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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보냈던 시간들이었는데..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또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리마인드 되겠군요~ㅋ

 

문제도 너무나 잘 풀어주시고..

유머로도 치환해 주시고..^^

친구님들의 호응에 많이 행복했답니다.

언젠가 보답하리라 마음 먹게 만드신 분들이 꽤 계십니다.

참여와 응원의 댓글 주신 친구님들, 너무 많이 감사드립니다.

 

 

 

그럼, 당첨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주인공은 바로 [파란토끼13호]님이십니다!!

파란토끼13호님께서는 주소3종세트를 보내주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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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by 리안 모리아티 | 2015년(125) 2015-10-3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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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저/김소정 역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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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내 취향~ 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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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모리아티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방대한 소설속에는 쉴새없이 사건과 사고를 발생시키고 시트콤을 재현하듯 위트와 재치를 속사포처럼 풀어냈다. 미스터리까지 가세해 스릴러를 초월하는 특유의 입담을 과시한다. 어쩜 그리 인물 묘사가 탁월한지, 통통 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떠오를 정도로 세부적이고 귀여운데 어른들까지 너무 사랑스럽다. 특히 에드가 매들린을 향해 "자긴 나한테 그런 요구를 하면 안 되는 거야...".하면서 울먹일 때 바보같인 나도 울었는데 그땐 정말이지 에드가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 남편도 에드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흠흠..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장편소설《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허즈번드 시크릿》과 함께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역시 대중들의 욕구를 크게 충족시켜 주리라 믿는다. 향후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HBO TV 미니시리즈로 제작 방영 예정이라는데 여타 미디어 컨텐츠 환경에서도 환영받는 탄탄한 스토리로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된다.


 

피리위 반도에 위치한 초등학교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 중심에는 예비 초등학교 아이를 둔 매들린, 셀레스트, 제인 세 여인이 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지만 아이들의 예비 초등학교 설명회였던 그날, 학교에 막대한 재정적 후원을 하는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가 다른 아이로부터 목이 졸리고 폭력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문제는 제인의 아들 지기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제인은 아들을 믿고 싶어하는 반면 의구심 또한 떨칠 수 없어 불안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싱글맘을 경험했던 매들린은 제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셀레스트 역시 묵묵히 레나타에 맞서며 엄마들의 불편한 초유의 파벌이 조성된다. 그들의 팽팽한 신경전은 잔뜩 부푼 풍선처럼 거침없이 부풀어 오르다가 우발적 살인사건과 함께 종식된다.


매들린은 이혼한 전남편 사이에 낳은 애비게일과 재혼한 에드 사이에 낳은 두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남편 가족이 한 동네로 이사오고 같은 예비학교 학부형으로 만나면서 자주 충돌한다. 와중에 5년 동안 싱글맘으로 키웠던 애비게일이 전남편 가족과 살겠다고 선언한다. 제대로 된 삶을 찾아 6개월마다 한 번씩 시드니 전역을 돌며 새로운 아파트를 빌리는 싱글맘 제인은 원나잇스텐드의 결과물로 얻은 아들 지기와 단 둘이 살아간다. 그녀에겐 하룻밤 동안 겪은 수치와 악몽으로 병적인 거식증과 편집증을 보인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남편을 둔 아름다운 외모와 부를 향유한 셀레스트는 슬하에 쌍둥이 형제를 예비학교생으로 두고 있다. 남편 페리는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고 가정에도 충실하지만 아내에게는 수시로 분노조절장애를 보이고 폭력을 행사한 뒤 눈물로 용서를 비는 이중성을 보인다. 


편견은 정말 무섭다. 대중은 흔히 편부모 슬하에 자란 아이를 석연찮게 생각한다. 아빠 또는 엄마라는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다. 둘 중 한 명만 없어도 그곳엔 결핍이 생기고 허점이 있다고 믿는거다. 모든 것을 완벽히 갖췄다고 믿어의심치 않는 가정 또한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또한 대중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상적인 가정에서 의외의 폭력은 있다. 폭력의 희생양은 처음엔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다가 그러한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둔감해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변에 깔려있던 폭력의 부산물이 비정상 상태로 발현되면서 그야말로 '폭력의 악순환'이 거듭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관찰자 입장에서 관망할 수 밖에 없었던 약자들(아이들) 역시 가해자로 돌변하거나 정신병(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뿌린 씨앗이 학교로, 학교에서 잡지 못한 폭력은 다시 사회로, 끊임없이 바이러스처럼 뻗어나간다. 너무 끔찍한 참사 아닌가! 사회적 편견의 희생양인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는 고통에 방치된 채 생활하지만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순수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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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시선집_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See feel 2015-10-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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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저
열림원 | 2015년 09월

 

