상자를 빼곡히 채워 투척해 주시고, 쌓인 눈도 소리 없이 치우고 가시는 우렁각시 신 회장님은 존재 그 자체로 믿음직스럽다. 평균 연령 칠십 중반으로 수확한 사람 키높이를 훌쩍 넘는 고구마 줄기는, 전문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프로페셔널함이 전해지는 정직한 노동의 현장이다. 겨울 김장철이면 마을 주민들과 어깨를 부비고 함께 담그는 시끌벅적 공동체 의식은 동네잔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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