류시화 시인을 추종하는 1인으로서 이 책이 내겐 더없이 간절했다. 하지만 응모하는 곳마다 작렬하게 떨어지고..ㅠㅠ 소장하고 있는 그의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다시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 10여년 전, 그의 위트 넘치는 인도 여행기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그가 쓰거나 번역한 책이라면 빌려서든 구입해서든 무조건 읽고야 마는 마니아에 속한다. 시인이기 이전에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먼저 시작했던 저자는 인도여행을 통해 명상가를 자처했고 인도 대표 명상가인 라즈니쉬의 주요서적들을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1991년에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1996년에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2012년에 세 번째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출간, 2015년 세 권의 시집에서 고른 시들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한 권으로 묶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류시화 시인이 독자들에게는 맹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는 반면 언론과 문단에서는 홀대받고 축출된 반쪽짜리 시인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1997년 <죽비소리>에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저급함도 역겨움도 모르는 외눈박이 독자들에게나 매혹적인 시집이 될것'이라는 혹평까지 받았을 정도니 류시화 팬들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겨들 일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시인 이문재 씨가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이다. "류시화의 시는 일상언어의 직조를 통해 어렵지 않은 보통 구문으로 신비의 세계를 빚어 낸다. 지극히 일상적인 말로 표현되어 있어 시적 상징이나 모호하고 애매한 은유로 쓰여진 여타 다른 시에 비해 읽기가 수월해서 접근하기가 용이하지만 문단의 평가처럼 그렇게 가볍지만도 않다." 

 

 

==================================================================== 

 

책 속에서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소금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옹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돌 속의 별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파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무표정의 모순어법을

 

직박구리의 죽음 

오늘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령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간으로서

어떤 결격사유가 있는가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추운 날이었다

겨울이었고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 보니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늘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가 어디서

직박구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른다

새는 이미 굳어 있었고 얼어 있었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뜰에다 새를 묻어 달라고

자기 집에는 그럴 만한 장소가 없다고

그리고 아이는 떠났다 경직된

새와 나를 남겨 두고 독백처럼

눈발이 날리고

아무리 작은 새라도 언 땅을

파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흰 서리가

땅속까지 파고들어 가 있었다

호미가 돌을 쳐도 불꽃이 일지 않았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인가

무표정에 갇힌 격렬함

불완전함 속의 완전함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진짜 얼굴이 되어 버린

가면

혹은, 날개가 아닌 팔이라서 날 수 없으나

껴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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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by 무라카미 하루키 | 2015년(125) 2015-10-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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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프터 다크

무라카미 하루키 저/권영주 역
비채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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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는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 기념으로 펴낸 열한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오후 11시 56분을 시작으로 다음날 오전 6시 52분까지 7시간 가량 발생한 이야기를 카메라 시선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볼 뿐 개입하지 않는 객관적 상태를 유지한다. 물리적으로 그곳에 존재하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자타공인 음악애호가인 하루키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삶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데 이는 놓쳐선 안되는 감상 포인트다.


 

마리가 처음 등장했던 패밀리레스토랑 '데니스'에서는 퍼시 페이스 악단의 <고 어웨이 리틀 걸>과 마틴 데니 악단 <모어>가 비지엠으로 흐른다. 다카하시는 재즈 레코드 '블루스엣' <파이브 스폿 애프터 다크>를 듣는 순간 트롬본을 연주하는 '커티스 풀러'에게 꽂혀 자신의 악기로 만들었다고 마리에게 운명의 순간을 전하면서 흥얼거린다. 마리와 가오루가 바에서 함께 한 동안 울리던 벤 웹스터의 <마이 아이디얼>과 듀크 엘링턴의 <소피스티케이티드 레이디>, '스카이락'에 흘러나오던 펫 숍 보이스의 <젤러시>와 홀 앤 오츠의 <아이 캔트 고 포 댓>, 다카하시가 트롬본 솔로로 연주한 소니 롤린스의 <소니문 포 투> 등 열거한 이 음악들을 모두 듣게 된다면 형이상학적인 이 소설의 절반쯤은 이해하게 될까?


한밤중에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두툼한 책을 읽는 '마리'의 모습과 마리의 언니인 '에리'의 잠든 모습을 번갈아 조명하고 있다. 마리에게 접근하는 트럼본 연주자 '다카하시'를 시작으로 러브호텔 매니저인 '가오루', 종업원 '고무기'와 '고오로기', 중국인 매춘부까지 마리는 밤에 깨어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하룻밤 동안 만나게 되고 그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들과는 전혀 섞여들지 않았지만 종국엔 호텔 '알파빌'의 CCTV에 잡힌 변태와 폭력을 무장한 남자 '시라카와'가 있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veritech라는 회사명이 쓰인 은색 연필을 왜 에리가 줍게 되었고 그녀의 공간이 마치 이동이라도 하듯 혼란스럽게 매칭되어 있는지 작가의 의도는 알 길이 없다.


마리는 밤길을 배회하고 에리는 두 달째 잠 속에 빠져 있다. 자매의 외모가 다르듯 인생 또한 대조적이다. 에리는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잡지 모델인 반면 마리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특출난 것이 없어서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던 그녀의 고달픈 삶이 안쓰럽게 여겨졌는데 점차 에리 또한 남모르는 슬픔을 안고 살아갔던 것을 하룻밤의 방황 속에서 마리는 터득한다. 내처 잠만 자고 있는 언니를 견딜 수 없어 집을 나와 밤거리를 떠돌던 마리는 비로소 아침이 밝아올 무렵 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 곁에서 함께 몸을 말고 잠에 빠져든다. 생명의 기호를 교환하기 위해. 잃어버린 일체감을 다시 되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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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by 르네 망조르 | 2015년(125) 2015-10-2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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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르네 망조르 저/ 이세진 역
현대문학 | 2015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올해 읽은 최고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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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미국 FBI 최고의 범죄학자 달리아의 유년기는 이중인격을 지닌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 당한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간다. 스코틀랜드야드의 베테랑 수사과 경감 매케나는 1년 전에 아내와 사별한 뒤 네 아들과 함께 가족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마취소생 전문의 헬렌 역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안고 있다. 애도란 슬픔에서 회복되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우리 뇌가 동원하는 방법은 현실을 거부하고 그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 자체가 폭력일테니까. 매케나가 그랬고 헬렌이 그랬으며 이젠 달리아가 그 상황에 놓여 있다. 살아있는 자는 어떻게든 살아간다. 하지만 진정한 삶의 회복은 상실을 인정하고 슬픔을 완화하는 과정을 지날 때야만 가능하다.

 

 

런던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터졌다. 상대는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동일한 범행 수법을 구사하는 살인범들의 연쇄다. 범인들은 전부 잡혔으나 사건은 태양의 주기에 따라 24시간에 한 번 꼴로 일어나고 있다. 이 살인 사건에는 흉측한 것과 신성한 것이 엉켜 있다. 피해자가 살아있는 동안 흉부와 복부 장기를 생선 내장 빼듯 모두 꺼내 제물이 당하는 극심한 고통을 신에게 바친 다음 라오스 불교의 장례 절차에 따라 고인의 내세까지 준비해주었다. 시신 곁에는 피로 쓴 비문 형식의 문장이 등장한다. '이 희생 제물들이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의 혼령을 달랠 수 있기를'. 놀랍게도 죽은 자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희생당했고 가해자는 살인 행위와 그 직전에 있었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퇴행성부분기억상실증을 보였다. 마치 몽유병에 걸린 환자처럼 깔끔한 동작으로 장기를 적출한 뒤 자신의 몸이 가장 소중한 사람의 피로 범벅이 되어있음을 알고 경악하여 서럽게 운다. 그러나 그들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쓰여진 택배 상자를 풀면 상자에 담긴 휴대폰에서 에리크 사티의 <그노시엔 1번>이 흘러나오고 그들은 최면 상태로 접어든다. 함께 배송된 아이스박스에는 피해자의 장기가 담겨지고 그들을 조종하는 이에게로 상자가 전달된다. 리퍼의 뇌리 속에는 피해자의 육신은 죽일지언정 영혼을 구하는 일만이 중요하다는 최면암시에 걸려 있다. 아이러니한 건, 이미 죽은 어미의 무덤까지 파서 장기를 적출한 아들이 범인에게 건네주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월스트리트에서 파견된 런던 증권거래소 주재원이 장기가 적출된 시체로 발견되면서 런던 주재 미국 대사는 친구의 죽음에 대해 미국 FBI 최고의 범죄학자 달리아 라임스를 급파한다. 달리아는 비교신화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악마 숭배와 살인 의식 전문가로서 스코틀랜드야드의 베테랑 수사과 경감 매케나와 사건에 합류한다. 런던 변호사협회에서 가장 수임료가 높은 변호사였던 닐스 블레이크는 다섯 달 전 심장이식수술을 받고난 뒤부터 돌연 이전 생활과 손을 끊었지만 피해자와 같은 위치에 놓인 가해자 리퍼들의 변호를 자처한다.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장기 기증자 신원과 희생자들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정 날짜에 장기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연쇄살인의 희생자였고 살아있는 이식수술자들을 격리 보호하지만 단 한 명이 사라진 걸 확인한다. 바로 리퍼들의 변호를 맡은 닐스 블레이크다. 그렇다면 닐스의 리퍼는 누구란 말인가?

 

범인은 왜 썩어가는 장기를 가져가려고 그 지독한 위험을 무릅썼을까? 인간이 다른 인간을 저토록 강력한 망아의 경지에 과연 빠뜨릴 수 있을까? 타인의 의지를 조종해 배를 가르게 하는 행동 패턴이 어떻게 최면으로 가능할까? 학벌이 짧은 하층민들에게 노련한 외과 전문의와 같은 능력과 지식까지 어떻게 주입시킬 수 있었을까? 대체 범인의 범행 동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건 자체가 장례식이다. 리퍼들이 표현하는 슬픔 또한 희생자들을 위함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리퍼들의 희생자 피로 쓴 비문에서 언급한 바로 그 사람,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를 위한 장례식이었다. 이시스가 오시리스의 토막난 시신을 복원하듯 이집트 신화처럼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범인의 치명적이고도 궁극적인 목표였다.

 

출처 : 이 찬의 cy-pen blog.naver.com/lkintl/206544613

에리크 사티의 <그노시엔 1번>이 어떤 음악인지 궁금해서 업어왔다. 이 음악에 홀려 살인을 준비하고 내장을 파헤쳤다니 그로테스크한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왠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까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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